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84)화 (784/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84화

IBC 낚시 예능의 제작진이 우주와 중현의 손을 붙잡고 눈물을 글썽이고 있을 때.

연예 관련 커뮤에서는 뉴블랙의 IBC 방문 소식이 뜨고 있었다.

[우주랑 중현 IBC 목격짤 뜸]

(IBC 직원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두 멤버의 사진.jpg)

ㅇㅇ

-뭐 하러 간거지???

-이번에 음악예능 런칭하는 거 찍으러 갔나?

-헐ㅋㅋㅋㅋ 또 예능 뭐 찍나보다

-ㄷㄱㄷㄱ

-저기 초췌한 사람 남도훈 맞음??ㅋㅋㅋㅋㅋㅋ 오랜만에보는데 얼굴 왜케 반쪽 됐어

-뉴블랙 이번에 ibc랑 뭐 예능찍나??

연예인이 방송국에 출현하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예능으로 뜨고 있는 방송국에 뉴블랙이 왔다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이건 백퍼 예능 미팅이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웃긴 투샷.

이른바 예능에 특화된 뉴블랙의 우중현 조합이었다.

-옷만 봐도 웃겨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우주 옷은 꽃인데 중현이 옷은 이파리색깔인게 너무 웃김ㅋㅋㅋㅋㅋ

-(우주를 목마 태운 중현 짤.jpg) ㅁㅊ 방송국 로비에서 누가 이러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거 영상이 더 웃김ㅋㅋㅋㅋ 안녕하세요 꽃과 잎입니다

방송국 로비에서부터 병맛인 2인조를 보며 네티즌들이 즐거운 웃음을 터뜨렸다.

연예계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기분 좋을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예능이라니.’

상반기에 있었던 방탈출 예능을 제외하면 2017년도에 예능 출연이 별로 없었던 뉴블랙이었다.

갑작스럽게 해외 진출 일정이 잡히면서 예능을 찍을 틈조차 없기 때문이었다.

이제 여유가 생겼는지 다시 국내 예능으로 눈을 돌리는 모습에 예능 애청자들이 반가움을 보였다.

-ㄷㄱㄷㄱ

-하 벌써부터 설렌다ㅋㅋㅋㅋㅋㅋ

-어디 나올까??

-아니면 뭐 아예 신규 예능 런칭하는 거 아냐??

-ㄴㄴ 그럴거면 멤버들 다 왔을듯

-ibc도 유명한 예능들 꽤 있자나 그런 데 나올듯

아예 신규 예능 런칭이다. 유명 프로그램이다 등등.

추측이 무성해지면서 연예부 기자들도 한 발 끼어들었다.

‘어디 예능이지?’

발 빠르게 뉴블랙이 어디 출연한다는 기사를 내기 위해 기자들이 취재력을 발휘했다.

“박 피디님. 저예요. 뉴블랙이 IBC에 방문했다던데 혹시 피디님 프로그램인가 해서… 아니에요? 진짜 이거 맞으면 맞다고 해 주셔야 돼. 나중에 저 입장 곤란해집니다?”

유명 토크쇼 <귀곡산장>의 PD도 우리 아니라며 손사래를 치고.

“진짜 아니에요? 우주랑 중현이 나올 만한 프로그램이 여기밖에 없는데. 아니 딱 봐도 체력이 좋은 멤버들이잖아요.”

배우들이 등산을 하며 케미를 뽑는 프로그램 <산 올라가유>의 제작진도 아니라고 하고.

IBC 간판 예능들의 문을 두드리던 기자들이 의아함을 품었다.

‘이럴 리가 없는데?’

처음에는 윗선에서 비밀을 지키라고 지시라도 내려온 건가 의심했는데 정말로 다들 모르는 눈치였다.

연예부 기자들이 핸드폰을 내려놓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레몬에다가 연락을 해 봐야 되나?”

“소용없어요. 거기가 입이 제일 무거워. 꼭 확정된 다음에 보도자료를 돌리든지 한다니까.”

“아, 그런데 진짜 어디지?”

뉴블랙의 예능 출연 소식은 그만큼 TV 방송계에 있어서 큰 소식이었다.

코믹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국민 아이돌.

거기에 이제는 ‘세계적인 스타’ 같은 타이틀까지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전자든 후자든, 둘 중 하나만 해당돼도 예능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큰 이슈가 될 텐데 뉴블랙은 둘 다였다.

“음…….”

연예부 기자들이 화이트보드에 적힌 리스트를 쭉쭉 지워 나갔다.

시청률이 좋은 예능부터 하나씩 쭉쭉 지워 나가면서 마지막 하나가 남았다.

<여보, 낚시 좀 다녀올게>

딱 봐도 B급 감성 예능이다.

“……이건 아니겠죠?”

“이건 아니지.”

“시청률 얼마 나와요, 이 프로그램? 1퍼센트 겨우 나오지 않아요? 그것도 요 몇 주 동안만 1프로잖아.”

7퍼센트까지 나오는 <귀곡산장> 같은 토크쇼에 비하면 미미한 수치.

하지만 남은 선택지는 이것뿐이었다.

그리고.

-예. 맞습니다.

정답이었다.

-두 분이 저희 프로에 출연하시는 게 맞습니다만…….

프로그램의 메인 피디로부터 확답을 들은 기자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

중장년층 남자들만 즐겨 본다는 예능 프로에 왜 뉴블랙이 나온다는지 이해가 안 갔지만…….

일단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였다.

-IBC ‘여보, 낚시 좀 다녀올게’ 우주-중현 출연한다.. “예능돌의 귀환”

기자들과 마찬가지로 네티즌들도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ㄴㅇㄱ

-상상도 못 한 정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엥

-낚시요..??

-울 아빠랑 할아버지가 보는 프로인데 이거

-아 근데 어울려ㅋㅋㅋㅋㅋㅋㅋ 딱 어울리는 거 잡긴한 듯

-근디 프로그램 제목 한번 특이하네 번역하면 ‘여보 나 좀 죽여 줘’인거자너ㅋㅋㅋㅋ

-저를 죽여 주세요  = 2박 3일동안 낚시 다녀올게 ㅎㅎㅎ

-아! 이혼 권장 프로군요 (완벽하게 이해함)

처음에는 뜬금없다는 반응이 나왔지만 얼마 안 가 어울린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어떤 월척을 낚을까

-(어린이 명탐정 애니메이션의 오프닝 짤.jpg) 이번엔 또 무슨 일이 벌어질까

-무엇이든 50년차 경력의 노인이 되는 우주선의 노인과 바다 기대합니다

-우주: 중현아 그거 백상아리 아니니?

 중현: 괜찮아요 아직 어린 새끼예요

-대환장의 낚시 기대합ㄴ닼ㅋㅋㅋㅋㅋ

-벌써부터 그려진다 그려져

예능적으로 너무나 확실한 캐릭터 때문에 벌써부터 예상글까지 올라오고 있었다.

[낚시 다녀올게 우주, 중현 CUT 예상]

<오프닝>

출연진 : 어머 이게 누구야! 뉴블랙이잖어~ 왜 나왔어? 낚시 좋아해?

중현 : 네~ 제 꿈이 어부였습니다

<낚시 중>

갑판 위에서 퍼덕이는 거대한 생선

얼빠진 제작진과 출연진

그리고 감탄하는 김중현과 으쓱한 선우주

우주 : 이게 되네요 ㅎㅎㅎ

(후략)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방송 한편 다봤다ㅌㅋㅋㅋ

-아 벌써 기대돼ㅋㅋㅋㅋㅋ

-저기에 선우주가 회 뜨는 장면까지 나오면 갓벽

-이 글은 이제 성지가 됩니다ㅋㅋㅋㅋㅋㅋ

-얼마나 성격이 확실하면 이런글까지 뜨냐ㅋㅋㅋㅋㅋ 근데 위화감이 없는 게 더웃김

-성지 미리 순례합니다. 로또 되게 해 주세요

그렇게 뉴블랙 TV로 단련된 네티즌들이 두 멤버의 멘트나 장면을 예상한 글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간만에 뉴블랙이 TV 예능에 출연한다는 소식에 모두가 들뜬 상황.

얼마 안 가 실시간 검색어에도 떴다.

[실시간 검색어]

1위. 여보 낚시 다녀올게

2위. 낚시 다녀온다

3위. 여보 낚시

4위. 사랑의 낚시

프로그램명이 복잡한 바람에 실시간 검색어에서도 웃음 파티가 벌어지고 있었다.

<여보, 낚시 좀 다녀올게>의 제작진이 멍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실시간 검색어에도 올랐어…….”

“이럴 줄 알았으면 프로그램명 좀 잘 정할걸!”

“아니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절대 히트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대충 정해 버린 프로그램명에 아쉬움을 품는 한편.

“미쳤다…….”

“이게 뉴블랙 효과인가 봐요. 이래서 피디들이 뉴블랙이 자기 프로 나와 달라고 하는 거구나.”

“시작하기 전부터 유입이 엄청난데요?”

그리고 뉴블랙의 효과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2.3%]

아직 뉴블랙이 나오기 전인데도 최신 방송 회차의 시청률이 평소의 두 배 가까이 찍히고 있었다.

뉴블랙 회차가 나오기 전인데도 몇 배로 뻥튀기 되는 시청률.

‘맙소사.’

우주와 중현이 불러 온 나비효과에 예능 제작진이 경이로운 기분을 느꼈다.

그야말로 모든 예능 제작진이 꿈에 그리는 게스트의 결정체라고 할까.

“피디님. 울지 마요. 아직 울면 안 돼.”

“어흐흐흑!”

“아이, 피디님 울면 저희도 울, 울음이… 흐어어엉…….”

마침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져서 그런지 뉴블랙이 산타처럼 선물을 안겨 준 기분이었다.

정말이지 모든 게 완벽했다.

딱 한 가지만 빼고.

-‘여보 낚시’ 뉴블랙 효과? “최고 시청률 기록”

-‘여보 낚시’ 이준희 피디 “뉴블랙에게 절이라도 하고 싶은 기분”

-[이번주 이슈] ‘여보 낚시’.. 낚시 예능의 신기원

제작진이 아련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왜 우리 이름이 여보 낚시가 된 걸까요…….”

“…….”

“…….”

모든 게 완벽했지만 딱 한 가지 아쉬운 것.

그것은 바로 그들의 예능이 인터넷에서 ‘여보 낚시’라는 요상한 이름으로 굳어졌다는 것이었다.

*   *   *

매년 12월 25일.

붉은 옷을 입은 의적이 사슴 전차를 이끌고 우는 아이들에겐 선물을 안 주는 날.

오늘은 바로 크리스마스였다.

“메리 크리스마스~~”

“이 날만 기다리며 달력을 넘겨 왔죠~~”

우리가 2015년에 냈던 캐럴 를 흥얼거리며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를 자축했다.

썰매를 타타타- 하면서 선물 상자들을 꺼냈다.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여러분!”

“와아아아!”

우리 TF팀 직원들을 위해 준비한 선물 상자들을 건네주었다.

민기 형, 원석이 형을 시작으로 로드 매니저 3인방과 스타일리스트들이 선물을 보며 환호했다.

“고마워. 얘들아!”

“정말 감사합니다!”

“우와. 이거…….”

그러던 중에 스타일리스트가 선물 상자에 담긴 편지를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편지 봉투에 새긴 레몬 엔터 로고.

“흐하하! 무슨 청와대 선물이야?”

우리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주주니까.’

‘이것이 오너의 선물.’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돌리는 선물 봉투에 레몬 엔터 로고를 담았다.

정말로 이제 우리 회사니까.

레몬 엔터 대주주로서 돌린 선물에 흐뭇한 미소를 짓고는 대기실을 둘러보았다.

누군가 말했다.

“근데 올해는 코엑스가 아니라 고척돔에서 하네? 올해부터 장소가 바뀐 건가?”

“그건 아니에요.”

내가 대답했다.

“지금 코엑스에서 평창 동계 올림픽 준비 중이거든요.”

“아…….”

“그 전시장을 전체 다 쓰더라고요.”

이곳은 바로 크리스마스에 진행하는 HBS의 연말무대 <가요대상>이 열리는 고척돔이었다.

원래 매년 코엑스에서 열리는 게 전통이었는데.

올해는 조직위에서 올림픽 개막식 등의 준비를 하느라 코엑스를 이미 대관한 상황이었다.

비주가 말했다.

“오랜만에 출연하는 건데 고척돔이라서 더 좋은 거 같아요. 얼마 전에 망고 때 무대 섰으니까.”

“맞아. 무대 적응하기에는 이게 더 낫지.”

기지개를 쭉쭉 켜면서 몸을 풀었다.

옆에서 같이 몸을 풀던 지호가 말했다.

“2년 만인데 되게 오랜만인 거 같지 않아요? 뭔가 느낌이…….”

“그 사이에 일이 많아서 그래.”

이번 <가요대상>은 우리가 2015년에 2분 30초 무대를 받은 이후로 2년 만의 출연이었다.

2년은 딱히 긴 시간이 아니지만… 뭔가 그 사이에 사건이 너무 많았다 보니 한참만인 기분이다.

낙화. 작곡가 우주선 탄생. Empire. 도깨비. 미국 진출. Coin 등등.

HBS랑 잠시 안 본 사이에 우리가 레벨 업을 엄청 해 버린 기분이라고 할까.

그 때문인지 대접이 엄청 좋아져 있었다.

“안녕하세요. 하하.”

“안녕하세요!”

“예, 2년 만에 출연하시죠? 너무 반갑습니다.”

HBS <인기가수>의 메인 피디이자 오늘 연출을 맡은 피디가 정중하게 들어와서 컨디션이 어떤지, 오늘 잘 부탁한다 하는 덕담을 하고 나갔다.

“흥.”

닫힌 방문을 보며 리혁이가 새초롬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과한 대접해서 사람 부담스럽게 만들지 말고, 진즉에 그런 일을 안 만드는 게 기본 아니에요?’ 라는 환청이 귓속으로 흘러들어오는 기분이다.

아무래도 리혁이를 너무 오래 본 것 같다.

달칵-

하지만 다시 문이 열리면서 새초롬하게 다리를 꼬던 리혁이가 다리를 풀고 영업용 미소를 지었다.

“아. 참.”

피디님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주 씨는 곧바로 스탠바이 부탁드리겠습니다. MC 스페셜 무대랑 멘트 리허설을 해야 할 시간이라서요.”

“네, 피디님!”

“조금 이따 뵙겠습니다. 그럼.”

아직 <가요대상>이 시작되려면 한참 남은 오전 시간대.

신인 그룹들이 리허설을 하고 있을 시간대라 우린 한참 뒤에 리허설이지만, 나는 MC라서 할 것이 많았다.

“그럼 다녀온다.”

“다녀와요. 형.”

중현이와 허공 하이파이브를 하고는 다른 멤버들과 손뼉을 짝 마주쳤다.

비주가 당부하듯 내 등에다 말했다.

“케빈 님 너무 괴롭히지 마요, 형.”

“괜찮아. 은성이는 그런 거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아이야.”

“아뇨. 뉴스에 나올까 봐 그래요.”

“아…….”

그런 이유였군.

[가수 은 모 씨, 인기가수 우 모 씨의 구박에 가출해..] 하는 헤드라인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잘해 주고 올게.”

엄지를 들어 보이고는 대기실을 나섰다.

그리고.

“어?”

“어. 나오셨네요.”

후드티를 입은 채 우리 대기실 근처에서 서 있던 은성이와 눈이 마주쳤다.

여우처럼 얄쌍한 얼굴에 졸린 눈이 히죽 웃는다.

은성이네 팬들은 엄청 좋아하겠지만, 왠지 모르게 나에겐 보기만 해도 나를 열 받게 하는 미소였다.

뭐. 그래도 오늘은 잘해 줘야지.

“왜 그러세요?”

“응?”

빤히 바라보는 나에게 은성이가 히죽 웃으며 물었다.

“하긴. 제가 좀 잘생기긴 했죠?”

“…….”

“뭐. 흘깃 보지 말고 편하게 보세요~ 저도 제가 잘생긴 거 알고 있으니까.”

“…….”

벌써부터 인내심의 한계가 오기 시작했다.

*   *   *

광화문 광장에서 MC를 맡아본 적이 있어서 그런지 MC로서 하는 리허설도 무난하게 소화했다.

-한 번 더 가겠습니다.

메인 PD의 말에 번쩍번쩍 돌아가는 무대 조명.

오프닝 BGM이 흐른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 개최 기원, 하나 되는 대한민국!

마이크를 잡고 정면 카메라와 자연스럽게 아이 컨택을 한다.

-2017년 HBS 가요대상의 MC를 맡은 뉴블랙 우주입니다!

-안녕하세요. MC를 맡은 에이플비의 케빈입니다!

-아, 케빈 씨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근황 토크를 하는 척하며 리허설에서 호흡을 맞추는데.

확실히 현시점에서 예능판에서 가장 많이 구른 아이돌답게 은성이의 센스가 탁월하다.

“저 어때요?”

“잘하는데.”

“캬, 역시 인정할 수밖에 없으시죠?”

그러면서 마이크로 ‘여러분! 제가 우주선 님에게 인정을 받았습니다’ 하는 멘트에 스탭들이 웃는다.

“하이고…….”

헛웃음이 나오면서도 만족스러웠다.

은성이의 최대 장점이 이거다.

눈치가 빨라서 치고 빠질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안다고 해야 되나.

정신없이 바빠서 예민한 연말무대 스탭들에게 농담 타이밍을 잡는 것은 아무나 하기 힘든 일이다.

“휴우.”

뜨거운 조명 아래서 리허설을 하다 보니 땀이 난다.

둘이서 물병만 연신 꿀꺽 들이켰다.

은성이가 조명을 햇볕처럼 바라보며 말했다.

“군대 때 생각나네요. 여름에 다들 작업 나가는데 저희는 에어컨 아래서 자판을 두드렸죠…….”

“제발, 은성아. 그런 내용은 고생한 것 같은 말투로 말하지 마…….”

“그런가요…….”

아련한 말투로 대화를 나누며 대기를 하고 있는데, 무대 위로 카메라가 한 대 올라왔다.

HBS 로고가 붙어 있다.

내 시선에 카메라맨 옆에 붙은 작가님이 말했다.

“저희 오늘 비하인드 캠 찍고 있거든요.”

“아.”

“미튜브에 HBS 가요대상 비하인드로 올려 보려고 해요. 모쪼록 협조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그럼요.”

사이좋은 척을 하며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지금 뭘 하고 계신 건가요?”

“MC 리허설하는 중이에요.”

이라고 적힌 큐카드를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은성이와 어깨동무를 하고 말했다.

“올해 MC는 저와 저의 군대 후임인 케빈 씨와 함께 하는데요. 정말 그림 같은 투샷이죠?”

“그림이 아니라 걸작이죠~”

“맞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사이가 안 좋다는 루머가 있는데요. 사실 사이가 굉장히 좋습니다.”

“진짜. 저도 그런 루머 처음 듣는데요~”

사이좋게 웃고는 서로에게 찌릿- 하며 째려보는 시늉을 하며 투닥거리는 예능적인 재미를 적당히 뽑고.

“두 분은 어떤 사이인가요?”

“넵! 제가 우주 선배님의 군대 후임이었는데요. 제게 노래를 가르쳐 주셔서 그 덕분에 데뷔를 했습니다.”

“맞습니다. 제가 은성 씨의 아이돌 아버지. 은버지입니다.”

HBS 가요대상 짱! 최고!

올해 가수 라인업 정말 화려해! 최고!

그런 멘트를 하며 비하인드 캠의 촬영을 마무리 지었다.

“마지막으로 오늘 저희 두 MC의 스페셜한 무대가 있으니까요! 많은 기대 부탁드리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둘이 등을 맞대는 포즈를 취하는 것을 끝으로 작가님이 ‘고생하셨습니다~’ 하고 무대를 내려갔다.

그리고 무대 리허설 준비도 끝났다.

-두 분 스탠바이 하실게요!

“네!”

“네!”

오늘 은성이와 내가 준비한 무대는 과거 명곡의 커버였다.

HBS 측에서 옛 명곡을 골라서 무대를 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군대에서 은성이를 레슨해 줬던 곡 중 하나를 골랐다.

은성이가 후드티 끈을 조이며 민망한 웃음을 보였다.

“근데 기분 진짜 이상하네요.”

“진짜 비현실적이긴 느낌이긴 해. 너랑 나랑….”

노래방은 같이 가 봤어도 무대를 서 보는 건 처음이다.

군대 후임과 듀엣 무대 리허설을 앞두고 민망한 표정을 주고받고는 기타를 몸에 둘렀다.

손가락으로 어쿠스틱 기타의 현을 몇 번 정도 튕기고.

-준비됐어요.

스탭들에게 신호를 주었다.

*   *   *

같은 시각.

대기실 복도에 있던 가수들이 TV를 보며 웅성거렸다.

“어? 우주 선배님 리허설 하나 보다.”

“옆에 누구야? 케빈 오빠네. 저 오빠 출세했다.”

“야야, 우주 선배님 리허설 하나 봐.”

어쿠스틱 기타를 치는 우주와 옆에 마주 보고 앉은 케빈이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주고받는 TV 화면.

화면 너머로도 전해지는 뉴블랙 리더의 미모와 노랫소리에 취하는 한편.

케빈이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이어 불렀다.

“와, 합이 대박이다.”

“그거 있잖아. 우주 선배님이 케빈 님 가르쳐서 아이돌 된 거.”

“어쩐지.”

“근데 두 분 다 너무 잘 부른다…….”

각 그룹의 메인과 리드 보컬이 근사한 보컬 실력을 보여 주며 후배들을 감탄시키고 있을 때였다.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헛!’

어느새 그들의 뒤편에 서서 구경 중인 뉴블랙 멤버들의 모습에 후배들이 눈을 크게 떴다.

“아,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허둥지둥 인사하는 이들에게 뉴블랙 멤버들이 방긋 웃으면서 인사를 해 주었다.

‘선배님들도 모니터링하러 오셨구나.’

좋아하는 가요계 선배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후배들이 헛기침을 하고 칭찬을 시작했다.

“와. 두 분 보컬합 오진다.”

“그니까. 듀엣곡 내도 될 거 같아.”

“…….”

갑자기 훅 떨어지는 주변의 기온에 후배 가수들이 눈을 깜빡였다.

‘뭐지?’

뉴블랙에게서 시무룩한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표정은 분명 방긋방긋 웃고 있다.

하지만 눈 위로 눈썹이 꿈틀꿈틀하는 모습이 뭔가 슬픈 기분을 숨기는 듯했다.

‘뭐지? 우주 선배님 칭찬을 했는데 왜…….’

‘착각인가?’

누군가 입을 열었다.

“우주 선배님 보컬은 정말 대단해서 어떤 분과 듀엣을 해도…….”

다시금 시무룩한 꿈틀거림.

그때, 눈치를 살핀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그래도 역시 뉴블랙 선배님들 무대할 때 합이 가장…….”

반짝반짝!

뉴블랙 멤버들의 얼굴이 해바라기처럼 활짝 피기 시작했다.

특히나 옹졸한 오이처럼 웃던 서리혁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거였구나!’

선배들을 공략하는 법에 대해 완벽하게 깨달은 후배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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