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75)화 (775/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75화

일본 방송국의 중계화면이 조용해지면서 이번에는 대중들이 시끌시끌해지기 시작했다.

“에에?”

“저 사람 폴 로랑 아니야?”

그들이 익히 알고 있는 인물 때문이었다.

‘폴 로랑!’

2000년대 무렵 한창 일본에서 클래식 붐이 일었을 때, 가장 주목을 많이 받은 연주자 중 하나였다.

일본이 선망하는 프랑스의 최정상급 연주자.

금발에 귀족적인 외모를 지니고 있어 ‘왕자님’이라는 별명이 붙은 피아니스트였다. 지금도 그 인기는 여전해서 일본에 공연을 와 줬으면 하고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을 정도.

그런 연주자가 TV에 나오니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뉴블랙이 그 정도였나?’

일본 사람들이 생각하는 뉴블랙은 현재 세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K팝 그룹’ 같은 이미지였다.

클래식과 대중음악.

그들의 머릿속에서 급을 따졌을 때 뉴블랙보다는 폴 로랑이 좀 더 대단한 음악인이었다.

그런데 폴 로랑이 저기서 반주를 해 주고 있다니.

“…….”

인지부조화에 혼선이 온다.

뉴블랙이 폴 로랑을 상대할 정도로 대단한 음악인이었나?

소속사에서 돈을 어마어마하게 준 건가?

그런데 폴 로랑이라는 예술가가 단순히 돈에 움직이던가? 돈에 움직였더라면 당장 투어를 오지 않았을까?

‘그러면…….’

결론은 단 하나.

뉴블랙이라는 아이돌이 저 피아니스트에게 어울릴 만한 격을 갖추고 있다는 이야기 아니겠는가.

하지만 머릿속으로 빠르게 납득이 안 갔다.

‘그래 봐야 K팝 아이돌인데…….’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어도 K팝 그룹은 K팝이라며 머릿속의 틀 안에 가두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아무리 성공한다고 해도 마음이 편한 느낌?

어차피 미국이나 세계에 나가도 아시아나 대중음악이라는 한계를 벗어던지지 못할 거니까.

진골 귀족이 당나라에서 이름을 날린 6두품을 바라보듯 뉴블랙을 지켜보던 일본인들이었다.

TV에서도 그런 식으로 떠들곤 했는데.

“……?”

뭔가 그들이 상상한 것과는 이야기가 좀 다른 느낌이었다.

지금까지 미디어에서 입맛대로 가공한 뉴블랙과 무대 위의 뉴블랙은 아예 다른 존재 같았다.

그런 틀을 깨고 나서야 뉴블랙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OK.]

TV 속에서 재즈 밴드의 보컬리스트처럼 단정한 정장을 입은 우주가 미끄러지듯 걸어왔다.

자신과 같은 복장을 입은 폴 로랑의 곁으로 다가가며.

[That’s Not Me.]

상쾌한 곡조로 시작하는 곡이었다.

발랄한 리듬.

경쾌한 발걸음으로 구둣소리가 울리는 동안 TV를 보던 일본의 선명주 팬들이 환호했다.

‘그 곡이다!’

선명주가 장난기를 담아 쓴 곡이었다.

평론가들이 자신의 피아노 실력에 대해 혹평할 때 그들을 초청해서 보여 주었다는 공연.

일부러 자신과 비슷한 복장을 입힌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를 앉혀 두고 자신은 나중에 깜짝 등장한 곡이었다.

[와아아아아아아-!]

현장에서 함성이 쏟아지는 가운데 미끄러지듯 뒤로 걸어온 우주가 능글맞게 노래를 불렀다.

그 모습은 재즈라는 장르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 같았다.

콘트라베이스가 둔둔둔 소리를 내고, 현악기와 클라리넷이 얽힌 사운드 속에서 우주가 마이크를 들었다.

[If you think it’s over]

[That’s not true at all]

귓가를 두드리는 악기 연주와 한밤의 음악회를 떠올리게 만드는 목소리.

무대에 올라와 있는 그 사실 자체가 너무 행복한 사람처럼 보였다.

그 눈동자 너머로 보이는 알 수 없는 열정이 일본의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고 있었다.

“세계로 간 이유가 있네.”

“와아.”

“뭐라고 할까. 요즘 가수 치고는 뭔가 보기 드문 게 있어. 내 기분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백문이 불여일견이었다.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K팝과 나란히 선 J팝!’ 을 의도했던 일본 방송국이 바란 결과와는 정반대의 효과였다.

‘진짜 멋지다.’

화려한 댄스곡이나 발라드 곡도 아닌 재즈 곡을 자유자재로 소화하는 모습이 정말이지 끝내줬다.

그만큼 보컬의 밑천이 털리기 쉬운 장르였기 때문이었다.

기본기는 물론이고 음악적인 이해가 동반되어야 나오는 특유의 분위기에 사람들이 매료될 때.

“아아. 벌써 끝났네.”

마지막 가사를 부른 우주가 줄이 긴 마이크를 내려뜨리고는 그랜드 피아노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러곤 자리에서 일어나는 피아니스트와 손을 잡고 인사했다.

[Paul Laurent, Ladies and Gentlemen!]

허리를 굽혀 인사한 두 남자가 가볍게 포옹하는 장면을 끝으로 무대가 암전이 됐다.

거기에서 곧바로 이어지는 무대.

브로드웨이 뮤지컬 배우들이 앉을 법한 전구가 달린 화장대가 나오면서 카메라가 전환됐다.

[크아아아아아아아-!]

뉴블랙의 비주얼 막내.

턱 끝을 살짝 들은 지호가 거울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얼굴을 점검하고 있었다.

주변을 돌아다니는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은 채, 거울을 바라보며 헤드 마이크의 위치를 조정하고.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일본의 시청자들, 특히 여성들이 감탄사를 터뜨렸다.

‘세상에.’

자료화면으로 깔깔깔 하는 모습만 나오던 지호의 실제 모습이 공개되고 있었다.

어깨 근육부터 쇄골까지 매끈한 라인.

수트를 입은 등판이 생각보다 넓어서 막내라고 부르기 민망한 느낌의 체격이었다.

현장에서 팬들이 지르는 비명이 괴성으로 변해갈 때.

스윽.

[…….]

카메라를 한 차례 둘러본 지호가 여유로운 걸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백스테이지에서 나가는 통로로 걸어 나가자 어두운 공연장의 모습이 가수의 시점으로 드러난다.

환상적으로 빛나는 달봉이의 물결.

그 속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멤버들과 합류한 지호의 모습이 전체 카메라로 전환되면서 곡이 시작됐다.

‘메트로인가!’

수플레들이 그런 생각을 할 때.

그들의 생각과 전혀 다른 전주가 나왔다.

‘어?’

TV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바로 코인이었다.

발랄한 코인을 조금 차분하면서도 뇌쇄적인 버전으로 바꿔 버린 편곡.

악독한 작곡 요괴가 편곡 담당 친구를 닦달하다시피 만든 곡이 나오면서 현장의 비명이 거세졌다.

“와아아…….”

코인의 무대가 이어지면서 일본의 시청자들이 혀를 내둘렀다.

‘뭐가 이렇게 빨라?’

단순한 안무처럼 보이는데도 속도감이 장난 아니었다.

돌출 무대로 이동을 했다가 본무대로 돌아왔다가 동선이 수시로 바뀌는데도 그 호흡이 척척 맞는다.

카메라가 따라가는 것을 버거워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장난 아니네.”

오늘 어워즈를 보면서 다른 K팝 그룹들이 잘한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같은 일본 가수여도 K팝 그룹에 속한 일본인 멤버들이 유독 J팝 아이돌보다 더 빼어난 느낌.

그런데 뉴블랙은 그중에서도 군계일학인 느낌이었다.

‘운이 좋아서 미국에 간 게 아니었구나.’

저 얼굴에 저 실력이면 화성에 있는 외계인들도 삥삥뽕뽕 하면서 와 달라고 할 것 같았다.

이윽고 메트로까지 나오면서 일본의 시청자들은 입을 멍하니 벌렸다.

“뭐야?”

“빠르다, 진짜 빨라…….”

카메라 상에 허공으로 흩날리는 땀방울들이 비처럼 보일 만큼 격하게 발을 구르는 5인조.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넘길 틈도 없이 안무를 하는 모습.

독기, 열정, 혹은 그 무언가로 가득 찬 눈동자들이 클로즈업 되면서 눈에 확 들어오는 느낌이다.

다 젖은 와이셔츠 차림으로 변한 이들이 겉옷을 집어던지면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더더더.’

뭔가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화면이 VCR로 넘어갔다.

[치르르- 치르르-]

어둠 속에 들리는 풀벌레 소리.

휘황찬란한 달밤에 경복궁을 비롯한 한국의 궁궐들이 멋스럽게 등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버려진 궁궐들.

그런 어두운 궁궐의 실내가 흘러나왔다.

낡은 옥좌의 그림자가 늘어지고, 기둥에 쳐진 거미줄이 바람에 스산히 흔들릴 때.

‘오?’

영롱한 기운이 몰려들면서 옥좌 위에 비스듬히 누워 있는 존재로 변했다.

애쉬그레이 톤으로 머리를 물들인 미소년이 한복 고름을 느슨히 한 채 사과를 들고 있었다.

검은색 두루마리에 자개 무늬 같은 것이 멋스럽다.

‘비주인가.’

비주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면서 황금빛으로 물들인 컬러 렌즈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동자를 클로즈업한 카메라가 다시 멀어지면서.

[와아아아아아아-!]

현장의 환호성이 터졌다.

어느새 무대 위에 올라와 있는 비주.

“뭔가 분위기 있네.”

“안 웃으니까 무서워 보여.”

망고 때와 다르게 웃음기 없는 진지한 무대를 보여 주겠다고 각을 잡고 나온 뉴블랙이었다.

곧바로.

스르르륵-

널찍한 두루마기를 입은 손을 들어 올리자 옷이 스르륵 내려오면서 새하얀 팔이 드러났다.

한 손을 올린 채 독무를 추기 시작하는 비주.

느렸다가, 빨랐다가, 혹은 그 무엇도 아닌 기묘한 엇박자.

어찌나 춤이 요사스럽게 사람을 홀리는지 SNS와 일본의 포털 사이트에 ‘지금 무대 위 누구’하는 글이 올라올 때.

“우와.”

실에 매달린 전통 등불들이 허공으로 날아 도깨비불처럼 빙글빙글 메인 댄서의 곁을 맴돌기 시작했다.

붉은 한지 너머로 은은하게 빛나는 조명이 정말 궁궐에서 가지고 온 것 같다.

동시에 서서히 깔리는 음악.

한이 서린 듯하면서도 유쾌한 음악에 비주와 호롱불의 군무가 더더더 격화될 때쯤.

요란한 춤사위를 끝내며 비주가 양손을 펼쳤다.

펄럭-

도포가 공기 중에 진동을 일으키면서 스르륵 내려오고, 팔을 거둔 비주가 무언가를 소개하듯이 손을 내밀었다.

‘오오오.’

무대 뒤편으로 설치된 문들이었다.

그가 손짓한 순간 문이 순차적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성벽의 문.

궁궐의 정문.

쪽문.

다다미 문처럼 연속해서 탁- 탁- 열리는 문들을 보며 일본인들이 오오오 하고 있을 때였다.

마지막으로 왕이 정사를 돌보는 대전(大殿)의 문이 열렸을 때.

[와아아아아아아아-!]

음산한 스모그가 깔리는 문 너머로 5인조가 서 있었다.

오만한 표정으로 중앙에 선 미남에게서 보랏빛 눈동자가 보인다.

“뭔가 만화의 최종보스 등장씬 같은걸.”

“마왕과 사천왕인가.”

“우주사마라고 불러야 할 거 같아.”

곧이어 무대가 시작되면서 멋스럽게 개량된 전통신이 문턱을 하나씩 넘기 시작했다.

파란 눈동자를 한 서늘한 인상의 미남이 검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주변을 살핀다.

[길을 잘못 들었나]

[그랬군]

문을 통과하는 도깨비들의 옆에 댄서들이 따라붙었다.

[잘못된 시간에 깨어났나]

[그랬군]

문턱을 하나씩 넘을 때마다 그들을 뒤따르는 댄서들의 수가 불어났다.

“역시 마왕성 휘하에는 졸개들이 있어야지.”

“근데 진짜 무섭다…. 텐구 가면 같아.”

후드티처럼 두건을 푹 눌러쓴 댄서들이 하회탈을 쓰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수의 댄서들과 궁궐을 통째로 옮긴 듯한 세트.

잠시 리액션 컷으로 입을 떡하니 벌리는 스트릿 보이즈와 틴스피릿이 화면에 잡힌 후.

[가비 가비 돗가비]

[오도까비]

그야말로 원탑 아이돌의 품격이 무엇인지를 보여 주는 무대가 이어졌다.

보컬.

댄스.

연기.

모든 요소가 삼위일체처럼 어우러져서 보는 사람들에게 멋을 느끼게 하는 무대였다.

기존의 도깨비보다 안무가 더 격해지면서 점점 속도가 붙기 시작하는데, TV 속에 잔상이 흐릿하게 남을 정도였다.

한국어가 낯선 일본인들도 ‘가비가비’ 하는 노래를 흥얼거리는 한편.

[이 밤이 다 지나가도록]

[우린 노래해]

메인 보컬이 턱 끝을 높여 고음을 높이 올리고, 리드 보컬이 그것을 이어받아 마저 부르면서 몸을 움직였다.

서서히 고조되는 열기.

무대에 뜨거운 불길이 일렁이는 듯한 착시현상을 느낄 때.

3절 후렴이 나오면서 이번에는 리드 보컬이 자신의 리드 댄서로서의 역할도 더해 주기 시작했다.

‘뭐지?’

일본의 시청자들이 우주를 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노래만 하는 게 아니고 춤도 추네?’

‘TV에서 분명히 노래만 만드는 애라고 했는데… 뭐지?’

생산라인이 철저하게 분업화된 곳에서 혼자서 다 생산하는 장인을 보는 느낌이다.

하지만 생각도 잠시.

메인 댄서와 리드 댄서가 3절의 군무를 이끌면서 생각이 멈췄다.

“와아.”

파앙!

폭죽이 터지는 무대에서 수십 명의 하회탈과 얽힌 뉴블랙이 파워풀한 군무를 펼쳤다.

보던 사람도 숨을 같이 참을 만큼 긴 군무가 끝난 후.

카메라가 전환되면서 지금까지 열려 있던 문들이 하나씩 닫히기 시작했다.

[탁.]

[탁.]

문이 빠른 속도로 순차적으로 닫힌 후.

엔딩 장면을 장식한 뉴블랙의 래퍼가 씩 웃으며 도깨비 탈을 자신의 얼굴에 얹으며 무대가 암전됐다.

[캬아아아아아아아아-!]

TV 화면으로 현장에서 고블린의 함성이 울려 퍼지는 한편.

그제야 호흡을 되찾은 중계진의 목소리가 돌아왔다.

[네. 뉴블랙의 무대였네요. 길면서도 짧았네요.]

[임팩트가 강하네요.]

그럭저럭 했다는 칭찬으로 애써 누르고 있지만 누가 봐도 잘한 무대라는 것은 분명했다.

일단 시청자들이 그리 느꼈으니까.

뉴블랙의 무대가 끝나고 KMA의 VCR이 나오는 동안 일본의 시청자들은 마법에서 깨어난 것처럼 정신을 차렸다.

‘지금 내가 뭘 본 거지?’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얼굴들이 엄숙했다가 활짝 웃었다가, 혹은 매혹적으로 쳐다보는 장면.

화려한 눈매와 그 안에 담긴 색색의 눈동자.

압도적인 단체 군무.

그런 것들이 잔상처럼 지나가는 가운데 일본의 시청자들은 그제야 자신의 손에 들린 찻잔이나 앞에 놓인 음식의 존재를 깨달았다.

이미 차갑게 식은 차와 음식.

“…….”

시청자들이 저마다 핸드폰을 들어 인터넷에 ‘뉴블랙’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   *   *

“고생하셨습니다!”

“고생했어요!”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댄서들과 하이파이브를 주고받은 후.

곧바로 의상을 갈아입고는 가수석으로 돌아왔다.

“Yo.”

주먹을 내미는 스트릿 보이즈와 주먹을 맞대고, 뒤에서 존나 대박을 속삭이는 이들에게 웃어 보였다.

정장 매무새를 다지고는 동생들을 살폈다.

뽀얀 얼굴에 홍조가 떠오른 것이 아직 무대의 열기가 식지 않은 모양이다.

“다들 괜찮아?”

“예…….”

비주가 숨소리를 새액-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막내는 중현이한테 살짝 머리를 기대고 있고, 가장 체력이 부실한 우리 메인 보컬은…….

눈을 감고 있네.

“살아 있니?”

코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 보자 숨이 새어 나온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들어 올려 코를 막자 찰싹- 하며 팔에 따끔한 감촉이 감돌았다.

“뭐 하는 거예요?”

“그냥.”

실없이 히죽 웃자 리혁이도 혀를 차려다가 말고 웃었다.

“나 좋아서 웃는 거 아니에요. 기가 차서 웃는 거야.”

“알아.”

말은 그리했지만 리혁이의 기분은 정말 좋아 보였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고생했다. 정말.”

“형이 진짜 고생했죠.”

서로의 어깨를 주물주물하며 사이좋게 웃었다.

KMA 무대.

아직 연말 방송 3사 무대가 남아 있긴 하지만, 적어도 몇만 명 앞에서 하는 무대는 올해 이걸로 끝이었다.

어깨에 가득 쌓여 있던 부담감이 훨훨 떨어져 나가는 느낌.

“잘…했겠지? 잘한 것 같은데.”

“잘한 거 같아요.”

현장 반응이나 주변 가수들 반응을 보니, 무대는 제법 괜찮았던 것 같다.

이제 남은 것은 시상뿐.

광고 타임이 끝나고 다시 대상 시상 타임이 되면서 웅장한 BGM이 흘러나온다.

화려한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은 시상자들이 팔짱을 끼고 걸어 나왔다.

[안녕하세요. 배우 선우명훈입니다.]

[혼다 마유미입니다.]

최근에 시어머니가 사돈댁 살이를 하는 예능에서 달콤 케미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한일 부부였다.

K팝 칭찬을 하던 혼다 마유미 씨가 ‘그럼 후보 만나 보시겠습니다!’ 하면서 VCR이 나왔다.

[2017 K-net Music Awards]

[SONG of the YEAR]

곧바로 뮤직비디오들이 하나씩 나왔다.

[틴스피릿, 고독(Forgotten.)]

뮤직비디오와 함께 나오는 영어 내레이션.

[홍샛별, 커피 한 잔 (feat. 유재찬)]

[세레니티, Candy Love]

[원더 차일드, SOSO]

뮤직비디오가 끝날 때마다 환호성이 높아졌다가 잦아든다.

[뉴블랙, Coin]

갑자기 어마어마해지는 환호성.

그것을 끝으로 후보 호명이 끝났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와아. 함성이 어마어마하하네요.

동생들과 우린 차분하게 앉아 있었다.

솔직히 이번 어워즈 자체가 변수가 너무 많아서 이건 수상할지 모르겠다.

망고 차트 어워즈와 달리 여기는 심사위원 점수 비중이 높아서 그냥 마음대로 주는 편이라.

석환 형과 미리 추측을 하긴 했다.

-아무래도 노래상은 세레니티가 타지 않을까 싶은데.

-아마 그렇겠지.

솔직히 노래상도 탈 만하긴 하다.

다만 대상 나눠 먹기가 기본인 시상식에서 3관왕을 하는 건 힘들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었다.

앨범상과 가수상에 우리가 유력 후보라서 나눠 먹을 만한 분야가 노래상뿐이었다.

게다가 세레니티 정도면 유력 후보다.

[Party Girl.]

상반기에 우리의 Coin과 함께 차트 정상을 차지했던 노래도 있고.

지금 후보에 오른 Candy Love도 차트 최상위권에 있는 곡이었다. 왜 K넷이 하반기에 나온 곡을 대상에 올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물론 다른 후보들도 수상 가능성이 있다.

틴스피릿의 곡도 올해 대중적으로 꽤 성공을 거두었고, 홍샛별 씨야 소문난 음원 강자다.

아무튼 가장 유력한 후보는 세레니티이긴 한데…….

[네! 올해의 노래상.]

시상자 부부가 봉투를 열고 외쳤다.

[축하드립니다! 원더 차일드의 SOSO!]

작년도에 오디션으로 데뷔해 인기 그룹으로 활동 중인 원더 차일드의 타이틀곡이 흘러나왔다.

얼레?

일단 본능적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웃으며 박수를 쳤다.

“축하합니다!”

“축하해요.”

원더 차일드가 ‘우리? 우리라고?’ 하며 일어나는 동안 선배 가수들이 박수를 치며 축하해 주었다.

무대로 나간 원더 차일드가 꽃다발과 트로피를 받아드는 동안 동생들과 나의 눈빛이 짧게 마주쳤다.

‘뭐지?’

후보군 중에서 가장 경쟁력이 약한 곡이 노래상을 거둔 상황.

가까운 스탠딩 석에서도 팬들끼리 웅성웅성하는 모습이 보인다.

나도 혼란스러운 건 마찬가지였다.

보통 상을 예측하면 나름대로 잘 들어맞는 편인데 이번에는 진짜 모르겠다.

대상 후보에 오를 만하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오를 만하긴 하다. 대중적으로 꽤 인기를 끌었던 곡이니까.

다만 저 라인업 속에서는 정말 예상치 못한 수상이긴 했다.

“…….”

문득 한 가지 떠오르는 거라면 내년 K넷 오디션 프로젝트에 KM 엔터도 한 발 걸친다는 건데…….

어쨌거나.

대상 첫 시상부터 현장에서 불확실성과 혼란스러움이 감도는 가운데.

[다음은 올해의 앨범상 시상이 있겠습니다.]

남은 두 부문 중 하나의 시상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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