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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98)화 (798/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98화

<여보 낚시>의 첫날 촬영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푸켓 야시장을 돌면서 음식도 사 먹고,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함께 사진도 촬영하고.

“그래서 어떤가요?”

우리 매니저들에게 물었다.

“태국인들의 마음을 훔치려는 저의 계획은 성공한 건가요?”

“우주야.”

“네.”

“부담스럽대.”

“…….”

민기 형이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온라인 반응을 취합해 봤는데 좀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더라고… 예전에 존 에드워즈 감독이 내한했을 때 한국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했던 것처럼 말이야.”

“아…….”

그제야 기억이 난다.

<노스탤지어>의 국내 홍보 때, 존 에드워즈 감독님이 국뽕 마케팅을 하면서 한국 사람들을 부담스럽게 했던 기억.

시무룩해하는 중현이와 내 모습에 민기 형이 재빨리 수습했다.

“그래도 대부분 엄청 좋아하더라.”

“그죠?”

“좋은 쪽으로 호감도가 많이 올라간 거 같아. 사실, 부담스러워하는 것도 인터넷상의 밈 같은 것에 가까워서.”

“정말인가요?”

“응.”

그걸 증명하듯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반응들을 정리해서 들려주는데, 어제 홍보가 효과가 꽤 좋았던 모양이다.

“크으. 좋았다.”

“성공적이었네요. 형.”

중현이와 허공 하이파이브를 하며 흐뭇하게 웃었다.

“이제 기쁜 마음으로 출조를 나갈 수 있겠어요.”

“준비하고 가자.”

거울을 바라보며 선크림을 꼼꼼히 발랐다.

얼굴에 허옇게 보일 정도로 짙게 바르고, 티셔츠 사이로 빠져나온 팔에는 토시를 착용했다.

어제 예능 멤버들로부터 들은 말에 따르면 낚시하러 바다에 나가면 햇볕이 어마어마하게 세서 그렇게 한다고 한다. 군대 때 행보관님이 여름만 되면 팔토시를 착용했듯이.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는 중현이랑 같이 선글라스를 착용했다.

“…….”

“…….”

서로를 바라보며 흠칫했다.

“형.”

“응?”

“그거 체육 선생님 선글라스 같아요.”

“…….”

내가 선글라스를 벗으며 말했다.

“중현아.”

“네.”

“너 그거 같아. 저팔계.”

“…….”

서로 탄식하며 선글라스를 벗었다.

웃음을 터뜨리는 매니저들을 뒤로하고는 중현이와 어깨동무를 했다.

호텔 방을 나서자마자 준비된 차량을 타고는 배가 기다리고 있다는 항구로 향했다.

“여이!”

먼저 도착해 있던 멤버들이 먼저 인사를 해 왔다.

새벽하늘에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고 있던 강만호가 하품을 참으며 우리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침은 좀 먹었니?”

“아뇨. 멀미할까 봐 안 먹었어요.”

“배를 한 번도 안 타봤다고 했지?”

“네.”

“그럼 빈속이 차라리 낫지.”

프로 낚시꾼들처럼 차려입은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수더분하게 잡담을 떠는 가운데 카메라가 돌아갔다. 다 같이 미리 주고받은 멘트를 하면서 오프닝에 임했다.

이준희 피디님이 확성기를 들었다.

“네! 푸켓에서 대망의 낚시 첫날입니다!”

“와아아아아!”

“다들 기분이 어떠신가요?”

백상교 선생님이 손을 저었다.

“기분이고 뭐고 얼른 진행 좀 해. 이 피디. 한시가 급하단 말이야. 지금 안 가면 물때 놓친다.”

“맞아요. 얼른 가서 물고기 낚아야지!”

오현숙까지 나서서 피디님을 구박하며 분량을 뽑은 후.

이준희 피디님이 못 이긴다는 투로 카메라 뒤에 서 있던 현지 스탭들을 불렀다.

“네, 앞으로 며칠간 저희 낚시를 도와줄 분들입니다. 우선 오늘 배를 이끌어 줄 선장님이십니다.”

“오오오오!”

퉁퉁한 체구의 중년 남성이 손을 흔들며 어색하게 등장했다.

푸근한 인상이 특징인데 얼굴 한편에 있는 상처가 인상적이었다.

그분이 태국어로 말하자 통역사가 통역해 주었다.

“마리오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아유. 반갑습니다. 선장님!”

이어서 반팔, 반바지 차림에 튼튼한 근육을 지니고 있는 중년 남성이 나왔다.

“오늘 현장 낚시를 도와줄 가이드 킥 씨입니다.”

“킥 프로구만.”

추기석 씨가 농담 삼아 두 유 노 어스? 하고 물었다.

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무뚝뚝한 인상의 남자가 <여보 낚시>의 멤버들을 보고는 통역사에게 뭐라고 말했다.

“뭐라고 하세요?”

“뉴블랙이랑 같이 방송을 하시는 걸 보니까 한국에서 어마어마하게 유명하신 분들인가 보다 라고 하시네요.”

“흐하하하!”

“그리고.”

통역사 분이 우리에게 말했다.

“따님이 뉴블랙의 어마어마한 광팬이라고 하시네요. 이따 가능하면 사인을 받고 싶다고.”

“영상 편지도 찍어드릴게요.”

무뚝뚝한 인상의 킥 씨가 엄지를 들며 하얀 이를 드러냈다. 갑자기 친근해지는 인상이었다.

그 말에 옆에 있던 마리오 선장님도 부랴부랴 끼어들었다.

“선장님 따님도 팬이라고 하시네요.”

딸이 수플레라고 하는 이들에게 중현이와 내가 기분 좋게 웃고 있을 때.

백상교 선생님이 눈을 부릅뜨고 끼어들었다.

“물고기가 이빠이 잡혀야 한다고 말씀드려 봐. 매니 피쉬. 뉴블랙 해피. 유어 도터스 해피.”

“OK.”

“말이 잘 통하시네! 하하!”

물고기가 많이 잡혀야 뉴블랙이 행복하고, 그대들의 따님도 행복할 것이다 하는 말에 두 남자가 OK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외에 배에 탑승할 다른 선원들과 인사를 나눈 후.

제작진이 직접 만든 판넬이 등장했다.

“푸켓에서 잡으실 물고기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와, 뭐가 많네요.”

다양한 물고기들이 가득했다.

뾰족하게 생긴 바라쿠다라는 물고기부터 퉁퉁하게 생긴 그루퍼, 참치, 자이언트 어쩌구 하는 생선까지.

이준희 피디가 웃으며 말했다.

“이번 태국 낚시의 목표가 대어를 낚는 거잖아요?”

“그렇죠.”

“말 그대로 가장 큰 물고기를 낚는 분이 우승입니다! 무게 상관없고요. 무조건 가장 길이가 긴 물고기가 우승입니다.”

내가 홀린 듯이 손을 들었다.

“네, 우주 씨.”

“1등 하면 상품이 뭔가요?”

“기존 출연진이 우승을 하게 된다면 평소대로의 ‘낚시왕’ 특전을 드릴 겁니다. 낚시왕이 되신 분은 다음 촬영지에서 미션에 실패해도 페널티를 피하실 수 있는 특전을 가지게 됩니다.”

출연진이 눈을 부릅뜨며 고개를 끄덕였다.

“뉴블랙 분들 같은 경우에는 무언가 다른 보상이 필요할 것 같아서 저희가 특별하게 준비했습니다.”

“어떤…?”

“다음 타이틀곡이 나올 때, 저희 <여보 낚시>가 낚시 버전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중현이와 내가 ‘이거다!’ 하면서 손을 맞댔다.

뾰족한 인상의 강만호가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며 말했다.

“개인전이지만 사실상 팀전인 거네요.”

“그렇습니다.”

“뉴블랙이 가져가면 우리는 개털인 거고?”

“정확합니다!”

방금 전까지 하하 웃던 고정 멤버들이 우리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나도 중현이와 뭉쳤다.

“자!”

피디님이 웃으며 물었다.

“출발하기 전에 각오 한 번씩 들어 볼까요?”

“예.”

백상교 선생님이 허허 웃으며 나섰다.

“시청자 여러분. 고기도 먹어 본 놈이 잘 먹고, 낚시도 해 본 놈이 잘합니다. 저 40년 경력의 백상교가 오늘 아주 큰 대어를 낚아 보겠습니다!”

“와아아!”

“나를 가수가 아닌 강태공이라 불러 주시구려!”

백발을 쓸어 넘긴 백상교 선생님 뒤로 예민한 인상의 중년 남자 강만호가 나섰다.

“예로부터 실력이 부족한 자들이 혓바닥이 길다 했습니다.”

“얌마!”

“실력으로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어떤 식으로 자기소개를 할지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웨이브진 단발머리 위로 캡 모자를 착용하던 중견 배우 오현숙이 카메라를 향해 지그시 웃어 보였다.

“낚시하다가 이혼했습니다.”

“푸흡!”

“아이고, 현숙아…….”

오현숙 선배님이 짐짓 농염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보여 줄게요. 이혼 낚시.”

웃음바다가 된 현장.

임팩트 있는 자기소개를 고민하던 중현이와 내가 포기하고는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아.

저건 못 이기겠다.

*   *   *

결국 동생들에게 뮤비 따서 가겠다는 적당한 포부를 밝힌 후.

우리는 배를 타고 출발했다.

시원한 바닷바람.

맑은 하늘 위로 햇살이 내리쬐는 아름다운 바다에 기분이 상쾌하다.

“어때요? 좋죠?”

“네!”

추기석의 물음에 답하며 양팔을 펼쳤다.

아.

시원하다.

한국에서 쌓여 있었던 스트레스가 쫘악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연습생 잘리고 나서 가슴이 답답하던 때 군산 앞바다를 바라보곤 했었는데, 왠지 그때 생각이 잠깐 나기도 하고.

“우주 씨, 중현 씨.”

조연출이 와서 물었다.

“멀미는 어떠세요?”

“괜찮아요.”

“문제없어요.”

작은 배였다면 모르겠는데 생각보다 큰 배를 타서 그런지 멀미도 별로 없는 편이었다.

조연출 분에게 웃으며 말했다.

“울릉도도 다녀왔는데요. 뭘.”

“이번에 처음으로 좋은 배를 타 봤어요. 비행기 표값을 아낀 덕분에요.”

그 말을 들었는지 근처에서 셀카를 찍고 있던 백상교 선생님이 손을 흔들었다.

“고맙다. 블랙이들아!”

“네!”

안에 침대와 화장실까지 있을 만큼 커다란 배.

바다에 나온 지 얼마 안 됐는지 새하얗고 매끈한 동체를 자랑하는 배에서 고정 멤버들 모두가 행복해 보인다.

그렇게 1시간 넘게 끝없이 이어진 바다로 나온 후.

-네. 지금 막 포인트에 도착했습니다!

포인트.

물고기를 잡는 곳을 의미하는 단어였다.

낚시 가이드인 킥 씨가 하는 말이 통역됐다.

“푸켓에서 하는 낚시에서는 바이트 횟수가 중요하다고 하네요. 캐스팅을 세 번 해서 바이트를 못 받으면 바로 포인트를 이동해야 된다고 합니다!”

“미끼를 세 번 던져서 한 번도 안 물리면 이동해야 한다는 거야.”

“아, 네.”

옆에서 속삭여 주는 강만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때, 백상교 선생님이 말했다.

“만호야. 왜 자꾸 알려 주고 그래.”

“초보자잖아요.”

“이젠 경쟁자야. 너는 뉴블랙을 모르니? 중현이 조금 지나면 이따 청새치 낚는다니까.”

“그럴 리가요.”

우리가 손사래를 치는데, 강만호 씨가 순간 중현이를 바라보며 왠지 모르게 납득한 표정을 지었다.

어쨌거나 포인트에 도착한 후.

다들 바쁘게 서로 자기 낚싯대를 점검하고 있는 동안 우리는 게스트용 낚싯대를 받아 손에 쥐었다.

“Move backwards. And release.”

킥 씨가 간단한 영어로 동작을 설명하며 시범을 보여 주었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얼른 던져!”

“나 먼저 할게요!”

고정 멤버들이 옥신각신하며 순서를 결정하는 동안, 낚시 초보인 우리는 가이드로부터 트레이닝을 받았다.

동작을 한 번에 따라 해 보이자 킥 씨가 엄지를 들었다.

“Practice. One more time.”

“한 번 더요?”

낚싯대를 뒤로 쭉 밀었다가 앞으로 뻗는 동작.

촤악.

뒤로 뻗으며 낚싯대를 뒤로 던지고는 앞으로.

“얼레?”

뭐가 걸린 느낌에 당황해서 고개를 돌리니 카메라 감독님의 정글 모자에 절묘하게 걸려 있었다.

주변 스탭들이 웃기 시작했다.

“아, 이걸…….”

당황해서 릴을 돌리면서 카메라 감독님의 모자가 달달달 밀려 올라왔다.

반짝반짝.

푸켓의 햇볕에 감독님의 훤한 정수리가 빛나기 시작했다.

“아앗……!”

감독님의 외마디 비명과 함께 달달달 올라가는 정글 모자.

낚시 가이드가 입술을 말고 다른 곳을 쳐다보는 동안, 스탭들이 박수를 치며 웃었다.

카메라 감독님 본인도 빵 터졌다.

대롱대롱 낚싯대 후크에 매달린 모자를 바라보고는 다급하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또다시 업데이트되는 우주선 인성 논란.”

옆에서 드립을 치는 중현이를 얄밉게 흘겨볼 때.

백상교 선생님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주선이 벌써 하나 낚았니?”

“선생님!”

얼굴이 후끈거린다.

헛기침을 하고는 내 자리에 섰다.

출렁이는 배 위에서 방금 전에 낚시 가이드가 알려 준 대로 뒤로 힘껏 당겼다가 앞으로 쭉 뻗었다.

“이야.”

강만호의 작은 감탄사가 들리는 가운데.

멀찍이 퐁당- 떨어지는 찌 소리가 환청처럼 파도 소리를 뚫고 들려왔다.

그야말로 완벽한 자세였다며 킥 씨가 박수를 쳐 주는데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옆에서 지켜보는 카메라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비주야, 리혁아. 지호야. 형이 아주 큰 대물 낚아서 갈게.”

하지만 그때 나는 알지 못했다.

낚시는 자세로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   *   *

2시간 후.

“…….”

“…….”

낚싯대를 늘어뜨린 채 멍하니 푸른 바다를 바라보았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로다.

대답 없이 철썩~ 철썩~ 뱃전에 닿는 물결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맑고 쾌청하다.

끼룩끼룩 울고 다니는 갈매기들은 여전히 아까와 같고, 모든 게 분명 아까와 같았다.

그런데…….

“자기야. 물고기가 안 잡히지?”

오현숙이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네, 선배님.”

“물고기라는 게 그렇게 쉽게 잡히는 게 아니거든.”

“진짜 그러네요.”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며 말했다.

“2시간이 진짜 기네요. 방송에서는 2시간 후, 이런 자막만 나와서 되게 실감을 못 했는데.”

“그래도 이게 낚시의 맛이야.”

“아아.”

“마음을 비우고 잠시 내려놓는 마음으로 있다 보면, 내면의 평화를… 씁! 왔다! 왔어! 이 새끼 물었네!”

토끼처럼 깡총깡총 뛰어간 중견 배우가 낚싯대를 잡고 호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저, 선배님. 방금 전까지 마음을 비우고…….”

“그런 거 없어! 나만 잡으면 돼! 하핫!”

“그.”

“자기야, 미안한데 말 좀 걸지 말고… 흐아압!”

끄응 하며 한동안 씨름을 하던 오현숙 선배님이 이내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릴을 감는데 미끼가 돌돌돌 그냥 밀려온다.

옆에서 힐끔 바라보던 강만호가 읊조렸다.

“먹고 튀었네.”

“전남편 같은 놈이구나!”

자료조사를 위해 찾은 프로필에서 남편의 무리한 사업 때문에 이혼했다고 하시던데.

방송에서는 편집될 드립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그동안 나는 옆자리에서 조용히 책을 뒤적거리는 중현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뭐 해, 중현아?”

“잠깐 책 보고 있어요.”

“이 흔들리는 배 위에서…?”

“파도의 흐름에 맞춰서 눈도 흔들면 되거든요. 그럼 안 어지러워요.”

<어린이를 위한 철학사> 라는 제목의 책을 읽고 있는 중현이가 한 장 넘기며 말했다.

“요즘에 랩을 쓰려고 하다가 이쪽 주제에 관심이 가서요. 나 자신은 누구인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그렇구나.”

“리혁이가 추천해 준 책이에요. 입문용으로 좋다고.”

“그래서 지금은 어느 시기니?”

“아리스토텔레스 선배님이 살던 시기요.”

방송상으로 ‘김중현의 철학 수업 시간’ 같은 제목으로 10배속 되어서 나올 만한 장면이었다.

바로 그때.

“음?”

한 손으로 낚싯대에 손을 올리고 있던 중현이가 책을 내려놓고 낚싯대를 쥐었다.

내가 같이 일어났다.

“왜 그래, 중현아?”

“저 온 거 같아요.”

“왔어?”

왔다는 말에 카메라 감독님들이 다급하게 찾아올 때.

중현이가 흐읍 하며 낚싯대를 들었다.

처음에는 다들 ‘어머! 어머!’ 하고 있다가 에이, 하며 웃어 보였다.

“바닥이야.”

“바닥이요?”

“낚싯바늘이 밑에 걸린 거거든. 바닥을 긁은 것 같은데… 그럴 때는…….”

드르륵. 드르륵.

그럴 때였다.

중현이가 릴을 쿠과가각 감으면서 무언가 큼지막한 것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

낚시꾼들이 난생처음 바라보는 광경에 눈을 깜빡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촤악!

바닷물을 흩뿌리며 중현이가 낚은 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저건…….”

어떤 스탭이 외쳤다.

“돌이다! 돌을 낚았다!”

“돌을 낚았어?”

돌돌돌.

바늘에 해초가 걸린 바위… 라고 하기엔 좀 작고, 돌이라 하기엔 큰 돌이 밀려 올라왔다.

낚시 가이드 킥 씨와 마리오 선장님이 선글라스를 들어 올렸다.

“……?”

멍하니 바라보는 스탭과 멤버들 속에서 중현이가 머쓱한 얼굴로 돌을 들어 보였다.

“짜잔.”

다들 배를 잡고 웃음을 터뜨렸다.

예능인 강만호가 카메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여러분. 남들이 바닥을 긁을 때, 중현이는 바닥을 낚습니다.”

“힘이 얼마나 좋으면 바닥을 낚아.”

“중현아! 그거 기념으로 사진 한 장 남겨라!”

백상교 선생님의 말에 중현이와 내가 사이좋게 돌을 들고 미소를 지었다.

찰칵.

2시간 만에 낚은 첫 물… 아니 돌의 등장에 피디님이 웃었다. 그래도 쓸 만한 장면을 하나는 건졌다는 모양이다.

그래. 뭐라도 하나 했으면 됐지.

“잘했다. 중현아. 뭐 해?”

“돌 길이 재요.”

30cm 남짓하다는 판정을 받은 돌을 중현이가 방생해 주었다.

풍덩.

작은 웃음이 흘러나오는 상태에서 나도 낚싯대에 손을 올렸다.

나도 뭔가 낚이면 좋을 텐데.

멀찍이서 갈매기들이 물고기를 잡는지 끼룩끼룩 바다 위를 나는 풍경을 바라볼 때였다.

“어?”

“왜 그래요. 형? 뭐 잡힌 거 같아요?”

화색이 도는 얼굴로 묻는 중현이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잡힌 거 같아.”

“왔어? 우주야, 뭐 왔어?”

낚싯대에서 느껴지는 힘.

곧바로 스탭들과 출연진이 부산스럽게 모여들었다.

낚싯대에 손을 올린 추기석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진짜 왔어요.”

미지의 물고기가 바닷속에서 내 낚싯대를 잡아당기고 있었다.

다들 여기저기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는 말을 들으며 낚싯대를 잡아당겼다가 풀었다가.

릴을 감기를 반복했다.

서서히 배를 향해 딸려오는 물고기. 꽤 큰 먹잇감인지 갈매기들도 같이 따라 날아온다.

“진짜다! 진짜 뭐가 잡혔나 본대.”

“Tuna. I think tuna.”

“선장님이 참치라는데요? 참치 회 먹나? 우리 참치 회 먹어?”

“아! 지금 선장님이 참치 요리하겠다고 칼을 꺼내셨어요!”

참치라는 말이 진짜이긴 한 모양… 아니. 이거 진짜 더럽게 힘드네.

“아우!”

“아우 여기 있어요. 형.”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중현아! 형 웃으면 힘 빠져!”

“죄송해요.”

전완근이 떨릴 만큼 강한 힘이 느껴진다.

혼신의 힘을 다해 낚싯대를 끌어당길 때였다.

툭.

“……어?”

*   *   *

“아!”

“아이고!”

중간에 바늘을 풀고 달아났는지 갑자기 힘없이 달달달 딸려오는 미끼를 바라보며 다들 탄식했다.

“또 튀었네.”

우주의 얼굴에 그늘이 지는 모습에 다들 짠한 미소를 지었다.

동시에 은빛으로 된 미끼를 여전히 추격하는 갈매기들이 서서히 다가올 때였다.

스스슷.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난 우주가 낚싯대 줄을 요리조리 흔들기 시작했다.

살아 있는 물고기를 흉내 내듯 낚싯대를 쭈욱 당기는 우주!

촤악!

미끼가 날아오름과 동시에 갈매기가 날아올 때였다.

촙.

“음?”

“……으음?”

손을 뻗어서 갈매기를 잡은 우주.

갈매기와 인간들이 동시에 ‘어라?’ 하며 눈을 끔뻑이는 분위기 속에서, 우주가 고개를 들었다.

“물고기는 아니지만…….”

뻔뻔하게 초롱초롱 빛나는 눈망울.

“어떻게 이건 인정 안 될까요?”

출연진이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될 거 같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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