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12화
시험을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법칙 하나.
‘문제 하나에 말리면 답이 없다.’
잘 풀고 있다가 이상한 문제 하나 때문에 멘붕하기 시작하면, 그다음부터 모든 것이 엉키는 것이다.
하물며 그런 문제가 1번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이 출제자에게 쌍뻐큐를 날리고 싶은 것이 수험생들의 심정일 것이다.
‘서리혁, 가만 안 둬.’
1번 문제를 보고 당황한 수플레들이 멈칫했다.
“소금물, 소금물…….”
“아씨, 이거 중학교 때 배웠던 것 같은데. 공식 뭐였지? 아니다, 공식 없이 풀 수 있는 거였나?”
“덕질하기 바쁜데 공부할 시간이 어디 있냐!”
하지만 수플레들에게는 친절한 도우미들이 있었다.
뉴블랙 게임 공략이 막히면 공략을 만들어 주고,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바로 해답을 주는 전문가 집단.
그것은 바로 ‘머글’이었다.
“후후후후.”
자신감 있게 인터넷 서치를 하던 수플레들이 그만 당황했다.
‘아! 이거 팬 대상 이벤트였지.’
평소에 팬 이벤트를 할 때면 ‘에이! 머글들 또 낄려고 하네’ 했던 수플레들이 눈물을 머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마음 씀씀이 착하게 쓸 걸!
트위터에도 ‘1번부터 진짜..’ 하는 한탄 글만 있을 뿐, 해답지를 적은 사람은 없었다.
“아씨, 제한 시간.”
모두가 동시에 문제를 푸는 퀴즈.
10분이라는 제한 시간 때문에 수플레들끼리도 정답을 공유할 시간이 부족했다.
‘1번은 일단 버린다.’
1번에서 당황하긴 했지만 상관없었다.
2번부터 잘 풀면 되니까.
팬들의 시선이 2번 문항으로 향했다.
[2번]
뉴블랙의 여행일기 시즌 2 : 호주 편의 명장면 ‘술블랙.’
서리혁이 ‘사랑해’를 외친 숫자에서 김비주의 ‘사랑해’ 숫자를 빼면 몇인가? [2점, 주관식]
달달 떨리는 손으로 다급하게 짤방을 찾았다.
갤러리에 담긴 짤방 중에서 해답을 찾아낸 수플레들이 계산기 어플로 계산을 하고는 정답을 입력했다.
벌써 3분.
총 10가지 문항의 문제를 보는 수플레들의 호흡이 가빠졌다.
‘일단 1개는 맞혔다.’
이번 팬사인회의 추첨 기준은 간단했다.
총 5가지 영역을 과락 없이 통과하면 되는 것이다.
과락 기준인 3문제만 맞히면 점수와 상관없이 추첨이 진행된다는 모양이었다.
1교시 문제를 쭉 훑어본 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도 못 풀면 위장 수플레지.’
뉴블랙에게 일반 대중 이상의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풀 수 있는 문제가 다섯 개 정도는 되어 보였다.
그랬기에 추첨이 되는 점수는 무조건 딸 수 있다.
하지만 수플레들은 문제에 시선을 집중했다.
‘분명히 다 맞히거나 그러면 상이라도 줄 거야.’
그들의 시선이 다음 문제로 향했다.
[3번]
서리혁이 ‘OST’를 부른 미니 시리즈 ‘시댁을 터뜨렸습니다.’
이곳에서 서리혁이 카메오로 출연한 배역의 이름은 무엇인가? [2점, 객관식]
다행히 이번 문제는 객관식.
수플레들이 바로 정답을 입력했다.
그런 식으로 서리혁에 대한 문제를 푼 수플레들이 SNS나 아이돌 커뮤니티로 시선을 돌렸다.
‘정답들 올라오고 있네. 나도 한 번…….’
가장 빠르게 문제를 푼 이들이 정답을 올렸지만 이상했다.
저마다 정답이 다 다르다.
의아해하던 수플레들 중에서 공무원 시험 경력자들이 상황을 파악하고 입을 열었다.
-이거 주관식 끝나는 3번부터는 문제 랜덤인가 봄
-문제 다 다른 거 보니까 대충 문제은행 30개 중에서 몇 개씩 랜덤으로 나가는 듯
-ㅅㅂ 이런데선 왜일케 철두철미한 건데
-굿즈 계산도 못하는 놈들이 나보고는 계산하래
-수포자인 나,, 오늘부로 서포자를 선언합니다,,, 서리혁을 포기하겠습니다
-소금물 정답좀 젭라..
-150g임!!!!
-ㄱㅅㄱㅅ 너 진짜 복받아라!!!!!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 ‘1번 문제_150g’이 올라가면서 수플레들이 다급하게 입력했다.
“휴.”
일단 10분을 꽉 채운 다음에 서리 영역 제출을 마무리하고 다음 영역에 접근했다.
그러곤 다음 영역을 클릭했다.
왠지 따스한 제목의 [비주의 멤버 사랑 영역].
[1번]
드라마 ‘슬립’에 카메오로 출연한 지호의 배역 이름은 무엇일까요?
[2번]
우주가 대만 야시장 인터뷰로 인해 얻은 별명은?!
더러운 문제들로 가득한 서리 영역보다는 훨씬 풀 만했다.
그제야 퀴즈를 맞히는 기분으로 하나씩 정답을 입력하는 수플레들. 그야말로 훈훈한 비주 영역이었다.
공통 문제인 10번이 나오기 전까지는.
[10번]
다음 중 우주가 공항에서 입지 않은 패션은?
(1) 상하의 색이 다른 정장 + 등산화
(2) ..
선택지만 무려 7개.
정답이 뭔지 도통 알 수 없는 문제를 보며 수플레들이 머리를 감싸 쥐었다.
‘얼굴만 봐서 옷은 안 봤는데……!’
‘김비주는 선우주 악개냐.’
한참을 고민하던 이들이 결국 찍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야말로 하드한 덕질의 끝을 보아야 맞힐 수 있는 문제!
확률에 맡기기로 결정한 수플레들이 계속해서 문제를 풀어 나갔다.
3교시 [중현 영역]에서는 중현이 키운 동식물들의 이름에 대한 문제가 나오고, 4교시 [지호 영역]에서는 지호의 자기애 가득한 문제가 나왔다.
그리고 대망의 5교시 [우주 영역].
[1번]
다음 중 가사의 빈 칸에 들어갈 말을 적어 보시오.
작곡 멤버답게 음악에 대한 문제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수록곡 가사의 빈 칸을 맞히는 문제, 해당 가사를 쓴 멤버가 누구인지를 묻는 문제, 음악의 장르 등등.
‘그래도 다행이다. 우주답지 않게 무난했어.’
사실 멤버들이 ‘수플레들! 다 맞히세요!’ 하는 의미로 낸 문제였다.
단지 1교시에 걸린 리혁의 문제 때문에 수플레들이 진지한 시험으로 오해해서 그런 것일 뿐.
문제를 다 푼 수플레들의 눈앞에 시험 결과가 바로 떴다.
[빰빠바바밤!]
순간 가슴이 설렜다.
‘나 만점?’
뉴블랙 미니미들이 깡총깡총 뛰는 화면.
와우! 하는 BGM과 함께 미니미들이 세계 최고의 점수를 본 것처럼 치켜세웠다.
[120점 만점에 69점]
[대단해요! 지호의 한국사 점수와 동점이시군요!]
‘노래방 기계냐.’
‘칭찬해 주는데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쁘지.’
중요한 시험이 끝난 것처럼 수플레들이 기지개를 쭉쭉 켜고 고개를 젖혔다.
이걸로 응모는 완료였다.
‘팬 사인회 하나 가겠다고 이 고생을…….’
그런 수플레들에게 다시 한번 경품이 눈에 들어왔다.
한정판 비매품 사인 CD.
디지털 싱글이라 실물 앨범이 없는 METRO의 이벤트 앨범과 멤버들과 만나서 나누는 대화.
‘……이런 고생 백 번이라도 한다.’
그런 생각을 하던 수플레들이 하품을 하며 뒹굴뒹굴할 때였다.
시험이 끝나기가 무섭게 뉴블랙 TV에서 동영상이 업로드 되었다는 소식이 떴다.
[2017 뉴블랙 모의고사 : 수험생 여러분,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어딘가 익숙한 썸네일과 분위기에 수플레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인강 강사들이 프로필 사진에서 입을 법한 정장을 차려입은 5인조.
거기에 안경까지 써서 지적인 느낌을 풍기는 5인조의 모습에 수플레들이 박수를 치며 만족했다.
‘내 마음에 합격.’
가운데 선 우주가 안경을 살짝 고쳐 쓰며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십니까! 덕질 영역 1타 강사! 뉴블랙 학원 원장 주우선입니다. 주야장천 수험생들의 성적을 우선하는 의미에서 꼼꼼하게 지은 이름이죠!
-거짓말! 10초 전에 지었잖아요!
-그만큼 신속함을 자랑한다는 뜻이죠. 신속 정확 풀이! 그것이 바로 저희 뉴블랙 학원의 모토입니다.
너무나 뻔뻔한 어조에 수플레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어조.
칠판을 가리키는 익숙한 손짓.
입시 설명회를 하는 원장님 포즈로 서 있던 우주가 박수를 치며 말했다.
-수험생 여러분!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2017 뉴블랙 모의고사, 어떠셨나요? 재미있으셨나요?
-오늘 풀어 보신 문제들을 저희가 직접 해설해 드리려고 합니다.
인터넷 강의 업체 ‘하이퍼스터디’와 제휴를 했다는 말이 중간에 들려왔다.
그래서 그런지 정말 인터넷 강의를 보는 느낌이었다.
깔끔하게 정장을 입고 안경을 쓴 리혁이 해설해 주는 1교시부터 원장님이 직접 강의하는 5교시까지.
비주얼도 비주얼이지만 멤버들로부터 직접 듣는 비하인드가 너무 좋았다.
-<시댁을 터뜨렸습니다>에서 카메오 출연을 했을 때는 멤버들에게 비밀로 했어요. 조금 부끄러웠어서…….
문제 해설을 해 주면서 중간중간 ‘저 때 그랬어요’ 하면서 비하인드를 들려주는데 수플레들에겐 아주 훌륭한 떡밥들이었다.
‘그런 비하인드가…….’
‘비주 접시 깨먹은 게 중현이었구나. 얼른 비주한테 일러야지.’
‘허 의경도 비하인드가 있었네.’
그중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바로 5교시 우주 영역 해설이었다.
비하인드에서 공개된 적 없는 작곡 비화나 수록곡들을 만들 때 어떻게 만들었는지.
강의 중에 해당 곡을 틀어 놓고, 곡 해설을 해 주는 모습이 너무나 좋았다.
아 이 수록곡이 이런 의미였구나 하기도 하고.
‘알찼다.’
그렇게 문제 풀이 강의 영상들의 시청을 끝냈을 때쯤.
지이이잉!
불현듯 울리는 핸드폰 진동에 수플레들이 눈을 큼지막하게 떴다.
‘미친!’
Y앱 알림이었다.
[깜짝 라이브 시작]
뉴블랙 : (๑˃̵ᴗ˂̵)و 이제 저희가 문제를 풀어 볼 시간이에요
손가락으로 다급하게 와이앱을 눌렀다.
흔들리는 화면.
벅-
버버버벅-
벅- 벅-
‘이 새끼들 서버 증설은 대체 언제 하는 건데!’
Y앱 측으로서는 억울할 만한 비판을 하던 수플레들의 눈앞에 최애의 모습이 나타났다.
숙소 부엌 탁자에 앉아서 문제지를 든 5인조.
서리혁이 출제한 30개 문제 모두를 푸는 이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1번 문제를 보자마자 분개하는 멤버들의 모습에 수플레들이 웃었다.
-아이!
지호가 한탄했다.
-수플레들한테 이런 문제 주면 어떡해요?
-이게 뭐가 어때서.
리혁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중학교 교과 과정 통과하면 누구나 풀 수 있는 문제야.
뽀각.
문제를 풀고 있던 중현이 뽀각- 하며 펜을 부러뜨렸다. 힘없이 부서진 펜을 바라보던 리혁이 말을 바꿨다.
-무, 물론 못 풀 수도 있지만요.
-후우, 아 진짜 어렵다. 이거 어떻게 풀지? 중학교 수학 시간에 배웠던 거 같기도 한데…….
-진짜 어려운 거 아니에요. 기본적인 등식만 풀면 맞힐 수 있는 거니까.
멤버들이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막내가 말없이 종이에 샤프를 슥슥 하고 있는 맏형을 바라보며 물었다.
-형, 뭐 해요?
-잠시만. 풀었다.
사실 수플레들이 생각하기에도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일말의 당황도 없이 슥슥 손으로 문제를 푸는 우주의 모습에 다른 멤버들이 눈을 깜빡거렸다.
-150그램 아닌가?
-…….
-이거 그냥 풀리잖아.
‘역시’ 하는 리혁을 제외하고 멤버들의 얼굴에 감도는 짜증.
수플레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고 보니 우주… 1등급이었지.’
갈현동 의인 시절 공개된 모의고사 성적이 올 1등급이란 사실을 기억해 낸 수플레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고3 수플레들이 Y앱을 틀어 놓은 채 수학 문제집을 폈다.
‘내가 저 오빠 걱정을 할 때가 아니야. 내 인생이 걱정이지.’
‘데뷔 안 했어도 서울대 갔을 인간…….’
‘오늘따라 왜 이렇게 얄밉지.’
이윽고 다 같이 문제를 풀면서 깔깔 웃기도 하고, 이번 주 음방에 얽힌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팬들과 즐겁게 웃으며 소통하던 멤버들이 중간중간 이의신청도 받았다.
시험 문제에 대한 질문이나 항의.
소금물 1번 문제에 쏟아지는 항의에 리혁이 벌건 얼굴로 대꾸했다.
-…주, 중등 교육 과정을 이수하면 풀 수 있는 문제였다고요.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조용히 숨죽이고 있던 어느 수플레들이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삐약, 삐약.
올망졸망한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등장하는 삐약이들.
“안 배웠는데…….”
초등학생 수플레들이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채팅창에서 눈물을 흘렸다.
-안 배웠는데..
-ㅠㅠㅠㅠㅠ학교에서 안 가르쳐 줬어요
-미워요
-선행학습해야 풀 수 있는 문제인데.. 서운해
-저거 맞는 말입니다. 저 국민학생인데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읍니다.
-88올림픽 보느라 수학 공부 못했단 말이에요ㅠㅜ
-요즘도 학교 문방구에서 아폴로 팝니까
-나때는,, 교련도 하고 그랬단 말이여,,
중간중간 눈치 없이 끼는 어른들에게 눈을 흘기던 초등학생 수플레들이 초롱초롱한 눈을 떴다.
‘초등학생은 못 푸는데!’
허를 찔린 사람처럼 멍한 얼굴로 바라보는 서리혁.
-내, 내가 이런 실수를 하다니…….
-괜찮아. 리혁아. 만회하면 돼.
비주의 따스한 위로를 듣던 리혁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1번 문제는 모두 정답 처리하도록 할게요. 동의?
-동의.
그 말과 함께 리혁의 뒤에 있던 비주가 화면을 향해 눈을 찡긋거렸다.
‘저 잘했죠?’ 하는 듯한 눈빛에 수플레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와아아아아아!
-우리가 이겼따! 뉴블랙을 이겨 버려따!
-삐약! 삐약!
병아리가 날개를 파닥파닥 하듯이 기뻐서 방방 뛰는 초등학생 팬들.
그리고 그들을 방패막이 삼아 뒤에 숨어 있던 어른이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초등학생이다. 강하지.’
‘뉴블랙 한정으로 상성이 참 좋아.’
‘아줌마 아저씨들이 많이 고마워. 얘들아.’
오늘도 ‘뉴블랙은 초등학생과 유치원생을 이길 수 없다’는 명제를 증명하며 코를 쓱 비비는 팬들이었다.
* * *
뉴블랙 모의고사 다음 날.
월요일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서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목적지는 뉴욕.
이제 동부 지역 프로모션을 할 차례였다.
“으으으…….”
막내가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뭔 토크쇼가 여기저기 나뉘어 있고 그래 가지고. 그냥 하나로 통합하고 그러지.”
“땅덩이가 커서 그래.”
미국이란 나라에서 활동을 하면서 깨달은 사실 중 하나가 바로 땅이 어마어마하게 넓다는 사실이었다.
그 때문에 문화 중심지도 두 곳으로 나뉘어 있다.
하나는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하는 미국 캘리포니아 서부 지역이고, 또 하나는 바로 브로드웨이 등을 중심으로 한 뉴욕이다.
사실 세계 영화 시장을 이끄는 할리우드가 있는 서부가 넘사벽이지만, 동부는 문화 역사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다. 그래서 뉴욕을 중심으로 하는 토크쇼들도 꽤 많은 편이었다.
일단 대부분의 토크쇼도 동부 시간으로 먼저 나가니까.
이번에 우리가 방문하고자 하는 곳도 바로 브로드웨이 등에 위치한 토크쇼들이었다.
비주가 스케줄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빡빡하긴 하지만 그래도 일주일이면 편하게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비주야.”
“네?”
“우리 월화수 일정이야. 목요일 음방이니까.”
“…….”
비주가 비행기 창가에 머리를 기대고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보며 웃고는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메트로, 음원 차트 ‘1위’.. “우주선이 또 해냈다”
-독특 이색 프로모션으로 국내 공략 나선 뉴블랙.. “우리는 K팝 그룹”
-셀럽 챌린지 영상 화제, 틴스피릿 ‘뉴블랙 형들 축하해’
VMA 이후로 진행한 프로모션 반응들이 몹시 좋다.
뉴욕과 LA, 시카고 등의 지하철역 세트를 배경으로 찍은 안무 영상들도 가파르게 조회수를 올리고 있고.
우리가 셀럽들에게 부탁한 후렴 안무 챌린지 영상들도 줄지어 올라오고 있다.
VMA 이후로 뮤비의 조회수도 급상승하면서 동시에 미국 음원 차트들에서도 순위가 확 올랐다.
“기대해 봐도 되려나.”
“뭘요?”
중현이가 뒤에서 고개를 쏘옥 내밀었다. 내가 속삭이듯 말했다.
“오늘 빌보드 핫 100.”
“어? 그거 오늘 아니고 이따 새벽에 나오잖아요.”
“미국 동부 시간으로 점심쯤에 나올걸.”
계산을 다시 해 봐야 하긴 하는데.
현지 시간으로 월요일 오후쯤에 업데이트가 되니까, 우리가 비행기를 타고 도착하고 얼마 후에 올라올 거다.
“이번에 성적 보면 기대해 봐도 될 것 같긴 한데. 잘 모르겠다. 너무 기대하면 또 실망할 거 같기도 하고.”
“인터넷에 막 예측 순위 그런 거 있던데요.”
“그래…?”
솔깃해서 핸드폰에 손가락이 꾸물- 하고 올라갔는데, 그냥 안 보기로 결정했다.
빌보드 Hot 100.
우리 노래가 지금 미국에서 얼마나 인기 있는지를 보여 주는 지표를 생각하니 가슴이 콩닥콩닥하다.
“잘 나오겠지…….”
우리도 최선을 다했고, 회사도 최선을 다했고.
현지 프로모션을 담당한 에이전시와 레코드사도 최선을 다했다.
그저 남은 것은 결과뿐.
띵-
[승객 여러분,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비행기는 이제 이륙하겠습니다.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좌석벨트를 매셨는지…….]
영어로 이어지는 방송을 들으며 비행기 특유의 고오오오- 하는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차분하게 긴장을 풀고.
평소처럼 이륙메이트인 닭 인형 브루스를 꼬옥 누르며 심신의 안정을 찾았다.
꽤애애애애액-
꽤애애애액-
눈을 감고 이륙을 마치고.
좌석 화면 속에서는 비행기가 인천국제공항을 벗어나 미국 뉴욕의 JFK 공항을 향해 느릿하게 날아가는 걸 지켜보았다.
“……이미 다 봤던 것들이네.”
넷플러스를 할 일 없이 뒤적거리듯 비행기 영화 리스트들을 훑어보며 시간을 때웠다.
14시간의 비행.
중간에 속이 울렁거린다면서 헛구역질을 하는 리혁이를 챙겨 주고, 지루하다며 용트림을 트는 막내랑 놀아주고.
차분하게 이어폰을 나눠 끼고 잠을 자는 비주와 중현이를 바라보며 나도 바깥 구름을 멍하니 구경했다.
그렇게 14시간의 비행이 끝나고.
“와아아아아아아아-!”
열화와 같은 비명, 함성으로 우리를 반기는 수플레들에게 손을 흔들며 입국했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씨.
버스에 탑승하는 우리에게 석환 형이 물었다.
“밥부터 먹을까?”
“좋아요~!”
“밥 먹지 말까?”
“그것도 좋아요~!”
“……너희 안 듣고 있구나.”
멍하니 예이~! 하고 웃던 우리가 머쓱하게 웃었다. 막내가 뒤통수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 이게 머리가 멍하고 딴생각도 안 드네요.”
“나도.”
“나도 그래.”
점심으로 차이나타운에 있는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하기로 결정하고는 동생들과 핸드폰을 들었다.
“언제 뜬다고 했지?”
“이거 보니까 무슨 트위터로 ‘이번 주 10등까지!’ 하고 발표하고 나서 그다음에 차트 업로드 된대요.”
“좀 기다려야겠구만.”
레스토랑에 도착한 후에도 계속해서 핸드폰으로 빌보드의 공식 트위터를 새로고침했다.
침이 바싹바싹 말라서 잔에 담긴 차를 홀짝이고.
게 요리와 딤섬 등을 깨작거리다가 다시 핸드폰을 바라보며 물을 마시고 있을 때였다.
“떴다!”
“떴어?!”
놀라서 핸드폰을 쳐다보던 우리가 이내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웃음을 터뜨렸다.
“바보같이…….”
“이거 10위까지잖아.”
“아, 괜히 긴장했네.”
그런 생각을 하며 이후에 업로드 될 Hot 100 정식 차트를 기다리려고 할 때였다.
“음?”
Hot 100 차트 10위까지의 순위.
내가 잘못 봤나?
눈을 깜빡이며 침을 삼켰다.
“……어어?”
그곳에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 무언가가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