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88)화 (788/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88화

드디어 맞이한 2018년 새해!

새해를 맞이한 우리에게 마법 같은 선물이 도착했다.

[1위] 뉴블랙 - Coin

바로 각종 음원 차트에 1위로 올라온 코인이었다.

당연하게도.

“어?”

“이게 뭔 일이냐.”

우리는 영문을 알지 못했다.

핸드폰에 뜬 차트를 뚫어져라 바라보는데 도무지 답이 안 나온다.

아무 이유 없이 차트 1위에 올라온 Coin.

나온 지 8개월이나 된 노래가 다시 1위로 올라왔다는 게 이상했다.

“아. 내가 또 서치력을 발휘해 봐야 하나?”

막내가 손을 뚝뚝 꺾으면서 핸드폰을 토도독 두드렸다.

인터넷에 해박한 우리 막내가 곧바로 결과물을 들고 돌아왔다.

“찾았어요.”

“찾았어?”

“비트코인 때문이래요.”

지호가 핸드폰을 내밀었다.

[나만 코인 가사 그렇게 들려..?]

코인 코인 킵고잉할 때

코인 코인 가즈아~~~ 하는 것처럼 들려ㅋㅋㅋㅋㅋㅋㅋ

최근 들어 핫하게 떠오르고 있는 비트코인과 Coin이 찰떡같이 어울린다는 모양이다.

비주가 물었다.

“가즈아는 또 뭐야?”

최근 들어 예능인들이 TV에서 ‘가즈아~!’ 하는 것을 봐서 ‘가자!’의 다른 말인가 했는데 의미가 있나 보다.

개미위키를 보면서 신조어의 어원을 탐독하는 한편.

우리는 지금까지 조용히 있는 누군가를 바라보았다.

“…….”

잔뜩 못마땅한 눈으로 인터넷을 훑고 있는 메인 보컬.

길쭉한 손가락으로 스크롤을 심술궂게 내리는 모습을 보니 지금 인터넷 분위기가 마음에 안 드는 듯했다.

“아니.”

리혁이가 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했다.

“솔직히 이건 아니지 않아요?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담은 곡을 이런 데다가 빗대서…!”

“진정해. 리혁아.”

“아니, 좀 그렇긴 하잖아요. 이거 우리 작곡가가 얼마나 힘들게 쓴 건데…….”

내가 열심히 만든 노래를 의도와 다르게 소비하는 대중들에게 서운했던 모양이다.

“리혁아.”

“왜요.”

“걱정 안 해도 돼. 사실 난 저작권료 들어와서 기분이 좋아.”

“아…….”

그러네 하고 납득하는 리혁이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어쨌든 이 추세대로면 우리 노래를 사람들이 계속 듣게 된다는 거잖아.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장땡이지.”

“뭐. 그건 그러네요.”

“무슨 상황이든 간에 거기서 최선을 뽑아내면 된 거지. 뭐.”

다시금 이슈가 된 Coin을 더 흥행시키기 위해 뭘 할지 동생들과 함께 구상했다.

뉴블랙 TV에 올릴 짧은 라이브 영상.

감사 영상.

그런 것들을 떠올리며 소소한 선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기획했다.

“너무 큰 건 안 돼요.”

우리 막내의 조언 덕분이었다.

“밈 같은 건 원작자가 개입하면 순식간에 노잼되는 거라서. 소소하게 관심에 감사하다~ 하는 선에서 끝내는 게 좋아요.”

지호 말마따나 이미 미튜브에 온갖 영상이 있긴 했다.

-뉴블랙 Coin (비트코인 Remix)

-[1시간 반복재생] 뉴블랙 - Coin

-하락장에서 살아남기 (Coin Remix)

온갖 밈을 양산하는 네티즌의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Coin은 쭉쭉 순위가 오르고 있었으니까.

올해 저 가상화폐라는 게 인기가 계속 이어진다면 Coin의 연간 차트인도 무리는 아닐 것 같다.

새해 첫날부터 찾아온 선물을 받아 들며 기분 좋게 웃고는 시선을 돌렸다.

“이제 이것도 슬슬 준비하자.”

“네.”

멤버들과 함께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오늘은 새해 첫날.

2018년을 맞이하여 우리가 새롭게 시작하고자 하는 일이 있었다.

-대중들에게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가 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 팬들한테 개인적으로 메시지도 전할 수 있고.

Y앱이라는 라이브 앱이 있긴 하지만 팬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플랫폼이 최근 들어 필요하던 상황이었다.

정적으로 소통이 가능한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할까.

라이브 방송은 빠르게 올라가는 댓글창도 그렇고, 실시간으로 쌍방향 소통이 이뤄진다는 장점이 있다.

그 덕에 우리의 감정이나 생각을 바로바로 전달하기에는 쉽지만 어떤 면에서 아쉬울 때가 있다.

글처럼 정돈된 메시지를 팬들에게 전달하고 싶다.

내가 요즘 들어 생각하고 있는 것들, 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차분하게 전하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

그런 이유로 이번에 각자 인스타를 개설하기로 했다.

-우리 각자 SNS를 열어 보는 건 어때요?

공식 계정으로도 충분히 소통을 하고 있지만 개인 계정을 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자칫하면 멤버 간 경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문제라 조심하고 있는데, 이제는 그런 문제로 뒤흔들릴 정도가 아니기도 하고.

그리고 우리가 각자 앰버서더로 있는 명품 브랜드들에서도 요청이 들어온 상황이었다.

-르블랑 측에서 너 인스타 좀 만들어 달라더라.

명품 브랜드 앰버서더를 하면 화보나 착장 같은 것을 올려야 한다나.

역시 패셔니스타의 길은 험난하다.

“어디 보자.”

공식 계정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파란 체크와 함께 옆에 내 아이디가 적혀 있다.

tjsdnwn [팔로우]

태현이가 보내 준 인스타 아이디 간지 나게 짓는 법에 있던 노하우였다.

이름을 영어 자판으로 치기.

프로필 사진에는 예쁜 꽃을 하나 집어넣고는 다른 동생들이 톡톡톡 자판을 치는 모습을 훔쳐보았다.

‘king_jiho’나 ‘sweet_potato’를 비롯해 저마다 독특한 아이디를 지닌 우리 아이들이 열심히 꾸미기를 하고 있다.

“그럼 준비됐어?”

“네!”

이제 홍보의 시간이었다.

솔직히 가게도 문만 열어 놓고 있으면 홍보가 안 되지 않는가.

Y앱을 켜서 수플레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기로 했다.

“수플레들!”

백만, 이백만… 빠르게 올라가는 와이앱 숫자를 보면서 수플레들에게 우리의 SNS 홍보를 했다.

“저희 SNS 열었어요!”

오픈 기념 이벤트로 수플레들에게 어떤 식으로 하는 건지도 좀 배우고, 원하는 부탁들도 들어주려고 할 때.

“엥?”

지호가 핸드폰을 보더니 말했다.

“형.”

“응?”

“서버 터졌는데요. 접속이 안 돼요.”

“…….”

시선을 돌려 댓글창을 바라보았다.

꾸물꾸물.

왠지 모르게 저 댓글창 너머로 머쓱해하는 거대한 빵들이 보이는 기분이었다.

*   *   *

같은 시각.

“아씨… 왜 안 되지? 야, 너 인스타 접속돼?”

“아니. 나도 안 되는데.”

머글들은 웅성거리는 중이었다.

갑자기 잘되던 SNS가 버벅거리고 잘 안 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지금 나만 안 됨?]

접속 다 안됨;;

-헐 나도

-나만 그런줄 알았는데ㅋㅋㅋ 다행

-나도 그래

-ㄴㄷㄴㄷ

1월 1일 새해부터 접속량이 몰려서 그런 걸까 하는 생각이 들 때쯤.

메신저들을 통해 포털 뉴스 기사가 공유되기 시작했다.

-뉴블랙, 개인 SNS 계정 개설… 과연 첫 게시물은?

이제 5년차를 맞이한 국민 아이돌이 자신들의 개인 SNS 계정을 오픈했다는 소식이었다.

‘아. 어쩐지.’

그걸 라이브 방송으로 홍보했다는데 서버가 마비된 모양이었다.

얼마 안 가 서버가 진정됐을 때.

아이돌 팬들은 물론이고 대중들도 뉴블랙의 SNS 구경을 하러 나섰다.

‘꽃이구나.’

꽃과 꽃.

그야말로 꽃이나 독특한 감성으로 꾸며져 있는 우주의 계정을 바라보다가 리혁이로 넘어갔다.

‘여긴 무슨 팔로우가…….’

팔로우하는 계정을 실시간으로 늘려 가는 모습에 과연 무엇을 팔로우하는지를 확인했다.

- NASA

- Smithsonian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미 항공우주국, 스미소니언 박물관 등을 비롯한 화려한 면면에 네티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리혁이니까.’

저마다 관심사에 맞춰서 팔로우를 미친 듯이 늘리고 있는 이들이었다.

때마침 미튜브로도 진행 중인 라이브 방송에 구독자들이 뉴블랙 TV 계정으로 들어갔다.

멤버들이 숙소 거실에 도란도란 둘러앉아서 소통을 하고 있다.

[저희 뭐 전문가죠.]

[SNS에 대해서 정말 모르는 게 없거든요. 저는 신세대니까요.]

어딘가 모르게 근자감이 찬 선우주의 모습이 얄밉다.

그러면서 엣헴 하는데 뭔가를 할 때마다 형들의 시선이 막내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도라에몽을 찾는 진구 같은 눈빛.

‘근데 지호도 잘 모르는 것 같은데.’

형들이 초롱초롱한 눈을 뜨고 볼 때마다 엣헴 하긴 하지만, 손가락을 달달 떨고 있는 21세의 막내.

[음. 그거는요. 음… 형이 마음에 드는 대로 하면 돼요.]

[오케이.]

거짓된 정보가 난무하고 팬들도 거기에 웃음을 터뜨리고 있는 분위기.

그 속에서 중현이 댓글 하나를 읽었다.

[무물 해 주세요. 무물?]

[무물은…….]

잘 모를 때마다 놀리는 팬들에게 자존심이 상했던 것인지 우주가 무물… 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무물. 그래. 무물은 누가 할까?]

[아, 무물.]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의 준말인 ‘무물.’

SNS의 질문 받기 기능을 통해 [대체 언제 꽃무늬 포기하실 건가요?] 같은 질문을 받는 것이었다.

비주가 생긋 웃으며 넘겼다.

[저는 무물 왠지 중현이가 잘 어울릴 것 같은데.]

[무물이라.]

중현이 턱을 쓰다듬었다.

그의 시선이 막내를 향해 슥 움직였다.

[무물이라… 내가 생각하는 게 맞겠지.]

[넹.]

중현이 곧이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부엌 쪽에 다녀왔는지 뭔가를 들고 왔다.

‘응?’

네티즌들과 팬들이 잠시 눈을 깜빡거렸다.

무.

생수.

강판.

삭삭삭삭삭삭삭-

무를 강판에 빠르게 갈아 버리는 모습에 라이브 방송을 지켜보던 이들이 큰 웃음을 터뜨렸다.

뭔가 이상하단 걸 깨달았는지 우주와 리혁이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웃음을 터뜨린다.

[휴.]

이마의 땀을 닦은 중현이 물을 내밀며 말했다.

[무물이에요.]

라이브를 보던 사람들이 핸드폰을 내려놓고 웃음을 터뜨렸다.

창피해서 얼굴을 숨긴 비주의 말.

[중현아. 지금 댓글창 웃는 거 보니까 이거 아닌 거 같아.]

[아. 그래?]

SNS 전문가는커녕 새해 첫날부터 흑역사를 신명나게 제조하는 국민 아이돌이었다.

*   *   *

이번에 깨달은 것 몇 가지.

무물은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의 준말이라는 것.

그리고.

“모르는 게 있으면 그냥 물어봐야겠어.”

“그러니까여.”

“너는 들어가 있어…….”

“칫.”

막내가 입을 삐죽이며 들어갔다.

어쨌거나 어제의 부끄러운 일 덕분에 SNS에 대해서 여러 가지를 잘 알게 됐다.

가령 알림을 끄는 법이라든가.

DM이라는 게 무엇인지도 알게 됐다.

계정으로 직접 메시지를 보내는 건데, 개설하자마자 어마어마한 메시지가 쏟아졌다.

초장부터 칼로 찔러 죽이겠다는 메시지를 비롯해 법무팀한테 전달해야 할 메시지들이 와서 조금 당혹스럽긴 한데 대부분 응원 메시지가 압도적이었다.

“그래도 잘 만들었다.”

“그러니까요.”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생각이나 메시지가 있을 때마다 종종 애용할 것 같다.

어느새 천만을 넘겨 지금도 쭉쭉 올라가는 팔로워 숫자들을 바라보고는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가끔 이런 거 보면 실감이 잘 안 나.”

전 세계에서 나를 좋아하는, 아니 알고 있는 사람들이 천만 명을 넘는다는 게 뭔가 이상하다.

몇만 명 정도는 그래도 실감이 난다.

큰 무대를 할 때, 우리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과 한 자리에 있을 때는 그 정도 인원이 실재하는구나 하고 실감이 나는데.

이런 걸 볼 때면 과연 정말로 나의 팬들이 저렇게 많이 실재하는 것인지 궁금할 때가 있다.

“뭐. 숫자가 진짜 비현실적이긴 하죠. 그런데 제대로 계산하면 틀린 건 아니에요. 이게 일단…….”

리혁이가 핸드폰 계산기로 숫자를 누르며 뭐라고 설명하는 모습에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날씨 좋구만.

화창한 하늘 아래 활주로가 펼쳐져 있다.

이곳은 서울 김포 비즈니스 항공센터.

우리가 전세기를 타고 출국하거나 입국할 때 사용하는 공항이다.

“언제 오신대요?”

“아마 곧 도착할 거야. 5분 정도?”

오늘은 중요한 손님들이 회사 전세기를 타고 도착하는 날이다.

공항 밖에는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고.

안에서는 우리와 매니저들, 공연 에이전시 관계자들, 선명주 재단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다.

[Welcome to Korea]

[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런 팻말을 들고 있는 스탭들 사이로 이번 비하인드 다큐를 촬영 중인 NBS의 촬영팀까지.

이번 주말에 있을 선명주의 마지막 콘서트에 출연할 공연자들을 기다리는 준비가 끝나 있었다.

“어? 오네요.”

중현이의 말에 모두가 먼 곳을 바라보았다.

텅 빈 하늘.

그렇게 1분쯤 지났을 때, 하늘 위에 떠오른 검은 점이 빠르게 가까워지면서 전세기가 착륙했다.

표면에 [The New Black]이라고 적힌 우리의 전세기에서 연주자들이 줄지어 내린다.

-……!

-…!

전세기에 적힌 뉴블랙 로고가 다시 봐도 신기한지 비행기에서 내린 연주자들이 뭐라고 왁자지껄하게 떠든다.

선글라스를 쓴 채 셀카까지 찍는 모습에 웃었다.

“마중하러 가자.”

“네.”

곧이어 공연자들이 입국 심사를 마치고 통과했다.

“Hey!”

“Hey~”

하얀 이를 드러내며 유쾌하게 웃는 연주자들과 가볍게 포옹을 하고는 면면을 살폈다.

레이먼드 어윈.

카밀라 베이커.

채드 오웰 등을 비롯해 뉴욕에서 만났던 유명 연주자들과 인사를 하고는 뒤에서 지팡이를 짚은 노인과도 마주했다.

「비행은 어떠셨어요?」

「죽은 듯이 잠을 잤네. 정말이지 끝내주는 비행기더군. 전용기를 타 보는 건 처음이야.」

「잘 주무셨다니 기뻐요.」

재즈계의 거장으로 불리는 윈스턴 로스 선생님과 악수를 나누고, 그 옆에 선 이들과 안부를 나눴다.

저번에 아빠의 자선 모금 파티를 도와줬던 라울 곤살레스 씨와 임마누엘 무가보 씨.

그리고 뉴욕에서 투어를 마치고 입국한 피아니스트 폴 로랑까지.

「지난 달에 만나고 또 만나네요. 폴.」

「오랜만이에요.」

가볍게 포옹을 하고는 관계자들을 하나씩 소개해 주었다.

저마다 악수를 하며 ‘Nice to meet you’ 하는 분위기 속에서 화기애애하게 웃을 때.

버스가 준비됐다는 매니저들의 말에 연주자들을 불렀다.

「가실까요?」

나이가 많은 분도 있고 해서 기자들이 좀 많다는 말에 긴장을 하긴 했는데, 취재진과 조우했을 때 벌어진 일은 내 생각과 달랐다.

「선명주 씨의 공연을 열기 위해서 정말이지 많은 노력을 기울였죠. 그의 아이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정말 기적적인 일이었습니다. 소름이 쫙 돋았죠.」

취재진과 마주한 연주자들이 능숙하게 언론에 떡밥을 흘려 주고 있었다.

이 사람들이 재즈계에서 구르고 구른 베테랑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는 날이었다.

폴 로랑이 KTN 뉴스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윈스턴 로스 선생님이 BBC 아시아 지부의 기자에게 핀잔을 주며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관계자들이 통역사와 함께 주의 깊게 질의응답을 하는 동안 나도 나섰다.

“우주 씨! 우주 씨!”

“소감이 어떠신가요?”

“얼마 전에 방영된 다큐멘터리 3부를 보고 소감이 어땠는지…….”

거의 1시간가량을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는 데 사용하고 나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번쩍번쩍.

대절한 버스에 탑승하는 우리들을 향해 플래시가 쏟아지는데, 그만큼 언론의 관심도가 높다는 뜻이었다.

「휴우.」

레이먼드 어윈이 너스레를 떨며 민머리를 매만졌다.

「머리에 땀 맺힌 거 봐요. 열기가 어마어마한데요?」

「나 좀 슈퍼스타가 된 기분이었어.」

이 정도로 엄청난 미디어의 관심은 처음 받아본다며 연주자들이 유쾌하게 받아들였다.

왁자지껄한 수다가 펼쳐지는 가운데 연주자들에게 말했다.

「우선 호텔로 모시고 그다음에 저번에 말씀하셨던 목적지로…….」

「아니.」

윈스턴 로스 선생님이 고개를 저었다.

「목적지부터 가지.」

「괜찮으시겠어요?」

「한국에 오자마자 가고 싶었던 곳이거든.」

호텔에서 짐을 풀고 가도 될 텐데 먼저 목적지를 말하는 모습에 다른 연주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에 가면 가고 싶은 곳이 있네.

한국에 오기 전부터 아빠와 관련된 사람들이 꼭 방문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힌 곳이 있었다.

기사님이 물었다.

“그럼 바로 군산으로 갈까요?”

“네!”

서서히 출발하는 버스와 따라붙는 취재 차량.

동생들과 눈을 마주치며 웃고는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예전부터 멤버들을 한 번 다 같이 데려가면 좋겠다고 생각한 곳이 바로 오늘의 목적지였다.

“군산 어디로 모실까요?”

“선명주 기념관이요.”

*   *   *

한때 위대한 천재가 말했다.

-내가 살던 고향에는 석양이 정말이지 끝내주거든. 월명공원이라는 곳에서 그 석양을 보면… 정말이지 아름다워.

-응? 월명이 뭐냐고?

아이들을 앉혀놓고 피아노와 첼로를 연주하던 어느 부부의 이야기.

-아주 오래전의 기록에 따르면 과거 하늘에 두 개의 달이 나타나 열흘 동안이나 계속되는 괴변이 일어났대. 그에 왕은 유명한 승려를 불러서 그 변을 물리치도록 하지. 월명대사로 불리는 인물이 달밤에 피리를 불었는데 그 소리가 어찌나 아름다운지.

간질간질하게 연주하던 피아노가 잦아들고, 그의 부인이 연주하는 첼로 소리가 아름답게 끼어든다.

당시 감탄하며 바라본 이들에게 미남이 말했었다.

-아름다운 소리에 달마저 기울기를 멈춰 그 길을 ‘월명리’라고 하더라. 저기에 쓰인 ‘명(明).’은 내 이름의 명과 같아. 밝다는 뜻이지. 군산은 그런 신비로 가득한 땅이야.

-참고로 내 명도 그 명이야. 신기하지? 한국에서는 이런 것을 인연(因緣)이라고 해. 우주 만물의 섭리를 뜻하는 말이지.

눈을 초롱초롱 뜨는 아이들에게 군산을 신비롭게 홍보했던 부부의 모습.

오랜 추억을 회상하면서 연주자들의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신비와 비밀의 땅 군산.”

“여명과 황혼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그곳…….”

“정말 얼마나 아름다울까.”

한국에 대한 정보가 적은 시절에 친구들에게 열심히 꿈과 환상, 그리고 광을 팔았던 누군가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

그 때문에 말문이 턱 막히는 누군가였다.

‘아빠랑 엄마는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다닌 거지?’

연주자들이 초롱초롱 눈을 뜨는 버스 속에서 누군가의 가슴이 다른 의미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