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73)화 (773/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73화

하시모토 켄타.

현재 세계 유수의 콩쿨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일본의 유망주 피아니스트다.

나이는 20세로 지호랑 동갑.

그 정도가 내가 상대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의 전부였다.

그 밖에 유념할 만한 사항은 첫인상이 좋지 못했다는 것 정도?

-만나자. 만나자고!

-우리 라이벌이야! 라이벌!

-안 만나줄꼬야?

일본에 방문할 때마다 하시모토 겐지 측이 나를 만나려고 안간힘을 썼던 기억이 전부였다.

그래서 누군가를 이용해 먹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악당 같은 느낌이었는데.

실제로 만나니까 생각한 것과 좀 다르다.

일단.

“히끅!”

그걸 생각하기 전에 딸꾹질부터 어떻게 해야겠다.

“히끅! 콜록! 히끅!”

“형, 괜찮아요?”

“괘, 괜찮아…….”

괜찮냐고 물어보는 졸개들의 얼굴을 보다가 그만 웃음이 터졌다.

얘네도 거의 울 것처럼 웃음을 참고 있어서.

“흐억, 흐…….”

그때 내게 손수건이 내밀어졌다.

「저런, 괜찮으신가요?」

프랑스 귀족처럼 과장되게 손을 슉 집어넣은 하시모토 켄타가 손수건을 내밀었다.

「여기.」

「괜찮아요. 갑자기 사레가 들려서.」

「……그럴 수 있죠.」

살짝 시무룩한 얼굴이다.

아마 본인 딴에는 세기의 운명적이었던 만남이 기침과 딸꾹질로 망쳐져서 그런 게 아닐까.

「그렇다면 다시 한번.」

하시모토 켄타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

「우리 한 번 열심히 선의의 경쟁을 펼쳐 보죠.」

「아…….」

악수를 맞잡고는 웃으며 물었다.

「그런데 무슨 경쟁인가요?」

「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던 듯 하시모토 켄타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그야…….」

「그야?」

「우린 라이벌의 아들들이니까요?」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좀 그런지 고개를 갸우뚱한다.

내가 물었다.

「그런데 클래식이랑 대중음악은 분야가 다르지 않나요?」

「에?」

다시 한번 또 갸우뚱.

「그러네요?」

뭐야.

왜 이렇게 쉽게 납득하지.

고개를 끄덕이며 일리 있다고 하는 이를 바라보며 동생들과 웃음을 참으며 눈빛을 교환했다.

‘이건 무슨 캐릭터지?’

맞은편에 서 있는 미남을 바라보았다.

객관적으로 잘생긴 편이다.

곱슬곱슬한 머리카락 아래로 어딘가 우수에 젖은 얼굴이라 패션모델처럼 보이기도 하는 얼굴.

「이런이런. 귀한 손님들을 앞에 두고 제가 딴청을 피웠군요.」

입만 안 열면.

진짜 입만 안 열면 그런 느낌이다.

왜 대중들이 나한테 너는 말하지 말고 노래만 부르라고 하는지 알 것 같다.

상대가 또 뭐라고 말을 하기 전에 내가 화제를 돌렸다.

「이건 무슨 촬영 중인가요?」

「아! 양해를 구한다는 것을 그만 깜빡해 버렸군요. 아차차!」

손뼉으로 이마는 왜 치는 거지…?

「아버지께서 미튜브 계정을 만들라고 하시더군요.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준비라고. 하지만 우선적인 목표는 일본 사람들에게 클래식을 친근하게 소개하고 클래식을 대중화하는 것입니다.」

「클래식의 대중화. 좋은 일을 하시네요.」

「네. 어려운 목표지만 꿈을 향해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길이 보이지 않을까요. 하하.」

너무나 작위적인 웃음에 나도 같이 터지려는 웃음을 참으며 근처에 있는 민기 형을 불렀다.

「초상권 문제도 있으니까 먼저 관계자 분들끼리 협의를 거치는 게 좋겠네요. 이런 식으로 얼굴이 나가는 건 원치 않거든요.」

일단 우리 얼굴을 마음대로 내보내게 할 순 없지.

「아. 제가 또 실례를…….」

찰싹 이마를 때리면서 나오는 작위적인 웃음.

촬영이 잠시 중단된 동안 혹시 지금까지의 행동들이 컨셉은 아닐까 싶어 기대를 품었다.

「카메라 꺼졌어요.」

「아! 이제야 운명적인 대화에서 벗어나 편안하고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겠네요.」

「…….」

듣다 보면 자꾸만 웃기는 말투.

동생들이 고개를 숙이고 웃음을 참는 동안 내가 헛기침을 하고 물었다.

「그, 아버님은 잘 계시나요?」

「음… 좋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네요.」

심각한 표정.

「혹시 몸이 안 좋으신 곳이라도 있나요?」

「네.」

「어디가…….」

「감기 몸살이 심하십니다.」

「…….」

하시모토 켄타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미국에서 열리는 모금 파티에 초청되기를 원하셨는데, 초청받지 못한 후로 마음의 병이 생기셨는지 몸살이 단단히 나셔서…. 하지만 이겨 내실 겁니다. 저의 아버지는 감기 따위에겐 지지 않는 강인한 남자니까요.」

혼자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

그나저나 저런 비하인드까지 우리에게 이야기해 줘도 괜찮은 걸까.

다른 사람이었다면 ‘초청 안 했다고 돌려 까는 건가?’ 하고 느껴졌을 말인데 여기는 정말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말하는 느낌이다.

내가 뭐라고 할 바는 아니지만 뭔가 이 친구… 좀 꽃밭이다.

그쯤에 이르러 우리 막내가 손을 들고 합리적인 의심을 표현했다.

「만화 좋아하시나요?」

「아뇨.」

상대가 진중한 얼굴로 대답했다.

「활자로 읽는 만화보다는 애니메이션 파라고 할까. 생동감이 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

모든 미스터리가 해결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던 막내가 정감 가는 얼굴로 마이쮸를 내밀었다.

「마이쮸 먹을래요?」

「오!」

하시모토 켄타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럼 우리 친구인 건가요?」

「…….」

지호가 후회 가득한 얼굴로 마이쮸를 내밀었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동안 근처에 서 있던 우리 측 스탭이 시계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

내가 상대에게 말했다.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우리 리허설 스케줄이 있어서요. 다음에 기회 되면 보죠.」

「아, 네! 화이팅입니다! 온 아시아가 여러분의 음악을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주먹을 꼭 쥐고 해맑게 웃는 하시모토 켄타에게 목례를 하고는 다급하게 자리를 벗어났다.

“흐어.”

그제야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는 비주.

“너무 티 나게 그러면 민망해할 것 같아서 웃음 참았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아. 눈물 나.”

“저두여…….”

흐느끼듯이 웃는 졸개들.

듣는 귀가 많은 자리라서 뭐라고 말은 못 하지만 진짜 최근에 만난 인물 중에 가장 독특한 캐릭터였다.

뭐. 그래도…….

“독특하네.”

사람이 악의는 없는 것 같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악의를 굴릴 만한 머리가 안 되어 보인다고 해야 되나.

막말일 수도 있지만 적절한 표현이 안 떠오른다.

앞선 무대의 리허설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우주 씨!」

아련하게 들려오는 일본어에 황급히 못 들은 척을 하며 시선을 먼 곳으로 돌렸다.

하지만 누군가 내 근처까지 성큼성큼 다가왔다.

뭔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듯 잘생긴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우주 씨!」

「네……?」

「방금 전에 하신 말씀 말입니다. 꼭 라이벌의 아들끼리 경쟁을 해야 하느냐고 물으셨던 거 말이에요.」

「그…런데요?」

「우리가 적이 아니라면.」

하시모토 켄타가 손을 내밀었다.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거겠군요?」

「…….」

내가 웃으며 말했다.

「하시모토 씨.」

「네!」

「친구는 되자고 해서 되는 게 아니에요.」

「아……!」

깨달음을 얻었다는 표정.

「그럼 제가 앞으로 분발해야겠군요!」

「예?」

「알겠습니다. 하하하!」

하시모토 켄타가 말괄량이처럼 발랄하게 뛰어가는 뒷모습에 스타일리스트 중 하나가 마시던 물을 뱉었다.

그리고 다시 우리끼리 남은 순간.

“…….”

“…….”

뭔가 할 말이 가득하고, 웃음을 꾹 참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졸개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입이 근질거리는 막내에게 경고했다.

“하지 마.”

“이잉.”

“뭔 말하고 싶은지 알겠지만 하지 마. 진짜.”

“이이잉…….”

내가 관자놀이를 주무르는 모습에 졸개들이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   *   *

리허설을 한 다음 날.

우리는 KMA 어워즈가 열리는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 도착했다.

“헛! 하루다! 하루야!”

“히익! 안녕하세요. 왜, 왜 그러세요, 선배님?”

“그냥 인사한 건데….”

비주는 과거 댄스 경연에서 한 팀이었던 에이플비의 하루에게 달려가고.

중현이는 다른 그룹의 래퍼라인들과.

리혁이는 OST에서 듀엣을 불렀던 가수에게 다가가 인사를 하고, 지호는 드라마 등에서 만난 것으로 보이는 배우들과 반갑게 안부를 나눴다.

그리고 나는…….

“뱅~장님!”

“은성아아아! 하나도 안 보고 싶었다!”

“저도요!”

뜨거운 포옹.

그리고 질문.

“은성아!”

“넵!”

“망고에는 왜 안 왔니?”

“…….”

여우를 닮은 얼굴이 부들부들 떤다.

두루미가 먹으라고 건네준 길쭉한 병을 받아 든 여우처럼 은성이가 눈을 흘겼다.

“불러 줘야 간다고 제가 몇 번을 말해요. 병장님.”

“어어? 선배를 내려다보네? 그건 무슨 눈빛이죠?”

“어허! 내려다보기는요.”

은성이가 키를 낮춰서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래서 올려다보고 있습니다.”

“흐하하하!”

군대에서도 느낀 건데 은성이의 개그는 나한테 정말 취향저격이다.

사회생활 피곤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은성이가 말했다.

“근데 예전이랑 말이 너무 다른 거 아니에요? 군대 때는 사회 나가면 친구라면서요.”

“맞는 말이지.”

“그죠?”

“우리가 이런 사이로 만나지 않았더라면 말이야.”

“…….”

입을 삐죽대는 후임에게 잘 지냈냐고 따스하게 안부를 물었다.

요즘 들어서 예능 촬영이 더 많아져서 바빠졌다는 좋은 소식을 듣고는 손을 흔들어 주었다.

혼잡한 대기실 복도.

틴스피릿과 스트릿 보이즈, 세레니티 등등.

레드카펫 행사를 하기 위해 하나둘 떠나는 이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는 친구의 대기실을 찾았다.

“태현아. 나 왔다.”

“어어.”

마무리 메이크업을 받는 중인 태현이가 손만 들어 인사했다.

같은 소속사라 대기실에 인사를 와 있었던 것인지, 의자에 앉아 있던 7인조 아이돌 트릭스터가 벌떡 일어났다.

“선배님, 앉으십시오.”

“괜찮아요. 금방 갈 거라.”

웃으며 손사래를 치고는 태현이에게 다가갔다.

날렵한 느낌으로 메이크업을 한 솔로 가수가 양 뺨을 돌아가며 확인하고는 물었다.

“어때?”

“괜찮네.”

엄지를 들어 주자 태현이가 피식 웃어 보였다.

그러곤 하이파이브를 하기 위해 내게 손을 내밀었다.

“그래미 노미 축하해. 형. 전화 걸어서 축하해 주고 싶었는데, 시간이 안 맞을 거 같더라.”

“됐어, 됐어. 바쁜데 톡 보내 준 게 어디야.”

“내가 잘될 줄 알았어. 진짜.”

기분 좋게 손뼉을 마주치며 웃었다.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웃어넘겼을 텐데 태현이가 하는 말은 의미가 다르다.

얘는 진짜 연습생 때부터 나한테 잘될 거라고 말했으니까.

“그러니까 작곡가님, 서바이버 같은 곡 하나 있으면 더 주세요.”

“야, 좋은 게 나와야 주지.”

“나도 음원 대박 터져서 망고 가고 싶단 말이야.”

귀여운 척하며 어필하는 동생에게 냉정한 시선을 던져 주자 시무룩해한다.

트릭스터의 멤버들이 이상한 것을 목격한 것처럼 움찔하는데, 아마 평소에 무서운 선배인 모양이다.

“저번에 곡 좋더만.”

“곡이야 늘 좋지. 그런데 내 팬들만 좋대. 좀 더 대중친화적인 곡이 있으면 좋겠는데…….”

작년도에 성공적으로 솔로 데뷔를 한 태현이는 올해도 좋은 성적으로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솔로 앨범의 초동만 따져도 서바이벌로 데뷔한 인기 그룹 원더 차일드와 비등비등할 정도.

최근에는 홍보차 다양한 예능에도 출연하면서 TNT 멤버들 중에서 현재 가장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 나가고 있다.

“아.”

잘 큰 동생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던 중에 중요한 게 떠올랐다.

“고양이 사진 좀.”

“아. 우롱이?”

태현이가 행복한 얼굴로 핸드폰을 내밀었다.

우리 김덕순 여사와 함께 사는 나비와 비슷해 보이는 품종이었다. 색상은 우롱차 색깔.

귀가 쫑긋 솟은 아기 고양이었다.

팬들과 봉사활동을 하던 도중에 놀이터에서 만난 고양이라는데 엄청 귀엽게 생겼다.

“얘가 나를 쫄쫄 따라오는 거 있지. 진짜 운명이라는 게 있으면 이런 게 아닐까 싶더라.”

“귀엽다. 더더더.”

“왜 선배들이 독립하고 나면 고양이나 강아지랑 같이 사는지 이해가 되더라고.”

손가락이 빠르게 고양이 사진들을 넘긴다.

중간에 풍비박산이 난 집에서 아기 고양이가 의기양양하게 웃는 사진이 나와서 내가 멈칫했다.

“도둑 들었냐?”

“고양이 키우면 이렇게 돼.”

“…….”

“원래 귀여움에는 대가가 따르는 거야. 형.”

역시 고양이는 사진으로 볼 때가 제일 아름답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   *   *

태현이를 끝으로 KMA에 참석한 친구들과 친교를 다진 후.

다른 가수들이 하나둘 레드카펫으로 입장하는 동안 우리는 마지막 순서에 입장했다.

“국민 아이돌이자 세계적으로 떠오르는 팝 스타! 두 호칭을 함께 가지고 있는 가수가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뉴블랙! 환영합니다!”

예능인 유창현과 영어에 능통한 아나운서 등이 포진한 MC들과 일문일답을 나누며 입장했다.

카메라들을 흘깃 바라본 중현이가 입을 가리고 말했다.

“작년보다 카메라가 훨씬 더 많네요.”

“그러게. 작년 홍콩 때보다 서른 대는 더 많은 거 같아.”

추가된 매체들 대부분이 일본 연예 미디어들이었다.

-이번 KMA에 일본 미디어들의 주목이 높은 상황이야.

석환 형으로부터 프레젠테이션을 들었다.

-내년에 준비한다는 오디션 프로젝트와 일본 연예계 자본이 밀접하게 연결이 되어 있다고 하더라고.

그 때문인지 오늘 참석자 중에 일본 가수들도 꽤 보였다.

클래식 피아니스트 하시모토 켄타의 반주 아래 노래를 하게 될 유명 가수 노라(NORAH).

일본의 유명 락 밴드와 아이돌 그룹 등.

-쉽게 말해 돈이 엮인 거지.

최근 들어 K팝 가수들이 해외에서 크게 성공을 거둔 이후로 일본계 자본이 엄청나게 유입되었다는 모양이다.

-그것 때문에 일본에서도 대대적으로 홍보를 해서 주목도가 높아. 일본 지상파 방송국에서도 생중계한다더라.

뭐. 상황은 그리되긴 했지만.

“오늘 잘하고 가자.”

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에 한국 어워즈에 관심이 없었던 일본 시청자들까지 유입될 만큼 판이 커진 상황이다.

그럼 목표는 간단하다.

노름판에 차곡차곡 쌓이는 판돈을 마지막에 쓸어가는 것.

우리의 무대는 잘 모르고 있던 일본 사람들에게 영업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자리에 모여 있는 선후배 가수들, 동기들, 다른 나라의 가수들에게 인사를 하고는 자리에 앉을 때였다.

내 꽃반지를 탐내는 틴스피릿에게 자랑을 하고 있는데.

「안녕하세요. 모두들. 하시모토 켄타입니다.」

“……!”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친 하시모토 켄타가 다가오려다가 흠칫하더니 눈인사만 하고 물러났다.

뒷골목에서 무서운 사람을 보고 뒷걸음질 치는 소시민 같은 표정이었다.

왜 그러지, 하고 옆을 돌아보니.

“…….”

진짜 오늘따라 유독 더 험상궂어 보이는 스트릿 보이즈가 우리를 빙 둘러싸고 있었다.

그중에서 껌을 질겅질겅이는 LB에게 말했다.

“나무야.”

“네.”

“잘했다.”

“?”

영문을 모르면서도 칭찬을 받은 LB가 좋아하는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가수석이 꽉 채워졌을 때.

“크와아아아아아아아-!”

잠시 화면 조정을 위해 우리 얼굴이 전광판에 비치자 수만 명의 관객들이 함성을 지르며 달봉이를 흔들었다.

“뭐야. 콘서트야?”

스보의 한 멤버가 그런 감탄을 할 만큼 관중석에는 달봉이와 왕봉이가… 잠깐만, 왕봉이는 어떻게 가지고 들어온 거지?

시큐리티가 1미터나 되는 왕봉이들을 잠시 압수하는 한편.

달봉이가 쉴 새 없이 물결쳤다.

“와.”

틴스피릿이 입을 가리고 우리에게 속삭였다.

“이번에 어워즈 규모가 되게 커서 티켓 누가 다 사가나 했는데 행님네가 다 샀네요.”

“그러네.”

“하지만 저 나머지 중에선 저희 팬들이 제일 많습니다. 조온나게 많죠. 후후후후….”

귀에다 바람을 부는 이들에게 웃어 보이고는 다리를 꼬고 우아하게 관람했다.

오늘만큼은 여기저기 중계가 되는 만큼 고상한 자세로 감상을 하기로 했다.

“헤헷. 수플레…….”

“흐힛.”

근엄하게 웃으며 다리를 꼬고 앉을 때.

마침내 저녁 7시가 되면서 2017년의 마지막 음악 시상식이 시작됐다.

[ FUSION ]

웅장한 BGM이 깔리며 알렉산더 대왕이 전투에서 승리하는 영상이 나왔다.

영어로 깔리는 내레이션.

[동서 문화의 융합, 헬레니즘.]

[다양한 문화가 교차하는 문화의 용광로. 미국.]

[모든 문화는 서로 간의 충돌과 융합을 거쳐 더욱더 융성해 왔습니다.]

통섭. 융합.

듣기 좋은 키워드들과 함께 오늘은 아시아의 음악인이 하나 되어 보자! 하는 취지의 영상이 흘러나온 후.

“와아아아아아-!”

작년에 데뷔한 TJ 엔터의 7인조 보이그룹이자 올해 우리와 영어 곡을 두고 겨루었던 트릭스터가 오프닝을 맡았다.

그것을 시작으로 한류 배우의 오프닝 멘트, 일본 밴드의 무대, 한국 댄서들의 무대 등등.

외적인 논란과 별개로 무대는 잘 꾸렸다는 생각이 드는 퍼포먼스들이 하나둘 이어졌다.

그리고.

우리는 1부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할 멤버를 내보냈다.

최근에 믹스 테이프의 VIBE라는 타이틀곡으로 연일 일간 차트의 정상을 장식하는 우리 셋째.

“중현아.”

“네.”

“오늘 개인 무대 중에서 첫 순서가 너야.”

“알고 있어요. 잘하고 올게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인 중현이가 몸을 털고 일어섰다.

뒤를 돌아보며 엄지를 내미는 중현이에게 어어어! 하면서 손을 뻗었다.

중현이가 가려는 곳이 펜스로 막힌 곳이었다.

“중현아. 그쪽 방향 아니다.”

“오, 그러네요.”

“거기서 돌아ㄱ…….”

폴짝!

육상 경기의 허들을 넘듯이 가볍게 펜스를 넘은 우리 애가 원래의 경로로 돌아갔다.

대수롭지 않게 바라보는 한국 가수들과 달리….

「에?」

근처에 있던 일본 가수들과 스탭들이 성인 남성 키만한 펜스의 높이를 바라보고는 ‘?’ 하며 눈을 깜빡였다.

그러곤 단체로 눈을 비볐다.

“…….”

“…….”

입을 떡하니 벌린 일본 가수들.

문화충격을 느끼는 시선들에 우리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 보였다.

‘이것이 K팝.’

곧바로 주변의 K팝 가수들이 우리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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