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66)화 (766/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66화

추수감사절.

3억 인구 중에서 5천만 명가량 되는 사람들이 고향을 찾아 민족 대이동을 벌이는 명절.

“아빠, 저 왔어요!”

“휴, 어찌나 공항에 사람들이 많은지. 이번에 비행기 티켓 구하는 게 너무 어려웠어요.”

“자기야, 이번에 아버님이랑 어머님 데리고 올랜도로 놀러 갈까?”

저마다 나고 자란 고향이나 유명 휴양지로 떠나는 최대 명절.

하지만 대다수의 미국인들에게 있어 추수감사절이란 날은 일종의 정해진 루틴이 있었다.

‘오늘 저녁은 칠면조다!’

전통적으로 추수감사절에 먹는 칠면조 로스트 구이!

한국인에게 설날에 떡국이 있듯이 미국인들에게는 추수감사절의 칠면조 구이가 있었다.

칠면조가 없으면 그게 추수감사절이겠는가.

유럽에서 2차 대전이 한창 중인 때도 전쟁터에서 칠면조 구이를 먹었던 것이 바로 미국인들이었다.

‘칠면조랑 매쉬 포테이토, 피칸 파이… 오늘 음식 조진다.’

한편, 명절 음식을 떠올리며 들뜬 미국인들은 추수감사절 기간의 미식축구 중계 일정을 보며 방긋방긋 웃었다.

명절을 맞이한 시민들을 위해 NFL에서 매년 준비하는 미식축구 경기들.

그런 일정을 확인하던 시민들이 TV로 시선을 돌렸다.

미식축구 말고도 한 가지 더 있었다.

‘추수감사절엔 메이시 퍼레이드지.’

오후에 미식축구가 있다면 오전에는 백화점에서 주최하는 뉴욕의 퍼레이드가 있었다.

무려 2,500만여 명이 실시간으로 시청하는 퍼레이드.

TV를 틀자 흥겨운 명절 분위기가 느껴졌다.

[즐거운 추수감사절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톰 월시입니다!]

[미란다 라이트입니다!]

뉴욕의 한파에 입김을 뿜어내는 남녀 MC 뒤편으로 메이시 백화점과 함께 수백여 명의 사람이 환호하고 있다.

곧 시작될 퍼레이드를 앞두고 흥을 돋우는 MC들.

그들의 멘트가 끝나면서 전문 성우가 오늘 출연자들의 라인업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여러분이 사랑하는 목소리, 보 리치!]

구수한 캐럴로 유명한 국민 가수.

[아메리카의 연인, 올리비아 시트웰!]

20세기 후반에 활동한, 대중음악 최고의 가수 중 하나로 평가 받는 디바.

그리고.

[세계적인 슈퍼스타 그룹, 뉴블랙!]

‘The New Black!’ 하면서 굵직한 글귀가 떠오르는 말에 미국인들이 오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걔네구나.”

“아이들이 그러는데 요즘에 쟤들 인기가 어마어마하다더라.”

“메트로 부른 애들이에요, 엄마. 오션 파이브처럼 10대 가수들인데 요즘 완전 핫해.”

아무래도 어떤 가수가 나오나 하는 것보다는 퍼레이드에 나올 캐릭터나 행진이 더 중요한 방송.

그렇기에 가수가 그리 중요한 프로는 아니었다.

하지만 뉴블랙을 소개할 때만큼은 주최 측에서 힘을 똭! 주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저기가 사실상 메인이구만.’

올리비아 시트웰이나 보 리치처럼 나이가 지긋한 가수들이야 무조건 앞에 서야 하니 그런 것이고.

뉴블랙이 메인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하긴.’

요즘 어린이들이랑 10대들 사이에서 그렇게 인기가 많다고 하니,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퍼레이드에선 당연한 것일 수도…….

“오, 시작한다.”

추위에 오들오들 떨던 구경꾼들이 깃발을 흔들며 환호하는 장면이 흘러나왔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퍼레이드.

현장에서도 어마어마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아아-!”

메이시 퍼레이드의 최고 명물인 거대 풍선.

바람에 날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수십여 명이 풍선 끈을 쥔 채 걸어가고, 그 뒤에 호박마차들이 천천히 행진하고 있었다.

첫 스타트는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여왕님 드레스를 사게 만든 애니메이션의 눈사람 풍선.

그 뒤로 전기 충격을 주는 노란 포켓몬을 비롯하여 꿈과 희망의 아이콘들이 날아오고 있었다.

“경관님! 경관님!”

행렬 중간에 NYPD의 기마경찰들이 말을 타고 등장하면서 리포터가 신나게 뛰어갔다.

“경관님! 오늘 퍼레이드에 참여하신 기분이 어떠신가요?”

“끝내주네요! 사람들의 열기가 정말 어마어마한 것 같습니다. 제가 스타가 된 기분이에요.”

“이번이 몇 번째 참가인가요?”

“첫 번째입니다!”

말의 갈기를 쓰다듬은 경관들이 다그닥거리며 말을 몰고 걸어가고.

쿠키 몬스터를 비롯한 아동 만화의 캐릭터들이 인종 간 화합의 메시지를 담은 노래를 부른 후.

[신사숙녀 여러분! 보 리치입니다!]

행진을 하던 차량이 백화점 앞에 멈추고, 구수한 목소리의 스타가 캐럴을 부르면서 현장의 미국인들이 따라 불렀다.

그런 식으로 행진이 이어질 때였다.

“워우…….”

“왓 더… 저건 뭐야?”

“빵이 인간을 부하로 거느리고 있어?”

뉴블랙의 마차가 등장하면서 시선이 한데 모였다.

불을 뿜는 흑염소가 모는 마차 위에서 양팔을 벌리며 환호성을 즐기는 뉴블랙 멤버들.

‘잘생겼다!’

산타클로스와 요정들처럼 알록달록한 옷을 차려입은 이들이 열심히 손을 흔들어 주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저희 이름을 기억해 주세요!”

얼음 왕자처럼 새하얀 얼굴의 멤버가 나지막하게 외치는데, 목청이 어찌나 좋은지 목소리가 귓가에 또렷하게 들어온다.

자신들의 이름을 기억해 달라며 발랄하게 뛰는 멤버들.

“뉴! 블랙! 뉴블! 랙! 뉴블랙~!”

손가락을 딱딱 튕기면서 기묘한 찬트까지 읊는데 자꾸만 머릿속에서 잊히지가 않았다.

거기에 목청이 우렁찬 팬들도 끼어들었다.

“우아아아아아악!”

“꺄아악!”

“얘들아! 너희의 얼굴이 바로 나의 의료보험이다!”

펜스 너머에서 행진을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이 ‘우와아’ 하고 혀를 내두를 만한 인기였다.

하지만 멤버들에게 가는 시선은 생각보다 적었다.

‘저건 대체.’

그 앞에서 둥실둥실 떠돌아다니고 있는 누런 마시멜로 괴물 풍선에 시선이 갔기 때문이었다.

TV로 보던 이들도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며 ‘What the…’ 하며 중얼거리는 상황.

ƪʃ [ ✪‿✪ ] ƪʃ

얼굴에 그늘이 져서 그런지 음산하게 웃는 풍선이 둥실~ 두둥실~ 떠오르고 있었다.

몇몇 어린이들이 무섭다고 엄마와 아빠 품으로 들어가거나 뒤로 숨는 진풍경이 펼쳐지는 가운데.

오늘의 신스틸러라 할 수 있는 풍선이 무시무시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저, 저게 뭔가요?”

주변에서 괴성을 지르는 팬들에게 시민들이 질문하자, 곧이어 흥분 가득한 목소리들이 돌아왔다.

“저게 바로 수플레예요!”

“수플레?”

저게 어딜 봐서 수플레란 말인가.

“뉴블랙의 팬덤 이름이 바로 수플레인데, 저건 뉴블랙을 응원하는 우리를 귀엽게 형상화한 거죠!”

응원? 귀여움?

밑에서 둥실둥실 떠다니고 있는 다섯 명의 뒤로 거대하게 뒷배를 봐주고 있는 듯한 비주얼.

“끼야아아아아아아-!”

뿌잉 손을 흔드는 가수들을 향해 괴성을 지르는 팬들.

시민들이 납득했다.

‘뭔가 맞는 거 같기도…….’

가수들은 귀여워 보이는데 팬들이 무서워 보였다.

*   *   *

2500만여 명의 시청자에게 비주얼 쇼크를 준 풍선이 지나간 후.

뉴블랙이 백화점 앞에 운집한 사람들에게 ‘METRO’를 부르는 동안 인터넷 세상은 들썩이고 있었다.

우선은 미국의 SNS와 커뮤니티들이었다.

-저 풍선은 대체 뭐지?

-뉴블랙과 뉴블랙의 팬덤을 형상화한 물건이라고 한 거라는데. 아무리 봐도 지구를 정복하려는 사악한 베이커리처럼 보여.

-겁나게 쎄보이는데.

-마차는 왜 흑염소가 끄는 거야?

-내가 저기 있는 어린이들이었다면 어른이 된 다음까지도 저 풍선이 생각날거 같아.

-무슨 의미지? 뉴블랙이 미국을 정복하러 왔다는 건가.

-근데 저 정도면 정복당해 줘야지.

어린이들을 위해 만든 것 같긴 한데, 어딘가 모르게 두려운 비주얼의 풍선이 컬트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곧바로 미튜브에 올라오는 각종 영상들.

뉴블랙의 풍선이 행진하는 장면에 유명 영화의 제국군 BGM을 깐 영상이 인기를 끌었다.

[진정한 제국의 행진(Imperial March)]

웅장한 트럼펫 소리와 찰떡같이 어우러지는 영상에 미국의 네티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미국 가요계 : 뭐야 시발. 살려 줘요.

-제빵왕국의 사악한 음모처럼 보이는 건 나뿐이야?

-다스 수플레 : 다크사이드의 힘은 위대하다네, 미약한 미국의 가수들이여

-팝 시장을 정복하겠다는 의지인가

-근데 저 무시무시하게 생긴 흑염소는 왜 저기 있는지 누가 설명해 줄 사람 없어?

┕뉴블랙이 한국에서 나온 쇼 프로에서 흑염소와 레슬링을 했는데 거기서 승리했거든. 한국의 그 염소가 지금 수플레들 사이에서 굉장히 유명한 마스코트 같은 존재가 됐어.

┕고마워, 친구. 하지만 너의 설명을 듣고 더 혼란스러워졌어

┕(증거 영상 링크) 이걸 보면 이해가 쉬울 거야! 하하!

┕아니 시발. 대체 인간이랑 염소랑 레슬링하는 영상이 왜 존재하는 건데?

┕영상 들어가 봐. 너랑 똑같은 반응이 엄청 많을걸.

흑염소에 대한 비하인드 영상이 미국에서 조회수를 올려 가는 한편.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영상을 시청하고 있는 한국인들은 먼 곳을 바라볼 뿐이었다.

-몰라 ㅋㅋㅋㅋㅋㅋ 우린 모르는 애들이야

-뉴블랙은 일본 가수이므니다

-일본: 에..?

-ㅋㅋㅋㅋㅋㅋㅋㅋ대길이 미국까지 진출했다ㅋㅋㅋ

-엄마 저는 커서 대길이가 될래요 엄마 저는 커서 대길이가 될래요 엄마 저는 커서 대길이가 될래요

-주세한이 불러 온 나비효과

-나비효과의 존나게 안 좋은 버전이 뭐라고 불러?? 그것도 나비효과라고 부르나?

-님들 양웹에 올라온 수플레 제국군 봐봐요ㅋㅋㅋㅋㅋ 개웃김

실시간 스트리밍 댓글창에 온갖 사람들이 잡탕이 되어 버버벅거리는 한편.

수플레들은 내심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대접 잘 해 주네.’

딱히 미국의 어마어마한 가수들이 나오는 스케줄도 아니고, 웬 추석 퍼레이드 같은 데 나온다고 했을 때 의아하던 차였다.

하지만 주최 측에서 멤버들 대접을 하는 것을 보니 뭔가 흐뭇하다.

오늘의 주인공처럼 대우한다고 할까.

뉴블랙의 미국 진출을 축하해 주기 위해 수플레와 뉴블랙을 위해 준비한 특별 풍선까지.

‘저 캐릭터들 옆에 우리가 있어!’

유명 캐릭터들 사이에서 수플레 풍선이 둥실둥실 떠오른 것을 볼 때마다 가슴이 벅차면서.

‘부끄러워.’

……조금 부끄러웠다.

하지만 그래도 성과가 좋으면 장땡 아니겠는가!

2000만 명 넘게 시청하는 TV 프로그램이라고 하던데, 아마 그 중에는 뉴블랙을 잘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강렬한 비주얼로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획!

어떤 시청자라도 거대한 빵 풍선 아래 흑염소 지옥 마차를 모는 보이그룹은 잊지 못할 것이다.

‘또 전 세계 실시간 트렌드에 우리 애들이…!’

기대감을 품으며 웃을 때였다.

스트리밍 영상 채팅창에 달린 댓글 하나가 눈에 띄었다.

-근데 궁금하다ㅋㅋㅋㅋ 대길이네도 이거 알고 있을까?

*   *   *

공영방송의 TV 뉴스.

연천군의 어느 호화스러운 집에서 TV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인기 보이그룹 뉴블랙이 오늘 미국의 추수감사절 퍼레이드에 참여하였습니다. 현지 시간으로 23일 오전….]

자료 영상으로 흘러나오는 뉴블랙 멤버들.

어마어마한 인파들에게 손을 흔드는 이들이 타고 있는 마차의 맨 앞에 거대한 흑염소가 불을 뿜고 있었다.

“허허허허.”

소파에 앉은 노부부가 흐뭇하게 웃으며 마당을 돌아보았다.

“대길아. 보이냐. 저기 네 형들이여. 너 저기도 나오고 아주 성공해 버렸다. 안 그러냐?”

푸르르르.

연천군의 패왕 대길.

흑염소가 TV 속 김중현을 바라보며 움찔하고는 시선을 피했다.

“저거 아직도 저러네.”

“그래도 저거라도 무서워하니까 다행이지. 저눔이 뭐 무서워하는 거라도 있어?”

여전히 동네 강아지들에게 패악질을 부리고 다니는 흑염소였다.

하지만 그때와의 차이점이라면.

[대길 하우스]

방송을 탄 이후로 유명해진 인지도 때문에 어마어마하게 으리으리한 집이 생겼다는 점이었다.

물론 그들의 집도 함께 업그레이드된 상태.

그것을 비롯해서 마을 마스코트처럼 변해 버린 대길이었다.

-쟤가 바로 대길이여.

-어머! 어머!

주말 농장 체험을 하러 오는 도시 사람들에게 한 번씩 소개를 해 주기도 하고.

그 때문에 흑염소를 키우는 집들이 늘어나 있었다.

“아이고, 좋구만.”

노부부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탁자의 엽서를 들었다.

[안녕하세요! 아버님, 어머님. 이번에 대길이가 미국의 추수감사절 퍼레이드에 나올 거랍니다. 그래서 미리 이 부분에 대해 혹시….]

손글씨로 정갈하게 쓴 편지 아래로 멤버들의 사인이 새겨져 있다.

그것을 바라보며 노부부가 웃었다.

“영감. 참 이런 거 보면 신기하지?”

“그니까 말여.”

거의 딱 3년 전.

14년도 여름 무렵에 ‘뉴, 뉴블랙입니다…!’ 하면서 집에 찾아온 이들이 어느새 이역만리 낯선 땅에서 저렇게 돌아댕기는 걸 보니 신기하다고 할까.

‘더 잘됐으면 좋겠네.’

노부부가 흐뭇하게 웃을 때, 대길이가 주변에 지나다니는 강아지를 향해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푸르르르!

“저거 또 지랄이여! 또!”

“아유으으! 저거!”

훈훈하게 웃던 노부부가 핏대를 높여 소리를 질렀다.

*   *   *

추수감사절 퍼레이드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오전에 공연을 깔끔하게 마친 후.

“칠면조!”

“칠면조! 칠면조!”

뉴욕의 유명한 음식점을 찾아가 칠면조 구이를 먹었다.

야채 위에 올라온 노릇노릇한 칠면조 구이.

“우와아아아…!”

접시 위에 올라온 매쉬 포테이토, 크랜베리 등을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형들, 형들 저기 서 봐요. 제가 사진 찍어 줄게요!”

“와, 진짜 크다!”

기념사진을 찍고는 다 같이 칠면조 구이를 행복하게 뜯었다.

“어? 생각보다 괜찮은데요?”

“괜찮다. 맛집이라 그런가?”

맛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의외로 괜찮다.

하지만 우리의 감동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

리혁이가 배에 손을 올린 채 말했다.

“한계효용이라는 경제학 용어 알아요? 음식을 하나 더 먹을수록 효용이 점점 낮아지는 거요.”

“그거 알아.”

“지금이 딱 그거 같은데요. 효용이 마이너스로 가고 있어요…….”

“우읍…….”

양이 너무 많은 게 함정이었다.

먹어도 먹어도 끝이 나지 않았다.

소고기는 그래도 끊임없이 들어가는데, 칠면조는 왠지 모르게 목이 턱턱 막히는 느낌이라고 해야 되나.

“저는…….”

막내가 헥헥거리며 말했다.

“앞으로 칠면조 안 먹어 봐도 될 거 같아요.”

“나도.”

“그래도 이게 경험해 봤다는 게 중요한 거잖아요.”

비주의 말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배가 너무 불러서 뒹굴뒹굴 굴러다닐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자. 그럼 움직여 볼까!”

“…….”

“5분만 쉬고 움직일까?”

“끄덕.”

점심의 칠면조 구이를 시작으로 저녁까지는 동생들과 함께 자유롭게 뉴욕 곳곳을 돌아다녔다.

「어? 당신들 알아요! 뉴블랙 맞죠?」

「뉴블랙!」

추수감사절 퍼레이드의 영향 때문인지 오늘따라 뉴욕에서 알아보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 때문에 미국 에이전시에서 붙여 준 덩치 큰 보디가드들과 함께 이곳저곳을 다녀야 했다.

불편하긴 했지만 기분은 좋다.

-오늘 따끈따끈하게 올라온 인터뷰 영상들인데 반응이 좋아.

석환 형이 보여 준 일반 시민들의 인터뷰에서 비슷한 이야기들을 들었다.

[오늘 퍼레이드에서 뉴블랙이 제일 기억에 남았어요. 그 풍선 하며… 처음 보는데 신기하더라고요!]

[뉴블랙이었죠. 최고의 임팩트는.]

[수플레입니다! 선우주! 김비주! 김중현! 서리혁! 왕… 끊지 마요! 이거 다 해야 되는 거예요!]

풍선이 조금 무서웠다는 반응도 있긴 했지만, 시청자들과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겠다는 계획은 성공했다.

멍하니 생각에 잠긴 나를 지호가 불렀다.

“형! 저기 가서 서 봐여. 제가 사진 찍어 줄 테니까!”

“트리 옆에?”

“네! 귀여운 포즈!”

트리 옆에서 치명적인 포즈를 취하며 윙크를 하자, 졸개들이 박수를 치면서 깔깔 웃었다.

중현이가 말했다.

“형, 저기 장난감 가게 가 볼까요.”

“오! 나홀로 집에 나온 거기인가!”

“찾아보니까 아니라는데요. 거기는 가짜래요. 그래도 저기가 제일 비슷하다는데요.”

“가자, 가서 싹 쓸어 오자.”

오늘 하루는 신나는 쇼핑 시간이었다.

모금 파티를 앞두고 신경이 예민해진 나를 위해 동생들이 쉴 새 없이 말을 걸어가며 놀아줬다.

리혁이가 지갑을 꺼내며 말했다.

“오늘 사고 싶은 거 있으면 다 말해요. 내가 다 사 줄게. 뭐, 너무 과도하게 비싼 건 빼고.”

“저기 건물 사 주세요.”

지갑으로 맞으면 꽤 아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신명나게 명절 시즌의 뉴욕을 돌아다니는 한편.

펄럭-

올림픽 공원에 걸린 콘서트 깃발처럼, 뉴욕시 대로변의 가로등에 걸려 있는 깃발이 눈에 띄었다.

[ It’s Jazz Night ]

홍보의 일환으로 걸어 놓은 것인지 피아노 모양의 그림 아래로 일시가 적힌 파티 안내 문구가 보인다.

조용히 바라보다가 핸드폰을 들어 사진을 찍었다.

“뭐예요?”

“내일 모금 파티 때문에 걸었나 봐.”

“아아.”

입김을 뿜으며 잠시 다 같이 서 있었다.

추위에 코를 훌쩍이고는 웃으며 물었다.

“내일 그래도 많이 오겠지?”

“아마 그러지 않을까요?”

비주가 웃으며 답했다.

오는 사람들도 꽤 있긴 한데, 올지 안 올지 모르는 사람도 꽤 많은 터라 얼마나 모일지 궁금하다.

깃발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기왕이면 사람들이 많이 오게 해 주세요.”

“많이 오게 해 주세요!”

뉴욕의 밤거리에서 동생들과 함께 작은 소원을 빌었다.

*   *   *

다음 날 저녁.

뉴욕 시내를 활보하고 있는 택시 운전사들이 내비게이션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뭐야?’

뉴욕 시내 곳곳의 교통에 ‘혼잡’이 떠오르고 있었다.

홀리데이 시즌이라 그런가 했는데, 그것을 감안해도 유독 막히는 구간이 많아 보인다.

“오늘 뭐 있나?”

지나가다 긁히면 안 될 것 같은 고급 차량들이 슈웅~ 하고 주변을 지나가는데 얼떨떨할 따름이었다.

때마침 동료 운전사가 그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미술관 쪽에서 재즈 관련 행사를 한대.]

“재즈?”

[무슨 작고한 음악가의 공연에 대한 기금을 모금한다더라고.]

“아니, 어떤 사람이길래…….”

재즈 음악가가 아무리 유명하다고 해도 이 규모가 말이 되는가.

의문을 품는 택시 기사에게 동료가 말했다.

[그런데 그 음악가의 아들이 뉴블랙 리더래. 걔가 파티를 주최한다고 하더라고.]

“아.”

바로 납득했다.

그걸 시작으로 해당 경로를 피해서 움직이기 시작하는 택시들.

뉴욕 교통을 평소보다 배는 더 혼잡하게 만들 만큼 파티의 스케일이 어마어마하게 커져 있었다.

그리고 이런 모든 상황 속에서.

“혀, 형! 이게 어떻게 된 거예여?!”

“미, 미안… 내가 소원을 너무 세게 빌었나…?

“허헛.”

“비주 형, 청심환 있어요? 청심환?”

“미안. 내가 먹었어.”

창가에 찐빵처럼 얼굴을 들이민 미남들이 겁에 질린 얼굴로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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