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853화 (853/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853화

사람들이 예능을 보는 이유가 무엇인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재미가 있다는 점이 크다.

그렇다면….

“예능의 재미는 어디서 나온다고 생각해?”

구재영 피디의 말에 우리가 답했다.

“음… 조금 뭔가 독특한 거 아닐까요. 이색적인 장면이라든가. 일상에서 볼 수 없는 그런 장면이요.”

“우주 형의 외발자전거 같은 거 아닐까요.”

“중현이 형이 물구나무를 선다든가.”

그런 우리의 대답에 뉴니버스 제작진이 큰 웃음을 터뜨렸다.

귀엽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그건 맞는 말이었다.

“음. 그렇게 생각한단 말이지.”

구재영 피디가 턱을 괴고 우리를 바라보았다.

산적 같은 얼굴 위로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보인다.

자기가 좋아하는 예능 이야기라서 그런지 마치 뽀로로 이야기를 하는 어린이 같은 표정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지. 예능이라는 게 정답이 없는 분야기도 하고. 너희가 지금까지 독특한 장면들로 큰 웃음을 줘 왔으니까.”

“…사실 저희도 웃음 포인트를 잘 모르겠어요.”

내가 말했다.

“시청자들이 웃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긴 한데… 아직도 뭘 해야 사람들이 재미있어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우리도 매일 하는 고민이야. 뭘 해야 시청자들이 좋아할까. 사실 시청자들도 자기들이 뭘 좋아하는지 모르거든. 업계인들이 매일 뼈 빠지게 고민해도 답이 안 나오는 문제지.”

공감하던 구재영 피디가 말했다.

“하지만 큰 틀에서 정답은 있어. 예능의 재미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2000년대 중후반부터 버라이어티의 제왕으로 군림해 온 국민 PD의 말에 우리가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바로 정답을 말해 주는 대신 구재영 피디는 뜸을 들였다.

“질문을 하나 해 볼게.”

“네.”

“만화 중에 드래곤볼이라고 아니?”

“네. 알아요.”

“드래곤볼이 왜 재미가 있을까?”

우리 중에서 만화를 제일 좋아하는 막내가 답했다.

“계속해서 강해지는 거 아니에요? 강해져서 더 센 애랑 싸우고.”

“맞아.”

구재영 피디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런데 거기서 포인트는 강해지는 게 아니거든. 손오공이 얼마나 강해지는 건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것은 바로 손오공이 그 힘으로 누구와 싸우느냐는 거거든.”

“누구랑 붙는지가 중요하다는 거네요.”

“그치. 주인공 혼자만으로는 이야기가 안 된다는 거야. 매력적인 악역도 있어야 하고, 주인공을 도와주는 매력적인 조연들도 있어야 이야기가 재미있어지거든.”

대충 요점을 알아들을 것 같다.

리혁이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답했다.

“주인공 혼자 강해지는 건 재미가 없다는 거네요.”

“정답이야. 주인공이 수련을 해서 강해지고, 손가락 하나로 행성을 부수고 우주를 재창조한다고 해도 과연 주인공이 그걸 혼자 하고 있으면 재미있을까?”

“아아….”

“결국 재미라는 건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에서 나오는 거야. 악역과 주인공의 대립. 주인공과 조연의 협력. 누가 더 센가.”

그런 말을 하던 구재영 피디가 다시 화제를 현재로 돌렸다.

“그런 면에서 예능의 재미도 동일해. 예능 출연진들의 관계에서 재미가 나오는 거거든. 물구나무서기를 하거나 외발자전거를 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사실 시청자들이 재미있어 하는 본질적인 건 그런 게 아니야.”

“아…….”

“사람들은 너희 다섯의 관계를 좋아하는 거야. 선후 관계가 조금 다른 거지. 너희에게 매력을 느끼고 나서 그다음에 너희가 뭘 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는 거지. 너희가 외발 자전거를 타서 좋아하는 건 아냐.”

홀린 듯이 구재영 피디의 말을 들으며 우리는 깨달음을 얻었다.

국민 피디, 국민 피디 하는 이름값을 제대로 체험하는 느낌이었다.

순박한 산적 같은 외모로 예능에 대한 이야기를 주르륵 늘어놓는데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상대가 윙크를 했다.

“그런 면에서 소재는 중요한 게 아니라는 말이 이제 이해되니?”

“네. 이해했어요.”

무슨 말인지 완벽하게 알아들었다.

결국 시청자들은 우리 다섯이 ‘무엇’을 하는지보다 그걸 하는 과정에서의 우리 모습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 같았다.

오태준 피디가 말을 이어받았다.

“물론 그렇다고 소재가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야. 아무리 재미있는 관계를 보유한 조합이라도 소재가 너무 올드하거나 구리면, 그 역량을 끌어 낼 수가 없거든.”

“그럼 저희가 어떻게 해야 되나요?”

“다행스럽게도 거기서부터는 우리 제작진의 소관이지.”

제작진이 웃으며 말했다.

“거기서부터 제작진의 역량에 따라 확 갈리는 거거든. 재미있는 사람들을 모아 놓고 과연 뭘 할 것인가.”

“소재는 정해졌으니 이제부터는 아이디어 회의 단계지.”

“자. 지금부터 마구마구 던져!”

예능 작업할 생각에 신이 난 제작진들이 아이디어를 던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핑퐁처럼 아무 말 대잔치를 하는 제작진을 바라보며 신기한 기분을 느꼈다.

메인 작가를 맡은 양미현 작가님이 말했다.

“일단 뉴블랙은 이미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조합이잖아요. 사람들이 장면 하나하나를 다 예상한단 말이죠.”

“그렇지.”

“여기에 변주를 주면 좋을 거 같아요. 예를 들어 면허를 따고 나서 초보 연수를 할 수도 있잖아요. 뉴블랙과 친한 동료들이 운전 연수를 해 주는 거죠. 예를 들어 리혁 씨랑 차우현 씨라든가.”

운전면허를 따고 나서 연수 과정에서 우리와 친한 연예인들을 불러 조합하면 어떠냐는 아이디어.

과거 주세한의 막내이자 이제 서브가 된 한주연 작가님이 말했다.

“아니면 검증된 일반인이나 팬들을 부르는 건 어떨까요? 수플레가 지도하는 뉴블랙 운전 연수.”

“오. 그것도 좋아.”

“다음 앨범 홍보도 하면서 팬들과 소통도 하는 거죠.”

듣고 있던 우리의 귀가 솔깃해지는 아이디어들이 쏙쏙 나왔다.

비주가 내게 속삭였다.

“형. 저 주세한이 어떻게 국민 예능이 됐는지 알 거 같아요.”

“나도. 완전 대박인데…?”

마치 우리 TF팀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기분이다.

TBC 방송국에서 10년 넘게 국민 예능을 만들어 낸 드림팀이 어떤 식으로 일을 하는지 지켜볼수록 놀라웠다.

대체 파벌 정치가 뭐길래 이런 사람들을 내몰아낸 건지 궁금하다. 나 같으면 연봉을 인상해서라도 곁에 둘 텐데.

진짜 유능해도 이렇게 유능할 수가.

무엇보다 좋은 건 바로 이 사람들의 눈이 반짝반짝한다는 점이었다.

지금도 회의라기보다는 ‘이거 재미있지 않을까?’ 하면서 수다를 떠는 분위기였다.

곁에 앉은 양미현 작가님이 겸연쩍게 웃으며 말했다.

“정신이 하나도 없지?”

“아뇨. 너무 좋은데요. 다들 즐거워 보이시고.”

“그야 당연하지.”

양 작가님이 아메리카노를 들이켜며 웃었다.

“안 좋아하면 이 일 못 하거든.”

“공감 가네요.”

“그나저나 사전 미팅 때랑은 분위기가 다르지? 적응하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다. 매번 전체 회의할 때마다 이러거든.”

“이미 적응했어요. 저희도 익숙한 분위기라서.”

“그래?”

“네. 앨범 회의할 때 이런 분위기거든요.”

동생들과 다음 컨셉 때 뭐 할까? 하면서 즐겁게 수다를 떨던 우리 모습과 여기 제작진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그리고 또 비슷한 점이라면….

아이디어 회의를 하면서 아무 말 대잔치가 나온다는 것.

“운전면허를 따고 난 다음에 뉴블랙의 일일 택시 프로젝트를 하는 거죠. 팬들을 학교에 데려다주는 택시라든가. 출퇴근 시간대만 어떻게 좀 피해서….”

“배달의 뉴블랙 어때요.”

“운전면허 따기 전에 범퍼카 타러 가는 건 어때요? 뉴블랙의 운전왕을 가리자 이런 거라든가.”

“면허 따고 ATV는 어때요? 그걸로 레이싱 해도 재미있을 거고… 솔직히 뉴블랙은 뭘 해도 재미있을 거 같은데.”

아무 아이디어나 일단 지르는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우리도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그런 거 해 보면 감동적일 거 같아요. 저희가 회사로 출근할 때 직접 운전을 해서 온다든가.”

“운전 연수를 할 거라면 일단 인적이 드문 곳에서 했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한 프로젝트잖아요.”

“전 그거 해 보고 싶은데. 아까 그 ATV? 형들이랑 카트라이더 실제로 찍으면 재미있을 거 같아요.”

두 시간 가까이 아메리카노를 쪼르릅 들이켜며 제작진과 신나게 아이디어를 주고받았다.

나중에는 아예 목이 따끔따끔할 지경이었다.

비주가 감탄했다.

“저는 운전면허 하나 가지고 이렇게 소재가 많이 나올 줄 몰랐어요. 진짜 대단하세요.”

“대단하긴. 너희가 있으니까 생각할 수 있는 소재들이지.”

“아우, 뻐근해. 덕분에 진짜 신나게 이야기를 했네.”

누군가 기지개 키는 말에 다들 시계를 바라보았다.

“벌써 두 시간 지났네.”

“그래도 좋다. 이게 우리 징크스잖아.”

징크스?

고개를 갸웃하는 우리에게 구재영 피디가 말했다.

“주세한 할 때부터 그런 징크스가 있어.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는 회의일수록 예능이 대박 나거든.”

“오오오!”

“느낌이 좋구만. 좋아.”

우리가 중현이를 바라보았다.

잠시 눈을 감고 온 우주의 기운을 느끼던 중현이가 세상 불운한 표정으로 말했다.

“불길해요.”

“초대박이 터진다는 뜻이로구나…!”

“여러분! 중현이 형이 불길하다고 했어요!”

여기저기서 ‘그래?’ 하면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중에 중현이의 마법 젤리 성경이나 한 번 보자는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가운데.

“음.”

오태준 피디가 스케줄표를 바라보며 눈매를 모았다.

까칠하고 까다로운 인상.

구재영 피디가 신나게 예능을 만드는 포지션이라면 이쪽은 실무나 촬영 일정을 조율하는 행정가 스타일이었다.

“너희 일정은 TF팀 통해서 들었는데 3월 중에 촬영이 가능하겠니?”

“네. 시간 있어요.”

“그러면 3월 중에 운전면허 취득하는 컨텐츠를 찍는 건 어때? 촬영 포맷이 확정되면 4월 즈음에 본 촬영 들어가고.”

“괜찮은 거 같아요.”

스케줄에 대해 조율하는 시간을 잠시 가졌다.

패드에 필기를 하던 리혁이가 정리했다.

“그러면 본방송은 5월 말쯤으로 생각하면 되겠네요.”

“응. 그 정도 텀은 둬야지.”

3월과 4월에 촬영을 해서 5월 말이나 6월 초쯤에 NBS를 통해 런칭하는 게 어떠냐는 제안이었다.

“시즌제로 운영할지 어떻게 할지 확정은 안 났지만 일단 매주 방영하는 정기 예능이 목표잖아. 1호 프로젝트인 운전면허가 끝나고 나면 다음 프로젝트를 또 촬영해야 하니까.”

“그러네요.”

“그래서 계획은 일단 미튜브와 연계를 할 거야.”

프로모션에 대한 간단한 내용도 공유했다.

“이제 미튜브 시대잖아. 미디어의 권력 축이 방송국에서 미튜브로 넘어간 것은 받아들여야 해.”

지상파 방송국에서 오래 근무한 이들인데도 유연한 사고방식을 보여 주는 제작진이었다.

“운전면허를 따는 컨텐츠는 미튜브에 올리고, 운전 연수를 하는 장면 등은 TV 예능 쪽으로 만드는 거지. 미튜브를 보는 사람들이 본방송으로 유입되도록 유도하려고 해.”

“좋은 아이디어네요. TF팀 통해서 뉴블랙 TV 제작진이랑 조율해 보도록 할게요.”

기존 뉴블랙 TV 제작진과 새롭게 유입된 뉴니버스 제작진 사이의 중재는 TF팀에게 맡기기로 했다.

한주연 작가님이 볼펜을 굴리며 중얼거렸다.

“뉴블랙 TV 제작진 분들이 우리를 싫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누가 봐도 굴러 온 돌이잖아요. 우리.”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다들 좋아하시던데요?”

“그래?”

아무래도 미튜브와 연계하는 작업도 있을 거라 싫어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뉴블랙 TV 제작진은 NBS에 구재영 피디 사단이 입사한다는 말에 쌍수를 들고 반색했다.

-우리 그럼 일 줄어?

-신규 노비구나! 흐하하하하! 아 너무 좋은데?! 아… 물론 여기서 좋다는 뜻은 좋은 컨텐츠가 나오니 좋다는 뜻이지.

-일감 많이 가져가시라 그래. 우주야.

광기에 차서 번들거리며 웃던 이들의 눈을 떠올리며 내가 말을 순화해서 전했다.

“어… 굉장히 환영한다고 전해 달라고 했어요.”

“어우. 그럼 다행이지.”

그런 말에 화기애애하게 웃을 때.

회의를 마무리하며 구재영 피디가 말했다.

“매주 방영되는 예능이라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자체 컨텐츠를 하나 찍는다고 생각해.”

“네.”

“너무 부담 가질 필요는 없어. 뭐, 하고 싶은 게 안 떠오르면 또 휴식 컨텐츠를 찍으면 되니까.”

“편한 마음으로 찍을게요.”

동생들과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솔직히 불안하기는 하다.

‘운전면허 따기’라는 주제로 이분들이 얼마나 좋은 컨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그 역량은 확인했다.

하지만 과연 우리가 이런 걸로 시청자들을 재미있게 해 줄 수 있을까.

“뭐….”

걱정은 되지만 어쩌랴.

어디 한번 해 보지, 뭐.

“얘들아.”

“형.”

동생들과 눈을 마주치며 웃어 보였다.

같은 생각을 품은 눈빛들이 서로의 눈동자에 비쳐 보인다.

‘내가 안 웃기면 얘가 웃기겠지.’

‘형이 하겠지.’

‘누군가 하겠지.’

인터넷에서 본 누군가의 말마따나 아이돌도 조별 과제였다.

* * *

얼마 후.

강남 운전면허 시험장.

“어머.”

“저거 뉴블랙 아니야. 뉴블랙…?”

“뭐 찍나 봐요. 방송국 카메라들이 있어.”

지하 1층에서 신체검사를 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

저마다 핸드폰을 꺼내고는 소곤소곤 통화하기 시작했다.

“어. 자기야… 나야… 어어, 여기 뉴블랙 있어. 뭐? 사인… 어어.”

“엄마. 여기 뉴블랙…….”

그런 사람들을 지켜보는 동안 구재영 피디가 팔짱을 끼고 있었다.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산적 같은 인상.

당장이라도 ‘갈! 네놈들의 피와 살을 취해 주마! 크하핫!’ 해도 될 법한 인상이었지만 그를 두렵게 바라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

“어어…?”

10년 넘게 방영한 국민 예능의 피디를 못 알아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었다.

때로는 간사하게 출연진을 속이고, 때로는 순박하게 넘어가기도 했던 피디.

친근한 시선들이 돌아오면서 손에 접수서류를 든 사람들이 구재영 피디에게 물었다.

“지금 주세한 찍는 거예요?”

누군가의 순수한 물음에 제작진이 쓴웃음을 지었다.

구재영 피디가 친근하게 웃으며 답했다.

“아니요. 어머님. 저희 주세한은 얼마 전에 종영됐고요. 이제 NBS 소속입니다.”

“NB….”

“뉴블랙네 방송국이요.”

“아하!”

그러고는 영업 사원 같은 미소를 지었다.

“저희가 이번에 뉴니버스라는 예능을 런칭하려고 하는데. 주변에 입소문 좀 부탁드릴게요.”

소곤소곤하며 친근하게 말하는 그의 모습에 호감을 느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핸드폰 자판을 토독토독 두드리는 모습들이 보인다.

구 피디가 미소를 지었다.

‘입소문이 좀 많이 퍼지면 좋을 텐데.’

곧이어 신체검사를 마친 뉴블랙 멤버들이 나와서 시민들에게 팬 서비스를 해 준 후.

1종 보통의 학과 시험 접수를 위해 뉴블랙이 2층으로 이동했다.

지호가 시험지를 들고 말했다.

“와. 저 시력이 조금 안 좋아졌어요.”

“게임해서 그래. 너 젤다인가 그거 요새 너무 많이 하더라.”

“맨날 게임 때문이래. 저번엔 뾰루지 난 거 보고 컴퓨터 많이 해서 그렇다면서요.”

저마다 시력이 어떤지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던 이들이 접수를 마치고 4층으로 올라갔다.

관찰 예능을 찍듯이 카메라가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뉴블랙.

학과 시험 접수를 앞두고 서리혁이 핸드폰 어플로 기출 문항을 다시 공부하고 있고. 비주는 문제집을 펼치고 잠시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눈을 감고 있는 우주.

[이미 합격]이라는 글씨가 붙은 스냅백을 고쳐 쓰던 중현이 물었다.

“형은 벼락치기 안 해요?”

“벼락치기 하는 중이야.”

머릿속으로 무언가 골똘히 암기하는 우주.

필기시험을 앞두고 잠시 벼락치기를 하는 동생들을 바라보던 우주가 제작진에게 물었다.

“그런데 진짜… 이게 컨텐츠가 될까요?”

“그럼.”

“되게 뭘 해야 될 거 같아요. 뭔가 꽁트라도 찍어야 할 거 같고.”

“그냥 자연스럽게 해. 꽁트가 하고 싶으면 하고. 사실 우리도 적응이 안 되긴 하는데 노력해야지.”

버라이어티가 몸에 배어 있는 뉴블랙 리더의 말에 구재영 피디가 공감하며 웃었다.

“그나저나 먼저 안 들어가?”

“같이 들어가려고요.”

그러고는 옆에서 모바일 게임을 하고 있는 막내를 바라보았다.

“공부 좀 해라. 지호야….”

“저 아까 다 했어여.”

“맨날 게임해.”

“지금 게임을 제가 하는 게 아니고요. 일퀘 돌려야 해서 그래요. 길드 일퀘인데 이거 안 하면 저 강퇴라서…. 이런 때가 아니면 연습 때문에 게임할 시간이 없단 말이에요.”

일이 너무 바빠 짜투리 시간에 게임을 하는 막내를 바라보며 맏형이 어이구 하고 있을 때.

성실하게 문제집을 뒤적이던 비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운전면허 필기시험을 보러 가는 4블랙.

“힘을 내요. 용사들이여-.”

곰의 신이 축복해 주듯이 손바닥을 든 중현이 인사를 해 주고, 4블랙이 의기양양하게 떠났다.

그리고 잠시 후.

“후아.”

비주부터 먼저 나왔다.

활짝 웃으며 인사하는 비주.

“와. 탈락할 줄 알았는데 저 81점 나왔어요. 1종 70점이 합격이라고 해서 진짜 긴장했거든요.”

“나이스.”

중현과 비주가 하이파이브를 하는 동안 리혁이 못마땅한 얼굴로 나왔다.

전교 1등이 엄살 가득한 표정을 지을 때의 그 표정이었다.

“아…….”

비주의 눈이 왕방울만 하게 커졌다.

“왜 그래. 리혁아? 떨어졌어…?”

“저 공부 엄청 열심히 했는데… 한 문제 틀렸어요. 98점.”

“…….”

화사하게 웃는 비주의 이마 위로 힘줄이 살짝 돋을 때.

우주가 걸어 나오며 말했다.

“먼저 갈까요? 지호는 조금 시간 걸릴 거 같다고 먼저 가라던 눈빛이던데요.”

“그래?”

별도 인력을 남기고 2층으로 다시 내려가는 동안 리혁이 우주에게 다가갔다.

“그래서 몇 점이에요?”

“나? 100점.”

“…….”

중현과 비주가 키득거리며 웃는 동안 리혁이 입술을 모았다.

총총총.

우주가 눈을 깜빡였다.

“쟤 어디 가니?”

“그러게요…?”

갑자기 번호표를 뽑고 접수처로 다가가는 리혁의 모습에 모두가 고개를 갸우뚱할 때.

뉴블랙의 메인보컬이 진지하게 물었다.

“재시험 되나요?”

“탈락하셨나요?”

“아뇨. 98점인데 한 번 더 기회를 얻고 싶어서요.”

진지하게 문의하는 리혁의 모습에 접수처 직원이 멍한 표정을 짓는 동안 3블랙이 웃음을 터뜨렸다.

구재영 피디도 웃었다.

‘일상이 저런데 무슨 걱정을…….’

재미없으면 어떡하냐고 걱정하던 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던 구재영 피디가 고개를 돌렸다.

터덜터덜.

카메라맨과 함께 걸어오는 지호의 모습에 형들이 다가갔다.

어딘가 모르게 입술을 꿈틀거리며 웃음을 참는 카메라맨.

“너 설마…….”

무언가 예감한 형들이 입술을 꿈틀거리며 묻자 지호가 눈을 지그시 감았다.

“69점… 나왔어요…….”

“흐하하하!”

“2종이었으면 합격인데…….”

주변에서 지켜보던 시민들도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구재영 피디가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웃었다.

그의 머릿속에서 자막이 완성되어 도장이 쾅! 찍히고 있었다.

[왕지호 필기시험 불합격]

[재시험 확정!]

그야말로 직업 만족도 최상인 구재영 피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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