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51)화 (751/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51화

광화문 광장 특설 무대.

-감사합니다!

-뉴블랙의 친구 스트릿 보이즈가 다음 주에 신규 앨범으로 돌아옵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신명나게 랩을 하던 스트릿 보이즈가 내려가려고 할 때.

뉴블랙 멤버들이 무대 위로 올라오면서 거대한 환호성이 터졌다.

‘뉴블랙이다!’

본 공연도 아닌 리허설이었지만 현장 분위기는 진짜 공연을 앞둔 것처럼 들썩였다.

바쁘게 시민들 사이를 돌아다니던 경찰들도 무전기를 들다 말고 멍하니 바라볼 만큼.

‘음?’

스트릿 보이즈의 리더 한조가 우주에게 다가가 어깨동무를 하면서 브이를 했다.

사람들에게 여봐란 듯.

-뭐야. 왜 이러는 거야?

마이크를 든 우주가 티 나게 질색하면서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진짜 친한가 보네.’

멤버들에게 ‘가식왕이다! 가식왕!’ 이라고 할 만큼 예의 바르고 친절하기로 유명한 우주였다.

온라인상에서 인성 관련 루머가 나올 때마다 그걸 부정하는 미담이 폭증하는 아이돌.

혹자는 그런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선우주 인성 관련은 다 루머라고 생각하면 됨. 우주의 인성을 믿는 게 아니라 야심을 믿어라.

-ㅇㄱㄹㅇ 선우주의 야심을 믿으라구

-저런 걸 남겨 둘 인물이 아니다

-연예인들 실제 인성이야 알 수없지만 절대 자기 흠이될 거 남겨 둘 성격이 아님ㅋㅋㅋ

-그나마 루머 중에 신빙성 있는 게 초등학교때 남들 한개씩 먹는 초코우유 두개 먹었다 정도던데

-초코우유 두개는 선넘었지 ㅡㅡ

본인 커리어에 타격이 될 만한 것은 절대 근처에도 안 가는 선우주.

그렇기에 연예계에서 인성 안 좋기로 소문난 사람 앞에서도 생글생글 웃는 편인데.

그런 우주가 티 나게 질색한다는 것은 그만큼 절친한 사이라는 뜻이었다. 멤버들한테나 보여 주는 그런 표정이었으니까.

-선우주의 절친 이현조였습니다.

-아니, 왜 갑자기 그러는 거야?

-저는 그럼 이만.

-저기요.

브이를 하며 능글맞게 웃고 내려가는 한조를 바라보며 우주가 눈을 깜빡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귀신같은 눈치를 발휘해 관객들을 슬쩍 한두 번 둘러보고는 상황을 파악한 선우주였다.

-아하~

광화문 현장에 모인 사람들을 보며 눈을 초롱초롱 뜨는 뉴블랙 멤버들.

롱패딩을 걸친 비주가 마이크를 들고 활짝 웃었다.

-혹시 저희 보러 오신 건가요?

“네에에에!”

-어머.

비주의 어머, 하고 수줍어하는 소리에 웃음이 흘러나왔다.

‘진짜 뉴블랙이다!’

멀어서 점처럼 보이는데 희한하게 이목구비가 선명하게 들어오는 느낌이다.

잘생긴 덕분이기도 했지만, 하도 많이 본 탓에 뉴블랙 멤버들의 생김새와 행동거지가 머릿속에 입력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시력으로 커버가 안 되는 부분을 뇌가 대신 입력해 주는 듯했다.

-그런데 오늘은 글렌 데이비스 씨나 헤일리 같은 사람들이 안 나오는데…….

그런 비주의 말에 어디선가 ‘너희 보러 왔다고!!!’하는 괴성이 흘러나왔다.

광화문 광장에 떠들썩한 웃음이 터지는 가운데 뉴블랙 멤버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중현이 뒤통수를 매만졌다.

-이렇게까지 많은 분들이 와 주실 줄은 몰랐는데 정말 쑥스럽네요.

-와.

관중들을 둘러보던 막내가 마이크를 들었다.

-그런데 아까 응원 엄청 잘해 주시던데요. 저희 백스테이지에서 엄청 감탄했잖아요.

“와아아아아아아-!”

-모쪼록 오늘 잘 부탁드리겠습니당!

지호가 눈을 찡긋하며 눈빛으로 무언가를 전해 왔다.

‘오늘 전체적으로 응원 잘 부탁드려요!’

‘확인.’

관중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목적은 뉴블랙을 구경하러 온 것이긴 하나 공연을 관람하는 매너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자, 그런 의미로 특별 서비스! 리혁이 형의 애국가를 감상하시겠습니다. 국민 여러분은 가슴에 손을 얹고…….

“서리혁! 서리혁!”

멀찍이서 새하얀 점 하나가 벌겋게 물드는 게 보였다.

관중들의 성원을 무시할 수가 없었던지 리혁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럼 딱 한 소절만.

“우와아아아아아아!”

소문만 무성하던 서리혁의 돌고래 애국가를 듣는다는 생각에 몇만 명의 관중들이 설렜다.

하지만 서리혁이 새침하게 마이크를 든 순간.

관객들은 그 즉시 후회했다.

동해물과-

압도적인 성량.

메인 보컬을 중심으로 충격파가 발생하는 듯했다.

‘미친.’

‘서리혁 너 사람 아니고 관악기지.’

‘그, 그만…….’

광화문을 뒤덮는 거대한 음파 공격에 관객들이 손을 들어 귀를 막기 시작했다.

*   *   *

우리 무대에 이어 전 출연자 엔딩 무대 리허설까지 끝난 후.

“수고하셨습니다!”

락 밴드, 원로 가수, 래퍼, 아이돌들.

서로에게 꾸벅 인사하면서 무대를 내려갔다.

“대기, 대기, 대기~ 무한 대기~”

“무한 대기~”

막내의 말에 흥얼거리며 몸에 패딩을 걸쳤다.

불과 며칠 전 콘서트 때보다 기온이 훨씬 더 떨어진 11월 초였다.

어디선가 겨울이 다가와 가을의 뒤꽁무니를 뻥 차 버리고 나님 등장! 하는 듯한 날씨.

“나님 등장!”

슬그머니 따라붙는 스트릿 보이즈를 바라보며 눈매를 좁혔다.

“흥.”

“아이, 좀 친한 척한 걸 가지고. 친구끼리 그럴 수도 있지.”

“그럼 평소에 잘하셨어야지.”

“잘하지 않나?”

능글맞게 웃던 한조가 내게 핫팩을 내밀었다.

“여기.”

“오, 감사.”

찬바람에 맨손으로 마이크를 쥐고 있자니 손이 꽁꽁 얼어붙었다.

핫팩을 흔들……

퍼엉!

“어푸푸!”

핫팩을 한 손으로 가볍게 흔들던 중현이의 손에서 검은 가루들이 흩날리고 있었다.

LB가 감탄했다.

“저 형은 손에 쥐면 다 무기가 되네. 핫팩이 연막탄이 되고.”

중현이가 입바람으로 검은 가루들을 후 불자, 가루들이 저 하늘로 사라졌다. 비주가 한숨을 쉬며 자기 핫팩을 내밀었다.

그렇게 스트릿 보이즈와 핫팩을 쥐고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으헷취!”

“저, 저희도 하나 주십쇼.”

미소년 6인조가 핫팩 무리에 합류했다.

학창 시절에 짤짤이 하면서 놀아본 가락이 있다며 찰지게 핫팩을 흔드는 6인조.

휘연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콘서트 생중계 잘 봤습니다. 행님.”

“진짜로 봤어?”

“아뇨. 예의상 하는 말이죠. 컴백 준비하느라 바빠 죽겠는데…….”

요약본 위주로 훑었다는 휘연의 말에 다들 웃음이 터졌다.

아이돌들 사이에서도 우리 콘서트가 화제긴 화제였던 모양이다.

스보의 렉스가 물었다.

“화제성 대박이던데. 그분들 얼마 주고 부른 거예요?”

“잠시 귀 좀.”

9인조와 6인조.

열다섯 명이 귀를 기울이려다 머리나 입을 부딪치는 모습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연후가 스크럼을 짜자며 말하곤 어깨동무를 시작했다.

혼자서.

“아무도 호응 안 해 주네. 공기랑 어깨동무해야지.”

중얼거리는 연후를 두고 다들 내 근처로 모여섰다.

바깥으로 소리가 새지 않게 펭귄처럼 모인 이들에게 대강의 금액을 말해 주었다.

“허어!”

여기저기서 숨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와 씨, 금액 도랐네요.”

“미친… 콘서트계의 하루살이세요? 내일이 존나게 없을 거 같은 금액인데.”

질겁하는 미소년들.

“그 돈 주고 차라리 우릴 불러. 4시간까지 쌉가능. 감나무가 광대춤도 출 수 있다. 진짜.”

“나 잘 춰.”

그 돈 자기한테 주라는 힙합 요정들.

처음에는 그런 공연을 해서 재미있었겠다 부러워하던 이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한동안 공연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음?”

틴스피릿의 은겸이 고개를 둘러보더니 누군가와 눈을 마주치고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러곤 우리에게 물었다.

“근데 아까부터 스칼렛 누님들이 근처에서 배회 중이신데. 뭔 일 있어요?”

“아냐. 아무것도.”

헛기침을 하며 시치미를 뗐다.

고개를 빼꼼 내밀고 두리번거리자, 주변을 빙글빙글 돌고 있는 4인조와 눈이 마주쳤다.

리더인 아라와 막내 데이지가 눈빛으로 말을 전해 오고 있었다.

‘얘기 좀 하자.’

‘오빠들 디졌어.’

스보와 틴스피릿으로 방어막을 두르고 있어서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괴력난신들이었다.

하현이가 달처럼 둥그런 눈을 가늘게 떴다.

“뻔하네. 죄 지었죠?”

“죄라기보다는… 좀…….”

우리가 콘서트에서 ‘뉴칼렛’이라 이름을 붙인 무대를 동영상으로 보여 주자 다들 웃음이 터졌다.

특히나 취향저격이었는지 틴스피릿이 꺽꺽거렸다.

“아, 개웃기네.”

“와, 진짜 포인트 개얄밉게 잘 잡았네. 하시는 김에 차라리 여장까지 하지 그러셨어요.”

그랬다간 이미 먼지가 되어 사라져 있겠지.

먹잇감이 취약해질 틈을 노리는 독수리처럼 뱅글뱅글 돌던 스칼렛이 ‘지켜본다…’ 하며 스르르 사라졌다.

“휴…….”

안심하는 우리 모습을 보며 주변에서 비웃었다.

못된 것들.

지들도 한 번 당해 봐야 되는데.

그러는 동안 내가 작곡한 스칼렛의 신곡이 화제에 오르며 각자의 신곡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 저희 수록곡 배틀 뜨네요.”

각자 앨범 수록곡에 내가 작곡한 노래들이 들어가 있었다.

그에 관해 말을 하는데, 틴스피릿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근데 아무래도 이번에 저희가 수록곡 배틀에서 이길 듯요.”

“왜?”

발끈하는 스보에게 틴스가 말했다.

“저희는 우주교에 헌금도 바쳤거든요. 감사의 의미로 안마의자 10개를 제물로 바쳤습니다.”

“후후후후후.”

“행님들은 무얼 했죠? 저희는 여기 있는 복덩어리에게 밥도 먹이고 제물도 바쳤습니다.”

한조가 고개를 획 돌렸다.

“안마의자?”

“쟤네가 고맙다고 우리 회사에 안마의자 10개 보내 줬거든.”

“10개씩이나?”

틴스피릿이 당연한 거 아니냐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당연한 거 아니에요? 숙소에 1개씩, 회사에 1개씩. 멤버 5명이니까 곱하면 10개잖아요.”

“M-A-T-H. 이걸 Math라고 합니다. 행님덜.”

“캬. 계산 오졌다.”

자화자찬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이미 그 전에 안마의자가 25개였다는 말을 하려다 말았다.

갓 스물이 된 아가들의 동심에 상처를 줄 순 없지.

너무 많아서 대표님 방에 3개나 짬처리 했다는 말도 안 하기로 했다.

“아니. 근데.”

우리 팀 참견쟁이가 끼어들었다.

“그런 거랑 앨범 수록곡 성공이랑은 전혀 별개지. 논리적으로 성립이 안 되잖아요. 우리한테 잘해 준다고 곡이 잘 된다?”

“흐음…….”

“논리적으로 생각해 봐요.”

말도 안 된다는 말에 스보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자기들끼리 쑥덕거리고는 말했다.

“뭐 필요한 거 없어?”

“너희 가전 필요한 거 없냐. 스타일러 있어? 스타일러?”

“돌침대 사 줄까?”

선물을 사 주겠다는 친구들에게 손사래를 치면서 거절했다.

틴스피릿이 보내 준 안마 의자 같은 경우에는 사양할 틈도 없이 구구단 실수로 받게 된 거니까.

오오가 25인 줄 알았다면 안 받았을 거다.

“…….”

갑자기 리혁이에게 맞은 상처가 쓰라리군.

-오오는 이십오! 이 멍청이들아!

아련한 미소를 지으며 핫팩을 짤짤 흔들 때였다.

“저기 그런데…….”

기원이가 물었다.

“아까부터 궁금했던 건데. 왜 다들 대기실 안 돌아가고 여기서 서 있는 거예요? 저 콧물 나오려고 하는데…….”

“아.”

틴스피릿이 답했다.

“친한 사람들이 여기 있어서?”

그러자 스트릿 보이즈가 화답했다.

“우린 얘네 있어서.”

그 말에 졸개들이 답했다.

“우린 우주 형이 여기 서 있어서.”

15인조와 4인조.

19명의 시선이 내게로 쏟아졌다.

너는 왜 여기 있었느냐는 무언의 질문에 내가 미소를 지었다.

“나는 어차피 오늘 MC라서 금방 또 올라가거든.”

“…….”

갑자기 배신당한 것처럼 찬바람에 몸을 부르르 떠는 이들.

때마침 근처에 있던 스탭이 ‘우주 씨 준비해 주세요!’ 하고 말을 걸어왔다.

“이용당했다…….”

“또 배신당했어.”

멍하니 바라보는 이들에게 상큼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혼자 서 있었으면 심심했을 텐데 놀아줘서 감사.”

“…….”

“그럼 저는 이만~ MC 보러 가 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어느 애니메이션의 목소리를 따라 하며 깔깔 웃었다.

그리고 정장 수트 단추를 채우고는 졸개들과 친구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줬다.

눈빛으로 쏟아지는 쌍욕들에 웃었다.

“하핫.”

내 알 바 아니지롱~

*   *   *

-생방송 1분 전입니다. MC 분들 스탠바이 해 주세요.

인이어로 들어오는 PD의 멘트.

HBS의 아나운서 손봄희가 귀에 손을 올린 채 고개를 까딱하는 미남을 슬쩍 바라보았다.

‘진짜 잘생겼다.’

방송국에서 본 사람 중에 제일 잘생겼다고 해도 될 만한 미모.

옆자리에서 투샷 받기 싫은 미모를 바라보고 있을 때, 우주가 예의 바른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오늘 잘 부탁드려요. 아나운서님.”

“저도요.”

그러고는 입을 부르르르 푸는 우주.

“긴장되세요?”

“네, 떨리네요. 아에이오우. 아에이오우-.”

오늘 멘트 잘해야 하는데, 하면서 웃는 이에게 그녀가 웃어 보였다.

‘이러다 또 잘하겠지.’

뉴블랙 TV의 영향 때문일까.

게임만 아니라면 무언가 못하는 장면이 떠오르지 않는 인물이었다.

-스탠바이. 10초 전!

정장을 차려입은 남녀가 카메라를 바라보며 단아한 미소를 짓는 연습을 했다.

카운트다운이 끝난 후.

유명 가수 홍샛별과 조유리 밴드의 듀엣 무대가 펼쳐지면서 현장이 환호성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아-!”

이어서 광화문 광장의 전경이 한 차례 지나간 후.

MC석으로 카메라가 넘어오면서 그보다 더한 환호성이 광장을 뒤덮기 시작했다.

-네! 2017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봉송 기념 콘서트!

-하나 된 열정, 평화와 미래. 올림픽의 서막을 알리는 콘서트가 마침내 시작되었습니다!

아나운서 손봄희가 큐카드와 카메라를 적절한 속도로 번갈아 바라보며 멘트를 이어 갔다.

그리고 우주의 순서.

흰 셔츠에 검은 넥타이.

르블랑의 고급 정장을 맵시 좋게 걸친 미남이 마이크를 들면서 함성이 터졌다.

-네, 오늘 올림픽 콘서트를 위해 아주 귀중한 내빈들이 자리를 찾아 주셨는데요.

시선을 카메라에 두고 있던 아나운서가 속으로 ‘오?’ 하고 웃었다.

‘잘하네.’

원체 발성 좋기로 유명한 가수답게 목소리가 부드럽다.

신뢰감을 주기 위해서인지 평소 톤보다 살짝 더 낮은 중저음인데 무게감이 있으면서도 귀에 녹아드는 느낌이다.

전문 아나운서인 자신이 보기에도 발음이나 띄어 읽기 모두 모자람 없는 수준이었다.

‘엄청 연습한 것 같던데.’

리허설 때부터 현장에서 받은 큐 카드에 일일이 필기를 하던 뉴블랙의 리더였다.

-아나운서님, 혹시 장음이나 단음 주의해야 할 부분은 없나요. 전에 공부했을 때 숫자 부분을 주의하라고 들어서요.

-솔직히 그 정도까지는 신경 안 쓰셔도 돼요. 너무 단음을 의식해서 스타카토처럼 읽을 필요는 없고, 장음만 조금 늘린다는 생각으로 해 보세요. 거기 나온 11월은 단음이에요.

-아, 감사합니다. 그럼 여기는…….

처음에는 ‘어머 뉴블랙이다’ 하며 대화하는 게 좋았지만 나중 가서는 ‘저… 그냥 알아서 하시면 돼요’ 할 만큼 질문이 많았다.

목소리와 발음이 좋으니 적당히 멘트를 하면 될 텐데.

사소한 것 하나까지 꼼꼼하게 준비하는 이를 바라보며 그녀가 작게 감탄할 때였다.

“……?”

같이 멘트를 주고받고 있는데.

무언가 이상함이 느껴졌다.

그녀가 큐카드와 카메라를 번갈아 보고 있을 때, 파트너는 큐 카드를 슬쩍 보고는 미리 외워둔 것처럼 카메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다음 무대는 정말 올해를 뜨겁게 달군 걸그룹이죠? 신곡 ‘Candy Love’로 돌아온 세레니티입니다!

카메라 불이 꺼지는 것을 확인한 손봄희가 고개를 돌렸다.

코를 훌쩍이며 핫팩을 짤짤 흔들고 있는 뉴블랙의 리더에게 그녀가 입에 손을 가리고 물었다.

“저기, 우주 씨.”

“네?”

“큐 카드 오늘 현장에서 같이 받지 않았나요?”

“네. 같이 받았죠.”

그랬기에 의아했다.

“보고 바로 멘트하시길래.”

“아.”

우주가 웃으며 말했다.

“리허설 때 보면서 외웠어요.”

“…….”

“다는 아니고 조금조금.”

단기간 암기력이야 아나운서나 방송 기자들에게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선후배들 중에 대단한 사람들이 많으니까.

하지만 이 정도로 암기 속도가 빠른 인물은 처음 본다.

“저… 혹시 제 멘트에서 문제가 있었나요?”

“아니요. 전혀.”

그녀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뭘 했어도 성공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뉴블랙의 리더였다.

*   *   *

실시간으로 광화문 광장이 들썩이는 한편.

온라인에서는 HBS의 중계를 보는 이들이 바글바글거리고 있었다.

-우주 진행 잘하네

-진행 진짜 매끄럽네???

-근데 저렇게 분위기 잡아도 카메라 꺼지면 코 훌쩍이고 잇을듯ㅋㅋㅋㅋㅋ

-생각 이상으로 잘해서 놀람

-게임 빼곤 다 잘함ㅋㅋㅋㅋㅋㅋ

매끄럽게 진행을 이어 가는 우주의 역량에 감탄하는 사람들이었다.

“잘하네.”

“저기 멤버들이 그러잖어. 주둥이 스킬은 만렙 찍었다고.”

여기저기 TV가 틀어져 있는 음식점이나 각종 공간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한편.

[네. 다음 순서는…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죠?]

홀로 남은 아나운서가 다음 순서를 예고하면서 광화문이 뒤흔들릴 만큼 커다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얼마 전에 빌보드 1위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세우고 돌아온 팀입니다. 국민 아이돌 뉴블랙의 무대! 지금 바로 감상하시겠습니다!]

바로 전환되는 장면.

푸른색 퓨전 한복 의상에 허리춤에 흰 천을 두르고 있는 미남들.

멤버들이 마이크를 든 채 현장의 흥을 돋우기 시작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신명나게 뛰면서 흥을 돋우는 모습에 광화문의 관중들이 방방 뛰는 게 느껴졌다.

첫 곡은 도깨비.

그리고 곧바로 한복 두루마기를 벗고는 넥타이에 와이셔츠 차림으로 메트로를 부르고, 이어서는 Nine으로 흥을 돋운다.

“저래서 뉴블랙, 뉴블랙하는구만.”

“내가 말했잖아. 잘한다니까.”

사실 콘서트에서 그 정도로 잘하는지 최근에 알게 된 거지만, 갑자기 뉴블랙 전문가가 된 사람들이 여기저기 나타나 있었다.

그러는 한편.

국민 아이돌을 향해 따스한 시선들이 다가갔다.

‘뉴블랙이 이번에 고생했지.’

올림픽 홍보대사를 맡은 이후로 어딜 가든 ‘평창! 평창!’ 하면서 세뇌를 시킨 아이돌 아니던가.

저번에 미국 토크쇼에서도 평창 홍보를 했다고 그러고.

올림픽 흥행을 위해 노력한 이들의 노고를 인정하고 있을 때였다.

[네! 다들 준비되셨나요!]

Nine으로 흥을 돋우던 멤버들의 새로운 춤과 함께 노래가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그림 같은 편곡!

레몬 엔터의 편곡 천재 김형섭이 친구의 손에 갈려 가며 만들어 낸 편곡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어, 저거…….’

어딘가 알 듯 말 듯하던 그 순간!

느끼한 목소리의 ‘푱창~ 푱창~’ 이 나오면서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평창 댄스다!’

뉴블랙이 홍보차 올렸던 챌린지 영상이었다.

어딘가 병맛스럽고 느끼한 웨이브가 흘러나오는 한편.

이어지는 카메라 전환에 사람들이 큰 웃음을 터뜨렸다.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최 측 표정 보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직위 사람들 눈 왜케 아련해

-개슬퍼 보여ㅋㅋㅋㅋㅋㅋㅋ

평창 올림픽 홍보에 지대한 공헌을 했지만 왠지 우리 것이라고 하기엔 창피한 춤이었다.

“흐하하하하!”

자신만만하게 병맛 춤을 추는 뉴블랙.

그걸 따라 광란의 춤을 추는 관중들.

멍하니 입을 벌린 채 문화 충격을 느끼는 외국인 귀빈의 표정.

그리고 올림픽 관계자들이 먼 산을 보며 아련하게 미소 짓는 장면이 교차되면서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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