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823화
한참 동안 터져 나온 웃음이 잦아든 후.
"야. 야. 그걸 왜 벽에 붙여."
"뭐, 기획 회의를 할 때 막 벽에다 PPT 띄우고 그러잖아요. 그거랑 비슷한 이치죠."
"아. 진짜."
막내가 그린 요괴 그림이 작업실 벽에 붙었다.
꽃이 달린 요괴가 영양제를 먹으며 사람들을 괴롭히는 그림에 한숨이 나올 뿐이었다.
"저게 나라고?"
"보면 몰라요? 정말 특징을 잘 캐치했는데."
괘씸한 말을 하는 피라루쿠를 지나 비주에게 시선을 돌렸다.
"비주야. 저게 나랑 닮았어?"
"음……."
닮았구나.
시선을 회피하며 사르르 웃던 우리 영애님이 사과를 깎기 시작했다.
그동안 리혁이가 펜을 들었다.
Villains
영어로 악당을 의미하는 단어가 Pirarucu New Roman 서체로 그림 아래 적혔다.
리혁이가 얄미운 미소를 지으며 펜 뚜껑을 닫았다.
"일단 컨셉은 확정이네요."
"그렇지."
그림이 마음에 안 들었지만, 아이디어 하나는 정말 기똥찼다.
이번 곡의 주제는 불면증.
정확히 말하자면 불면증을 겪던 과거의 우리에게 '걱정 따위 부숴 버리고 잠이나 자자' 하는 노래였다.
"그런 면에서 꽤 어울리는 컨셉이라고 생각해요."
리혁이가 말했다.
"걱정거리에서 자유롭고, 어찌 보면 규칙이나 시선에 얽매이지 않는 인간상이 바로 저런 만화 속 악당들이니까."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만화 속에서 주인공들이 고뇌하는 장면은 봤어도 악당들이 고뇌하는 장면은 별로 못 본 거 같다.
"마음에 든다. 곡이랑 잘 어울리네."
"으흠."
지호가 눈썹을 치켜뜨며 '나 좀 대단하지?' 하는 표정으로 으스대기 시작했다.
칭찬의 의미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말했다.
"컨셉이 이번 곡 이미지랑 잘 맞는 거 같아. 보통 곡마다 이미지라는 게 있잖아."
"이미지요?"
"응. 나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곡을 들으면 이미지 같은 게 떠오르지 않아?"
"불꽃놀이 들을 때 불꽃놀이 떠올리는 그런 거요?"
중현이의 말에 내가 뺨을 긁적였다.
"그거랑 약간 달라. 곡마다 캐릭터가 있다고 해야 되나. 나라별로 떠오르는 이미지처럼 말이야."
미국 하면 떠오르는 카우보이라든가. 중국 하면 떠오르는 팬더라든가.
그런 이야기를 하니 동생들이 '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타이틀곡도 나한테 그런 이미지들이 있거든. 낙화를 들으면 우물가에 앉아 꽃나무를 올려다보는 미인이 떠오르고, 마스커레이드를 들으면 오페라의 유령처럼 가면을 든 신사가 떠오르는 식으로."
하지만 이번에 새로 만든 'Insomnia'는 그런 이미지가 잘 안 떠오르고 있었는데.
막내가 해 준 말을 들으니 이제 뭔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번 곡은 자유롭게 도시를 누비는 악당이 떠오르네. 지호 네가 얘기 진짜 잘해 준 거 같아."
안 그래도 의기양양하던 지호의 어깨가 히말라야처럼 솟기 시작했다.
다른 졸개들이 은근히 부러워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리고 이제 곡을 어떻게 수정해야 할지도 알 것 같아."
"어떻게 하게요?"
"조금 더 자유로운 방향으로 가려고. 이번 곡은 무대에서 자유로움을 강조하는 느낌으로 가 볼까 해."
이제야 곡의 수정 방향이 명확히 보였다.
기존에 뭔가 꽉 차 있다는 느낌을 주었던 Insomnia.
자유분방함이 매력인 곡에 이것저것 빼곡히 채워 넣고 있으니 안 어울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필요 없는 것들은 싹둑 잘라 내서 자유로운 매력을 살리려는 계획이다.
"우주 형 뭔가 또 중얼중얼하는데."
"내비둬요. 형. 저러다 우리한테 화살 돌아오면 피곤하니까."
집중해서 그런지 동생들의 말이 한 귀로 들어와 다른 귀로 스르륵 흘러내린다.
바로 노트북으로 작곡 프로그램을 켰다.
"형."
"응?"
마우스를 딸깍이는 동안 비주가 내 입에 사과를 물려주며 물었다.
"그럼 곡 제목은 어떻게 할까요?"
"음……."
그러고 보니 그 부분은 잘 안 떠오르네.
중현이가 물었다.
"깔끔하게 Villains?"
"근데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가 컨셉이 빌런이긴 한데 진짜 그런 빌런은 아니잖아요."
리혁이가 의견을 냈다.
"오히려 장난꾸러기 쪽에 가깝지 않아요? 로켓단이 되자는 거지, 조커가 되자는 건 아니잖아요. 빌런은 좀 더 범죄나 사회악에 가까운 느낌이라."
"그렇긴 하네."
"리혁이 형 말대로 빌런이 좀 어감이 세긴 해요."
작업을 하고 있는 내 귓가로 동생들이 제시하는 단어들이 흘러들어 왔다.
악당. 악역. Fire. 불길. 악몽. 우주형바보. 괴이. 푸른 밤. 저는레인알콜.
온갖 속삭임과 단어들이 들려오는 가운데.
"음……."
앞부분부터 곡을 빠르게 수정하면서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곡과 어울리는 제목이라….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처럼 잠을 자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악당들의 모습이 머릿속으로 그려진다.
-잠 좀 자고 싶다!
그래서 직접 행동에 나서게 되는데…….
대개 악당들은 사회적으로 하면 안 되는 일을 하는 인물들 아니겠는가.
그런데 잠이라는 것은 보통 바람직하게 여겨지는 일이다.
그렇다면.
"잠을 안 자는 게 정상적으로 여겨지는 곳이 있다면 어때? 잠을 안 자는 게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게 여겨진다면."
"그거 완전 디스토피아 아니에요?"
"나인 떠오르네. 우리 나인 뮤비가 그런 거잖아."
디스토피아라는 키워드를 들으니 Nine이 떠오른다.
네온사인이 가득하고, 까마득한 빌딩과 매연이 가득한 사이버 펑크 도시 속에서 도망치던 소년들.
마침 나온 Nine 이야기에 중현이가 아이디어를 냈다.
"나인이랑 연작으로 나와도 되겠네요. 뮤비 컨셉을 그런 식으로 잡아 달라고 부탁을 해서."
척 하면 척이었다.
아이디어가 또 다른 아이디어로 연결이 되면서 동생들과 토론에 열을 올릴 때.
우리 영화광이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그, 그러면 그런 건 어때여? Nine 뮤비 배경이 항상 어둡잖아여? 프리퀄처럼 해서 Nine의 도시가 왜 어둠에 잠겨 있는지 이야기를 넣는 거예여. 항상 밝기만 했던 하늘을 그 악당들이 어둡게 만드는 거져."
슬슬 곡의 스토리가 완성되는 기분이 든다.
영원히 밝은 하늘.
번영하는 도시.
그리고.
잠을 자기 위해 그런 하늘을 어둡게 물들이려는 악당들.
그러면서 내 머릿속에 좋은 키워드가 떠올랐다.
"리혁아. 그거 뭐라고 부르더라? 우리 외국에 나갔을 때 밤에도 낮처럼 밝은 현상 있잖아."
"백야요?"
"곡 제목으로 백야 어때?"
"오?"
만장일치로 좋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리하여.
뉴블랙 - 백야 (Midnight Sun)
…라는 곡 제목이 완성되었다.
이제부터는 일사천리였다.
빠르게 수정된 곡을 동생들에게 들려주고, 수정해서 들려주고, 또 수정해서 들려주고.
그러면 되는데…….
"……."
작업을 이어 가다가 노트북을 조용히 덮었다.
그러자 동생들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왜, 왜 작업을 하다 마는 거예요?"
"형 괜찮아요?"
"곡 작업 안 해요? 건강 때문에 그러는 거예요?"
건강을 챙기려는 거냐는 리혁이의 물음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건강 때문이야."
"……."
"그런데 네가 생각하는 그런 이유는 아니야."
"……?"
동생들에게 그 이유를 설명했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영양도 충분히 섭취하고… 명상까지 해서 마음의 번뇌를 비웠는데……."
"비웠는데?"
"번뇌를 비우니까 창작이 안 된다……."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는 내 모습에 동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나는 웃을 기분이 아니었다.
"명상이 꼭 좋은 게 아니더라고……."
"흐하하하!"
"건강도 과하지 않게 적당히 챙겨야겠어."
작곡을 비롯한 창작력의 기본은 잡생각.
그런 잡생각이 명상으로 휩쓸려 나가니 곡을 만질 때도 머릿속이 텅 비어 있는 느낌이었다.
바다에 휘몰아치는 파도처럼 격렬하게 창작력이 끓어올라야 하는데.
고요하고 잔잔한 호수에서는 물결이 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을 뿐이었다.
"좋은 생각이에요. 형."
비주가 세상 행복한 얼굴로 말했다.
"뭐든 적당한 게 제일 좋은 거 같아요. 사실 형이 아침부터 그러는 거 보고 좀 걱정했어요."
"그랬어?"
"네, 밥 먹을 때도 '작곡에 좋은 음식' 막 알아보고. 쉴 때도 '작곡에 좋은 스트레칭!' 하면서 쉬고. 걸을 때도 '작곡에 좋은 걸음걸이' 검색하면서 걷고."
비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른 동생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웃는 동안.
"음?"
중현이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왜 그래. 중현아?"
"방금 전까지 뭔가 할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곡 이야기 나오면서 까먹은 거 같아서요."
"그런가…?"
동생들과 함께 허공을 올려다보았다.
"우리가 원래 뭘 하려고 했지?"
"그러게요."
안타깝게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 * *
뉴블랙 멤버들이 자신들이 출연한 예능 모니터링을 하려고 했다는 사실을 잊고 있을 때.
같은 시각.
전국의 수플레와 짭플레들은 움직이고 있었다.
'드디어!'
근엄한 얼굴로 리모컨을 손에 쥔 이들.
틱.
17번을 틀자 채널명으로 IBC라고 적힌 종합편성채널이 흘러나왔다.
막 금토 드라마가 끝났는지 방송국에서 다음 프로그램을 알렸다.
-곧이어 <여보, 낚시 좀 다녀올게>가 방영됩니다.
연예인 낚시꾼들이 어푸푸 하며 물고기에게 싸대기를 맞는 자료화면과 함께 광고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광고 숫자 봐ㅋㅋㅋㅋㅋㅋㅋ 미친
-기업들 칼갈았네
-와 오늘 광고 보는데 시간 다 쓰겠다ㅋㅋㅋ
-나 같아도 뉴블랙 나온다고 하면 광고 오지게 넣을 거같긴해
-여보낚시 애청자인데 지금 광고 평소 2배임
뉴블랙이 출연한다는 소식에 기업들이 마구 광고를 넣고 있었다.
뉴블랙을 광고 모델로 두고 있는 이동통신사를 시작으로 이어지는 온갖 광고들.
-뉴블랙, 오랜만의 예능 출연 기지개.. "여보 낚시에서 무엇을 보여 줄까?"
-'그래미 후보' 뉴블랙, 이번엔 태국 다녀왔다
-[오늘 밤에 뭘 볼까] '여보 낚시'.. 뉴블랙 편 앞두고 낚시 클립 선공개 "조회수 폭발"
작년 봄 방탈출 예능에 나온 이후로 간만에 TV 예능에 등장한 뉴블랙이었다.
그 때문에 전국에 있는 예능 매니아들의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ㄷㄱㄷㄱ
-오늘은 또 뭔일이 벌어질까ㅋㅋㅋㅋㅋ
-태국 스포 보니까 돛새치 낚은 거 같던데
-아 스포하지 마 ㅡㅡ
-스포할게 뭐 있나?? 이미 태국에서 뭐 할때마다 소식 오지게 돌았는데
실시간 댓글창에 모인 사람들.
-오늘 뉴블랙 예능 나오나 보네요
-[여보낚시] 불판입니다! 이리로 오세요~~
-요새 다 관찰프로 아니면 연옌들 친목이라 안 보고 있었는데 이건 재미있으려나요;
-우리 블랙이들 보네요ㅎㅎㅎ
인터넷 게시판 곳곳에서 기대감을 품는 사람들까지.
그야말로 인터넷 여기저기서 검증된 웃음 제조기들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으음?"
평상시 여보 낚시를 애청하던 중년 남성들이 눈을 깜빡거렸다.
"아빵~"
방에서 뭘 하는지 잘 나오지도 않던 딸내미와 아들내미가 은근슬쩍 소파 한 자리를 차지하고.
맨날 TV로 낚시를 왜 보냐고 타박하던 부인도 앉아서 귤을 까 먹고 있었다.
'뭐지.'
중년 남성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걸 보게?"
"응."
"왜…?"
"오늘 뉴블랙 나와."
"아……."
그러고 보니 지난주 마지막에 나온 예고편에서 뉴블랙을 본 기억이 있었다.
"아. 우주랑 중현이 나오는구나."
"응응."
귤을 까며 고개를 끄덕이는 딸들.
중년 남성이 깨달음을 얻은 표정으로 TV 화면을 바라보았다.
'어쩐지.'
왜 평소에 혼자 보던 낚시 예능에 예상치 못한 구경꾼들이 끼나 했다.
조금 얼떨떨하긴 했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경우가 어찌 됐든 내가 좋아하는 취미에 가족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었으니까.
소파 양옆에서 촙 붙은 가족들의 온기와 숨결을 느끼며 중년 남성들이 허허헛 웃을 때.
"시작한다, 시작한다!"
자식들이 호들갑을 떠는 모습에 아버지들이 웃었다.
평소 혼자 키득거리며 보던 예능에 구경꾼들이 끼니 이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전체 연령가 알림과 함께 암전된 화면이 밝아 오른다.
[지금까지 이런 낚시는 없었다!]
["느아아아아아!"]
[버라이어티 액션 낚시!]
태국에서 울분의 비명을 지르는 우주와 눈가에 묻은 물을 닦는 중현이의 모습.
["중현이 우니?"]
["눈에 바닷물이 들어갔어요."]
[하지만 좌절은 없다!]
낚시를 하면서 고군분투하는 낚시꾼들의 모습이 지나가면서 '태국 특집 기대해' 하는 예고를 하고.
곧이어 화면이 김포공항으로 바뀌었다.
[김포 비즈니스 항공 센터]
평소 보던 공항과는 조금 다른 건물이 보였다.
"저기도 공항인가?"
"뉴블랙이 전세기 타는 데래, 아빠. 전세기랑 전용기는 저기에서 타고 간다던데."
"대단하네…."
톱스타의 위엄에 거리감을 살짝 느낄 때.
오프닝이 시작되면서 여보 낚시의 고정 출연진이 자기들끼리 근황 토크를 하기 시작했다.
해외 낚시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들뜬 이들.
'저 마음 알지.'
그냥 낚시만 가도 신이 나는데 해외 관광 낚시다?
그야말로 천국이었다.
그런 마음을 대변하듯 TV 화면 속에서 껄껄 웃던 낚시꾼들이 게스트를 반겼다.
[저희 여보 낚시의 첫 번째 해외 출조를 가능하게 만들어 주신 위인들이십니다!]
[그것도 모자라 비행기까지 태워 주신다는 우리의 구세주!]
[뉴블랙! 뉴블랙!]
제작진까지 현수막을 펄럭이면서 뉴블랙을 반기는 장면이 흘러나왔다.
롱 패딩을 입은 뉴블랙이 멋쩍은 미소를 짓고 나타나 출연진과 반갑게 인사하며 토크를 주고받았다.
괴산의 괴인이었다는 중현의 아버지와 동창이었다는 예능인 강만호의 이야기.
낚시 경험이 얼마나 되냐는 낚시꾼들의 질문에 대한 뉴블랙의 대답.
오프닝 특유의 만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예능인 강만호가 물었다.
[그래서 우주랑 중현이는 이번에 왜 나오게 된 거니?]
낚시에 대해 관심이 많다, 프로그램을 평소에 재미있게 봤다 하는 의례적인 답변이 기대될 때.
중현이 입을 열었다.
[저희는 이 프로그램의 주 시청자인 중년 남성 분들의 마음을 훔치기 위해 나왔습니다.]
[그렇습니다.]
뻔뻔하게 옆에서 긍정하는 우주.
시청자들과 고정 출연진들이 웃음을 터뜨리는 가운데 우주가 설명했다.
[저희가 TV나 미튜브로 정말 다양한 세대의 대중들과 만나고 있지만, 아버님 세대와는 만나기가 힘들거든요.]
[아, 그건 그렇지.]
[그래서 이번 프로그램에서 저희의 매력을 보여 드리려고 합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대체 왜 아이돌이 중년 남성의 관심을 받으려 하냐는 말이 나왔겠지만, 뉴블랙이니 모두가 납득했다.
-욕망의 결정체ㅋㅋㅋㅋㅋㅋ
-독하게 살자,, 국민 아이돌인데 중년 남자들의 관심까지 받겠다는 뉴블랙처럼,,
-근데 묘하게 설득력이 있어ㅋㅋㅋㅋ
-우리집 고양이같음ㅋㅋㅋ 가족들한텐 이미 예쁨받으니까 이제 할아버지한테까지 예쁨받으려는
그러는 동안 우주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저희에 대해 오해가 많은데… 그간 오해를 풀 기회들도 없었거든요.]
[오해요?]
[네. 저희가 길을 걷다 보면 정말 많은 분들과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아버님들도 정말 많아요.]
중현이 옆에서 고개를 끄덕여 주고 우주가 이야기를 전한다.
[격려도 많이 듣지만 약간의 원망(?)도 듣게 되거든요. 예를 들어서 왜 새벽에 라이브 방송을 켜느냐. 우리 애가 어제 라이브를 보느라고 새벽까지 잠을 안 잤다.]
[맞아요. 농담으로 그런 이야기들을 하세요.]
TV를 바라보던 아버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맨날 뭐 새벽에 하던데.'
화장실을 가다 보면 자녀들 방에서 '꺄하핫' 하는 뉴블랙 웃음소리를 들었던 아버지들이었다.
[아! 뉴블랙의 해명 타임인가요?]
[그렇습니다.]
제작진이 싸구려 테이블을 깔아주고, 웃음을 터뜨리던 뉴블랙이 자리를 잡았다.
흡사 기자회견장 같은 분위기.
[우선 새벽 와이앱 같은 경우는 저희의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사과해!' '사과해!' 하는 예능 출연진들의 말에 고개를 꾸벅 숙이며 사과하는 두 청년.
우주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저희 입장에서도 변명을 하자면… 해외에서 콘서트가 끝나고 Y앱을 켜야 할 때가 있거든요. 수플레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소감을 전하고 싶을 때도 있고.]
중현이 말을 이었다.
[다음 날 영상으로 정리해서 올려도 되지만… 새벽에 라이브로 보는 LPGA 챔피언십 경기와 다음 날 재방으로 보는 거랑은 느낌이 다르잖아요.]
"음……."
중년 남성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긴 하네.'
그러면서 하나씩 해명 타임을 가져가는 국민 아이돌의 모습에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또 해명하고 싶은 게 있나요!]
[음… 아. 하나 더 있네요.]
억울한 기억이 떠올랐는지 우주가 아 하고 말했다.
[가끔 길을 걷다 보면 아버님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듣습니다. 뉴블랙을 덕질하느라 아들과 딸이 공부를 안 한다.]
[아! 그런 말 나올 수 있지.]
[네, 그런 말씀을 정말 자주 들어요.]
아이돌 팬을 자녀로 둔 부모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생각.
과연 저기에 어떤 의견을 밝힐지.
흥미롭게 바라보는 전국의 아버지들에게 국민 아이돌의 리더가 다시 한번 이야기를 했다.
[뉴블랙 때문에 공부를 안 한다.]
카메라를 응시한 우주가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과연 저희가 없어진다고 아드님과 따님이 공부를 할까요…?]
전국의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