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826화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분주해지는 인천 공항!
한국에 입국하는 각국 국가대표 선수들과 관광객들의 숫자가 폭증하는 가운데.
영국 대표팀과 마찬가지로 그들의 소감 역시 비슷했다.
"저거……."
공항을 가득 메우고 있는 광고판.
그곳에서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는 아이돌의 모습에 관광객들이 눈을 깜빡거렸다.
"저거 걔네들 맞지? 내가 잘못 봤나. 분명히 평창 댄스에서 본 거 같은데."
"맞을걸…?"
"미국인들 아니었어? 미국 보이밴드라고 그러던데."
뉴블랙은 몰라도 1억 뷰를 돌파한 평창 댄스 영상에 대해선 잘 알고 있는 외국인들이었다.
그냥 유명한 연예인인가 보다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막상 한국에 와 보니 그냥 유명한 정도가 아니었다.
'뭔 광고가 이렇게 많아…?'
얼떨떨한 얼굴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본국에서부터 따라온 가이드가 해설을 해 주었다.
"저기 보이는 뉴블랙은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타라고 합니다. 그들의 이름을 딴 바베큐 요리가 불티나게 팔리고, 그들의 스티커가 담긴 빵을 먹기 위해 편의점에 줄을 선다네요."
"우와아아……."
"심지어 그들의 이름을 딴 거리까지 관광 명소라고 하네요. 그러니 한국인들 앞에선 뉴블랙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아랍권의 금기를 말해 주듯이 으스스하게 말하는 가이드의 모습에 관광객들이 침을 꿀꺽였다.
'얼마나 인기가 있길래…….'
이윽고 버스에 탑승하는 관광객들.
인천공항을 벗어난 버스가 강원도로 향하면서 관광객들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어? 저거 아까 그 뉴블랙 아니야?"
"맞는데?"
거대한 빌딩 전광판에서 뉴블랙의 메인보컬이 파운데이션 화장품을 들고 있는 화보가 흘러나오고.
"한국 휴게소에서는 뭐가 맛있는… 어? 저거 뉴블랙 맞지?"
"마, 맞는 것 같은데?"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뉴블랙이 먹은 음식이라며 메인댄서와 래퍼가 회오리 감자를 들고 있는 사진이 붙어 있었다.
그 아래 붙은 또 다른 사진.
[뉴블랙 비주 님의 시식평]
맛 : ☆☆☆☆☆
(※ 맛을 춤으로 표현해 주셨습니다.)
발레리노처럼 제자리에서 빠르게 회전을 하며 회오리 감자를 표현한 누군가의 사진.
사진인데도 역동적인 춤이 느껴졌다.
'대체 얼마나 인기가 있는 거지…?'
감탄을 하던 관광객들이 휴게소 화장실에 들어갔을 때였다.
이번에는 벽에 붙은 5인조의 사진이 그들을 맞이했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따스한 공공문화, 우리 모두 함께 만들어 갑시다.]
"……."
"……."
이쯤 되니 뉴블랙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던 관광객들과 국가대표팀의 뇌리에도 그들의 얼굴이 선명히 남을 정도였다.
고향에 돌아가면 친구한테 꼭 이야기해 줘야지.
-한국에서 뭐가 제일 기억에 남았어?
-뉴블랙.
-뉴블랙?
-뉴블랙이 존나게 많던데….
다른 건 몰라도 이건 기억에 남겠다 싶은 느낌.
그랬기에, 평창에 도착한 관광객들과 국가대표팀들에게 한국 취재진들의 이런 질문이 날아들었을 때.
[Q. 한국에 대한 첫 인상은?]
누군가 남긴 답이 모두의 심경을 대변했다.
[A. 쏘 매니 뉴블랙.]
* * *
외국인들이 남긴 감상평은 곧바로 한국 온라인에도 퍼지기 시작했다.
[???: 여기가 뉴블랙의 나라입니까?]
(흥분한 얼굴로 인터뷰하는 영국의 크로스컨트리 선수.jpg)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성공한 수플레
-표정 ㄱㅇㄱ
-뉴블랙이 이거 보고 영상편지 같은 거 보내 줬으면 좋겠다ㅋㅋㅋㄱㅋㅋ
-낯선 영국인에게서 한국인의 표정이 보인다..
-언니 귀여워요
-언니 아님ㅋㅋㅋ 리혁이랑 나이 동갑이야
-그래도 나한텐 언닌데
-그렇구만~ ㅎㅎ 이모 말투 안 이상하지..?? 잘 녹아들고 있지???
영국의 선수를 비롯해 스스로를 수플레로 칭하는 선수들의 발언이 아이돌 팬들에게 조명이 되고.
일반 관광객이 남긴 '쏘 매니 뉴블랙'이란 키워드가 SNS와 커뮤니티에서 핫하게 다뤄지기 시작했다.
왠지 모르게 '이 나라 사람들은 아이돌에 환장하더라' 같은 느낌이라 괜히 발끈하는 한국인들.
@djamm
쏘 매니 뉴블랙이란 말.. 한국에 대한 편견이 담긴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집 냉장고엔 뉴불백이 있죠
@Auri_Joomuluck
(흑염소를 탄 중현 스티커.jpg)
쏘 매니 뉴블랙에 반박하려는 순간 핸드폰 케이스에 붙은 뉴블랙 스티커와 눈 딱 마주침ㅋㅋㅋㅋ
@Mumu_holic
(박규호 대표의 사진.jpg)
한국인이 뉴블랙에 진심인 건 아닙니다. 하지만 여기 뉴블랙네 대표를 덕질하는 사람은 있죠.
#취향 존중 부탁드립니다
#머머리 남캐는 진리
한국에서 뉴블랙이 너무 많이 보인다는 말을 부정하려 했던 한국인들이 저마다 증언을 하는 중이었다.
그러면서 해당 주제에 대한 토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실생활에서 뉴블랙이랑 전혀 접점이 없는 분 계신가요?]
저는 진짜 없다고 생각했는데 하나씩 다 있네요..
신기해서 글 올려봅니다ㅎㅎ
빙고 맞추기처럼 누군가 깔끔하게 도표로 정리한 짤도 금세 올라왔다.
리스트에서 하나도 해당이 안 되어야 뉴블랙과 접점이 하나도 없는 거라는데, 최소 서너 개씩은 걸리는 한국인들이었다.
-진짜 뭘 한 게 많네요.. 광고.. 캠페인..
-산에서 자연인처럼 사는ㄱ ㅔ아닌 이상은 불가능ㅋㅋㅋㅋㅋㅋ
-1번에서 다들 광탈 아닌가요? 한국음악 듣는 사람 접어
-팝송만 듣는데 이번에 메트로 듣고 있습니다ㅋㅋㅋㅋㅋ 젠장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음악을 안 듣고+도시에 살아선 안 되고+핸드폰을 사용하면 안 되는 거네요
-외국인 입장에선 이상할 만도 합니다ㅋㅋㅋㅋ 미국인들이 헤일리 블루 이름 본뜬 블루케이크를 먹겠다고 고속도로를 마비시키고 그걸 또 마트에서 판다고 생각해 봐요ㅋㅋㅋㅋ
-이상하긴 하네
-솔직히 외국인들도 뉴불백 먹어 봐야 해요.. 우리가 이상한 게 아니라니까
일상생활에서도 그런 대화들이 오갔다.
"외국인들이 한국엔 뉴블랙이 이렇게 많냐는데?"
"뭔 소리래요. 뭐 얼마나 많이 보인… 어? 저기 광고판에 붙은 거 뉴블랙이었네요?"
"어?"
"어… 그러네?"
구내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든 채 엘리베이터에 타거나, 탕비실에서 커피를 타는 회사원들 사이에서 오가는 대화들.
-과연 뉴블랙이 그 정도로 일상생활에 영향이 큰가?
솔직히 뉴블랙의 나라라고 할 만큼 뉴블랙이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팬들이 아니고서야 하루 종일 뉴블랙 생각만 하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하지만 대중적인 인지도의 차원에 있어서는 대다수 한국인들의 마음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 뉴블랙이었다.
"인터넷에 올라온 테스트인데, 이거 한 번 해 보래요. 뉴블랙 나이순으로 이름 말하기."
"우주 비주 중현이 리혁이 지호."
"……되네요?"
"이거 안 되는 사람이 있나?"
이웃집 5형제 아이들의 신상 명세를 알듯이 뉴블랙에 대해 빠삭하게 꿰고 있는 한국인들.
이내 한국인들이 결론에 이르렀다.
'몰라. 그냥 뉴블랙의 나라 할래.'
반박을 하려고 할 때마다 말이 뭔가 궁색해져서 포기해 버리는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뉴블랙의 인지도와 영향력에 대한 대화가 일상 속에서 흘러나오고 있을 때.
코앞으로 다가온 올림픽 분위기 속에서 모두가 궁금해하던 소식도 떴다.
-동계 올림픽 폐막식 장식할 가수들.. '뉴블랙, TNT, 데일라잇' 확정
올림픽의 마무리를 장식할 퍼포머들에 대한 소식이었다.
기사를 읽은 대중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을 톡톡 두드렸다.
-이건 인정이지
-뉴블랙 나올거 같긴 했음ㅊㅋㅊㅋ
-응원합니다^^
-응원해요
-뉴블랙 정도면 개막식에 나와도 될 것 같은데.. 뭐 아무튼 좋다ㅎㅎㅎ
-K팝 대표 아이돌들만 모였네요ㅎㅎ 보기 좋습니다
보통 아이돌이 나온다고 하면 '또?' 하며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은데.
워낙 대중적으로 지명도 높은 아이돌 3팀의 라인업이 올라오면서 긍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뉴블랙 이전에 대중들에게 '보이그룹 아세요?' 라고 하면 나오는 이름이 바로 TNT였고.
그보다 더 이전에 국민 걸그룹으로 활동했던 2세대 아이돌이 바로 데일라잇이었다.
하지만 그런 긍정적인 것은 대중들의 반응일 뿐.
'아이고. 인터넷 활활 타네.'
아이돌 팬들의 반응은 그렇지 못했다.
포털 뉴스 댓글창에 달린 댓글 캡처 하나가 그들을 자극했기 때문이었다.
-K팝 대표 아이돌들만 모였네요ㅎㅎ 보기 좋습니다
머글이 악의 없이 남긴 댓글.
그곳에 담긴 'K팝 대표 아이돌'이란 키워드에 꽂힌 보이그룹 팬들이 열이 확 올랐기 때문이었다.
-언제 적 텐티ㅋㅋㅋㅋㅋㅋㅋ
-텐티 활동 안 한지 1년 넘어가지 않았음??? 사실상 해체수순인데 뭘 불러
-태준이한테 돈 얼마 먹었누
-지금 활동도 안 하는 그룹을 왜 부르는 거임? 왜? 아니 진짜 이유가 궁금해서 그래
-보이그룹 한 팀을 부를거면 스보나 틴스 아님?
-데일라잇이야 뭐 아직도 앨범 내니까 그렇다 쳐.. 근데 텐티는 장한별이랑 석지훈 런하고 활중인데
-(정상 영업한다는 현수막이 붙은 폐허.jpg) TNT: 정상영업합니다ㅎㅎ
-멀쩡히 활동 잘하는 스보랑 틴스 놔두고 왜 텐티??
-텐티가 지금 대표 아이돌이라고 칭하기엔 무리가 있지
-춤 다 까먹었을듯ㅋ
TNT가 완전체로 공연을 한다는 말에 들떴던 TNT의 팬들이 방어를 나서고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개인 활동으로 팬덤이 분산되면서 완전체 화력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TNT가 K팝 대표 아이돌이 맞냐'를 시작으로 '각 세대별 탑은 누구냐' 등등. TNT 선정 이유를 조사해 달라는 국민청원까지 올라오면서 그야말로 오만 곳에서 공격이 들어오고 있었다.
'우리가 골랐냐고!'
TNT의 팬덤이 환장하는 기분을 느끼며 방어할 때.
수플레들도 그런 동향을 예의주시했다.
'혹시 우리한테도…….'
팬덤 싸움에서 불똥이 튀면 어쩌나 하고 두근두근 하고 있었다.
'한 번 몸을 풀 때가 됐지.'
'제발 건드려 줘.'
하지만 수플레 쪽으로 날아오는 파편은 없었다.
마치 레슬링을 구경하는 기분이었다.
자기들끼리 개싸움을 펼치면서 이쪽으로 다가오는 모습에 기대를 할 때면…….
'음?'
휙- 하고 자기들끼리 왈츠를 추면서 수플레들이 있는 쪽과 힘껏 멀어지기 시작했다.
눈을 마주치려고 해도 필사적으로 피하는 느낌.
명분과 승산이 없다고 생각한 다른 아이돌 팬들이 전략적으로 TNT만 집중공격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에이. 심심하게.'
간만에 푸닥거리하겠다면서 들떴던 수플레들이 시무룩한 기분을 느낄 때.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 온갖 싸움이 펼쳐지는 동안, 개회식에 대한 소식도 떴다.
-미리보는 평창 올림픽 개회식.. 드론부터 선명주까지
다양한 첨단기술이 전통문화와 조화를 이룰 것이라는 말과 함께 선명주의 음악이 나올 거라는 소식이 나왔다.
얼마 전에 역대급 공연으로 전 국민에게 화제가 된 재즈 피아니스트.
세계적인 자랑거리라고 할 수 있는 그의 음악이 올림픽 개회식에 나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개막식에 선명주 음악 나온다는데."
"아, 진짜?"
"음악 뭐 나오지? 그거 나오는 거 아니야? 우리 세대에게 질문 던진다 어쩌고 그거 있잖아."
대다수의 사람들이 예상하는 곡은 바로 Question이었다.
20년 후의 대한민국이 어떠냐는 질문과 함께 공연했던 그 곡.
상징성도 있고 예술성도 뛰어났다.
거기에 아직도 차트 최상위권에 위치할 만큼 대중성도 있는 곡.
'Question 나오겠네.'
그리고 질문이 있으면 당연히 응답이 있는 법.
모두의 생각이 자연스럽게 Answer라는 곡으로 이어졌다.
"그럼 우주 나오나?"
"우주 나올 거 같지 않아?"
"왠지 아버지랑 짜잔 해서 나올 것 같은데……."
상상만 해도 감동 폭발일 것 같은 장면이었다.
'그림 괜찮은데?'
아버지는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쳤던 음악가.
아들은 세계적인 K팝 스타.
최근에 언론에서 '국민 부자'라는 호칭까지 붙었던 이들인 만큼, 왠지 모르게 나올 법한 장면이었다.
그랬기에 사람들의 시선이 레몬 엔터로 향했다.
-레몬아. 레몬아. 우주가 개회식에 나오느냐?
그리고 돌아오는 대답.
-아… 아닌데?
평소에는 빠릿빠릿하기 그지없던 회사가 얼버무리면서.
'호오?'
사람들의 눈이 가늘어지기 시작했다.
* * *
-그러니까 보안을 꼭 지켜 주셔야 돼요.
영상통화 속 맞은편에 있는 얼굴이 강조하듯 말했다.
이번 개회식 연출을 맡은 감독님이었다.
-우주 씨가 이번 개회식에 참여한다는 건 굉장한 스포일러니까요.
"음."
내가 뺨을 긁적였다.
"스포일러라고 하기에는 굉장히 많은 분들이 알아채신 것 같은데요. 주변에서 엄청 물어보거든요."
톡이나 메시지가 엄청 들어온다.
지금도 '베프인 나한테는 알려 줄 수 있지 않느냐' 하면서 이현조 씨와 한태현 씨가 쌍으로 날 괴롭히는 중이었다.
-맞는 말이긴 해요. 하지만 우주 씨가 비밀로 하는 편이 더 흥행에는 좋을 거예요.
"그렇긴 하겠네요."
나온다! 하며 확정 땅땅하는 것보다는 나올까 안 나올까? 하는 편이 더 관심이 가긴 하니까.
공연 관계자로서 감독님의 말에 동의했다.
"최대한 비밀을 유지해 보도록 할게요."
-네. 며칠 동안만 부탁드려요.
고개를 빼꼼 내밀어서 회사 바깥을 바라보았다.
평창 개회식에 대한 소식이 나온 이후로 파파라치나 기자들이 뉴리단길 주변에 포진하고 있었다.
반반치킨처럼 사생 반, 기자 반이었다.
영상통화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이제 개막식도 며칠 안 남았네요."
-네. 코앞이네요.
"준비는 잘 되어 가시나요?"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날씨가 너무 걱정이라… 눈보라가 계속 휘몰아치는 중이거든요. 그 외에도 워낙 바빠서 준비가 잘 되는지 안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하.
잔뜩 피곤에 쩔어 있는 개막식 감독님에게 웃으며 물었다.
"저는 언제쯤 가면 될까요? 리허설에 참석하긴 해야 할 텐데."
-전날 오시면 될 거예요. 우주 씨 같은 경우는 정말 말 그대로 카메오처럼 출연하시는 거니까.
"네."
-전날 저녁에 리허설하고, 당일에 리허설 한 번 더 하시면 될 거 같아요.
개회식 준비가 한창인 평창에서 매일 같이 리허설을 한다나.
감독님이 재채기를 했다.
-에취!
벌건 코를 문지르던 감독님이 조언했다.
-여기 진짜 엄청 춥거든요. 우주 씨도 옷 단단히 챙겨 입고 오세요. 심한 날은 얼굴에 아예 살얼음이 낀다니까요.
"꼭 차려입고 갈게요."
-그리고 가급적 이동 수단 같은 경우는….
카메오로 깜짝 출연인 만큼 비밀리에 와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올 때.
상대가 아 하며 말했다.
-비밀스럽게 오는 건 불가능하긴 하겠네요. 뉴블랙이니까.
"네, 조금… 따라붙는 사람들이 많아서요."
내가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너무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이번 개회식에 비밀 출연하기 위해서 저희가 연막작전을 준비했거든요."
-연막… 작전이요?
"네."
내 말이 끝나자 양쪽에서 등장 타이밍 각을 재고 있던 졸개들이 등장했다.
"짜잔."
"안녕하세요!"
잠시 웃음을 터뜨리는 감독님에게 동생들이 설명했다.
"어차피 사생이나 기자들이 따라붙을 건 기정사실이잖아요. 저희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바로 온라인에 소식이 퍼질 거고요. 뉴블랙이 평창으로 간다고."
-그렇죠.
"그래서 위장을 하려고 합니다."
-뉴블랙 TV 평창 특집 촬영 같은 걸로요?
"아뇨."
우리가 고개를 저었다.
"뉴블랙 TV라고 해도 갑자기 평창에 가면 부자연스럽잖아요? 너무 티가 나고."
-음… 그렇죠? 이상하긴 하네.
"그래서 평창에 방문해도 이상하지 않은… 그런 목적으로 위장을 하려고 합니다."
궁금한 눈으로 바라보는 감독님.
우리가 곧이어 그 내용을 말해 주자 감독님이 웃음을 터뜨렸다.
* * *
며칠 후.
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두고 활기가 돌고 있는 평창군.
다양한 국가에서 온 관광객들이 사방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취재진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이곳.
"음……?"
메밀음식으로 유명한 메밀 거리에 차량들이 줄지어 멈춰 서면서 사람들의 시선이 모였다.
"뭐야?"
"방송 촬영 뭐 하나 봐. 차에 PBS 붙어 있잖아."
"뭐 다큐 같은 거라도 찍… 아, 내 고향이라는데."
<지금 내 고향은>이라는 로고가 붙은 카메라들을 바라보며 사람들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릴 때였다.
곧이어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뭐, 뭐지?'
그리고 시선을 돌린 사람들은 이내 경악했다.
"뉴블랙이다!"
"뉴블랙?"
"The New Black? Again…?
커다란 차량에서 뉴블랙 멤버들이 줄지어 내리면서 사람들이 뛰기 시작했다.
왠진 모르겠지만 뛰어가야 할 것 같은 기분.
곧이어 행인들이 반원형으로 뉴블랙을 에워싸면서 거리가 순식간에 혼잡해졌다.
뉴블랙 멤버들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다들 식사는 잘 하셨나요? 저희 너무 배고파요."
익숙하게 시민들과 잡담을 나누는 뉴블랙.
PBS 카메라 앞에 선 뉴블랙에게 누군가 외쳤다.
"평창에는 왜 온 거예요!"
"아, 저희요."
그 말이 들리기 무섭게 누군가를 바라보는 4블랙.
뉴블랙의 연기 담당 막내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희 오늘 평창 올림픽 특집으로 PBS 지금 내 고향 촬영하러 왔어요! 오늘 하루 평창의 명물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오……."
국민 막내의 명품 연기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개막식 때문에 왔구나.'
안타깝게도 아무도 그 말에 넘어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