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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800)화 (800/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800화

짤랑짤랑.

태국 전통악기들이 연주되는 가운데 중현이와 팔짱을 끼고 빙글빙글 돌았다.

「어신이시여!」

「물고기 많이 잡게 해 주세요!」

태국어로 쏟아지는 기도 속에서 중현이와 열심히 어복을 기원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요란한 소리에 잠이 깼는지 출연진들도 어느새 나와 있었다.

예능인 강만호가 눈을 비비며 물었다.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저희 어복을 기원하고 있습니다. 선배님.”

“아, 그래?”

“네, 선배님들도 혹시 오셔서…….”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들 돗자리 위로 냉큼 올라왔다.

특별히 부탁을 한 것도 아닌데, 백상교 선생님이 먼저 술잔을 올리며 ‘태국 용왕님!’ 하고 외치고.

오현숙과 강만호, 추기석이 절을 올렸다.

“태국의 어신이시여. 저희 큰 거 바라는 거 아닙니다. 진짜 잡스러운 물고기라도 좋으니 한 마리라도 낚게 해 주십시오.”

“오늘 제발 어떻게 대어는 아니더라도 잡어라도 한 마리…….”

“저희 이대로는 한국으로 못 돌아갑니다.”

간절한 바람이 느껴지는 소원들이었다.

중현이와 나도 서서 물고기를 잘 잡게 해 달라는 소원을 빈 후.

“ขอบคุณครับ(감사합니다)!”

오늘 행사를 위해 모여 준 푸켓의 수플레들과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어제 인스타로 ‘오늘 행사를 함께 할 수플레들을 모집합니다!’ 하고 요청을 했는데, 이 정도로 많은 수플레들이 응해 줄 줄은 몰랐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태국의 전통 악기를 연주해 준 수플레, 전통 춤과 벨리 댄스를 전문으로 하는 댄서 등등.

예전에 한국 인터넷에서 수플레들을 모으면 자그마한 나라 하나를 만들 수 있다는 드립을 본 적이 있는데,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직업 구성이나 면면을 보면 정말 가능할 것도 같다.

“자, 잠시 사진 촬영 있겠습니다!”

행사장에 모인 수플레들과 SNS에 올릴 기념사진을 찍고는 그들을 불러 모아 감사 인사를 전했다.

어제 현지 스탭의 도움으로 준비한 태국어 인사말이었다.

「여러분 덕분에….」

열심히 연습한 발음에 현장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초롱초롱 반짝이는 눈망울들.

「정말 오늘 낚시는 예감이 좋은 것 같습니다.」

「어어어!」

「괜찮아요. 중현이가 아니고 제가 예감을 말했기 때문에 오늘 낚시는 정말 잘 될 거예요. 오늘 푸켓 현장에 모여 준 여러분의 응원에 힘을 내어, 열심히 낚시를 해 보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사진이나 사인 요청에 가볍게 응하고, SNS에 올릴 태국어 문구 등이 맞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이야.”

백상교 선생님이 태국 전통 복장을 입은 우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훈훈하다. 훈훈해.”

“감사합니다.”

“팬들이랑 원래 그렇게 쳐다보니? 아주 서로 바라보는 눈에서 꿀이 떨어진다. 꿀이 떨어져.”

중현이와 내가 그 말에 웃는 동안, 주변에서 들린 소란에 시선을 돌렸다.

추기석 씨 주변에 사람이 모여 있다.

처음에는 훈훈한 외모 덕분인가 했는데 태국 사람들이 ‘미스터!’ 하고 외치는 걸 듣고서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았다.

동남아에서도 인기가 어마어마하다는 PBS 인기 예능 <미스터 프로듀서>의 고정 멤버 중 하나가 바로 추기석 씨였으니까.

과연 우리 팬들과 어떤 대화를…….

“You souffle? I’m Souffle too!”

“Waaaaa-!”

너도 수플레냐, 나도 수플레다 하면서 흐뭇하게 웃고 있는 추기석 씨를 보며 조용히 웃었다.

그때, 이준희 피디님이 확성기를 들었다.

-네, 현장 정리 부탁드리겠습니다!

아쉬움 가득한 얼굴로 떠나는 수플레들에게 손을 흔들어 준 후.

새벽녘에 태국의 어신, 혹은 용왕님을 향한 제사를 마친 우리는 어제와 같이 항구로 향했다.

촬영에 대한 소문이 돌았는지 항구에 쳐진 폴리스 라인 너머로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

“…….”

침통한 얼굴로 서 있는 두 태국인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선장님, 표정 봐.”

“아이구, 그렇게 미안해 할 필요가 없는데…….”

잔뜩 굳은 눈썹과 입술.

자신들의 배에 탄 출연진이 한 마리도 못 낚은 것 때문인지 큰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었다.

통역사 분을 통해 왜 그러시냐고 물었다.

곧이어 돌아오는 대답.

마리오 선장님과 낚시 가이드 킥 씨의 시선이 나와 중현이에게 머물렀다.

“크흠.”

통역사 분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어제 집에 가서 따님들한테 엄청 혼나셨다고 합니다. 우리 oppa들이 어떻게 한 마리도 못 낚을 수가 있느냐. 아빠는 대체 뭘 하고 온 거냐, 오늘 반드시 해결해라… 라고 하셨다고.”

“흐하하하!”

다들 웃음을 터뜨리는 가운데, 따님들이 수플레라는 두 아버지가 나와 중현이를 향해 엄지를 들어 보였다.

“We will do our best.”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

나와 중현이도 엄지를 들어 보이며 그 각오에 답했다.

“자!”

알록달록한 낚시 패션을 입은 중년 미인 배우가 손을 내밀었다.

“오늘도 한 번 화이팅해 보자고!”

“오늘은 아주 큰 거 낚자!”

“아자아자!”

화이팅-! 하며 손을 하늘 위로 뻗었다.

맑은 하늘.

부우우웅 날아다니며 부감샷을 찍고 있는 드론을 향해 다 같이 손을 흔들며 입맞춤을 날렸다.

오늘은 진짜 제대로 낚시해야지.

*   *   *

쏴아아아아아아아아-

쏴아아아아아-

“…….”

“…….”

배에 있는 휴게실 안에 침묵이 감돌았다.

허허허 웃는 백상교 선생님.

깡소주라도 까고 싶은 듯한 표정의 강만호와 오현숙.

쭈그린 채 벽에 등을 기댄 추기석.

그리고.

망연자실한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

“중현아.”

“네.”

“우리 분명히 어신님한테 기도했지?”

“그렇죠.”

“그런데…….”

내가 먹구름이 낀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왜 기우제를 지낸 것처럼 비가 내리는 걸까.”

“저도 그거까진 모르겠어요.”

아니.

분명히 아침에 용왕님한테 잘 부탁드린다고 했는데.

어째서 하늘에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걸까.

낚시를 못 하거나 배를 항구로 돌려야 할 만큼 거센 비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밖에 나가서 낚시를 하다가는 감기 들기 딱 좋은 비였다.

특히나 고령층도 끼어 있는 프로그램 특성상 우리는 안에서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다.

-네. 여러분.

이준희 피디님이 확성기를 들었다.

-점심시간입니다.

차례대로 나오는 탄식들.

“뭘 했다고 점심시간이야. 벌써.”

“아으으…….”

“추자도의 트라우마가 다시 도지네요.”

“어떻게 날씨마저 안 도와주냐고.”

분명 출항할 때만 해도 엄청 맑은 하늘이었는데, 정말 열대 바다의 날씨는 알 수가 없었다.

부슬비를 바라보며 한숨을 쉴 때.

중현이가 코를 벌름거리고는 눈을 크게 떴다.

“형.”

“응?

“라면이에요.”

“……!”

침울한 출연진과 게스트를 위로하기라도 하듯 큼지막한 냄비를 든 스탭이 걸어왔다.

뚜껑이 열리는 그 순간.

보글보글 끓은 벌건 국물과 함께 뽀송뽀송한 면발, 그리고 새우를 비롯한 각종 해산물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그 맛은.

“으어어어어…….”

“아무것도 안 했는데 밥은 맛있네.”

“찬밥이랑 김치도 있는 거지?”

제작진이 꺼내서 오는 묵은지와 찬밥에 휴게실에 따사로운 웃음이 감돌았다.

사람이란 참 간사하다.

방금 전까지 우중충하게 낚시 걱정을 하던 사람들은 사라지고, 라면 맛에 행복해하는 사람들만 가득했다.

그렇게 오전 시간을 흐뭇하게 흘려보낸 후.

-네! 여러분! 다시 날씨가 맑아졌습니다!

“와아아아!”

정오를 넘기자마자 다시 맑아진 날씨에 다들 활기찬 얼굴로 캐스팅을 했다.

퐁당.

퐁당.

오늘은 정말 무엇이든 낚게 될 거라며 호언장담을 했던 선장님과 낚시 가이드의 말에 기대감이 차오른다.

“제발.”

중얼거리며 낚싯대를 매만졌다.

제발.

큰 거 안 바라고, 작은 물고기들이라도 낚았으면 좋겠다.

처음에는 GT라고 하는 유명한 생선이나 거대한 물고기들을 낚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점점 기대감이 내려가면서 이제는 아무 생선이나 잡아도 감사할 것 같다.

“정말 이제는 아무 생선이나 잡아도 너무 기쁠 거 같아.”

“저도요.”

말이 씨가 된 걸까.

30분도 채 지나기 전에 입질이 왔다.

“우주 왔어?”

“뭔가 온 거 같은데?”

“뭔지는 모르겠지만 작은 놈이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말들이 바깥으로 밀려 가고.

오로지 이 공간에 나와 물고기 둘만 남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집중한 눈으로 낚싯대를 몇 번이고 풀었다가 당기기를 반복할 때.

“오!”

“뭐가 나왔다!”

알록달록한 열대어가 하나 나왔다.

니모를 찾아서에서 볼 법한 그런 물고기였는데, 선장님이 뭐라고 물고기 종류를 설명해 주었다.

하지만 그런 말은 귀에 안 들어왔다.

“드디어…!”

장갑을 낀 손으로 미끈미끈한 물고기를 들어 올렸다.

“드디어…….”

아.

왜 눈물이 날 거 같지.

카메라를 향해 웃었다.

“드디어 한 마리 낚았습니다. 여러분.”

GT, 바라쿠다, 그루퍼 같은 대상 어종이 아닌데도 기쁘다.

“축하한다. 우주야.”

“어쨌든 하나 낚긴 낚았네.”

“에헤이. 잡어다. 잡어.”

흉을 보며 놀리는 백상교 선생님을 제외하면 다들 축하한다고 웃어 보였다.

바라쿠다 반토막이 최선이었던 어제와 비교하면 나름대로 나쁘지 않은 출발.

주먹 두 개를 합친 듯한 크기의 물고기를 손에 쥐고는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해 보였다.

“그런데 얘는 이제 어떻게 하면 되나요?”

“방생해!”

“아, 네.”

물고기를 들고는 인어공주의 언더더씨를 부르면서 둠칫둠칫 춤을 추었다.

주변에 있던 오현숙이 물었다.

“자기야. 뭐 해?”

“방금 백상교 선생님이 방송하라고 하셔서요.”

“방생하라고. 방생!”

백상교 선생님의 외침에 아, 하고 물고기를 풀어 주었다.

중견 배우가 푸흡 하면서 내 얼굴이 후끈후끈해졌다.

웃으며 따라붙는 카메라 감독님에게 말했다.

“저는 사실 방생이라고 알고 있었어요. 극적인 재미를 위해서 그런 거예요.”

뺨을 씰룩이는 감독님의 시선을 피해 재빨리 다시 내 자리에 앉았다.

그러곤 캐스팅을 마치고 다시금 새로운 물고기를 기다렸다.

또다시 흐르는 1시간.

“…….”

“…….”

추기석 씨가 머리를 감싸 쥐었다.

“추자도에서의 악몽이… 되살아난다…….”

“어제랑 똑같은데? 이 피디, 여기 선장 양반 좀 불러 와 봐봐. 이 양반 이거 안 되겠어.”

물고기가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포인트에 왔는데도 물고기들이 먹이를 물지 않고 있었다.

곧 불려나온 마리오 선장님이 불룩 튀어나온 배를 매만지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선장님이 이상하다고 하시네요. 분명히 여기 물고기가 엄청 많이 나와야 하는 스팟이라고 하시는데…….”

“으음.”

“30분만 더 해 보고 안 되면 다른 곳으로 이동하시겠다고 합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때였다.

바로 그때.

“저 왔어요!”

중현이가 외치면서 모두의 시선이 움직였다.

그그그극.

어마어마한 힘으로 구부러지는 낚싯대.

“어!”

누가 봐도 살아 있는 무언가가 잡아당기는 모양새였다.

내가 중현이 곁으로 뛰어갔다.

“중현아. 바닥은 아니야?”

“아니에요. 이거 절대 바닥일 수가 없어요.”

누가 봐도 어마어마한 대물이었다.

중현이가 끄응 하며 낚싯대를 잡아당기면서 다들 경악했다.

중현이가 어떤 애인가.

맨손으로 수박을 수박주스로 만들어서 스탭들이 ‘땡모반의 남자’라고 불렀을 저도의 괴력을 지녔다.

한 번도 힘겨워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던 중현이가 처음으로 끄응 하고 있었다.

백상교 선생님이 다가와서 코칭을 했다.

“중현아! 중현아! 너 정신 똑띠 차려야 한다. 이거 잘못하면 끊고 도망칠 놈이다. 이거.”

“네. 으으읍!”

“어때? 힘이 센 놈이지?”

“제가 최근에 느껴 본 힘 중에서 가장 강해요.”

필수인원을 제외한 거의 모든 스탭이 중현이 곁에 모여들었다.

‘빈손으로 돌아오면 넌 밥도 없다’ 하는 비주의 녹음 목소리를 들려주며 내가 응원을 하고.

베테랑 낚시꾼들의 온갖 꿀팁 전수가 이어졌다.

“중현아.”

강만호가 중현이의 배에 무슨 벨트를 채워 주었다.

“이거 끼고 낚싯대를 여기 고정해 봐. 훨씬 힘이 덜 들 거야.”

“감사합니다.”

“잘못하면 허리 나간다. 이거.”

낚싯대를 벨트에 고정한 중현이가 힘겨운 줄다리기를 이어 갔다.

성글성글 맺히는 땀.

해풍이 거세게 부는 배에서 중현이가 몇 번이고 낚싯대를 당기고 내리면서 서서히 뭔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수중 카메라! 수중 카메라 집어넣어 봐!”

“네!”

이윽고 카메라 감독님이 보고 있는 모니터에 등장한 무언가.

푸른 바닷속에서 매끈한 유선형의 동체를 지닌 물고기가 힘없이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동시에 수면 위로 삐죽한 지느러미가 솟았다.

“상어다!”

“상어야? 진짜로 상어?”

퍼드드드득!

바닷물이 잔뜩 튀면서 정말로 상어가 등장했다.

“미친!”

“대박! 진짜 상어예요! 상어다!”

“이래서 물고기가 주변에 없었구나!”

왜 지금까지 우리 주변에 물고기가 없었는지 모두가 깨달은 표정을 지었다.

2미터 가까운 크기의 상어가 주변을 배회하고 다니는데 과연 어떤 물고기가 데헷 하면서 등장할 수 있을까.

“힘이 많이 빠진 거 같아요.”

중현이가 말했다.

“그런데…….”

중현이가 우리와 스탭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저거 갑판 위로 올릴 수는 있나요?”

“…….”

“…….”

대략적으로 1미터 80에서 90.

그러니까 중현이와 내 키만 한 상어가 있는데 저걸 갑판 위로 올리면…….

몸부림을 치면서 날뛸 상어가 떠오른다.

중현이와 내가 가까이 다가간 순간. 상어가 쉭! 하고 움직이는 거다.

-음? 형… 손가락 어디 갔어여?

-상어가 먹었어.

그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가운데, 선장님이 뾰족한 작살을 가지고 왔다.

저걸로 상어를 찔러서 죽여야 한다나.

올가미와 뾰족한 작살 같은 흉흉한 물건들이 나타나는 가운데, 중현이가 음 하며 눈을 가늘게 떴다.

“잠시만요.”

바다에서 힘없이 흐느적대는 상어.

힘 대결에서 져서 실신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저항 없이 흐느적거리는 상어를 보며 중현이가 말했다.

“어? 저거…….”

그러더니 태국 선원들에게 물었다.

“혹시 저 상어를 갑판 위로 끌어올려 주실 수 있나요? 살아 있는 채로요.”

“음.”

죽은 것처럼 흐느적대는 상어를 바라보며 마리오 선장님이 OK를 했다.

곧이어 그물을 이용해 끌어올려진 상어.

선원들이 능숙하게 주둥이를 봉한 가운데, 상어의 상태를 살피던 선장님이 아 하고 뭐라고 말했다.

“선장님이 그러시는데 온순한 상어라고 하시네요. 스쿠버 다이빙을 할 때도 사람 곁에 자주 오는 상어 중 하나랍니다.”

“아아…….”

“그리고 중현 씨가 왜 끌어올려 달라고 했는지 알겠다네요.”

중현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뭔가 상어치고 힘이 약해서… 이상했는데 보니까 아가미랑 지느러미에 그물이 걸려 있더라고요.”

슬금슬금 다가가서 구경하는 사람들.

상어치고 무섭지 않은 비주얼도 한몫했다.

뭔가 상어계의 바보 같은 생김새.

“오, 진짜 뭐가 걸려 있네.”

저항할 힘도 없는지 아가미만 뻐끔뻐끔 움직이는 상어의 몸에 긁힌 자국들과 함께 얽힌 그물이 보인다.

사람으로 따지면 양다리에 줄을 묶은 듯한 느낌.

제작진과 우리가 구경을 하고 있는 동안, 전문가인 선장님이 칼을 꺼내서 능숙한 동작으로 걸린 그물들을 제거했다.

그리고.

“음?”

상어의 주둥이에서 무언가를 발견한 마리오 선장님이 웃음을 터뜨렸다.

“왜 저러시지?”

“어어어! 손 그렇게…….”

손을 쑥 집어넣은 선장님이 뭔가를 꺼내며 웃었다.

상어의 이빨 사이에 끼어 있던 무언가.

그게 등장한 순간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어제 내가 잡은 바라쿠다와 독특한 무늬가 일치하는 토막이 나왔다.

토막이라기보다는 뭔가 이빨에 걸린 살점 같은 느낌?

“너였구나!”

나의 외침에 상어가 머쓱하게 꿈틀꿈틀거렸다.

다들 웃음을 터뜨리는 가운데 그물을 제거한 상어를 다시금 바다로 방생했다.

여전히 축 늘어진 상어.

“갑자기 분위기 동물 농장이네요.”

“상어야. 이제 아저씨 말 듣고 잘 살아야 한다~?”

그 말에 응답한 걸까.

물속에서 한참을 떠 있던 상어가 꿈틀꿈틀 지느러미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오오오오오!”

처음에는 편한 수영이 어색한 듯 둥실둥실 움직이던 상어가 곧이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마워요! 인간!

…하듯이 첨벙! 하고 꼬리를 내리치고 헤엄치는 모습에 모두 환호를 보냈다.

“그런데…….”

그제야 현실감을 되찾은 스탭들의 말이 들렸다.

“우리가 지금 무슨 장면을 목격한 거지?”

“어?”

“……?”

“…….”

*   *   *

푸른 바다.

오늘 상어는 아주 기이한 일을 겪었다.

어느 날부터 갑자기 움직이기가 힘들고, 숨도 쉬기가 힘들면서 서서히 힘이 빠지고 있던 상황.

그런데.

쿠과가가가강!

밥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어마어마한 힘과 함께 어디론가 끌려갔다. 무언가 거대한 소음을 내고 있는 물체였다.

그리고.

그 위에 올라갔다가 다시 물속으로 돌아오니 모든 것이 편해져 있었다.

더 이상 숨 쉬기나 움직임을 괴롭히던 뭔가가 사라진 것이다.

‘…….’

물 위로 떠올랐을 때 보았던 뭔가가 기억에 남는다.

가끔 물속에서 검은색에 거품을 뿜어내는 뭔가와 닮은 생명체.

인간들이 김중현이라고 부르는 아름다운 개체를 기억한 상어가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그녀를 구해 준 배를 향해서.

*   *   *

식인상어나 위험한 상어는 아니지만, 어찌 되었든 중현이가 큼지막한 상어를 낚는 장면.

그리고 그 상어를 치료해 다시 방생하는 장면.

그야말로 시청률이 쫙 올라갈 법한 장면들이 나오면서 예능 멤버들과 우리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30분 전까지는.

“…….”

“…….”

낚싯대를 캐스팅한 상황에서 낚시꾼들과 우리가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았다.

빙글.

빙글빙글.

마치 주인을 지키는 강아지처럼 배 주변에서 지느러미를 보이며 빙글 도는 무언가가 보인다.

마치 ‘물고기 이 새끼들! 이 주변에 얼씬거리기만 해 봐!’ 하며 왈왈 짖어 대는 그런 느낌.

“중현아.”

“네.”

“쟤 뭐… 하는 거 같니.”

아까 중현이가 구해 준 상어가 배 주변을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심지어 포인트를 이동했는데도 따라왔다.

“제 생각에는… 은혜를 갚는 거 같은데요.”

“…….”

“…….”

낚시꾼들과 우리가 귀엽게 빙글빙글 도는 상어를 바라보았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포식자가 주변에 있으니 물고기가 올 리가 없었다.

낚시꾼들과 우리가 팔다리를 버둥거렸다.

“아으으으으!”

“아오! 진짜아아아아-!”

“이게 뭐냐고!”

상어가 은혜를 갚겠다고 배 주변을 배회하는 풍경에 모든 출연진이 대성통곡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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