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60)화 (760/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60화

오늘도 수플레들은 귀엽다.

“크르르… 와아아아!”

“와아악!”

어떻게든 귀엽게 들리기 위해 함성을 지르는 모습이 귀엽다. 그러니까 귀여워지려고 하는 모습이 귀여운….

“우주야! 그래! 꽃무늬는 버리는 거야!”

누구야.

누가 지금 꽃무늬 입지 말란 소리를 내었어?

고개를 휙 둘러보았지만 그런 말을 한 수플레는 찾을 수 없었다.

“우주 씨!”

“지호야! 지호야! 여기 초콜릿! 여기 보자!”

“넹! 그런데 초콜릿은요?”

여기저기서 우리 이름을 부르는 팬들.

고척돔 실내에 설치된 포토월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는 레드카펫 MC들과 마주했다.

“안녕하세요! 뉴블랙!”

“네,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카메라를 향해 뿌잉뿌앵 하는 아이돌 포즈를 취하고는 MC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하얀 정장을 입은 아나운서가 물었다.

“오늘 의상이 아주 멋지신데요! 컨셉이 뭔가요?”

“시상식에 참석한 007 요원 같은 컨셉이에요. 깔끔하게 블랙 톤의 턱시도를 입었습니다!”

그 옆에서 마이크를 든 남자 MC가 물었다.

“그러고 보니 우주 씨는 오늘 꽃무늬가 아니네요!”

“네.”

그러곤 해명했다.

“사실 제가 꽃무늬를 많이 입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거든요. 1년에 한두… 셋넷… 서른 번 정도인데 너무 많이 입는다는 인식이 퍼져 나간 것 같습니다. 여러분! 저 꽃무늬 많이 안 입습니다!”

“정말인가요? 멤버 분들?”

“순 거짓말입니다.”

리혁이의 훈훈한 말에 MC들이 웃음이 터졌다.

“그러고 보니 멤버 분들 모두 올해 패션 브랜드의 앰버서더가 되었죠?”

“네, 맞습니다.”

우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르블랑의 앰버서더를 맡은 이래로 동생들도 차례대로 유명 브랜드의 앰버서더를 맡았다.

그래서 현재 입고 있는 옷들도 각 브랜드가 보내 준 협찬 턱시도들이었다.

“다들 너무 빛이 납니다. 정말.”

과하게 띄워 주는 말에 겸손히 응대를 하고는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에 답했다.

“뉴블랙 하면 또 무대 아니겠습니까? 얼마 전에 광화문 콘서트와 상암동의 피날레 콘서트가 화제가 되었죠.”

다른 MC가 이어받았다.

“그렇다면 오늘의 무대는 어떨까요?”

마침 우리가 가장 원하던 질문이었다.

이번 MCA의 목적.

우리가 오늘 어워즈에서 펼칠 무대의 목적은 바로 ‘재미있는 무대’다.

상암동 피날레 콘서트가 생중계된 후로 ‘뉴블랙 하면 무대가 재미있다던데!’ 하고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

TV를 보는 사람들에게 우리 무대가 얼마나 근사하고 재미있는지 보여 주는 게 오늘의 목표였다.

“음.”

비주가 마이크를 들고 웃었다.

“저희는 오늘 아주 재미있는 무대를 보여 줄 예정입니다.”

“재미있는 무대요?”

“네, 자세한 건 말씀드릴 수 없지만… 정말 재미있는 무대가 될 거라는 건 확실해요.”

“그렇게 말씀하시니 정말 기대가 되네요.”

카메라를 바라보며 동생들과 대사를 주고받았다.

“멋지고.”

“근사하고.”

“재미있는 무대!”

“오늘 많은 기대 부탁드리겠습니다!”

리혁이가 마무리로 소심하게 윙크를 찡긋 하면서 레드카펫 일정이 끝났다.

우리를 안으로 들여보내며 MC들이 카메라를 향해 작별 인사를 전하기 시작했다.

레드카펫 마지막 입장.

평소였다면 다른 가수들이 우리 다음으로 입장했을 텐데 지금은 뒤에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이건 또 신기하네.”

“처음이네요.”

동생들과 싱글벙글 웃으며 안으로 들어섰다.

*   *   *

고척 스카이돔.

실내로 들어온 아이돌 팬들이 따스한 미소를 지었다.

왜냐하면.

“아, 따뜻하다.”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3도로 시작한 날답게 찬바람이 쌩 하고 휘몰아치는 날씨였다.

롱 패딩을 입은 팬들이 코를 훌쩍거리며 저마다 자리를 찾았다.

특히나 무대 조명이랑 가까운 곳에 위치한 팬들은 더욱더 따스한 미소를 지었다.

‘이래서 고양이들이 난로에 얼굴 들이밀다 수염 태워 먹는구나.’

조금만 지나면 덥다고 난리를 치겠지만 일단은 따뜻했다.

추위에 얼었던 몸을 녹인 사람들은 이윽고 고척돔 내부를 둘러보며 미소를 지었다.

‘대박!’

초대형 스크린으로 [2017 Mango Chart Awards]하며 자막이 주르르 지나가는데 벌써부터 어워즈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대개 사람들이 한 해의 마무리를 연기대상이나 가요무대로 장식하듯, 아이돌 팬들에게 음악 시상식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과 같았다.

누가 가장 핫했는가?

누구 노래가 제일 임팩트가 있었는가.

하지만 작년과는 다르게 올해는 그리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뉴블랙이 3관왕 갈 거 같은데.’

매년마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대상 수상 예측.

대상 3개 부문에서 압도적인 수치를 보이고 있는 뉴블랙이었다.

[올해 MCA 대상 수상 예측]

(부문별로 정리된 그래프.jpg)

음원 부문이랑 투표까지 퍼센티지로 총합하면 뉴블랙이 대상 3개 다 탈 것 같음.

각 부문 2위가 심사점수 몰표 받아도 역전 못함ㅇㅇ

-음원성적은 걸그룹처럼 나오는데 투표는 보이그룹처럼 나오니 이길 수가 없음ㅋㅋㅋㅋ

-투표도 거의 만점인데 음원 수치가 넘사네ㅋㅋㅋㅋ

-심사 점수로도 못뒤집는 거면 올해 3관왕 무조건 뉴블랙아닌가????

-상식적으로 따지면 글킨 한데.. 또 모름ㅋ 기획사 파워센 다른 아이돌들 챙겨줄수도

-이 새기들이 언제 상식이 있었냐ㅋㅋ 그냥 지들 꼴리는 대로 주지

-작년도 세레니티 노래상 못받은 거 떠오른다ㅋㅋㅋㅋㅋㅋ 아 다시 생각해도 개빡쳐 ㅅㅂ

장난질이 없는 이상은 뉴블랙이 무조건 대상을 싹쓸이할 수밖에 없는 구도였다.

MCA의 특징은 오직 음원 성적과 투표만을 따진다는 것.

초동 99만 9,999장을 기록한 것뿐만 아니라 타이틀곡 Coin과 수록곡들까지 음원 차트에서 대박이 난 정규 2집.

1월부터 지금까지 음원차트에서 물 만난 물고기처럼 휘젓고 다니는 도깨비.

그리고.

음원 성적을 종합했을 때 압도적인 올해의 가수.

그 때문에 불평도 있었다.

-이렇게 시상식 기대 안 되는 건 처음이야..

-시상식하면 은은한 긴장감 같은맛도 있는 건데 이번에 너무 김빠짐;

-노잼

-ㄴㅂㄹ 흥하고 전체적으로 가요계가 노잼임

-근데 그럼 뉴블랙이 활동을 뭐어떻게 자제해야함??ㅋㅋㅋㅋㅋ 팬덤 스밍도 아니고 대중들 취향이 그런 건디

그런 불평들에 대해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는 한편.

“와아아아아아아!”

“설하야!”

“아이고! 우리 감나무 마른 거 봐라. 곶감이 됐네!”

가수들이 들어와 가수석에 앉을 때마다 환호성이 쏟아졌다.

‘우와.’

오프라인에서 실물을 처음 보는 아이돌이나 유명 가수들의 모습에 감탄들이 나왔다.

‘와. 진짜 하얗고 개이뻐…….’

원탑 걸그룹 세레니티나 스칼렛 등 걸그룹 멤버들이 길쭉길쭉한 다리를 자랑하며 등장하고.

‘오오!’

‘와 포스가…….’

껄렁껄렁한 얼굴로 유명한 스트릿 보이즈의 모습에도 감탄이 나왔다. 어딘가 섹시한 아우라를 풍기고 있는 9인조 보이그룹.

그리고 틴스피릿까지.

‘여긴 남자 애들이 되게 예뻐.’

조신한 걸음으로 입장하는 6인조에게 환호성이 쏟아지는 한편.

“와아아아아아아아-!”

귀청을 때려 대는 비명에 아이돌 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로구나.’

‘Them.’

올해의 주인공이 등장했다.

나비넥타이와 턱시도를 근사하게 착용한 미남들이 나오면서 아이돌 팬들이 까치발을 들었다.

그리고.

‘와.’

뉴블랙 멤버들의 모습을 실물로 본 이들이 눈을 크게 떴다.

이럴 수가!

‘TV에선 빙구 같았는데!’

비율이 좋아서 생각보다 키도 훨씬 더 커 보이고 아우라도 대박이었다.

‘리혁이 진짜 까리하게 생겼네. 애가 샤프해.’

‘왜 여기 팬들은 지호 보고 애기라고 하는 거지. 애기의 정의가 나랑은 다른 건가.’

‘김중현 누가 아기 곰이래. 저 정도면 아기 공룡인데.’

다소 건장한 체격의 아가를 보며 당황하는 아이돌 팬들.

그 뒤로 우주가 등장하면서 비명이 터졌다.

오늘따라 힘을 줬는지 액세서리를 블링블링하게 차고 나온 우주.

다양한 꽃반지들을 낀 손으로 머리를 슥 쓸어 넘기는데 그 모습이 극락이 따로 없었다.

“존나 잘생겼다. 진짜….”

“실물깡패가 저런 거구나. 난 실물이 깡팬데.”

“졸개들 의기양양한 거 봐.”

어느 샌가 맏형을 둘러싸고 어깨를 으쓱으쓱하는 이들의 모습에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올해의 주인공까지 입장을 마친 후.

[모두 주변을 정돈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녁 7시.

조명이 어두워지면서 마침내 올해의 첫 연말 시상식이 시작되었다.

*   *   *

오프닝 무대를 시작으로 어워즈 1부가 빠르게 진행됐다.

[올해는 무슨 음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시상식 특유의 ‘뮤직으로 하나 되는 우리…’ 하는 컨셉 소개가 지나가고.

신인상 시상을 비롯해 매년 음원 Top 10 시상이 쭈르륵 이어진다.

-발표하겠습니다. 올해의 Top 10.

-정말 이렇게 엄청난 팀을 호명하게 되어 영광이네요. 뉴블랙!

우리도 중간에 나가서 Top 10 수상 소감을 전하고 들어왔다.

-감사합니다!

대체로 1부 순서는 편한 마음으로 관람했다.

우리 무대는 2부의 대상 시상 전인 마지막이고, 그 전까지는 딱히 수상할 만한 부문이 없었다.

베스트 팝 상을 수상한 영국의 신예 싱어송라이터 켈리 넬슨이 인사말을 전하고.

베스트 인디, R&B 상 등의 시상이 이어졌다.

‘저분이 타겠네요.’

‘저분이다.’

수상을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다다익선으로 불러서 상을 줄 듯 말 듯하는 KMA와는 달리 상을 탈 만한 사람들만 초청하는 시상식이니까.

인디상 후보들을 보여 주는데 후보 중에서 현장에 있는 가수는 홍샛별 씨뿐인 그런 식이다.

“올해는 걸그룹이 많구나.”

“작년이랑은 또 다른 거 같아요.”

보이그룹 파티였던 작년과 다르게 올해는 걸그룹들의 약진이 눈에 띄게 느껴진다.

내가 김덕춘으로 출연한 바 있는 TBC의 걸그룹 서바이벌.

거기 나온 걸그룹들이 도화선이 되어서 음원 차트 쪽을 빵 터뜨린 느낌이라고 할까.

“와아아아아아!”

스칼렛의 에 쏟아지는 환호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내 옆자리의 친구를 콕 찔렀다.

“한조야.”

“왜.”

“봤니. 이게 내가 작곡한 도입부야.”

“알아.”

칼군무를 선보이는 스칼렛의 후렴구를 들으며 한조를 불렀다.

“한조야.”

“왜 또.”

“이게 내가 작곡한 후렴구다.”

“…….”

귀찮게 말 걸지 말라는 친구의 모습에 깔깔 웃으며 내가 작곡한 곡을 들었다.

그걸 시작으로 걸그룹 하이컬러의 청량 걸그룹 무대.

우리가 없을 때 음원차트를 장악했던, 올해 가장 핫한 가수로 떠오른 싱어송라이터 홍샛별과 발라드 가수 유재찬의 듀엣이 이어졌다.

곧이어 피터팬과 스트로베리 해적단이라는 인디 가수의 공연까지.

“지평선을 넘어~”

“저 끝까지 우릴 기다리는 보물이~”

“있을 줄 알았는데~ 없었고~”

올해 컬트적인 인기를 누렸던 노래를 따라 부르며 흥얼거렸다.

아. 좋다.

음악 방송이나 합동 콘서트에서 자주 만날 수 없는 가수들의 라이브도 많다 보니 뭔가 행복했다.

그런 식으로 1부 무대들을 감상하고 있을 때였다.

-다음은 올해의 베스트 송라이터 상입니다.

아직 후보들이 나오지 않았는데도 가수석에 앉아 있는 동료가수들의 눈이 모두 내게로 향했다.

고척돔의 2만 명이 모두 나를 바라본 기분.

“뭐야. 왜 날 봐.”

“행님이 아니면 누가 수상하겠습니까.”

“아이 깜짝이야.”

뒤에서 귓바람을 후- 하고 불던 연후가 살짝 쳐진 눈으로 능글맞게 웃었다.

“관건은 그거죠. 과연 우주선이냐, 우주냐, 김덕춘이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라고 말하고 있을 때.

전광판에서 나오는 ‘올해의 송라이터’ VCR에 첫 번째 후보가 떴다.

[Not Fine - 김덕춘]

스칼렛의 Not Fine 뮤직비디오와 함께 ‘김덕춘’이라는 이름이 나오면서 웃음이 터졌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와하하하하!”

그 뒤로 후보들이 쭉 나왔지만 후보 중 참석자는 나 하나.

시상자로 나온 예능인 모범주가 웃음을 터뜨리며 내 이름을 호명했다.

-작년도에 우주선이 있었다면 올해는 이분이 있었죠. 올해 가장 핫한 신인 작곡가님입니다. 축하드립니다! 김덕춘!

배를 잡고 웃으며 일어나는 동생들이 내 어깨를 잡고, 주먹을 내미는 스트릿 보이즈 멤버들과 주먹을 부딪혔다.

스칼렛 멤버들과의 파워 넘치는 하이파이브는 정중한 악수로 회피했다.

-네…….

[올해의 베스트 송라이터 : 김덕춘]이라고 적힌 트로피를 들어 보이며 수상소감을 전했다.

-우선 스칼렛 선배님들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선배님들이 이 곡을 불러 주시지 않았다면 저는 이 상을 탈 수 없었을 거예요. 정말 좋은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스칼렛 팬들이 사상적으로 위험해 보이는 붉은색 깃발을 흔들며 환호했다.

트로피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재작년에는 우주로 탔다가, 작년에는 우주선, 올해는 김덕춘으로 탔네요. 이러다가 내년쯤에 또 다른 이름으로 뵙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내 농담에 웃어 주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제가 그만큼 다양한 음악으로 여러분을 찾아뵙고 있는 것 같아 행복합니다.

최근 들어 차트를 점령하고 있다는 비판들에 대해 빙 둘러서 내 의견을 아주 부드럽게 전달했다.

그런 의견 따위 신경 안 쓴다고.

그리고.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다양한 아티스트 분들에게 배워 더 성장하는 작곡가가 되고 싶어요.

뉴블랙 활동뿐만 아니라 내년도에는 더 많은 가수와 협업을 해서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 나가겠다고.

뒤에서 욕하는 것도 상관없지만 기왕이면 나랑 손잡고 일하자고.

그러니 관심 있는 사람들은 연락을 달라는 메시지를 담았는데, 빙빙 둘러서 얘기를 해서 제대로 받아들여졌을지는 모르겠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원더 차일드의 무대를 마지막으로 1부가 끝이 났을 때.

“우주 씨.”

“후배님, 안녕하세요.”

“저어, 우주 씨이…….”

백스테이지에서 소곤소곤하며 다가오는 가수들의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홍샛별 씨를 시작으로 발라드 가수 유재찬 씨, 피터팬과 스트로베리 해적단 등등.

올해 핫한 가수들과 은밀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연락처를 교환했다.

대부분 나랑 장르도 다르고, 음악 작업 방식도 다른 사람들이라 굉장히 도움이 될 거 같다.

“후후후후후.”

몸을 들썩이며 행복하게 웃는 나에게 리혁이가 다가왔다.

“다 끝났어요?”

“응.”

“이제 우리 무대 준비하러 가야 돼요.”

“그래, 가자.”

새롭게 얻은 연락처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의 엔딩 무대.

준비한 것들이 많은 만큼 2부 시작 때부터 체크해야 할 것들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   *   *

“와아아아아아!”

환호.

비명.

어마어마한 함성.

본격적으로 어워즈의 2부에 접어들면서 관객들의 환호가 점점 더 커져 가고 있었다.

신곡 Candy Love와 올해 봄에 히트를 친 Party Girl을 선보이며 EDM 사운드에 맞춰 칼군무를 추는 걸그룹 세레니티.

최근 리패키지 앨범으로 틴스피릿을 근소하게 제쳤다는 평을 얻고 있는 스트릿 보이즈의 10분짜리 무대.

그리고 카지노를 배경으로 하는 듯한 틴스피릿의 화려한 무대까지.

여기에 1부 엔딩을 장식한 원더 차일드까지 고려하면 팬덤이 큰 가수들의 무대는 거의 다 끝난 상황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뉴블랙 무대와 대상 시상뿐.

국민 아이돌의 무대가 다가오면서 장내의 함성이 점점 더 커져 갔다.

‘그렇게 끝내준다던데.’

상암 콘서트 이후로 ‘뉴블랙 공연은 대박이야…!’ 하는 간증글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팬이 아닌데도 재미있음 ㄹㅇ

-규호가 진짜 별거별거 다사줌

-뉴블랙콘은 진짜 돈 더 받아야함ㅋㅋㅋㅋ

어디 얼마나 재미있기에 그러나 할 때.

복잡한 무대 장치들이 올라오고 난 뒤 조명이 어두워지면서 환호성이 터졌다.

“크와아아아아악!”

암전된 무대 뒤편의 초대형 스크린에 VCR이 떠오른다.

그러는 동안 조명에 역광으로 빛나는 실루엣들에 수플레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우주다!’

VCR의 내용은 어렵지 않았다.

어딘가 초현실적인 분위기의 지하철에 탑승한 우주가 가만히 바깥을 내다보고 있는 동안.

영상이 흘러나오는 스크린의 위쪽에서 다음 역을 알리는 문구가 계속해서 바뀐다.

[THIS STATION]

[Something ◀ Firework ▶ Masquerade]

창문에 손바닥을 올린 채 바깥의 풍경을 구경하는 우주.

카메라 시점이 우주에게 고정되어 있어 바깥에 무엇이 보이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놀라운 연기력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했다.

‘뭐지? 뉴블랙의 음악 세계관인가?’

마스커레이드 역을 지날 때는 우주의 얼굴에 붉은 음영과 그림자들이 일렁이면서 뇌쇄적인 음악이 흘러나오고.

클래식 사운드가 돋보이는 편곡들이 지나갈 때마다 우주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면서 환호가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Coin ◀ METRO ▶ ]

종착역인 메트로에 도착하면서.

띵.

엘리베이터 안내음과 같은 소리와 함께 VCR 속 우주의 앞에 문이 열렸다.

그와 동시에 장면이 무대로 전환됐다.

“와아아아아아아아-!”

클로즈업으로 잡힌 우주가 고개를 살짝 들면서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홀린 듯이 바라봤다.

음영이 진 미남의 얼굴에 헤드마이크가 돋보일 때쯤.

붉은 입술이 열렸다.

From now on

We are getting-

메트로가 변주된 인트로 멜로디에 노래를 부드럽게 허밍하며 우주가 손끝을 움직였다.

그러곤 팔을 미끄러뜨리며 양쪽 댄서들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오오.’

높이 상승해 있는 리프트 무대.

그 위에서 댄서들과 함께 나긋한 군무를 펼치는 우주였다.

‘우와아…….’

흰 셔츠 위로 검은 하네스를 입고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수플레들에겐 행복한 패션이었다.

“구와아아아아아!”

‘메트로’라는 곡의 주제가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는 것이어서 그런지, 혼란스럽고 갈피를 잡기 어려운 마음을 표현하는 듯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춤을 추는 리드 댄서.

그러는 동안 리프트 무대가 서서히 하강하기 시작했다.

‘어어!’

수플레들이 비명을 질렀다.

‘안 돼!’

댄서 중 하나가 하네스를 입고 있는 우주에게 수트 겉옷을 걸쳐주었기 때문이었다.

‘아으으!’

‘왜 입어!’

하지만 아쉬움도 잠시.

그리고 돌출 무대에 서 있는 멤버들에게 합류하면서 전광판에 5인조의 모습이 떴다.

리드미컬한 드럼 사운드.

퓨처 베이스 특유의 미래적인 사운드가 나오면서 멤버들이 가볍게 몸을 튕기며 움직였다.

‘메트로!’

이번에 빌보드에서 5주 동안이나 1위를 차지한 뉴블랙의 신곡.

현장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상암 콘서트와 빌보드에서 봤던 그 메트로가 고스란히 재현되어 흘러나왔다.

장장 5분.

인트로부터 시작해 메트로의 후렴을 따라 부르며 수플레들이 정신없이 방방 뛸 때.

‘음?’

무대에 메인 보컬인 리혁만 혼자 남고는 모두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그리고 올라가는 뒤편의 장막.

지금까지 가려져 있던 거대한 무언가가 등장하면서 수플레들의 눈이 크게 뜨였다.

‘저건!’

그것을 본 순간.

수플레들은 왜 가수들이 오늘 무대가 재미있을 테니 기대하라고 한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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