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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814)화 (814/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814화

2018년 설 특집 E스포츠 돌림픽!

작년 추석과 마찬가지로 올해 돌림픽도 미튜브, Y앱, 인터넷 게임 방송을 통한 실시간 중계였다.

두근두근.

각종 실시간 링크에 모인 아이돌 팬들의 눈앞에 대기창이 떴다.

[방송 준비 중...]

그 대기창이 꺼지는 순간 중계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네! 안녕하십니까!]

유명 E스포츠 캐스터 정현중이 호쾌한 목소리로 돌림픽의 시작을 알렸다.

[2018년 아이돌 E스포츠 해설을 맡은 정현중입니다.]

[예능인 모범주입니다. 반갑습니다.]

[오늘 게임 해설을 맡은 에이플비의 케빈입니다! 모두 즐거운 설 명절 되세요!]

쭉쭉 올라가는 댓글창!

-ㅎㅇㅎㅇ

-아 기대된다ㅋㅋㅋㅋ

-근데 왜 설이라고 해요?? 아직 설 아닌디

-이거 설에 나가는 거자나여

-ㄷㄱㄷㄱ

-범주 오빠 잘생겼어요

정현중 캐스터의 말이 이어졌다.

[댓글창에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네요!]

[정말 열기가 느껴지는 기분이네요. 가수들을 응원하는 팬들의 댓글이 정말 무섭도록 쏟아지고 있습니다. 압도되네요.]

그런 말을 하면서 모범주가 눈을 가늘게 떴다.

다른 댓글을 읽을 틈도 없이 ‘4블랙 화이팅!’이라는 문구들이 도배가 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댓글창 도배는 강퇴해야 되는 거 아닌가?’

예능인이 눈짓으로 신호를 보내면서 제작진도 조치를 취하려고 했다.

하지만.

“피디님.”

“왜? 무슨 문제 있어?”

“이거 채팅창 도배하면 자동으로 차단되도록 설정해 뒀거든요. 근데 이거 다 댓글 쓴 사람들이 다른데요?”

“응?”

“4블랙 응원 문구 쓴 사람들이 다 다른 사람들이에요.”

“…….”

피디가 깨달음을 얻은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그냥 인원수가 많은 거였군.’

인원수가 많다 못해 압도적인 수플레들이 저마다 ‘우리 애들 화이팅!’ 하고 외치니 채팅창 도배처럼 보이는 게 당연했다.

본인들도 그걸 의식했는지 조금씩 잠잠해지는 채팅창.

이제는 다른 이들이 떠들기 시작했다.

-인터뷰 링크)) 신인 걸그룹 라이키 ‘롤 모델은 뉴블랙 선배님’

-트릭스터 부기 ‘존경하는 선배님은 뉴블랙’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주선이 인정해 준 2017년 띵곡 리스트에 들어간 신인 아이돌 들어 보실?

기사 링크나 영업 문구들이 스륵스륵 올라온다.

피디가 눈을 깜빡거렸다.

‘너희는 또 왜 영업을 하는 건데.’

아이돌 팬들 중 일부가 ‘수플레님들! 우리 최애 예쁘게 좀 봐주세요!’ 하며 삐라를 뿌리고 있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중계진이 진행을 이어 갔다.

[오늘 돌림픽의 개막을 알릴 예선 1조 경기! 선수들 명단을 지금 한 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프로 게이머 대회처럼 락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깔린 ‘2018 Dolympic’ 로고가 흘러나온다.

곧이어 나오는 화면.

스포츠 선수들의 스탯을 정리한 것처럼 명단이 나와 있다.

[제일 먼저 The Four Black 클랜입니다!]

괄호 치고 ‘뉴블랙’이라고 되어 있는 클랜에 네 명의 라인업이 있다.

각자의 취미나 능력 같은 정보들과 아이디가 적힌 프로필.

[특이사항]

2018 그래미 어워드 후보

2017 망고 차트 어워드 대상 3관왕

2017 K넷 뮤직 어워드 대상 2관왕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빌보드 어워드, VMA 등 해외 시상식 다수 수상

…라고 적힌 클랜 특이사항을 바라보며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꽉찬 커리어

-하지만 게임 대회와 무관한 경력ㅋㅋㅋㅋㅋ

-워 하면서 봤는데 게임이랑 ㄹㅇ 1도 상관없네ㅋㅋㅋㅋㅋㅋㅋ

-여기가 바로 뉴블랙 내한행사장인가요???

-엄마 저는 뉴블랙이 될래요! 엄마 저는 뉴블랙이 될래요!

-아들 엄마가 먼저 할 거야

시청자들이 드립을 주고받는 동안 중계진이 멘트를 이어 갔다.

[오늘 활약이 기대되는 강팀 중 하나죠.]

[네. 개인적으로도 크게 활약할 거라고 믿고 있는 팀입니다. 특히 지호 씨를 주목하고 있는데요.]

[지호 씨요?]

[네.]

모범주가 과거 이야기를 증언했다.

[제가 P본부 방송에서 에이텐으로 데뷔했을 때, 지호 씨가 정말 게임을 많이 하는 걸 봤거든요. 시간 날 때마다 모바일 게임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게임을 그만큼 좋아하는군요.]

[네, 취미가 게임인 분인 만큼 오늘 활약이 기대됩니다.]

케빈이 말을 이었다.

[라인업이 정말 강해 보이네요! 이분들 정말 만능 그룹이잖아요. 못하는 모습이 상상이 안 갑니다.]

[그러네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 선우주 선수가 라인업에서 빠졌거든요!]

[아아아!]

시청자들도 같이 감탄했다.

-어쩐지 강해 보인다 했네

- 5-1 = 100

-잘들어오늘부터 5빼기1은 100이야ㅇㅇ

-분명히 한명만 빠졌는데 강팀이 되는 이 느낌

-한명의 구멍은 백명의 에이스를 능가한다

-(대충 인간이 다섯명 모이면 한명은 쓰레기라는 만화짤)

-우주는 구멍도 아님ㅋㅋ 블랙홀이지ㅋㅋㅋㅋ

그런 분위기 속에서 반짝거리는 댓글 하나.

-솔직히 우주가 그 정도로 못하는 건 아니지 않나요? 객관적으로 부족한 실력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들 깔깔거리는 분위기 속에서 진지하게 항변하는 댓글 하나.

수플레들이 멈칫했다.

-저 사람 아이디 DS_Love임

-덕순러브?

-너 서누주지

-ds love라고 하면 우리가 모를줄 알았니ㅋㅋㅋㅋㅋㅋ

-선우주/흑역사 항목에 추가해야징

-오늘도 풍성해지는 개미위키

곧바로 정체를 발각당하면서 잠잠해지는 댓글 하나.

‘ㅋㅋㅋㅋㅋ’로 댓글창이 도배되고 누군가 화면 뒤에서 뺨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진짜 선우주가 맞는지 긴가민가 하는 분위기 속에서 닉네임 ‘선우주사랑’이 반갑게 댓글을 달았다.

-헐 우주야 보고 있니???? 사랑해

그에 호응하듯 DS_Love가 댓글을 달았다.

-저도 사랑해요♡

‘선우주사랑’이 바로 댓글을 달았다.

-검거 완료.

수플레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덫이었나ㄷㄷㄷㄷ

-이분 함정수사 맛집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이고 우주야

-찰지게 걸렷네ㅋㅋㅋㅋㅋㅋㅋ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개욱겨

-누가 이분 경찰 특채로 데려가라ㅋㅋㅋㅋㅋ

곧이어 [DS_Love 님이 채팅방을 떠났습니다]라는 알림에 수플레들이 단체로 웃음을 터뜨렸다.

-일 때문에 가야 할 시간이네요 ㅎㅎ 여러분 재미있게 노세요!

마지막 댓글을 그리 남기며 떠났지만 누가 봐도 표정이 보였다.

‘삐졌구나!’

채팅창에서 감도는 웃음.

그렇게 채팅창에서 해프닝이 벌어지는 동안, 각 팀 소개가 끝나고 마침내 현장으로 장면 전환이 됐다.

진짜 게임대회처럼 반짝거리는 조명들.

[그럼 지금부터 2018 설 특집 E스포츠 아이돌 대회! 슈팅게임 예선 1조 경기가 시작합니다!]

헤드폰을 낀 아이돌 멤버들이 마우스를 휘휘 젓는 장면들이 나오고.

본격 게임 화면이 나오기 시작했다.

*   *   *

작년 추석과 똑같은 서바이벌 게임.

[이 게임이 생소할 시청자 분들께 설명을 드리자면 최후의 생존자가 우승하는 게임입니다!]

[100명이 무인도에 내려서 아이템을 얻고, 경쟁자를 제거하는 게임인데요.]

하지만 단체전이라 방식이 조금 달랐다.

[오늘은 4명이 한 팀이 되는 스쿼드 방식입니다! 최후의 생존자가 남는 팀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종합 점수가 높은 팀이 우승하게 됩니다!]

[한 명만 잘해서는 소용이 없다는 뜻이네요.]

[그렇죠! 전과목 평균이 중요하단 겁니다.]

여전히 게임 화면에서는 비행기가 날아가고 있었다.

하나둘씩 낙하산을 타며 내려가는 군인들.

[팀별로 전략이 다를 수 있습니다! 다 같이 뭉쳐 다닐 것이냐! 아니면 따로따로 다닐 것이냐!]

저마다 내리는 장소들이 달랐다.

누군가는 아이템을 얻기 쉬운 곳에 내리고, 누군가는 한적한 장소에 내리고.

펄럭!

낙하산들이 펼쳐지는 게임 속에서 아이디 ‘선우주478’인 김비주의 캐릭터도 낙하산을 펼쳤다.

[아! 뉴블랙의 비주 선수도 지금 막 내려가네요!

[아이디 선우주478이죠! 제가 비화를 들었는데, 이미 닉네임 선우주가 있어서 숫자 478이 될 때까지 입력을 했다고 하네요!]

[대단한 근성의 선수죠!]

선우주 팬이냐며 채팅창에서 웃음이 나올 때.

정현중 캐스터가 말했다.

[비주 선수 비행기에서 멀어집니다! 4블랙 클랜은 따로따로 흩어지는 전략인 것 같습…….]

그런 말을 하려고 할 때.

뛰어내린 비주의 옆에서 헤드폰을 낀 막내가 당황해하는 표정이 잡혔다.

[아닌데요. 지금 지호 선수가 당황해하고 있어요.]

[보아하니 비주 선수가 다른 선수들을 자기 팀으로 착각하고 뛰어내린 것 같습니다!]

[아! 저런 상황 많죠. 백화점에서 엄마 손 잡았는데 우리 엄마가 아닌 상황!]

머쓱하게 혼자 떨어지는 비주의 장면에 웃음이 나올 때.

본격적으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이들이 곧바로 아이템을 모으기 시작했다.

활이나 총.

칼.

응급 의약품.

생존에 필요한 것들을 부스럭부스럭 챙긴 이들은 준비가 되자, 서로에게 총부리를 돌리기 시작했다.

투타타타타탕-

[말씀드린 순간 트릭스터 부기 선수가 라이키의 희진 선수를 제거했습니다!]

[저 선수 정말 에이스죠. 작년 추석에도 큰 활약을 하지 않았습니까? 후라이팬 학살자였죠!]

[그런 선수가 총까지 들었으니 천하무적이 따로 없습니다!]

타타타타타탕!

피융!

쿠콰가가가강!

문자 그대로 피 튀기는 싸움이 곳곳에서 벌어지면서 해설진이 환호하며 중계를 이어 갔다.

곧 소강상태에 접어드는 싸움.

아이템을 먹을 대로 먹은 이들이 흩어질 때, 화면이 3블랙으로 전환됐다.

[3블랙은 지금 뭐 하고 있나요?]

[아. 셋이 같이 다니고 있네요! 우애가 정말 좋습니다!]

리혁과 중현의 캐릭터가 지호의 캐릭터 뒤를 쫄래쫄래 따라가고 있었다.

-우애 좋은 삼형제 같음ㅋㅋㅋㅋㅋ

-귀여워

-총소리 들리니까 뒤돌아가던 소시민이 떠오른다ㅋㅋㅋㅋㅋㅋ

-우주야ㅠㅠ

우애가 좋다며 감탄할 때.

타타타타타탕!

멀리서 총소리가 들리면서 리혁의 캐릭터가 다른 곳으로 이탈하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야 우애 넘모 좋고..

-우애(없음)

-그치.. 나라도 살아야지

-리혁이 캐릭터 뛰는 게 얍삽해 보이면 착각인가ㅋㅋㅋㅋ

그리고 중현의 캐릭터는 반대로 총소리가 들린 곳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당황해하는 지호.

-꼭 저런 애들 반에 잇음

-???: 야 1반 누구랑 2반 누구 싸움났대!

-싸움구경하러 가냐고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왜 가는 거야???

-중현이 마음은 중현이만 알아

-뉴블랙은 수플레가 제일 잘 알지ㅇㅇ 근데 중현이는 모름

동생은 버려 둔 채 총소리가 들린 곳으로 달려간 중현!

그곳에선 신인 보이그룹 멤버들이 서로에게 총질을 하고 있었다.

맨몸으로 달려드는 중현!

[어! 지금 뭐 하는 거죠?]

[총을 든 사람들에게 달려들고 있습니다, 중현 선수!]

[풀템을 장착한 사람들에게 팬티 차림으로 뛰어들고 있어요!]

두 신인 아이돌이 갑작스러운 불청객에 당황한다.

팬티 차림으로 뛰어든 게르만 전사의 모습에 총소리가 멎을 때.

현장에선 중현이 집중한 얼굴로 키보드를 누르고 있었다.

[무슨 노림수가 있는 걸까요?]

그렇게 달려드는 팬티 전사가 다른 시점으로 전환되어 보여진다.

머리 위에서 반짝거리는 아이디.

[나 죽이면 소고기 사 줌]

아직 소고기 구경을 못한 신인 보이그룹 멤버들의 눈이 반짝였다.

‘고, 고기!’

‘고기다!’

소속이 다른 이들이 같은 마음으로 팬티 전사에게 총부리를 돌렸다.

투타타타타타탕!

그걸 보며 여유롭게 웃는 중현.

키보드를 누르는데.

파바바박!

순식간에 Hp가 깎이면서 중현의 표정이 당황과 다급함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키보드를 손가락으로 연타하는 모습.

[중현 선수! 굉장히 당황하는데요!]

[무슨 반응이죠?]

곧이어 진상을 알아챈 중계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아! 중현 선수! 캐릭터의 피지컬에 당황하고 있습니다! 이게 왜 안 피해지냐는 표정이네요.]

[왜냐하면 자기는 피할 수 있거든요!]

현실과 완벽하게 다른 가상현실에서의 몸놀림!

자기보다 못난 게임 캐릭터의 피지컬에 당황한 중현이 뒤를 돌아 허겁지겁 도망치기 시작했다.

구레나룻에 맺히는 식은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아 개웃겨

-아니 사람이 어케 게임 캐릭터보다 피지컬이 좋냐고ㅋㅋㅋㅋㅋ

-게임이랑 현실이 반대야ㅋㅋㅋㅋ

-의사: 중현군 명심하세요. 게임은 현실이 아닙니다.

-현실과 게임을 구분 못하다니ㅠㅠㅠ 중현이는 현실중독에 걸렸구나

톰과 제리의 한 장면 같았다.

소고기에 눈이 돌아간 신인 보이그룹이 추적을 시작하고, 중현이 허겁지겁 달린다.

갈대밭을 헤치고 달려가는 중현.

그런 그에게 누군가 보인다.

[한 줄기 희망이 보이네요! 저기 리혁 씨가 있거든요!]

[구원해 주는 건가요?]

[리혁 씨도 지금 아이템 빵빵하거든요. 어느새 자기 먹을 아이템은 다 먹었습니다!]

처음에는 중현을 맞이하던 리혁이 뒤에서 쫓아오는 2인조를 바라보고는 마음을 바꿨다.

타타타타타탕!

자기 근처에는 오지 말라는 듯 중현의 발치에 총을 쏘는 리혁!

-ㅋㅋㅋㅋㅋㅋㅋㅋ

-이야 우애 활활 불탄다

-나 이거 좀비영화에서 봣서ㅋㅋㅋ 좀비떼 달고 오니까 문잠그고 안열어 주는 거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배신당한 중현이 방향을 돌려 사라지고, 리혁이 자기만의 은신처로 다시금 숨어든다.

그렇게 다급하게 달리던 중현.

하지만 추격자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소고기의 유혹이 참 달콤하죠!]

[진짜 흥미진진한 추격전이네요.]

마침내 바다가 보이는 해변 낭떠러지.

추격자들이 회심의 미소를 짓는 동안 중현의 얼굴에 표정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뭔가요!]

[중현 선수 웃고 있습니다!]

[설마… 지금까지의 모든 것이 계략이었던 걸까요?]

수플레들이 환호했다.

-곰은 영리하다

-곰은 웃고 있다

-중현코인 떡상!

-자자 아직 탑승안했으면 탑승하라구ㅎㅎㅎ

-믿고 있었다구!!

-다들 모르겠지만 우리 중현이 지능캐라구ㅠㅠㅠㅠ 그냥 몸이 좋아서 가려진 거지

근엄하게 절벽 위에 선 팬티 전사.

총을 든 적들 앞에서 당당하게 결기를 유지하는 모습에 적들도 잠시 당황한다.

하지만 중현이 선택한 것은 전투가 아니었다.

풍덩!

바다를 향해 뛰어든 것이다.

-????

-?

-??

-거기 바다 가면 돌아올데가 없는데??

-안녕히 게세요 여러분 저는 이 세상과 속박과 굴레를 벗어던지고 바다로 떠납니다!!

그래도 처음에는 생각이 있겠지 하고 지켜보던 중계진과 시청자들.

‘바다에 들어가면 안 되는데.’

무한하게 수영을 할 수 있다면 상관없다.

하지만 물속에서 숨을 참아야 하듯이, 게임 속에서도 물속에 있을 수 있는 시간제한이 있었다.

타타타타타탕!

바다에 총을 난사하는 후배 가수들을 피해 중현이 잠수했다.

그리고.

[당황해합니다! 중현 선수!]

[사람이 숨을 이 정도도 못 참냐고 놀라는 것 같네요!]

[하지만 모두가 중현 씨처럼 오래 숨을 참을 수는 없는 거거든요.]

곧이어 물에 둥둥 뜨는 중현의 캐릭터.

해설진과 시청자들이 눈물을 닦으며 웃기 시작했다.

[나 죽이면 소고기 사줌 (익사)]

해설을 맡은 케빈이 말했다.

[아이디부터 복선이 많았네요! 오늘 셀프로 소고기를 드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야. 집에서 고기를 구워 먹겠다는 뜻이었군요?]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나한테 소고기를 사준다..☆

-절벽위에 두 캐릭터 개망연자실해 보임ㅋㅋㅋㅋㅋㅋㅋ

-선배님 저희 소고기는요

그리고 절벽 위에 선 이들이 서로에게 다시 총질을 시작하면서 게임은 원래대로 돌아갔다.

흥미진진한 추격전이 끝난 후.

게임은 점차 중반부에 접어들었다.

[아! 아쉽게 탈락이네요. 하지만 남은 팀원이 많이 있거든요!]

탈락자들과 함께 점차 두각을 보이는 이들이 등장했다.

[블링크의 혜령! 지금 총도 안 썼거든요? 그냥 주먹으로 때려눕혔습니다.]

[진정한 걸크러쉬네요!]

[럭키걸의 루이 선수가 옆에서 흐뭇하게 웃네요! 원조 주먹왕이죠!]

수염 난 미소녀 캐릭터가 덩치 큰 캐릭터를 때려눕혔다.

동시에 나머지 세 캐릭터가 주먹질로 보이그룹 캐릭터를 때리기 시작했다.

킬 로그에 뜨는 주먹 표시.

[정말 강력합니다. 걸그룹 연합회!]

[거의 무법자거든요.]

주먹질을 하며 4인조로 몰려다니는 걸그룹 연합회.

그리고 그와 쌍벽을 이루는 세력은 바로.

[트릭스터도 오늘 폼이 미쳤거든요! 저 거리에서 헤드샷이 나오네요!]

[TJ에서 게임도 교육을 시키나요?]

트릭스터와 걸그룹 연합회가 예선 1조를 쓸어버리는 가운데, 서서히 자기장이 좁아지기 시작했다.

[네! 자기장이 좁아지네요.]

플레이어들을 한 곳으로 몰아넣기 위해 게임사에서 만든 시스템.

일정 시간이 지날 때마다 자기장이 좁아지고, 그 밖에 있는 이들이 데미지를 입는 시스템이었다.

그 때문에 캐릭터들이 서로 마주치기 시작했다.

타타타타타탕!

쿠과가강!

투둥! 퉁퉁퉁!

치열한 싸움.

한 차례 전투가 끝난 후 화면이 뉴블랙으로 전환됐다.

여전히 은신처에 숨어 있는 리혁.

주변을 뛰어다니며 파밍을 열심히 하고 있는 지호.

[다시 중현 선수가 탈락해 버린 뉴블랙 팀입니다! 지호 씨가 눈물 나게 활약하는 중이네요.]

[사실상 4블랙 클랜의 가장이거든요.]

[큰 웃음은 주고 있지만 생각 외로 부진한 플레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방송 분량과 성적을 교환하네요!]

사실상 혼자 플레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지호.

뉴블랙의 막내가 눈물겨운 표정으로 마우스와 키보드를 누르며 게임에 임하고 있었다.

하지만 혼자 있는 자를 노리는 약탈자들이 있는 건 당연한 법.

신인 걸그룹 라이키의 멤버가 지호를 발견하고는 뒤에서 습격을 하기 시작했다.

[어어! 지호 선수! 지금 등 뒤가 위험합니다!]

[등 뒤가…!]

뒤늦게 소리를 듣고 등을 돌린 지호가 놀라서 당황할 때였다.

피융!

어디선가 바람 빠지는 저격총 소리와 함께 헤드샷을 맞은 적이 쓰러졌다.

시청자들과 해설진이 놀랄 때.

멀찍이서 길리 슈트를 입은 채 저격총을 들고 있는 비주의 모습이 잡혔다.

[선우주478! 비주 선수였네요!]

[길을 헤매더니 아주 아이템을 도배하고 나타났습니다!]

[무협지에서도 보면 꼭 길을 헤매다가 기연을 얻거든요!]

시청자들이 ‘비주가?’ 하면서 놀라고, 당사자도 수줍게 미소를 지을 때.

뉴블랙 막내의 표정이 밝아졌다.

[지호 선수 표정이 밝아졌습니다!]

[드디어 1인분을 하는 선수가 팀에 나타났거든요!]

[어떻게 알고 온 걸까요?]

[길을 헤매다가 마주친 것 같습니다! 이게 이렇게 또 연결이 되네요!]

지호가 씩 웃고, 비주도 나긋하게 웃을 때였다.

지이이잉-

누워서 저격총을 쏘고 있던 비주의 위로 파란 장막이 지나갔다.

길을 헤매다가 여기저기서 체력을 깎아먹어서 그런 걸까.

자기장이 지나가자마자 먼지로 소멸되는 비주.

[어?]

[비주 선수 죽었는데요?]

아련하게 먼지가 되어 사라지는 비주의 모습과 그걸 바라보는 지호 캐릭터의 뒷모습.

채팅창에 있던 시청자들이 복근이 떨릴 만큼 웃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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