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846화 (846/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846화

드림팀.

흔히 스포츠에서 최고의 선수들을 한 팀에 불러 모았을 때 사용하는 단어.

분야를 막론하고 최고의 기량을 보여 주는 전문가들이 모였을 때 언론에서 사용하는 단어이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지금 눈앞에 있는 이들은 K팝 드림팀이라고 할 만했다.

-ㅁㅊㅊ

-ㅁㅊ

-지금 뭐야????

-와ㅁㅊ 개설렘ㅋㅋㅋㅋㅋ

-이거 합동 무대 있었음??? 어쩐지 일찍 끝나더니

아이돌 팬들이 모인 SNS나 게시판이 새로고침을 할 때마다 버벅이고 있었다.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진짜 합동 무대라고?’

SNH 엔터를 방문해서 합동 연습을 한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할 줄은 몰랐던 팬들이었다.

아니.

그 정도 연습기간이라면 이런 무대가 나오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르겠지만….

‘아닌 줄 알았는데.’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K팝에서 탑을 찍은 그룹끼리 합동 무대는 정말이지 보기 드문 일이니까.

2000년대 후반을 넘어 3세대로 넘어온 아이돌 판에서는 극히 보기 드문 현상이었다.

이유는 두 가지.

우선 원탑이라 불리는 그룹들은 각 시기마다 한 팀씩 있기 때문이었다. 시기 차이가 있기에 대부분 접점이 없는 편이었다.

태조 왕건과 이성계가 콜라보 건국을 할 수 없듯이 말이다.

그리고, 그에 이은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실력 논란이 생길 수 있으니까.’

일정 궤도에 오른 아이돌 팀들이 서바이벌이나 합동 무대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였다.

굳이 다른 팀과 비교할 기회를 줘서 우열을 가리게 만들 필요가 없으니까.

-이해 안 가네. 쟤네 신인들보다 못하는데 왜 인기 많음? 라이브 개못하던데…….

-저 실력으로 용케 인기 많네. 아이돌판 실력 중요하다는 거 솔직히 헛소리임.

-저 실력으로 서바 출연시킨 회사 임원들 생각이 궁금하다ㅋ 뭔 근자감이었던 거지.

-초심 잃은 듯. 눈에 독기 가득하던 그때가 그립다ㅠ

애초에 기대치 자체가 높기 때문에 잘해 봐야 본전.

그런 까닭에 가수들끼리 굳이 합동 무대를 통해 비교할 기회를 주지 않는 편이었다.

그런데 이 무대가 성사됐다는 건.

‘자신감 쩐다…….’

세 그룹 다 퍼포먼스로 자신들이 밀릴 리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터였다.

하기사 다른 논란은 있어도 퍼포먼스적인 면에서는 단 한 차례도 혹평을 들은 적이 없는 세 팀이었다.

-무대장인들만 모아놧네

-역대 한국에서 제일 비싼 콜라보 무대임ㅋㅋㅋㅋㅋㅋㅋ

-뭐가 나올지 상상도 안 되는데 나 너무 설렝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와

-근데 밸런스 좋다 뉴블랙 데일라잇 텐티

처음에는 합동 무대에 놀랐던 이들이 곧바로 떨리는 손가락으로 핸드폰 자판을 치기 시작했다.

조합 자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경쟁자들이 아니니까.’

현재 아이돌판의 구도는 압도적으로 뉴블랙이 원탑을 먹고 있었다.

아이돌 팬덤 파이에서 뉴블랙과 그 외로 나누어도 뉴블랙이 이길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올 만큼.

TNT와 데일라잇은 현재 뜨문뜨문 활동하는 이전 세대의 그룹이었다.

그러니 싸움이 날 일이 없었다.

‘틴스나 스보… 원차 같은 애들 있었으면 난리 났지.’

만약에 뉴블랙 휘하 삼대장으로 꼽히는 보이그룹이 참전했다?

지금 게시판은 그야말로 서로에게 던져대는 폭탄과 화염병으로 가득했을 터였다.

대충 이런 느낌으로.

-뉴블랙 오늘따라 컨디션 별로인가본데.. 원차나 스보가 훨씬 더 잘하는 느낌임.

-원차가 확실히 라이징이네~ 나머지는 다 파릇파릇한 맛이 없음.

-왠지 나만 그런가? 애들 좀 초심 잃은 거 같지 않아?

-스보 근데 저기 사이에 끼니까 좀 못생긴 느낌이다. 아 왜 열 받아함? 너네 눈에 귀여우면 됐지~ㅋㅋㅋ

-요즘 남돌들 존나 못하네. 그러니 여돌 팝시다 여러분.

외모 비교하고 후려치기.

노래나 춤 실력 후려치기.

인기 체감 있니 없니 후려치기.

눈빛을 보면 알 수 있다며 초심 감별하기.

조금이라도 비교되는 부분 있으면 캡처해서 커뮤니티나 SNS에 아닌 척 흘려보기 등등.

만약 여기에 이제 비슷한 연차의 이성 그룹까지 섞였다?

그야말로 피곤한 시간일 터였다.

‘평화롭구나.’

호감 가는 그룹들의 콜라보를 지켜보듯이 꺄르륵 웃는 아이돌 팬들을 바라보며 세 그룹의 팬들이 웃었다.

‘선곡 플도 별로 없고.’

만약 뉴블랙과 비슷한 연차의 그룹이었다면 왜 선곡이 뉴블랙 노래냐, 들러리 세우냐 하며 따졌을 텐데.

그런 이야기도 별로 없었다.

그나마 아까부터 세 그룹 중에서 누가 엔딩을 먹냐고 난리 치던 애들이 있긴 했는데 지금은 조용하다.

데일라잇과 TNT의 팬들이 어림짐작했다.

‘욕하던 애들은 뉴블랙 안티들 같은데…….’

두 그룹의 팬들이라면 뉴블랙에게 불만이 있을 리가 없었다.

-김익환 감독, “뉴블랙 덕에 폐회식 스폰서 급증.. TNT와 데일라잇까지 역대급 예산의 무대 될 것”

-‘폐회식 D-20’ 뉴블랙 “존경하던 선배님들과 무대하고 싶었다”

-1년 넘어 완전체 무대 서는 TNT.. SNS에 소회 밝혀 “너무나 귀중한 시간이 될 것”

귀중한 떡밥을 준 이들에게 오히려 고맙다면 고마울 뿐.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뉴블랙과 달리 두 그룹은 지금은 활동을 사실상 쉬고 있는 상황이었다.

엔딩을 하면 좋지만 이걸 못 한다고 해서 큰일 난다거나 하는 마음은 별로 없었다.

어차피 싸워 봐야 승산도 없고.

‘지금 보이그룹 팬들 다 연합해서 때려도 못 이기는 판에…….’

두 그룹의 팬이 너그러운 할머니 같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방금 전까지 군불을 피워 올리며 ‘엔딩 누구냐?!’ 하던 이들의 동태를 지켜보는 한편.

‘근데 진짜 어떤 무대가 나오는 거지?’

TV로 시선을 돌린 이들이 호기심으로 눈을 빛냈다.

* * *

“와아아아아아아아-!”

글로벌한 인기를 기록했던 뉴블랙의 히트곡 .

한국인들은 물론이고, K팝에 적당히 호응하던 외국인들도 입을 크게 벌렸다.

‘이거 나 알아!’

‘드디어 아는 곡이다!’

방금 전까지 한국어로 된 노래들을 들으며 ‘신난당’ 했던 이들이 본격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어가 세계 공용어로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시대.

전 세계인이 따라 부를 수 있는 영어 곡이 흘러나오면서 장내의 함성이 커졌다.

데일라잇의 하랑이 마이크를 들면서 영어 가사가 흘러나왔다.

어두운 건 익숙해

특히 이 어두운 터널은

저음으로 나온 목소리에 반전을 주듯이 바로 TNT의 지한빈이 고음으로 구절을 이어받았다.

이 흔들림은

내게 일상일 뿐이야

메트로의 포인트 안무를 보여 주듯 아이돌들이 한 손을 들고 어깨를 흔들었다.

마치 지하철 손잡이를 잡고 흔들리는 듯한 모양새.

가수들이 그림 같은 합을 자랑하면서 현장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오?’

아이돌 팬들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도합 스무 명.

카메라 샷을 받기에는 너무나 다인원이라 그런지 팀을 셋으로 쪼갠 듯했다.

‘진짜 절묘하게 쪼갰네.’

음역대가 비슷하거나 퍼포먼스 합이 좋거나.

무언가 내부적인 기준이 있었겠지만 그것이 굉장히 합리적인 기준이었다는 건 분명했다.

숨을까 말까

이 어둠 속에 숨으면

뉴블랙의 메인보컬이 마이크를 들고 있는 동안 팀원들이 화음을 맞춰 주고, 뒤에서는 다른 팀이 백업 안무를 추고 있다.

리볼버 권총의 탄창이 돌듯이 대형이 쉴 새 없이 돌아갔다.

‘잘한다.’

처음에는 신기하게 바라보던 아이돌 팬들이 입을 헤 벌렸다.

나른하게 걸어 나온 지호가 석지훈과 함께 서로 팔을 얽으며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둘의 화음이 아름답게 어우러졌다.

흉터와 상처는 보이지 않겠지

하지만 그건 원치 않아

지호와 석지훈이 무언가를 내보이려는 동작을 하는 동안 뒤에 선 데일라잇과 TNT가 손을 뻗어 그들의 눈을 가렸다.

그리고.

그 사이를 가르고 튀어나오는 뉴블랙의 래퍼.

허공의 별을 톡톡 치는 듯한 손짓과 함께 랩이 이어졌다.

희미한 불빛들

사방을 휘감은 어둠

유리는 거울이 되어 날 비추고

빛나는 눈에 가득한 것은

마음의 미로

무수한 나

씩 웃으며 뒤로 물러나는 중현.

데일라잇의 다봄과 TNT의 구선웅이 랩을 주고받는 동안 관객들이 더욱 흥분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후렴구.

잠시 돌아갈 시간이야

저 거울 너머

어두컴컴한 대도시(metropolis)의 별빛을 찾아

네게 돌아올게

가사가 끝나고 나오는 멜로디 파트에 맞춰 각 그룹의 메인댄서들이 무대 중앙에 모였다.

미래 지향적인 퓨처 베이스 사운드.

비주를 필두로 메인댄서들이 세상 즐거운 표정으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의상에 달린 알록달록한 노리개가 흔들리고, 데일라잇이 머리에 꽂은 비녀가 흐트러질 만큼 격한 안무.

몸선을 기가 막히게 살린 저고리 자락이 흔들릴 때마다 환호가 이어졌다.

“우와아아아아아-!”

무대를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어마어마한 안무 합이었다.

정말 짜임새 있다는 말이 이럴까.

TV 중계라 바라보는 사람들도 감탄사를 흘릴 정도였다.

[K팝의 수준이 이렇다는 걸 보여 주는 것 같습니다! 무대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네요!]

현장에서 보는 사람들도 흥분해서 방방 뛰고 있었다.

‘이건 진짜 현장에서 봐야 된다.’

아이돌 팬들이 그런 생각을 하며 침을 삼켰다.

단순히 라이브라는 이유 때문만이 아니었다.

무대에서 세 팀이 포지션을 바꾸는 것이나 안무 동선의 변화 등등.

카메라가 따라가기 힘들 만큼 빠른 속도로 전환을 이뤄 내는 프로들을 바라보며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숨 하나 헐떡임 없이 모든 걸 해내고 있다.

게다가 무대 위에서 묘한 팀워크까지 느껴졌다.

일반적인 합동 무대에서 보기 힘든 종류의 팀워크였다.

정말 무대 위에 있는 사람들이 한 팀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바로 누군가 의도한 바대로였다.

-보통의 합동 무대와는 달라야 해요. 세 그룹이 합동 무대를 한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연말 가요무대를 떠올릴 거거든요.

연말에 흔히 보던 합동 무대.

워낙 준비 시간이 촉박하고 할 것이 많기에, 스케줄이 널널한 신인들이 아니라면 서로 간에 최소한의 안무 합만 맞추고 들어서는 무대였다.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저는 이번에 진짜 ‘한 팀’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어요. 매번 경쟁에만 주목하는 외신들한테도 진짜 아이돌 팀이 뭔지 보여 주고 싶고요.

그 때문에 밤샘까지 하며 무대를 준비한 가수들이었다.

자신의 색채를 조금 줄이고 서로에게 녹아들고, 무대에서의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 내고.

그런 그들의 노력이 지금 빛을 발하고 있었다.

‘너무 잘한다. 진짜…….’

솔직히 상상이 안 가긴 했다.

데일라잇, TNT, 뉴블랙 모두 팀의 컬러가 너무나 확고하지 않던가.

그런 이들이 서로에게 녹아드는 모습이 신기했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했던 그룹처럼.

TNT의 한태현과 뉴블랙 우주가 쌍둥이처럼 등을 맞대고 손동작을 펼쳤다.

너와 난

데칼코마니 같지

누구보다 가깝고

누구보다 멀지

이내 몸을 휙 돌리고 서로를 마주한 채 거울을 보듯 하는 선우주와 한태현.

그 사이로 데일라잇의 리앤이 걸어 나왔다.

격한 안무 때문에 헐렁이는 비녀를 뽑아낸 리앤이 바닥에 휙 던지면서 환호성이 흘러나왔다.

자신이 매력적인 것을 너무나 잘 아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눈을 찡긋했다.

숨을까 말까

하지만 숨기만 하는 건

재미없지

매혹적인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동안 한태현과 우주가 백업을 서며 무대를 장식했다.

리앤이 웃었다.

‘그래. 이거지.’

그녀의 손짓에 짜릿함이 담겨 나왔다.

간만에 영혼이 살아 숨 쉬는 기분.

전 세계 수억 명의 시청자들이 보는 무대에서, 그녀는 자신이 그동안 가꾸고 닦아 온 모든 것을 선보였다.

그런 리더를 필두로 데일라잇 역시 비녀를 슥 뽑아내 주변에 던졌다.

TNT 멤버들이 백업을 서는 동안 슬며시 웃었다.

‘누나들 엄청 신났네. 뭐.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방금 전 자신들의 무대에서 그러했듯이.

TNT의 멤버들도 같이 무대를 서는 새로운 동료들과 눈을 마주치고 호흡을 맞췄다.

메인보컬 신주영이 리혁과 눈을 마주치며 노래의 템포를 맞춰 가고.

백승제와 수전이 서로의 호흡을 느끼며 간격을 좁혔다.

특별히 뭐라고 말하지 않아도 합이 척척 맞고 있었다.

그렇게 무대가 끝을 달려가고 있을 때.

‘이제 모일 시간이에요.’

이 무대를 기획하고 주관한 팀 리더의 눈짓에 모두 마음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메트로의 미래 지향적인 사운드가 고조되는 동안 숨 가쁘게 노래가 이어졌다.

하이라이트까지 20초.

거울 너머 저 너머

15초.

리혁과 차현정이 고음 파트를 부르며 양 날개에 서고.

저곳에 무엇이 있는진 모르지만

10초.

중현과 지호, 지한빈과 장한별이 그 안쪽에서 대형을 갖추고.

우린 돌아올 거야

5초.

비주를 비롯한 메인댄서들이 팀 리더의 곁에 모인 순간.

뉴블랙 리더의 선명한 눈동자가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돌아올 거야

반드시

한 점으로 모인 이들이 순간적으로 촤악 펼쳐졌다.

부채꼴처럼 펼쳐진 이들이 발을 구르며 손동작을 하는 동안 저고리가 동시에 펄럭였다.

보랏빛 조명.

모든 걸 터뜨리는 분위기 속에서 현장의 함성이 끝을 모르고 올라갔다.

‘미쳤다.’

우주를 중심으로 물결치듯이 웨이브를 선보이는 가수들.

폭죽이 쏘아 올려지는 하늘 아래 미남미녀들의 얼굴이 알록달록한 빛으로 물결쳤다.

팬들이 숨 쉬는 것도 잊고 볼 만큼 가수들은 즐거워 보였다.

파아아앙-!

불꽃놀이가 평창의 밤하늘을 수놓는 가운데, 군무를 펼치던 가수들이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덩굴이나 줄기들이 얽히듯이.

서로에게 얽히면서 손을 맞잡은 이들이 엔딩 포즈를 취했다.

-감사합니다!

마침내 무대가 끝을 맞이했다.

행복하게 웃는 가수들과 팬들, 여전히 하늘 위로 쏘아 올려지고 있는 화려한 불꽃놀이.

무대를 본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에 한동안 떠나가지 않을 공연이었다.

* * *

“허억…….”

“헉.”

“어우. 나 무, 물 좀…….”

거의 5분에 가까운 과격한 무대가 끝난 후.

여기저기서 널브러진 가수들이 각자의 스탭을 찾으며 숨을 골랐다.

“휴우.”

동생들과 땀을 훔치며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우리나 태현이와 달리 다른 가수들은 죽을 맛인 듯했다.

“어으.”

숨을 몰아쉬고는 졸개들을 품에 안았다.

땀에 푹 젖은 비주의 머리카락이 느껴진다.

“고생했다. 정말.”

“혀, 형도 고생했어요. 휴우.”

“리혁이는? 리혁이 괜찮니?”

“나 신경 쓰지 말고 다른 사람 챙겨요.”

무릎을 짚은 채 바닥을 바라보며 헛구역질을 하는 리혁이를 내버려두고는 다른 가수들과 포옹하거나 하이파이브를 했다.

리앤이 안도한 얼굴로 히죽 웃었다.

“어려운 건 넘겼네.”

“고생하셨어요.”

“고생은 뭘. 이제 즐거운 것만 남았네.”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변에서 헉헉대는 한별이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가수들이 눈을 감고 찌푸린 채 어지러움을 달래거나 숨을 몰아쉴 때.

“이제 성화 끄고 있는 중이래요!”

“다들 마무리 준비해 주세요!”

좀 더 활동하기 편한 신발을 신고, 외투도 두툼한 것으로 갈아입었다.

그러는 동안 노재현 선생님과 다른 선배 가수들이 다가왔다.

“고생 많았어. 엄청 잘하더만.”

“너네 무대에서 날아다니더라. 젊음이 확실히 좋긴 좋아~”

“잘했어.”

그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는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을 찾았다.

오들오들 떨고 있는 우리 프로듀싱팀의 형섭이.

“준비됐어?”

“응…….”

“연습한 대로만 하자. 형섭아.”

곧이어 스탠바이 준비를 해 달라고 하는 말이 들려왔다.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모이는 가수들.

오늘 폐회식의 진정한 마지막 무대가 시작될 시간이었다.

* * *

평창 올림픽의 성화가 꺼지면서 마침내 올림픽이 진정으로 끝을 고할 때.

[이 시간이 지나 4년 뒤면 이 성화가 다시 밝혀지고… 우리는 또 다른 올림픽을 찾게 되겠네요.]

[자. 이제 폐회식의 마지막 공연!]

[별이 빛나는 밤 Starry Night가 시작됩니다!]

어둠 속에 객석의 불빛들이 반짝반짝이고.

각국 국가 대표 선수들이 마지막 뒤풀이를 하기 위해 무대로 걸어 나왔다.

각자 LED 응원봉을 든 가수들.

한참 동안 오열했는지 눈이 벌건 수지 클라크를 비롯해 수플레 선수들이 저마다 달봉이를 든 채 모일 때였다.

[아. 드디어 시작하네요!]

무대 위로 다시 올라온 것은 원로 가수 노재현이었다.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었다.

[말씀드린 순간 모든 가수들이 올라왔습니다.]

패딩 점퍼로 편하게 갈아입은 국민 가수들을 비롯해 아이돌들이 한데 올라와 있었다.

촛불을 들듯이 노란 LED 응원봉을 든 가수들.

원로 가수 노재현이 마이크 대 앞에 섰다.

선원이여 선원이여

걱정일랑 말고 앞으로 나아가시게

그의 명곡 중 하나인 <선장의 노래>의 후렴이 반주 없이 스타디움을 꽈악 채웠다.

그런 식으로 몇 소절을 나지막하게 부른 후.

서서히 멜로디가 깔리기 시작했다.

[오?]

[DJ가 올라왔네요.]

DJ가 쓰는 콘솔 테이블 앞에 헤드셋을 한쪽 귀에 얹은 누군가가 있었다.

레몬 엔터의 프로듀싱팀 작곡가 김형섭.

과거 Nine에 EDM 리믹스를 만들었던 경력으로 발탁된 재능의 작곡가가 디제잉을 하고 있었다.

선수들이 눈을 크게 뜨고 좋아하는 한편.

아이돌 가수들이 웃음을 머금고 누군가의 말을 떠올렸다.

-너무 부담 갖지 않으셔도 돼요. 진짜 엔딩은 저희가 아니에요.

-아니야?

-네. 아무래도 전 국민이 보는 행사인데 너무 아이돌로 끝내면 반감이 클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김익환 감독님께 건의를 했어요. 마지막에 조금 신선하게 가 보는 것이 어떤가….

둠칫둠칫.

EDM으로 변한 <선장의 노래> 멜로디가 흘러나오며 트럼펫 소리가 들리는 동안 조명이 번쩍번쩍했다.

눈부신 조명.

곧이어 선글라스를 쓴 인면조가 등장하면서 가수들도 선글라스를 꺼내 쓰기 시작했다.

원로 가수 노재현.

코러스를 넣어 줄 차우현과 트로트 여왕 견성화.

백업 안무를 추게 될 20인의 아이돌 가수들.

올림픽이 아니라면 그 어떤 행사에서도 볼 수 없는 라인업 속에서 선글라스를 쓴 노재현이 어깨춤을 추기 시작했다.

아이돌들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대선배들의 뒤에 섰다.

‘엔딩 논란 따윈 주지 않는다.’

‘축제 마지막은 EDM이 국룰이지.’

곧바로 EDM 섞인 K-음악에 몸이 반응하는 외국 선수들과 한국인들.

“와아아아아아!”

올림픽의 마지막 밤.

그야말로 광란의 춤판이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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