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16)화 (716/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16화

“다들 인사들 해요. 뉴블랙 왔으니까.”

“안녕하세요!”

김익환 감독님을 따라 들어간 회의실에는 대여섯 명 정도의 남녀가 있었다.

조명, 음향, 기술 등 저마다 각 분야를 맡고 계신 감독님들이었다.

그 속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의 얼굴도 있었다.

“아니 이게 누구야!”

“감독님!”

“이야, 진짜 오랜만이다. 우주야.”

두 팔을 활짝 벌리는 중년 남자에게 다가가 가볍게 포옹했다.

바로 평창 올림픽의 음악 감독인 강만석 감독님이었다.

“잘 지내셨어요? 이게 진짜 얼마 만이에요. 슬립 때 뵙고 나서 거의 처음 아니에요?”

“그렇게 오래 됐나?”

감독님이 뺨을 긁으며 웃었다.

“하도 TV에서 보니까 나는 어제 보고 또 오늘 본 거 같네. 어딜 가든 너희 얼굴이 보여서 말이지.”

주변 사람들이 공감한다는 듯 웃었다.

우리와 강만석 감독님을 번갈아 보던 김익환 총감독님이 물었다.

“이 조합은 또 예상 못했는데, 우리 강 감독님이랑 뉴블랙은 구면이었나 봐요.”

“네.”

비주가 웃으며 답했다.

“예전에 저희가 드라마 ‘슬립’에서 OST 작업했을 때, 그때 감독님이 OST를 맡아 주셨어요.”

“아아. 그런 인연이…….”

15년도에 방영했던 GTV 장르 드라마 <슬립>.

지호가 허 의경으로 카메오 출연했던 드라마 OST 작업을 할 때, 나와 굉장히 죽이 잘 맞았던 분이었다. 마치 리혁이가 노재현 선생님과 케미가 잘 맞았듯이 나와 음악적 성향부터 취향까지 몹시 비슷했다.

모르는 분들 사이에서 봐서 그런지 유독 반갑다.

“우선 자리에 좀 앉을까요?”

장내를 정돈시킨 김익환 감독님이 자리에 앉아 있는 감독님들을 하나하나 소개시켜 주셨다.

폐회식 연출을 맡은 감독님을 시작으로 화려한 면면이 보였다.

“여기는 우리 조명 담당하는 이백호 감독. 조명 담당답게 사람이 좀 반짝반짝거리죠?”

“하하, 반갑습니다.”

“여긴 우리 유미나 기술 감독.”

“잘 부탁드려요.”

인사하는 감독님들에게 우리도 마주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러곤 동생들과 눈빛을 교환하며 감탄했다.

‘진짜 올림픽이구나.’

‘라인업이…….’

그야말로 업계 최고 전문가들이 총출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조명 감독님부터 안무 감독님까지 공연 업계 관계자라면 누구나 이름을 한 번씩은 들어 본 사람들이다.

“우와…….”

막내가 말했다.

“이렇게 유명한 분들과 회의를…….”

“풉!”

입을 벌리고 감탄하는 우리 모습에 감독님들이 민망한 웃음을 터뜨렸다. 기술 담당인 유미나 감독님이 손부채질을 했다.

“진짜 유명한 분들이 저희한테 유명하다고 하면 어떡해요. 어우, 민망해. 너무 부끄러워.”

“이거 반대여야 하는 거 아니야? 우리가 더 신기한데.”

“그럼 양쪽 다 유명한 걸로…….”

비주의 수줍은 타협에 사람들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화기애애해진 분위기를 슥 눈여겨보던 김익환 감독님이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며 웃었다.

“그럼 회의 들어가 볼까요?”

“예!”

곧이어 폐회식 무대에 대한 회의가 시작됐다.

사실 회의라기보다는 주로 감독단 측에서 ‘이러이러한 걸 하고 싶다’ 하면 우리가 알았다고 하는 식이었다.

애초에 이미 무대 내용은 확정이 된 터였다.

“IOC에도 이런 내용을 기초로 해서 연출안을 보내서 검수도 받았어요. 아무 문제없을 겁니다.”

보통 올림픽은 1년 전부터 개막식, 폐막식 연출안을 IOC에 보내서 검사를 받는다고 한다.

혹시 개막식 등에 정치적인 퍼포먼스가 들어갈까 미리 검열한다는 건데, 쉽게 말해 강대국들 보기에 거슬리는 내용이 없는지 점검하겠다는 거였다. 딱히 정의로운 기준은 아니고.

평창 올림픽도 이미 3월 달부터 연출안을 보내 IOC에 점검을 받은 터였다.

“그렇다고 해도 디테일적인 부분에서는 얼마든지 수정이 가능하니까 뉴블랙 측 의견도 자유롭게 듣고 싶어요. 원래 아티스트의 무대라는 건 외부 간섭 없이 자유로울 때가 제일 멋있으니까.”

“자유롭게 이야기해도 되나요?”

“그럼요.”

“정말로 자유롭게……?”

“네.”

편히 이야기하라며 웃는 이들의 모습에 내가 중현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중현아.”

“네.”

“꺼내렴.”

중현이가 바닥에 내려놓은 백팩 지퍼를 열고는 두툼한 서류뭉치를 꺼내 들었다.

김익환 감독님이 허허 웃었다.

“준비를 참 많이 해 왔네요.”

“아, 아직 끝이 아닌데…….”

“예?”

“더 있거든요.”

평창 올림픽의 K팝 무대에 대한 우리의 아이디어가 담긴 서류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탑처럼 쌓아 올라가는 서류 뭉치에 감독님들이 수군거리는 목소리가 들린다.

“저거 가방에는 어떻게 들어간 거야?”

“중현 씨잖아. 힘으로 넣었겠지.”

“나는 저 가방이 더 대단한데.”

회의실 탁자에 쌓인 문서의 탑을 가리키며 우리가 어색하게 웃었다.

“저희가 메인 퍼포머로 선정된 다음부터 매일매일 아이디어 회의를 했던 건데요. 혹시 참고하실 생각이 있으시다면…….”

“좋죠. 너무 좋죠. 아이디어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총감독님이 기분 좋게 웃는 동안 IT 담당인 유미나 감독님이 노트북 자판을 톡톡거리며 물었다.

“그런데 이 정도 분량이면 USB 하나에 다 들어갔을 거 같은데, 문서라서 용량도 크지 않고.”

“…….”

“USB에 넣어 오면 훨씬 더 편하지 않았겠어요? 우리가 불편하다는 게 아니라 당사자들도 들고 오는 입장에서…….”

“…….”

전혀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동생들과 같이 입을 멍하니 벌리다가 이내 입을 닫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보, 보안 때문예요.”

“아하~~”

“보, 보안이 중요한 상황에서 USB는 분실시에 큰 위험이 될 수도 있으니까.”

“아~~”

하나도 안 믿어 주시는 거 같다.

뺨을 씰룩거리며 웃음을 참는 감독님들에게 결국 이실직고했다.

“너무 바보 같았네요. 거기까진 생각을 못했어요.”

“그럴 수 있죠.”

감독님들이 분야별로 나눠진 우리 아이디어 서류를 가져가며 고개를 끄덕였다.

총감독님이 말했다.

“잘됐네요. 안 그래도 뉴블랙 무대 때문에 골치가 아팠거든요. 이게 우리가 연출 전문가들이긴 한데, 또 K팝을 전문적으로 아는 사람은 없거든. 그래서 골이 좀 아프던 차였어요.”

그 동안 서류를 살펴본 감독님들이 평가를 내렸다.

“이거 아이디어 괜찮은데? 예산만 아니면…….”

“아이고. 이건 예산이 힘들겠는데.”

예산 때문에 기각될 만한 것들이 많긴 했지만 감독님들이 대체로 좋은 평가를 내려 주고 있었다.

리혁이가 물었다.

“예산이 많이 부족한가요?”

“뭐, 국민들이 걱정이 많잖아요. 브라질 리우 때처럼 올림픽하고 나서 경제가 파토난다 하고 그러니까, 정부도 덩달아서 걱정이 많고. 이래저래 예산이 부족한 상황이에요.”

4년 전 소치 동계 올림픽과 비교해서 개막식 예산이 10분의 1 정도라는 답이 들려왔다.

총감독님이 웃었다.

“그래서 우리가 뉴블랙한테 고마운 거예요. 사실상 노 개런티로 출연을 해 준 거니까.”

올림픽에 출연하는 유명 가수들은 대부분 노 개런티 출연이다.

런던 올림픽 때 비틀즈의 멤버가 계약금으로 1파운드만 받고 폐막식에 출연한 것처럼 우리도 이번에 명목상 계약금 정도만 주고받은 터였다.

내가 웃으며 말했다.

“올림픽이잖아요. 솔직히 인생에 한 번 할까 말까 하는 무대인데 오히려 불러 주시는 게 영광이죠.”

“저희 너무 설레요.”

“당일에 무대 할 생각하면 벌써부터 두근두근하고.”

우리 대답이 몹시 만족스러웠는지 김익환 감독님과 다른 감독님들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죠. 올림픽이죠.”

“올림픽이지.”

다들 공감하는 표정이었다.

올림픽 무대.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공연 관계자나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어쩌면 일생 한 번뿐일지도 모르는 무대였다.

지호가 진지하게 말했다.

“이번이 아니면 저희가 할아버지 됐을 때 올림픽 무대 나가는 거니까요.”

미래의 대한민국 올림픽에서 지팡이를 짚고 달달달 떨며 무대로 올라가는 5인조를 상상하다 다 같이 웃음이 터졌다.

그때 되면 5인조가 아닐 수도 있다는 내 말에 또 한 번 회의실에 떠들썩한 웃음이 감돌았다.

유쾌하고 즐거운 분위기였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무대에 관한 회의를 끝마칠 때쯤, 강만석 감독님이 내게 물었다.

“참, 우주야.”

“네, 감독님.”

“개막식에 쓸 뉴블랙 노래 편곡 좀 부탁해도 되겠니? 각국 선수단 입장할 때 쓰려고.”

선수단이 입장할 때 울려 퍼지는 K팝 메들리에 우리 노래가 들어간다는 모양이었다.

흐뭇하게 웃으며 승낙했다.

이윽고 회의를 파하고 잡담을 나눌 때, 사진을 요청하는 총감독님에게 질문했다.

“그런데 감독님, 저희 말고 다른 세 팀은 누구인가요?”

“아. 보이그룹에는 TNT가 함께할 거고, 걸그룹 쪽에는 데일라잇을 초청했어요. 스케줄이 안 맞는 팀들도 많아서 정말 아쉬웠는데 어쩔 수 없죠.”

2세대 최고의 걸그룹과 보이그룹으로 꼽힌 데일라잇과 TNT. K팝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납득이 갈 만한 라인업이었다.

감독님이 소곤거리듯 말했다.

“그것 때문에도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원래 가수들이 다 안 한다고 피하고 있었거든요.”

“정말요?”

“아시안 게임 때 K팝 콘서트냐고 욕 먹었던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다들 소극적이더라고요. 다행히 이번에 뉴블랙이 나서준 덕분에 가수들을 모집하기가 쉬웠어요. 너도 나도 하겠다고 해서.”

“잘됐네요.”

혹시나 모를 비난이 있다면 뉴블랙이 방어해 주지 않을까? 하는 다른 기획사들의 모습에 웃었다.

어쨌거나 그건 그거고.

TNT 같은 동료 가수와 무대에 같이 선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조금 설레는 기분이다.

조용히 웃고 있는 나와 졸개들에게 감독님이 제안했다.

“이제 회의도 끝났는데, 무대도 한 번 보러 갈래요?”

“네!”

동생들의 얼굴에 발그레한 홍조가 떠올랐다. 아마 나도 비슷한 표정이지 않을까.

꿈에 그리던 올림픽 무대.

그 무대가 펼쳐질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을 방문하기로 했다.

*   *   *

휘이이이이이이잉-

휘이이이이잉-!!!

“…….”

“…….”

침을 퉤! 하고 뱉으면 침이 총알처럼 날아가는 바람.

속된 말로 싸대기를 때리듯이 얼굴을 때리고 지나가는 바람을 느끼며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 한가운데 섰다.

“나 이제야 알 것 같아요.”

리혁이가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

“왜 대관령에 대규모로 풍력 발전 단지가 있는 건지.”

“그러게다….”

“꿈의 무대긴 맞긴 했네여. 그 꿈이 악몽이라는 건 몰랐지만…….”

휘이이이이이잉!

바람 실화인가.

쌩쌩 불어 대는 바람에 매니저들이 다가와 겉옷을 덮어 주었다.

“고, 고마워요.”

펄럭! 펄러러러러럭!

휘이이이이잉!

심상치 않은 바람을 바라보며 김익환 감독님과 다른 감독님들이 익숙한 듯 허허허 웃었다.

“오늘따라 바람이 부드럽네.”

부드럽다고요?

이게?

이게 부드러운 거라면 거셀 때는 폭풍우라도 부는 건가 싶었다.

4만 석의 관중석을 지닌 스타디움을 멍하니 둘러보는 우리에게 감독님이 훈훈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기가 원래 명태 말리는 덕장 자리였대요. 그래서 그런지 바람이 아주 잘 불어. 허허허.”

“…….”

“이 동네가 바람 세게 불면 티코도 날아가는 동네거든. 마침 경기장에 지붕도 없어 가지고… 지붕 씌우려면 또 돈이 많이 든대요. 허허허. 겨울에는 그냥 얼어 죽으라는 거지. 허허허!”

어딘가 모르게 초탈한 미소였다.

감독님들이 웃었다.

“허허허허허.”

“허허허허허!”

감독님들도 기뻐서 웃는 게 아닌 듯했다.

그동안 우리는 중현이를 중심으로 모였다. 드라큘라 백작처럼 중현이가 거대한 담요를 펼치고, 우리가 안에 들어갔다.

막내가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

“지, 지금 9월 아니에요? 뭐지? 이 바람…?”

“아무리 봐도 이거 가을이 아닌데.”

겨울바람이 ‘가을’이라고 적힌 복면을 쓰고 칼을 휘두르는 것 같았다.

뺨을 파들파들 떨던 비주가 긍정적인 것을 찾았다는 듯 눈썹을 치켜떴다.

“그, 그래도 이 정도 바람이면 극복할 만하지 않을까요?”

“그렇죠!”

김익환 감독님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 바람이면 의지력으로 극복할 수 있죠!”

“그, 그렇죠?”

“하지만 그걸 염두에 둬야죠. 지금은 9월이고 올림픽이 열리는 건 2월이라는 것을…….”

“…….”

“허허허허허!”

감독님들의 웃음을 따라 우리도 웃음을 터뜨렸다가 이내 거대한 스타디움을 둘러보며 눈물을 흘렸다.

“…….”

“…….”

아.

바람에 미세먼지라도 가득한 걸까.

왜 이렇게 눈이 뿌연 거지…?

“벌써부터 미래가 그려져여, 형들. 눈보라 휘몰아치는 무대에서 춤을 추는 우리 모습이…….”

“일 평균 기온이 영하 19도까지 간 적도 있대요.”

“그래도 죽진 않겠지.”

“죽을 만큼 추울 뿐…….”

임진각 새해 무대를 하던 선배 가수들도 여기 온다면 아마 진정한 추위가 뭔지 깨닫게 되지 않을까.

“후우…….”

동생들과 담요를 덮어쓰고 중현이가 어미 캥거루 같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을 때였다.

막내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레이트한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자제해.”

“아 진짜 좋은 아이디어인데! 그래도 이야기나 한 번 들어 봐요.”

이윽고 속닥속닥하는 막내.

그 말에 우리가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방법이…….”

주변에서 궁금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김익환 감독님에게 우리가 말했다.

“감독님.”

“네?”

“저희가 기우제 좀 지내도 될까요? 기우제 반대 방향 버전으로.”

웃음을 터뜨리던 감독님이 하고 싶은 대로 해 보라고 말했다.

곧이어 중현이가 마시고 있던 커피가 담긴 텀블러를 쭉 내밀었다.

“하늘님. 하늘님.”

“하늘님.”

“개회식과 폐회식에 날씨가 좋도록 도와주세요. 도와주실 시 사례하고, 안 도와주실 시 원망하겠습니다.”

“원망하겠습니다.”

경건하게 기도를 올리는 우리 모습에 감독님들도 다가와 같이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제발 날씨……!”

“날씨 좀 좋게 해 주세요!”

“제발!”

제사장처럼 젤리 주문을 외는 중현이를 필두로 비주가 굿판을 벌이듯 하늘을 기쁘게 하기 위한 춤을 추었다.

그리고.

그런 우리에게 화답하듯이.

“어…… 먹구름이 몰려오는데요?”

“…….”

“…….”

비구름을 가득 머금은 하늘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

“…….”

중현이가 무언가를 깨달은 듯 뒤통수를 긁적였다. 머쓱한 미소가 입가에 떠올라 있었다.

“아.”

“왜?”

“……반대로 빌었어야 했는데.”

“아.”

그러네.

감독님들, 그리고 동생들과 훈훈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기도를 반대로 하기 시작했다.

*   *   *

올림픽 회의를 위해 평창에 다녀온 다음 날.

화요일 아침에 일어난 우리에게 놀라운 소식이 도착했다.

[Billboard HOT 100]

1. Divine Rules - Cold Brown

2. METRO - The New Black

3. Stay - Rogan Smith ft. Louis Leight

메트로가 빌보드 핫 100 차트 2위에 올라서 있었다.

“얘들아아아아! 어극!”

방에서 뛰쳐나오다가 미끄러져서 넘어질 뻔했다.

다행히 반 바퀴 정도 공중제비를 돌고 착지해서 동생들의 방문을 두드렸다.

“얘들아아아아아!”

“아, 왜요.”

“비, 빌보드 2위다!”

“어어어?!”

오늘만큼은 아랫집도 층간소음을 인정해 주지 않을까.

동생들과 와아아아! 하면서 방방 뛰었다.

“미친! 2위!”

“와! 미국에서 2위! 대박이당! 태어나서 영어로 2등을 해 본 적이 없는데!”

“와아아아아아!”

정말 산뜻한 하루의 시작이었다.

아침에 밥을 차리는 비주가 룰루랄라 휘파람을 불면서 중현이 밥을 평소보다 더 예쁘게 퍼줄 정도. 전기밥솥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김조차 아름다운 형상으로 보이는 아침이었다.

저번 주 4위에서 이번 주 2위로 상승.

첫 주가 피크가 아니고 더 올라갔다는 것은 우리의 노래가 미국 대중들에게 먹히고 있다는 증거였다.

아니나 다를까. 인터넷이 온통 그 소식으로 도배되어 있다.

-뉴블랙, 메트로 ‘4위 → 2위’.. “역대 최고 기록”

-뉴블랙 또 신기록.. 빌보드 Hot 100 ‘2위’ 돌파

-뉴블랙, METRO 다음 주 빌보드 핫 100 1위 갈까.. 네티즌 “부정 타게 기자들 설레발 치지 말라”

4위에서 2위로 슥 올라간 것 때문인지 다음 주에 1위까지 차지하는 거 아니냐며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여간 아침부터 기분 좋은 소식이었다.

1층에서 차량을 대기하고 있던 종완 씨와 민수 씨도 축하 인사를 건네 왔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해요.”

정말 여기저기서 축하 인사가 빗발치고 있었다.

1층 로비로 내려왔을 때는 경비원 분이 틴스피릿이 준비한 선물을 건네주기도 했다.

‘ㅊㅋㅊㅋ~’라고 대충 적힌 포스트잇이 붙은 상자.

“오오오오.”

검은 바탕에 하얀 글씨로 [빌보드 가수]라고 붙은 티셔츠였다.

그 정성에 감격해서 모두 옷을 갈아입었다.

회사에 도착해서도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웃음을 터뜨리며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네 왔다.

“축하해! 얘들아!”

“감사합니다! 저희가 오늘 한 턱 쏠게요!”

“우아아아! 회식한다-!”

기쁨 가득한 비명을 지르는 직원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회의실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 문 앞부터 회의실까지 깔린 레드카펫에 웃음을 터뜨렸다. 융단이 멈추는 끝자락에 대표님이 반짝거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내가 말한 반짝거림은 바로 대표님이 들고 있는 케이크 위의 LED 전광판이었다.

[빌보드 2위!]

[내 마음속 1위!]

둥실둥실 춤을 추는 대표님과 같이 춤을 추면서 즐겁게 웃었다.

회의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직원들도 다가와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넸다. 즐겁게 인사를 주고받고 케이크 조각을 분배한 후.

회의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직원들에게 물었다.

“그런데 오늘 무슨 사업 설명회를 한다는 거예요?”

오늘 우리가 회사를 찾은 이유는 바로 회사 측에서 설명할 것이 있다면서 참석을 요청했기 때문이었다.

호기심 가득한 시선을 던지는 우리에게 조규환 이사님이 미소를 지었다.

“너희와 관련된 사업 설명회야.”

“……?”

저길 보라는 듯 가리키는 이사님의 손가락을 따라 우리의 시선이 움직였다.

그리고.

“아!”

PPT 슬라이드의 제목을 보고 우리 모두 똑같은 감탄사를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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