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32)화 (732/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32화

-뉴블랙, 오사카 돔 콘서트 인증샷 “꿈 같은 시간에 감사해”

-뉴블랙 日 투어 성료 ‘21만 명’ 동원.. ‘내년엔 돔 투어?’

-뉴블랙, 이틀간 오사카 돔 8만 관객 열광… 日 별도 활동 없이 ‘3년 3개월’ 만에 돔 입성

“끝났다!”

“드디어 끝났다!”

동생들과 함께 서로 포옹하며 기쁨을 즐겼다.

“이제 비행기를 적게 탈 수 있다! 해외여행은 이제 끝이다-!”

“와아아아아!”

길고 길었던 2017년도의 글로벌 투어가 마침내 끝났다.

고척돔에서 시작할 때만 해도 막막하게 느껴졌는데, 드디어 막을 내린 것이다.

비행기에서 헛구역질 하면서 현기증을 느끼던 것도 이제는 끝이다.

물론 해외 일정이 다 끝난 건 아니지만 투어 때 바쁘게 비행기를 타는 것에 비하면 식은 죽 먹기다.

“고생하셨습니다. 다들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아직 끝난 것도 아닌데 뭘.”

홍서영 과장님이 웃으며 말했다.

“서울 콘서트도 있잖아.”

“그래도 일단 해외 투어 일정이 끝난 거잖아요. 이게 제일 큰 거죠.”

싱글벙글 웃으며 답했다.

여기저기서 즐겁게 웃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카드를 흔들었다.

“오늘은 저희가 쏩니다! 뭐 드시고 싶으세요?”

“소고기!”

일본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는 한국식 고깃집을 방문하기로 했다.

곧이어 도착한 가게에서 왁자지껄한 웃음이 펼쳐졌다.

숯불 위에 고기의 지방이 사르르 녹아내리고.

겉옷을 벗고 티셔츠 차림이 된 스탭들이 맥주를 연거푸 들이켜며 웃음을 터뜨렸다.

평소 딱딱하게 굳어 있던 우리 신규 매니저 3인방도 헤실헤실 웃으며 맥주를 들이켜면서 곳곳에 알콜 향이 풍겼다.

“형도 한 모금 마셔.”

내 말에 석환 형이 손사래를 쳤다.

“여기 노 알콜존이라며. 지켜 줘야지.”

“안 그래도 되는데…….”

내 테이블은 이른바 노 알콜 존(zone)이었다.

테이블 위에 술병 대신 콜라 캔이 올라와 있고, 졸개들이 나를 겹겹이 둘러싼 채 대공 방어 레이더처럼 알콜을 경계하고 있었다.

내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굳이 이런 거 안 해 줘도 괜찮은데. 너희도 그냥 편하게 마셔.”

“노노.”

막내가 손을 저으며 선심 쓰는 표정을 지었다.

“형을 위해 참으려고요.”

“안 참아도 되는데. 그냥 마셔~”

“아니에요. 마시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형을 위해서 마시지 않으려고요.”

“맞아.”

“그거 맞다.”

고개를 끄덕이는 졸개들을 바라보며 픽 웃었다.

그냥 지들이 술 못 마시는 거면서….

나 보고 술 약하다고 놀리던 녀석들이 호주여행 리얼리티에서 어떤 추태를 보여 줬는지 잘 알고 있었다.

-사랑해요! 사랑해! 내가 제일 사랑해!

기억이 가물가물해도 발그레한 얼굴로 활짝 웃으며 내게 달려와 안기던 서 모 씨는 잊히지 않는다.

“으으.”

“뭐야. 왜 이상한 사람처럼 그래요?”

“아니야. 아무것도.”

놀리고 싶지만 오늘만큼은 리혁이의 귀를 지켜 주기로 했다.

좋은 날이잖아.

“건배나 하자.”

“예이-!”

동생들과 유리잔을 부딪치며 건배했다.

옆에서 소맥을 제조하고 있는 민기 형과 원석이 형을 보고는 불판 위에 올라온 고기를 집었다.

아무래도 우리 테이블은 술을 안 마시다 보니 비교적 정상적인 대화 주제가 흘러나왔다.

오늘 돔 구장에 대한 소감, 팬들이 마지막에 보여 주었던 슬로건 이벤트, 과자 집을 부쉈던 첫날의 이벤트 등등.

비주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거 진짜 그때 너무 웃겼어요. 형이랑 김중현이 갑자기 쫄래쫄래 뒤로 가서 집 부수기 시작해서.”

“어쩔 수 없었어. 과자가 다 떨어질 줄은 몰랐어서.”

“그래도 반응은 좋았잖아여.”

임기응변으로 처리한 것이긴 한데 다행히 관객들의 반응이 몹시 좋았다.

한국에서도 일본 팬들이 올린 사진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때문인지 오사카 돔 둘째 날에 온 관객들은 조금 실망하는 눈치기도 했다. 과자의 집을 부숴줄 줄 알았는데, 전날의 교훈 덕에 우리가 과자를 어마어마하게 챙겨 왔으니까.

“그래도 잘 마무리했다.”

“진짜로.”

고개를 주억거리고는 유럽에서의 첫 공연들부터 오늘 오사카 돔 콘서트까지의 시간을 떠올렸다.

“올해가 진짜 훅 지나갔네. 두 달만 있으면 새해고.”

“그리고 형은 이제 스물여섯이 되는 거죠~ 아아아아악!”

눈치 없는 막둥이를 응징하고는 고기를 집어먹었다.

감상에 젖는 것도 잠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화제는 이번 달의 스케줄로 넘어가 있었다.

“아.”

석환 형이 핸드폰 메모장을 살피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그걸 얘기해 준다는 걸 깜빡했네. 우주 너한테 광고 들어온 적 있었는데.”

“광고? 무슨 광고?”

“게임 광고.”

“…….”

졸개들이 배를 붙잡고 깔깔거리기 시작했다.

부드럽게 녹는 고기의 맛을 음미하며 괴로움을 떨쳤다.

“무슨 광고 컨셉인데?”

“음. 다양해. 주로 게임 못하는 사람도 이만큼 할 수 있다 하는 게임도 있고. 요즘 TV에 나오는 유명 스트리머한테 게임을 배우는 광고도 있고… 뭐, 별로 권하고 싶은 스타일의 광고들은 아니다만.”

“그런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흠칫했다.

“근데 방금 전에 왜 ‘광고 들어온 적이 있었다’ 라고 말한 거야? 과거형으로 말한 거 같았는데.”

“맞아.”

석환 형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너 개인 광고 단가 들으니까 다 도망치더라고. 개인으로 하면 가격이 감당할 만하다고 생각했나 봐.”

“내가 그 정도로 광고료가 높아?”

“너만 그런 게 아니고 너희 다 마찬가지야.”

“……?”

요즘 개인으로 광고를 찍어 본 적이 없는 탓에 우리도 시세를 잘 모르고 있었다.

르블랑을 비롯해 명품 브랜드들에서 앰버서더 홍보료로 약속한 금액을 석환 형이 속삭여 줬다.

“……그 정도로?”

“응.”

“…….”

눈을 깜빡이고 있는 동안 막내가 일어나서 숟가락으로 유리잔을 두드렸다.

“싸랑하는 녀러분.”

“녜~!”

“오늘의 꽃등심은 무제한입니다.”

“와아아아아아-!”

우리가 흐뭇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계약금 액수를 들어 보니 고깃집을 인수해도 될 만한 금액들이었다.

석환 형이 웃었다.

“어쨌든 단가를 말해 주니까 게임 회사들이 기겁을 해서 도망치더라고.”

“아이고.”

“그래도 몇몇 기업들이 남긴 했는데 리스트 한 번 볼래?”

“응.”

“아직 검증이 안 된 리스트라는 점은 유념하고 봐.”

석환 형이 내미는 핸드폰을 받아 들자, 졸개들이 목을 쭈우욱 빼고 시선을 모았다.

“오.”

중현이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저도 다 들어 본 게임 회사들이네요.”

“그러게. 다 자금력이 있을 만한 회사들이긴 하네.”

게임을 잘 모르는 나도 잘 아는 기업들이 대거 들어와 있었다.

주로 기존 게임보다는 신규 런칭하는 게임에 대한 홍보 건들로 가득했다.

“어디 보자.”

졸개들과 함께 하나씩 살폈다.

“신규 RPG 게임 <헤러시 모바일> 광고. 영상 광고 및 인터넷 포털 배너와 함께 뉴블랙 우주 관련 캐시템 출시 예정. 배분은 추후 협상…….”

“모바일 FPS 게임 <라이플 M>의 광고. 선우주 기념 스킨 출시. 음… 형의 외모를 3D로 구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지만 요것도 괜찮아 보여요.”

“뭐. 이건 모바일 아니네요. <드림 테일즈>라는 RPG 게임인데 메르헨 같은 귀여운 분위기가 특징이래요. 선우주 같은 초심자도 할 수 있는 자동사냥, 그런 문구로 홍보하겠다는데…….”

십여 곳 정도 되는 메이저 게임 회사들에게서 들어온 홍보 요청.

중현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중현아. 혹시 느낌이 좋은 데 있니?”

“모르겠는데요.”

좋다, 나쁘다도 아니고 중립.

항상 우리 스케줄의 나침반이 되어 주는 중현이가 빙글빙글 나침반처럼 젓가락을 돌리는 한편.

나도 고민에 잠겼다.

“음… 게임 광고라…….”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를 원한다는 광고 요청이 계속 들어오고 있음에도 우리가 찍는 광고는 극히 일부였다.

이유는 두 가지.

하나는 대중들에게 ‘돈독 올랐구나!’ 하는 이미지를 안 주기 위해서다.

적당히면 몰라도 광고를 어마어마하게 찍어 대는 건 대중적인 이미지에 별로 좋은 일은 아니다. 그래서 대중들이 싫증을 내지 않도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광고 수를 조절하는 중이었다.

아무리 호감 가는 사람이라도 하루 종일 여기저기서 얼굴을 보면 짜증이 나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또 다른 이유 하나.

바로 우리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광고만 찍기 때문이었다.

-광고도 필모그래피 같은 거라고 생각해야 돼.

우리 TF팀장님의 지론이었다.

-너희와 어울리는 광고를 찍어야 해. 시너지를 발휘하도록.

그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여기 나와 있는 게임 광고들은 좀 미묘한 편이다.

광고 기획에 대한 내용이 짤막하게 첨부되어 있었는데 좀 의아한 부분들이 보인다고 할까.

“……여기 광고 내용 보면 나랑 이 게임이랑 무슨 상관이 있는 건지를 모르겠는데. 아무리 봐도 광고에서 연관성이 없어 보여.”

그냥 내가 나와서 ‘꼭 플레이해 보아요!’ 하는 광고.

척 봐도 게임 안 하게 생긴 애가 ‘나 뉴블랙이니까 너 게임 해 보셈’ 하는 광고라 설득력이 없었다.

“스킨 출시하겠다는 곳은 너무 계획이 허술해 보이는데. 이거 그냥 수플레들 돈이나 뺏어가겠다고 대충 하는 거잖아.”

잘 이해가 안 갔다.

비주가 홍보하는 주방 용품이라면 모를까. 게임 유저들이 ‘선우주가 광고 모델이네. 그럼 해 봐야지’ 할 리는 없지 않겠는가.

-게임 광고 영상에서 개 못하던데. 와! 내가 저것보단 잘하겠다…!

-선우주 플레이가 개빡쳐서 해봅니다.

어…….

할 수도 있나?

아무튼 광고 타깃층에게 내가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안 보였다.

그냥 이번 돌림픽으로 화제가 되니 한 번 달달하게 뽑아보겠다 하는 안일한 마음과 홍보비를 지출할 수 있는 막대한 재력이 보일 뿐.

“귀한 홍보비를 이런 식으로……?”

국내 대기업들이 하는 일이라고 하기엔 너무 어설픈 게 아닌가 싶었다.

내가 조용히 웃자 막내가 날 가리키며 웃었다.

“우주 형, 입만 웃는 거 봐요.”

“오. 일 처리 못마땅할 때 나오는 극대노 미소.”

“저러고 왜 A&R이랑 프로듀싱 팀 분들이 왜 자길 무서워하냐고 하는 사람이에요.”

“흠흠…….”

동생들의 말에 다시 체통을 찾고는 몇몇 개를 리스트에서 제외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나머지는 우리 전문가에게 맡기기로 했다.

“저한테요?”

“응.”

자신을 손으로 가리키며 갸웃하는 막내에게 내가 웃어 보였다.

“게임 쪽은 네가 전문가니까. 한 번 판별을 해 줬으면 해서.”

“그래도 돼요?”

“당연하지.”

막내가 기뻐했다.

“다행이다. 입이 막 근질근질했는데 참고 있었어요. 형 개인 광고에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도 좀 그렇긴 해서. 근데 형 말이 그렇다면…….”

나름 헤비 게임 유저라고 자부하는 지호가 눈을 빛내며 남은 대여섯 개의 리스트를 살폈다.

“일단 그건 백퍼예요, 형. 게임 하는 사람들은 아이돌이 광고하면 별로 안 좋아해.”

“그럴 거 같긴 하다.”

“뭐. 형이면 괜찮을 수도 있을 거 같기도 한데 암튼 그렇다고 미리 말해 주는 거예요.”

그러고는 리스트를 하나씩 짚기 시작했다.

“일단 여긴 패스. 중국 회사인데 유저들이 불매해야 한다고 말 많아요. 동북공정 이슈도 있고.”

“오.”

“그리고 이 회사도 논란 많아요. 게임 회사 중에 논란 없는 회사가 없긴 한데, 여긴 이번에 패치 이상하게 해서 난리 났어요.”

“오호오…….”

“그리고 여기는 게임 커뮤에서 모바일 사업부 개판이라는 소리 나오는 회사. 여기 리스트 대부분이 그런 거 같은데, 이게 게임에 자신이 없으면 홍보비를 퍼붓거든여.”

아. 그래서 나를 쓰겠다고 하는 거였구나.

그런 식으로 하나씩 걸러 주던 막내가 화룡점정을 찍었다.

“이 회산 원래 민심 대박 좋았는데.”

“응.”

“이번에 이미지 완전 바닥으로 갔어요. 유저들이 항의했다고 맵 이름에 유저 비하하는 밈 쓰고 그랬거든요.”

“무슨 밈?”

“맵 이름이 ‘개돼지의 동굴’이에요. 전혀 상관없이 뱀 몬스터 나오는 곳인데.”

“……대단하구나.”

연습생 시절부터 정말 별별 기획사들을 다 봤다고 자부하지만 게임 업계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

정말 전설 같은 일화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비주와 리혁이가 입을 떡하니 벌리고 감탄했다.

“그러고도 장사가 되는구나.”

“넹. 슬프게도…….”

멍하니 웃음만 터뜨리던 우리가 주변에서 소맥을 하고 있는 직원들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반짝반짝.

내가 눈을 비비며 물었다.

“나만 그렇게 보이나? 갑자기 후광이…….”

“어어어어, 진짜네요.”

갑자기 우리 회사 직원들이 더 예쁘고 멋져 보였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자 석환 형의 뒤에서 부처님의 은은한 불광이 어리기 시작했다.

달봉이 오천만 개를 킨 듯한 밝기!

내가 석환 형의 손을 붙잡고 열렬히 흔들었다.

“고마워. 형.”

“응……?”

“형은 정말 햇빛 같은 존재야.”

“어. 고마워…?”

어리둥절해하면서 웃는 석환 형을 바라보고는 졸개들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중현이가 제자리에서 일어나서 콜라 병으로 부우우- 피리를 불었다.

“사랑하는 레몬 엔터 식구 여러분.”

“네에!”

“오늘은 술도 무한입니다.”

“와아아아아!”

참으로 예쁘게 웃는 우리 직원들을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게임 광고는 안 하는 걸로.”

“어어. 아니에요. 아직 끝난 거 아니에요.”

막내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저기 중에 하나 좋은 거 하나 있어요. 11번째 있는 거요.”

“11번째? 나 그건 못 본 거 같은데.”

궁금해하는 나에게 지호가 씩 웃으며 말했다.

“이건 에어소프트 광고예요.”

“유명한 데야?”

“네, 국내에서 꽤 큰 게임사예요. 이번에 새로 출시하는 게임기 광고에 형을 쓰고 싶다는데… 이게 진짜 형한테 대박 잘 어울릴 거 같아요.”

막내가 은근하게 속삭이니 불안해진다.

저번에도 저래서 E스포츠 돌림픽에 나갔다가 망신이란 망신은 다 당하고 돌아오지 않았던가.

“음…….”

“이번엔 진짜로 믿어 봐요. 형 이미지에 딱 어울리는 게 들어와 있어요.”

“그래……?”

속는 셈 치고 시선을 힐끔 던지는 나에게 지호가 광고 내용을 소개했다.

“형이랑 프로 게이머들이 함께 하는 광고용 미튜브 컨텐츠예요.”

“…….”

벌써부터 듣기가 싫어졌다.

“……광고가 무슨 내용인데?”

이윽고 막내의 말이 이어지는 순간, 졸개들이 단체로 뒤집어져서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도 같이 웃음을 터뜨렸다.

*   *   *

얼마 후.

거대한 광고 스튜디오에 차량들이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다.

“이야. 날씨 좋다아-!”

프로 게이머 신현수가 차량에서 내리며 기지개를 쭉쭉 켰다.

화창한 하늘 아래서 거대한 스튜디오의 그늘로 들어선 그가 매니저에게 물었다.

“진짜 뉴블랙이랑 같이 찍는 거야?”

“네.”

“이야…….”

광고 내용을 정확히 알기도 전에 계약서에 부랴부랴 도장부터 찍은 그였다.

‘뉴블랙이랑 같이 광고……!’

여기저기 자랑할 기회 아니던가.

이번에 광고 촬영만 같이 해도 앞으로 석 달 동안은 술자리 안주로 32가지 바리에이션으로 써먹을 수 있는 뉴블랙이었다.

물론 엄밀히 말하자면 뉴블랙이 아니고 우주긴 했다.

하지만 우주가 누구냐.

‘뉴블랙의 수괴!’

팬덤계의 괴뢰 집단 수플레들을 영도하는 위대한 뉴블랙의 수장.

그가 있다는 뜻은 그림자처럼 그를 수행하는 졸개들도 우주의 근처에서 넘실거린단 뜻이었다.

“후우…….”

그도 프로 게이머로서 커리어가 대단하고 유명하다고 자부하긴 했지만 지금 국내 최고의 스타를 만난다고 하니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주춤주춤 하는 그에게 매니저가 물었다.

“형님, 안 들어가세요?”

“조금만 여기 있자. 다른 애들 오면 같이 들어갈래.”

곧이어 서로 종목이 다르긴 하지만 안면이 있는 프로 게이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현수 형 오셨어요?”

“왔어?”

“안 들어가고 뭐 하세요. 형?”

“그러는 넌 왜 안 들어가는데?”

“좀 부끄러워서.”

낯가림을 하는 프로 게이머들이 하하 사이좋게 웃었다.

그들 중 가장 경력이 오래 되고 맏형인 신현수가 후배 프로 게이머들에게 말했다.

“들어갈까?”

“가죠.”

위풍당당하게… 입장하고 싶어 하는 프로 게이머들.

물론 위풍당당한 것이 맞았다.

게임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어마어마한 커리어를 가진 이들!

그에 반해 상대는 게임계의 최약체 수준이 아니라 최약체에게 뺨을 맞는 수준의 우주선이었다.

하지만…….

“아. 진짜 이거 괜찮을까요? 우리?”

“그러게 말이다.”

광고 스튜디오에 입장한 프로 게이머들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바로 오늘의 광고 내용 때문이었다.

그들의 주 종목인 PC 게임과는 백만 광년 정도 거리가 있는….

‘이거 진짜 괜찮으려나.’

게임 컨트롤러를 휘둘러 탁구를 하거나 테니스를 하는 등 운동을 하는 피트니스 게임 광고.

바로 그들이 우주에게 그런 게임을 배우는 것이 광고의 내용이었다.

[프로 게이머 여러분]

[우주선의 행복 게임 캠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뀨!!]

펄럭이는 현수막을 바라보며 허허 웃던 프로 게이머들이 시선을 돌리자 멀찍이 우주가 보였다.

멀찍이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미모.

“어! 진짜 우주ㅅ……”

“어…….”

하지만 프로 게이머들은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잠깐만. 복장이…….’

빨간 유격교관 모자.

검은 선글라스.

목에 걸고 있는 교관 호루라기.

그리고 옆에서 발랄하게 웃는 ‘조교’ 모자를 쓴 졸개들.

“…….”

“…….”

행복 가득한 미소를 짓고 있는 꽃미남 교관들의 모습에 게이머들이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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