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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우주대스타-841화 (841/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841화

딩동.

딩동.

딩도도동.

비주의 핸드폰이 쉴 새 없이 울리기 시작했다.

“비주야. 너 어디서 톡 들어오는 거 같은데.”

“민준이에요.”

막 졸업식이 끝난 모양이었다.

동생들과 내가 희희낙락한 얼굴로 비주의 곁에 모여들었다.

“어때? 우리가 보내 준 커피차가 마음에 들…….”

그런 말을 하고 있을 때, 핸드폰 화면이 눈에 보였다.

민준 [오늘 진짜 집에 오지 마]

민준 [ㅇㄴ머ㅏㅁ혼;알]

민준 [짜증 나]

비주가 아련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엄청 반응이 안 좋아요. 지금.”

“어째서?”

막내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모든 연예인들이 꿈꾸는 상황 아니에요? 내 이름을 딴 굿즈가 나오고… 선배 연예인이 커피차도 보내 주고.”

“그니깐.”

“민준이는 사람들한테 관심 받는 걸 싫어하나…?”

평소 태클을 걸기 바빴던 리혁이마저도 ‘선물이 별로인가?’ 하며 의아해 할 정도였다.

중현이가 말했다.

“민준이가 수줍음이 좀 많아서 그런가 봐요.”

“그러네.”

내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근데 이게 지나고 보면 추억이거든. 쪽팔림은 한순간이지만 그것도 추억이 된다니까. 나를 봐. 음방 소감에서 수플레라고 말실수 했다가 그게 4년 넘게 따라다니고 있잖아.”

“추억인가요?”

“이제는 즐겁게 웃음이 나오지.”

“역시 흑역사 전문가답네요.”

중현이의 귓가에 KG 드래곤스의 작년 리그 성적을 읊어 주자 눈물을 쏟으며 도망쳤다.

내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아무튼 민준이한테 이야기해 봐. 4년만 참으면 그게 추억이 될 거라고.”

“맞아요. 오징어 공주님도 처음에 엄청 슬퍼 하셨지만 이젠 즐기고 계시잖아요.”

그런 말을 하며 히히 웃는 나와 막내에게 비주가 물었다.

“그럼 두 사람이 대신 톡 보내볼래요?”

“무슨 소리.”

지호와 내가 손사래를 쳤다.

“어느 안전이라고 우리가 가족 사이의 일에 끼어들겠니. 비주야.”

“맞아요. 남녀칠세부동산!”

가족끼리의 일은 가족끼리 해결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우리의 말에 비주가 배신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오늘 가족끼리 식사 맛있게 하렴. 비주야!”

“형! 뒷처리 화이팅!”

“힘내요.”

서서히 표정이 악녀로 변해 가는 영애님을 바라보며 우리가 냉큼 도망쳤다.

“비주양! 뒷처리 고생해랑!”

“흐하하핫!”

* * *

그날 저녁.

가족 식사에 다녀온 비주의 표정은 우리의 예상과 다르게 몹시 밝았다.

“오.”

중현이가 하이파이브를 하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웬일임? 되게 밝게 오네.”

“별일 없었어.”

비주가 생긋 웃는 모습에 우리가 신기함을 느꼈다.

“신기하다. 민준이 화 엄청 나 보였는데… 그래도 오랜만에 형 본다고 마음이 풀렸나 보다.”

잔뜩 화가 나는 일이 생겨도 김덕순 얼굴 한 번 보면 풀리는 게 세상사 아니겠는가.

민준이도 아마 그런 심정이지 않았을까.

“아니에요.”

비주가 웃었다.

“민준이가 엄청 심통이 나 있더라고요. 형 때문에 중학교 생활이 피곤해진다, 그런 거 연예인들이나 좋아하지 일반인이 좋아하냐. 현실 감각을 찾아라… 같은 이야기들이었어요.”

“…….”

“식당으로 가는 내내 삐죽삐죽대더라고요.”

우리가 몸서리를 쳤다.

“초등학생의 분노라니…….”

“그거 감당 못하죠. 진짜.”

“게임에서도 초딩들이 젤 무서워요. 완전 무법자.”

그런 말을 하며 호기심을 빛냈다.

“그래서 어떻게 화를 풀어 줬어? 비싼 밥이라도 샀어?”

“음…….”

비주가 그때를 회상하는 표정으로 웃었다.

“자꾸 불평하면 중학교로 찾아가 버릴 거라고 얘기했어요.”

“…….”

“그러니까 조용해지던데요…?”

하하 웃으면서 화사한 미소를 짓는 모습에 동생들과 침을 삼켰다.

어릴 적에 TV에서 봤던 디지몬이 떠오른다.

아구몬이 흑화해서 스컬 그레이몬으로 진화한 장면이었는데, 그야말로 뭇 초딩들에게 충격을 선사한 장면이었다.

“그제야 민준이가 고마움을 알더라고요. 하하.”

비주가 웃으며 중얼거리는 모습에 동생들과 속삭였다.

“어째 진화가 좀 잘못된 쪽으로 되어 가는 것 같은데…….”

“근묵자흑 아닐까요?”

근묵자흑.

검은 애들 근처에 있으면 검댕이 묻는다는 사자성어에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팀명도 뉴블랙이라 그런지 설득력이 넘쳤다.

“아.”

비주가 주의를 환기했다.

“그리고 민준이가 이거 전해 주래요. 우리한테 감사 편지 보내고 싶다고… 선물이랑 준비했대요.”

누군가 손으로 열심히 리본을 묶은 듯한 선물 상자와 편지.

먼저 편지를 뜯어서 확인했다.

To. 우주 형

[안녕하세요! 형, 저 민준이입니다!

제가 이제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게 되었어요~ 시간 참 빠르죠? ㅎㅎ 저도 신기해요 ㅎ]

요즘 어린이들답게 편지에도 ‘ㅋ’나 ‘ㅎ’ 같은 초성이 가득했다.

주의 깊게 편지를 쭉 읽어 내렸다.

초등학교에서 지내는 동안 많은 일이 있었는데, 꼭 좋았던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좋았던 일도 있고 슬펐던 일도 있고.

학교생활도 자신이 병상에서 상상했던 것만큼 예쁘고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일상이라고 부르는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어서 저는 정말 기뻐요. 형. 정말로요. 형은 저에게 인생을 선물해 준 사람 중 하나예요.]

인생을 선물해 준 사람이라는 문구가 가슴에 후욱 들어오는 느낌이다.

괜스레 뺨을 긁적이며 엽서를 닫았다.

이따가 혼자 남았을 때 다시 읽어야지.

“…….”

고요하게 변한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마다 민준이가 써 준 편지를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리거나 미소를 짓고 있었다.

비주와 중현이가 각자 장문의 편지를 바라보고 있고.

“흐어.”

거의 세 장 가까운 편지를 읽고 있는 리혁이도 있었다.

내가 고개를 들이밀자 리혁이가 손바닥으로 내 얼굴을 밀었다. 쌀쌀한 눈매가 찌푸려진다.

“지금 그거 프라이버시 침해예요.”

“궁금해서 그래. 넌 왜 세 장이야?”

“왜 세 장이긴요.”

리혁이가 반문했다.

“민준이가 이렇게 손 편지를 정성스럽게 쓰는 걸 어디서 배웠을 거 같아요?”

“자의식 과잉이 심하구나, 우리 리혁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널 따라 해서 손편지를 쓴다고 생각하니?”

“아니. 그게 아니고….”

우리 메인보컬이 부연 설명을 했다.

“민준이랑 펜팔 식으로 지금까지 쭉 편지 교환했어요. 이메일로 서로 편지를 보내는 식으로요.”

“언제부터?”

“민준이랑 병원에서 만난 뒤로 지금까지 쭉이요. 마침 둘 다 과학 좋아해서 관심사도 비슷하고. 새로운 소행성이 발견되고 그럴 때마다 이메일로 과학 이야기하고 그래요.”

비주의 표정을 바라보니 민준이와 리혁이 둘만 알았던 모양이다.

“아무튼 나 편지 집중해서 읽는 중이니까 방해하지 마요.”

다시 편지에 시선을 돌리는 리혁이를 바라보며 새삼스러운 기분을 느꼈다.

그런 이야기가 떠오른다.

세상 사람들의 지탄을 받던 악독한 부자가 알고 보니 어마어마한 기부금을 남몰래 퍼부었다는 그런 이야기.

못되게 생긴 얼굴 위로 잠시 성스러운 후광이 비치는 것 같다.

“역시 인간의 양면성이란….”

그런 감탄을 하면서 시선을 돌릴 때였다.

형들이 편지 읽는 걸 바라보며 굉장히 부러워하는 표정의 막내.

“다 읽었어?”

“넹.”

“빨리 읽었네.”

“그야 내용이 짧으니까요.”

막내가 편지를 내밀었다.

To. 왕지호 형

[안녕하세요~~ 형~~ 잘 지내셨나요~ㅋ]

진짜 성의 없어서 보여서 웃음을 터뜨렸다.

방학숙제 일기를 쓰듯이 분량을 채우고는 ‘밥투정 그만해라’ 같은 뉘앙스의 말들이 추신으로 덧붙여져 있었다.

지호가 뒷목을 문질렀다.

“반박할 수 없다는 게 더 슬퍼요. 민준이가 기억하던 시절의 나는 정말 철이 없었으니까…….”

“진짜 없긴 했지.”

밤샘 연습을 한 비주가 비몽사몽한 얼굴로 요리를 했는데, 맛 품평 하다가 형들한테 등짝을 찰싹찰싹 맞은 시절의 막둥이.

“첫 인상이 이래서 중요한 건가 봐요.”

“하지만 첫 인상만 문제였을까?”

“…….”

막내가 입을 삐죽였다.

편지를 마저 다 읽은 멤버들과 시선을 교환하면서 선물 상자를 들었다.

“그럼 개봉해 볼까?”

부우우욱.

저마다 세심하게 리본을 풀면서 상자에 담긴 내용물이 드러났다.

스케치북에서 떼어 낸 듯한 도화지였다.

“우와아…….”

아크릴 물감으로 채색된 그림은 바로 팬 아트였다.

별이 빛나는 밤하늘.

그 아래 장미와 알록달록한 꽃들이 넝쿨진 정원에서 내가 등 뒤를 돌아보고 있는 그림이었다.

화보라고 해도 될 만큼 아름다운 그림에 감탄이 나왔다.

“우와아아아. 이거 봤어?”

“형. 이거 봐요.”

황금빛으로 물결치는 들판에서 밀짚모자를 쓴 중현이가 허수아비와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그림.

맑은 바다에서 망원경을 들고 웃고 있는 리혁이의 그림.

민준이로 추정되는 어린아이를 안아 주고 있는 비주의 그림.

비주가 말했다.

“아마도 민준이가 자기가 생각하는 우리 이미지들을 그린 거 같아요.”

“대박이다.”

눈을 휘둥그레 뜬 우리가 감탄했다.

“그림 진짜 잘 그리는데?”

“민준이 진짜 잘한다.”

“진짜 갤러리에 걸어도 될 수준인데요. 미술 쪽으로 진로 알아 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동생에 대한 칭찬이 뿌듯한지 나지막하게 웃던 비주가 말했다.

“원래 민준이가 그림 되게 그리고 싶어 했거든. 옛날에는 기력도 없고 손목에 힘도 약해서 힘들어했는데 이제는 잘 그리는 거 같아. 진짜 재능도 있는 것 같고. 어디서 안 배운 건데도…….”

미술 선생님의 칭찬이 자자했다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였다.

“지호야?”

“…….”

“그러고 보니 넌 그림이 뭔지 못 봤네.”

“…….”

막내가 촉촉한 눈으로 그림을 내밀었다.

“음?”

우리가 곧바로 웃음을 터뜨렸다.

못된 자본가 표정의 미남이 식탁 위에 앉아서 포크를 들고 있었다. 그러곤 옆에 있는 하인들에게 교복을 다려 오라고 소리 지르고 있었다.

멋들어진 시사만평 같은 그림.

“흐하하하하하!”

“웃지 마요!”

“아, 진짜 그 와중에 잘생기게 나오긴 했다. 너 이게 사진이었으면 레전드 사진이긴 하네.”

“잘생기면 뭐 해요…!”

“와. 진짜 부럽다. 지호야.”

울상이 된 막내를 놀려 대며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 * *

민준이의 졸업식이 끝나고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갔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그런데 말입니다. 왜 설날은 까치 까치가 들어가는 걸까요. 지금부터 그 의문을 뉴블랙 TV가 풀어 보겠습니다.”

“갑자기?”

음력 새해를 맞이하여 뉴블랙 TV 컨텐츠도 촬영하고.

“리혁 님!”

“서리혁 님!”

“세뱃돈 주세요!”

“세뱃돈 코인으로 주세요!”

귀가 벌건 투자의 귀재에게 세배도 올리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엄밀히 말하자면 즐겁다기보다는 바쁜 시간이긴 했다.

타이틀곡 녹음.

안무 컨펌.

TF팀과 앨범 회의.

그리고 가장 중요한 폐회식 연습.

“우리 무슨 10년은 본 사이 같지 않니?”

“진짜 그러네요.”

데일라잇의 리앤이 10년은 본 사이 같다고 할 만큼 세 그룹은 친해져 있었다.

친화력 좋은 연예인들끼리 하루에 6시간 넘게 붙여 놓으니 당연한 결과물이었다.

태현이가 농담으로 형이랑 이제 밥 안 먹어도 될 거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을 정도였다.

데일라잇 멤버들이 웃으며 TNT와 우리에게 물었다.

“하도 오다 보니까 너희 회사 같지?”

“네, 진짜요.”

TNT 멤버들이 웃고 있는 동안 우리가 뒤통수를 긁적이며 웃었다.

얼마 전에 박규호 대표님이 우리를 불러서 의중을 물었으니까.

-SNH 엔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니?

이 회사에 대해 느꼈던 인상과 장단점에 대해 짤막하게 요약을 해서 들려드렸더니 만족하신 것 같다.

대주주들끼리 조만간 회의를 한 번 더 해 보자는 이야기를 나눴지만, 빠른 시일 내에 처리되는 문제는 아니었다.

지금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는 다른 회사 인수가 아니었으니까.

“자! 하나둘 셋! 하면 뺄게요!”

“자자! 야야! 거기 발 찧는다! 조심해야지!”

매일매일 회사에 모르는 작업자들이 들락날락거리고 있었다.

경계심 가득한 리혁이가 내 작업실 보안을 철저히 할 만큼 외부인들의 출입이 잦았다.

“조심! 조심해요!”

“야, 이거 무슨 회사에 안마 의자가 서른 개가 있어?”

“지하에 오락실도 있던데요. 뉴블랙이 코인 작업할 때, 저기서 직원들이 게임하고 그랬대요.”

“신기하네. 뉴블랙 소굴에도 와 보고.”

“어어! 안녕하세요! 뉴블랙이다!”

수더분하게 잡담을 떠는 작업자들에게 커피 한 잔씩 돌리면서 잘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우리 회사는 지금 이사를 준비하는 중이었다.

청담동에 있는 신사옥.

다음 달 초에 완벽하게 오픈을 할 수 있도록 미리미리 짐을 하나씩 옮기는 중이었다. 이미 재무팀이나 법무팀은 신사옥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올 정도였다.

이사 순서는 경영지원 계통부터 시작해서 가장 중요한 A&R과 프로듀싱이 마지막이었다.

“진짜 이제 곧 추억이 되겠네요.”

대표님과 이사님, 본부장님 등과 함께 서서 짐을 나르는 작업자들을 바라보았다.

세 아저씨의 얼굴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추억이지.”

“진짜 이 작은 회사에서 복작복작하느라 고생 많았다. 얘들아.”

우리에게 고생했다고 말하는데 뭔가 자기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 같다.

나야 이 회사에 13년도에 들어왔으니 거의 딱 4년이 되어 가지만, 이분들은 여기서 보낸 세월이 엄청 길었으니까.

다들 최소 10년씩은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완벽하게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대표님이 웃으며 말했다.

“여기 1층에는 굿즈 샵이 설치될 거고, 다른 층들에는 박물관처럼 전시도 하고 그럴 계획이야.”

곧 뉴블랙 뮤지엄으로 변모한다는 이야기에 왠지 모를 아련한 감정을 느끼는 것도 잠시.

막내가 꺄아 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저희 이제 신사옥 가네용.”

“꺄르륵!”

“어허허헣!”

추억이고 뭐고 최신 시설이 최고 아니겠는가.

내가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와. 너무 신나네요. 그래서 신사옥인가.”

“…….”

“…….”

동생들이 정색하는 가운데 아저씨들이 배를 잡고 웃음을 터뜨렸다.

뭐지.

이 씁쓸한 기분은.

본부장님이 엄지를 들었다.

“우리 우주. 개그 감각 센스 쟁이야~”

“감사합니다…. 신세대라서 그런가 봐요.”

쉰세대라고 내 귀에 속삭이는 지호를 쿡 찌르고 있을 때.

대표님이 신이 나서 설명을 시작했다.

“내가 점검하려고 가 봤는데 완전 대박이야. 저번에 비주가 넷플러스 사옥 참고하라고 사진 보내놓지 않았니?”

“네. 맞아요.”

“넷플러스 사옥보다 더 좋을 수도 있어.”

“허어어어어…!”

“이제 외부 도색이나 외관 작업만 하면 끝나는데… 안에 인테리어는 이미 다 끝나 있거든.”

대기업에서 쓰는 사무용 집기들을 비롯해 구내식당도 완비되어 있고, 각종 연습실과 복지 시설 등등.

동생들과 입을 벌리고 감탄할 때였다.

“아.”

그러고 보니 한 가지 궁금한 게 떠올랐다.

“대표님.”

“음?”

“근데 저희 신사옥은 어디에 있는 건가요? 얼마 전에 태현이가 위치 좋다고 하던데 저는 몰라서요.”

“아.”

이윽고 대표님이 맵을 켜서 위치를 보여 주었다.

“어?”

동생들이 고개를 갸웃하는 동안 내가 제일 크게 놀랐다.

“진짜 여기예요?”

“음. 워낙에 적절한 공간을 찾기 힘들어서… 어쩌다 보니 선정이 그렇게 됐어. 하하.”

“대박…….”

놀라다가 이내 웃음까지 터뜨리는 내 모습에 졸개들이 물었다.

“뭔데요. 저기가 어딘데요?”

* * *

TJ 엔터테인먼트.

최상층에 있는 대표실에서 금테 안경을 쓴 멋들어진 중년인이 노트북을 보고 있었다.

“음…….”

한때 박태준 회장의 집무실이었던 이곳은 지금 신임 대표의 차지였다.

[대표이사 한영준]

한태현의 큰아버지이자 과거 TJ 엔터의 총괄이사였던 한영준.

그의 날렵한 눈매가 보고서에 올라온 연예계 동향들을 훑고 있었다.

-레몬과 SNH 엔터의 투자 건.

그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뉴스는 DNS 미디어를 레이블로 집어삼킨 레몬이 새로운 레이블을 물색한다는 것.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데…….’

그의 눈동자가 걱정으로 물들었다.

박태준 회장이 느긋하게 경영을 하는 동안 경쟁자조차 아니었던 레몬 엔터는 업계 1위로 치고 올라와 있었다.

지금이라도 부랴부랴 격차를 좁히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어쩌면 슬슬 인정해야 할 날이 올지도 몰랐다.

‘정말이지 위협적인 성장 속도야. 아니, 이 정도 격차면 이제 위협도 아니지. 적수가 없을 테니까.’

처음에는 그닥 경계를 하지 않았다.

뉴블랙이 중심인 레몬 엔터와 달리 TJ 엔터는 활동하는 아이돌 팀만 8팀이 넘는 회사다.

뉴블랙이 쉬면 회사가 멈추는 레몬과는 다르다.

그랬기에 장기적으로 보면 TJ 엔터가 승리할 수밖에 없다… 라고 생각을 하던 게 얼마 전이었다.

-스튜디오 LM ‘신이’.. 넷플러스에서 수백억 투자 유치했다

-‘레몬 엔터’ NBS 방송국 개국 “예능 트렌드 선도하겠다”

-DNS 미디어 인수설 솔솔.. ‘뉴블랙과 스트릿 보이즈 한솥밥 먹나?’

뉴블랙으로 번 돈으로 컨텐츠 제작 사업을 하더니 이제는 방송국까지 개국해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더 두려운 것은 그것들이 잘될 조짐이 보인다는 것.

뉴블랙이라는 황금을 가지고 영리하게 사업을 구축하는 이들을 바라보며 한영준은 한숨을 쉬었다.

‘어찌해야 되지.’

박태준 회장처럼 마냥 적대하기도 어렵고.

어떤 식으로 레몬 엔터에 대한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할지 그가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우우우우웅-

이삿짐센터에서 들릴 법한 크레인 소리들이 들려오는 창가.

한영준 대표가 커피잔을 든 채 창가로 다가갔다.

“…….”

멋들어진 글자로 된 간판이 올라오고 있었다.

박태준 회장의 속을 긁어 놓던 대형 광고판이 달린 8층 건물.

TJ 엔터보다 더 높은 건물 꼭대기에 피라루쿠체로 적힌 한글 간판이 걸리고 있었다.

[ 레몬 엔터테인먼트 ]

맞은편 건물로 이사 온 레몬 엔터를 바라보며 한영준 대표가 헛웃음을 흘렸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얼마 전 한국을 뒤흔든 천재의 말이 떠오른다.

-저, 선명주가 돌아왔습니다.

아버지가 그러했듯이 아들이 그의 귓가에 대고 ‘이사님, 저 돌아왔습니다’ 하고 속삭이는 기분이었다.

“세상일 참…….”

그저 어처구니없는 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금의환향.

그가 8년 전에 방출시킨 연습생이 이제는 업계 거물이 되어 화려하게 귀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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