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24)화 (724/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24화

뉴블랙의 팬이 수천 명이나 운집했다는 소식은 파리 곳곳으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이거 보셨어요?”

8구에 위치한 패션 브랜드 <르루>의 사옥.

마케팅을 담당하는 부서의 직원이 스마트폰을 들고 뛰어 오자, 총괄 디렉터가 안경을 고쳐 쓰고 눈매를 좁혔다.

“이게… 오늘 르블랑 쇼 앞에 모인 인파라고?”

“그렇다니까요!”

직원이 흥분해서 외쳤다.

“패션쇼 역사상 사상 최고의 인파라고 합니다. 뉴블랙을 보려고 유럽 곳곳에 있는 팬들이 모였대요. 현장 나가 있는 친구 말로는 미국이랑 캐나다에서 비행기 타고 온 사람들도 있답니다.”

“……난리도 아니군.”

“이거 우리도 얼른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거 아닐까요? 지금 저 인기를 보세요!”

마케팅 디렉터가 안경을 벗고 턱을 매만졌다.

‘일리가 있어.’

패션쇼 장소에 저 정도로 인파가 모이는 것은 사실 그 자체로 특기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

유명인이 오면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중요한 것은 저런 현상이 불러오는 파급 효과다.

저 정도로 열성적인 팬덤을 지니고 있는 가수가 특정 브랜드의 옷을 입고 시상식에 참석한다? 그날로 해당 옷이 매진이 될 것이고, 그들이 입은 옷에 대한 게시글이 인터넷을 뒤덮을 것이다.

‘여자가 아니라서 아쉽긴 한데…….’

그거야 다른 쪽으로 협찬을 하면 될 일이다.

명품이라고 해서 꼭 의류나 가방만 있는 것이 아니고, 브랜드마다 산하에 남성 시계 브랜드도 있기 때문이었다.

뉴블랙이 무대에 차고 오른 시계!

뉴블랙이 신은 구두!

뉴블랙이 사용한 쓰레기봉투!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돌 정도야.’

K팝의 인지도가 마이너한 유럽에서도 이 정도의 인파가 모였다.

북미에서도 최근 들어 핫하게 떠오르고 있고, 아시아는 말할 것도 없다.

명품 브랜드에서 아시아 전략을 고심할 때마다 언급되던 것이 바로 저 뉴블랙이었다.

-아시아에서 성공하려면 한국을 교두보로 이용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특히나 K팝의 선두주자로 불리는 뉴블랙은 아시아 시장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으로 알아 둬야 할 요소죠.

하지만 지금까지 뉴블랙과 접촉에 성공한 브랜드는 매우 드문 편이었다.

당사자인 뉴블랙이 협찬이라든가, 브랜드 홍보 관련 요청에 대해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안타깝지만 현재 가수들이 앨범 준비로 인해 바쁜 상황입니다. 스케줄을 뺄 시간이 없어요.

본업인 음악 활동이 바쁘기 때문에 연거푸 거절하던 레몬 엔터였다.

그런 아티스트 우선주의 때문에 접촉이 힘들었던 차였는데.

‘이제 기회가 왔다.’

그룹의 리더인 우주가 르블랑의 패션쇼에 섰다.

들리는 바로는 이번 패션쇼가 끝나고 나서 글로벌 앰버서더로 위촉할 계획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르블랑 측에서는 멤버 전원과 홍보 계약을 맺고 싶겠지만…….

‘용납할 수 없지.’

현장에 모인 인파를 본 순간 절대 포기해선 안 되는 기회라는 것이 느껴졌다.

한쪽이 잘 되면 다른 쪽이 배를 움켜쥐고 ‘아이고오오!’ 하면서 통곡하는 것이 패션 업계.

명품 시장이라는 한정된 파이를 나눠 먹는 업계에서 양보란 절대 불가능했다.

“좋아.”

총괄 디렉터가 직원에게 지시를 내렸다.

“뉴블랙 멤버 프로필 정리해 둔 것 있지? 조사팀에 연락해서 뉴블랙 일상 사진이나 행사 사진 좀 보내라고 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1시간 후에 부서 전체 회의한다고 통보해. 최대한 빠르게 움직인다.”

그녀가 창밖의 에펠탑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1명과 접촉한다. 그래야 성공률이 높아.’

지금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은 그들뿐만이 아닐 것이다.

그러니 단체 계약을 맺는 것보다 멤버 1인에게 계약을 제시하는 것이 성공률이 더 높을 것이다. 단체로 묶이는 것보단 개인으로 나뉘는 것이 상대측에게 더 이득일 테니까.

‘우리 브랜드와 어울리는 멤버를 찾는다.’

뉴블랙의 프로필을 일찍이 본 적 있었다.

그들 중에서 브랜드의 패션 철학과 일치하는 멤버를 찾아 계약을 맺는 것이 그녀의 계획이었다.

“……서둘러야 할 텐데.”

고작 20대들 아니던가.

르블랑 측에서 저 어리고 순진한 가수들을 꾀기 위해 지금도 별의별 계획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녀가 핸드폰을 들어 현장에 나가 있는 스파이에게 연락했다.

“어, 나야. 지금부터 뉴블랙 근처에서 벌어지는 대화나 일거수일투족을 문자로 보고하도록 해.”

그걸 시작으로 뉴블랙 근처에 몰려들기 시작하는 수상한 사람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하게 패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파리 패션 위크였다.

*   *   *

“뉴블랙!”

“뉴블래애액!”

수플레들의 환호를 뒤로하고 졸개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막내가 설레는 얼굴로 말했다.

“형들, 오늘따라 수플레들 함성이 되게 귀엽게 들리지 않아요? 막 뭔가 몽글몽글한 그런 느낌인데…….”

“그니까. 너무 귀여웠어.”

“왕지호 너의 이름은 조르귀탱~ 그분 누구지. 선물 드려야 되는데.”

자신의 별명이 마음에 들었는지 메신저 상태 메시지를 ‘조르귀탱♡’으로 수정하는 막내였다.

「VIP 지나가겠습니다!」

패션쇼장에 들어와서도 끝이 아니었다.

쏟아지는 시선과 여기저기서 몰려드는 사람들에 경호원들이 인파를 헤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공항 출국하는 것 같다. 간만에 운동이 되네.’

중현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허리를 살짝 비틀었다. 코어 근육을 기르고 옆구리 살을 불태우는데 최적의 운동이었다.

“어어어?”

길을 헤매려는 비주의 뒷덜미를 잡은 중현이 원 위치로 동갑내기 친구를 고정시켰다.

또다시 어어어? 하고 우측으로 빠지는 이를 정면으로 가게 만든 후.

자리 찾기 원정대는 마침내 자신들의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여기입니다.」

경호원들이 정중하게 그들의 자리를 가리켰다.

프런트 로(Front Row).

맨 앞자리 중에서도 중간의 VIP 석이 그들의 자리였다. 쉽게 말해 브랜드의 인맥과 파워를 보여 주는 공간.

-여러분! 이거 보시긔! 여기 있는 셀럽들이랑 유명 인사들이 바로 우리 브랜드랑 짱친들이긔!

…라는 의미의 자리였다.

그 때문에 유명 영화배우를 비롯해 탑 패션모델들과 가수들이 앉는 곳이었다. 그 외에도 패션계를 좌지우지하는 유명 칼럼니스트들이나 브랜드 최고의 VVIP가 앉는 곳.

그 중요성을 미리 들어서 알고 있던 멤버들의 가슴이 덕순거렸다.

‘두근두근.’

‘선우주를 리더로 뽑길 잘했다…….’

‘저기 앉아서 사진 찍히면 대박 멋지게 나올 것 같당.’

그리고 멤버들이 자신들에게 배정된 자리로 다가갔을 때.

「반갑습니다.」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는 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살짝 벗겨진 머리에 치열이 굉장히 고른 느낌을 주는 중년인이었다. 왠지 프랑스인보다는 독일인 같은 인상.

수수한 정장을 걸친 이가 환히 웃으며 정중하게 손을 내밀었다.

「르블랑의 회장, 조르주 벵거라고 합니다. 하하하.」

「안녕하세요.」

「내가 불편하게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이번 쇼에서 여러분의 옆자리에 앉고 싶었습니다.」

「전혀 불편하지 않아요.」

멤버들이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나눴다.

‘불편한데.’

‘가슴에 손을 얹어 보시지 그러세요. 정말 안 불편할 거라고 생각했나요?’

‘우주 형이나 우리 아빠랑 비슷하다. 자기가 불편한지 몰라. 전형적인 높으신 분들의 특징…….’

그런 비즈니스 미소에 조르주 벵거 회장이 미소를 머금었다.

‘벌써 나를 마음에 들어 하는군. 나의 치명적인 재력이 통했다.’

서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뉴블랙 멤버들은 상대에 대한 정보를 떠올렸다.

조르주 벵거.

세계 5대 명품 브랜드인 르블랑의 오너로서 알려진 재산만 30조가 넘어 세계 100위 안에 드는 부자였다. 그 예시로 지금 손에 차고 있는 시계만 해도 50억이 넘는 물건이었다.

온몸을 그런 것들로 도배를 했으니 부담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원석이 형이 이래서 도로에서 람보르기니 보면 긴장하고 그랬구나.’

중현이 근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스쳐서 보험 청구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를 담으며 뉴블랙 멤버들이 자리에 꼬깃꼬깃 앉았다.

지금부터는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옆자리에서 김치와 불고기를 좋아한다며 어필을 하는 르블랑의 회장에게 뉴불백을 추천해 주고.

주변에서 다가와 인사를 하는 할리우드의 유명인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셀피를 찍자고 요청하는 이들에게는 선선히 웃으며 윙크를 하거나 환히 웃으며 포즈를 취했다.

그리고.

“선배님!”

“…….”

“거기 생수 마시고 있는 이견우 선배님, 저희가 안 보이시나요~~? 저희처럼 귀여운 후배들이 안 보이시나여~~?”

“그런 건가요~~?”

물결 말투를 쓰며 꾸물꾸물 다가오는 그들을 애써 외면하려던 이견우가 어색하게 웃으며 반겼다.

비주가 해사하게 웃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선배님, 정말 오랜만에 봬요.”

“잘 지냈어?”

그가 부드럽게 웃었다.

“밖에 너희 보려고 온 팬들 정말 많더라. 아, 그리고 나 감사 인사 해야 되는데. 저번에 시상식에서 추첨해 줘서 고마워.”

“랜덤으로 뽑히신 건데요. 뭘.”

“그거 이후로 인스타 팔로워가 너무 많이 늘었어.”

지나치게 과도한 관심에 인스타 직접 관리를 포기하고 매니저에게 넘겨 버린 한류 스타였다.

그렇게 깔깔 웃던 뉴블랙이 지나간 후.

그에게 여기저기서 하이에나들이 달려들었다.

「뉴블랙이 알아보는 것을 보니 당신도 정말 유명한 사람이군요. 한-타이현도 아십니까? 저번에 패션쇼에서 만난 내 친구인데요.」

「안녕하세요. 견우 리? 맞죠?」

「당신은 누구인가요?」

유명 인사 취급해 주는 분위기에 이견우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이래서 안 엮이려고 했는데…….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지. 내가 했던 배역들 중에서 제일 자신감 넘쳤던 게… 그래. 재벌 후계자 한태주를 연기한다.’

눈을 뜨고 자신감 넘치는 사람을 메소드 연기하자, 그 매력에 이끌린 사람들이 더욱더 몰려들었다.

‘어어어? 어어?’

한류 배우가 자신감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을 무렵.

다시금 제자리로 돌아온 뉴블랙은 옆에서 친근한 척하는 르블랑의 회장과 하하호호 웃으며 기다렸다.

「나중에 식사 한 번 같이 하는 건 어떻겠어요? 내가 잘 아는 집이 요리를 기가 막히게 하는데…….」

「허어어! 프랑스 요리!」

「맛있는 걸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여러 가지를 준비했거든요. 여러분이 투숙한 호텔에도 과자 상자를 두둑이 맡겨 두었습니다.」

「허어어어!」

졸개들이 꽃밭에 뒹굴거리며 행복하게 웃었다.

‘요리!’

‘과자! 마카롱이 그렇게 맛있다던데!’

‘프랑스 너무 좋다…!’

조르주 벵거 회장이 진한 미소를 지었다.

‘거의 다 넘어왔군. 나의 치명적인 재력이 역시나 또 통해 버렸군.’

그리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각 브랜드에서 보낸 첩자들이 열심히 핸드폰을 놀리고 있었다.

-먹을 거 좋아함

-벵거 회장이 과자로 꼬시는 중

-초콜릿만 줘도 따라올 것으로 보임

-먹을 거 얘기하다가 일 이야기하니 갑자기 눈빛 날카로워짐. 음식과 일을 섞어서 교란해야 함

-리더 부재시 비주가 리더로 보임. 웃으면서 회피 잘ㅎ.. 어디로 갔지? 길을 잘 헤매는 듯함.

-방금 무리한 농담으로 벵거 회장의 호감도 -10 적립. (기분 탓일수도 있지만) 날카로운 인상의 멤버가 묘하게 한심한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함.

실시간으로 올라가고 있는 보고들이었다.

*   *   *

꼬르르르륵.

“아, 배고프다.”

배를 문질문질하면서 침을 꿀꺽 삼키자, 내 머리를 매만지고 있던 헤어 디자이너가 물었다.

「배고파요? 뭐 먹을 거라도 가져다줄까요?」

「괜찮아요. 빈속이어야 걷기 편하더라고요.」

「많은 분들이 그렇게 말하곤 하죠.」

유쾌하게 웃던 디자이너가 코에 건 피어싱을 긁적거리며 이런저런 말을 걸었다.

「한국어로 ‘안녕하세요’가 뭐예요?」

“안녕하세요.”

「발음하기가 어렵네요. 한국 가서 쓰려고 했는데, 친구가 한국인이거든요. 뉴블랙 이야기를 그래서 많이 들었어요.」

「그래요? 좋은 이야기였어야 할 텐데…….」

미소를 지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헤어 디자이너,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의 손길을 거치자, 내 얼굴이 점점 모델처럼 꾸며지기 시작했다.

눈에는 색조 짙은 화장이 들어가고.

입체적으로 변한 얼굴 이곳저곳이 빛과 만날 때마다 음영을 만들어 낸다.

「완벽합니다! 완벽해!」

내 어깨를 붙잡은 지미 로빈스가 감격한 얼굴로 이내 양손을 모았다.

「아름다움의 신이 있다면 지금 썬 그대를 보고 감격했을 겁니다. 정말이지 아름다움의 극치예요!」

에센스 오브 뷰티 하는 말을 하면서 설레어하는 지미의 말을 들으며 심호흡을 했다.

떨린다.

진짜 엄청 떨린다.

술이라도 마실 수 있다면 술 한 모금 마시고 런웨이를 향해 걸어가고 싶을 정도였다.

아무리 카메오 출연이라 기대치가 낮다고는 하지만, 세계 최고의 패션 브랜드 중 하나로 유명한 르블랑의 런웨이다.

이건 누구나 떨릴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몸을 바르르 떠는 탓에 숨이 자꾸만 끊겨 나온다.

「썬. 너무 걱정하지 마요.」

지미 로빈스가 열의가 담긴 눈으로 말했다.

「패션은 해방의 순간입니다. 첫 발자국은 두려울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것이 두 번째, 세 번째 발걸음이 되면 그대는 멋지게 걸을 겁니다. 자유로워진다고 상상을 해 보세요.」

「자유로워진다…….」

「바로 그겁니다! 자기 자신을 믿으세요. 그대와 나의 패션을 전 세계로 널리 퍼뜨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지미가 고개를 끄덕이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패션이니까.

“후우.”

이제 곧 패션쇼가 시작될 시간이었다.

내게 박수를 쳐 주며 환호해 주는 현장 스탭들의 격려를 들으며 조심스럽게 장막 뒤로 걸어갔다.

바깥에서는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저 환한 조명들이 비로소 어두워질 때, 우리의 음원 메트로가 나오게 될 것이고, 나는 핀 조명이 가득한 런웨이를 걷게 될 것이다.

곧이어 런웨이를 비추는 조명이 켜지고.

인터컴을 낀 스탭이 내게 말했다.

「3, 2, 1…….」

‘Go!’ 하는 외침에 맞춰 나는 런웨이를 향해 걸어 나갔다.

눈부실 만큼 밝은 조명.

가슴이 시리도록 떨렸지만 메트로의 전주가 들려나오면서 침착함을 찾았다. 따지고 보면 이곳도 무대 아니던가.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 된다.

*   *   *

최근에 세계적으로 여러 나라의 차트에 오르고 있는 METRO.

퓨처 베이스 풍의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장막 뒤에서 누군가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

장내에 앉아 있던 사람들 모두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야?’

‘어?’

‘아니…….’

그늘 속에 있다가 앞으로 나선 이의 미모 때문이었다.

윤기가 도는 새하얀 피부가 조명에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고.

섬세하게 조각한 듯한 코와 날렵한 새를 연상시키는 눈매, 탐스러운 붉은 입술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전문가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준비한 메이크업은 지상에 내려온 신화 속 신(神)을 그려내고 있었다.

“…….”

오늘 패션쇼의 테마는 바로 ‘신화’.

그리스와 로마를 연상시키는 기둥 같은 소품들이 즐비한 가운데 런웨이를 누군가 저벅저벅 걸어왔다.

월계관처럼 머리에는 다양한 색의 꽃으로 이루어진 화관이 씌워져 있었다.

‘진짜 잘생겼다…….’

‘쟤가 저 정도로 잘생겼었나?’

무심한 신처럼 화관을 쓴 모델이 뚜벅뚜벅 걸어왔다.

흔들림 없는 걸음걸이.

마치 수십 년 동안 쇼에 선 것처럼 거침없는 걸음걸이로 다가오는 모델의 모습이 잔상처럼 남았다.

‘옷이…….’

붉은색과 노란색, 하얀색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서, 마치 신이 입고 다니는 의복처럼 보이는 옷이었다.

꽃의 신이 존재한다면 정말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워우…….”

핸드폰을 들고 런웨이를 지나는 우주를 찍던 셀럽들이 입을 멍하니 벌렸다.

졸개들도 눈을 비볐다.

‘장난 아니다…….’

‘어제 옷 보고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메이크업 하니까 또 다르네.’

‘여러분! 저 형이 제 형이에요오오!’

몽롱한 얼굴로 바라보던 비주가 스마트폰의 촬영 버튼을 누른다는 것도 깜빡할 정도였다.

그만큼 화려한 빛 아래 걷는 모델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이윽고 런웨이 끄트머리에 우아하게 안착한 선우주가 은은한 미소를 머금었다.

‘어어어어!’

그리고 우아하게 옷자락을 흩날리며 턴한다.

슬로우 모션처럼 보이는 그 모습에 사람들이 아쉬움을 느꼈다.

‘방금 미소 한 번만 더!’

‘더 볼래!’

‘유료라도 결제할 테니까 더 보여 줘…!’

우아하게 되돌아가는 우주의 맞은편으로 본격적으로 모델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유명한 아버지를 둔 것으로 유명한 줄리안 배너를 시작으로 줄줄이 나오는 모델들.

플로라 패턴을 중심으로 한 의상들이 눈에 띈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고혹스러운 걸음으로 물러나고 있는 뉴블랙의 리더에게 머물렀다.

‘이번 패션쇼는 오프닝부터 미쳤다.’

그것이 패션쇼를 보고 있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생각이었다.

물론.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었다.

*   *   *

올해 미튜브 스트리밍을 통해 공개되는 르블랑의 패션쇼.

직접 쇼를 보지 못하는 전 세계의 수플레들이 패션쇼의 채팅창에 모여서 기대감을 품고 있었다.

‘오프닝이랑 클로징 위주로 봐야지.’

우주가 카메오로 선다는 오프닝과 클로징을 보기 위해 전 세계의 수플레들이 접속했을 때였다.

버버버벅! 벅! 버버벅!

버벅거리던 미튜브의 서버가 일시적으로 멈췄다.

‘안 돼. 아직 죽으면 안 돼!’

미튜브 측에서 다급하게 심폐 소생술을 해서 서버를 다시 살려놓으면서 스트리밍이 부활했다.

하지만…….

-??????

-지나감???

-뭐야 우주는?? 내 우주는??

-WTF!!!!!!!!! METUBE GO TO HEELLLLLLL

전 세계 곳곳에서 ‘시발’로 번역할 수 있는 단어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열이 오를 대로 오른 수플레들, 그리고 미술관 앞에서 단체로 머리를 부여잡고 ‘Shit!’ 하면서 경호원들을 두렵게 만드는 수플레들이 뒷목을 문질렀다.

‘아오!’

그걸 시작으로 르블랑 패션쇼에 참석한 인플루언서들의 실시간 트윗 등이 올라오는 게 보였다.

선우주의 미모와 패션이 미쳤다는 칭찬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동의할 수 없었다.

‘뭘 보든지 해야 동의를 하든지 반대를 하든지 할 거 아니냐아아아!’

‘으아아아악!’

오늘도 허약한 서버(?)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며 눈물을 흘리는 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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