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29)화 (729/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29화

“팝콘?”

“세팅 완료.”

막내의 말에 다른 졸개들이 답했다.

“콜라?”

“세팅 완료.”

근엄하게 고개를 끄덕이던 형들에게 지호도 똑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물었다.

“선우주?”

“세팅 완료.”

리혁이와 중현이가 내 어깨에 손을 착 올렸다.

뭐가 그리 웃긴지 비주가 혼자 웃다가 끅끅거리면서 소파에 엎어졌다.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얼마나 행복한지 싱글벙글 웃고 있다.

“선우주 씌~”

“왜. 뭐. 왜.”

막내가 손을 마이크처럼 내밀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몹시 불쾌하네요. 형을 바보로 만들겠다고 이리도 열심히 노력하는 동생들의 모습이 괘씸하기 그지없습니다.”

“그치만 저희가 바보로 만든 게 아니고, 형이 바보짓을 하고 온 거잖아요?”

“저저…….”

에베벱 하는 지호를 보며 혀를 끌끌 찰 뿐이었다.

내 옆에 앉아서 핸드폰으로 메시지를 토독토독 보내는 비주를 돌아보았다.

“비주야. 뭐 해?”

“아.”

비주가 환히 웃었다.

“친구들한테 오늘 방송 꼭 보라고 메시지 보내고 있어요. 오늘 형이 나오는 부분 꼭 놓치지 말고 봐달라고.”

“그런 건 보내지 않아도 괜찮아.”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볼수록 좋지 않을까요?”

비주가 상냥하게 웃었다.

“이번에 형이 돌림픽 나간 이유가 최대한 강렬한 임팩트를 주기 위해서였잖아요.”

“그, 그치.”

“그런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시청률이 높을수록 좋을 것 같아서요.”

“그것도 맞는데…….”

우리 영애님 말빨이 언제 이렇게 좋아졌지.

반박할 수가 없어서 서글픈 얼굴로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후우…….”

덩실덩실 춤을 추는 지호와 중현이, 친구들이랑 지인들에게 오늘 방송 꼭 보라고 홍보하는 비주.

그 속에서 혼자 머리를 감싸 쥐고 있는 내게 리혁이의 코웃음이 날아들었다.

“그러게 연습 더 많이 하고 가지.”

“연습해도 안 된다니까.”

“…….”

“뭐 해?”

“잠시만요. 자료 좀 찾는 중이라서.”

뉴블랙 TV에 들어가서 영상을 검색한 리혁이가 어떤 영상을 재생했다.

내가 졸개들을 서당에 앉혀 두고 훈장님처럼 강의하는 장면이었다.

[노력으로 안 되는 것이 있을까요?]

[네!]

[아닙니다. 노력으로 안 되는 것은 없어요. 노오오력! 노력을 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모른 척했다.

“……으흠, 내가 저런 말을 왜 했을까.”

“본인이 저렇게 말했잖아요. 노력으로 안 되는 게 없다고. 그 논리대로라면 게임도 마찬가지 아니에요?”

“…….”

“아. 재미있다. 다른 사람 논리 깰 때가 제일 좋아.”

발그레한 뺨으로 좋아하는 리혁이를 바라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내 한숨을 쉬었다.

“게임 하나 못한다고 이런 취급을 받을 줄이야.”

“그 하나를 엄청 못하니까 그런 것이져~”

“넌 조용히 못해? 너 때문에 나간 거잖아…!”

캬악- 하며 외치다가 중현이가 내 팔을 잡으면서 진정됐다.

“진정혈 눌러줄게요, 형. 진정혈~”

“후우…….”

놀랍도록 차분해졌다.

그런데 졸음이…….

어어.

어어어.

“졸지 마요.”

리혁이가 내 귓가에 대고 박수를 짝짝 치면서 중현이의 마수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어우, 중현이 너 나중에 수면 클리닉 차려도 되겠다. 누르자마자 잠이 쏟아져 오네.”

“형이 잠을 안 자서 그래요.”

“괜찮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비주에게 손사래를 치고는 TV를 바라보았다.

추석 전날인 오늘은 개천절.

이번 E 스포츠 돌림픽은 오늘 예선전을 방영하고 내일 본선을 방영할 예정이었다.

기존과는 다른 돌림픽 로고를 보면서 쿠션을 끌어안았다.

“어으으…….”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게임 연습하고 갈 걸.

도망치는 키를 몰라서 걸어서 도망치고, 후배 가수한테 주먹질하다가 한 대 맞고 도망치고, 수류탄 던지다 내가 맞고.

머릿속에서 3D로 휘몰아치는 흑역사에 벌써부터 정신이 괴로웠다.

“형은 근데 게임을 못하는 것도 있는데.”

막내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보면 되게 게임 자체에 흥미가 없는 것도 있어요. 제가 가르쳐 줘도 그냥 되게 재미없고 흥미 없는 느낌?”

“옛날부터 게임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왜요?”

“남는 게 별로 없는 거 같아서.”

고개를 갸웃하는 동생들에게 내가 말했다.

“나는 옛날부터 뭐든지 남는 걸 좋아했거든. 근데 게임을 몇 시간 동안 한 다음에 컴퓨터를 끄면 남는 게 아무것도 없잖아. 춤을 연습하면 춤이 남고, 표정 연습을 하면 표정이 남는데.”

“잉? 게임을 누가 그런 마인드로 해요? 재미있자고 하는 거지.”

내가 뭐라고 답하기도 전에 취미가 반박인 누군가가 끼어들었다.

“그건 논리적으로 비약인 것 같은데요. 컴퓨터 끈 다음에도 남는 게 왜 없어요. 게임 실력이 남지.”

“나는 그게 안 남아서 그래…….”

“아앗… 아…….”

그래서인지 예전부터 게임에 흥미가 별로 없었다.

월말평가 끝나고 나서 태현이나 한빈이가 형형~ PC방~ 하면서 조를 때 가서 스타 정도만 했던 정도.

분위기 맞춰서 웃으며 놀기는 했는데 플레이 하면서도 ‘이걸 왜 하지?’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흐으으음.”

지호가 발랄하게 웃으며 손뼉을 쳤다.

“결국에는 겜알못에 대한 변명이네요.”

“…….”

“게임 못하는 이유. 아주 잘 들었읍니다~ ‘흐으음, 나는 남는 게 없으면 하지 않아~’”

“……중현아.”

중현이가 척하고 손을 들었다.

“지호 잡아 올까요?”

“아니.”

내가 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했다.

“나 진정혈 좀 다시 한번.”

“아. 네.”

내 팔을 조물조물 눌러 주는 중현이의 모습에 다른 졸개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는 동안.

“시작한다!”

TBC의 마스코트가 슉슈슉 움직이며 ‘나이 제한 없으니 부모님들은 가도 돼’ 하고 있었다.

마침내 추석특집 아이돌 E 스포츠 대회의 1부가 막을 올리고 있었다.

*   *   *

개천절까지 끼어서 주말까지 통으로 쉬는 황금연휴!

이미 전주 금요일부터 연차를 낸 직장인들과 연휴를 맞이한 학생들은 이 황금 같은 시간을…….

“아. 심심해.”

하릴없이 집에서 뒹굴거리며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거실 마룻바닥에서 뒹굴거리며 블라인드 너머로 비쳐 들어오는 햇살을 바라보며 멍하니 바라볼 뿐.

‘뭐라도 해야 되는데…….’

부지런한 사람들은 해외여행을 간다, 제주도를 간다 이러던데.

평상시 피로에 쩔어 번아웃 상태인 직장인들은 가만히 광합성을 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들고 있었다.

누가 어디 갔다더라 하는 SNS나 해외여행 가는 사람들의 기사를 멍하니 바라보던 직장인들이 대자로 드러누웠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격렬하고 격정적으로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이 세상의 먼지가 되고 싶다.’

하지만 이 시간을 그대로 보내는 것도 아까운 일.

데굴데굴 마룻바닥을 구르던 사람들이 소파로 엉금엉금 기어 올라가 리모컨을 들었다.

“에구구구…….”

심드렁한 얼굴로 TV를 바라보고 있던 때.

채널을 돌리던 사람들의 눈에 TBC 채널이 눈에 들어왔다.

“추석 특집 아이돌… 돌림픽 또 해?”

그런데 로고가 뭔가 특이했다.

마우스 모양으로 된 로고에 강렬하게 ‘E’라고 그려져 있는 모습에 로고 속 글자를 다시 읽었다.

“아이돌 E 스포츠 대회?”

궁금해서 포털에 검색하니 올해 특집 편성으로 E 스포츠를 한다고 되어 있었다.

거기까지는 특별할 게 없었는데.

‘선우주 나와?’

예고편 썸네일에 보이는 선우주의 얼굴이 보인다.

하느님이 고이 빚어 낸 두상 위로 헤드폰을 얹고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

“와.”

사람들이 감탄했다.

‘표정만 보면 프로 게이머야.’

그건 맞는 말이었다.

실제로도 선우주가 미튜브에서 복사한 프로 게이머들의 표정은 그만큼 그럴싸했다.

하지만 대중들은 속지 않았다.

‘빈 수레가 요란하구나.’

선우주의 게임 실력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AI : 쉬움]이랑 같이 플레이를 해도 장렬하게 GG를 치는 것이 바로 선우주였다.

같은 팀이었다면 쌍욕이 나올 만한 환장의 플레이.

“……이거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프로 게이머 대회도 아니고 아이돌들이 하는 게임 대회가 대중들에게 흥미를 줄 리 만무했다.

하지만 그것이 웃기다면?

몹시 웃겨서 연휴의 힐링이 된다면?

‘선우주가 출연한 이상 본전은 뽑는다.’

무기력한 직장인들의 눈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몸을 벌떡 일으킨 이들이 부엌에서 과자와 음료수를 가져와 세팅했다.

예기치 않게 꿀잼 추석특선 영화 한 편을 앞둔 느낌이었다.

‘시작한다……!’

곧이어 연령가 알림과 함께 방송이 시작됐다.

자료화면으로 역대 유명 프로 게이머들과 E 스포츠 대회의 유명 경기.

[벙커 하나라도 깰 수 있을지! 고치는 일꾼이 더 많습니다!! GG!!]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역대 최고의 명승부라고…….]

그와 함께 나오는 한국 게임 업계에 대한 기사 제목들.

‘한국 게임 산업 몇 조 원대’, ‘게임 산업 성장’ 같은 타이틀이 떠오르면서 E 스포츠 강국 대한민국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한다.

그래서 이번 돌림픽도 E 스포츠로 준비했지롱! 하는 편집이 흘러나왔다.

[TBC 일산 스튜디오]

사전 미팅에서 ‘게임이요?’ 하면서 흥미로워하는 아이돌 멤버들의 장면이 흘러나오고.

각자 연습하는 장면들이 빠르게 흘러나온다.

바둑판 형식으로 무수히 많은 출연자들의 준비, 연습 영상들이 한 장면에 잡혔다.

[네! 안녕하십니까! 2017년 추석 특집! 아이돌 E 스포츠 대회가 마침내 개막을 하게 되었습니다!]

게임 좋아하기로 유명한 보이그룹 에이스의 페일과, 마찬가지로 게임 좋아하는 예능인 모범주.

그리고 유명 게임 캐스터 정현중이 자기소개를 하고 있었다.

그들이 슈팅 게임, AOS 등의 종목에 대해 규칙 등을 안내하는 한편, 세트장에 앉아 있는 예선 1조에게 클로즈업이 된다.

‘저기 있다.’

준비 시간에 프로 게이머 뺨치는 진지한 표정으로 마우스를 휘휘 젓고 있는 선우주.

[네. 선우주 선수 준비 시간부터 표정 좋습니다.]

[마우스 놀리는 손동작이 예사롭지가 않은데요? 정말 여태까지의 실력은 연막이었다?]

[아. 지금 말씀드린 순간 저희 기술 스탭이 우주 씨의 자리에 가고 있습니다.]

진지한 얼굴로 뭐라 말하는 프로 게이머 표정에 스탭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고 마우스 선을 연결해 주었다.

머쓱하게 코를 긁적이며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선우주.

[마우스 선이 뽑혀져 있었나 보네요.]

[컴맹인가요! 컴퓨터 수업에 자유시간 주면 할 거 없어서 한컴 타자 연습하던 제 친구를 보는 것 같습니다!]

[제가 알기로 컴퓨터를 몹시 잘 다루는 친구일 텐데, 지금 많이 당황해서 그런가 보네요.]

웃음을 터뜨리는 해설진과 함께 시청자들도 같이 웃었다.

[네! 그럼 오늘 예선 1조 선수들 라인업인데요.]

[기다리는 동안 잠시 선수들의 포부 영상 한 번 보시죠.]

마치 방송국 측에서 ‘너네 요즘 아이돌 잘 모르지?’ 하듯이 짤막하게 포부 영상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럭키걸의 루이입니다! 오늘 돌림픽…!’ 하며 깡총 뛰는 신인 아이돌의 영상을 시작으로, 예선 1조 참가자들이 자신의 얼굴과 소속을 알리는 데 주력하는 영상이었다.

그리고.

[네…….]

반짝 빛나는 미소의 국민 아이돌이 등장했다.

우주가 쾌활한 목소리로 말했다.

[뉴블랙 대표로 제가 나오게 되었는데요. 네. 그렇습니다. 대표로 나온 저의 실력이 바로 뉴블랙의 실력입니다.]

시청자들이 감탄했다.

‘물귀신 작전…!’

‘우주는 역시 절대 혼자 안 죽는다.’

‘같이 무덤 들어가기 스킬이라니… 김비주에게 잘 배웠구나. 우주선.’

우주가 진지하게 말했다.

[주변에서 ‘왜 나왔냐?’, ‘게임 못하지 않느냐?’ 하는데… 그건 저의 진면목을 아직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키보드와 마우스를 잡는 순간, 여러분은 놀라게 될 거예요.]

예능용으로 허세 가득한 표정을 짓는 모습에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스스로 말하고도 민망한지 ‘다시 찍어도 되나요?’ 하는 말을 끝으로 예선 1조 선수들의 인터뷰가 끝났다.

다시 중계진 화면.

[네. 그리고 시청자 분들께 미리 알려 드리겠지만 오늘 방송은 게임 전문 방송의 라이브 채팅창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스트리밍 시청자 여러분!]

중계진에게만 보이는지 스트리밍 댓글창은 안 나왔지만, 그곳 댓글들이 자막이 되어 화면에 가득 떠올랐다.

뭔가 와글와글한 분위기!

-트하!

-돌림픽이당 ㅎㅎㅎㅎ

-기대돼요!!

지상파 방송국답게 순한 댓글 위주로 캡처가 되어 나오고 있었다.

시청자들 사이에 호의적인 분위기가 감돌았다.

‘재미있을 것 같다.’

게임이란 소재를 맛깔나게 이용하기 위해 인터넷 드립으로 재미를 주려는 모양이었다.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슈팅게임 예선 1조 경기.

프로 게이머 대회 특유의 번쩍번쩍거리는 게임 부스 조명과 함께 ‘우와아아~’ 하는 함성이 삽입됐다.

[네! 시작되었습니다!]

낙하산을 타고 내려가는 유저들의 장면과 함께 경기가 시작됐다.

목표는 20명 중에 4명 생존!

초반부터 치열하게 무기를 얻어서 경쟁하는 아이돌들의 모습이 흘러나왔지만,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것은 바로 국민 아이돌의 겜알못 리더였다.

탕! 타타타타탕!

자신이 가려는 곳에 총소리가 울려 퍼지자 잽싸게 몸을 돌리는 선우주!

게임 부스 안에 앉아 있는 우주의 얼굴이 흙빛이 됐다. 다급하게 몸을 들썩이며 열심히 키를 누른다.

하지만.

“흐하하하하하!”

거북이처럼 걷고 있었다.

화면에 떠오르는 댓글들.

-그거 아시나요? 달리는 것보다 걷는 것이 건강에 더 좋답니다. 그래서 저는 컥..!

-(주변에서 울려 퍼지는 총소리)

-달리는 키를 모르는 이 남자.. 수명이 10초 남았답니다

-저승사자님 신입 받을 생각에 신날듯

필사적으로 점프까지 해서 도망치는 모습에 시청자들이 정신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아래에 네모 칸으로 나오는 우주의 표정 때문이었다.

초조함의 극치!

게임 부스 안에서 침을 꿀꺽 삼키며 키를 연타하는 모습이 전형적인 게임 못하는 사람이었다.

[아! 선우주 선수! 말씀드린 순간 자동차를 얻었습니다!]

자동차를 탄 선우주가 이내 가드레일을 처박고 나무를 박았다.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다 굴러떨어지는 자동차.

시청자들도 같이 소파에서 굴러떨어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백 투더 퓨처인가요 ㅎㅎ

-어렸을 적부터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나올 거라고 전 믿었죠 (추락함)

-여러분 여기 활주로가 필요한 자동차가 있습니다

-이젠 자동차(였던 것)이네요ㅎㅎ

-그랬던 자동차가 이젠 제 옆에 누워 있네요~

-자동차도 무빙이 쩔어 줄 수 있구나

-왜 선우주만 GTA 찍는 건데ㅋㅋㅋㅋㅋ

콰광쾅쾅!

자동차에서 굴러떨어진 선우주가 찾은 것은 또 다른 교통수단!

바로 조수석이 달린 3인승 오토바이었다.

깡총깡총 뛰면서 기쁨을 표시한 선우주가 오토바이에 탑승하려고 할 때, 트윈테일의 남자가 추격했다.

[럭키걸의 루이! 추격합니다!]

화면 아래로 두 아이돌의 표정이 나온다.

몸을 들썩이며 다급하게 오토바이에 탑승하려는 우주, 그리고 눈을 부릅뜨고 키보드를 연타하는 럭키걸의 루이.

앞으로 펼쳐질 접전을 예상하는 그때!

[합승했네요!]

트윈테일의 남자와 꽃무늬 군인이 사이좋게 달리면서 시청자들이 단체로 웃음을 터뜨렸다.

화면 속에서 우주가 벙찐 얼굴로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고.

핑크색 머리카락에 귀여운 인상의 걸그룹 멤버가 입가에 손을 올린 채 눈의 초점을 잃고 있었다.

‘미치겠다. 증말.’

시청자들이 저항 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완전 바보들의 플레이었다.

곧이어 어떻게든 상대를 떨쳐 내겠다고 혼자 물에 첨벙 빠졌던 선우주가 물에서 뛰쳐나와 걸그룹 멤버에게 달려들었다.

[선우주 선수! 지금 굉장히 야비한 표정입니다!]

[선빵 때리면 이긴다 이거죠!]

붕붕 휘두르는 주먹질을 피하던 럭키걸의 루이가 뭔가를 깨달은 듯 눈을 크게 떴다.

[우주 선수가 하수라는 것을 알아챈 표정입니다!]

[그냥 하수도 아니고 지하수죠!]

[루이 선수가 보기에 주먹질이 거의 냥냥 펀치거든요! 휘두르기만 하고 맞추질 못합니다! 아프지 않아요!]

[저희집 고양이도 저러면 좋을 텐데 말이죠!]

루이가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선우주에게 적중한 치명타!

머리를 맞은 선우주가 도망가기 시작했다.

[학창 시절에 저런 친구들 꼭 있었죠. 먼저 때려 놓고 패배하면 그렇게 추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그런데 지금!]

그 순간!

‘어머.’

선우주에게 절체절명의 위기가 찾아왔다.

에이플비의 케빈이 투타타탕! 총을 쏘면서 오토바이를 몰고 달려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오토바이는.

“음?”

하늘을 날아 절벽 아래로 추락했다.

시청자들이 눈물을 쏟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 해그리드 아저씨? 오토바이가.. 오토바이가!

-해그리드: 새로운 시대에 두고 왔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T 찍나?ㅋㅋㅋ

-별이 되기 위해 데뷔한 우리 케빈.. 저 하늘의 별이 되긴 했구나

-저승사자: 근데 얘는 올 때가 됐는데 왜 안 오지 (긁적)

벙찐 얼굴로 모니터를 바라보다가 달달 떨리는 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기는 케빈의 모습이 흘러나왔다.

동시에 후임 놀리는 선임처럼 웃어 대는 선우주.

그러면서 시청자들도 기대를 품었다.

‘이러다 진짜 선우주가 진출하는 거 아냐?’

게임상에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한 선우주가 게임 부스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의심 많은 노인 같은 표정이었다.

[아! 선우주 선수! 지금 의심하고 있어요. 돌림픽을 가장한 몰카가 아닌가 의심하고 있습니다!]

[아니란 걸 깨달은 모양입니다.]

그러더니 훗 하면서 거만한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표정만 보면 게임 신이었다.

내가 오늘의 게임 왕이다 하는 표정!

시청자들이 어처구니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런 자신감이 무색하게 본격적으로 실력을 펼치기 시작한 선우주는 곧바로 수류탄에 맞고 탈락했다.

그리고 뜨는 킬로그.

[김덕순의남자 ☞ 김덕순의 남자 (수류탄)]

옆자리에서 엘렐렐레~ 춤을 추며 농락하는 케빈과 먼 하늘을 바라보는 우주선의 모습.

TV를 보던 노인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주선이는 게임 같은 거 안 하는 게 좋겠어.”

“저렇게 하는 거 아닌데.”

“그래도 진짜 수류탄은 잘 던질 거 아녀. 그럼 됐지.”

5등으로 완벽한 마무리까지.

시작부터 정신없이 웃음을 터뜨린 시청자들이 눈물을 닦으며 기침을 했다.

‘진짜 대박이다. 주변에다 이거 꼭 보라고 해야지.’

그걸 시작으로 입소문을 타고 쭉쭉 들어오는 시청자들!

올해 추석 특집 돌림픽이 대성공을 거두게 된 이유였다.

*   *   *

“푸하하하하하하!”

“흐하하하!”

“아, 표정 봐!”

TV 속에서 눈가를 촉촉이 하고 있는 내 표정에 졸개들이 배를 잡고 웃고 있었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기사들.

옆에서 데굴데굴 굴러 대는 졸개들을 무시하며 달달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검색했다.

이 수치심을 달래려면 한 가지 방법뿐.

“공익광고…….”

“형 뭐 해요?”

“게임 중독에 대한 공익광고에 출연해야겠어.”

“안 돼애애!”

“뭐가 안 돼! 가질 수 없으면 부순다! 게임 업계를 공격해 버리겠어…!”

내 다리를 붙잡고 늘어지는 막내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때였다.

지이이이잉-

핸드폰에 걸려온 전화를 보고 노여움을 풀었다.

“덕순!”

마이 덕순!

게임 패배에 시무룩해하고 있을 나에게 위로를 해 주려는 것이 분명했다.

“할모니…! 방송 봤어?”

-봤지.

하지만 화면 속에 있는 뚱한 얼굴은 한심하다는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김덕순 여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쩜 그렇게 못하냐.

“…….”

-그렇게 못할 거면 지 이름이나 쓰지. 왜 남의 이름을 써 가지고… 김덕순의 남자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아니, 그게.”

-내가 해도 너보단 잘하겄다. 에휴.

띠롱.

그러고 통화가 끊겼다.

“할머니?”

“푸하하하하하!”

“할머니? 아니, 할머니? 그러고 끊는 게 어디 있어?”

“흐하하핫!”

멍하니 핸드폰을 쥐고 있다가 으아아아! 하고 비명을 지르는 내게 멤버들의 웃음이 쏟아졌다.

올해 최고로 수치스러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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