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30)화 (730/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30화

분명히 이건 계략이 틀림없다.

나를 부끄럽게 만들어서 수치사하게 만들려는 계략이 분명했다. 나를 음해하려는 왕모 씨와 암약 세력들이…….

“흐하하하하하!”

아. 꼴 보기 싫어.

온라인 반응을 살피며 즐겁게 떠들어 대는 졸개들을 무시하면서 TV 볼륨을 높였다.

[네! 예선 2조 경기 시작합니다!]

TV 속에서 틴스피릿의 연후와 하현이 개인전에 참가하고 있었다.

진지한 얼굴로 헤드셋을 쓴 미소년들이 마우스를 딸깍거린다.

“후후후후후.”

“왜 웃어요?”

“미리 비웃어 줄 준비 하는 거야.”

자기들은 맨날 게으르다고 하는데, 시발시발 하면서도 매일 새벽같이 회사로 출근하는 이들이 바로 이웃집 미소년들이었다.

성실하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공한 사람 중에는 성실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말처럼 틴스피릿은 진짜 성실하다. 자기들끼리 ‘등신아 힘내!’ 하면서 열심히 사는 녀석들.

“그 정도로 열심히 사는 애들인데 게임 연습할 시간이 어디 있었겠어? 나처럼 바로 패배를…….”

라고 말한 순간이었다.

[네! 하현 선수 정말 날아다닙니다! 이게 게임 플레이죠!]

[1조 때와는 퀄리티가 완전히 다르네요. 이건 사실상 다른 게임이에요. 보세요? 무빙이 다르잖아요?]

TV 화면에서 댓글러들이 웅성거렸다.

-잘한다

-이게 진짜 게임이지

-선모씨 때문에 개그판으로 오해했음

-우주는 울고 있다.. 그냥 울고 있다고

TV 속에서 온갖 장비로 무장한 하현의 귀염둥이 캐릭터가 주변 캐릭터들을 제거하고 있었다.

“……뭐야. 왜 잘해?”

“하현이 게임 개잘해요. 쟤도 게임 하는 게 취미라서.”

막내가 말했다.

“틴스피릿도 전반적으로 게임 잘해요. 저도 쟤네랑 가끔 게임하고 그러는데 티어 엄청 높구.”

“…….”

“형이 희귀 포켓몬 같은 거예요. 전설의 겜알못 같은 거.”

하현과 연후는 손쉽게 본선에 진출했다.

두 미소년이 자기들끼리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비즈니스 미소를 짓는다.

[쏘-울! 우리 본선 가요!]

[우리 소울이들을 위해 1등 꼭 할게요!]

초롱초롱한 눈빛의 착한 어린이들이 내려가고.

나는 희망을 찾기 위해 돌림픽을 계속 시청했다.

“아냐. 아직 늦지 않았어. 분명히 나보다 못하는 애가 하나쯤은 나올 거야. 그럴 리가 없어…….”

그때쯤 카트를 모는 게임에 이현조 군이 등장했다.

희망적인 기분을 느꼈다.

“하하하! 한조다! 한조!”

“저기 아저씨, 나 되게 궁금한데.”

리혁이가 의문을 담아 물었다.

“왜 한조 형이 더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야 내가 랩 빼고는 뭐든지 더 잘하니까.”

“래퍼한테는 당연히 랩 빼고 다 이기겠죠……. 뭐. 그런 허황된 믿음을 가져야 멘탈을 보존할 수 있겠지만.”

리혁이의 말을 무시하며 TV를 시청했다.

하지만 내 기대와 달리 한조의 대두 캐릭터가 탑승한 카트가 미친 듯한 무빙을 보여 주기 시작했다.

-F1 레이서 이현조

-카트 장인ㅋㅋㅋㅋㅋㅋ

-마르세유턴ㄷㄷㄷ 무친 판단

-아이템을 저런 식으로도 스틸할 수가 있구나

-캬.. 친구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 찍었는데 여긴 F1 찍네

예선전을 1위로 통과한 한조의 솜씨에 해설진이 감탄사를 터뜨렸다.

[한조 씨와 우주 씨가 동갑내기 친구 사이로 유명하지 않습니까? 정말 달라도 너무 다르네요!]

[이 정도면 종족이 다른 수준이에요!]

[사실 우주 선수가 희귀한 케이스거든요. 그 똑똑한 판단력, 놀라운 피지컬로 게임을 못한다는 게…….]

졸개들이 박수를 치며 웃음을 터뜨렸다.

“…….”

카트 라이더라는 게임의 예선전이 끝나면서 돌림픽 예선편도 끝나려고 할 때였다.

예선 1위 소감 인터뷰를 하기 위해 나선 한조가 해설진에게 둘러싸였다.

반듯하고 잘생긴 얼굴이 오늘따라 얄밉다.

[한조 선수!]

[네.]

[너무 인상 깊었어요. ‘내가 바로 이현조다!’ 정말 이런 인상을 받았거든요. 어쩜 이렇게 잘하십니까?]

나한텐 칭찬 한 번 안 해 줬던 이들이 감탄사를 터뜨리며 묻고 있다.

부들부들.

내 몸이 습지의 부들처럼 흔들린다.

[예. 뭐.]

한조가 싱긋 웃었다.

[어린 시절부터 했던 게임이라서 아직 몸에 남아 있는 것 같네요.]

[정말 멋졌습니다.]

그러면서 카메라를 향해 한마디 해 달라는 말에 한조가 음… 하며 말했다.

[제 생각에 선우주 씨가 지금 이 경기를 보고 있을 거 같거든요. 자기 나오는 방송은 전부 다 모니터링하는 친구기 때문에 아마 이 방송을 보고 있을 겁니다.]

“아닌데. 안 보고 있는데.”

“형들, 드디어 우주 형이 질투심에 이성을 잃었어요!”

[아까 예선에서 탈락했다고 들었는데. 하핫. 제가 요즘에 놀림당한 게 많아서인지 왠지 통쾌하네요.]

[아! 도발인가요!]

[좋은 도발입니다. 하지만 우주 선수는 저기에 대해 코멘트를 할 수 없죠!]

[상대의 입을 봉인하고 때린다! 정말 전략가 같은 한조 선수네요.]

해설진이 부추기는 가운데 한조가 요술 공주 같은 윙크를 날렸다.

[친구야. 나는 본선 간다.]

[흐하하하!]

[너는 오지 못하는 곳이지.]

“으아아아아!”

“푸하하하하하!”

분해서 쿠션을 끌어안고 데굴거리는 내 모습에 졸개들이 정신없이 웃음을 터뜨리며 달라붙었다.

“이현조오오오오!”

내가 다시는 마법봉 같은 거 사 주나 봐라!

*   *   *

“우리나라는 게임 부심이 너무 심해.”

“예예.”

“게임 못한다고 사람을 이렇게 바보 취급이라니… 아니, 게임 하나 졌다고 할머니가 전화해서 농락하고. 친구가 TV에서 농락하고. 이제는 하다하다 이웃집까지 와서 놀려 대고.”

“저희가요?”

뚱한 얼굴들이 나를 돌아보며 고개를 갸웃한다.

자기들끼리 묻는다.

“너 우주 형 놀렸냐?”

“아닌데. 니는?”

“나도 아닌데.”

“니도 아니고 나도 아니면 누구지? 아무도 안 놀린 거 같은데.”

그러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희는 행님의 게임 실력을 비웃었을 뿐. 놀린 적이 없어요.”

“맞아.”

“그냥 개못한다 정도?”

“개- 정도로는 힘들지. 그 뭐냐. 존나 센 접두사가 필요하지. 깨 이런 거. 깨못함.”

……그걸 놀린다고 표현하는 거란다.

다시 습지의 부들처럼 부들부들하는 동안 비주의 화사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얘들아. 고기 탄다.”

“네!”

자기들끼리 엄청 화기애애하다.

숙소 거실에 올린 고기구이 불판에 올린 소고기들을 뒤집으며 형님 좋고 아우 좋고를 하고 있다.

이곳은 추석 연휴를 맞이하여 이웃집 간에 벌이는 고기 파티의 현장이다.

“고기 진짜 맛있네요. 최근에 먹은 것 중에 제일 맛있는데요?”

“이번에 평창군에서 보내 준 한우야. 우리 올림픽 홍보대사 하는데 힘내라고 보내 주셨어.”

“와.”

틴스피릿이 젓가락을 쭙 하면서 말했다.

“대박. 우리는 홍보대사인데 왜 안 보내 줬지.”

“뉴블랙이잖아. 우리랑은 다르지.”

“하긴 행님들은 무대도 서니까.”

누군가 관심을 보내 줄 때까지 슬픈 표정을 지으며 있었지만, 아무도 나를 바라보지 않고 있었다.

결국 아쉬움을 달래며 고기를 집어 들었다.

“그런데 이번에 TNT 선배님들이랑 무대 선다면서요? 데일라잇 선배님들이랑 같이 해서.”

“어? 어떻게 알았어?”

“다 소식 들려오죠.”

휘연이 자기 동생들 몫의 상추를 뺏어 오며 말했다. 선량한 얼굴이 토끼처럼 상추를 우물우물거린다.

“우리도 같이 서고 싶었는데 안 된다고 그러더라고요. 아이돌이 이미 3팀이나 있어서 너무 많다고.”

“K팝 쪽은 최소화하는 분위기라고 하긴 하더라.”

“예. 뭐, 아쉽긴 한데… TNT 선배님들 정도면 인정이니까. 요즘에 뭐라더라. 그 2세대라고 하던데 거기서 레전드잖아요.”

TNT가 식스티 세컨즈와 함께 투탑이었으니 맞는 말이었다.

하현이 말했다.

“아, 근데 부럽다. 올림픽 폐막식.”

“부럽지? 흐헤헤!”

막내가 냉큼 외쳤다.

부러워할 게 뭐 있느냐고 대답하려던 우리가 조용히 미소만 지었다. 리혁이가 막내의 발을 꾹 밟았다.

‘역시 우리 애 눈치…….’

틴스피릿의 막내인 우빈이 화제를 돌렸다.

“아. 맞아. 이번에 우주 형 패션쇼 정말 잘 봤어요. 진짜 옷 완전 예쁘던데요.”

“그래?”

나도 모르게 입이 헤벌쭉 올라간다.

“괜찮았지?”

“괜찮은 정도가 아니고 와… 하고, 진짜 미쳤다 이랬거든요. 패션쇼 진짜 장난 아니었어요.”

“흐하하하하. 뭘. 그런 걸로.”

런웨이에 섰던 모습이 그럴싸하긴 했던지 틴스피릿의 다른 멤버들도 군말 없이 엄지를 들었다.

이윽고 화제는 프랑스 빵으로 넘어갔다.

프랑스 바게트가 그리도 맛있느냐, 프랑스에서 음식 뭐뭐 먹어 봤냐. 에펠탑 실제로 보면 어떠냐 등등.

썰을 풀다가 화제가 NBS로 넘어갔다.

“그래서 이번에 패션쇼 런웨이 비하인드를 TV로도 풀거든.”

“아!”

이웃집 소년들이 손을 튕겼다.

“그! 그! 뭐였더라.”

“NBS.”

리혁이의 말에 틴스피릿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저희가 축하 인사 보내 준 거잖아요. 개국 축하한다고.”

“응. 맞아.”

“이야. 그거 이제 오픈하는구나.”

“말 나온 김에 잠깐 볼래? 우리도 아직 안 보긴 했는데.”

곧이어 중현이가 리모컨을 조종하면서 바퀴 달린 TV가 험상궂게 굴러 오기 시작했다.

“어디 보자. NBS…….”

앞 번호가 아니라서 조금 올라가야 했다.

곧이어 채널이 흘러나왔다.

주부들이 많이 시청한다는 요리 채널과 일본 드라마를 전문으로 하는 채널 사이에 위치해 있는 우리의 NBS.

“저거 약자로 뉴블랙이랑 스칼렛 해서 NBS야.”

연후가 피식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행님? 저희가 바보로 보이세요? 그런 말에 속게. 저번에 행님의 정전기 마술에 한 번 속은 거 가지고…….”

진짠데…….

그리고 너네 바보 맞… 아니다.

“오.”

새로 개국한 TV 채널을 보니 기분이 묘하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회사의 새로운 사업 분야.

아직 시작 단계라서 그런지 채널 자체는 좀 영세해 보였다. 광고만 봐도 분명하다고 할까.

-무배당 생명 보험!

-아이고. 이게 어떻게 말해야 될지 참 모르겠는데… 남자한테 아무튼 참 좋아유!

-지금 바로 전화 주세요. 1577에…….

-위장 건강에 딱 좋아!

-삼국을 통일한 것은 신라였죠. 그렇다면 횟감을 통일한 곳은? 네. 바로 저희 신라횟집입니다!

데뷔조에서 방출된 후 한동안 군산에서 TV만 틀어 놓던 시절에 보던 그런 광고들이었다.

랩처럼 빠르게 나오는 보험 특약에 중현이와 틴스피릿의 랩둥이들이 따라서 랩을 하는 한편.

노란색 바탕에 NBS 로고가 나왔다.

“개국 축하 메시지네요.”

“오!”

스타들의 개국 축하 메시지를 방영하는 모양이었다.

곧장 초장부터 [틴스피릿]이 나오면서 급식이들이 젓가락을 흔들었다.

“헐! 우리 순서가 처음이네?”

“뭐임?”

“우리 정도면 마지막 아니야?”

비주가 웃으며 달랬다.

“임팩트가 중요하니까 처음에 내보낸 걸 거야.”

“아. 그죠?”

바로 그때였다.

틴스피릿이 끝나고 바로 이견우 선배가 나왔다.

“…….”

“…….”

그러고 나서 헤일리 블루가 한복에 파란 머리카락을 귀로 넘기며 새침하게 웃는 모습이 나왔다.

“저저! 저 사람! 욕 잘하는 누님……!”

“와 라인업 미쳤다. 우리가 최약체였네.”

곧이어 나오는 할리우드 스타들이 ‘NBS! 추카해요!’ 하는 모습에 틴스피릿이 젓가락을 조용히 내려놓았다.

“…….”

“…….”

휘연이 결연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도 나름 오를 수 있는 데까지 올랐다고 생각했는데… 도전 욕구가 샘솟네요.”

“우리 아직 그… 그 뭐냐. 애송이 생선 뭐지?”

“송사리?”

“맞네. 송사리였네. 시발.”

그러더니 자기들끼리 어깨동무를 하고 으쌰으쌰 한다.

“앞으로도 열심히 살자. 이 새끼들아. 갈 길이 존나게 멀다.”

“잘해 보자. 폐기물들아.”

밥 먹는데 폐기물이란 단어를 왜 쓰냐며 리혁이가 타박하는 동안 TV로 시선을 돌렸다.

화면 우상단에 떠오른 자막.

[뉴블랙 TV 비하인드 : 특집 방영]

[VMA에 방문한 뉴블랙!]

이번에 개국 기념으로 준비하는 컨텐츠라고 들었다.

TV로 먼저 풀 버전을 방영하고, 그다음에 미튜브에 업로드 하는 식이라는데 우리의 비하인드를 보여 줄 예정이었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미국 VMA 어워즈부터 가장 최근의 패션 위크까지.

“와.”

연후가 불판에 올린 소고기 위로 MSG를 잘게 뿌리며 말했다.

“형님네 회사 편집자 분들 진짜 유능하네요.”

“우리 회사 최고 연봉 받으실 거야. 아마.”

“진짜 인정.”

지상파나 종편에도 밀리지 않을 만큼 깔끔한 방송 편집에 나도 감탄이 나왔다.

규모만 작은 채널일 뿐.

세련된 자막과 음악 선정, 컷 편집 등을 보면 누가 봐도 지상파 예능을 보는 줄 알 정도였다.

동생들과 흐뭇한 미소를 주고받았다.

‘미래가 밝다.’

틴스피릿과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며 고기를 먹는 동안 인터넷을 검색했다.

-레몬 엔터 ‘NBS’ 개국, 엔터테인먼트의 과감한 도전이 시작됐다

-NBS 개국, ‘추석 기념 뉴블랙 특집 방영 예정.. 기대해 주시라’

-레몬 엔터, NBS에 새 드라마 편성한다.. “과연 성공할까”

딱 보도자료가 돌아간 만큼만 보도가 나온 것 같다.

확실히 지상파 방송국이나 다른 큰 채널에 비하면 화제성 자체가 낮다. 우리의 이름이 들어가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수플레들이 열심히 시청 중인 것 같긴 한데.

이름이 알려지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좀 흘러야 할 것 같았다.

‘잘 됐으면 좋겠다.’

멤버들과 미소를 주고받으며 웃었다.

아마 다들 비슷한 생각이지 않을까.

내게 고개를 끄덕이던 막내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핸드폰을 내밀었다.

“형.”

“응?”

“이거 볼래요? 형 게임 관련 유머글인데.”

“…….”

이마에 힘줄이 불끈 솟았다.

연후가 내게 자기가 먹으려던 쌈을 내밀었다.

“드세요. 형님.”

“……?”

“야채 먹어야 화가 덜 난데요. 고기만 먹으면 사람이 화를 잘 낸다고.”

“누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

“울 엄마가요.”

침을 삼켰다.

“아. 난 또 이상한 교수 같은 사람들이 한 말인 줄.”

“교수님이신데요…….”

“미안하다. 내가 그냥 미안하다.”

“근데 실용음악과라서 괜춘해요.”

“…….”

손을 올려 철렁한 가슴을 부여잡는 내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불판 위로 떠들썩한 웃음이 감돈다.

조금 시끌시끌하긴 하지만 추석 주간에 이렇게 사람 온기로 가득한 부엌에 있자니 기분이 좋다.

고기 먹고 나서 플스나 엑박으로 같이 게임도 플레이하면서 연휴를 보냈다.

“가려고?”

“예. 가야죠.”

틴스피릿 멤버들이 겉옷을 챙기며 말했다.

“행님네도 오사카 콘서트 준비로 바쁘고. 저희도 요새 앨범 준비 중이니까.”

“앨범 나오는구나.”

“11월에 나옵니다. 리패키지로. 그리고… 아. 맞다.”

휘연이가 말했다.

“행님, 이번에 녹음 잘 부탁드립니다.”

“오냐.”

“이번에 저희 회사 놀러 오시면 저희가 풀코스로 쏠게요.”

“오!”

막내가 내 어깨에 턱을 쏘옥 올리며 물었다.

“휘연이 형. 저도 가도 돼요?”

“어, 너도 와.”

다섯이 다 같이 놀러가기로 결론을 내리며 서로에게 손을 흔들 때였다.

현관에서 운동화를 구겨 신던 연후가 모자를 눌러쓰고는 개구쟁이 같은 표정을 지었다.

“아. 맞다. 우리 서리혁 씨한테 알려 줄 거 있었는데.”

“……?”

“이번 주말에 오사카 돔 콘서트 한다면서?”

그 말에 틴스피릿 멤버들이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왜 그러지.

오사카 돔에 뭐가 있나?

“흐하하하! 여기도 그거 알려 줘야지. 오사카 돔 얘기.”

“얼른 말해 주자.”

고개를 갸웃하면서 묻는 우리에게 틴스피릿이 엣헴 하고 말했다.

“저희가 일본 돔들 꽤 돌아 봐서 돔 전문가거든요? 이게 돔구장들의 규칙이 있는데, 오사카 돔은 좀 특이해요.”

“……?”

“저희가 중요한 걸 말씀드리겠습니다. 후후후후.”

틴스피릿 멤버들이 사악하게 웃으며 속삭였다.

*   *   *

일본의 5대 돔.

흔히 한국의 아이돌이나 유명 가수들이 일본 투어를 돌 때 인기의 상징처럼 쓰이는 곳이 바로 이 5대 돔이다.

도쿄 돔.

오사카의 쿄세라 돔.

나고야 돔.

후쿠오카 돔.

그리고 삿포로 돔.

물론 이보다 더 큰 공연장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여기서 공연을 했다 하면 ‘너 일본에서 탑 티어 인기인 가수구나?’ 하는 평을 받을 수 있는 공연장들이 바로 이 다섯 곳이다.

수용 인원만 무려 5만 명이 넘는 거대한 공연장들.

“…….”

그중 하나인 오사카의 쿄세라 돔.

이번 17년도 일본 투어의 마지막 종착지이자 우리의 첫 번째 일본 돔 공연장이 웅장하게 서 있었다.

마치 거대한 거인을 올려다보듯이 바라보던 우리가 침을 삼켰다.

“……진짜였네.”

틴스피릿으로부터 들었던 말이 귓가에 맴돌고 있었다.

-믿기 힘들겠지만 오사카 돔에는 ‘점프 금지’라는 규칙이 있습니다. 행님.

-점프 금지?

-네. 이게 저희도 잘은 모르는데 몇만 명이 동시에 뛰면 진도가 3인가 4인가, 막 주변 주민들이 어맛 시팔 할 정도로 크대요. 옛날에 도쿄 돔 주변도 그래서 난리 났다고.

-아아.

우리가 깨달음을 얻은 표정으로 물었다.

-지진에 예민한 나라니까 뛰지 말라는 거구나.

-뭐, 그런 거 같은데 오사카 돔에서는 뛰면 안 되는 이유가 있어요.

-왜?

다시 현실로 돌아온 우리에게 석환 형이 설명했다.

“오사카 돔을 건설할 때, 오사카에 돔을 건설할 부지가 없었대. 그래서 찾다찾다 여기에 설치한 거라더라.”

“그래서 그런 거였구나.”

“그렇지.”

“…….”

“…….”

쿄세라 돔을 바라보던 우리가 그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거대한 구체.

진짜 거대하고 둥그런 원형 가스 탱크가 3대 위치해 있었다. 마치 중현이 옆의 3졸개 같은 느낌으로.

리혁이가 기절할 것 같은 얼굴로 물었다.

“저게 그러니까 가스 저장고라는 거죠?”

“그래…….”

돔을 지을 부지가 없어서 어쩌다 보니 가스 공장 부지에 건설되었다는 오사카 돔.

하필이면 공장 부지의 지반도 연약해서 충격에 약하다나.

관객들이 동시에 점프하면 위험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틴스피릿의 말을 떠올렸다.

-뒤지고 싶으면 점프하는 거죠. 하하하핫!

동생들과 불안불안한 눈으로 가스 저장고를 바라보았다.

“괜찮겠지?”

“괜찮을 거예요. 설마 뭐 어떻게…….”

불현듯 떠오르는 깨발랄한 수플레들의 모습.

몽실몽실한 빵 같은 몸으로 뛰는 모습과 저 하늘의 별이 되어 스러지는 우리의 모습이 상상됐다.

“…….”

“…….”

“졸개들. 컴.”

“예압.”

동생들과 다 같이 부둥켜안고 으아아아! 몸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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