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803화
대망의 마지막 날 낚시!
항구에 도착하니 마리오 선장님과 낚시 가이드 킥 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속에 뉴 페이스가 하나 보였다.
피디님이 소개했다.
“대망의 3일차 낚시. 오늘의 주제는 바로 트롤링 낚시인데요. 트롤링 낚시를 도와줄 선장님을 모시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
“싼 선장님이십니다!”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근육질의 선장님이 근육을 뽐내며 등장했다.
태국의 뽀빠이 같은 느낌의 외모였다.
“싼 선장님은 마리오 선장님의 친구 분이라고 하시네요. 트롤링 낚시의 귀재라고 하십니다.”
“그럼 마리오 선장님은 오늘 안 가시는 건가요?”
“네.”
이준희 피디님이 말했다.
“오늘 3일차 트롤링 낚시는 마리오 선장님의 배가 아닌 여기 계신 싼 선장님의 배를 타고 갑니다.”
“다행이네요.”
내가 웃으며 말했다.
“어제처럼 또 상어가 붙으면 어쩌나 했는데.”
촉촉한 눈을 한 내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 오현숙이 아 하며 물었다.
“그러고 보니까 피디님, 우리 상어는 어떻게 됐어? 걔 갔어?”
“그니까. 아직도 저기 있는 거 아니야?”
다들 웅성거리며 멀찍이 보이는 마리오 선장님의 배를 흘깃거렸다.
어제 낚시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 상어는 한참 동안이나 우리의 주변을 배회했다.
심지어 항구로 돌아왔을 때도 빙글빙글 돌고 있어서 ‘내일도 오는 거 아니야?’ 하는 말이 나왔을 정도였다.
“마리오 선장님 말씀에 따르면, 어제 저녁까지 한참 동안 배 주변을 맴돌다가 사라졌다고 하네요.”
“지쳐서 갔나 보네.”
“그래도 어제 상어 덕분에 다들 낚시 잘했잖아요.”
예능인 강만호가 씩 웃으며 날 바라보았다.
“우주만 빼고.”
“선배님. 저는 어제 기억을 떠올리고 싶지 않아요.”
“재미있어서 그래. 재미있어서. 하하하하!”
“…….”
‘반토막의 남자’라는 별명을 떠올리며 허공을 바라보는 동안, 이준희 피디님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네. 아무튼 오늘의 낚시는 바로 트롤링입니다. 트롤링 낚시 기법이 무엇인지는 다들 알고 계시죠?”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트롤링.
돛새치나 참치 같은 대형 어종을 낚기 위한 낚시 기법 중 하나다.
이런 물고기들은 지능도 높고 속도도 빨라서 일반적인 낚시로는 낚기 힘들다.
그런고로 이들을 낚기 위해 배에다 미끼를 매단 채 부아아앙 하고 달리는 것이다.
그럼 돛새치가 그걸 보고, 레이저 포인트를 뒤쫓는 고양이들처럼 본능적으로 따라오는 것이다.
“여러분이 오늘 낚게 될 대상 어종은 바로 돛새치와 참치류입니다!”
이준희 피디님이 손짓하자 오늘 트롤링 낚시를 이끌게 될 싼 선장님이 나섰다.
“그럼 오늘 트롤링 낚시에 대한 싼 선장님의 설명이 있겠습니다. 안전에 대한 주의사항도 있으니 유의해서 들어 주세요.”
선장님이 태국어와 영어를 섞어서 설명을 하면서 통역사의 말이 이어졌다.
주로 돛새치에 대한 설명이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청새치라고 알고 있는 생선과 친척관계에 있는 생선으로, 푸켓 바다에 살고 있다고 한다.
청새치와 외모상의 차이점이라면 등에 돛 같이 생긴 지느러미가 있다는 것.
“돛새치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고 하네요. 일명 ‘바다의 치타’라고 불리는데 최대 속도로 110km가 나온다고 합니다.”
“……바다에서요?”
“네. 바다에서 시속 110km까지 나온다고 하네요.”
모두가 입을 떡하니 벌렸다.
“평균적으로는 1미터에서 2미터 사이 정도 되고, 드물게는 3미터 가까이 되는 녀석들도 있다고 하네요.”
“이야. 저거 하나 낚으면 지금까지 낚시 전부 역전이네.”
“긴장합시다.”
“우주 눈 초롱초롱한 거 봐.”
다들 내 표정을 바라보며 웃을 때.
화기애애하게 웃는 우리에게 경고하듯 싼 선장님이 두툼한 손바닥을 들어보였다.
칼에 베인 것처럼 허연 흉터가 있다.
통역사가 진지하게 통역했다.
“그리고 굉장히 조심해야 한다고 합니다. 푸켓 바다의 베테랑인 선장님도 가끔 상처를 입는다고 하시네요. 돛새치의 꼬챙이에 꿰이면 중상을 입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마리오 선장님도 뺨의 상처를 보여 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전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지 제작진 측에서 미리 준비한 영상들을 틀어 주었다.
-펄떡! 펄떡!
-Oh my god! Oh my god!
깔깔거리던 미국 낚시꾼들의 배 위로 청새치가 날아와 퍼덕퍼덕 하면서 인간들이 배에서 뛰어내리는 장면.
돛새치가 작은 배를 박아서 전복시키는 장면.
영상은 없지만 해외에서 어떤 남성이 돛새치에 꿰여서 병원에 실려 갔다는 뉴스 캡처까지.
추기석 씨가 음울하게 중얼거렸다.
“조심해야겠네…….”
“조심할 테니까 그만 틀어! 노인네 심장 떨어지겠다, 이 사람들아!”
이준희 피디님이 말했다.
“그렇다고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선장님과 선원 분들의 안내를 잘 따른다면 안전에 대한 염려가 없으니까요. 이건 예방 차원에서 보여드리는 영상입니다.”
내 곁에 선 중현이가 속삭였다.
“제가 지켜 줄게요. 형.”
“고마워. 중현아.”
상식적으로 ‘2미터가 넘는 돛새치를 네가 이길 수 있니?’ 라는 말이 먼저 나와야 하는데.
왠지 모르게 우리 애는 될 거 같다.
다만…….
“그런데 일단 내가 낚아야 지켜 줄 수 있는 거 아닐까?”
“아, 그건 그러네요.”
내 말을 들었는지 추기석 씨가 손을 들었다.
“통역사님! 선장님한테 그거 좀 전달해 주세요. 여기 한 마리도 제대로 못 낚은 사람이 있다고. 잘 좀 부탁드린다고.”
“아, 예.”
곧이어 싼 선장님의 험상궂은 눈이 내게 향했다.
뭐라고 가슴을 탕탕 치시고는 태국어로 말이 이어진다.
“그 부분은 걱정 말라고 하십니다. 오늘 다른 사람은 몰라도 뉴블랙의 우주 씨 물고기는 꼭 낚게 해 주신다고.”
“오오오!”
“저분도 알고 보면 따님이 수플레 아니야?”
박수를 치며 환호해 주는 나와 중현이에게 싼 선장님이 손을 하늘로 뻗었다.
처음에는 너의 두개골을 쪼개 버리겠다는 포즈인가 했는데, 다시 보니 커다란 하트였다.
싼 선장님의 근육이 수줍게 꿈틀거렸다.
“I’m Souffle. Love you.”
“수플레!”
나와 중현이가 합체 하트를 그려 보이자 선장님이 왈칵! 하는 표정으로 눈이 촉촉해졌다.
통역사님이 웃으며 말했다.
“선장님께서 오늘 최선을 다하시겠다고 합니다.”
초롱초롱!
반드시 최애에게 물고기를 선물해 주겠다는 수플레의 표정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 * *
돛새치와의 치열한 혈투가 예정된 오늘의 낚시!
하지만.
오늘의 가장 큰 적은 돛새치가 아니었다.
“……어으어으어.”
“어우으으윽.”
“어어어어…….”
다들 저마다 비닐봉지 하나씩을 부여잡은 채 멀미를 하는 중이었다.
트롤링 낚시용 배가 아무래도 속도가 빨라서 그런지 베테랑 낚시꾼들도 적응을 못 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추기석 씨가 웨엑 하며 말했다.
“중현 씨는 그렇다 치고, 우주 씨도… 멀쩡하네요.”
“그러게요.”
사실 처음에 멀미할 기운이 좀 보여서 배에 탄 선원들의 동작을 빠르게 카피했다.
무게 중심을 잡는 그들의 동작을 카피하고 나니 멀미가 한층 덜했다.
예전에 울릉도 갈 때도 미튜브 볼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포인트에 도착했습니다!”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바다밖에 안 보이는 망망대해에서 다들 밖으로 걸어 나왔다.
-자! 지금부터 각자 준비된 낚싯대를 캐스팅해 주시면 됩니다!
선원들의 도움을 받아 트롤링 낚시용으로 준비된 낚싯대를 캐스팅했다.
싼 선장님이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내 낚싯대를 특별히 대신 캐스팅을 해 주었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특혜 아니냐는 말이 막 나와야 하는데.
“우주는 저래도 돼.”
“그래. 한 마리쯤은 낚아야지…….”
“반토막의 오명은 피해야 할 거 아니야.”
출연진들이 훈훈하게 웃으며 동조해 주는 분위기에 오히려 내 기분이 슬퍼질 뿐이었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시작된 트롤링 낚시.
하지만 1시간이 지나도록 입질은 전혀 없었다.
첫날만 해도 ‘물고기가 이 정도로 안 와?’ 했는데, 3일 차쯤 되니 그러려니 하며 간식을 우물거릴 뿐이었다.
“항구야 항구야 항구야~”
백상교 선생님의 흥얼거림에 내가 답했다.
“우리들은 마도로스다~”
“창파를 헤친 이 몸이~~”
1939년에 처음 나온 노래 <마도로스 수기>를 트로트 가수와 사이좋게 흥얼거리며 시간을 때웠다.
옆에서 강만호의 말이 들렸다.
“쟤는 어린애가 어떻게 저런 노래를 다 알아?”
“우주 형 취미가 노래 듣기거든요, 선배님. 최근에는 아프리카 전통음악까지 듣고 있어요.”
“그럼 태국 노래도 알아?”
오현숙의 물음에 내가 태국의 국민가요로 불리는 <하나뿐인 사랑>을 태국어로 선창하자 선원들이 후렴으로 답했다.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본방송에 ‘우주선의 세계 가요 베스트.mp3’ 같은 자막이 깔릴 장면을 뽑은 후.
“진짜 안 오네.”
“어제가 운이 좋은 거였구나. 우리.”
“돛새치야! 언제 오느냐!”
기약 없이 돛새치를 기다렸다.
철썩철썩 뱃전을 때려 대는 파도.
끼룩끼룩 갈매기.
밀짚모자를 뜨끈뜨끈하게 덥히고 있는 푸켓의 햇살.
또다시 1시간이 흘렀다.
반복되는 ASMR을 튼 것처럼 다들 말없이 낚싯대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나쁘진 않네요.”
중현이가 말했다.
“멍 때리고 있으니까 생각할 여유가 생기는 거 같아요. 명상하는 기분도 들고.”
“그러게.”
긍정적인 부분을 찾자면 생각이 많아진다는 점이었다.
바쁘게 스케줄을 하거나 일상을 보낼 때면 감정을 느낄 여유조차 없을 때가 많은데.
곰곰이 나 자신을 돌이켜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최근 며칠간 낚시를 하게 되면서 깨달은 점들이 있다고 해야 하나.
“낚시라는 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구나.”
좋은 미끼를 쓰든, 아무리 좋은 자세로 낚싯대를 던지든 간에 결국 낚시는 물고기를 낚는 것이다.
그러니까 물고기가 미끼를 안 물면 소용이 없다.
내가 특별하게 노력을 더 한다고 물고기가 미끼를 무는 것도 아니고, 실력이 좋다고 물고기가 미끼를 더 무는 게 아니다.
솔직히 스킬이나 경력만 따지면 준 프로에 가까운 백상교 선생님도 못 낚고 계시니까.
“낚시라는 게 운이네요.”
“운이 전부지.”
예능인 강만호가 낚싯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날 어신이 누구에게 윙크를 하느냐에 따라 달린 거지. 이게 실력이랑은 무관하거든.”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용히 말했다.
“낚시를 하면서 조금 깨달음을 얻은 기분이에요.”
“깨달음?”
“네. 성공이라는 건 결국 운이 좋아서구나… 하는 그런 생각이요.”
출연진들이 허허 웃으며 공감했다.
낚시라는 게 문득 인생과 일맥상통하다는 생각이 든다.
성공이라는 물고기를 내가 무조건 노력만 한다고 해서 낚을 수는 없다는 것.
결국에 결과는 운에 달린 것이 아닐까.
최근 들어 고생하고 있던 불면증에 해답을 얻은 기분이다.
앨범의 성공은 내 손에만 달린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운과 시기적인 요소도 맞물려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머릿속으로는 늘 하고 있는 생각이지만 피부로 와 닿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분명히 낚시를 위해 모든 예행연습과 준비를 다 하고 최선을 다했는데도 물고기가 안 낚였으니까.
최선의 노력이 반드시 성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정말로 실감한 것 같다.
-성공은 우리 손에 달린 게 아니야.
매번 동생들에게 그런 말을 하면서도 나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니까 매일 잠이 안 왔지.
밤에 외국어 공부를 하거나 노래를 듣거나 하는 식으로 스스로를 피곤하게 하는 것과 앨범의 성공은 무관한데.
꼭 낚시를 하기 전에 미끼를 섬세하게 손질하거나 풍어제를 지내면 낚시가 잘 될 것처럼 나 스스로 그런 오해를 한 게 아닐까.
“흐허허.”
백상교 선생님이 웃으며 내게 물었다.
“낚시가 안 되니까 별생각이 다 들지?”
“네.”
“그런데 우주 네가 참 맞는 말 했다. 낚시라는 게 인생이랑 똑같거든. 정말이지 알 수가 없어.”
선생님이 낚싯대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어떤 날은 10마리도 넘게 잡는 날이 있는가 하면, 어떤 날은 1마리도 겨우 잡고.”
“어제의 제가 떠오르네요.”
“핫핫! 이게 되게 재미있거든. 보면 게스트로 나오는 초심자들이 우리보다 훨씬 더 잘 낚을 때가 있어. 저번에 럭키걸의 루이? 그 걸그룹 친구가 진짜 큰 붕어를 낚아서 우승하고 갔단 말이지.”
나를 바라보던 선생님이 껄껄 웃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낚시 경력이나 그런 게 쓸모없는 건 아니야. 우주, 네가 방금 운이라고 했는데 이게 꼭 맞는 말은 아니거든~ 물고기가 미끼를 무는 것까진 운이 맞지.”
“……?”
“그런데 만약에 초심자는 잡기 힘든 대어가 물었다면? 그런 물고기를 잡아 올리는 거에는 실력이 필요하단 말이야.”
결국에는 다 운이구나 생각을 하고 있던 나에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메시지를 주는 선생님이었다.
실력이 반드시 물고기를 낚는 것으로 직결되는 건 아니지만.
물고기가 찾아왔을 때 그것을 낚아 올릴 실력이 있어야만 한다는 것.
운도 운이지만 평소의 연습과 공부가 있어야 그런 운을 낚아챌 수 있다는 게 말씀의 요지 같았다.
내가 감탄하며 말했다.
“낚시가 참 심오한 스포츠네요.”
“재미있지?”
그런 말을 하고 있을 때였다.
무언가 걸렸는지 중현이가 릴을 휘리릭 감았다.
“중현아, 뭐 왔어?”
“물고기를 유인하는 중이에요. 이런 식으로 물고기를 유혹하면 된다고 그러길래.”
릴을 빠르게 감는 중현이에게 싼 선장님이 외쳤다.
“Too fast!”
“선장님께서 너무 빠르시대요. 그런 식으로 빠르게 당기면 물고기가 따라와서 입질을 할 수가 없…….”
바로 그때였다.
중현이가 ‘음?’ 하더니 낚싯대를 잡아당겼다가 풀기를 반복했다.
“물고기가 걸렸는데요?”
“…….”
“…….”
10분 간의 힘 싸움 끝에 물고기가 갑판 위로 올라왔다.
1미터급 참치.
길이는 엄청 긴 게 아니지만 척 봐도 어마어마한 무게를 보이는 녀석이었다.
너무 빠르다고 말했던 선장님이 헛기침을 했다.
“너무 빨랐는데… 그 빠른 걸 따라올 수 있는 애가 잡힌 거구나!”
“중현이 이거 어떻게 낚은 거니?! 뭐 했어? 비결 좀 공유하자!”
중현이와 태국 선원이 양쪽에서 참치를 붙잡고 허허 웃는 동안.
내가 백상교 선생님에게 시선을 돌렸다.
“쌤, 방금 전에 실력을 쌓아야 초심자는 낚기 힘든 대어를 낚으실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
“…….”
“이건 무슨 상황인 건가요?”
“…….”
트로트 가수가 먼 곳을 바라보며 허허 웃었다.
* * *
점심 식사는 당연하게도 참치였다.
다시 항구로 돌아와 한 식사.
중현이가 낚은 참치를 회로 만들어서는 참기름과 김에 싸먹어서 먹었다.
“으어, 살살 녹는다. 녹아.”
“꿀맛이구나.”
갓 잡은 참치를 먹으니 꿀맛도 이런 꿀맛이 없었다.
그 외에 참치로 된 여러 요리를 해 먹었는데 출연진과 모든 스탭들, 선원들이 다 같이 먹었는데도 저녁 먹을거리까지 남았다.
“네! 현재까지는 어제 상어를 낚은 중현 씨가 1위인 상황이고요!”
피디님이 상황판을 보여 주며 말했다.
“하지만 아직 게임은 끝난 것이 아닙니다. 아직 여러분에게는 5시간이라는 기회가 남아 있습니다. 돛새치 하나 낚으면 바로 역전인 거예요.”
“맞아. 아직 5시간이나 있으니까.”
“한 마리쯤은 낚겠지.”
다들 각오를 다지며 오후 낚시를 나섰다.
다시금 시작된 트롤링 낚시.
멀미가 심했던 오전과 달리 다들 배 위에서 용케 균형을 잡으며 낚싯대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나 역시도 그 속에서 캐스팅을 했다.
허리를 회전해서 낚싯대를 뒤로 부드럽게 뻗었다가 앞으로 쭉 뻗으며 낚싯줄이 포물선을 그렸다.
“Nice!”
조류의 흐름도 한 번 보고.
바람의 풍향까지 고려해서 캐스팅을 하고는 차분하게 자리에 앉았다.
준비에 최선을 다했고, 해야 할 일도 다했다.
그러니 이제는 차분한 마음으로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렇게 30분쯤 지났을까.
틱-
티티티티틱-
내 낚싯대가 구부러지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추기석 씨가 벌떡 일어났다.
“어?! 어!”
“왔다! 왔어!”
“우주 왔어요!”
멍 때리고 있다가 낚싯대를 잡았다.
그리고 그 순간.
“어어어어어!”
뒤에서 중현이가 붙잡아 주지 않았다면 배 바깥으로 튕겨 나갈 뻔했다.
어마어마하게 강력한 힘.
30초 만에 팔뚝의 전완근이 바들바들 떨릴 만큼 굉장한 힘이 느껴졌다.
일반 낚싯대보다 훨씬 두꺼운 트롤링용 낚싯대가 부러지는 게 아닐까 의심이 들 만큼 강하게 구부러진다.
“으그그극!”
“형, 도와줄까요?”
“아냐. 중현아. 괜찮아.”
대물을 낚을 때 쓴다는 챔피언 벨트 같은 것을 누군가 내 배에 채워 주었다.
응원을 보내 주는데 정말 아무 말도 안 들린다.
연습생 시절 안무 연습을 극한까지 했을 때, 눈앞이 하얗고 누군가의 말이 귓가에 안 들어오는 것처럼.
온몸이 땀으로 젖기 시작했다.
“얘 머리에 열 오르겠다.”
강만호가 내 밀짚모자를 벗기고 그 위에 물을 뿌려 주었다.
찬물이 몸에 있는 열을 식히고.
내 몸은 진자운동을 하듯이 앞으로 뒤로 움직이기를 반복했다.
솔직히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아까 먹은 참치가 목구멍까지 올라올 만큼 숨이 찰 무렵.
“올라온다!”
“올라와!”
“수중 카메라! 수중 카메라 넣어 봐요!”
멀찍이서 하얀 포말을 그리는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내려고 할 때.
수중 카메라 모니터가 보인다.
삐죽한 꼬챙이를 지닌 물고기가 퍼덕거리고 있다.
“돛새치다!”
“이야! 저거 진짜 끝내주게 큰놈이구만!”
“40분 동안 힘 싸움 할 만했네.”
……40분이나 지났어?
겨우겨우 끌어당기는데, 선원들이 작살을 이용해서 근처에 다가온 돛새치를 마무리 지었다.
뜰채만으로는 담기 힘들어서 밧줄까지 이용할 만큼 큰 물고기.
“형! 진짜 큰 돛새치예요!”
중현이가 내 어깨를 붙잡고 뭐라고 하는 동안.
온몸에 힘이 풀린 나는 뒤로 벌러덩 드러누웠다.
맑은 하늘 아래 태양.
“드디어…….”
고개를 돌려 선원들이 끌어올린 거대한 돛새치를 바라보았다.
적어도 2.5미터는 넘는 크기.
“드디어.”
나를 내려다보는 카메라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드디어 한 마리 낚았네요.”
카메라 감독님이 엄지를 들어 주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실없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반토막의 남자는 이제 안녕.
마지막에 와서 끝내주게 멋진 장면을 만들었다는 생각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 * *
“2미터 95! 신기록입니다!”
“흐어.”
“거의 3미터짜리를 낚았네?”
괴물 같은 크기의 돛새치.
싼 선장과 낚시 가이드 킥, 그리고 태국 선원들도 입을 떡하니 벌릴 만큼 어마어마한 크기였다.
“흐허허허허허!”
중현과 우주, 그리고 다른 선원들까지 달라붙어서 들어야 할 만큼 압도적인 위용.
그 가운데서 사진 포즈를 취한 우주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분명히 잘생겼는데…….
낚시할 때마다 나오는 50년차 어부 같은 표정이 여전히 얼굴에 남아 있어서 그런 걸까.
멋진 장면을 만들었다며 자화자찬 하는 우주의 얼굴을 바라보며 스탭들이 수군거렸다.
“근데… 저거 저만 그런가요?”
조연출이 말했다.
“왠지 모르게 떠오르는 장면이 있는데…….”
거대한 돛새치.
40분 동안의 고생으로 확 늙어 버린 얼굴.
밀짚모자 아래 허허 웃는 할아버지 표정.
인터넷에서 한동안 밈이 될 거 같은 짤이 카메라 모니터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노인과 바다 같지 않아요?”
스탭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 소리를 들었는지 우주가 그들에게 행복한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칭찬을 갈구하는 할아버지 같은 표정에 그들이 웃으며 복화술로 말했다.
“진짜 노인과 바다 같네.”
“우주 씨한테는 비밀로 하자. 저렇게 즐거워하는데…….”
“그래야겠어요.”
당사자는 본인이 멋진 장면을 만들었다고 자부하고 있는 가운데, 스탭들과 출연진들은 조용히 웃음을 삼킬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