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839화 (839/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839화

"허억……."

"헉… 허억……."

"하이고오오……."

눈앞이 하얗다.

침을 삼킬 때마다 목이 찢어질 것 같고, 심호흡을 하는데도 심장 박동이 차분해지질 않았다.

나는 멍하니 연습실 천장을 바라보았다.

"……."

"……."

여기저기서 숨을 몰아쉬는 소리가 들려온다.

바닥에 엎드리거나 쪼그린 사람들도 있고, 소파에 널브러져 있거나 벽에 기대 아메리카노를 물처럼 마시는 사람들도 보인다.

"죽겠다……."

누군가 남긴 한마디가 모두의 심정을 대변했다.

격한 춤을 계속 반복하면서 연습을 했더니 온몸에서 땀이 비 오듯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애타게 휴식을 바라는 눈길들에게 내가 외쳤다.

"15분 정도 쉬겠습니다! 다들 숨 좀 고르고 있으세요!"

"아……."

"드디어…."

풀썩 널브러지는 가수들.

지호가 숨을 몰아쉬며 축 젖은 맨투맨을 펄럭였다.

"형, 저 옷 좀 갈아입고 올게요."

"같이 가자."

TNT의 석지훈이 지호와 어깨동무를 하고 연습실을 나섰다.

소파 위에서 벌러덩 드러누운 데일라잇 멤버들과 바닥에 좀비 떼처럼 널브러진 동생들과 TNT 무리들.

그리고.

"중현아…."

"네?"

"안 힘드… 아니다. 네가 힘들 리가 없지."

땀에 흠뻑 젖은 사람들과 다르게 혼자 건강하게 땀을 흘린 중현이었다.

"저도 힘들어요. 형."

"그렇구나. 힘이 들어서 책을 읽고 있구나…."

"네."

<철학 통조림> 같은 책을 읽고 있는 중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거 할 기운이 없어서 책밖에 못 읽겠더라고요."

"와."

지한빈이 몸을 새우처럼 웅크리며 말했다.

"진짜 부럽다. 그 체력이…."

"우리도 어디 가서 체력 하나는 안 진다고 생각했는데, 중현 씨는 보면 진짜 어나더라니까."

나도 공감하면서 생수를 들이켰다.

홀로 구석진 곳에 누워 안무 동작을 연습하는 비주를 필두로 동생들을 쭉 훑었다.

리혁이가 조금 숨이 거칠긴 한데 문제없고.

동생들의 컨디션을 확인하고는 옆에서 누워 있는 구선웅에게 나직하게 물었다.

"TNT는 괜찮아?"

"응?"

"아니야."

멍한 눈으로 끔뻑이는 상대의 모습에 웃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우리 멤버들을 비롯해 지한빈, 한태현, 장한별…….

이번 연습의 총괄이라 구성원들의 컨디션이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프로답게 컨디션 조절이야 잘 하겠거니 하는 마음도 있지만 그러기에는 내가 여기 있는 사람들의 성격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지호야. 너 아프면 얘기를 해야지.

-뭐, 제가 아프다고 컴백이 늦춰지는 것도 아니잖아여. 저 그냥 연습하면 안 돼여? 저 연습 빠지면 형들 동선 맞추는 거 겁나 어려울 텐데.

-헉! 지, 지금 열 재 보니까 왕지호 지금 열이 38도인데요?!

-춤 춰서 열이 오른 거예여. 헤헤헤….

-죽는다고! 이 미친놈아! 너 죽으면 내가 막내야…!

-그럼 미리 적응하게 지금부터 형이라고 불러보세여~!

머릿속의 짠했던 장면이 개그 꽁트로 바뀌어가는 모습에 흐뭇한 미소가 흘러나왔다.

우린 뭐 감동이 5분을 못 가.

그렇게 웃으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을 때, 한 명이 눈에 들어온다.

"……."

나와 동갑이자 TNT의 메인댄서인 백승제가 거울에 몸을 기댄 채 무릎을 주무르고 있었다.

통증을 꾹 참는 듯한 표정이었다.

"후우."

움직일 기운이 없어서 데굴데굴 굴러 백승제에게 다가갔다.

"악."

"아악."

속출하는 피해자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는 목적지에서 멈췄다.

놀란 사슴처럼 눈을 동글동글 뜨고 있는 백승제가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안녕."

"어… 안녕?"

인사를 했는지 안 했는지 긴가민가해서 웃었다. 상대도 미소를 지었다.

데면데면한 사이였다.

사이가 나쁜 건 아닌데 서로 그냥 어색한 느낌.

물론 상대의 성격 때문에 그런 건 아니었다. 연습생 시절부터 인기가 좋았던 친구니까.

-승제는 진짜 천사야.

-저 형은 너무 착해….

성격이 너무 착해서 남녀 안 가리고 연습생들이 굉장히 좋아하는 친구였다.

쉬는 날에 혼자 쿠키를 굽거나 유기견 봉사활동을 하러 가는 타입. 연습생들이 마음의 위로가 필요할 때 찾아가는 그런 친구였다.

다만 나와는 딱히 맞는 면이 없어서 그냥 늘 데면데면했다.

특히나 TJ 엔터처럼 연습생이 100명이 넘어가는 곳이라면 어지간한 연습생은 같은 학교 다른 반 학생처럼 느껴지기 마련이다.

사실, 그 정도까지 데면데면한 사이는 아니었는데…….

-형 나가고 나서 승제 형이 최종 발탁됐어.

-아… 그래?

데뷔조에서 내가 떨어지고 나서 자신이 들어온 게 좀 그랬던지 나를 보면 어색해하던 친구였다.

오히려 떨어진 사람인 나보다 더 신경 쓰는 느낌.

다행히 뉴블랙이 잘 된 뒤로는 서로 마음 편해하는 분위기였다.

"괜찮아?"

"응…?"

"아까부터 연습 끝나고 무릎 주무르고 있던데, 괜찮은가 걱정이 돼서."

"아……."

상대가 희멀겋게 웃었다.

"괜찮아. 별거 아니야."

"왜 뭔데?"

근처에서 귀를 쫑긋하고 있었던지 지한빈이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승제 형 어디 안 좋아?"

"얘가 무릎을 주무르길래……."

무릎 이야기에 TNT 멤버들이 부스스 일어났다.

구선웅이 물었다.

"너 또 무릎 아파?"

"약간…?"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이 부담스러운지 백승제가 괜찮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을 때였다.

태현이가 상대의 무릎에 손을 슥 올렸다.

"안 괜찮은 것 같은데. 여기…."

"으으……."

"거봐. 안 좋네."

통증이 좀 심해 보이는 분위기라서 내가 TNT 멤버들에게 속삭였다.

"승제 어디 안 좋아?"

"우리가 워낙에 격한 안무가 많았잖아. 근데 쟤가 좀 연골이 약한 편이라서 다 닳았대."

"요새 거의 재활 치료하듯이 운동 배울걸."

태현이와 더불어 TNT의 양대 기둥으로 꼽히는 멤버가 왜 솔로 앨범을 잘 안 내나 싶었는데, 나름대로 뒷사정이 있었던 것 같다.

"뭐예요. 저 빼고 뭐 재미있는 일 있어요?"

"뭐 먹어?"

옷을 갈아입고 돌아온 지호와 석지훈도 사정을 듣고는 아이고 하면서 지켜보고.

비주가 입가에 손을 올리고 '어어…' 하고 있을 때였다.

"무슨 일이야?"

자다 깬 데일라잇 멤버들도 부스스 다가왔다.

무릎 통증이 좀 심하다는 이야기에 데일라잇이 안타까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거 우리가 맨날 하는 이야기라니까. 연골 소모품이야. 아껴서 써야… 이미 지난 일이긴 하겠다만."

"타이레놀이라도 줄까?"

"안 되겠으면 좀 쉬다가 들어와."

저마다 다른 방법으로 걱정을 해 주고 있는 동안 잠시 생각에 잠겼다.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본인도 괜찮다고 하는데, 공연을 2주 정도 앞둔 상황에서는 조금 신경이 쓰였다.

"음……."

잠시 메인댄서들을 불러 모아 자문을 구했다.

"안무를 조금 바꿔 보는 건 어떨까요?"

"안무를?"

"네. 다 바꾸자는 게 아니고, 점프하는 부분이나 몇 가지 파트를 조금 다른 식으로 바꾸는 거예요……"

"그거 나쁘진 않은 거 같은데."

몇 가지 근거를 대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메인댄서들이 바로 승낙을 했다.

데일라잇의 수전이 웃으며 말했다.

"K팝의 비인간적인 어쩌구 하는 거 짜증 나서 그런 거 아니라고 무대 보여 주겠다는데, 당장 아파하는 사람 데려다놓고 점프를 팡팡 뛰는 것도 그렇지. 몇 가지 수정만 하면 되는데."

"맞아요."

"제 생각에도 그게 더 좋을 거 같아요."

비주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오히려 연차 찬 아이돌의 장점을 보여 줄 수도 있을 거 같아요. 동작을 조금 약하게 바꾸는 대신에 표현력을 강조하는 거예요. 사실 안무라는 게 결국 노래를 표현하는 거잖아요?"

"그치. 비주가 말 잘했네."

"여기 있는 가수들의 가장 큰 장점이 표현력이니까… 그걸 부각시키는 쪽으로 가면 더 좋을 거 같아요."

거기서부터는 내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

메인댄서들끼리 의기투합을 해서는 점프 동작이나 무릎에 과한 무리가 가는 동작 몇 가지가 바뀌었다.

큰 틀에서 변화는 없지만 사소하게 변화된 부분들.

태현이와 비주, 수전이 의논을 하고, 처음에는 미안해하던 백승제도 같이 끼어서 토론을 하기 시작했다.

매일 밥 먹고 춤만 추는 사람들답게 대체 안무가 삽시간에 나왔다.

"자, 여기서 이 동작을 조금 바꿔볼 거예요. 하체 동작을 줄이고 상체로 이렇게 손짓을 할 텐데."

그리고 그 안무를 새로 적용한 순간.

"어……?"

"어?"

"뭐야. 이게 더 좋네?"

내 예상보다 훨씬 더 좋아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안무에 살짝 여백을 두었는데, 오히려 그 부분으로 인해 더 구성력이 좋아졌다고 해야 되나.

아무튼 신기한 느낌이었다.

"신기하네요."

놀라는 반응을 보이는 나에게 데일라잇의 리더 리앤이 웃었다.

"훨씬 좋아졌네. 네가 말 잘했다. 우주야."

"더 좋아질 거라고 확신은 못했는데… 진짜 엄청 좋아졌네요."

"격한 안무라는 게 꼭 정답은 아니거든. 우리는 춤추는 사람들이 아니고 무대 하는 사람들이잖아."

"그렇죠."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모으는 게 중요하니까 격한 안무도 선보이는 거고. 칼군무라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거니까. 그런데 요즘 보면 주객이 전도된 느낌을 받는다니까. 꼭 춤이 격해야 대단한 게 아닌데."

선배 가수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다.

어렵거나 묘기 같은 안무는 '와!' 하면서 감탄을 일으키지만, 단순히 난이도가 높다는 이유로 더 좋은 무대가 되는 건 아니라는 뜻이었다.

"결과적으로 잘 된 거 같아. 안무에서 몇 가지를 덜면서 더 좋아진 것 같거든. 특히 실제 무대에서는 더더욱."

"아……."

내가 포인트를 알아챘다.

"여백이 생겼네요."

"그치."

무대에서 여백이 생겼다는 것은 관객들이 들어올 틈을 준다는 거니까.

카메라 바라보면서 숨을 몰아쉬며 안무를 하는데 바쁜 대신, 관객들과 눈 한 번 더 마주칠 시간이 생긴다는 뜻이다.

의도치 않았는데 얻어 걸린 결과물에 나름대로 깨달음을 얻고 있을 때.

다들 연습으로 복귀해서는 바뀐 동작을 몇 번 정도 반복을 거듭했다. 그러고는 걱정 가득한 눈으로 백승제를 바라보았다.

내가 물었다.

"어때? 이제 좀 괜찮아?"

"음……."

당사자가 뭐라고 말하려고 입술을 달싹였다.

그러고는.

"어……?"

"승제야. 너 울어?"

"쟤 우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당사자가 손을 들어 올린 채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데일라잇 멤버들이 총총 뛰어갔다.

"왜 울어?"

"누나들이 좀 감동이긴 했지? 너 위해서 안무도 바꿔 주고."

"형. 또 왜 울고 그래."

TNT 멤버들과 데일라잇 멤버들이 총총 뛰어가 펭귄처럼 포옹을 하기 시작했다.

몽글몽글한 분위기였다.

다들 무릎을 비롯해 시큰거리는 부위가 하나씩 있고, 여러모로 동병상련이라 짠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무대 준비하다 보면 신체적으로 힘든 순간이 정말 한두 번이 아니니까.

모두가 저 마음을 알았다.

이번 무대에 조금의 따스함이 한 스푼 추가됐다는 느낌을 받으며 웃을 때.

"어흐흐흐흑……."

"끄흐흑!"

감동 분위기에서 눈물을 쏟고 있는 동생들의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너네는 왜 같이 울어?"

"어흐흐흑!"

"너…너네 울면 우리도 운단 말이야……. 나 TV에서 누가 울기만 해도 우는 사람이야…."

그러고는 데일라잇이 뿌앵 하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오열하는 모습들을 바라보며 세 그룹의 공통점을 하나 더 찾은 것 같다.

"어흐흐흑……."

"어허엉!"

……답은 울보들이었다.

그렇다.

무대에서의 뛰어난 표현력은 감수성에서 나오고, 뛰어난 감수성은 감정이입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약간의 눈물은 가수로서의 당연한 자질이라는 거죠."

"그래서 우주 우니?"

"…아뇨. 안 우는데요."

"그치. 누나도 안 울어."

리앤과 내가 벌건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 * *

눈물의 힘은 위대하다.

여기저기 몸 성한 데 없는 가수들의 동병상련 파티가 끝난 후, 왠지 모르게 조금 더 가까워졌다는 느낌이 든다.

"밥 먹으러 갈까?"

"네!"

아까까지만 해도 세 그룹이 나뉘어서 움직였는데.

SNH 엔터의 구내식당으로 내려가는 지금은 세 그룹이 섞여서 이동을 하고 있었다.

임시지만 올림픽 폐회식까지 한 팀으로 활동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결과물이었다.

"세상에…! 지훈이 형! 저거 봐요! 고기예요!"

"고, 고기다!"

"어, 뭐야. 오늘 구내식당에서 고기 취식하는 날이었나…?"

구내식당에 내려오니 삼겹살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쟁반이 보였다.

테이블마다 올라와 있는 부르스타와 솥뚜껑.

남녀 가리지 않고 환호성이 흘러나왔다.

"중현아. 반찬 가득 퍼 와라."

"네."

식판에 김치와 밑반찬을 가득 담아오는 중현이를 바라보고는 막내에게 시선을 돌렸다.

"우리 막내~"

"넹!"

"물 떠 와라."

"……."

나를 흘겨보는 막내의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뜨리고는 각자 물과 반찬을 가져왔다.

데일라잇의 막내 하랑이 웃었다.

"지호도 이제 어디 가서 낮은 연차는 아닐 텐데."

"하지만 여기선 제일 막내죠."

"흐하하하하!"

이제 어디 가서 어엿하게 엣헴 할 수 있는 상황인데, 안타깝게도 주변 사람들이 너무 강했다.

리혁이가 키득거리며 말했다.

"한국의 국력이 세계에서 10등이지만, 지역 패권에서는 4등인 그런 느낌인 거네요."

"……."

"……."

잘 모르는 세계정세 농담에 가수들이 냉담한 리액션을 보였다.

마음의 상처를 입은 리혁이가 식판을 만지작거리는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TNT의 메인보컬 신주영이 능글맞게 웃었다.

"난 재미있었어."

"정말요?"

"썰렁개그 되게 좋아하거든."

"……."

"써…썰렁 개그 아니었나?"

리혁이가 비주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며 시무룩해할 때.

본격적으로 불판에 삼겹살을 올리면서 식사가 시작됐다.

"와……."

밑반찬에 대해 감탄이 나왔다.

멀찍이서 지켜보고 있는 뚱한 인상의 주방장에게 우리가 하트를 보내고는 감탄했다.

낯선 아주머니에게서 김덕순의 향기가 느껴졌다.

"진짜 맛있네요."

"우리 사모님이 대표님이랑 20년지기 친구거든."

"정말요?"

"밥 진짜 맛있지? KG 같은 대기업에서도 우리 사모님 스카웃하겠다고 제의 들어오고 그래."

그 말은 정말인 듯했다.

세상에, 밑반찬이 이렇게 맛있는 곳은 처음 온다.

그것도 심지어….

"우리가 다 좋아하는 반찬들이에요."

"그니까."

우리가 평소에 좋아한다고 밝혔던 반찬과 메뉴들이 가득한 것을 바라보며 웃을 때였다.

"음……?"

그러고 보니 정말 공교롭게도 우리가 좋아하는 메뉴들이다.

인터뷰에서 말했던 내용들과 아까 본 장소희 대표님이 연결되면서 동생들과 눈을 마주쳤다.

'일부러 이렇게 준비해 주신 건가?'

'그런 것 같은데요…?'

이런 것까지 계산에 들어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때, 한 가지가 더 떠올랐다.

내가 물었다.

"원래 이렇게 가끔 깜짝 휴무를 하고 그러나요?"

"아니, 올해 처음일걸? 보통은 분기별로 명확한 사유를 가지고 휴무 계획을 잡거든."

데일라잇 멤버들이 한마디씩 했다.

"갑자기 쉰다고 해서 놀랐다니까."

"나도 잉? 이러고 왔거든. 대표님 성격상 갑자기 뭘 하고 그러는 게 드물긴 하거든."

"대표님은 놀 때도 계획 잡고 놀잖아."

아까까지만 해도 '회사가 좀 특이하네' 하고 말았는데, 메뉴까지 세심하게 계산을 한 걸 보고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작년에 있었던 걸그룹 서바이벌.

그때 당시에 내가 김덕춘으로 활동했을 때, 그걸 두고 뒤에서 불공정했다고 말했던 곳이 바로 TJ와 SNH였다.

뭐. 워낙에 서로 통수 치는 게 이 바닥의 도리라 그러려니 하고 있었는데.

"아……."

그때 그 기억을 떠올리니 의문이 풀린 기분이다.

보통 뉴블랙 TV에서 기획사 방문기를 하면 직원들과 우리가 마주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중에 우리를 뒤에서 욕했던 매니저 팀장 같은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고, 홍보팀 직원들도 있으니 그냥 싹 비워 버린 것 같다.

미튜브 댓글창에서 비판이 나올 만한 그런 부분을 사전에 방지하도록.

-쉬는 날이라고 직원들 자율에 맡겼어요. 가족들이랑 나와서 뉴블랙 보고 싶은 사람은 보고, 별로 구미가 동하지 않는 직원들은 그냥 하루 집에서 편하게 쉬라고. 그런데 직원 95퍼센트가 나왔네요.

아마 5퍼센트 중에 그런 사람들이 끼어 있지 않을까.

그런데 우리가 중요한 손님이긴 해도…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을 할 때였다.

데일라잇의 멤버들이 씩 웃으며 물었다.

"맛있지?"

"네."

우리 막내가 행복한 얼굴로 흐물흐물거렸다.

"진짜 기회만 되면 자주 와서 먹고 싶어요. 밥이 이렇게 맛있는 데는 처음이라서…."

"저희도요."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한 TNT마저도 동의했다.

"진짜 너무 맛있는데요. 누나들이 왜 맨날 밥 먹으러 놀러 오라고 했는지 알 거 같다."

"이건 인정. 우리 회사보다 낫다."

"아니, 어떻게 같은 밥인데 이렇게 맛있지…?"

그런 이야기가 나오면서 데일라잇의 맏언니인 차현정이 엄마 미소를 지을 때였다.

데일라잇의 다봄이 능글맞게 웃었다.

"많이 먹고 싶으면 대표님들한테 우리 회사 사 달라고 그래."

"네?"

"아, 요새 대표님이 우리 회사 투자처 찾고 있거든. 펀드들이랑 얘기하고 그래. 아직 소식이 안 퍼졌나?"

추가적인 재원이 필요해서 신규 투자를 받는다는 이야기인 모양이었다.

그러면서 각자 회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을 때.

"음……?"

회사의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다는 이야기에 우리가 다시 한 번 더 깨달음을 얻었다.

왜 그냥 미튜브 찍으러 온 손님한테 이렇게 친절한 것인지.

우리가 대주주 신분이라는 것이 그제야 떠올랐다.

'어?'

'이거 완전…….'

눈이 마주친 동생들과 기억을 회상했다.

대표님이 직접 사옥 안내까지 진행한 기업 설명회.

고객의 취향을 고려한 식사 대접.

회사 직원들의 단합력과 기업의 좋은 분위기를 보여 주기 위한 환영 행사.

"……!"

동생들과 놀란 표정을 지었다.

'우리가 고객이었구나!'

레몬 엔터의 대주주로서 잠재적인 투자자로 취급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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