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33)화 (733/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33화

프로 게이머 도착 30분 전.

“안녕하세요. 에어소프트 홍보팀장 정세연이라고 합니다. 처음 봬요.”

“네!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반짝이는 미소로 답하는 이들을 바라보며 정세연 팀장이 속으로 감탄사를 터뜨렸다.

‘진짜 잘생겼다…….’

직업 특성상 연예인들을 종종 보곤 했지만 이 정도로 잘생긴 이들은 처음이었다.

자꾸만 입이 헤벌쭉 벌어지는 걸 참으며 그녀가 광고주다운 표정을 지었다.

“오늘 광고 잘 부탁드릴게요.”

“아뇨. 저희가 잘 부탁드려야죠.”

우주가 차분하게 웃으며 말했다.

“제가 프로 게이머들한테 게임을 가르쳐 주는 컨텐츠라니… 이런 귀한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조곤조곤한 말투와 다르게 눈이 요란하게 반짝거리는 것을 보니 엄청 기쁜 모양이었다.

그녀도 웃으며 답했다.

“정말 저희 게임기 이미지와 어울릴 것 같았거든요. 사실 우주 씨가 게임을 못한다는 것도 편견이라고 생각해요. 게임이란 게 키보드와 마우스를 움직이는 것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렇죠!”

“그런 편견을 깨기 위해 우주 씨께 섭외 요청을 보냈어요. 정말 뭐든지 잘하시니까.”

“꺄아아!”

익룡 소리를 내며 기뻐하는 우주.

워낙 동안이라 그런지 고등학생이 급식에 떡볶이가 나왔다고 좋아하는 모습 같았다.

“하핫! 감사합니다. 저희 악수 한 번.”

“아, 네….”

왜 나이 든 사람처럼 악수를 청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세연 팀장도 같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뒤에서 혀를 끌끌 차는 졸개들의 모습을 보며 웃음을 꾹 참는 그녀에게 우주가 호언장담했다.

“정말 최고의 컨텐츠를 찍고 가겠습니다.”

“기대할게요.”

거기까지 대화를 끝내고 그녀는 광고주의 역할로 다시 돌아갔다.

촬영 현장에서 소품이나 게임 세팅은 확실히 되었는지, 광고 모델들이 먹을 간식은 제대로 준비되었는지 등등.

간식 테이블에 올려진 빵 바구니를 바라본 그녀가 눈매를 좁혔다.

“빵?”

“어… 뉴블랙 분들이 빵을 좋아하신다고 해서 준비했는데요.”

“빵은 당분간 질려서 못 먹을 것 같다고 인터뷰한 기사 못 봤어요? 빵 말고 과자로 세팅 바꿔 주세요.”

“아, 알겠습니다!”

알려져 있기로 뉴블랙은 깐깐한 모델이 아니다.

특정 브랜드의 음료가 아니면 안 마신다거나 다이어트 중에 자기가 좋아하는 과자를 올렸다며 매니저들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타입과는 거리가 멀다는 이야기.

하지만 그와 별개로 현재 광고계에서 가장 핫한 연예인인 만큼 특별히 대우할 필요가 있었다.

‘최고로 대우해야 돼.’

단순히 광고 모델에게 좋은 대우를 하는 것을 떠나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정세연 팀장은 이어 게임기를 설치하는 직원에게 다가갔다.

“세팅은 잘 되어 가요?”

“예, 한 번 보시죠.”

대형 TV에 복잡한 케이블들을 연결한 직원이 목장갑을 낀 손으로 땀을 훔쳤다. 그러고는 리모컨으로 게임 세팅을 보여 주었다.

탁구와 테니스 같은 아이콘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 다 되면 뉴블랙 분들이 미리 해 볼 수 있게 해 주세요.”

“예.”

촬영장 곳곳을 누비며 제대로 됐는지 확인을 마친 그녀의 시선이 돌아갔다.

오늘 촬영을 맡은 감독과 뉴블랙이 대본을 보면서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

손으로 여기를 가리켰다 저기를 가리키기를 반복하는 걸 보니 동선에 관해 협의하는 모양이었다.

‘잘 됐으면 좋겠다.’

에어소프트의 신규 게임기 O2.

이미 대대적으로 홍보를 퍼붓고 있는 상황이고 실적도 나쁘지 않은 편이긴 했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면이 없잖아 있었다.

그랬기에 이번에 준비하는 미튜브 컨텐츠는 거기에 플러스 알파처럼 멋들어진 마침표를 딱 찍어 줄 영상이었다.

미튜버로서도 압도적인 영향력을 지닌 뉴블랙과 함께 하는 광고 영상 컨텐츠.

‘정말로 우주가 섭외될 줄이야.’

스케줄이 너무 촘촘해서 최대한 빨리 찍고 싶다는 말에 부랴부랴 준비해야 했지만 너무나 좋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있었다.

‘왜 다 같이 온 거지?’

분명 섭외 요청을 한 건 선우주뿐이었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뉴블랙 전원이 함께 하고 있었다.

기꺼이 홍보비를 추가 지출하긴 했지만 당혹스러울 따름이었다.

현실에서도 사이가 너무 좋다는 루머가 정말 진짜인 걸까.

케이블 가십 프로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본 적이 있었다.

[연예계 최고 스타로 유명한 S모군. S모군과 멤버들의 사이는 왕과 충실한 신하 관계 수준으로 알려져…]

맏형을 따르는 졸개들의 이미지가 사실인 게 분명했…….

“아이이!”

우주의 목소리가 들렸다.

“옆에서 자꾸 떠들고 정신 사나워 죽겠네. 진짜 너네 왜 온 거야?”

그가 주변에서 바글거리는 졸개들에게 질색하자, 졸개들이 와아악 하면서 바글거리기 시작했다.

“저는 프로 게이머 분들 사인 받으려고 왔는디요~ 버블 님 사인 꼭 받고 가려구요.”

“광고 촬영장 오면 맛있는 게 많아요. 하핫.”

“저번처럼 나 빼고 자기들끼리 맛있는 거 먹을 거 같아서 왔어요. 나 빼고 행복한 꼴은 절대 못 봐.”

“저는 다 같이 있는 게 좋아요…….”

저마다 사심 가득한 목적에 그녀가 웃음을 꾹 참았다.

맏형을 따르긴 따르는데 그녀가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였다.

뭔가 ‘충성!’ 하는 부하들의 이미지라기보다는 음…….

“형, 이따가 배드민턴 하면서 묘기 보여 줘요. 묘기.”

“싫어. 모기한테나 쏘여라.”

“애애애앵-.”

모기 흉내를 내는 막내와 질색하는 맏형을 바라보며 그녀가 웃음을 참다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왠지 동네 형이랑 코흘리개들 같은 느낌…….’

그것이 그녀가 본 국민 아이돌의 첫 인상이었다.

*   *   *

무릇 남을 가르치기 위해선 내가 더 잘 알아야 하는 법.

프로 게이머들에게 게임을 가르쳐 주기 위해, 먼저 이 새로운 게임기를 쓰는 법을 익혔다.

“간단해요.”

광고주 측에서 게임기 리모컨의 사용법을 가르쳐 주었다.

“거기 있는 버튼들은 게임 고르거나 메뉴 이동할 때만 쓰이고요. 그냥 컨트롤러를 휘두르시면 됩니다.”

“이렇게요?”

탁구 치듯이 손을 부웅 움직이는 내게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게 하시면 됩니다.”

“간단하네.”

“탁구나 테니스 서브할 때만 저 버튼을 눌러 주시면 돼요.”

손목 스트랩에 리모컨을 부착하고는 테스트를 해 보았다.

탁구 연습.

왼손의 버튼을 눌러 공을 띄우고는 가볍게 스핀을 넣어 오른손의 리모컨으로 서브를 날렸다.

“오오!”

게임 속의 내 캐릭터 [UniverseMaster_1109]가 그림 같은 서브를 넣으면서 AI를 농락했다.

동생들과 내가 눈을 뜨고 감탄했다.

“와, 완전 똑같이 되네요? 진짜 탁구 치는 거 같아요.”

“네. 저희 회사가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젝트입니다.”

“와…….”

기술이 이 정도로 좋아졌구나.

군산에서 리혁이랑 같이 했던 갤러그나 각종 오락들이 떠오르면서 격세지감을 느꼈다.

본사에서 개발에 참여했다는 담당자가 팔짱을 끼며 근엄하게 웃었다.

“도구만 조금 다를 뿐이지. 실제 스포츠와 거의 똑같이 구현했다고 생각하면 돼요.”

“다른 것도 해 봐도 되나요?”

“그럼요. 그럼 복싱으로…….”

킥복싱 코너로 들어가서는 튜토리얼을 했다.

지시에 맞춰 잽과 훅, 발차기를 섞어 가며 부웅- 팔다리를 움직이면서 주변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자세 진짜 본격적이네.”

“저래서 두목…….”

시원하게 주먹을 휘두르자 땀방울이 살짝 흘러내렸다. 이마의 땀을 훔치며 고개를 돌리자 막내가 공손하게 두 손을 모으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물었다.

“왜 그래?”

지호가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 말 잘 들으려고요.”

“됐다.”

즐거운 웃음이 흘러나왔다.

비주가 건네주는 손수건을 받아서 땀을 닦고는 주변 사람들에게 어떠냐고 물었다.

촬영 감독님이 엄지를 들었다.

“완벽합니다.”

이제 프로 게이머들을 가르칠 준비는 다 된 것 같다.

“그럼 복장부터 갖춰 입자.”

“네!”

교관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호루라기를 목에 걸었다. 졸개들도 검은색 조교 모자를 눌러 쓰고.

만반의 준비를 갖추자마자, 때마침 게이머들이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어! 안녕하세요-!”

활짝 웃으며 달려갔지만 게이머들의 동공이 흔들리고 있었다.

노랗게 염색한 머리에 유순한 인상을 가진 프로 게이머, 신현수가 흔들리는 눈으로 우릴 가리켰다.

“왜… 그, 그런 복장으로…….”

“이래야 썸네일을 뽑기 좋거든요.”

“아아…….”

그러고는 우리에게 물었다.

“저희 뭐 훈련 같은 그런 거 하는 건 아니죠?”

“그럼요.”

복장이 임팩트가 좀 강했던 모양이다.

잠시 혼비백산한 표정으로 있던 이들이 그제야 침착함을 되찾고 하나둘 손을 내밀었다.

안경을 쓴 평범한 인상의 방송인이 손을 내밀었다.

“오랜만에 만나네요. 잘 지냈어요?”

“진짜 오랜만에 뵙네요.”

프로 게이머로 활동하다가 이제는 완전히 방송인으로 전향한 배영훈 씨였다.

우리와는 14년도에 주세한 농촌 특집을 찍을 때 함께 했던 분인데, 지금은 꽤 인지도를 가진 방송인이 되어 있었다.

케이블에서 MC를 맡고 있는 고정 프로만 몇 개 있고, 지상파에서도 예능 하나에 고정 출연 중이다.

그가 아련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진짜 그 이후로 3년 만에… 대스타가 되셨네요.”

“대스타는요. 무슨.”

머쓱하게 웃는 동안 배영훈 씨가 지호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호 씨는 그때 저랑 키가 비슷했는데 엄청 커지셨네요.”

“그죠? 이제 제가 이 형보다 더 크죠?”

막내가 기분 좋게 웃으며 나랑 어깨동무를 했다.

그렇게 배영훈 씨와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고는 다른 게이머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안녕하세요. 신현수입니다.”

이 자리에 있는 게이머 중에서 내가 유일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스타 리그에서 준우승도 한 유명 게이머.

“허어어어어!”

잘 모를 줄 알았는데 막내도 알고 있는 모양이다.

반갑게 손을 흔들어 대는 지호의 모습에 신현수 씨가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를 시작으로 다른 세 명과도 인사를 나눴다.

먼저 안경을 쓴 둥실둥실한 인상의 학생.

“안녕하세요. 버…블입니다. 그냥 진수라고 부르세요.”

롤 게이머라는데 막내가 제일 좋아하는 걸 보니 유명한 사람인 듯했다.

그 옆자리에 있는 마른 체격의 학생이 손을 들었다.

“고윤민입니다.”

옵치라는 게임의 프로 게이머라고 했다.

그리고 그들을 지나 왠지 모르게 사회생활 많이 하셨을 듯한 인상의 40대 남자가 손을 내밀었다.

“바퀴라고 합니다. 본명은 박이현이고요.”

“안녕하세요.”

철권 게이머라고 하셨다.

처음 섭외 명단을 보았을 때, 철권도 대회가 있나 싶었는데 굉장히 메이저한 분야 중 하나였다.

한국 랭킹 5위 안에 드는 강자라나.

워크. 스타. 롤… 서로 다른 분야의 전현직 게이머들을 둘러보았지만 정말 제각각이다.

유일한 공통점이라면….

“저 혹시 이따가 사진 좀.”

“예, 그럼요.”

“너무 설렙니다. 뉴블랙 분들이랑 영상 찍고 나면 구독자 수가 진짜 어마어마하게 오른다던데…….”

눈을 빛내며 좋아하는 게이머들.

이들의 공통점은 현재 프로 게이머들 중에서 꽤 인기 있는 미튜브를 운영 중이라는 점이었다.

-나름 인기 미튜버 분들이거든요. 그분들이 본인 방송에서 이 컨텐츠를 이야기 하면서 바이럴처럼 퍼져 나가게 하는 게 목표입니다.

다들 구독자 수가 30만~50만 정도 되는 인기 미튜버들이라고 했다.

슬슬 몸을 풀기 시작하는 게이머들을 바라보며 내가 미소를 지었다.

“그럼 촬영 시작할까요?”

*   *   *

“자. 그럼 씩씩하게 준비 운동부터 하겠습니다~!”

발랄한 목소리.

“준비~ 시작!”

빨간 교관 모자를 쓴 우주가 시범 동작을 보이면서 프로 게이머들이 활기찬 미소를 지었다.

딱 30초 정도.

“헥… 헤에엑…….”

“하이고.”

“어우, 숨 차.”

만성 운동 부족에 시달리는 프로 게이머들.

몸을 풀기 위한 준비 운동에도 버거워하는 이들의 모습에 뉴블랙 멤버들이 눈을 깜빡였다.

비주가 상냥하게 물었다.

“저기… 이게 힘드신가요?”

“네. 허억.”

“준비 운동인데……?”

생각보다 더 나약한 게이머들의 저질 체력에 뉴블랙 멤버들이 당황하는 게 보였다.

스트레칭 시간도 마찬가지였다.

“끄으으응!”

“끙차!”

유연성을 늘리는 동작을 하는 게이머들을 지켜보던 멤버들이 문화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지었다.

리혁이 제자리에 서서 다리를 위로 들어 올려 보였다.

“이게… 안 된다고요?”

“…….”

“어어…….”

신기한 생명체를 바라보듯이 게이머들을 바라보는 뉴블랙. 마치 손이 세 개 달린 사람을 보는 표정이었다.

왠지 모르게 게이머들은 억울했다.

교관 모자를 벗고 다시 뉴블랙으로 돌아온 이들이 활짝 웃었다.

“자! 그러면 지금부터 제가 탁구 스윙하는 법을 알려 드릴게요. 자, 이렇게 서서 다리를 펼치시고.”

리모컨을 지급 받은 게이머들이 우주의 동작을 따라 했다.

삐그덕.

삐걱.

40대인 철권 게이머 바퀴는 관절이 우두둑 소리를 낼 정도였다.

“……자, 제가 보이는 시범을 따라 하시면 됩니다.”

“네!”

“테니스 서브 보여 드릴게요.”

테니스 시범을 보여 주는 우주.

그리고 우주가 딱 자세를 잡는 순간 프로 게이머들이 눈을 크게 떴다.

‘오, 자세랑 눈빛…….’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마치 프로 테니스 선수의 표정을 보는 거 같다.

테니스 시청이 취미인 바퀴가 눈을 깜빡였다.

‘윔블던에서 많이 본 얼굴 표정인데.’

아마도 기분 탓일 거라고 믿었다.

그렇게 그럴싸하게 자세를 잡은 우주가 왼손 리모컨을 쥔 손목에 스냅을 주었다.

스타 게이머 신현수가 중얼거렸다.

“나만 그런가. 공이 보이네.”

“저도…….”

허공에서 노란 공이 퉁퉁 튕겨 오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우주가 리모컨 버튼을 누르고 가볍게 점프했다.

“김덕수우우운!”

뭔가 이상한 기합성을 넣으며 우주의 오른손이 허공을 갈랐다.

그야말로 프로 테니스 선수 같은 완벽한 동작.

프로 선수가 봤어도 감탄할 만한 동작에 여기저기서 박수가 흘러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TV에서도 AI가 대응도 못하고 무너져 버렸다.

[최고입니다!]

[업적 ‘아직 이럴 단계가 아닌데’를 달성합니다!]

‘뭐야. 테니스의 왕자냐.’

‘처음 하는 거면서 왜 이렇게 잘하는 건데…….’

비주가 볼보이처럼 달려가 우주에게 생수병을 내밀었다.

테니스 만화의 주인공처럼 크으, 하고 웃던 우주가 멍하니 바라보는 게이머들에게 말했다.

“다른 것들도 시범을 보여 드릴게요.”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고오오오오오.

탁구 서브를 넣을 때도 우주의 표정이 달라졌다. 마치 뒤에서 판다가 환영처럼 용트림을 하는 듯한 느낌!

‘갑자기 표정이 50대다. 중국 탁구 선수 중에 저런 표정 짓는 사람 있었는데…….’

바퀴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겠지.’

그걸 시작으로 차례대로 시범을 보일 때마다 레전드가 탄생했다.

[퍼펙트!]

[NPC ‘탁구장의 노인’이 당신에게 호감을 가집니다!]

[히든 전직 퀘스트 발생 : 자네 탁구왕의 전설을 알고 있나]

탁구장의 노인이 돌발 퀘스트를 주지를 않나.

[배드민턴의 정령들이 당신의 업적에 호감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당신의 명성이 배드민턴 대륙에 널리 퍼져 나갑니다.]

[명성 +10]

[NPC들이 새로운 유망주의 등장을 기대합니다.]

스매시 한 번으로 배드민턴 대륙에 명성을 떨치고.

[야구의 대마왕이 당신을 영입하고 싶어합니다.]

[전직 퀘스트 :  나와 함께 벤치 클리어링을 하지 않겠나?]

야구 스윙을 할 때는 대마왕이 갑자기 날개를 펼치며 강림했다.

프로 게이머들이 눈을 깜빡였다.

‘왜 게임에 이딴 설정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뭔데. 왜 저렇게 잘하는 건데…….’

주변에서 제작사 측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거 원래 저런 게 나오나요?”

“아뇨. 숙련자들이 2회차로 플레이할 거 감안해서 넣은 히든 미션 같은 거거든요. 마스터급 플레이어는 돼야 나오도록 설정한 건데…….”

“저게 되네요…….”

프로 게이머들이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우주가 씩 웃으며 그들에게 자리를 비켜 줬다.

“한 번 해 보실래요?”

“예!”

프로 게이머들이 자신 있게 나섰다.

선우주가 하는 것을 유심히 지켜봤던 게이머들이었다.

‘계산은 완벽해.’

프로 게이머도 엄연히 게임이라는 스포츠를 플레이하는 사람들이었다.

단순히 피지컬만 좋다고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었다.

여느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E스포츠에도 적절한 판단력이나 타이밍에 대한 본능적인 감각이 필요하다.

거기에 경기의 룰과 전술에 대한 완벽한 이해까지.

프로 게이머들이 눈을 빛냈다.

‘대충 방법은 숙지했어.’

선우주가 움직이는 동작을 예리하게 관찰하면서 고득점을 하는 방법을 익힌 터였다.

대표 주자로 나선 신현수가 훗 웃으며 탁구 서브를 넣을 준비를 했다.

하지만.

“엇…….”

타이밍은 정확했지만 몸이 따르지 못하면서 TV 속의 공이 뚝 떨어졌다.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이럴 수가. 계산은 완벽했는데…….’

계산은 완벽했다.

그저 몸이 따르지 못할 뿐.

뉴블랙 멤버들이 박수를 치면서 꺄르륵 웃는 가운데 다른 프로 게이머들의 도전이 이어졌다.

하지만 대부분 결과는 비슷했다.

[탁구의 요정이 당신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탁구 못해도 괜찮아.’]

[테니스 코트 위에서 당신의 명성이 추락합니다. NPC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배드민턴 대륙에 당신의 악명이 퍼집니다.]

프로 게이머들이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며 눈물을 머금고 있을 때였다.

우주가 그들에게 다가오더니 흐뭇한 미소를 머금었다.

“저… 이런 말은 좀 실례일 것 같습니다만.”

곧이어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들이 태어나서 처음 들어 보는 말이었다.

“게임 되게 못하시네요.”

“…….”

“아, 이런 기분이구나. 못하는 사람 보는 기분이.”

싱글벙글 웃는 선우주의 모습에 졸개들이 흐하하하! 하면서 잡스럽게 웃기 시작했다.

순간적으로 억울해서 눈물이 핑 도는 느낌.

‘열 받는다. 근데 반박할 수가 없어.’

‘우주선한테 게임을 못한다는 소리를…….’

‘내가 어쩌다 이런 신세가…….’

어릴 적부터 게임 신동으로 소문이 나서 프로 세계까지 진출한 게이머들.

왠지 모를 수치스러움과 수모에 그들이 번데기처럼 몸을 부르르 떨었다.

‘후우우… 이게 컴퓨터로 하는 게임이기만 했어도…….’

바로 그때였다.

[클린 히트를 노려보세요!]

킥복싱 쪽으로 넘어간 게임이 미니 게임을 띄우면서 우주가 리모컨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허수아비를 때리는 튜토리얼 게임.

부웅-

파파파파팟!

몸을 한 바퀴 돌려 발차기를 날리더니 잽과 훅을 섞어 펀치를 날리는 선우주의 모습에 게이머들의 눈물이 쏙 들어갔다.

그리고 두 손을 공손히 모았다.

“음?”

우주가 그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왜 그러세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하.”

밝게 웃으며 묻는 미남에게 그들이 손을 내저으며 그저 웃어 보였다.

‘사람이 게임 하다 보면 그런 말도 할 수 있지.’

‘저런 말 한마디에 분노하기에는 나는 대인배니까.’

‘그냥 우주 님 얼굴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네.’

그들이 따스한 미소를 지었다.

결코 TV 속에서 혀를 빼물고 쓰러진 허수아비의 잔해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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