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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48)화 (748/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48화

뉴블랙의 피날레 콘서트가 NBS에서 생중계된다는 소식은 대중들의 관심을 불러 모았다.

‘NBS?’

기사에 ‘레몬 엔터가 추석 시즌에 런칭한 신규 채널’이라고 적혀 있다.

낯선 이름에 저마다 주변 사람을 찾았다.

“너 NBS라고 들어 본 적 있어?”

“그게 뭔데?”

수플레들이 아닌 이상에야 생소할 수밖에 없는 레몬 엔터의 채널이었다.

나름대로 뉴블랙의 패션 위크 비하인드, 어워즈 비하인드를 미끼로 홍보를 하긴 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별다른 인지도가 없었다.

팬이나 짭플레라면 모를까.

대중들은 뉴블랙의 어워즈 등장에만 관심이 있을 뿐, 딱히 비하인드까지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아직 NBS의 인지도는 굉장히 낮은 편이었다.

하나 오늘부로 그 상황이 바뀌고 있었다.

[실시간 검색어]

1위. NBS

2위. 뉴블랙 콘서트 생중계

3위. 한태현 씨스루

각종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른 NBS.

검색을 한 네티즌들이 저마다 거실의 TV를 켜 보기 시작했다.

“37, 38… 어. 여기 진짜 있네?”

음이온 안마기 광고가 나오고 있는 허름한 채널.

광고가 끝나자 할리우드의 유명 인사들과 국내 유명 스타들이 ‘개국 축하합니다!’ 하고 있는 영상이 흘러나왔다.

“아!”

이제야 기억이 난다.

‘이거 그거구나. 할리우드 스타들 나왔다고 화제된 거.’

추석쯤이었나.

미국 유명 연예인들이 국내 케이블 채널 오픈에 축전을 보냈다고 해서 합성 아니냐는 말이 돌았던 영상이 있었다.

“그게 이거였어?”

고개를 끄덕이며 채널 번호를 그대로 둔 채 TV를 껐다.

이대로 내일 켜면 되도록.

-다른 건 모르지만 이건 꼭본다 ㄹㅇ

-시청률 얼마나 나올까

-되팔렘조차 없는 뉴블랙콘서트..

-암표상 새끼들 다 보러 가나봄

-올해 효도는 뉴블랙콘서트로 대신하기로 결정

-???: 엄마 뉴블랙 콘서트 보여 드릴게요. TV로

-이건 절대 안 놓치지

놓칠 수 없는 이유.

단순히 뉴블랙 콘서트를 생중계로 볼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단독] 뉴블랙 콘서트 생중계, NBS측 “재방송 없다”

대중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재방송이 없는 척을 하는 거로구나!’

분명 끝난 다음에 ‘보내주신 성원에 감동 받아서 재방송 갑니다!’ 할 게 뻔했다.

하지만 정말 재방송을 안 할 확률도 있기에 운에 맡길 수는 없는 노릇.

어차피 일요일 저녁에 할 일도 없는데 콘서트를 생중계로 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곳곳에서 비슷한 대화가 나오기 시작했다.

“엄마! 내일 TV에서 뉴블랙 콘서트 한대.”

“콘서트?”

“어, 유명한 사람들도 막 나온다던데.”

“몇 번이래? PBS?”

“NBS라고 뉴블랙네 채널이래.”

개국한 지 한 달 정도 되는 채널의 이름이 전 국민에게 한 번씩 각인되는 중이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다른 아이돌 팬들이 혀를 내둘렀다.

-진심 일 잘하네 ㅋㅋㅋㅋㅋㅋㅋ

-규호 언제 이렇게 선녀 됐냐.

-몇 안 되는 아이돌계의 머리 없는 천사..

-(머리숱이) 몇 안 되는

-사탄: 선배님들 제가 한 수 배워갑니다

-와ㅋㅋㅋㅋ 노 젓는 거보소

-근데 dvd 팔생각은 없나 본디.. 잘하는 건지는 모를임

-전 국민 생중계로 해서 얻는 이득이 더 크지 않음?? 지금 우리 엄빠만 해도 설레하는데

-예능말고 공연쪽으로 머글들한테 어필하는 기회임

-진짜 별루다.. 비싼 돈주고 티켓사서 간 사람들은 뭐가 됨?

-뭐가되긴 뭐가돼 1열에서 직관한 사람되는 거지ㅋㅋㅋ

-야 우리 회사 과장 헬평 다녀온 거 아직도 얘기함 ㅅㅂ 1년지났는데ㅋㅋㅋㅋㅋㅋ

-(박수 받으며 입장하는 발리우드 영화의 장군.gif) 다음 날 출근하는 현장 관람객

-합리적인 의견들에도 입막음 개쩌네ㅋ 시청률 어디 얼마 나오자 보자

한편, 그중에서도 아이돌 팬들이 감탄하는 포인트는 레몬 엔터가 보도자료를 돌리면서 업로드한 예고편이었다.

-[예고편] 뉴블랙 ‘RE-PLAY 2017’ (일) 저녁 오후 6시 30분

완벽한 고퀄리티의 예고편.

콘서트 뽕이 절로 차오르는 예고편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 말인즉, 콘서트를 기획할 때부터 생중계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소리였다. 마치 미래를 본 것처럼.

‘큰 그림 잘 그리네. 화가인 줄.’

즉흥적으로 기획한 척 가식을 떠는 게 가증스럽긴 했지만 일 처리만큼은 정말 감탄스러운 레몬이었다.

사실, 이것은 아이돌 팬들뿐만 아니라 내부 관계자들에게도 감탄스러운 홍보였다.

‘와, 이게 이렇게 되네.’

TJ 엔터에서 NBS 방송국의 홍보팀으로 이직한 김대명 과장이 쉴 새 없이 울리는 전화벨을 보며 침을 삼켰다.

‘우리 한 달밖에 안 되지 않았나?’

개국한 지 불과 한 달밖에 안 됐는데 노 저을 물이 쑤우욱 들어오고 있었다.

적어도 5년 정도는 지나야 잘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입사한 것인데 벌써부터 이런 상황이 벌어지다니.

본사 임원인 조규환 이사와 뉴블랙의 합작품이라는 이번 기획에 홍보 관계자로선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건… 진짜 완벽한 홍보다.’

단순히 방송국에 대한 홍보 때문만이 아니었다.

리플레이 2017.

올해 동안 뉴블랙이 무엇을 했는지 대중들에게 다시 한번 무대로 상기를 시켜 주며 원탑 이미지를 굳히고.

그간 많이 주목 받던 예능이나 무대가 아닌 콘서트로 주목을 크게 받을 기회였다.

-믿고 가는 뉴블랙 콘서트.

-뉴블랙 콘서트만 가면 정신없이 재미있게 논다더라.

-팬은 아니지만 가고 싶으니 팬을 해야겠군.

이제 내년부터는 잠실 주경기장을 꽈아악- 채워서…….

그런 쪽으로 생각을 하던 김대명 과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지. 이제 이건 내 업무가 아니지.’

아이돌 홍보를 했던 전직의 바이브를 억누르던 직장인이 주변을 돌아보았다.

이제는 본업에 신경 써야 할 때.

그가 메일함을 확인하고 있을 때, 누군가 화이트보드에 마커로 빠르게 광고 요청을 적었다.

“지금 휴먼스 가구에서 광고 요청 들어왔습니다!”

화이트보드 아래 공간이 적어서 기존 글귀를 지우고 다시 작게 쓰는 직원.

그 위로 뜬 수십여 개의 리스트를 바라보며 김대명 과장이 허허 웃었다.

‘광고가…….’

뉴블랙의 콘서트를 앞두고 들어온 1회성 광고들이었다.

안마의자.

김치냉장고.

자동차 광고 등등.

대중들과 밀접한 제품들의 광고가 밀려들어 오는 모습에 NBS 직원들이 벽에 붙은 뉴블랙 콘서트 포스터를 바라보았다.

‘진정한 홍보의 신…….’

오늘부터 저 포스터에다 기도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하는 직원들이었다.

*   *   *

콘서트 둘째 날.

리허설을 마치고 공연 시작을 기다리는 동안 대기실에 묵직한 침묵이 흘렀다.

“…….”

“…….”

명상을 하며 번뇌를 지웠다.

그러고는 눈을 뜨고 웃었다.

“콘서트 TV 생중계로 하자고 한 사람 누구야. 당장 자수해.”

“당신이요.”

“맞아! 나였지!”

밝게 웃고는 금세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내가…….”

“…….”

“내가 대체 왜 그랬을까. 왜 그딴 아이디어를…….”

“…….”

동생들이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처음에는 막연한 아이디어였다.

-그런데 이러면 화제가 크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생중계로 여러 이점을 노려보는 건 어떨까요?

왜 가끔 그런 거 있지 않은가.

갑자기 큰 관심을 받게 된 공연의 경우에는 TV 특별 생중계 하면서 더욱더 관심을 끌고, 그게 선순환으로 이어지고.

국민 가수 이미지 메이킹도 조금 해 주고.

“뭐. 계획은 완벽했죠.”

동의하던 리혁이가 고개를 숙였다.

“시청자 숫자가 계획에 맞지 않았을 뿐.”

“…….”

문제는 바로 이거였다.

사람들이 이 정도로 관심을 보일 줄 몰랐다.

전단지 돌리면서 ‘수백 명 정도 오겠지’ 하고 공연을 준비하는데, 공연장에 와 보니 수만 명이 껄껄 웃고 있는 거다.

미국이었나. 어떤 사람이 자기 생일에 오라고 SNS에 올렸다가 셀럽들이 그걸 보고 단체로 놀러 갔다는 일화가 떠오른다.

“형들.”

막내가 말했다.

“이제는 낙장불입이에요. 그냥 해야 돼요.”

“…….”

“물을 엎어 버린 거라구요. 물을 엎으면 뭘 해야 돼요?”

“닦아야지.”

“아니죠. 그냥 두고 모른 척해야죠!”

고개를 숙이고 있던 비주가 스산히 웃었다.

“지호, 너였구나.”

“…….”

그 순간 불어오는 한 줄기 찬바람.

호러 영화의 한 장면이 따로 없었다.

지호가 땡글땡글 눈동자를 굴리고 있는 동안 마음 편히 명상하고 있는 중현이를 돌아보았다.

“중현아. 너는…….”

“…….”

“그래. 잘 자는구나.”

명상하다가 곤히 잠에 빠져든 셋째가 잠시 부러웠다.

그러곤 넷이서 뭉쳐서 부들부들 떨었다.

“으아아아아아…!”

“으아아아!”

어제 6만 명도 살이 떨렸는데, 그 수십 배나 수백 배에 달하는 사람들이 공연을 본다 생각하니 떨린다.

게다가 오늘 2일 차 공연은 피날레 중의 피날레.

마지막이라는 것도 중요한데 오늘은 정말 중요한 손님들도 관객으로 찾아왔다.

-나 내일 서울로 간다~

바로 우리 김덕순 여사였다.

그런 최애의 눈앞.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

마지막 공연.

부담감+부담감+부담감이 되어 버리면서 동생들과 부르르 떨었다.

“엄살은.”

민기 형의 말에 고개를 획 돌렸다.

“엄살 아닌데요!”

“막상 올라가면 엄청 잘할 거면서 엄살 부리고 그래?”

“자꾸 저희를 자극하면 이따 무대 위로 부를 거예요. 오늘 리사 선배님도 관객으로 오셨다는데 리사조아 해 보실래요?”

“……미안합니다. 내가 큰 죄를 지었습니다.”

스탭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다들 잘할 거라며 우리를 다독여 주는데 심장이 벌렁거려서 아무것도 손에 안 잡혔다.

“아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졸개들에게 말했다.

“이거 하나 잘 해내면 이제 앞으론 어떤 공연을 해도 안 떨릴 거니까.”

“웸블리 스타디움.”

“모스크바 붉은 광장.”

“뉴욕 타임스퀘어.”

눈을 흘기자 졸개들이 입에 지퍼 채우는 시늉을 했다.

그런 식으로 총총 뛰며 긴장을 풀었다.

유명 인사들이 응원차 대기실에 와도 되냐고 했다는데, 오늘만큼은 아무도 안 받기로 했다.

그만큼 중요하니까.

“자, 이제 슬슬 갑시다.”

“고고!”

스탭들이 흥을 돋우기 위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무대 백스테이지까지 향하는 동안 공연 스탭들, 댄서들, 그리고 경호원들까지 손뼉을 쳐주었다.

“올라간다. 올라간다.”

콘서트 리프트를 앞에 두고 동생들과 방방 뛰면서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었다.

긴장을 식히고 흥을 돋우기 위함이었다.

‘워우예-’ 하며 고음을 지르는 막내에게 맞춰 둠칫둠칫 춤을 추고는 리프트에 올랐다.

“크와아아아아아아아-!”

우리가 안 보인다고 괴성을 지르는 수플레들.

이제 무대 위로 올라가면 귀여운 함성을 지르겠지.

“카운트다운 시작합니다!”

현장에서 수플레들이 ‘오! 사!’ 하며 불러 주고 있는 동안 선글라스를 쓰고 숨을 내쉬었다.

리프트의 진동에 흠칫 떠는 것도 잠시.

서서히 무대 위로 올라가면서 가을 저녁 특유의 쌀쌀한 바람이 살갗을 스치고 지나갔다.

“우아아아아아아아-!”

노을이 지는 하늘 아래.

초저녁의 공연장에서 수만 개의 별빛이 작은 은하수처럼 반짝이고 있는 이곳.

불현듯 긴장이 싸악 밀려 나가면서 나도 모르게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여러분!

카메라.

그리고 그 너머로 보이는 관객들을 향해 웃으며 외쳤다.

-다들 준비됐어요?

되돌아오는 환호성을 즐기며 동생들과 미소를 교환했다.

거짓말처럼 긴장이 가시고 흥분과 설렘이 찾아온다.

그래.

이 맛에 공연하는 거지.

잠시 두 팔을 펼치며 우리에게로 쏟아지는 함성과 비명을 즐기고는 마이크를 들었다.

*   *   *

우레와 같은 함성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맑은 하늘 위로 치솟는 불꽃.

완벽한 화음.

중간중간 등장하는 특급 게스트들까지.

“와아아아아아아아아!”

환호와 비명이 연달아 터지는 동안 김덕순 여사가 뚱한 얼굴로 귀를 만지작거렸다.

‘어휴. 귀청 사나워라.’

여기 팬들은 지 가수를 닮았는지 목청이 기차 화통을 삶아먹은 듯했다.

저렇게 좋을까 싶기도 해서 의아하긴 한데.

오늘 공연을 보면서 나름대로 납득을 하고 있었다.

‘잘하긴 잘하네.’

어찌나 요사스럽게 팬들을 홀리고 다니는지, 손주가 저렇게까지 요망하게 웃고 다니는지 몰랐다.

손자가 눈웃음치면서 웃을 때마다 곳곳에서 비명이 터진다.

지 팬들 보라고 저렇게 끼를 부리고 다니는 것을 보니 적성이 맞긴 한 모양이었다.

게다가 멘트까지 잘한다.

-사실 저희가 글렌 데이비스 선생님에게 받았던 금화에는 에피소드가 있었어요.

-아주 큰 에피소드가 있었죠.

올해 초에 화제가 되었던 금화 에피소드에 대해 이야기하며 썰을 푸는 뉴블랙 멤버들.

그걸 비롯해 중간중간 VCR과 함께 멘트를 푸는데.

어찌나 말솜씨가 좋은지 관객들이 자지러졌다가 눈물을 축축하게 적셨다가 하기를 반복했다.

“언니, 우주 엄청 잘하네.”

“잘하긴 혀.”

친구인 숙자의 말에 김덕순 여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잘하지.’

손주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박하게 보는 편인데도 공연을 잘한다는 것이 절로 느껴진다.

밝게 웃으며 공연장을 누비는 손주의 모습에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인다.

‘요즘 얼굴이 많이 상했던데.’

밤에 뭔 짓을 하는 건지 눈이 퀭해 가지고.

괜스레 짠했는데 지금 모습을 보니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

너무나 행복해 보여서.

“흠흠.”

순간 가슴이 살짝 시큰거리려다가 새초롬하게 헛기침을 하는 김덕순 여사였다.

늘그막에 손주 키워서 이게 무슨 고생인가 싶을 때도 한두 번이 아니긴 했는데, 이런 때면 그 고생이 조금 녹아내리는 듯했다.

지가 행복하면 된 거 아닌가.

나중에 딸을 만나도 가슴을 쭉 펴고 내가 그래도 할 건 다 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행복하게 키워 줬으면 됐지.’

딱히 손주가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둔다거나 좋은 직업을 가진다거나 하는 것을 원한 적은 없었다.

사람 명이라는 게 순식간에 다할 수도 있는 것이니까.

그래서 손주한테 늘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말했는데, 이렇게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행복한 것을 보니…….

-다음 곡은 가슴이 덕순덕순해지는 곡입니다! 덕순아~!

‘옘병.’

자신의 이름을 호명하는 말에 김덕순 여사가 감상에서 깨어났다.

‘저 건방진 놈의 시키!’

하지만 팬들도 건방지긴 마찬가지였다.

-김덕순! 김덕순!

-김덕순!

6만 명이 연호하는 김덕순의 이름과 함께 2년 전 명곡단에서 불렀던 ‘덕순아’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짜라짜짜~ 하며 춤추는 손주를 보며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기가 차서 나오는 웃음이었다.

“허이구.”

절대 좋아서가 아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주변의 다른 멤버 가족들이 슬그머니 웃음을 삼켰다.

그러곤 저마다 자신의 아들, 형제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뺨에 손을 올린 비주 어머니와 가족들.

“그래도 춤은 우리 비주가 제일 잘 춘다. 그치?”

“리, 리혁…이가 노래를 잘해.”

“아빠, 왜 아들 이름을 못 불러?”

부끄러워하는 어느 교수와 딸.

바로 그 옆에서 팔짱을 낀 채 근육을 뽐내는 우람한 체구의 가족들.

“아이고. 우리 아기새 참 잘 컸다…….”

“예예, 실례지만 저기 보이시죠? 네. 제 아들입니다. 제가 왕지호 아비예요.”

가족들이 콘서트장의 분위기에 괜스레 몽글몽글한 표정을 지었다.

자랑스럽고 뭉클하고.

마침내 멘트 시간이 되었을 때.

-네, 오늘은 저희 가족들도 왔는데요.

“와아아아아아아-!”

TV 중계 카메라가 멤버들을 향해 돌아가는 동안 스포트라이트가 잠시 객석을 비추었다.

다시 어두워진 후.

멤버들이 손을 흔들었다.

-우리 할머니. 알 러븅~

-엄마! 누나!

-아버님도 외쳐 드려야지.

-아빠아아아아!

손을 흔들며 좋아하는 가족들에게 우주가 대표로 인사했다.

-사랑합니다. 정말 사랑해요.

긴 말은 필요 없었다.

눈에 물기 가득한 눈으로 크게 하트를 그리는 우주와 멤버들의 모습에 가족들도 작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러는 한편.

“저긴 가족들한테 참 잘하네…….”

“왜 엄마랑 아빠는 나를 보는 거야?”

“에이…….”

“이런 딸이 어디 있다고. 복 받은 줄 알아~”

“아무래도 망한 거 같은데…….”

“아빠!”

전국의 가정집에서는 ‘뉴블랙은 효도하는데 넌 뭐냐’, ‘할아버지, 아빠한테 뭐라고 말해 줘’ 하며 논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   *   *

같은 시각.

뉴블랙의 콘서트가 케이블에서 본 적 없는 시청률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을 무렵.

“와…….”

“저게 다 뉴블랙 노래였어? 썸씽도 뉴블랙이었구나.”

“잘한다. 잘해.”

일반인 시청자들은 연신 감탄사를 터뜨리고 있었다.

‘이렇게 좋은 곡이 많았다니!’

하나하나 들어 보면 ‘아 이거 뉴블랙 거였지’ 하고 알고 있는 건데 합치고 보니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자각하지 않았을 뿐.

뉴블랙의 노래가 항상 곁에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대박.’

기타리스트 글렌 데이비스의 일렉 기타 연주와 헤일리 블루와의 콜라보 무대.

800만을 찍은 뮤지컬 영화 노스탤지어의 한 장면을 브로드웨이의 배우들을 불러서 직접 보여 주기까지.

거대한 무대 장치들까지 속속 등장하면서 눈이 쉴 틈이 없었다.

‘거의 무슨 미국 슈퍼볼이네.’

백여 명 가까이 되는 댄서들까지 동원해서 군무를 펼치는 명장면에는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왜 뉴블랙 콘서트가 이리 큰 관심을 받는지 알게 되었다고 할까.

“저거 내년에 티켓팅하면 일반인들도 갈 수가 있나?”

“될걸.”

“찾아보니까 팬들 먼저 하고 나서 남는 자리 예매하는 거래. 남는 자리가 있을진 모르겠는데….”

“그럼 얼마 내고 가입하는 거래? 우리도 저거 하면 되잖아.”

지금까지 팬들 사이에서 콘서트 맛집이라고 소문이 났던 것이 전 국민에게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재미있는 볼거리에 굶주린 한국인들에게 알려진 따끈따끈한 정보!

‘……이거 좋긴 하지만 뭔가 엿 된 거 같은데.’

나일강의 경작지에 거대한 메뚜기 떼가 몰려오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수플레들이 불안에 떠는 한편.

모두가 호평하고 있는 콘서트를 바라보며 꽁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이 있었다.

“고얀 것들…….”

무대에서 기타 치는 노인과 듀엣하는 뉴블랙을 바라보며 부들부들 떨고 있는 원로가수 노재현.

“트로트를 부르면서 나를 빼?”

뉴블랙과 스페셜 앨범의 수록곡을 부른 트로트 가수 백상교.

“곡 뽑을 때만 단물 쏙 뽑아먹고 이젠 버리시겠다?”

피아니스트이자 유명 프로듀서인 하승주.

“이제 헤일리 블루랑만 듀엣을 한다 이거지?”

데뷔 전 뉴블랙과 콜라보를 한 장소원까지.

물론 테마가 ‘리플레이 2017’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그런 것은 전혀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뉴블랙이 연락할 때마다 ‘안 받아야지’ 했던 것도 잊은 채.

‘그럼 노스탤지어는 뭔데! 15년이면서!’

‘저렇게 재미있는 공연을 자기만 해?’

‘나를 안 불러?’

서운함이 폭발한 이들이 톡을 열고 손가락을 톡톡톡톡 두드리기 시작했다.

뉴블랙으로선 의도치 않았지만…….

요괴들의 끈적끈적한 거미줄을 향해 가수들이 온 힘을 다해 달려드는 요상한 장면이 탄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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