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55)화 (755/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55화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막내의 촬영이 끝나고 감독님이 직접 나와 배웅을 해 주었다.

“우주 씨 덕분에 우리 드라마가 아주 대박이 나겠어요. 카메오 연기가 정말…….”

“감독님이 디렉팅을 잘해 주신 덕분이죠.”

“아니에요. 이건 재능이 따라 줘야 가능한 일이라… 정말 나중에 작품 하고 싶은 생각 있으면 연락 주세요.”

감독님이 지갑에서 꺼내 주는 명함을 고이 받아 들자, 내 옆에 있는 막내가 고개를 쏙 내밀었다.

“감독님, 저는요?”

“우리 지호야 당연히 넘버원이지. 그걸 말이라고 하나.”

“그렇죠? 제가 1위죠?”

촐싹거리며 좋아하는 막내를 보며 웃고는 감독님에게 꾸벅 인사했다.

“그럼 저희 들어가 보겠습니다.”

“살펴 가요.”

“네, 감사합니다! 대박 나세요~!”

배예진 작가님을 비롯해 손을 흔들어 주는 스탭들에게 꾸벅 고개를 숙이고는 차량에 탑승했다.

“후아.”

노곤노곤한 몸을 시트에 파묻자 잠이 솔솔 몰려온다.

차량이 출발하는 가운데, 좌석에 앉아 헛기침을 하고 있는 졸개들을 바라보았다.

“울보들.”

내 한마디에 졸개들이 발끈했다.

“울보라니. 말은 똑바로 해야죠. 그건 누가 봐도 슬픈 장면이었다고요.”

“인정.”

고개를 끄덕이는 중현이 옆에서 비주가 말했다.

“형이 그리고 연기를 너무 슬프게 했어요.”

“그래?”

평소보다 조금 힘을 빼고 연기를 했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다.

확실히 무엇이든 힘이 과하게 들어가면 안 좋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일부러 독립 운동가라고 어깨에 힘을 꽉 주고 연기했다면 부담감 때문에 캐릭터가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였을 테니까.

-나는 모니터링을 안 해요. 그저 주어진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할 뿐.

헤일리의 남편이자 유명 배우인 크리스 카일로부터 들은 이야기였다.

자기가 나온 작품 모니터링을 안 한다는데 연기력을 칭찬 받으면 받았지, 지적 받은 적이 없다고.

할리우드 배우들 중에서도 종종 그런 케이스가 있는 걸 보면… 두통이 올 만큼 과하게 신경을 쓰는 것과 퀄리티 간에는 큰 상관관계가 없을지도 모른다.

“음악 작업에도 좀 더 힘을 빼 볼까.”

“네?”

“별거 아니야. 오늘 깨달은 게 있어서.”

오랜만에 연기라는 일을 즐겨본 거 같다.

최근 들어 곡 작업하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던 차였는데, 오늘 같은 이런 마인드로 일을 해 보면 어떨까 싶다.

힘을 빼고 즐겁게.

-우린 안 즐거운데!

-악마다! 악마가 또 흉계를 꾸미고 있다!

-지만 즐겁지. 우리도 즐거운 줄 알아.

머릿속에서 천사와 악마처럼 빙글빙글 돌아가는 프로듀싱팀 직원들의 얼굴을 손으로 휘휘 치웠다.

“흠흠.”

어쨌거나 그건 그거고.

기지개를 켜고는 우리 막내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럼 이제 촬영은 다 끝난 거야?”

“넹.”

지호가 스케줄러를 보며 말했다.

“이제 보강 촬영 몇 번 정도만 하면 될 거 같아요. 그거랑 스튜디오에서 포스터 촬영하고… 그다음은 제작사로 넘어가는 거라서요. 후편집하고 CG 넣고 하면 아마 내년 초일 거예요.”

“내년에 드라마 나올 때 되면 말해. 뉴블랙 TV로 홍보하자.”

“아, 진짜요? 꼭 다른 배우 분들 데리고 올게요.”

조연을 맡은 배우들과 꼭 나오겠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먼 곳을 바라보았다.

동생들이랑 이런저런 대화를 하면서 떨쳐 내고 있긴 한데.

촬영장에 뭔가 두고 온 것처럼 찐득찐득한 것이 달라붙어서 안 떨어지고 있었다.

“후우.”

떨치듯 몸을 흔들자 지호가 알겠다는 듯 슬며시 웃었다.

“배역 감정이 되게 안 떨어지죠?”

“응.”

“그게 감정에 몰입하면 좀 그래요. 괜히 하루 종일 기분이 싱숭생숭할 때도 있고.”

죽음을 목전에 두고 독립이 된 미래를 보게 된 독립군.

카메오치고는 다소 무거운 배역이지만 그 감정에 몰입하다 보니, 후유증이 좀 남는 느낌이다.

막내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배우 선배들이 그런 말 해 주고 그래요. 좋은 배우가 되려면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무슨 뜻이야?”

“연기의 시작은 공감이거든요. 내가 저 배역에게 공감을 하고 이해해야 하는 건데 공감 능력이 없으면 힘들죠. 그래서 공감 능력을 지닌 좋은 사람이 되라는 건데…….”

“무슨 말인지 알겠다.”

“형이 좋은 사람이라서 그래요.”

다소 꿀꿀한 내 기분을 달래 주기 위해 좋은 말을 해 주는 막내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그런데…….”

그럼에도 왜 이 찝찝한 기분은 사라지지 않는 걸까.

막내의 말에도 해결이 되지 않는 이 손톱 밑의 때 같은 미묘한 기분은…….

“아!”

불현듯 떠올랐다.

눈을 휘둥그레 뜨는 나에게 동생들이 물었다.

“왜 그래요. 형?”

“나 핸드폰 두고 왔다.”

“…….”

20분 넘게 출발지에서 달려온 차량이 갓길에서 멈췄다.

방금 전까지 훈훈하게 나와 막내를 바라보던 동생들이 눈으로 욕을 하기 시작했다.

리혁이가 물었다.

“촬영장에 두고 온 건 확실해요? 가방에 있는데 모르는 걸 수도 있잖아요.”

“아냐. 마지막 기억이 너무 확실해. 작가님 트레일러에 두고 왔거든.”

“핸드폰에 민감한 정보는요?”

“할머니랑 찍은 사진이랑 너희랑 찍은 우정 사진 정도…….”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곡이 담긴 USB나 상자가 든 파우치는 멀쩡했다.

퉁퉁 부은 손가락으로 단축번호를 누른 리혁이가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일단 전화라도 좀 걸어 봐요.”

“알았어.”

곧이어 배예진 작가님이 전화를 받았다. 자기가 보관하고 있으니 얼른 오라고.

-저기, 그런데 우주 씨.

“네.”

-통화 이름에 ‘못되게 생긴 애’라고 적혀 있는데 이건 누구예요?

“…….”

스피커폰으로 울리는 웃음소리.

다른 졸개들이 웃음을 터뜨리고 있는 동안 고개를 슥 들어 메인 보컬의 눈치를 살폈다.

‘이 못된 인간!’

나를 향해 욕을 하는 눈빛.

감사하다는 말로 통화를 종료하고는 핸드폰을 들었다.

“그러는 너는 나를 무슨 이름으로 저장했는지 어디 한번 볼까?”

“어어! 안 돼애!”

“훗. 너도 분명 내 이름을…….”

화면 위로 떠오르는 내 이름을 보며 의기양양하게 웃으려고 했다.

[우주 형☆]

‘형’이라고 저장된 이름을 보자마자 온몸에 바퀴벌레가 기어오르는 듯 오글거리는 이 느낌.

말없이 시선을 피하는 녀석에게 핸드폰을 돌려주었다.

그리고 나도 시선을 피했다.

“…….”

“…….”

조용히 촬영지로 돌아가는 차량.

“뭐야. 우리 브라더들 얼레리꼴레리예여~? 엘렐렐레!”

“야!”

“조용히 안 해?”

매니저와 졸개들의 웃음소리 속에서 나와 리혁이 사이에 참을 수 없는 침묵이 감돌았다.

*   *   *

깜짝 카메오 출연을 마친 후.

평소대로의 일상으로 돌아와 망고 차트 어워즈 준비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 들려오는 소식들.

-뉴블랙 ‘메트로’, 빌보드 핫 100 ‘2위’.. “5주간의 1위 대기록”

5주 동안 빌보드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던 메트로는 맨디 스파이스의 정규 앨범에 밀려 2위로 내려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놀라운 성과였다.

거의 두 달 가까이 빌보드 차트의 최상위권에 우리 곡이 머물러 있다는 거니까.

소식을 바라보며 웃고 있는데 핸드폰이 반짝인다.

이현조 [축하한다!]

이현조 [그런데 스타일러는 진짜 안 필요해?]

가전제품을 사주겠다는 스보의 리더에게 됐다고 답장을 보냈다.

이현조 [마음에 걸려서 그래]

나 [뭘 마음에 걸려]

이현조 [식기세척기를 사 줬다면 우리 곡이 성적이 더 좋았을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고 연습이나 하러 가라고 답장을 보내 주었다.

새침한 다람쥐가 도토리를 챙기고 ‘흥!’ 하는 이모티콘에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현재 스트릿 보이즈와 틴스피릿은 컴백을 한 상황이었다.

-11월 가요계 컴백 대전 ‘틴스피릿VS스보VS블링크VS라로즈’

-‘큰 게 돌아온다’.. 11월 가요계 대전의 승자는?

-스트릿 보이즈, ‘빌보드’ 노릴까.. “금요일 발매 이유는?”

먼저 컴백을 한 것은 스트릿 보이즈.

DNS 미디어 임 대표님의 의향인지 월요일이 아닌 금요일에 컴백을 했다고 들었다.

금요일부터 집계가 들어가는 빌보드 차트를 노리겠다는 야심찬 포부라는 것이 기획사의 입장인 듯했다.

그리고.

그다음 주 월요일에는 바로 틴스피릿이 컴백을 했다.

거기에 유명 걸그룹들의 컴백까지 겹쳐지면서 지금 차트는 혼란의 현장이었다.

“차트가 복잡하네.”

아이돌 노래로 빼곡한 11월 차트였다.

어워즈를 앞두고 유명한 아이돌들의 컴백이 동시다발적으로 겹치다 보니 팬들이 기획사들더러 단톡방을 파서 안 겹치게 협의를 좀 하라고 한다나.

신인 시절 TNT와 겹쳤을 때를 떠올리니 절로 그 마음이 이해가 간다.

“어디 보자…….”

차트를 차분하게 살폈다.

1위는 리혁이의 OST.

2위가 스칼렛의 노래 Not Fine.

8위의 메트로.

우리 노래는 그 정도고, 이번에 컴백한 걸그룹들의 곡이 4위와 11위에 랭크되어 있었다.

스트릿 보이즈와 틴스피릿의 타이틀곡도 준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한편.

“타이틀곡은 스트릿 보이즈가 좀 더 세네.”

“그러네요.”

스보의 신규 타이틀곡이 틴스피릿보다는 더 높은데.

내가 주었던 수록곡들 같은 경우에는 틴스피릿 쪽이 더 성과가 좋은 듯했다. 그것 때문에 한조가 식기세척기를 사주니 마니 농담을 하는 거고.

중상위권에 알박기하듯이 내가 쓴 수록곡들이 콕 들어가 있다.

막내가 흐음 하고 말했다.

“뭔가 위로 확 반등할 만한 것 같진 않지만 차트에서 굉장히 오래 박혀 있을 듯한 느낌이네요.”

“딱 그거네.”

동생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엄청 상위권은 아닌데 꾸준하게 몇 달 넘게 들어가 있는 노래들이 있다.

이번에 내가 참여한 ‘My Friend’와 ‘던져’가 아마 그런 케이스가 되지 않을까.

“이 정도면 만족할 만하게 나왔다.”

…라고 생각을 하는데 한 기사가 눈에 들어온다.

-1위 작곡가 우주선.. 초라한 외부 곡 성적표 ‘30점’

잠시 혼선이 왔다.

이 기자 분은 차트인이 얼마나 어려운 건지 모르시는 건가.

-매번 1위곡만 내던데 이번에는 중상위권 밖에 못했네. 우주선은 거품이다 이 말이야!

거기에 이상한 사람들도 끼어 있다.

-좋은 곡은 자기네만 쓰고 남들은 버리는 곡 줬나 봄.

일부 반응이지만 이런 식으로도 트집이 잡힐 수가 있나 싶어서 웃음만 나왔다.

리혁이가 손을 걷어 붙였다.

“후우. 나 말리지 마요. 반박 댓글 쓸 거야.”

“참아. 피라루쿠.”

“아니,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소리를 하잖아요.”

“네티즌이랑 키보드 배틀 하다가 너인 거 발각이라도 되면 어떡하려고 그래. 그럼 망신이야.”

“난 줄 어떻게 알겠어요?”

“너 구두점 안 지키고 댓글 쓸 수 있어?”

“그, 그건…….”

우리 활동의 주요 원칙인 ‘대중이랑은 싸우지 않는다’를 상기시키며 흥분한 물고기를 달래 주었다.

그리고.

오늘 중요한 일은 따로 있었으니까.

“자!”

손을 비비고는 중현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준비는 되었느냐. 동생아.”

“준비되었습니다.”

“후우…….”

오늘은 바로 우리 곰돌이의 두 번째 믹스 테이프가 발매되는 날이었다.

무료 음원 사이트에 올라왔던 저번과는 달리 이번에는 음원 사이트에도 풀기로 결정했다.

저번 믹스테이프에 대해 대중들이 보인 반응 때문이었다.

중현이의 믹테에 대중들이 ‘어멋’ 하자 수플레들이 열심히 영업을 하던 때의 기억.

-와! 김중현의 믹스테이프! 너무 궁금해! 왜 망고에는 안 나오는 거야!

-궁금하신가요? 무료 음원 사이트에 가셔서 다운 받으시면 됩니다!

-저기.

-네!

-그 정도로 궁금하진 않은데… 그냥 있으면 듣겠다 정도…….

-…….

그리하여 접근성을 좀 더 높여보고자 이번에 음원 사이트들에도 풀기로 했다.

아마 지금쯤 수플레들도 대기하고 있지 않을까.

“안뇽, 수플레!”

Y앱을 켜고는 연습실에 옹기종기 둘러앉았다.

비주가 웃으며 댓글창을 향해 말했다.

“네, 지금 저희 중현이 앨범 기다리고 있어요. 오늘 4시에 앨범 나오는 거 알고 계신가요?”

알고 있다는 댓글들 수백 개가 빠르게 올라왔다.

지호가 손을 마이크 모양처럼 만들어 내밀었다.

“김중현 씨, 이번 믹스테이프 한 번 소개 부탁드립니다!”

“네.”

중현이가 으음 하며 말했다.

“저번 믹스테이프가 자연을 소재로 제가 느꼈던 것들을 풀어냈다면 이번에는 일상 속에서 느꼈던 것들을 풀어내려고 해요. 멤버들과 함께 보냈던 일상 속에서 느꼈던 그런 감정들.”

“저희와 관련되었으니 아마도 행복에 대한 이야기군요!”

“……네. 아마도.”

마지못해 동의하는 모습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웃으며 말했다.

“앨범이 나오기까지 이제 10분 남았는데요. 곡 소개 부탁드릴게요.”

“네, 1번 트랙은 Weather Control인데요. 최근에 우주 형과 비주 씨가 군산에 가서 먹방 촬영을 했을 때.”

“<금강산도 식후경>이요?”

“네. 그때 비를 멈추게 해 달라고 저한테 그러셨잖아요. 정말 비가 멈추니까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넌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가 담긴 곡입니다.”

중현이가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 갔다.

“…그리고 4번 트랙인 ‘친구’ 같은 경우는 우주 형과 지호가 투닥대는 모습을 보고 썼어요.”

나름대로 의미가 하나하나 담겨 있는 곡들이었다.

타이틀 역할을 맡은 트랙 ‘VIBE’를 가리키며 중현이에게 물었다.

“그럼 이 VIBE는요?”

“영어로 진동을 뜻하는 Vibration을 따온 제목이에요. 최근에 안마의자에 누워서 영감을 떠올린 곡이에요.”

“아하.”

“부들부들 떠는 안마의자를 보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안마의자는 이런 진동으로 사람을 편안하게 해 주잖아요.”

“그렇죠.”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음… 목소리라는 것도 성대를 진동시켜서 나오는 것이고요. 그렇게 생각하면 세상의 모든 것은 저마다 목소리를 내고 있는 거잖아요. 돌멩이가 부딪쳐서 내는 진동, 파도의 진동.”

감탄하는 우리에게 중현이가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진정한 소통은 무엇일까, 를 다루고 있는 곡입니다.”

“크으.”

정말 중현이스러운 앨범이었다.

안마의자에서 곡을 떠올렸다는 것부터가 엉뚱한데, 또 그 안에 담긴 메시지나 아이디어는 창의적인.

내가 수플레들에게 말했다.

“사실 저도 많이 기대가 돼요. 완성본을 못 들었거든요. 중현이가 워낙에 비밀로 해서.”

프로듀싱 팀이나 알고 지내는 몇몇 래퍼들과 협업을 했을 뿐.

몇 가지 영역을 제외하면 내 손길이 크게 미치지 않은 중현이의 앨범이었다.

-너무 형한테 의지하게 될 거 같아서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기대가 된다.

중현이가 이번에 가지고 온 곡들은 이전보다 얼마나 발전했을까.

또 얼마나 예쁠까.

“음?”

그때 지호가 물었다.

“근데 형 안마의자에서 영감을 떠올린 거면 완전 최신곡이네요?”

“응.”

중현이가 답했다.

“그냥 재미있자고 곡을 썼는데 제일 낫더라고. 원래는 Weather Control이 타이틀이었는데, 프로듀싱팀 분들이랑 상의해서 바꿨어. 퀄리티가 제일 좋은 곡이라고 판단해서.”

그러고는 와이앱 핸드폰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 이제 공개가 될 시간이네요. 그 전에 감사드릴 분들이 있어요. 얼마 전에 틴스피릿 선배님들이 안마의자를 선물로 보내 주셨거든요. 선배님들 덕분에 탄생한 곡입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틴스피릿!”

카메라를 향해 밝게 웃고 있을 때.

마침내 시계가 딱 4시 정각을 가리켰다.

*   *   *

같은 시각.

‘틴스피릿이 안마의자를 선물해 줘?’

Y앱이 끝나기 전에 나온 뉴블랙의 마지막 말에 수플레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하지만 더 신경을 기울일 틈은 없었다.

‘나와라… 나왔드아아!’

음원 사이트에서 쉴 새 없이 새로고침을 하자 마침내 중현의 믹스테이프 앨범이 떴다.

겨울철 어느 시골 정류장에 앉아 있는 중현의 뒷모습.

[Stationery]

…라고 되어 있는 앨범에 7곡이 들어가 있었다.

애당초 무료 음원으로 계획한 곡이지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음원 사이트에도 공개된 음원.

상업 활동이라기보다는 멤버 개인의 음악활동에 더 가까운 앨범이었다.

팬들을 위한 팬 서비스 같은 느낌.

“흐핫.”

재생을 누르면서도 방금 전까지 이야기를 들은 제목들이 나오자 웃음이 흘렀다.

엉뚱한 비하인드를 들었기 때문일까.

몰랐으면 진지하게 보게 되었을 곡들의 제목이 왠지 모르게 귀엽게 느껴진다.

하지만.

“어……?”

본격적으로 곡이 시작되면서 수플레들이 눈을 크게 떴다.

‘뭐야.’

‘미친, 김중현 뭘 만든 거야.’

‘어? 개좋은데?’

그루비하고 세련된 사운드가 들리면서 귀가 탁 트이는 듯했다.

이윽고 힙합 가수의 랩이 차분하게 이어지면서 귀에 노래가 절묘하게 감겨 들어오는 듯했다.

타이틀인 VIBE가 특히 그랬다.

후렴에 가서 나오는 중현의 감각적인 보컬까지.

V-I-B-E

모든 곳에 너의

V-I-B-E

목소리가 가득해

절로 귓가에 스며들어 오는 타이틀.

지금까지의 뉴블랙 음악과는 또 색채가 다른 곡에 고개를 까딱까딱하게 되는 듯했다.

그렇게 수플레들이 감탄하고 있는 한편.

‘가수 이름이 스윗 포테이토?’

‘포테이토는 또 어떤 놈이야.’

‘이거 그 고구마 군 아닌가? 김중현.’

새롭게 뜬 실시간 차트에 머글들이 휘말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   *   *

11월의 가요계 컴백 대전.

목요일의 첫 음악 방송을 위해 저마다 연습실에서 맹연습 중이던 가수들.

‘우리가 이긴다!’

우주선의 곡이 없는 11월의 가요계.

산중에 호랑이가 없는 틈을 타 누가 여우 킹이 되느냐를 두고 치열하게 기획사 간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

“…….”

가수들과 직원들의 눈이 실시간 차트에 머물렀다.

[1위] Sweet Potato - VIBE

듣다 보면 인정할 수밖에 없는 감각적인 멜로디가 돋보이는 곡.

‘우주선은 안 나온다더니…….’

‘감자가 대신 나왔네.’

‘졸개들은 약한 거 아니었냐고.’

우주선이 안 나온다는 말은 맞았다.

그저 다른 졸개가 사천왕처럼 등장했을 뿐.

“…….”

물밑으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던 11월 가요계 컴백 대전의 왕좌에 웬 감자가 왕관을 쓰고 앉고 있는 가운데.

-중현, ‘VIBE’ 비화 밝혀.. “틴스피릿 선배님들이 보내 주신 안마의자 덕분”

‘시발.’

널찍한 연습실에 둘러앉은 6인조 미소년이 눈을 감고 달관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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