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831화
평창 올림픽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식.
아름다운 성화 점화로 하이라이트를 찍은 개막식은 그야말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고생하셨습니다. 다들 정말 고생 많았어요!"
"수고하셨어요!"
"자자! 봉사자들은 이따 끝나고 뒤풀이가 있으니까, 관객들 퇴장하고 나서 무대로 모여 주시고요!"
평창 로고가 새겨진 하얀 패딩을 입은 사람들끼리 포옹을 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우리도 요청을 많이 받았다.
"얘들아!"
"네."
"잠깐 우리 사진 좀."
"네!"
우리가 사진 찍는 사람들 사이에 끼니 사람들이 말했다.
"아니. 찍어 달라고."
"……."
깔깔 웃던 자원봉사자들이 이내 우리에게 같이 찍자고 손을 내밀었다.
갑자기 악수하자는 중년 남성들을 비롯해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 복도에서 마주치고 인사를 나누었다.
올림픽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라 할 수 있는 개막식을 성공적으로 마쳐서 그런지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우주 씨."
평상시 호랑이처럼 눈을 부리부리하게 뜨고 다니던 김익환 감독님도 지금은 편하게 풀어져 있었다.
"오늘 정말 고생이 많았어. 언론에서도 오늘의 와우 포인트 중 하나였다고 극찬을 하던데."
"감사합니다."
"정말 인상 깊었어요. 폐막식에서도 기대해 봐도 되겠죠?"
"그럼요."
다 같이 고개를 끄덕이자 감독님이 우리의 등을 한 번씩 치고는 우렁찬 웃음을 터뜨렸다.
멀어지는 천만영화 감독의 등을 바라보며 지호가 중얼거렸다.
"정말 최선을 다해야죠."
"그렇지."
"최선을 다해서, 김익환 감독님이 자기 영화에 저를 출연시킬 때까지……."
"음."
내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글러먹은 목적이지만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 거니까. 너의 꿈을 응원할게. 지호야."
"꿈☆은 이루어진다."
중현이의 말에 웃음을 터뜨리고는 자리를 옮겼다.
멋진 분위기지만 우리가 오래 있을 분위기는 아니었다.
두 달 가까이 현장에서 숙식하며 춤과 악기를 연습하고, 장비를 점검하던 사람들에겐 그들만의 애환이 있으니까.
나는 다 차려놓은 잔칫상에 메인 요리 중 하나만 슥 올린 정도였다.
"자, 그럼 우리도 호텔로……."
원래 목표했던 대로 평창에 있는 호텔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샤워하고 라면을 먹으려던 나의 계획은 갑자기 등장한 사람 때문에 좌초됐다.
"안녕하십니까."
우아한 말투의 40대 공무원 분이었다.
신원을 묻는 우리 매니저들에게 상대가 자신의 소속을 설명했다.
외교부의 과장.
"외교부요?"
"네. 그렇습니다."
외교부에서 우리를 왜 찾는 거지.
"뉴블랙 분들을 만나고 싶다고 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실례가 아니라면 시간을 조율할 수 있을까요?"
"어떤 분이 저희를……."
"한두 분이 아닙니다. 꽤 많은 분들이 우주 씨를 보고 나서 뉴블랙을 만나고 싶다고 하셔서요."
공연이 그만큼 인상이 깊었던 건가.
외국에서 온 귀빈들이 우리를 잠시 만나고 싶다고 하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입니다."
외교부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곳은 스타디움 4층에 있는 접견실이었다.
고급스럽게 꾸며진 방에서 의전 담당 공무원들로부터 속성 교육을 받았다.
"귀빈 중에 왕족들도 있는데 호칭은 간단하게 Your Highness 정도로 해 주시면 됩니다."
"저 질문해도 될까요."
중현이가 손을 들었다.
"호칭 같은 걸 실수하면 어떡하나요?"
"좋은 질문입니다."
외교부 공무원이 눈을 빛냈다.
"실수를 하시면."
"하면…?"
"모른 척하시면 됩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아무 일 없는 척하는 게 포인트입니다."
"이야. 이게 바로 외교구나…."
나라에서 좋은 거 배워 간다는 말을 했더니 외교부 공무원 분들이 고개를 돌리며 웃음을 참았다.
이어지는 짧은 시간 동안 방문객들의 신원을 숙지했다.
스포츠 선수들이 대통령을 따라 국제기구에서 연설하거나 홍보를 하듯이, 평창 홍보대사로 외교에 도움이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나저나."
리혁이가 말했다.
"알고는 있었는데 유럽에 왕족들이 진짜 많긴 하네요."
"그러게."
대충 영국이나 북유럽 국가들 정도만 왕족이 있는 걸 알고 있었는데, 나름대로 자잘한 왕족들이 많았다.
이윽고 외교부 직원들의 안내를 받은 한 노년의 남성이 입장했다.
공원에서 비둘기 밥을 줄 것 같은 푸근한 인상의 노인은 유럽 어느 소국의 대공이라고 했다.
무슨무슨 축복을 받은 리하르트 3세라는 소개가 이어진 후.
우아한 말투로 이어진 독일어가 통역되어 돌아왔다.
"오늘 공연을 정말 감명 깊게 보셨다고 하십니다. 실례가 아니라면 악수를 하고 싶다고 하네요."
"감사합니다."
"오스트리아에서 아버님의 공연이 열렸을 적에 참석해서 보신 적이 있다고 하네요. 정말이지 황홀한 공연이었다고 합니다. 자신의 인생에서 있었던 최고의 공연 중 하나였다고요."
아버지의 공연을 잘 보았다며 초롱초롱 눈을 뜨시는데 진심 같다.
하지만 그런 말들은 어느 정도 인사치레에 가깝고, 진짜 나를 보고자 한 목적은 따로 있는 듯했다.
"Hmm."
유럽의 귀족이 헛기침을 하며 뭐라고 말했다.
통역사 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오늘 여러분을 보자고 한 이유가 있다고 하시는데요."
"네."
"실례지만 혹시 손녀 분과 만남을 가질 수 있는지 여쭤 보시네요. 지금 밖에서 기다리고 계시다고."
우리의 승낙에 바로 입장하는 누군가.
갈색 머리카락을 앙증맞게 늘어뜨린 6세가량의 소녀가 인형을 가지고 들어왔다.
우리를 보고 '허어어억!' 하며 손을 들어 올려 입을 막는다.
'귀여워.'
'아 진짜 귀엽다.'
외교부 공무원 분이 우리에게 속삭였다.
"공주님이십니다."
"그렇군요."
엄격 근엄한 모습으로 변한 우리를 바라보던 상대가 외쳤다.
"Opa!"
공주님이 아니었으면 'Yes, We're your opa' 하며 반겼을 텐데.
외교부 공무원 분이 또 속삭였다.
"Opa는 할아버지입니다."
"그렇군요……."
다다다 뛰어 간 소녀가 폴짝 안기면서 노인이 활짝 미소를 지었다.
국적과 인종은 다르지만 전 세계의 손녀 바보 할아버지들이 짓는 표정은 정말이지 똑같은 거 같다.
그들 사이의 대화가 통역됐다.
"할아버지가 널 위해 뉴블랙을 데려왔단다 라고 하시네요. 할아버지 최고, 엄마아빠보다 할아버지가 더 좋아 라고 하네요. 허허, 그건 당연한 일 아니겠니 라고…."
"통역 안 해 주셔도 괜찮아요."
"죄송합니다. 직업병이어서요."
조손 사이의 훈훈한 광경을 지켜본 후.
쭈뼛쭈뼛 다가온 소녀에게 쪼그려 앉아 눈높이를 맞추고 팬 서비스를 해 주었다.
영어가 가능한지 떠듬떠듬 우리에게 말했다.
「팬이에요. 너무너무 좋아해요. 엄마랑 아빠만큼은 아니지만 진짜 너무 좋아해요.」
「감사합니다. 공주님.」
비주가 물었다.
「그런데 어쩌다 저희의 팬이 되신 건가요?」
「미튜브에서 봤어요.」
평소 워낙 많은 어린이 팬들을 대하는 까닭에 어린이 공주님과 대화하는 일은 쉬웠다.
자연스럽게 팬 서비스를 하는 가운데.
손가락을 꼬물꼬물거리던 조피 공주님이 우리에게 말했다.
「근데 노래 너무 가끔 어려워요.」
「어려워요?」
「조피는 동요만 들었어요. 엄마아빠 몰래 들어요. 뉴블랙 노래.」
동요만 듣던 어린아이에게 너무 자극적이었다는 말에 웃을 뿐이었다.
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언젠가 동요도 한 번 만들어 볼게요. 공주님은 뭐 좋아해요?」
「빠….」
「?」
「빵….」
빵을 좋아한다며 몸을 배배 꼬는 어린이의 모습에 그저 웃을 뿐이었다.
「빵으로 나중에 동요 하나 만들어 볼게요.」
여기저기서 어른들이 귀여운 눈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할아버지의 손을 잡은 조피 공주님이 우리에게 손을 흔들었다.
눈을 땡글땡글 뜬 소녀가 결의에 찬 얼굴로 말했다.
"앙뇽."
공주님이 떠나고 나서 외교부 직원들과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아, 너무 귀엽다."
"어린이 수플레는 어딜 가든 귀엽구나."
"수플레들이 망나뇽이면 아가 팬들은 미뇽 같은 느낌이에요. 어느 쪽이든 귀엽지만…."
캬아악! 하는 성인 수플레들의 함성을 떠올리며 웃을 때.
리혁이가 말했다.
"그런데 저분이 우리를 만나려고 했던 용건이 손녀가 수플레라서 그런 거잖아요."
"그랬지."
"그럼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용건 아니에요?"
"에이. 아니겠지."
…라고 생각하기 무섭게 줄줄이 들어오는 사람들.
처음에는 아버지와 아들의 공연이 고져스하고 그레잇 했다고 칭찬하던 분들이 저마다 용건을 꺼내기 시작했다.
「아들에게 야채 좀 많이 먹으라고 해 줄 수 있을까요? 브로콜리를 특히 잘 먹으라고 해 줬으면….」
「우리 딸이 팬인데…….」
「아이들이 요즘 뉴블랙 방송을 보느라 밤에 잠을 설쳐요. 그거 새벽에 해야 되는 건가요?」
그런 말들에 웃음을 터뜨렸다.
세계 어디를 가든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님들은 다 비슷비슷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하루였다.
* * *
올림픽 개막식이 끝난 밤.
인면조와 성화 점화를 비롯한 명장면들이 한국 온라인을 휩쓰는 중이었다.
'축제로구나!'
개막식 전까지만 해도 시큰둥하게 바라보던 한국인들이었다.
하지만 개막식이 끝난 이후에는 본격적인 축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개막할 때의 그 특유의 설레는 감정.
일상 속의 소소한 활력소가 될 사건을 모두 반기고 있을 때였다.
"음?"
인터넷을 누비고 있던 아이돌 팬들이 눈을 부릅떴다.
[이 시각 뉴블랙 대기실에 빽으로 들어간 여자]
분노하기 위해 글을 클릭하는 순간.
6세 아이의 곁에서 오빠들처럼 사진을 찍어 준 뉴블랙이 보였다.
[이 시각 뉴블랙 대기실에 빽으로 들어간 여자]
아이 (만5세)
옆에 있는 할아버지가 대공임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공주님이면 들어가도 돼
-애기 왜일케 귀엽게 생겻어ㅋㅋㅋㅋㅋ 볼살 짱귀
-로판 영애는 실존한다
-북부대공 김중현과 와기 영애
-졸귀탱ㅋㅋㅋㅋㅋㅋ 아 볼살 만져 보고 싶당
-너무 귀엽다ㅠㅠㅠ
-찐 공주님이구나ㅋㅋㅋ 아까부터 탐라에서 공주님 어쩌고 하길래 오징어공주 이야기하는줄
그걸 시작으로 올라오는 다양한 귀빈 접견 사진들.
자녀가 수플레라고 인증하는 외국 정치인과 왕족들의 모습에 다들 신기함을 느꼈다.
일반 국민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정도로 외국에서 인기가 있었나?'
워낙 전국민의 이웃 같은 느낌이라 실감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 개막식으로 인해 뉴블랙의 해외 인기를 실감했다.
-오늘 개막식 다녀왓는데 외국인들이 뉴블랙 바로 알아보네요ㄷㄷㄷ
-우주 나오자마자 함성대박이었어요
-교환학생때 만난 외국 친구들이 뉴블랙이 그 정도로 한국에서 인기가 있냐고 물어서 당황햇어요ㅋㅋㅋㅋ
-서로 당황잼
마찬가지로 외국인들도 놀라는 중이었다.
'뉴블랙이 한국에서 그 정도로 국민 스타였다고?'
보통 보이밴드가 국가적으로 인기를 끄는 건 보기 드문 현상이었다.
꽃미남으로 구성된 미소년들이 뾰로롱 하면 소녀들이 미친 듯이 눈에서 하트를 뿜어내고.
어른들은 멀찍이서 '어우… 장난 아니구만' 하는 것이 일반적인 보이밴드의 모습이기 마련인데.
'일반인들한테도 저 정도 인기라니.'
애정이 뚝뚝 묻어나는 눈으로 뉴블랙을 바라보는 한국인들이 신기할 뿐이었다.
'K팝이 그만큼 인기 있나?'
외국인들이 그런 생각을 할 때.
몇몇 네티즌들이 음침한 얼굴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신기하시죠? 뉴블랙이 저렇게 국민적으로 인기를 자랑하는 모습 말입니다.
-네.
-사실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한국에서 K팝을 국책사업으로 키우고 있거든요.
-호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한국 정부가 국가브랜드위원회라는 기관을 통해 전국민에게 K팝을 보급하고, 그것을 통해… 컥!
-Dog 짖는 소리 거기까지.
왠지 모르게 피 묻은 몽둥이를 든 것 같은 이들이 등장하면서 그런 댓글들이 소리 소문 없이 밀려났다.
"음?"
외국인들이 눈을 깜빡일 때.
수플레들이 활짝 웃으며 신규 고객들에게 영업을 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들. 우리 뉴블랙으로 말할 것 같으면….
뉴블랙이 한국에서 어떤 과정으로 인기가 있게 되었고, 왜 한국 사람들이 뉴블랙을 좋아하는지 설명하는 댓글들이 올라왔다.
장문의 댓글을 정독한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할 만하구나.'
그런 포지션의 가수가 여태까지 없었기 때문에 잘 와닿지는 않지만,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포인트가 이해가 됐다.
그렇게 뉴블랙의 이야기가 해외 인터넷에서 핫할 때.
수플레들은 눈을 빛내며 좋아하는 중이었다.
'입덕이 늘어나고 있다!'
IOC 추산으로 3억 5천만에 달하는 시청자들이 직간접적으로 보았다는 평창 개막식.
그런 곳에서 하이라이트로 등장한 만큼 우주에 대한 주목도가 높았다.
우선 외신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쏟아졌다.
-평창에 Two Sun이 떴다 : 올림픽 개막식의 주요 순간들
-아버지의 질문에 아들이 답하다: 세계는 과연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특집보도] 올림픽 정신과 세계
특히 서구권 언론에서 반응이 뜨거웠다.
선명주가 제시한 메시지가 그만큼 서구권 언론들이 좋아하는 메시지였기 때문이다.
-2018년의 인류는 과연 잘하고 있는가?
그런 주제를 중심으로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메시지들이 나오고 있었다.
인권 단체에서 선명주의 메시지를 이용해 성명서를 내기도 하고, 환경 단체와 국제기구에서 이슈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다양한 언론에서 선명주와 선우주의 사진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신규 유입이 쭉쭉 늘어났다.
'와.'
한국 수플레들이 혀를 내둘렀다.
'세상에 어떤 아이돌이 올림픽 직캠으로 입덕을 시키나 했는데… 그게 바로 우리 애였구나.'
현재 미튜브에서 어마어마한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선우주의 직캠.
인외의 존재처럼 아름다운 미남이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는 직캠은 그야말로 역대급 비주얼이었다.
인삼 축제나 한마당장터 같은 키워드가 달린 지역행사 직캠에서나 볼 법한 레전드 미모.
수플레들이 다양한 국가의 언어로 달린 댓글들에 [번역 보기]를 눌렀다.
-그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이번 올림픽에서 나는 내 남자를 드디어 찾았습니다. 그리고 내 앞에 200만 명의 대기자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잘생겼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살 때 저런 얼굴 못 본 것.
-뉴블랙의 팬은 따로 신고식이 있습니까?
할리우드 미남 배우들의 레전드 영화 장면을 다시 보기 위해 미튜브를 검색하듯.
올림픽에서 비주얼 쇼크를 느낀 전 세계 사람들이 선우주를 검색하고 있는 중이었다.
'역시 얼굴이 최고야.'
수플레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모두가 이번 평창 올림픽의 공연에 긍정적으로 반응한 것은 아니었다.
-IOC, 평창 개막식 공연에 '정치적 중립성 위반 체크하겠다.. 시정 없을 시 징계까지 검토'
돈이 많은 국가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국제 협회에서 개막식의 독립 운동 파트를 불쾌하게 여기고 있었다.
"미친 거 아니야?"
"왜 저래."
"하루 이틀이 아니야. 저거."
분개하던 한국인들이 화를 식혔다.
'또 우리한테만 저러지.'
스포츠 기구에서 저런 난리를 피우면 딱히 방도가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뭐라고 항의해도 다른 나라 사람들이 '쿨하게 넘겨~' 하니까.
그런데….
"음?"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한국인들이 '또 저러네' 하고 있는 동안 외국인들이 나섰기 때문이었다.
-IOC의 이번 발언을 규탄한다!
갑자기 독립열사처럼 등장한 서양인들.
외국인 수플레들이 해시태그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적극적으로 여론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한국인들이 그랬다면 눈 하나 깜빡 안 했을 텐데.
같은 서양인들이 '돌았냐?' 하며 여론을 조성하는 모습에 IOC가 슬그머니 뒤로 발을 뺐다.
"오."
한국인들이 신기함을 느꼈다.
'해외 인기가 좋긴 하구만.'
뉴블랙이 해외 활동을 늘릴 때만 해도 뭐 하러 힘들게 외국을 돌아다니나 하는 생각이었는데.
한국과 관련된 일에 외국 수플레들이 하이에나처럼 나서는 모습에 사람들이 큰 깨달음을 얻었다.
'이래서 해외 활동이 도움이 되는 거구나…….'
어딘가 엉뚱한 깨달음을 얻은 한국인들이 엄지를 척 들었다.
'잘했다.'
외국의 일을 처리해 준 외국 수플레들에게 감사함을 느끼며 그들도 뒤처리에 앞장섰다.
이번 공연에 대한 말도 안 되는 코멘트가 있는 것은 외국뿐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솔직히 영웅주의가 너무 심합니다]
일본 같은 나라를 보면 나라 자체의 누적된 소프트파워를 자랑하죠.
게임 산업과 만화 산업, 국가적인 브랜드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개막식을 보면 그냥 개인의 성취예요
이번 선명주 씨와 우주의 공연도 뭐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만.. 솔직히 뭐 나라 자체적으로 자랑할 거리는 아니지 않나요?
선명주 씨 외국공연? 그냥 본인이 잘난거잖아요
뉴블랙 빌보드랑 그래미? 뭐 본인들이 간거죠 나라에서 뭘 지원했나요?
친구들한테 이런 얘기했더니 옆테이블 아재가 쌍욕하네요ㅠ 억울해서 잠이 안 오는데 고소되나요??
그런 이야기를 하는 이들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남들이 무언가를 좋아할 때 초를 치겠다는 마음으로 등장한 이들에게 네티즌들이 포화를 퍼부었다.
-작성자 최소 매국노
-친구들도 손절각 재는 중일듯ㅋㅋㅋ
-작성자 이전글에 K팝 국책사업이라고 욕하던데ㅋㅋㅋㅋ 갑자기 또 개인의 성취라니 말이 바뀌셨나 봐요
-흔한 일뽕임
-닉넴 보니까 코인 물리셨나 본대 뉴블랙 coin 추천드립니당 ㅋ.ㅋ
여기저기 캡처가 퍼지면서 원글이 삭제되는 한편.
화를 내는 머글들과 달리 수플레들은 개소리의 향연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는 중이었다.
'극찬이구나.'
'감사합니다. 쌩유 베리 머치.'
게이머들에게 최고의 칭찬이 '게임 뭐 같이 하네'인 것처럼.
안티들이 분위기 파악도 안 할 만큼 눈이 돌아간 것 자체가 그야말로 호재의 징조였다.
어쨌거나.
그런 반응들이 인터넷에서 화끈한 쌍욕을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와우."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식에 수플레들은 눈을 휘둥그레 뜨는 중이었다.
[실시간 선명주 미국 콘서트 티켓 가격]
2만 달러 돌파함
티켓에 프리미엄 붙여서 파는 게 합법인 미국에서 선명주의 공연 티켓이 어마어마한 가격 상승률을 보이고 있었다.
그만큼 선명주와 선우주 부자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는 증거였다.
3억 5천만.
세계 인구의 대략 5퍼센트가 시청한 개막식이 불러일으킨 파급력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
그리고.
이런 올림픽 특수를 예상치 못하게 누리고 있는 곳이 있었으니.
"이게 뭐지?"
"방송국 개국하고 나서 처음 보는 그래프…인데요?"
"기기 오류 아니야?"
모니터에 시청률 그래프가 나오는 IBC 방송국 주조정실.
방송국 사람들이 멍하니 입을 벌렸다.
'이게… 말이 돼?'
뉴블랙이 출연한 <여보, 낚시 좀 다녀올게> 2회의 실시간 시청률이 역대급 기록을 세우고 있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