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31)화 (731/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31화

64장. 이웃에게 잘해 주세요

가스 저장고 때문에 점프가 금지되어 있다는 쿄세라 돔.

잔뜩 걱정하고 있는 우리에게 쿄세라 돔 관계자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세요. 그럴 일은 없을 테니까요.」

「왜요?」

「여태까지 한 번도 그런 적이 없기 때문이죠!」

참으로 위로가 되는 답변이었다.

이 건물은 무너지지 않을 겁니다. 왜냐. 한 번도 무너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적의 논리에 리혁이가 눈을 뒤집을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안 되겠어. 난 여기서 공연 못 하겠어요.”

“진정해. 리혁아.”

“아으으으… 나 진짜 이런 거 무서운데.”

달달달 떠는 리혁이를 토닥토닥 위로해 주면서 관계자를 따라 움직였다.

리혁이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있는 중현이에게 비주가 옆구리를 쿡 찌르며 좋은 말을 해 주라는 눈빛을 보냈다.

“괜찮아.”

중현이가 자상한 목소리로 리혁이에게 말했다.

“만약에 터지게 되면 그야말로 한순간에 가게 될 거니까. 터지는지도 모를 거야.”

“…….”

“모든 것은 운명에 달려 있으니…….”

부처님처럼 자비롭게 웃는 중현이의 모습에 리혁이가 관자놀이를 주무르고, 비주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동안 관계자를 따라 움직이는 우리의 머릿속에는 틴스피릿의 말이 자꾸만 맴돌았다.

-뒤지고 싶으면 점프하는 거죠. 하하핫!

……녹음하러 갈 때 가만두지 않겠다. 이놈들.

어디선가 깔깔 웃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손을 휘휘 젓고 있을 때였다.

근심과 걱정, 불안에 빠져 있던 우리가 공연장에 들어섰다.

「여기가 바로.」

쿄세라 돔 관계자가 손짓했다.

「쿄세라 돔입니다.」

그리고 처음 와 보는 일본의 돔은…….

“와.”

“우와하…… 저 팔에 소름 돋았어여.”

“미쳤다.”

정말 거대하기 짝이 없었다.

단독으로 공연한 곳 중에서 이보다 더 거대한 공연장이 있을까.

끝없이 솟아오른 천장은 마치 거대한 신전에 들어온 듯한 인상을 주었다.

동굴처럼 소리가 울리고,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객석이 우리를 반겨 주고 있었다.

“와…….”

졸개들과 서로를 바라보았다.

며칠 전에 이웃집 소년들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근데 무섭다가도 거기 돔 한 번 들어가잖아요? 소름이 온몸에 쫙 돋을 거예요.

정말이었다.

“이, 일단 무대에 올라가 봐요. 우리.”

방금 전까지 못 하겠다고 징징대던 리혁이가 홀린 듯한 얼굴로 달려 나갔다.

“형! 같이 가요!”

지호도 리혁이를 따라 달려 나가면서 우리도 같이 뛰었다.

뒤에서 매니저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조심해!’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와…….”

백스테이지의 계단을 통해 무대에 오른 그 순간.

탁 트이는 시야와 함께 수만 개의 객석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야말로 절경 그 자체.

“우와아아아!”

비주가 두 손을 입가에 모으고 비명을 질렀다. 이내 활짝 웃는 얼굴로 서로를 바라본 우리가 포옹하며 기쁨을 나누었다.

“돔이다!”

“돔!”

“참돔보다 더 좋은 진짜 돔!”

이게 돔이구나.

왜 가수들이 일본 투어를 돌 때 돔에 진입하면 눈물을 흘리고 그러는지 알 것 같다.

단순히 목표를 이뤘다는 기쁨이 아니라 공연장 자체가 주는 경외감이 있었다.

비주가 객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길 달봉이가 다 채운다고 생각해 봐요. 형.”

“대박인데…?”

“무대도 진짜 크다. 이거 다섯 명이서 흩어져서 무대해야 될 거 같아요. 돌출도 진짜 길고.”

공연장 크기에 비례해서 무대도 그만큼 길고 컸다.

이틀 동안 공연하면서 좀 달리겠구나 하는 생각부터 든다. 돌출까지 이동하는 것도 수십 초는 걸릴 듯하다고 할까.

설레서 방방 뛰던 비주가 지호랑 셀카를 찍는 동안, 눈가에 손을 올려 거리를 가늠하는 중현이에게 다가갔다.

“뭐 해?”

“객석들 보고 있어요.”

왠지 모르게 다른 의미로 좀 설레하는 중현이었다.

“뭐 재미있는 거라도 떠올랐어?”

“여기서 야구 보면 엄청 흥미진진할 거 같아서요. 원래 야구 경기장이잖아요.”

“아. 그러네.”

“여기 사람들이 잠깐 좀 부러웠어요. 이런 데서 야구 보는구나 싶어서.”

확실히 이런 공연장 문화에 있어선 좀 부러울 때가 많다.

우리도 최대 규모만 따지면 6만 명까지도 수용이 가능한 상암월드컵경기장이나 주경기장이 있긴 하지만, 콘서트에 적합한 대형 공연장의 숫자와 질은 일본이 월등한 편이다.

“우리도 나중에 돈 벌어서 공연장이나 지을까?”

“그럴까요?”

“돔 짓는 거야. 뉴블랙 돔 해 가지고.”

“저는 그럼 야구단을 인수해야겠어요. 인수해서 KG가 아니고 중현 드래곤스로 바꿔야지.”

중현이랑 나랑 즐겁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동안 ‘야구’라는 키워드에 잠시 잊고 있었던 것도 떠올랐다.

“리혁아!”

“왜요.”

“여기 야구 경기도 하는 곳이래.”

“그런데요?”

“곧 야구장에서 애국가 부르잖아. 이따가 솔로 무대 리허설할 때 머릿속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이라도 해 봐.”

“좋은 생각이네요.”

리혁이가 선선히 고개를 까딱였다.

그렇게 동생들과 함께 텅 빈 무대 위에서 기념 셀카도 열심히 찍고, 팬들을 대상으로 하는 VCR 메시지도 촬영한 후.

리허설을 하기 전에 쿄세라 돔 관계자 측에게 다시 불려 갔다.

“핸드 프린팅이요?”

우리의 질문에 관계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쿄세라 돔 2층에 이곳을 방문한 유명 스타들의 핸드 프린팅을 전시하고 있거든요.」

「오…….」

「할리우드 거리에 전시된 손바닥을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르실 겁니다.」

그러면서 예시로 쿄세라 돔 2층에 전시된 TNT의 손바닥을 보여 줬다.

손바닥이 찍혀 있고 거기에 태현이가 앙증맞게 하트를 그려 놓은 게 눈에 띈다.

“질 수 없지. 내가 더 예쁜 하트를 그린다.”

“제발 이상한 데서 경쟁심 부리지 좀 마요.”

“고분 벽화를 그려 주겠어.”

곧이어 스탭들이 핸드프린팅을 하기 위한 판을 내밀었다.

손바닥을 올리려는 우리에게 일본 스탭들이 당부했다.

「꾹 눌러 주세요. 아무래도 힘이 필요한 작업이기 때문에 꾸우우우욱- 눌러줘야 프린팅이 잘 되거든요.」

우리가 그 말을 듣고 꾸우욱 누르려고 할 때였다.

콰직!

중현이가 힘을 주면서 손이 판을 뚫고 내려갔다. 마치 맨틀을 뚫어 버리고 외핵을 치는 듯한 느낌이었다.

「…….」

중현이가 눈을 깜빡이며 눈치를 슬쩍 살폈다.

「힘을 주라고 하셔서…….」

「중현 상은 약하게… 힘을 주시면 될 거 같아요.」

결국 중현이는 새로운 판을 받아 작업했다.

즐겁게 웃으며 핸드 프린팅을 하는 동안 스탭들에게 이쑤시개 같은 것도 하나 받았다.

원하는 글귀나 문구를 써도 된다나.

졸개들이 ‘수플레♡’ 같은 문구를 적는 동안 나는 심호흡을 하고 손을 빠르게 움직였다.

“오오!”

콕콕콕콕콕!

달고나 뽑기를 하는 사람처럼 판화에 내 역작을 새겨 넣었다.

「세상에…….」

「이 정도면 애니메이션 업계에 진출해도 됐을 것 같은데.」

콕콕콕콕!

미리 세계적인 목판화 아티스트 같은 사람들의 영상을 봐서 다행이었다.

우리의 캐릭터 일러스트를 형상화해서 집어넣고는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았다.

「어때요? 저의 역작입니다.」

지켜보던 졸개들과 스탭들이 박수를 치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내 손가락 하나마다 그 위에 졸개들의 미니미 일러스트가 뿅~ 하고 올라와 있었다.

막내가 물었다.

“선우주 화백님.”

“예.”

“저 손가락마다 올라와 있는 동생들의 모습은 무엇을 상징하고 있는 건가요? 열 손가락 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다? 내 손가락처럼 소중한 동생들? 중지에 위치한 리혁이 형은 뻐큐라는 뜻?”

“후후후. 전혀 아닙니다.”

나는 손바닥을 내밀며 외쳤다.

“바로 너희들은 내 손바닥 안에 있는 조무래기들이란 뜻입니다-!”

“…….”

“하하하핫. 아얏!”

찰싹! 찰싹!

입을 앙다문 졸개들이 달려와 내 등짝을 찰싹 때리면서 주변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   *   *

뉴블랙의 일본 마지막 공연.

그 피날레 콘서트를 보기 위해 오사카로 일본의 수플레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어이구야.”

구수한 한국어 감탄사.

오사카에 살고 있는 유학생 수플레 ‘김숯불’이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감탄했다.

[京セラドーム大阪]

Kyocera Dome Osaka

김숯불이 눈을 크게 떴다.

‘오사카 살면서 여기는 처음 와 보네.’

그녀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자 오사카 돔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와…….”

일본의 수플레란 수플레들은 전부 집결한 듯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벌써부터 돔 주변에 바글바글한 인파를 보던 김숯불이 일본 팬들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일본 사람들은 일코 안 하는구나. 온몸을 굿즈로 도배하고 다니네.’

그녀가 조심스럽게 걸어가자, 주변의 일본 수플레들이 초롱초롱한 시선을 던졌다.

‘본토의 수플레.’

‘왕봉이를 겨드랑이에 두 개나 끼고 다니다니 대단한 근육이다. 삼각근이 발달했어.’

‘대길이 티셔츠까지 입었어!’

시선을 눈치챈 김숯불이 입술을 비죽거렸다.

‘……뭐야. 한국 사람이라고 쳐다보는 거야?’

그러곤 열심히 굿즈를 판매하는 줄을 섰다.

그런데 독특한 것이 눈에 띄었다.

[점프 금지!]

오사카 경찰까지 출동해서 [점프 금지] 하는 팻말을 들고 다니고 있었다.

그걸 비롯해서 곳곳에 [점프 금지]가 붙어 있었다.

주변 오사카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원래부터 큰 공연이 있으면 저러고 다닌다는 말이 돌아왔다.

‘점프 금지. 확인.’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하지 말라면 안 하는 것이 기본 아니겠는가.

굿즈를 잔뜩 구입하고 쿄세라 돔에 들어선 김숯불이 높은 천장을 바라보며 무대를 바라보았다.

“천장이 오지게 높네…….”

음향이 그저 그렇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며 콘서트장 특유의 서늘한 공기를 흡하흡하 하고 있을 때였다.

“한국 사람이십니까?”

옆자리에 앉은 일본 수플레가 관심을 보였다.

“아… 네. 한국 분이세요?”

“일본인입니다. 뉴블랙 영상을 보기 위해 한국어 열심히 공부했어요.”

“오오.”

“최애는 서리혁입니다.”

“어? 저두!”

어색하던 공기가 싹 날아갔다.

하이파이브를 한 그녀가 공연장 옆자리에서 만난 덕질 메이트와 신이 나서 리혁이 이야기를 하는 것도 잠시.

곧이어 공연이 시작되면서 그녀의 엔돌핀과 아드레날린이 최고조로 치솟기 시작했다.

‘미쳤다!’

중앙제어로 연동된 응원봉이 물결치듯이 온 공연장을 채우고, 댄서들과 함께 하는 뉴블랙의 Nine이 팡! 터지면서 비명이 절로 나왔다.

“크르르… 와아아아아!”

“캬아… 와아아!”

이게 콘서트지.

이게 공연이지.

그녀가 발을 동동 구르며 응원봉을 흔들었다. 유일한 아쉬움이라면 오직 자리뿐이었다.

‘애들이 점으로 보이네.’

굳이 말하자면 아름다운 점.

뉴블랙이 대역을 써서 아무나 무대 위에 올려 두고 뒤에서 마이크만 잡고 있어도 모를 것 같았다.

그랬기에 그저 전광판에게 감사할 뿐이었다.

“리혁아아아아아아-!”

“리혁 쿠우우운!”

“캬아아… 오와아앙!”

콘서트 인사 순서에서 리혁이 차례가 오면서 메인 보컬이 최애인 수플레들이 들끓었다.

벌써부터 땀에 흠뻑 젖어 있는 리혁이가 솜사탕같이 귀여웠다!

자상하게 그의 이마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떼어 주는 맏형의 손길을 피하며 리혁이 마이크를 들었다.

-오사카 돔에 오게 되어서 진심으로 기뻐요. 여러분도 기쁘신가요?

“네!”

-안타깝지만 오늘 공연에는 점프가 금지되어 있으니까요. 신이 나도 귀로 듣고 목소리로 환호하고 손을 흔들어서 응원해 주기!

“네!”

-점프는 금지!

그걸 시작으로 멘트 순서가 될 때마다 점프 금지를 이야기하는 뉴블랙의 메인 보컬이었다.

-이번 곡은 저의 솔로 무대였는데요. 점프가 금지되어 있다는 점…….

-점프는 못하지만 손은 흔들면 되는 거니까요!

-제가 점프하라고 해도 하면 안 돼요.

수플레들이 따스한 미소를 지었다.

‘가스 탱크가 터질까 봐 무섭구나. 리혁이…….’

‘리코타 치즈 같은 우리 아이 멘탈.’

‘코와이하는 리혁이는 카와이…….’

공연 첫날.

오사카 돔 공연을 보고 온 수플레들이 띄운 SNS 실시간 트렌드는 바로 ‘53회_리혁이가 점프 금지를 외친 숫자’였다.

*   *   *

돔 공연은 내 예상보다 기분이 더 좋았다.

“와아아아아아아!”

대박이었다.

이 정도로 많은 인원 앞에서 단독으로 공연해 본 것이 처음이기도 하고, 진짜 공연 내내 흥이 났다.

이제 마지막 공연의 마지막 순서.

“준비됐어?”

“네!”

“안전에 유의해서 움직여야 돼!”

“네!”

공연장 크기가 워낙 큰 까닭에 가까운 객석이 아니면 수플레들이 거의 반딧불이처럼 보였다.

그래서 돔 공연장에서 자주 쓴다는 장비를 우리도 빌렸다.

이름하야 플라잉 스테이지.

무대가 붕- 떠서 객석 곳곳으로 다가가는 장치였다.

한밤중에 달에 올라가

넌 나에게 주문을 걸어

팅커벨처럼 차려입은 리혁이가 헤일리의 파트를 대신해 부르면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팬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벤트 코너였다.

할로윈이 되려면 한참 남긴 했지만 미리 할로윈이란 컨셉으로 수플레들 앞에서 Blue Moon을 불렀다.

“끼요오오… 와아앙!”

그리핀도르 목도리를 하고 있는 막내가 안경을 고쳐 쓰며 고음을 높여 부르고.

가오나시 망토를 둘러쓴 중현이가 둠칫둠칫 몸을 흔들어 대면서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고소 공포증이 있는 비주는 빨간 망토를 둘러쓴 채 과자의 집 앞에 앉아 있었다.

“우후후후후.”

그리고 나는 헨젤과 그레텔의 마녀 분장을 하고 플라잉 스테이지 위에 있는 과자의 집에 있었다.

「편식하는 어린이들은 과자로 만들어 주마!」

켈켈켈 웃다가 내 파트가 되면서 감정을 잡고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다시 켈켈켈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게 그리 웃겼던지 수플레들이 단체로 자지러지듯이 웃었다. 그러고는 블루문의 음악이 계속해서 재생될 때.

「미리 할로윈~!」

「여러분! 오늘 콘서트에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저마다 바구니에 담겨 있는 과자를 허공으로 집어던졌다.

Trick or Treat! 하면서 우리가 허공으로 던져대는 과자에 수플레들이 환호하며 방방…….

「점프! 안 돼!」

리혁이가 다급하게 외치며 사탕을 집어던졌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우리의 플라잉 스테이지가 천천히 객석 곳곳을 훑기 시작했다.

그리고.

「엇…….」

흥분해서 과자를 너무 많이 뿌린 탓인지 바구니에 손이 헛돌았다.

다른 멤버들에게 도움을 구하기 위해 시선을 돌렸지만, 당황하고 있는 것은 졸개들도 마찬가지였다.

‘리허설 때는 이 정도면 됐는데……!’

‘어어…….’

관객들이 손을 뻗으며 ‘수플레는 과자가 필요해!’ 하면서 간절한 눈빛으로 우릴 바라보고 있었다.

뉴블랙 로고가 새겨진 특제 캔디의 재고 소진.

오랜만에 찾아온 카페 단골손님에게 ‘원두가 다 떨어졌어요’ 하고 말해야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

졸개들이 다급하게 나를 바라봤다.

플라잉 스테이지는 여전히 움직이고 있고, 수플레들은 손을 뻗는데 어떻게 해야겠냐고 묻는 얼굴.

심장이 다급하게 뛰는 그 순간.

누군가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제육볶음? 그거 다 떨어졌는데 내가 불고기랑 김치찌개 맛있게 해 줄까?

제육볶음만 먹으러 오던 단골손님에게 다른 메뉴를 접대하면서 따스하게 웃던 우리 김덕순 여사.

바로 그거였다.

캔디가 없으면 다른 걸 주면 된다.

‘어디 보자.’

바구니의 무게를 슥슥 들어서 가늠해 보고는 수플레들에게 가볍게 촙 던졌다.

“와아아아아!”

하지만 바구니는 다섯 개뿐.

흘러가는 블루 문의 음악 속에서 졸개들과 나의 눈이 마주쳤다.

“……!”

그리고 우리의 시선이 동시에 돌아가기 시작했다.

바로 과자의 집을 향해서.

*   *   *

‘아아아! 안 돼!’

김숯불이 비명을 질렀다.

‘나도 받고 싶은데!’

앞좌석에 앉은 사람들이 뉴블랙 캔디를 한 움큼 안아 들고 환호하는 것이 보였다.

망태 할아버지처럼 거대한 바구니에 안심하고 있었건만, 손이 너무 큰 뉴블랙을 간과했다. 뭐든 적당히가 없는 것이 뉴블랙 아니던가.

‘나도 캔디…….’

그녀가 그런 아쉬움을 품으며 발을 동동 굴렀다.

하지만 바로 그때!

“어?”

멤버들이 수플레들에게 바구니를 던져 주었다.

와악! 하면서 바구니를 쟁취한 어느 수플레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주변에서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멤버들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어? 중현아?’

스티로폼 판넬로 세워져 있는 과자의 집.

중현과 멤버들이 다가가서 스티로폼을 뽀각뽀각 부수기 시작했다. 저마다 스티로폼 조각을 한웅큼 안아 든 멤버들이 던지기 시작했다.

과자의 집 철거 현장!

하늘에서 떨어지는 과자의 집 잔해에 수플레들이 환호성과 웃음을 터뜨렸다.

-과자의 집! 받으세요!

-과자는 아니지만 이거라도……!

-받으세요!

그렇게 멤버들의 따스한 마음이 전해져 오는 가운데, 과자의 집이 점점 형체를 잃고 부서지고 있었다.

마녀에게서 승리한 헨젤과 그레텔처럼 환히 웃는 멤버들의 표정.

김숯불이 웃음을 터뜨릴 때였다.

“어어어!”

서리혁이 던지는 과자의 집 조각.

그 조각을 캐치하기 위해 김숯불이 온몸의 근육에 힘을 주고 포효성을 터뜨렸다.

“크와아아아-.”

주변의 ‘안 돼’ 하는 시선에 그녀가 귀엽게 입을 오므렸다.

“우와아아앙!”

하지만 귀엽게 비명을 지르느라 머릿속에 혼선이 와 버렸다.

그것이 화근이었다.

팔을 허둥지둥 휘두르던 김숯불이 그만 응원봉을 든 손을 흔들어 버렸다.

통-!

공이 방망이에 맞은 듯한 소리.

달봉이에 맞은 스티로폼 조각이 뉴블랙 멤버들을 향해 다시 날아갔다.

‘어-!’

촙- 하고 조각을 다시 받아 든 중현이 멋진 스윙이라며 엄지를 척 세워 주었다.

‘아니, 그게 아닌데! 아니!’

주변에서 웃음을 터뜨리는 일본의 팬들.

멀어지는 스테이지를 향해 그녀가 망연자실하게 손을 뻗으며 눈물을 쏟을 때였다.

슬퍼하는 팬을 발견한 서리혁이 자신의 등에 달린 팅커벨 날개를 뗐다. 그러곤 김중현에게 건네주었다.

‘어어……?’

김숯불이 눈이 커졌다.

야구 투수처럼 포즈를 취한 중현이 가볍게 던지면서 팅커벨의 날개가 나비처럼 날아와 그녀의 가슴에 파고든 것이다.

쏘옥!

정신을 차려 보니 품 안에 리혁이의 날개가 들어와 있었다!

“시… 시발!”

숨이 멎을 만큼 놀란 김숯불이 날개를 심바처럼 들자 주변의 일본 수플레들이 입을 떡하니 벌리고 감탄했다.

‘나도 방망이로 튕길걸!’

‘진짜 홈런 쳤네. 그것도 만루 홈런…….’

부러워하는 시선을 즐기며 김숯불이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아!”

스윙 한 번으로 서리혁의 날개를 얻어 낸 홈런.

그날 SNS에서 ‘오사카 돔 4번 타자’라는 별명이 붙게 된 김숯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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