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96)화 (796/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96화

68장. 낚시는 인생이다

아빠의 공연이 끝나고 나는 일상으로 완벽하게 복귀했다.

그 첫 번째 일정은 바로 골드 디스크 어워즈.

전년도의 성적을 종합해서 음원과 음반 부문으로 나눠 시상해 주는 새해 첫 시상식이었다.

-축하드립니다! 음원 부문 대상, 세레니티의 Party Girl!

-음반 부문 대상… 뉴블랙! 축하드립니다!

원탑 걸그룹으로 꼽히는 세레니티가 음원 부문 대상을 가져가며 KMA에서 대상 무관의 설움을 풀고.

음반 부문에서는 전년도 최고 앨범 판매량을 달성한 우리의 정규 2집 가 가져갔다.

“우주 형의 눈빛이 날카롭네요. 아주 날카로워. 어떻습니까, 중 캐스터?”

“음원 부문 대상도 먹을 수 있었다, 이런 눈빛이 아닐까 싶습니다.”

“역시 그런 거군요. 아무래도 올해는 예년보다 더 독기 가득한 우주선이 돌아온다는 뜻일까요?”

“말씀드린 순간 옹졸한 눈빛이 저희에게 향했… 어, 지호야, 형 먼저 도망갈게.”

“형!”

그 밖에 비수기인 1월 가요계에는 특기할 만한 소식이 별로 없었다.

신인 걸그룹 럭키걸이 12월에 출시한 이 ‘새해에 들으면 좋은 노래’로 입소문이 타면서 역주행을 했다는 소식 정도.

얼마 전에 음방 1위도 했다는데 예전부터 뜰 거라고 생각했던 노래였다.

그 외에 음원 강자로 유명한 홍샛별이 얼마 전에 겨울을 주제로 한 앨범으로 컴백했고.

한태현 [아니 형ㅠㅠㅠㅠ]

1월에 컴백한 태현이가 눈물 좔좔 이모티콘을 매일 같이 보내는 중이었다.

그 이유는 바로…….

-선명주 앨범, 각종 차트 ‘줄세우기’.. 가요계 “아들이 가니 아버지가 왔네”

차트 1위부터 20위까지 주르륵 줄세우기를 하고 있는 아빠의 앨범 때문이었다.

재즈 음악이 차트 최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이상 현상.

1월 컴백을 준비하던 가수들이 발매를 연기하는 일들이 벌어질 만큼 ‘선명주 열풍’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가요계 관계자에 따르면 당분간 ‘선명주 열풍’이 지속되리라는 전망이다.”

기사를 읽는 리혁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관계자들은 ‘무려 50퍼센트 가까운 시청률을 달성했다는 점’, ‘국민 부자로 불리게 된 선명주-선우주 부자’, ‘대중들에게 호감도가 몹시 높은 뉴블랙’과 같은 요소들로 인해 선명주 열풍은 쉽사리 꺼지지 않으리라 전망하고 있다. …라고 하네요.”

“…일이 좀 많이 커졌네.”

“골드 디스크에서도 만나는 사람마다 그 이야기하긴 했잖아요.”

“그렇긴 했지.”

대기실이나 복도에서 마주치는 선후배들마다 ‘공연 잘 봤다’ 하길래 립서비스겠거니 했는데.

공연이 끝나고 일주일이 다 되어 가는 지금도 대한민국은 후끈후끈했다.

특히 대중문화 쪽에서 아빠의 공연이 남긴 영향력이 어마어마하다고 할까.

-故 김평화 소속사, ‘30년 만의 공연’ 개최한다.. “지금은 그리움의 시대”

-[가요계Focus] 세상 떠난 가수들, 다시 돌아오는 이유는?

-[평론가 칼럼] ‘선명주 현상’에 대한 고찰 없는 가요계 상술 멈춰야

20년 만에 돌아온 아빠의 공연이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둔 덕분인지 가요계와 예술계 곳곳에서 우후죽순으로 추모전을 개최하려는 분위기였다.

공연뿐만이 아니라 TV 쪽도 그랬다.

얼마 전에는 경연 프로그램에서는 주제곡으로 아빠의 음악들을 선정해도 되냐는 질문이 들어왔고.

지역 탐방을 하는 프로그램들은 재빠르게 군산을 선정하고, 세계사를 다루는 교육방송의 다큐멘터리에서는 재즈 음악을 주제로 선정했다.

그야말로 모든 곳에서 물 들어오는데 노를 젓고 있었다.

영화계 쪽에서는 유명 감독의 이름을 걸고 재즈를 주제로 하는 영화를 만든다나.

-오제문 감독 ‘발산동 블루스’ 제작 확정, ‘노년의 재즈와 사랑 이야기’

그리고 이런 대중문화의 영향과 함께 재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중이었다.

비인기종목 스포츠 선수가 올림픽에서 주목을 받으면 갑자기 학원 수강생이 늘어나며 ‘제2의 누구누구를 꿈꿔요’ 하는 기사가 나오는 것처럼, 전국의 재즈 학원이 수강생으로 붐비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포털을 열 때마다 재즈를 전공으로 하고 있는 대학생이나 입시생들에 대한 르포 기사들도 심심찮게 보이고.

-[전문가 30인에게 묻는다] ‘제2의 선명주는 왜 안 나올까?’

천재 한 명이 나올 때마다 자연스럽게 21세기 인재 육성으로 흘러가는 기사 방향들을 바라보며 그저 웃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예측하지 못한 게 있었으니, 바로 아빠가 남긴 한마디가 유행어가 됐다는 것이었다.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가 되었습니까?]

을 소개하면서 대중들에게 물었던 그 문구가 사회 이슈처럼 퍼져 나가 있었다.

다만, 대부분 그걸 자의적으로 쓰는 편이었다.

-지난 반세기 ‘역동적인 경제성장’..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가 되었습니까?”

-정치권 SNS에 봇물처럼 등장 중인 문구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가 되었습니까?’

-[달동네 취재기⑥] 대한민국은 과연 정의로운 나라가 되었나

정치권에서 공방을 벌일 때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가 됐습니까. 답변해 보십쇼’ 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경제면이나 사회면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게 보였다.

그 외에 커뮤니티 등지에서도 유머로서 쓰이기도 하는 중이었다.

[알루미늄 호일은 전자레인지 돌리면 안 되는 거임????]

(원래 내용물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변해 버린 사진.jpg)

ㅈ됐네

-이런 빡대가리도 멀쩡하게 살아 있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아버님..

-아버님 그런 나라가 되었습니다

-아버님 죄송합니다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가 되었습니까?

-선명주 님: ㅅㅂ

이런 식으로 쓰이는 글도 봤고.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가 되었습니까?]

(민트 초코 음식들 사진.jpg)

민초의 나라입니다.

반박시 맛알못

-아니다 이단아

-이러라고 있는 대한민국이 아니다 마귀들아

-(민초를 먹고 싶으면 치약을 먹으라는 한태현 짤.jpg)

-((((((민트 초코)))))) 지켜

-민초 싫어하는 애들은 탐관오리임??? 엌ㅋㅋㅋㅋㅋㅋㅋ

-윗댓 같은 애들이 민초 좋아하는 거임

정말이지 다양한 바리에이션으로 자기들끼리 재미있게 놀고 있는 네티즌들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비주가 물었다.

“재미있는 게 있어요?”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노는 게 진짜 재미있어 보여서. 이거 봐봐.”

“흐하하하!”

웃음 장벽이 낮은 우리 애답게 한참을 웃음을 터뜨렸다.

비주와 내가 깔깔 웃는 가운데, 옆에서 뾰로통한 목소리가 날아들어 왔다.

“조용히 좀 해 봐요. 그러니까 물고기가 안 오는 거 아니에요.”

“신기하구나.”

“뭐가요.”

“동족인데 피라루쿠를 못 알아보는 건가 해서.”

“……!”

대충 험한 말이 날아왔지만 귀를 막았다.

그러고는 눈앞을 바라보았다.

고요한 수면 위.

낚싯대의 줄이 길게 드리워져 있는 곳에서 게임 캐릭터가 서 있다.

작년에 내가 홍보를 해 줬던 피트니스 게임기 O2에서 새로 설치한 낚시 확장팩이었다.

“…….”

리혁이가 집중한 눈으로 TV 화면을 바라보았다.

승부욕 가득한 눈으로 게임기 컨트롤러를 쭉 뻗고 있던 리혁이가 얼마 안 가 외쳤다.

“왔다. 진동이 울렸어요.”

“오오오.”

릴을 감는 듯한 동작을 하며 팔을 번쩍 들어 올린 리혁이가 환희에 차려고 할 때.

얄미운 BGM이 쿵짝쿵짝 울려 퍼졌다.

[저런… 설레셨나요?]

[바닥을 긁었답니다!]

“아으으으으! 또!”

물고기를 낚은 것이 아니라 바닥을 긁은 거였다.

리혁이가 소파에서 벌러덩 드러누워 분노의 발길질을 하다가 소파에서 떨어질 때.

이번에는 지호가 나섰다.

“리혁이 형이 겜알못이라서 그래요. 이런 건 겜 잘 하는 사람이 해야…….”

뒤로 손을 뻗은 막내가 낚싯대를 휘둘렀다.

슈웅!

상큼한 BGM과 함께 낚싯대 자체가 날아갔다.

[실패!]

[힘 조절은 기본 아닌가요?]

소파에서 분노의 발길질들이 이어졌다.

비주가 말했다.

“게임을 되게 실사처럼 구현해 놨다고 듣긴 했는데, 진짜로 실사였네요.”

“응. 실제랑 똑같대.”

엄밀히 말하자면 컨트롤러로 낚시하는 동작을 점수로 채점하는 게임이다.

동작의 싱크로율이 높을수록 물고기가 잘 잡히는 식이다.

지호에게서 컨트롤러를 받아 낸 중현이가 낚싯대를 쭉 뻗으면서 다 같이 오오오 감탄했다.

곧이어 딸려 들어오는 큼지막한 90cm의 광어.

[월척이네요! 축하합니다!]

[업적 타이틀 ‘어라…? 나 낚시에 재능이 있을 수도?’ 획득합니다]

“흐음.”

중현이가 흐뭇한 미소를 짓고는 내게 컨트롤러를 넘겼다.

“비주야, 넌 안 해?”

“아뇨. 저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볼 것 같아서…….”

“그럴 수 있지.”

낚싯대와 비슷한 소품을 장착한 컨트롤러를 손에 쥐면서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물론 이런 사이버 낚시가 실제 낚시와 얼마나 연관성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모든 신체활동은 자세가 기본 아니던가.

스윽.

미튜브에서 보았던 온갖 베테랑들의 자세를 따라 했다.

“나온다. 30년차 노인과 바다!”

“갑자기 초췌하고 늙어지는 표정!”

동생들의 말을 무시하며 낚싯대를 릴리즈했다.

뒤로 손을 뻗었다가 앞으로 촤악 하면서 낚싯줄을 던지면서 퐁- 하며 찌가 빠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야말로 완벽한 동작.

아니나 다를까.

얼마 안 가 진동하면서 열심히 물고기를 끌어당겼다.

[축하드립니다!]

[업적 ‘죠스를 낚아버렸다’ 달성]

화면을 가득 메우는 백상아리의 모습에 리혁이가 중현이 뒤로 숨었다.

완벽한 동작을 해야만 나올 수 있다는 전설의 어종을 바라보며 졸개들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보았느냐.”

“보았습니다.”

우주선! 우주선! 하며 연호하는 졸개들에게 양손을 펼쳐 보이며 흐뭇하게 웃었다.

중현이와 나는 이번 낚시에서 전설을 쓰고 올 것이다.

*   *   *

드디어 결전의 날이었다.

“다녀와요!”

“올 때 땡모반! 땡모반 아이스박스에 포장해서 가져와요. 형들. 태국 망고랑 과일이랑… 그 나시고렝도 포장해서 올 수 있으면 오고.”

“나시고렝은 인도네시아 음식이잖아. 좀 제대로 알고 말해….”

제 할 말만 하는 동생들에게 흐뭇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걱정해 주다니 정말 고맙구나.”

“솔직히 걱정은 안 돼요.”

리혁이가 나와 중현이를 번갈아 가리켰다.

“솔직히 둘 중 한 명만 내다 놓으면 좀 불안한데, 둘이 세트 메뉴로 붙여 놓으면 뭔가 그런 게 있어요.”

“무인도에 가서도 살아남겠다는 느낌.”

중현이와 내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서로에게 없는 것들이 떠오른다.

“힘.”

“지능.”

“……!”

“……!”

서로를 마주 바라보며 눈을 크게 떴다.

“중현아!”

“형!”

상호 보완을 완벽하게 할 수 있는 조합에 우리 스스로 벅차올랐다.

지호가 말했다.

“근데 솔직히 형들이 이번에 예능 나가긴 하는데, 막 우리가 더 이상 엄청 더 히트 치고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니잖아요. 예능 부분에서 부족한 걸 보완하려고 나가는 거니까.”

“그렇지.”

“그러니까 둘 다 너무 무리하지 말고 푹 쉰다는 마음으로 하고 와요.”

스물하나가 되어서 그런지 이제 남도 잘 챙기는 막내를 바라보며 기특하게 웃었다.

짧게 작별 인사를 하고는 말했다.

“참, 그리고 우리 태국 가 있는 동안 한국에서 있는 일도 잘 부탁하고.”

“걱정 마세요. 형.”

“그래. 믿고 간다.”

우리가 태국에 가 있는 동안 한국에 남아 있을 3인조도 따로 특별하게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말로는 걱정 안 한다면서도 내심 걱정이 되는지 엘리베이터 복도까지 걸어 나온 리혁이가.

“에취! 아우, 추워.”

바로 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렸다.

기념품 안 사다 줘야지.

중현이와 함께 피식 웃고는 캐리어를 끌고 대기하고 있던 차량으로 내려갔다.

“좋은 하루입니다. 우주 씨!”

“안녕하세요.”

오늘 공항까지 운전을 맡은 종완 씨와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고는 안전벨트를 맸다.

거울을 보며 머리를 쓸어 넘기곤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안녕하세요. 여보 낚시 시청자 여러분.”

“저는 중현.”

“저는 우주입니다!”

차량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를 바라보니 정말 예능 촬영이라는 게 실감이 난다.

“이게 얼마 만의 예능이지?”

“작년에 H본부 예능 나가고 나서 거의 처음인 거 같아요.”

“까마득하네. 그게 벌써 1년 전이니까.”

중현이와 같이 카메라를 향해 하트를 합쳐 보이기도 하고.

노래도 부르면서 목적지인 김포공항 비즈니스 항공 센터로 향했다.

거의 다 와 가자, 매니저가 말했다.

“오프닝 촬영 준비가 끝났다고 제작진 측으로부터 연락이 들어왔어요. 내리시자마자 마이크 착용하시고 촬영 들어가시면 됩니다.”

“넵.”

종완 씨가 말해 준 대로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카메라가 기다리고 있긴 했다.

다만 예상한 것과는 달랐다.

빰빠바바밤 빰빠바바밤!

콩그레츌레이션 하는 익숙한 음악이 울려 퍼지면서 제작진이 환호성을 외치고 있었다.

“와아아아아아!”

“기쁘다! 구세주 오셨네!”

“어어….”

얼떨떨한 얼굴로 서 있으니 작가 분이 도도도 달려와 꽃목걸이를 목에 걸어 주었다.

우리가 걸을 때마다 꽃을 뿌려 주는 제작진.

그리고 펄럭이는 현수막.

[여보 낚시가 우주 씨와 중현 씨를 환영합니다!]

전세기를 제공해 줬다며 격하게 환영해 주시는 모습에 중현이와 내가 웃음을 터뜨렸다.

고정 멤버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자 피디님이 외쳤다.

“여러분! 저희 여보 낚시에 드디어 뉴블랙이 찾아왔습니다!”

“와아아아아!”

박수를 쳐 주는 고정 멤버들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반겼다.

남자 셋에 여자 하나.

“아이고, 우리 블랙이들. 아주 오랜만에 보네.”

첫 번째로 포옹을 하며 인사를 나눈 것은 바로 머리에 백발이 성성한 중년의 트로트 가수였다.

“오랜만에 봬요. 백상교 선생님. 잘 지내셨어요?”

“진짜 오랜만이구마이. 내가 너희들 나온다는 소식 때문에 며칠이고 잠을 설쳤어.”

15년도 스페셜 앨범에서 피처링을 맡아 주셨던 분이다.

일본에서 ‘이혼 당합니다! 반드시!’ 라는 명언을 남긴 마에다 신을 소개해 준 분이기도 하고.

따뜻한 인상의 백상교 선생님을 지나자 또 다른 중년 예능인이 우리를 반겼다.

호리호리하고 얄쌍한 몸에 예민한 인상.

“강만호예요. 우리 블랙 씨들 만나서 반가워요.”

“네, 안녕하세요.”

꽤 오래 방송을 쉬시다 이번에 <여보 낚시>로 방송 복귀를 하신 분이다.

틴스피릿이 막 데뷔했을 때가 마지막 활동이셨던 걸로 알고 있었다.

까칠하고 독설을 날리는 캐릭터가 컨셉인데 오늘따라 굉장히 친절한 표정이다.

백상교 선생님이 비죽 웃었다.

“야. 만호야, 너 오늘따라 얌전하다?”

“그럴 만도 하지. 여기서 잘못 보였다가 백만 안티 생기면 저 오빠 또 방송 관둬야 돼.”

“배우랑 아이돌만 나오면 친절해져.”

여기저기서 추임새를 넣는 이들에게 강만호가 짜증을 내며 뭐라고 하는 동안, 방금 전 얄밉게 추임새를 넣은 이와 마주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아이 참. 내가 선생님이라고 불릴 연배는 아닌데…. 그나저나 너무 잘생겼다. 우리 자기들.”

“하핫.”

“눈이 정화가 된다. 정화가 돼.”

부드럽게 웨이브진 머리에 등산복을 입고 있는 중년 배우.

원조 미녀 배우로 유명한, 현재는 아침 드라마나 주말 드라마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는 중견 배우 오현숙 선생님이었다.

그리고.

“뉴블래애애액!”

“선배님!”

“하, 이게 무슨 일이야. 정말. 내가 뉴블랙 나온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피디님한테 가서 이게 진짜냐고…….”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 내는 훈남 배우.

과거 <미스터 프로듀서>에서 우리가 에이텐으로 데뷔시켰던 멤버이자, 짭플레를 자처하는 추기석 씨였다.

“그리고 전 더 이상 짭플레가 아닙니다.”

“오!”

“소식을 업데이트해 줘야 할 것 같아서요. 짭플레였던 과거는 가라! 저도 이제 수플레 정회원입니다.”

“오오오오오!”

중현이와 내가 열심히 박수를 치면서 반겨 주었다.

예능인 중에서 진짜 수플레는 처음 본다.

추기석 씨가 핸드폰으로 인증을 해 보이고는 카메라를 향해 외쳤다.

“남 이야기가 아니에요. 지금 이걸 보고 있는 여러분들도 당장 뉴블랙 팬클럽에 가입을 하셔야 합니다. 이게 있어야 팬클럽 선예매를 해서 티켓팅을 할 수 있어요…!”

“뉴블랙 얘기만 나오면 애가 주둥이에 모터가 달린다니까. 형님.”

“뭐 귀엽잖어.”

열심히 수플레 영업을 해 주는 분에게 우리와 고정 멤버들이 박수를 치며 웃었다.

트로트 가수와 예능인, 배우, 배우 겸 예능인.

얼핏 보면 그림체가 안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네 사람의 공통점은 바로 낚시를 어마어마하게 좋아한다는 점이었다.

오현숙 쌤이 눈을 초롱초롱 뜨고 물었다.

“그래서 여긴 왜 나왔어? 낚시 좋아해? 낚시 할 줄 알아?”

“열심히 배우고 왔습니다!”

본부장님과 대표님한테 속성 강의도 듣고, 미튜브로 동영상도 엄청 봤다.

“직접 해 본 적은 없고?”

“네…. 그래서 걱정이에요. 저희가 짐이 되지는 않을지.”

그러자마자 나머지 사람들이 펄쩍 뛰었다.

“짐이라니.”

“전세기 빌려 주는 사람은 이미 할 일 다 한 거야.”

“어유. 무슨 그런 무서우신 말씀을…….”

우리 없었으면 해외 로케이션도 못 간다며 펄쩍 뛰는 이들에게 미소를 지었다.

백상교 선생님이 백발을 쓸어 넘기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런데 우주는 이렇게 처음 배웠다 그래도 왠지 기대가 돼. 얘가 못하는 게 없거든.”

“저 오빠 은근슬쩍 어깨에 손 올리면서 친한 척하는 거 봐.”

“어허! 친하다니까! 그치?”

백상교 선생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때.

추기석 씨가 중현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중현 씨는요?”

“어, 저는…….”

중현이가 뒤통수를 긁적였다.

“원래 하고 싶은 멘트가 있었는데 인터넷에서 그러더라고요. 제가 할 멘트를 예상한다고.”

“아, 그거 봤는데.”

“네, 그거랑 너무 똑같아서 좀 그런데… 저 진짜 어부가 장래희망에서 3지망이었거든요.”

1지망과 2지망이 농부와 농사꾼이었다는 말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 백상교 선생님이 뭔가 떠올랐다는 듯 물었다.

“그러고 보니 중현이가 괴산 출신이지?”

“네.”

“이야. 잘 됐다. 여기 만호가 괴산 출신이거든.”

“정말요?”

동향 사람을 만나 기쁜 듯한 얼굴로 바라보자 강만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중현이네 아버지랑도 같은 학교 나왔어요. 동창.”

“아, 정말로?”

그것까진 몰랐는지 다들 신기해했다.

중현이네 아버님이 어땠냐고 물어보는 이들의 물음에 강만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추기석 씨가 물었다.

“중현이네 아버님한테 맞으셨어요?”

“야이! 너!”

“아니, 갑자기 무서워하시니까 그렇죠.”

“그…….”

강만호 씨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오해가 있을 수 있는데 엄청 착한 친구였어요. 다만… 그, 어느 날 보니까.”

“네.”

“학교 뒷산에 쳐들어온 멧돼지를 잡더라고. 맨손으로…….”

“…….”

“…….”

다들 박혁거세를 바라보듯 경외 가득한 얼굴로 그 후손인 중현이를 바라보는데.

난 왜 이렇게 놀랍지가 않지.

백상교 선생님이 이준희 피디를 향해 물었다.

“이 피디.”

“예.”

“이번 해외 로케이션 목표가 대어를 낚는 거라고 했지?”

“아, 예.”

중현이와 내 어깨에 한쪽씩 손을 올린 백상교 선생님이 핫핫핫 웃었다.

“힘, 기술. 뭐 부족한 거 하나 없네. 게임 끝난 거 같다.”

“핫핫핫!”

벌써부터 목표를 달성한 것처럼 낚시광들과 함께 우리가 다 같이 핫핫 웃음을 터뜨렸다.

*   *   *

『여보, 낚시 좀 다녀올게 - 뉴블랙 특집편』

중현과 우주의 어깨에 손을 올린 백상교의 얼굴.

-이 피디. 게임 끝난 거 같다.

-핫핫핫!

-아하하하!

3류 악당처럼 호탕하게 웃는 사람들.

하지만 필름이 촤르륵 흘러가는 소리와 함께 화면이 영화관 비율로 변하며 슬픈 BGM이 흘러나왔다.

-어흐흐흐흑!

-어흑!

-아아아아아!

배에 기댄 채 대성통곡하고 있는 뉴블랙 멤버들과 낚시 멤버들의 얼굴이 흘러나온다.

그와 함께 깔리는 굵직한 자막.

[게임은 지금부터 시작된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