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97화
낚시인들에게는 무수한 로망이 있다.
대물을 낚는 것, 자신만의 낚시터를 만드는 것, 갓 낚은 물고기를 바로 회를 떠서 먹는 것 등등.
그런 로망 중에서는 바로 해외 낚시도 있었다.
온갖 이국적인 배경 속에서 낚시를 하며, 한국에서 보기 드문 어종을 낚는 것.
“푸켓은 말이야.”
트로트 가수 백상교가 크으 하며 말했다.
“그야말로 물 반, 물고기 반이다 이 말이야. 만호야. 너 태국 가서 낚시 해 본 적 있냐?”
“와이프랑 파타야 가서 해 봤어요.”
“파타야?”
그가 코웃음을 쳤다.
“말도 마라. 파타야 가서 3시간에 한 번 볼까 말까 하는 애들이 푸켓에선 그야말로 쏟아진다니까!”
“저 형님 허풍 봐.”
“내비둬요. 저 오빠, 자기 가 본 데 이야기 나오니까 엄청 설렜잖아.”
다른 멤버들의 말에 트로트 가수가 발끈했다.
“진짜라니까!”
돋보기안경을 이마에 올린 채 핸드폰을 뒤적인 백상교가 다른 멤버들에게 자신이 낚은 어종을 사진으로 보여 주었다.
처음에는 비웃던 이들이 ‘어?’ 하고 사진을 보고 놀랐다.
“진짜 크네?”
“이런 게 진짜로 막 나와요?”
“말도 마. 장난 아니라니까.”
곧이어 낚시꾼들의 머릿속에 상상이 그려졌다.
한국에서 보기 힘든 대물을 품에 끌어안은 채 껄껄껄 웃고 있는 자신들의 모습.
“이게 해외 출조구나.”
“너무 설레는데?”
한국에 있는 거의 모든 스팟을 섭렵한 이들에게 태국은 새로운 기회의 땅이었다.
두근두근.
그런 설렘 덕분인지 그들의 시선이 옆에서 나란히 캐리어를 밀고 있는 두 미남에게 향했다.
“우리 블랙이들!”
“네?”
“아이구! 우리 복덩이들! 흐하하!”
갑자기 자신들을 둘러싸고 좋아하는 선배들에게 뉴블랙의 두 멤버가 얼떨떨해하다가 좋아한다.
낚시광들의 눈에 호감이 깃들었다.
‘복덩이다. 복덩이.’
이런 해외 출조를 가능하게 한 이들이 바로 뉴블랙이었다.
<여보, 낚시 좀 다녀올게>가 어떤 프로그램이던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채널 IBC에서 최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던 예능 프로그램이다.
중년 세대로부터 컬트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바둑이나 골프가 그러하듯 매니아들 위주로 즐겨 보는 프로그램.
출연료도 빠듯하게 지급할 만큼 예산이 부족한 프로그램이었다.
그럼에도 출연진 라인업이 빠방한 것은 바로 출연진 모두가 낚시에 애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돈 주고 낚시를 시켜 준다고?
-낚시를 하고 나면 돈을 줘요? 사기 아니지?
덕업일치.
돈 안 받고도 낚시를 하는 이들에게 돈도 벌고 낚시도 할 수 있는 기획은 그야말로 땡큐였으니까.
하지만 항상 마음 한편에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프로그램에 돈만 더 있었더라면…….’
IBC 예능국에서 예산 편성을 할 때마다 가장 뒷줄로 밀리는 프로그램이 바로 그들의 프로였다.
트로트 가수 백상교가 예능국장과의 회식 자리에서 술을 따라 주며 유혹의 춤을 춰도 요지부동이었다.
-선생님도 아시겠지마는… 이 바닥이 시청률에 좌우되는 거 잘 아시지 않습니까. 뭔가 가시적인 성과가 보여야 저도 좀…….
틀린 말이 아니니 할 말이 없었다.
어쨌건, 만성적으로 부족한 예산!
그 때문에 제주도만 가도 ‘이 정도면 거의 해외 출조지~’ 하면서 기뻐했던 제작진과 출연진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뉴블랙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우리도 해외 간다!’
꿈에만 그리던 해외 출조가 마침내 가능해진 것이다.
그리고, 항상 열악한 환경에서 낚시하던 그들에게 처음으로 좋은 여건의 낚시 환경이 찾아왔다.
-항공비가 절약이 되는 게 크더라고요.
스탭 전원과 출연진 전원의 항공비가 절약되기 때문에 넉넉한 환경에서 낚시가 가능했다.
그리고 그 항공비가 절약되는 이유는 바로.
“저게 바로 저희 전세기예요.”
“오오오오!”
통로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전세기에 제작진이 카메라를 들이밀고, 출연진이 허어 하며 숨을 삼켰다.
범고래처럼 검은색으로 윗부분이 우아하게 도색이 되어 있다.
[뉴블랙 The New Black]
한글과 영어로 쓰여 있는 글씨를 바라보면서 그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전세기.’
어마어마한 스타들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 보이면서 그들이 눈앞에 있는 두 미남을 새삼스럽게 바라보았다.
국민 아이돌이란 친근한 별명 때문에 잊고 있었지만, 현재 세계적으로도 핫한 스타라는 사실이 떠오른다.
“와아.”
중견배우 오현숙이 입가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자기들 어마어마하구나.”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에요.”
우주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워낙 스탭 분들과 단체로 해외에 갈 일이 많아서요. 그런 일정이 너무 잦다 보니까 전세기를 필요로 하게 됐어요.”
과시용 목적이 아니라 실용적인 이유 때문에 사용한다는 뉴블랙 리더의 차분한 설명이 이어진다.
‘돈지랄’이나 ‘일반인이 느끼는 괴리감’ 같은 안티들의 비난을 미리 방지하려는 목적을 눈치챈 출연진이 재빠르게 동조했다.
“당연히 필요하지. 해외에 그렇게 자주 다니는데.”
“빌보드 갈 때 이거 타고 미국에 가는 거구나?”
“네. 맞아요.”
그런 식으로 전세기에 대한 토크를 하면서 그들이 뉴블랙 멤버들의 뒤를 따라갔다.
두근두근.
짭플레에서 수플레로 진화한 추기석이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여러분! 드디어 저희 IBC 여보 낚시에서 뉴블랙 전세기가 최초로 공개됩니다. 과연 그 안은 어떨까요? 제가 한 번 전세기를 방문한 1호 수플레가 되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윽고 들어선 전세기 기내.
“우와아아아!”
커다란 항공기를 전용기로 개조해서 그런지 퍼스트 클래스에서 볼 법한 풍경이 펼쳐졌다.
거실처럼 널찍한 실내.
빙글 돌아가는 부드러운 가죽 의자.
미니 영화관 같은 커다란 스크린에 표시된 현재 위치와 날씨.
“뒤에 보실래요? 침대도 있는데.”
“침대도 있어?”
누워서 잘 수 있는 침대를 비롯한 편의시설들이 보이면서 입을 떡하니 벌리는 출연진과 제작진이었다.
항상 까칠하고 피곤한 얼굴로 있던 예능인 강만호가 멍하니 시선을 돌렸다.
“우주야, 중현아.”
“네?”
“절 받을래?”
“흐하하!”
손사래를 치면서 웃음을 터뜨리는 두 멤버의 모습에 나머지 사람들이 감탄했다.
“진짜 대박이다.”
“와, 해외 가는 것도 행복한데 전세기 타고 가.”
“여기 술도 마실 수 있어요?”
“술은 집에 가서 마셔라. 현숙아.”
한참 동안 전세기 내부를 서성이던 이들이 저마다 자리를 찾아 앉았다.
푹신한 감촉.
30대이자 막내인 추기석을 제외하면 평균연령 50대인 출연진이 흐어어 하며 미소를 지었다.
“극락이구나. 극락이야.”
“근데 이제 어떻게 되는 거예요? 바로 출발하는 거야?”
오현숙의 물음에 중현이 답했다.
“기장님 안내 말씀이 나오실 텐데 그 전에 안전 관련한 방송이 먼저 있거든요.”
“아. 구명조끼 후후 불고 그런 거?”
“네.”
사람들의 시선이 스크린으로 향했다.
‘근데 저건 뭐지.’
스크린 위편에 꼭 교회에 있는 십자가 예수님처럼 닭 인형이 매달려 있었다.
이준희 피디가 물었다.
“……저건 뭔가요?”
“아. 브루스예요.”
우주가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
행운의 상징과 같은 인형이라는데, 이륙 메이트 어쩌고 하는 말을 들으려고 할 때였다.
파아앗-
승객을 위한 기내 안전 방송이 떴다.
그 순간,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흐하하하!”
승무원처럼 차려입은 얄쌍한 체격의 인물이 걸어왔기 때문이었다.
이 자리에는 없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인물.
[손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배꼽인사를 하는 서리혁이었다.
하얀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있는 리혁이 새침한 얼굴로 멘트를 이어 갔다.
[지금부터 이 비행기의 비상용 장비와 비상탈출 장비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리혁의 멘트에 맞춰 영어 자막이 밑에 깔린다.
[수화물은 별도로 보관해 주세요.]
그런 말을 하며 손짓하는 리혁의 뒤편에서 지호가 수화물에 맞아서 ‘컥!’ 하며 엎어진다.
[좌석 벨트 착용 요령은…….]
리혁이 손짓을 하는 동안 벨트를 쑤욱 잡아당겨서 고장을 내 버린 중현의 모습이 흘러나온다.
리혁이 고개를 돌리자, 다급하게 벨트를 배에 얹은 채 엄지를 들어 보이는 중현.
제작진이 촬영을 하고 출연진이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리혁의 안전 수칙 영상이 이어졌다.
[전자기기는 사용을 자제해 주십시오.]
뒤에서 뉴블랙 멤버들이 핸드폰을 하다가 리혁이 고개를 획 돌리자 핸드폰을 내린다.
‘삐익’하고 X자가 뜬다.
그런 식으로 시작된 안내 방송이 줄줄이 이어질 때였다.
“음. 여기까지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응?”
우주가 리모컨을 들어서 안내 영상을 정지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거든요.”
“뒤에 뭐가 더 있어요?”
“리혁이가 기내 안전이나 발생할 수 있는 사건 사고에 대해서 조언을 해 주는 내용이 이어지거든요.”
마저 보면 되지, 라고 말을 하려던 이들에게 중현이 말했다.
“3시간짜리예요.”
“아하.”
3시간 동안 ‘이거 조심하고 저거 조심하세요’ 주저리 설명했다는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리혁이니까.’
방송에 출연한 것도 아닌데 존재감 넘치는 뉴블랙 메인 보컬의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는 동안 기장의 안내방송이 이어졌다.
[안녕하십니까. 기장입니다. 우주 씨, 중현 씨, 그리고 <여보, 낚시 좀 다녀올게>의 출연진 및 제작진 여러분. 뉴블랙 전세기에 탑승하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이름이 호명된 제작진과 출연진이 와아 하며 자기들끼리 마주 보고, 뉴블랙 멤버들이 쑥스럽게 웃을 때.
[여러분을 안전하게 푸켓까지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서서히 이륙을 준비하는 비행기.
그들의 목적지는 바로 태국 남쪽의 관광지 푸켓이었다.
* * *
『여보, 낚시 좀 다녀올게 - 뉴블랙 특집편』
트렌디한 뉴블랙의 ‘METRO’가 배경음악으로 깔리고, 태국 관광청이 제공한 홍보 영상이 주르륵 흘러나온다.
[푸켓]
태국 남부 지방의 주.
태국 최대의 섬이자 관광지.
그런 자막이 깔린 가운데 푸켓의 아름다운 모습들이 흘러나온다.
열대 바다 휴양지 하면 떠오르는 모습들.
알록달록한 색으로 칠해진 건물들.
거대한 불상.
옥색 빛의 바다와 아름다운 해변 리조트들이 나오면서 풀 샷으로 푸켓의 바다가 잡힌다.
[과연 이곳에선 어떤 물고기가 기다리고 있을까?]
그런 자막과 함께 푸켓 공항에 입국하는 이들로 화면이 전환됐다.
* * *
“중현아.”
“네.”
“푸켓 인구가 한 40만 명 정도 된다고 하지 않았니?”
“어… 잠시만요. 네. 맞아요.”
여행 책자를 뒤적인 중현이의 말에 내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한 곳을 가리켰다.
“그럼 저건 뭘까?”
“그러게요.”
우리 둘뿐만 아니라 다른 출연진들도 멍한 눈으로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바라보았다.
푸켓 공항을 메우고 있는 인파.
예능인 강만호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보통 이러니?”
“네, 보통 이런 편이긴 한데… 대도시 공항들에서만 그렇거든요. 이런 경우는 저희도…….”
해외 공항 어딜 가든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긴 했다.
하지만 그건 대부분 인구 수백만이나 되는 대도시들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었는데.
인구 40만 정도 되는 도시의 공항에서 이 정도 인파는 처음 본다.
“저거 봐라. 경비들도 찍고 있네.”
백상교 선생님의 손짓을 따라 바라보니 공항 경비원들도 핸드폰을 꺼내 나와 중현이를 찍고 있다.
아니.
그런데 진짜 어디서 이런 인파가…….
“지금 알아보고 왔어.”
민기 형이 다가와서 상황을 설명해 줬다.
“너 드라마 때문이래. 우주야.”
“드라마요?”
드라마라는 키워드에 한참 동안 고민했지만 떠오르는 게 없을 때.
민기 형이 말했다.
“기억 안 나? 우가외?”
“<우리 가족은 외계인>이요?”
“까먹었어?”
“아뇨. 그럴 리가요.”
내가 요원 김우주로 출연했던 시트콤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방영 내내 화제성도 높았고 마지막 회에서 어마어마한 시청률을 기록했던 드라마를 잊을 리가.
하지만 내가 의아해하는 점은 바로 방영 시기였다.
“우가외는 재작년이었잖아요?”
“그게 태국에서는 작년에 정식으로 방영을 했대.”
“아…….”
판권을 사 간 태국 방송국에서 작년 하반기에 방영을 했다는데 그게 어마어마하게 대박을 터뜨렸다는 모양이다.
어쩐지 플래카드 중에서 [김우주 환영해요] 같은 문구가 잔뜩 보였다.
거기에 우리의 그룹으로서 유명세까지 더해지면서 팬들과 구경꾼들이 여기저기 섞인 모양이다.
“태국 방송국에서도 취재를 나온 것 같더라고. 왜 오는지 굉장히 궁금해 한다고.”
그 말에 오현숙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어떡하니, 너희 가서 <여보 낚시> 찍으러 왔다고 해야 되는데.”
“졸지에 국제적으로 유명한 프로그램 되게 생겼어. 우리. 영어로 하면 이거 뭐냐. 허니, 아이 원투 고 피싱?”
“킬 미 어떨까요. 선생님.”
“너는 나한테 한 대 좀 맞자.”
예능 멤버들이 너스레를 떨고 있는 동안 중현이랑 나는 멀찍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형.”
“그래. 중현아.”
“계획을 말해 주세요. 저는 형의 충실한 도비예요.”
“계획은…….”
머릿속으로 플랜을 쭉 그렸다.
본래 목적은 낚시 예능에서 어마어마한 임팩트를 남기는 거였는데.
자체적으로 서브 퀘스트가 하나 더 생기는 느낌이다.
드라마의 성공적인 종영으로 인한 인기.
뉴블랙의 기존 인기.
하지만 지금까지 태국에서는 별도로 활동을 한 적은 없다. 큰 규모로 콘서트 정도만 열었을 뿐.
당연하게도 태국 대중들이 우리에게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유명한 스타’, ‘김우주’ 같은 피상적인 이미지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태국에서 며칠간 체류하면서 이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
“피디님.”
이렇게 스케일이 큰 일은 처음인지 멍 때리고 있던 이준희 피디님이 내게 시선을 돌렸다.
“네. 우주 씨.”
“오늘은 현지 답사 위주로 하신다고 했죠?”
“네, 아무래도 첫날부터 낚시를 바로 하는 건 무리니까. 현지 음식점도 돌고, 출조 나갈 배도 살펴보고 그럴 계획이에요.”
대중들과 밀접하게 스킨십을 할 기회도 많다.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기획들이 야심차게 떠오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일단.
“중현아.”
“네.”
“우선 옷부터 갈아입자.”
* * *
그날 저녁.
태국의 대중들은 TV와 인터넷에서 나오는 소식에 눈을 치켜떴다.
‘오?’
슈퍼스타 뉴블랙이 태국 푸켓에 방문했다는 소식이었다.
TV 프로그램 촬영차 왔다는데.
‘어마어마하게 유명한 프로그램인가 보네.’
낚시를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낚시가 그만큼 히트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어쨌든 뉴블랙의 방문 소식은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화제였다.
“이거 봤어? 뉴블랙이 왔대.”
“방콕? 방콕이야? 아… 푸켓.”
“뉴블랙이라면 그 인기 있는 가수들 맞지?”
열광적으로 반응하는 사람들과 심드렁하게 그게 뭐 나랑 무슨 상관이냐 하는 사람들이 뒤섞인 가운데.
태국인들이 있는 SNS와 미튜브 등지에서는 쉴 새 없이 영상과 후기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중 첫 번째는 바로 공항 입국 영상이었다.
‘우와.’
낙화 앨범을 상징하는 듯한 디자인의 연보라색 티셔츠를 세트로 차려입은 2인조 미남.
세계 최고로 잘생긴 듯한 미남이 인터뷰하는 언론을 대상으로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태국에 오게 되어서 너무 기뻐요.]
야심 가득한 멘트.
아주 간단한 문장은 태국어로까지 구사하는 뉴블랙의 리더였다.
[일부러 옷도 보라색으로 차려입었거든요.]
[보라색이요?]
[네, 태국에서는 요일별로 행운의 색깔이 있다고 해서요. 토요일은 보라색 맞지 않나요?]
태국인들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어머.’
태국에 대해 만반의 조사를 하고 온 듯한 아이돌에게 호감이 갔다.
태국의 수플레들이 낙화 티셔츠를 바라보며 구매욕을 빛내고 있을 때.
푸켓 답사를 나선다는 뉴블랙이 예능 멤버들과 함께 푸켓을 누비기 시작했다.
-[속보] 뉴블랙 중현, “좋아하는 태국 영화는 옹박과 셔터.. 태국 영화의 잠재력 어마어마해”
-뉴블랙 우주, “똠얌꿍은 인류가 문화유산으로 남겨야 할 맛”
-우주 “너무나 아름다운 날씨, 가능하다면 태국에서 살아보고 싶어”
우후죽순으로 올라오는 기사들.
과일주스를 파는 노점상과 포옹하며 사진을 찍어 주거나, 김우주의 명대사를 읊어 주며 팬 서비스를 하는 우주.
어린아이를 목마 태우고 사진을 찍어 주거나, 맨손으로 수박을 땡모반으로 만드는 중현.
다양한 팬 서비스가 이어지면서 태국인들의 입가에 웃음이 감돌았다.
‘좋네.’
하지만 그것이 시작이었다.
-뉴블랙 우주, ‘태국 음식 위대해.. 괜히 세계 3대 요리가 아냐’
-중현, “태국의 불교 문화 위대해… 한국에서 볼 수 없는 불상들이 많아서 신기하고 좋다”
-우주-중현 SNS 업로드 ‘태국의 택시 색깔이 아름답다’ 택시 매력 예찬!
-우주, “K팝에 태국 선후배들 많아.. 음악적인 매력이 대단한 분들이다”
-우주, ‘열심히 태국어 배우는 중이다.. 나의 태국 닉네임은 태양을 의미하는 싼(ซัน).’
바다 건너 한국인들이 ‘어라? 저 익숙한 장면들은 뭐지…?’ 하며 기시감을 느끼고 있을 때.
처음에는 하핫 웃으며 팬 서비스에 좋아하던 태국인들이 침을 꿀꺽 삼키며 TV와 인터넷을 바라보았다.
‘이거 좀…….’
좋긴 한데.
‘많이 부담스럽다.’
‘그, 그만…….’
‘아니, 그래서 우리가 뭘 해 줘야 하는 건데.’
영화 개봉을 앞둔 것처럼 홍보를 하는 뉴블랙의 모습에 슬슬 부담감을 느끼기 시작한 태국 사람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