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17)화 (717/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17화

회의실 PPT 화면에 적혀 있는 슬라이드 제목.

[신규 사업 : TV 부문 사업 설명회]

그걸 보자마자 동생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막내가 부릅뜬 눈으로 이사님에게 고개를 획 돌렸다.

“이사님! 저희 회사에 TV 채널 생겨요?!”

“음.”

조규환 이사님이 미소를 지으며 턱을 매만졌다.

“그리 거창한 건 아니고, 이번에 케이블 TV 채널 하나를 인수하기로 했거든. TV 채널이 생긴다는 사실만 따지면 그렇긴 하지.”

“우와……!”

“너희가 생각하는 그런 규모는 아니야.”

“그래도 회사에 TV 채널이 생기는 거잖아요!”

이건 예상하지 못했는데.

우리와 관련된 사업 설명회라고 해서 ‘왕봉이를 뛰어넘는 킹봉이’나 ‘왕봉이를 이용한 왕떡볶이 사업’ 같은 것을 생각하고 있었던 터였다.

회사 사업에 TV 채널 부문이 생길 줄이야.

“그동안 엄청 바빠 보이셨던 게 이거 때문이었네요. TV 채널이면 언제 생기는 거예요? 내년?”

호기심에 가득 차 묻는 우리에게 조 이사님이 웃으며 손짓했다.

“우선 앉자. 지금부터 설명해 줄 거니까.”

“네!”

박규호 대표님이 반질반질하게 닦아 놓은 상석들에 앉았다.

푹신한 의자에 앉자, TV 사업 프로젝트의 담당자로 보이는 팀장님이 스크린 앞에 섰다.

불이 꺼지면서 PPT 화면이 더욱 선명해졌다.

“이번 TV 채널 프로젝트 사업은…….”

집중해서 프레젠테이션을 들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자리에 참석한 직원 분들은 대부분 알고 있는 이야기인 듯했다.

내용을 들어 보니 사업을 앞으로 추진하겠다고 하는 설명회도 아니었다.

기획과 진행이 다 끝난 후에 ‘이런 이유로 한 사업입니다’ 하고 우리에게 설명해 주는 느낌이라고 할까.

“이번에 런칭하는 TV 채널의 목표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채널입니다. 음악, 예능, 드라마 등의 분야에 있어서 업계를 이끄는 선두주자가 되는 것이 목표이며…….”

회사에서 신규 런칭하는 채널의 목표는 현재 K-net의 모기업에서 운영 중인 드라마, 예능 전문 채널 GTV인 듯했다.

장르물의 명작으로 불리는 <슬립>을 포함해 시청률 10%를 넘는 드라마를 다수 보유한 드라마 명가 GTV.

설명을 들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런데 우리는 왜 불렀지?’

‘그러게요?’

프로듀싱이나 A&R이 아닌 분야는 회사가 알아서 할 문제였다.

우리가 딱히 코멘트할 부분이 아닌 파트.

그랬기에 드라마 제작사나 게임사를 인수한다고 해도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는 편이었다.

“저희가 이번 TV 사업을 추진한 이유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뉴블랙 TV와도 어느 정도 연관성이 깊습니다.”

우리의 눈이 반짝였다.

비주가 손을 들고 물었다.

“저희랑 어떤 상관이 있나요?”

“네, 이번 TV 사업은 뉴블랙 TV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로도 볼 수 있습니다.”

“약점이요?”

“현재 뉴블랙의 미튜브 채널은 뉴블랙 1TV와 2TV로 나뉘어져 있으며, 구독자만 무려 수천만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구독자 수만 따지면 세계 랭킹 상위권에 들고 있죠.”

슬라이드에 우리의 구독자 수 랭킹이 나왔다.

“하지만 여기에는 맹점이 있는데요. 구독자 수와 실제 조회수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맞아요.”

“물론 뮤직비디오를 제외한 다른 컨텐츠들도 조회수가 높습니다만… 구독자 수에 비하면 한참 적죠.”

당연한 일이긴 하다.

구독자가 100만 명이라고 해서 조회수가 꼭 100만 회가 나오는 건 아니니까.

대체로 ‘이 사람 거 봐야지~’ 하고 영상은 안 보는 구독자들까지 고려하면 항상 실제 조회수는 그보다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

“문제는 현재 조회수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그것도 맞는 말이었다.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던 팀장님이 슬라이드를 넘겼다. 거기에 점점 줄어드는 조회수가 보인다.

우리도 걱정하는 부분 중 하나였다.

“저희는 이 부분에 주목을 하였는데요. 대개 인기 미튜브 계정들의 조회수가 줄어드는 이유들을 분석해 보았습니다. 우선 소위 말하는 ‘대기업’이라서 안 본다는 것도 있고.”

“대기업이요?”

“아, 인터넷 용어인데요. 이런 구독자가 많은 계정을 ‘대기업’이라고 부릅니다.”

팀장님이 말을 이었다.

“이유는 다양할 수 있습니다. 대중들이 뉴블랙 컨텐츠에 너무 익숙해진 것일 수도 있고, 혹은 외부적인 요인 때문일 수도 있고. 하지만 저희가 생각하는 가장 큰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슬라이드가 넘어갔다.

“사람들의 집중력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아…….”

지호가 맞다며 손뼉을 쳤다.

“하긴, 저도 5분 넘어가는 영상 보이면 안 누르고 그래요.”

“맞습니다. 가볍게 영상을 보려고 접속한 미튜브 특성상 긴 영상은 클릭을 안 하게 되는데요. 문제는 뉴블랙 분들이 출연한 컨텐츠의 분량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좀 길어지긴 했죠.”

리혁이의 말에 팀장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튜디오 LM을 인수한 이후로 뉴블랙 TV의 컨텐츠 퀄리티가 올라간 것에 비해 대중들의 집중력은 여전히 그대로입니다. 아무리 재미있는 리얼리티를 올려도 30분짜리면 안 보는 것이죠.”

그제야 논점을 파악하고는 입을 열었다.

“하지만 TV는 다르겠네요.”

“그렇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이번에 K-net에서 방영했던 <선우주의 휴식 ‘일’기>가 있습니다. 컨텐츠 제작 역량이 올라가 1시간짜리 리얼리티도 만들 수 있게 되었지만… 정작 미튜브에는 올릴 수 없는 컨텐츠였죠.”

그래서 K-net과 컨택해서 방영을 하게 된 거였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것인 만큼 회사 입장에서도 독자적인 플랫폼이 추가적으로 필요한 상황입니다.”

끝내주는 TV 컨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되었으니 이제 컨텐츠 유통에도 끼어들겠다는 이야기인 듯했다.

팀장님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앞으로는 뉴블랙 TV 사업 부문을 두 개로 나뉘어 운용할 계획입니다. 기존 컨텐츠 업로드는 그대로 하되, 긴 컨텐츠는 TV로도 방영을 하는 식으로요.”

내가 물었다.

“그런데 채널을 런칭하면 케이블로 가게 될 텐데… 사람들이 볼까요?”

“정확한 지적입니다. 그렇기에 새롭게 런칭할 채널은 우선적으로 뉴블랙 TV의 보완적인 용도로 쓰이게 될 예정입니다. 요컨대 업로드 플랫폼 하나가 더 생긴다고 개념으로요.”

“현재의 미튜브 체제는 변함이 없는 거네요.”

“네.”

팀장님이 말을 이었다.

“그런 식으로 병행하다가 채널의 규모가 커지게 되면 변화를 줄 생각입니다. 물론, 미래의 성장에 대한 계획은 이렇게 잡혀 있고요.”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드라마를 비롯해 이런저런 예능 프로그램들에 대한 기획이 쏟아졌다.

지상파에서 퇴직한 PD 분들을 채용하여 예능을 런칭하고.

편성표의 부족한 부분은 외부 인기 프로그램을 우선적으로 구매해 오는 식으로.

중단기 성장 목표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프레젠테이션 말미에 조 이사님이 입술을 뗐다.

“쉽게 돈 벌 수 있는 방법은 정말 많아. 캐릭터 사업을 한다거나 관광객 대상으로 하는 사업 등을 하면 되니까. 하지만 사업은 그런 식으로 단기간적인 돈벌이에만 치중해선 안 돼.”

“…….”

“그래서 너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을 찾은 게 이거야. 미튜브 계정의 단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사업이자 대중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사업.”

이사님이 미소를 지었다.

“물론, 이게 성공해야 맞는 말이 되겠지만… 그리 되도록 최선을 다해 볼 생각이야.”

우리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불안요소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사님이 추진하는 사업이라면 믿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실적이 증명해 주고 있으니까.

작은 제작사를 인수해 예능과 드라마 제작까지 가능한 스튜디오 LM으로 만들고, 게임사도 하나 인수해서 별도의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사람이 바로 이사님이었다.

그리고 플랫폼을 늘리는 계획도 최근에 미튜브를 보면서 우리가 아쉬워했던 부분을 보완해 줄 만한 거였다.

“정말 잘됐으면 좋겠네요.”

회사의 청사진대로만 가면 우리의 니즈는 물론이고, 미래에 엔터 사업을 총괄하는 미디어 업계의 공룡이 탄생하게 될 테니까.

밝은 분위기 속에 회의는 끝났다.

팅커벨처럼 박규호 대표님이 반짝거리며 다가왔다.

“설명회는 잘 들었니?”

“네.”

“조금 늦게 부른 감이 있지만, 채널을 런칭하기 전에 꼭 설명을 해 주고 싶었어. 일부러 부담 가지라고 한 이야기도 아니고.”

뭔가를 해 달라는 것은 아니니 그냥 편하게 듣기만 하라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듣고 가만히 있을 우리가 아니었다.

“그런데 TV 사업 관련해서 저희가 도움을 좀 드려도 될까요?”

“도움?”

“채널이 언제 런칭되나요?”

“아마 이번 추석쯤일 거야.”

“그럼 개국 축하 메시지 안 필요하신가요?”

원래 방송사 개국하면 ‘축하합니다~’ 하면서 메시지 보내고 그러지 않던가.

그런 우리의 말에 대표님이 반색했다.

“개국 축하 메시지 보내 주면 좋지. 안 그래도 시현이랑 회사 배우들이 찍어 주기로 했는데…….”

사실 우리한테 부탁할까 말까 머리를 매만지시며 고민하다가 말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너희 팬들이 얹혀 간다고 안 좋아할 거 같아서.”

“얹혀 가기는요.”

그러고는 대표님에게 눈을 빛내며 물었다.

“이 개국 축하 메시지라는 거요. 대표님.”

“응.”

“저희와 친한 지인들에게도 부탁해도 될까요? 예를 들어 에이플비의 은성이 같은 친구라든가.”

“아. 그 후임 친구? 그런 축하 메시지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허허허. 잔칫집에는 화환이 많을수록 좋은 거니까.”

“그죠?”

동생들과 내가 환히 웃었다.

우리와 시너지를 내기 위해 추진한 사업이라면 우리도 한 손 보태는 게 좋지 않겠는가.

“흐흐흐흐흐.”

“……얘들아?”

“대표님.”

“으, 응?”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동공이 흔들리는 대표님의 손을 잡고 우리가 웃었다.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데 저희가 큰 도움이 될게요.”

*   *   *

NBS.

박규호 대표가 점쟁이에게서 받아 온 이름 중에 ‘TVL’, ‘LTV’, ‘채널 LM’, ‘NBS’와의 최종 경쟁을 뚫고 통과한 이름이었다.

회의가 끝나고 뉴블랙 멤버들에게 최종 검수를 받은 이름.

-음… 내 사견이지만 NBS 어떠니?

-좋은데요?

-허허허! 그렇지? 애들 반응 봐라. 규환아. NBS가 마음에 든다고 그러잖니.

-그런데 뭐의 약자인가요?

-New Black, Scarlet. 이렇게 약자란다. 허허허!

-그런 이름이……!

멤버들이 마음에 들어 하면서 결정된 사명!

그리하여 lemoN Broadcasting System이라는 약자로 NBS가 탄생하게 되었다.

그리고.

새롭게 자리 잡은 방송국의 조그마한 사옥은 신규 채널 런칭을 앞두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영상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어요?”

“예! NBS입니다.”

“지금 보내 주신 자료 확인하고 있거든요. 잠시 회의 하고 나서 바로 연락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바쁘게 전화를 들고 통화를 하거나 채널 런칭 관련하여 밤샘 회의를 하고 있는 직원들이었다.

그중에서 신규 채널 홍보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마케팅팀 사무실.

‘바쁘구만.’

마케팅팀 파티션 한 칸을 차지하고 있는 김대명 과장이 미소를 지었다.

일이 어마어마하게 바쁘긴 한데, 확실히 신규 채널답게 활력이 넘치고 있었다.

‘이제야 살 것 같다.’

NBS로 이직하기 직전,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의 직장은 바로 TJ 엔터테인먼트 홍보팀이었다.

박태준 회장의 영어 곡 프로젝트가 좌초된 이후로 그는 탈주를 결심했다.

영어 곡 프로젝트 준비까지는 어찌어찌 버텼지만, 프로젝트의 실패를 두고 오간 책임 공방 때문이었다.

기획팀에서 ‘홍보팀이 잘했더라면’ 하며 여론을 조성하고, 그게 또 먹히는 모습에 그는 이직을 결심했다.

‘여기라면 새롭게 출발할 수 있어.’

기존 레몬 엔터 홍보팀은 이미 회사 고인물들이 많은 상황.

하지만 이번에 새롭게 시작하는 이곳 NBS에는 여기저기서 넘어온 경력직들이 많았다.

혹시나 또 모르지 않는가.

만약에 이 방송국이 잘 되면 여기서 고인물이 될 수 있을지.

‘잘 됐으면 좋겠다. 뉴블랙이랑 관련된 일을 하면 그렇게 사업이 술술 잘 풀린다고 하던데.’

언론 보도 자료를 조율하고 제작발표회 등과 SNS 프로모션 스케줄을 확인하고 있을 때였다.

“음?”

메일함에 메일이 도착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레몬 엔터 홍보팀으로부터 도착한 메일에는 [개국 축하 메시지 영상]이라고 적혀 있었다.

“뭐예요. 과장님?”

“아, 레몬에서 이번에 쓸 개국 축하 메시지 영상들 원본 보내 줬어요.”

“저번에 보내 주지 않았어요? 곽시현 씨랑 다른 배우 분들 영상 왔잖아요.”

“그게… 이번에는 뉴블랙 분들 영상이라는데요?”

뉴블랙 영상이라는 말에 일을 하던 직원들이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뉴블랙!’

소문이 무성한 뉴블랙의 영상을 구경하기 위해서였다.

직원들이 몰려들 때.

“어?”

“영상 개수가 한두 개가 아닌데요? 뭐지?”

그들의 눈앞에 어마어마한 개수의 영상이 보였다.

폴더 아래에 적힌 파일 숫자 129개.

“뭐죠. 이 현실감 없는 숫자는.”

“…….”

“…….”

상식적으로 뉴블랙이 129개의 영상을 찍었겠냐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정말 그럴 수도 있으니까.

다행스럽게도 폴더를 클릭한 이들에게 나타난 것은 무수한 연예인들의 썸네일이었다.

“저거 이견우 씨 아니에요? 플래카드는 또 뭐지. ‘시상식에 언급해 줘서 고마워요?’라고 적혀 있는데.”

“오? 한태현이다.”

“이게 몇 명이야. 어후.”

“약간 학창 시절에 보면 전교생이랑 친구인 사람들 있잖아요. 그런 스타일 보는 느낌…….”

직원들이 영상을 클릭했다.

[안녕하세요! 한태현입니다. NBS의 개국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라고 선우주 씨가 시키네요.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안뇽하세요! 틴스피릿입니당~! NBS! 번창하시길 바랍니다! 꺄하하!]

[차우현입니다. NBS 개국 정말 축하드립니다.]

한국 연예계의 축소판이라도 해도 될 만큼, 유명 인사들이 가득했다. 직원들이 입을 떡하니 벌렸다.

‘뭐지?’

‘누가 보면 거대 채널 오픈하는 줄 알 것 같은데…….’

‘부담스럽다.’

그렇게 ㄱ부터 ㅎ까지 리스트를 쭉 살피고 있을 때였다.

ㅎ에서 알파벳으로 이름이 넘어갔다.

[Hi!]

미국의 유명 싱어송라이터이자 최고의 셀럽 중 하나인 헤일리 블루가 손을 흔들며 NBS의 개국을 축하했다.

직원들의 표정이 굳어 갔다.

‘이거 일이 너무 커지는데…….’

‘우리 그 정도 규모 방송국이 아닌데.’

‘대체 친구가 몇 명이야?’

핫하게 뜨고 있는 가수 뉴블랙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하는 미국 셀럽들의 인사가 줄지어 나오고 있었다.

누가 보면 CNN이라도 개국하는 줄 알 것 같았다.

조그마한 떡볶이집을 열었는데 할리우드 셀럽들이 SNS에 방문기를 올려서 홍보해 주는 느낌.

“…….”

“…….”

점점 부담스러워지는 개국 축하 영상 속에서 TJ 엔터 출신인 김대명 과장은 깨달음을 얻었다.

‘뉴블랙이랑 같이 일을 한다는 것만으로 일이 술술 풀리는 게 아니었구나. 그냥 절대 망할 수 없게 만드는 거였어…….’

아주 큰 깨달음이었다.

*   *   *

회사에서 추진하는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우리는 작업실 소파에 모여 앉아 기획안을 살피기 시작했다.

“으음…….”

“음…….”

다음 달 초의 추석 때문에 들어온 기획안들이었다.

방송 3사와 종편, 케이블 방송에서 들어온 추석 특집 프로그램들과 관련된 기획안을 빠르게 살폈다.

리혁이가 말했다.

“최대한 가성비가 좋은 스케줄을 찾아야 해요. 짧게 출연할 수 있지만 임팩트가 강한 걸로요.”

스케줄이 너무 촘촘한 까닭에 최대한 짧게 촬영하는 것들만 골라야 한다.

다른 때라면 주세한이나 미프 같은 프로그램 출연을 고려해 보겠지만, 그 정도 시간을 빼는 것도 어려웠다.

그렇다고 마냥 스킵할 수도 없는 것이, 우리의 예능을 기다릴 대중들을 저버릴 수 없었다.

비주가 활짝 웃으며 기획안을 들었다.

“이거 어때요? 마음의 편지 배달! 추석을 맞이해서 그리운 사람들에게 마음의 편지를 전달해 준대요.”

“비주야.”

“네!”

“그럴 시간이 없어. 이메일로 배달하니?”

비주가 살짝 입을 삐죽거릴 때.

중현이가 제안했다.

“김비주의 바보 같은 아이디어 말고, 제 생각을 들어 봐요. 형.”

“그래.”

“짧고 굵게 추석 헬스…….”

“말 그대로 헬이구나.”

비주와 중현이가 서로 기댄 채 내 흉을 보기 시작했다.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자기 마음에 드는 아이디어들을 가져오는 동생들을 보며 혀를 끌끌 찰 때였다.

“형!”

“엉, 막내.”

우리 막내가 좋은 것을 찾았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이거 진짜 신속하게 촬영할 수 있는 거 하나 있어요.”

“그래?”

“네, 하루도 아니고 그냥 1시간 정도 찍고 오면 될 거 같은데요? 그냥 형 30분 앉았다가 오면 돼요.”

“……그런 게 있다고?”

“네. 우리는 불가능하고 형만 가능한 스케줄이에요.”

무슨 소리지?

얘네가 가면 촬영이 길어지고, 내가 가면 촬영이 아주 컴팩트하게 끝나는 스케줄이라니.

그런 마법의 스케줄이 어디 있나.

“그게 뭔데?”

“TBC에서 돌림픽 폐지했던 게 아까웠는지 이번에 추석 특집으로 다른 방송을 준비했대요.”

“……?”

이윽고 막내가 보여 주는 기획안에 동생들이 단체로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그저 혀를 찰 뿐.

“아…….”

고개를 저었다.

“싫어. 우주는 안 나갈래.”

“형. 이거 꼭 나가야 돼요. 형을 위한 스케줄이야.”

“안 나갈 끄야.”

“아니, 나가면 진짜 관심 폭발이라니까여! 절 믿어여!”

“절대 안 나가. 절대로.”

막내의 제안에 나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   *   *

웅성웅성.

“저기 봐. 우주 선배님이야.”

“우주 선배님이 왜 여기 오셨지…?”

“어째서……?”

아이돌들이 수군거리고 있는 스튜디오.

그곳에서 그림 같은 자태를 자랑하고 있는 원탑 아이돌 리더의 모습에 모두가 당황했다.

‘어째서?’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저 선배님이 올 줄이야.

누군가 속삭였다.

“근데 우주 선배님이 오시면 안 되는 곳은 또 아니잖아.”

“그렇긴 해. 근데…….”

누군가 침을 삼키고 말했다.

“여긴 게임 대회잖아…….”

“…….”

“…….”

먼 산을 바라보는 원탑 아이돌의 리더에게 시선이 모였다.

‘왜 온 거지?’

‘큰 웃음을 주기 위해 오신… 건가?’

‘근데 진짜 왜 오셨지?’

이곳은 바로 TBC의 추석 특집 <아이돌 E스포츠 대회> 녹화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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