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83화
<여보, 낚시 좀 다녀올게>
최근 들어 중장년층 사이에서 핫하게 떠오르고 있는 예능이다.
우리가 이 프로그램을 고른 이유는 간단했다.
낚시.
중장년층 남성이 가장 즐겨보는 것들이 바로 이런 채널들 아니던가.
군산에서 할머니 백반집 아르바이트할 때도 그런 단골손님들을 많이 봤다.
-우주야! 낚시 채널 좀 틀어 봐라!
-골프 채널이 몇 번이지? 오늘 LPGA 봐야 되는데…….
-아이고. 바둑 저리 두는 거 아닌데.
골프. 낚시. 바둑.
이 취미들이 중년 남성에게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좋아한다는 건 알고 있다.
중요한 순간이 나올 때마다 아저씨들이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멍하니 입을 벌리곤 했으니까.
그러니 중장년 남성을 타깃으로 했을 때 이런 낚시 예능만한 좋은 프로그램이 없었다.
“좋은 프로그램 골랐네.”
민기 형이 말했다.
“너희 말대로 중장년층한테 뜨는 예능이라더라. 우리 아버지도 요즘에 보신다더라고.”
“진짜 재미있더라고요.”
“너희도 봤어?”
“네, 전체적으로 쭉 훑어봤는데… 일단 확실히 재미있는 것 같아요.”
낚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볼 만했다.
지금까지 낚시 예능이 꽤 나왔지만 흥하지 못한 이유가 바로 문외한들에겐 낯설다는 것 때문인데.
낚시에 관해서 ‘저거 감성돔인가? 강섬돔인가?’ 하는 수준의 내게도 재미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출연진 분들 케미도 좋고요.”
까칠한 중년 남녀 셋이 투닥대며 낚시를 하고, 젊은 멤버가 수발을 들며 재미를 뽑는 방식이다.
여기에 게스트까지 추가되어서 투닥투닥하는 방송.
그리고 이런 케미와 더불어 그날 잡은 횟감으로 매운탕 같은 것을 해 먹는 등, 먹방 짤로도 인기가 높다.
뭐.
여기까지만 들으면 즐겁고 좋은 방송 같지만…….
“근데 괜찮겠어?”
“네?”
“바다에서 촬영할 거 아니야. 그거 엄청 힘들 텐데.”
“그게 좀 걱정이긴 해요.”
문제점은 바로 흔들리는 배에서 촬영을 한다는 것.
뱃멀미.
갑작스러운 파도.
촬영 환경을 보면 왜 옛날부터 영국에서 죄수들을 해군으로 보내고 그랬는지 알 것 같다.
“하지만 저는 포기 못해요. 국민 아이돌.”
“…….”
“뱃멀미를 해도! 파도가 몰아쳐도! 저는 국민들의 사랑을 받을 거예요.”
“이미 받고 있다니까….”
양손을 들어 눈을 덮는 민기 형의 모습에 내가 옆에 있는 중현이를 쏙 끌어당겼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서 중현이랑 저랑 같이 가는 거잖아요.”
“두둥. 김중현 등장.”
“중현이랑 함께라면 모든 역경을 헤쳐 나갈 수 있어요.”
“저도 우주 형과 함께 한다면 망한 농사도 풍년으로 만들 자신 있어요.”
사이좋게 허공 하이파이브를 한 우리가 짜잔~ 하고 웃었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 근심 어린 표정으로 바라보던 민기 형이 나와 중현이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오…….”
우리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상대가 말했다.
“확실히 하나하나 따로 보면 불안한데, 너희 둘이 붙여 놓으니까… 정말 걱정이 안 된다.”
우리가 즐겁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동안 오늘 사전미팅을 하게 될 종편채널 IBC의 사옥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 * *
IBC.
최근 들어 다양한 예능과 드라마를 편성하면서 종편채널 중 으뜸으로 떠오르고 있는 방송국이다.
아이돌들이 자주 출연하는 음악 예능도 있어서 다른 아이돌들은 몇 번이고 방문한 곳들일 텐데.
“여기는 처음이네.”
“되게 사옥이 깔끔하네요. 리혁이가 보면 좋아했을 거 같아요.”
깔끔한 유리로 햇볕이 들어오는 널찍한 로비.
<귀곡 산장> 같은 간판 예능이나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포스터가 걸린 IBC 방송국의 로비를 둘러보았다.
“어? 뉴블랙!”
“뉴블랙…….”
“우주선이 왜 여기에…?”
로비에서 돌아다니던 방송국 직원들이 우리를 바라보고 멈춰 서더니 구경을 하기 시작했다.
중현이에게 속삭였다.
“이건 또 새롭네.”
“그러게요.”
지상파 방송국에서는 이제 우리가 지나가도 ‘또 예능국 놀러가나 보네’ 하며 공기처럼 취급하곤 했는데.
간만에 방송국에서 연예인 취급을 받은 기분이라 좋다.
“안녕하세요!”
활짝 웃는 우리에게 모여 있는 사람들이 손을 작게 흔들었다.
사원증을 건 직원이 물었다.
“뉴블랙 TV 촬영 중이신가요! IBC 사옥 방문기?”
“아니요.”
내가 대답했다.
“하지만 좋은 아이디어네요. 지금부터 찍기 시작해야겠어요.”
“와아아아.”
“자, 이제 환호해 주세요!”
셀프캠을 꺼내서 찍는 우리에게 IBC 직원들이 ‘와아아! 뉴블랙 TV에 나온다!’ 하며 손을 반짝반짝 흔들었다.
“그런데 왜 오신 거예요? 우리 회사 프로그램에 뭐 출연하시는 거 있어요?”
“그건 비밀이에요.”
IBC의 간판 예능 등을 언급하며 다들 물어보는데, 낚시 예능에 대해서는 언급이 안 되고 있었다.
설마 거기에 나오겠어? 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런 반응을 보니 대중들에게 우리의 출연 소식이 들리면 꽤 반응이 올 것 같다.
그렇게 직원들과 미니 팬 미팅을 하고 있을 때였다.
“어?”
방송국으로 출근하던 어느 연예인과 우리의 시선이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어, 안녕.”
처음에는 너무 홀쭉해져서 못 알아볼 뻔했는데, 분명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PBS의 인기 예능 <미스터 프로듀서>에서 작년에 우리가 ‘에이텐’으로 데뷔시켜 준 멤버 중 하나였다.
남도훈.
매서운 눈초리에 스포츠 선수 같은 외모를 지닌 배우였다.
드라마에서는 형사나 건달 같은 역할을 자주 맡고, 예능에서는 강력한 근육몬 캐릭터를 밀고 있는 분.
“어으…….”
하지만 희한하게 중현이 앞에서는 작아지시는 분이었다.
예전에 방송에서 힘 대결로 크게 지셔서 그런가.
“자, 잘 지내고 있구나.”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 가려고 하는 연예인의 모습에 뒤에 선 매니저가 그의 등짝을 힘껏 밀었다.
입모양으로 ‘뉴블랙 TV라고요! 형!’ 하는 모습.
남도훈 씨가 자연스럽게 우리 둘 사이로 인터뷰 대상처럼 쏘옥 들어왔다.
“진짜 오랜만에 봬요! 잘 지내셨어요?”
“으응.”
“결혼식 이후로 거의 처음 뵙는 것 같아요. 그때 저희가 축가도 불러드렸는데.”
“예,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인터뷰 톤으로 변한 남도훈 씨가 뉴블랙 TV의 시청자에게 말하듯 대답했다.
“얼마 전에 새 생명들도 태어났고요.”
“허어어! 축하드려요!”
그런데 잠깐만.
중현이가 물었다.
“선배님, 생명들이라고 하셨나요?”
“쌍둥이에요.”
“아. 쌍둥이…….”
우리가 쌍둥이구나 하면서 두 배로 축하드려요! 하며 즐겁게 노래를 불러 줄 때였다.
“네 쌍둥이에요.”
“…….”
“…….”
자리에 있는 유부남, 유부녀들이 ‘허이고…’ 하면서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탄식을 터뜨렸다.
어느 IBC 직원이 ‘학비가 네 배네’ 하는 말에 남도훈 씨가 촉촉한 눈으로 웃었다.
우리가 어색하게 ‘축하드립니다’ 하고 있을 때.
“예전에 결혼하기 전에 중현 씨가 봐준 점괘가 떠오르더라고요. 그 감자 판타스틱 북인가 그거요.”
“아. JH의 Magic Book이요.”
“네.”
기억이 난다.
에이텐 쇼케이스에서 결혼을 앞둔 남도훈 씨에게 책을 보여 드렸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는 말이었던가.
“그건 과연 미래를 예지한 거였을까요…….”
“선배님?”
“하하하. 저는 행복합니다.”
네 쌍둥이의 분유값을 벌어야 한다며 터덜터덜 걸어가는 남도훈 씨를 위해 모두가 홍해처럼 갈라져 주었다.
어딘가 숭고한 침묵이 감도는 가운데.
과거 남도훈 씨와 마법책에 대한 영상을 미튜브로 검색해서 보던 이들과 우리의 시선이 마주쳤다.
“혹시 책 보실 분? 추첨으로 진행할게요.”
모두가 손을 들었다.
* * *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어느 예비 신부에게 마법의 젤리책을 보여 준 후.
우리는 IBC 사옥 3층에 있는 예능국 사무실을 방문했다.
[여보, 낚시 좀 다녀올게]
허름한 창고 같은 문을 두드리자 들어오라는 말이 들렸다.
중현이와 내가 딱 들어선 순간.
“와아아아아아아-!”
“방문을 축하합니다!”
작가진이 어설픈 소품 꽃가루를 날리고, 조연출들이 대롱으로 뿌우우우 하면서 반겨 주었다.
“자자.”
MLB 야구모자에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
프로그램의 연출을 맡은 이준희 피디가 다가와 꽃목걸이를 걸어 주었다.
“저희 프로그램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
내가 뒤통수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런데 어쩌죠. 저희는 커피 정도만 가져 왔는데…….”
“커피!”
“커피라고 했어요?”
“허어어어!”
평소에 출연하는 예능과는 좀 다른 반응이다.
“저희 커피 처음 받아 봐요.”
“와아. 이게 인기 예능이 대접받는 방식이구나…….”
처음부터 자기 음료인 것처럼 익숙하게 받아 들던 다른 프로그램과 다르게 굉장히 기뻐하는 분위기였다.
뭔가 날것의 반응에 우리와 매니저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래서 아직 뜨지 않은 신인들만 덕질한다는 분들이 있는 건가 싶다.
불꽃놀이 때 얼굴을 비추고 마스커레이드 때부터 사라진 분들이 아마 그런 취향이었을까.
“이리 오시죠.”
회의실도 따로 없어서 사무실 한편에 있는 테이블이 전부였다.
저마다 앉아서 음료를 홀짝이는 가운데.
“우주 씨와 중현 씨가 우리 프로에 출연한다고 해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평소에 재미있게 보고 있어서요. 꼭 출연하고 싶더라고요.”
“허어어어.”
감격하는 표정의 제작진.
“감동입니다. 저희가 뉴블랙 TV 애청자거든요.”
“우주 씨, 어떤 에피소드가 가장 재미있었어요?”
에피소드 중에서 가장 재미있던 회차를 말하니 박수를 치면서 엄청 좋아하는 분위기였다.
피디님이 의자에서 자세를 고치는 우리에게 물었다.
“의자가 좀 불편하시죠? 이게 저희가 경영지원팀한테 맨날 말하는데 통 들어 주질 않네요.”
“괜찮아요.”
“영찬아! 방석 좀 가져와라.”
막내 피디가 도넛 방석을 들고 와서 우리에게 내밀었다.
“도넛 방석입니다. 이거 깔고 계시면 엉덩이가 덜 아파요.”
“감사합니다.”
방석 위에서 몸을 꿈틀꿈틀하며 자세를 고정시킨 후에 본격적으로 회의에 들어갔다.
밤새 작업하셨는지 눈이 충혈된 작가진이 기획안을 내밀었다.
“이번에 두 분이 출연할 특집 회차의 기획안이에요.”
“오.”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대어(大魚)를 낚아라! - 태국편]
뒷장을 뒤적거리고는 물었다.
“해외 로케이션이네요?”
“네. 저희가 항상 꿈만 꾸고 있던 낚시 관광 특집이죠. 이번에 두 분 덕분에 드디어 예산이 편성됐습니다!”
“잘됐네요.”
내가 수긍하는 동안 우리 매니저가 물었다.
“현지 환경은 어떤가요?”
“확실히 동남아 쪽이라서 겨울인데도 날씨가 좋은 편입니다. 1월인데도 30도를 넘는다더라고요. 하하. 낚시하는 환경도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
“안전에 대해 우려할 부분은 없나요?”
“예,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가 철저히 준비를…….”
매니저는 실무적인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우리는 예능적인 부분에 대해 제작진과 인터뷰를 했다.
“낚시해 보신 적은 있나요?”
“아직 없지만 배워 보고 가려고 해요. 혹시 저희 같은 초보자가 끼는 건 좀…….”
“아뇨! 아뇨!”
마감 임박 물건을 잡은 사람처럼 작가분이 다급하게 손사래를 쳤다.
“그 부분은 전혀 상관없어요. 낚시를 하나도 모르는 분들은 또 그런 분들만의 재미가 있거든요.”
하긴 가장 재미있던 회차가 바로 낚시 쌩초보 배우가 출연한 회차였으니까.
완전 초보인 낚시꾼이 운 좋게 월척을 낚을 때마다 환장하는 베테랑들의 표정으로 인기가 높았던 회차다.
“그리고 멀미는 혹시 어느 정도로 하시는지.”
“아. 멀미요.”
낚시에 대한 이해도, 경험 유무, 멀미 정도 등을 세심하게 조사하는 제작진이었다.
대화를 나눌 때마다 이분들이 정말 낚시를 좋아한다는 게 느껴졌다.
“태국이 어종이 굉장히 다양하더라고요. 이거 새로운 어종 소개하는 재미도 쏠쏠할 거 같아요.”
“물고기도 엄청 크더라.”
“저번에 거제도 갔을 때처럼 그런 에피소드 나오는 거 아니에요?”
중간에 낚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삼천포로 빠지는데.
작가진부터 피디까지 전부 다 낚시 홀릭인 느낌이다.
오기 전에 프로그램 제목이 <여보, 낚시 좀 다녀올게>로 정해진 이유를 찾아보고 납득했다.
-배우자가 가장 싫어하는 취미 1위 낚시!
-하지만 낚시를 하러 가서 돈을 벌어 온다면?
낚시가 취미인 기혼자들이 자기들 재미있으려고 만든 예능.
그 때문에 결과적으로 보는 사람도 재미있는 방송이 나왔다.
역시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해야 결과물이 가장 잘 나온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뉴블랙 분들이 오신 덕분에 예산도 여러모로 늘어났습니다. 태국 관광청에서도 지원 의사를 밝혀 왔고요. 특집 회차가 편성될 때쯤에 아마 광고도 많이 들어올 거 같네요.”
민기 형이 말했다.
“그럼에도 조금 빠듯해 보이긴 하네요.”
“아무래도 저희가 인기 예능은 아니다 보니까, 윗선에서도 지원해 주는 데 한계가 있어서요. 하하.”
“예, 저희도 지적하는 건 아니고요. 이 정도만 해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조금 타이트해 보여서 한 말입니다.”
“그래도 두 분이 오시는데 적당히 할 수도 없죠.”
프로그램 경비 등이 담긴 종이를 바라보고 있을 때.
야구모자 아래로 이준희 피디의 반짝이는 눈이 보였다.
“하지만 태국 로케이션은 정말 신의 한 수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K팝 인기가 높은 곳이니까요.”
피디가 말했다.
“출연진들과 두 분의 태국 방문을 서브 분량으로 내보내도 정말 큰 재미가 있을 거예요.”
“기대되네요. 저희는 피디님만 믿을게요.”
“헛, 예…….”
우리가 기대한다고 했더니 갑자기 목이 막힌 사람처럼 부담스러워하는 피디님.
기획안을 쭉쭉 살피고는 중현이에게 말했다.
“태국이면 공항에 사람들 진짜 많겠네.”
“장난 아닐 거 같아요.”
올해 투어를 위해 방문했을 때 수완나품 국제공항에서 있었던 소란 등을 떠올릴 때였다.
“음……?”
공항이라는 키워드에 좋은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다.
* * *
“촬영 일정은 내년 1월 10일 이후로 잡는 것이 좋을 거 같네요. 골드 디스크 어워즈가 끝나는 다음 날로 해서요.”
“아, 예예.”
“아마 그때쯤이면 저희 멤버들이 조금 여유로워질 겁니다.”
서민기 팀장의 말에 이준희 피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네, 선명주 님 공연도 그 전에 있으시죠?”
“네. 맞습니다.”
지금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우주 아버지의 공연 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한편.
‘대하기가 어렵네.’
이준희 피디는 뉴블랙 매니저 앞에서 진땀을 빼는 중이었다.
딱히 상대가 고압적으로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냥 평범하게 말하는데도 괜히 대하기가 어렵다.
허를 찌르는 질문이 나올 때마다 이준희 피디가 주변에 시선을 돌렸다.
‘너희가 좀 말해 봐.’
‘저희가 뭘요?’
톱스타 매니저를 처음 대해 보는 건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돌이 출연한 것이 처음이 아니긴 했지만 그때는 럭키걸처럼 이름을 알려 가는 신인 아이돌 정도였다.
‘어우. 숨 막혀.’
케이블 방송국에서 연예인들 순위 매기는 프로그램 등을 담당하다가 IBC로 이직을 한 이준희 피디 입장에선 고역 같은 일이었다.
뉴블랙은 바로 그런 순위 프로그램 같은 데서 천상계의 존재로 언급되던 이들이었으니까.
[올해 작곡가 수입 1위. 바로 뉴블랙 우주입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가 갑자기 뉴블랙과 그 매니저들을 대하니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
굳이 표현하자면 좋은 쪽으로 어려웠다.
-지금 추기석 선배님이 세 분을 보필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데, 저희는 거기서 어떤 캐릭터로 가는 게 좋을까요?
-여기 있는 이 미니 게임 말인데요. 실례지만 여기에 해외 시청자들한테 논란이 될 만한 내용이 있어서…….
-혹시 무대를 준비할 게 있을까요?
주세한이나 미프에 출연하는 사람처럼 하나하나 묻는데 그럴 때마다 그들은 당혹스러웠다.
뭔가 전문적으로 답을 해 줘야 할 것 같은데 자꾸만 아마추어 같은 대답만 나오고.
이준희 피디가 콧수염을 긁적이며 말했다.
“정말… 대단하시네요.”
“네?”
“두 분이 예능적으로 안목이 정말 대단하신 거 같아서요.”
피디가 칭찬했다.
“역시 올해의 예능인 9위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네요. 하하하!”
“아…….”
순간적으로 어딘가 아련한 표정을 짓는 뉴블랙 멤버들의 모습에 이준희 피디가 당황했다.
‘이게 아닌가?’
하지만 그는 진심이었다.
눈앞에 있는 우주와 중현이 사활을 건 사람처럼 사전 미팅에 임하는 모습은 여태까지 나온 게스트 중에 처음 보는 거였으니까.
‘말실수를 한 건 아니겠지?’
국민 아이돌 9위 언급에 뉴블랙의 매니저만 슬그머니 웃고 있을 때.
서류를 골똘히 바라보고 있던 우주가 고개를 들었다.
“저, 피디님.”
“네?”
“그 예산 관련해서 말인데요. 이게 항공비 예산이 상당히 많이 들어간 것으로 보이는데…….”
“네. 당연하죠. 뉴블랙 분들이 타는 비행기인데 좋은 자리를 드려야….”
그때, 우주가 옆에 앉은 매니저에게 뭐라고 속닥거렸다.
잠시 생각에 잠긴 매니저가 핸드폰을 확인하더니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뭔가 결론이 난 느낌.
“그래서 말인데요.”
우주가 웃으며 말했다.
“항공비를 아낄 겸 저희 전세기를 타고 가는 건 어떠신가요?”
“예?”
“저희 전세기가 있는데 그거 타고 가면 예산도 아끼고, 예능적인 재미도 뽑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제작진의 머리 위로 구름들이 뿅 하고 튀어 올랐다.
[항공비 예산 전액 지원]
[뉴블랙 전세기 TV 최초 공개!]
[예고편에 전세기 장면 넣기 가능]
천사들이 트럼펫을 불면서 그들의 위로 날아다니고 있었다.
“어떠세요?”
“…….”
뉴블랙 리더의 질문에 이준희 피디가 대답 대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도넛방석들을 가지고 왔다.
“하나씩 더 까시죠.”
“야! 목 타시겠다! 뉴블랙 분들 마실 음료 좀 더 사 와라!”
“냉큼 튀어 갔다 오겠습니다!”
“아니 게스트가 아니라 구세주가 오셨어요-!”
그야말로 역대급 게스트의 등장에 제작진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