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91)화 (791/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91화

할머니 집에는 상서로운 기운이 서려 있는 게 분명하다.

저번에 리혁이랑 왔을 때는 Coin을 작곡했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신규 타이틀곡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일단 얼개는 완성.”

“…….”

“…….”

“고생했다. 얘들…….”

노트북에서 고개를 돌리니 동생들이 모두 실신해 있었다.

거실 카펫에 드러누워 침을 질질 흘리는 지호에게 담요를 덮어 주었다.

“고생했다. 우리 막내.”

“개…….”

“개?”

“난 개가 더 좋아…….”

고양이보다 개가 더 좋다는 잠꼬대를 하는 막내를 바라보며 웃고는 시선을 돌렸다.

갸르르릉.

중현이의 등 위에서 실신한 치즈색 솜뭉치가 부풀었다가 작아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혀를 내밀고 꼴까닥한 표정.

새벽에 중현이랑 내가 낚시 연습하겠답시고 고양이 낚싯대로 놀아줬는데, 엄청 힘들었던 모양이다.

주변 동생들을 살펴보고는 노트북으로 시선을 다시 돌렸다.

[불면증]

아직 제목이 정해지지 않은 곡이었다.

조금 잡탕밥에 가까운 곡이라서 장르를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2000년대 초반에 흥했던 스케이터 보이 같은 음악이나 팝 펑크 계통에서 영감을 얻었다.

처음에는 수플레들에게 ‘다들 잘 자요~’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잔잔하게 가 볼까 했는데 너무 축 처지는 분위기라 배제했다.

-불면증이라는 주제가 되게 단편적으로 가기 쉽잖아요.

때마침 중현이가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그냥 잠이 안 온다, 잘 자라 하는 것보다 차라리 주체적으로 나서는 건 어떨까요? 잠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무찌르자 그런 느낌으로.

-무찌르자. 공산당.

-아, 진짜. 넌 그냥 자라고, 왕지호.

재미있는 아이디어 같아서 동의했다.

나를 잠 못 자게 하는 것들을 부숴 버려! 하는 느낌을 담았다고 할까.

사실 아직 가사가 붙은 곡이 아니라서 제목이나 메시지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으음…….”

대충 얼개를 완성한 곡을 들으면서 손가락을 두드렸다.

잠을 못 자서 그런가.

밤을 지새우면서 쓴 곡의 퀄리티가 나쁜 건 아닌데 어딘가 모르게 미묘하다.

정확한 포인트는 모르겠지만 뭔가 노래 자체가 좀 과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한 번 듣고 나면 또 들을 것 같지는 않은 분위기였다.

“…….”

잠시 수정을 할까 고민하다가 시계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고민해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을 때는 잠시 문젯거리를 내버려두는 게 좋으니까.

게다가 지금 내 머리도 엄청 몽롱하고.

“조금 자야겠다.”

한두 시간 정도 자면 머리가 맑아질 것 같다.

오늘 해야 할 일의 할당량을 어느 정도 채워서 그런지 홀가분한 기분.

곧이어 편안한 마음으로 잠에 빠져들었다.

*   *   *

“후릅.”

입가로 흘러내리는 침을 닦으며 정신을 차리자.

주변의 얼굴들이 쏙 내밀어졌다.

“일어났어요?”

“음…….”

그런데 뭔가 감촉이 이상하다.

아까 누웠던 할머니 집 소파가 아니라 차량 시트.

창밖으로 이제 곧 서울이라고 가리키는 표지판과 함께 고속도로의 차량들이 쌩쌩 지나갔다.

“어?”

내가 이상한 꿈이라도 꾼 건가.

핸드폰을 들어서 시간을 확인할 때였다.

[2015년 1월 4일]

“……어?”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있을 때.

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형. 우리 과거로 왔어요.”

“뭐?”

“과거로 돌아왔다고요. 지금 우리는 한창 인기 그룹으로 발돋움을 시작하던 3년 전의……. 아아악!”

“어디서 뻥을 치고 있어.”

앞좌석에 앉아 있는 매니저들의 입가가 씰룩씰룩이는 걸 보고는 바로 알아차렸다.

비주가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지호가 물었다.

“그래도 재미있었죠?”

“하나도 재미없어.”

어떻게 고생을 해서 여기까지 올라온 건데, 그걸 3년 전부터 또 하라고 하면 정말 자신이 없다.

뻥인 걸 알면서도 순간 아찔했다.

리혁이가 피식 웃었다.

“은근 순진한 구석이 있다니까요. 누가 봐도 완전 뻥이었는데. 초능력이랑 유령 그런 것도 믿겠어요.”

그야 초능력이 존재하니까 그렇지…….

막내가 장난으로 바꿔 놓은 핸드폰 시간을 원래대로 바꿔 놓고는 자초지종을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아무리 깨워도 형이 일어나질 못해서 중현이가 차로 데리고 왔어요. 진짜 형 기절해 있어서.”

“아…….”

“나비가 형 얼굴을 때려도 안 일어나더라구요.”

그래서 얼굴이 얼얼했군.

“엇.”

그러면서 떠오르는 얼굴 하나.

“할머니!”

할머니랑 포옹도 못하고 헤어졌다는 생각에 벌떡 몸을 일으킬 때였다.

중현이가 핸드폰을 내밀었다.

거기에 녹화된 우리 김덕순 여사의 영상.

[나다.]

할머니가 혀를 찼다.

[애들이 깨우겠다는 거 내가 깨우지 말라고 혔으니까 괜히 엉뚱하게 애들 잡지 말고.]

내가 언제 그런다고.

[그리고 너는 사람이 제때제때 자야지. 그렇게 잠을 안 자고 댕기면 그 얼굴이 계속 멀쩡할 거 같냐. 훅 가 버리는 겨. 지금이야 얼굴 믿고 아이고 나 잘생겄네~ 에헤헤~ 하고 다니지만 그게 영원히…….]

“중현아. 이거 그만 봐도 될까?”

“할머님이 꼭 끝까지 재생을 해 달라고 하셔서요.”

사람이 잠을 안 자면 벌어지는 수백 가지 일.txt 이라고 제목을 붙여도 될 만큼 10분 동안 잔소리가 이어졌다.

일어나자마자 잔소리를 들으니 귀가 얼얼하다.

영상이 끝나자 비주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진짜 형, 할머님 말씀 들어야 돼요.”

“명심할게.”

“위염이 왜 계속 안 낫겠어요. 형이 계속 무리를 하니까 회복이 쉽지 않은 거잖아요.”

“너희도 잘 안 자긴 하잖아.”

“아무리 그래도 저희는 형만큼은 아니에요.”

그런가.

거의 기절하듯이 자서 그런지 동생들의 말이 와 닿는 기분이다.

걱정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동생들에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오늘부터 노력해 볼게.”

“…….”

비주가 리혁이에게 턱짓을 했다.

스르륵 꺼내져 나오는 전자 문서.

“뭐야?”

“저는 형을 4년 넘게 봐 와서 알아요. 형.”

우리 둘째가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형이 말로만 때우고 지키지 않을 것이라는 걸.”

“비주야……. 눈치가 빠르구나.”

“그래서 우리의 숙면 건강을 위해서 계약서를 만들어 봤어요.”

몇 시부터는 핸드폰 보지 않기 같은 문구들이 가득한 곳에 멤버 넷의 서명이 적혀 있다.

리혁이가 태블릿 펜슬을 내밀었다.

“밑에 날인하면 돼요.”

“…….”

잠에 관한 규약을 담은 내용들을 쭉 읽는다.

인권을 무시하고, 불공정하고, 페널티가 어마무시한 내용들을 읽으며 눈물겨운 얼굴로 펜을 들었다.

“진짜 이게 맞을까?”

“형의 건강을 위한 일이에요.”

“하…….”

옆에서 강권하는 비주의 눈빛에 어쩔 수 없이 사인을 했다.

그리하여 제3차 비주협약이 탄생했다.

*   *   *

새해 첫날을 월요일로 시작한 2018년의 첫 주는 빠르게 흘렀다.

동생들이 저마다의 연습으로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 나도 곡을 들고 프로듀싱팀을 찾았다.

“문제점이 있긴 한데 해결책을 모르겠어요.”

“음.”

나상윤 팀장님을 비롯한 다른 프로듀서들도 곡을 듣고 문제점에 공감했다.

“확실히 후렴이 좋긴 좋은데… 우주 네 말대로 조금 과하게 느껴지는 감이 있긴 하다.”

“어떤 식으로 바꾸는 게 좋을까요?”

“과하다고 느껴지면 조금 덜어 보는 건 어때?”

“음…….”

문제는 어떤 식으로 덜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거다.

프로듀서들에게 물었다.

“좋은 조언 있으면 추천 받을게요.”

“…….”

“…….”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사람들.

고개를 갸웃거리자 나상윤 팀장님이 말했다.

“우리 회사 작곡 최고 전력이 누구니?”

“……혹시 저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래.”

그게 이거랑 무슨 상관인지 의문을 품을 때, 프로듀서들이 훈훈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네가 모르겠는데 우리가 어떻게 방법을 알겠니.”

“아…….”

같이 훈훈하게 웃었다.

“그리고 이젠 속지 않아. 맨날 막힌다고 찾아와서 상담한 다음에 우리가 실컷 고민하고 나면, 알아서 뿅 해결해 올 거니까.”

“제가 언제 그렇게…….”

“낙화.”

“…….”

낙화 때 프로듀서들에게 하소연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건 제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고, 시간이 지나다 보니 해결책이 뿅 하고 떠오른 거였어요.”

“그러니까 이번에도 기다려 봐. 또 해결책이 떠오르겠지. 여유를 가져 봐.”

“알겠어요.”

“어쨌거나 다음 앨범 주제는 불면증이라는 거지?”

“네, 그런데 곡을 받을 때 굳이 불면증에 한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사무실 화이트보드에 문구를 적었다.

불면증

꿈(장래희망 아님)

단어별로 동그라미를 치며 말했다.

“일단 이 세 가지 키워드 위주로 곡을 수급하시면 될 것 같아요. 타이틀곡에 어울리는 분위기로요.”

“알겠습니다.”

“블라인드 테스트도 진행할 예정이니까 다들 제출하실 만한 곡 있으면 제출해 주시고요.”

“예!”

그렇게 앨범 준비 작업은 일단락을 지었다.

프로듀싱팀에 이어 TF팀과도 자잘한 협의를 마친 후.

아빠의 공연과 관련해 한국 프레스 센터에서 열리는 기자회견에도 주최자 자격으로 참석했다.

새해 초부터 바쁘디 바쁜 일정.

그리고.

“드디어…….”

숙소에 있는 달력의 날짜를 하나씩 찍찍 긋고는 2018.1.6 이라고 적힌 날짜를 바라보았다.

새해의 첫 번째 토요일.

마침내 아빠의 공연이 공개되는 날이 다가왔다.

*   *   *

예술의 전당.

국내 최고의 예술문화 공연장으로 알려진 이곳의 주차장에 거대한 트럭들이 들어섰다.

“빨리빨리 날라라!”

“예!”

PBS 로고가 붙은 트럭에서 카메라, 음향 등 각종 장비가 줄줄이 스탭들의 손에 들려 나왔다.

‘결전의 날이다.’

PBS 인기 예능 <미스터 프로듀서>의 PD 신무록이 입김을 토하며 손을 비볐다.

그가 바로 오늘 특별 기획 <선명주의 마지막 공연>이라는 특별 편성 프로그램을 담당한 인물이었다.

‘정말 중요한 기회야.’

선우주가 아버지의 공연을 공영방송으로 생중계를 하겠다는 의사를 전했을 때부터 노렸던 기회.

‘내 커리어에도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일이다.’

최근 들어 올림픽에 준할 만큼 전국적으로 관심이 많은 이벤트에 한 발 걸칠 수 있다니.

그 어떤 PD도 탐낼 만한 일이었다.

승용차들에서 줄줄이 내리는 이들에게 신무록이 다가갔다.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김 부장님.”

“아유. 나야말로 잘 부탁하죠.”

나이 지긋한 카메라 감독과 악수를 한 신무록이 특유의 시무룩하고 부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좋은 카메라 감독을 섭외하기 위해 부장급을 데리고 왔더니 부담스럽기 그지없었다.

나이가 있는 카메라 감독들을 데리고 신무록 PD는 예술의 전당에 입성했다.

목적지는 바로 2,500여 석의 객석이 들어차 있는 콘서트 홀.

“어유. 사진에서 본 것보다 더 크네.”

클래식 공연장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다른 공연장보다 좀 더 높은 느낌이다.

한두 차례 실사를 나왔던 신무록 피디가 익숙하게 객석을 둘러보고, 카메라 감독들이 카메라 위치를 점검했다.

그가 무대를 내려다보았다.

‘무대 장치도 생각보다 많네.’

일반적인 클래식이나 재즈 공연과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였다.

뒤편에 커다란 스크린도 설치되어 있고.

사실상 가수 콘서트라고 해도 될 만큼 다양한 무대 장치가 현장에 구비되어 있었다.

게다가 세트 분위기도 독특하다.

‘재즈 바 같네.’

꼭 바텐더가 고민 상담을 들어 줄 것 같은 분위기의 술집을 꾸며놓은 듯한 세트 분위기였다.

시각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쓴 분위기.

음향이 어떨지 한 번 확인해 봐야겠다고 생각을 하던 신무록 피디가 무대로 향했다.

마침 무대 위에 그가 찾는 사람이 있었다.

“우주 씨!”

“피디님! 잘 지내셨어요?”

반갑게 안부 인사를 주고받고는 옆에서 뚱카롱과 에스프레소를 홀짝이는 프랑스인과도 인사를 나눴다.

웃으며 받아 주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폴 로랑이다…….’

신무록 피디가 달달 떨리는 손으로 악수를 했다.

클래식에 조금 관심이 있다면 심장이 벌렁거릴 만한 사람인데 옆에 있는 우주는 동네 삼촌을 대하는 분위기다.

“폴과 지금 리허설 순서 진행 관련해서 논의하고 있었어요. 3부부터 진행하는 게 어떨까 싶은데 피디님 의견은 어떠세요?”

“3부부터 좋죠.”

공연 기획에도 관여를 했는지 여기저기 다니며 곳곳을 체크하고 다니고 있는 뉴블랙의 리더였다.

그리고 그가 가장 신경을 기울이는 것은 바로.

“조금 더 저쪽으로 옮겨 주세요. 음향이…….”

무대 위에 설치한 세트 때문에 음향이 조금 달라졌는지, 소품이나 무대 세트를 예민하게 옮긴다.

날카롭게 눈을 뜨고 주변을 살피는 우주를 바라보는 신무록 피디에게 폴 로랑이 웃어 보였다.

「저 친구, 아버지와 완전 똑 닮았어요.」

신무록 피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완전 닮았지.’

오늘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PBS의 자료실에서 30년 전 영상들을 쭉 훑어본 신무록이었다.

그곳에 나오던 선명주와 지금 무대를 누비는 선우주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꼼꼼하게 음향을 점검하던 우주가 그에게 다가왔다.

“촬영 준비는 끝나셨나요?”

“네.”

“그럼 리허설 시작하자고 이야기해 볼게요.”

오프라인에서는 2,500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지만, TV 등을 통해 수십, 수백만의 시청자를 동원하게 될 특집 프로.

공연 기획자도 별도로 있었지만 가장 주도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은 바로 선우주였다.

부친의 공연이라는 점도 있지만 이 자리에서 큰 공연에 대해 가장 전문가였기 때문이었다. 상암 경기장에서 무려 6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콘서트를 3일이나 치르기도 한 슈퍼스타.

그런 까닭에 모두가 군말 없이 수긍하고 있었다.

「자, 준비해 주세요!」

곡 수가 꽤 많은 까닭에 총 4부로 나눠진 선명주의 공연은 각 파트별로 연주자들이 달랐다.

3부 연주자로 나온 이들이 저마다 악기 조율을 마쳤다.

「그럼 리허설 시작하겠습니다.」

3부 큐시트를 뒤적인 신무록 피디가 카메라 감독들과 함께 섰다.

곧이어 시작되는 음악들.

“이야…….”

“저쪽에서 보내 준 음원으로 들었던 거랑은 또 다르네.”

“천재는 천재야. 그 양반.”

재즈 뮤지션들이 연주하는 선명주의 음악에 모두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미리 음원으로 들었던 신무록 피디도 마찬가지였다.

‘재즈가 이렇게 재미있는 장르였구나.’

카페에서 배경음악으로 듣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던 재즈와는 달랐다.

뭔가 색다르고 즐겁다.

자꾸만 듣다 보면 고개를 까딱이면서 같이 리듬을 타게 되고.

재즈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관객으로 와도 재미있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구성이었다.

-저는 피아니스트이기에 앞서 대중음악인입니다.

-음악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재미있어야 진짜 무대라 할 수 있습니다.

고인이 생전에 인터뷰에서 밝힌 철학이 느껴지는 무대들이었다.

끝내주는 음악.

재미있는 무대 구성.

VCR로 중간중간 나오는 원작자의 멘트 영상.

그리고.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며 리허설부터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연주자들까지.

“요 부분에선 저 연주자 표정 잡으면 되겠다.”

“트롬본이요?”

“엄청 즐거워 보이잖아. 보는 사람이 다 기분 좋네.”

꼭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것처럼 즐겁게 웃고 있는 뮤지션들의 표정을 바라보며 신무록 피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리허설인데도 벌써부터 느껴지는 분위기.

공기 중을 타고 ‘대박’이라는 단어가 여기저기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다.

‘시청률이 문제가 아냐.’

오늘 공연은 올해 최고의 화두 중 하나가 될 거라는 예감이 드는 스타 피디였다.

*   *   *

토요일 오후 시간대.

-선명주의 마지막 공연, PBS1에서 생중계한다

-[오늘 TV 소식] PBS1 선명주 마지막 콘서트 14:00

-‘His Last Vow’ 그의 마지막 비상이 시작된다!

온라인이 선명주의 공연 생중계에 대한 소식으로 시끌시끌한 가운데.

90년대의 국민 스타를 보기 위해 예술의 전당 앞은 사람들로 바글바글한 상황이었다.

[His Last Vow | 선명주의 마지막 콘서트]

2018-01-06 (토) 14:00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티켓을 바라본 이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평생 쓸 운을 여기다가 썼네.”

“이걸 로또에 썼어야 되는데…….”

말은 그래도 표정은 싱글벙글 웃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선명주의 콘서트에 당첨된 뒤로 주변에서 부러워하는 시선들을 일주일 넘게 즐겼으니까.

지금도 메신저로 끝나고 후기 좀 올리라며 채근하는 이들이 한가득이었다.

‘대박이야.’

게다가 관객석에 앉아 있을 선우주와 뉴블랙을 비롯해 유명 인사들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까지.

“연주자 중에서도 유명한 사람 진짜 많다고 하더라. 카밀라 베이커라는 사람 엄청 유명하대.”

“다 유명한 연주자라고 하던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주자들.

그 때문에 [오늘 공연 보러 가기 전에 알아 두면 좋은 것들]이라는 글들을 정독하고 온 네티즌들이었다.

‘너무 기대된다.’

가슴이 콩닥콩닥하는 상황 속에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앞에 줄이 길게 늘어지고 있었다.

얼마 안 가 시작된 공연장 입장.

“입장하시겠습니다!”

줄을 지어 입장하는 관객들의 심장이 콩닥거렸다.

과연 얼마나 대단한 것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까.

다큐에서 나왔던 선명주의 공연을 떠올리며 관객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설 때였다.

“음?”

콘서트홀에 입장한 관객들이 안에서 펼쳐지는 광경에 눈을 크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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