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856화 (856/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856화

다음 날.

PBS의 음악 방송으로부터 연락이 왔다는 사실을 전달 받았다.

“우주야. PBS 뮤직On 측에서 연락이 왔어.”

“뭐라고요?”

“살려 달래.”

마시고 있던 초코 음료를 뿜을 뻔했다.

내가 켁켁대고 리혁이가 자기 손수건을 건네주는 동안 민기 형이 말했다.

“어제 콜드 브라운이 음악 방송 측에 연락을 보냈더라고. 한국 최고의 가수들이 1위를 두고 겨루는 프로에 출연시켜 줘서 정말 감사하다는 식으로.”

“…….”

“기대가 엄청 크다고 이야기를 했나 봐. 담당 피디랑 통화하는데 그 양반 반쯤 혼이 나가 있더라.”

그럴 만하긴 하다.

콜드 브라운이 누구인가.

뮤직 페스티벌에 헤드라이너로 한 번 나가면 평균 70억 정도를 받는 가수 아니던가.

그런 2010년대 최고의 미국 가수가 갑자기 음방 출연을 한다고 하니 부담스러운 건 당연하다.

“그래서 그런 건 아니야.”

민기 형이 고개를 저었다.

“처음에 음방 출연한다는 이야기 들었을 때는 엄청 좋았대. 콜드 브라운이 나오면 화제성이 대박 아니겠냐며….”

“그런데요?”

“근데 네가 콜드 브라운한테 뽐뿌를 넣어서 엄청 기대를 하게 만들어 놓으니까…….”

“…….”

그렇다.

사실 나의 죄였다.

음악 방송 PD 입장에선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수 출연? 개꿀이구나!’ 하기 마련인데, 이제 그 세계적인 가수가 눈을 초롱초롱 뜨면서 ‘너네 방송 위대하다며!’ 한다고 생각해 보자.

“음… 나의 죄가 맞군.”

“그대의 죄가 깊어요.”

리혁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해 주었다.

얄미운 소리를 하는 졸개에게 눈을 흘기고는 민기 형에게 물었다.

“조금 미안한 감이 있긴 하네요. 제가 뭘 도와주면 될까요?”

“그걸 알려 달래. 콜드 브라운한테 줄 만한 선물이나 어울리는 특별 코너가 있을지.”

“음, 잠시만요. 저도 콜드랑 만난 건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라…….”

그간 어워드에서 ‘Hey!’ 하며 인사하긴 했지만 모르는 사이와 다를 바 없었다.

그래도 지난 며칠간 보아 왔던 콜드 브라운의 모습을 떠올리며 곰곰이 생각했다.

“트로피.”

“트로피?”

“네. 콜드 브라운 방문 기념 상패라든가 트로피 하나 만들어 달라고 하면 될 것 같은데요. 뭐, 손수건에 ‘콜드 브라운 방문 기념’ 이렇게 적어서 뿌려도 되고.”

“…일단 그렇게 전달할게.”

반신반의하는 얼굴로 민기 형이 전화기를 들어 PBS의 담당 PD에게 전화를 걸고 있을 때.

매니저 종완 씨가 운전하는 차량이 목적지에 도착해 있었다.

서울의 유명 예술대학.

콜드 브라운과 Answer의 쇼케이스를 하기 위해 찾은 곳이었다.

-그래미를 타고 싶어서 시작한 프로젝트지만, 나는 우리의 음원이 예술적으로도 훌륭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그걸 한국에서도 인정을 받고 싶어.

-동감이에요.

-이런 부분에 주목해 줄 만한 관객들을 구할 수 있을까?

그래서 우리 TF팀과 머리를 맞대고 결론 끝에 찾은 관객들이 바로 음악을 전공한 대학생들이었다.

Q&A 시간에 영어로 질문을 할 수 있는 관객층.

음악적인 지식을 보유한 관객층.

유명 음악대학인 버클리 음대를 졸업한 콜드 브라운의 이력과 공감대가 있는 관객층.

이런 교집합을 찾고 있다가 홍서영 과장님이 아이디어를 냈다.

-음악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들 앞에서 쇼케이스를 하면 되겠네.

그리하여 특별한 장소에서 성사된 쇼케이스였다.

물론 일부 관계자를 제외하면 오늘 쇼케이스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대외적으로는 다른 행사로 위장했으니까.

“강연이네요.”

리혁이가 포스터를 보며 피식 웃었다.

[콜드 브라운 강연 : 나의 음악과 삶]

겉보기만 보면 선거철 행보를 이어 가고 있는 콜드 브라운이 대학에서 강연을 하겠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강연이 끝날 때가 되면 내가 짜잔 등장해서 공연을 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Q&A 시간에는 영어를 비롯해 어휘력이 능통한 우리의 메인보컬이 MC를 맡아 주고.

“고마운 줄 알아요.”

“녜녜.”

“내가 진짜 요즘에 운전면허 실기 준비하느라 바쁜데, 인심 좀 썼어요. 이야~ 서리혁 착하다.”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잘하네. 너도 여기 전통음악 전공으로 입학하면 되겠다.”

“그러고 싶은데 이중학적이라 어렵겠네요.”

서로 생글생글 웃으면서 이야기를 주고받는 동안 차량이 대학교 내부로 진입했다.

평소처럼 티격태격하고 있던 나와 리혁이가 동시에 눈을 크게 떴다.

“우와…….”

캠퍼스 규모에 감탄이 나오는 건 아니었다.

다만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바람에 쏴아아 흔들리는 나무 아래로 백팩이나 악기 가방을 든 대학생들이 출근…….

출근?

내가 고개를 돌렸다.

“대학생은 학교 가는 걸 뭐라고 하지? 출교? 출…….”

“등교 아니에요?”

“대학생도 등교라고 하나? 헷갈리네.”

아무튼 차창 너머로 보이는 대학생들의 모습이 뭔가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학교 이름이 새겨진 점퍼를 입고 등교 중인 학생.

에어팟을 끼고 외발 전동휠을 타고 쿨하게 지나가는 사람도 있다.

“요즘 보니까 사람들이 되게 많이 쓰더라. 저거 무선 이어폰.”

“저게 요새 유행이래요.”

작년에 지호가 무선 이어폰을 살 때만 해도 ‘귀에 콩나물이래요!’ 하고 놀려댔는데, 어쩌면 우리 막내가 트렌드에 밝았던 걸지도 모르겠다.

나도 조만간 하나 사야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리혁이가 차창에 얼굴을 박을 기세로 눈을 크게 떴다.

“도서관이에요! 저런 데서 책 읽으면 진짜 행복하겠다아….”

“건물이 좋네.”

저런 데서 공부하면 뭔가 느낌이 나지 않을까 싶었다.

한때 대학생이 꿈이었던 시기가 있어서 그런지 여기 있는 것들이 묘하게 신기한 느낌이다.

음악을 공부하면서 대학을 다니는 건 어떤 느낌일까.

리혁이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나는 나중에 늦깎이라도 대학교를 제대로 다녀 보려고요. 수능도 다시 치고 하면서 공부를 하는 거예요. 아니면 대학원에 진학을 한다든가. 공부를 제대로 해 보고 싶어요.”

대학교를 다녀본다라….

리혁이의 말에 무언가 떠올랐다.

“그냥 나중에 구재영 피디님한테 이야기를 하면 되지 않을까? 대학생 일일 체험이라든가.”

“허어……!”

“어. 이거 내가 생각하고도 굿 아이디어였다.”

“이런 거 생각해 보니까 뉴니버스 너무 좋네요.”

봄철 캠퍼스의 공기에 취한 리혁이와 내가 ‘좋은데?’ 하면서 손뼉을 마주치면서 꺄르륵 웃고 있을 때.

마침내 오늘의 목적지인 대학교의 예술극장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 * *

예술극장.

5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커다란 공연장은 현재 교수들과 학부생들로 가득해 있었다.

자리를 다 채우고 나서도 맨 뒤에 학생들이 서서 구경할 정도였다.

“이야. 우리학교 섭외력 미쳤따리.”

“와… 콜드 브라운이야.”

그들이 구경하고 있는 무대 쪽에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2018년 성공적인 진로를 위한 음악 명사 특강① 콜드 브라운]

예술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왜 온 거지.’

‘감사하긴 한데… 왜 오신?’

‘명사 특강이 이런 거였나.’

보통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와서 ‘나 때는 이랬습니다 허허 요즘 대학생들이 열정이 없어’ 하는 게 명사 특강이었다.

먼저 성공한 사람들이 자신이 발견한 성공의 원리를 알려 주는 강연.

그런 면에서 콜드 브라운이 강연자인 것이 이상하진 않았다.

음악대학을 졸업해서 래퍼로 전향한 케이스. 국적은 다르지만 나름의 음대 선배인 셈이었다.

하지만.

‘뭐… 뭘 배워야 하는 거지.’

스케일이 너무 커서 뭘 배워야 할지 감도 안 왔다.

그랬기에 대학생들이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그냥 구경이나 하고 가자.”

“아씨, 영어 공부 좀 해 둘걸. 상철아. 나 영어고자인데 어떡하냐.”

“과연 영어만 고자일까?”

강연을 앞두고 여기저기서 떠들썩한 대화 소리.

콜드 브라운이라는 역대급 인사의 방문 때문인지 벌써부터 뜨거운 열기가 감돌고 있었다.

“보디가드들 떡대 봐. 저 몸으로 드럼 치면 진짜 칠 맛 나겠다. 소리부터 육중할 거 같은데.”

“그니까. 내가 드럼 쳐야 돼서 다이어트를 못해.”

무대 아래에서 삼엄하게 경호 준비를 하고 있는 경호원들부터.

“카메라 있네. EBS는 대체 왜 온 거지.”

“오늘 강연 찍어서 간대.”

“아 진짜?”

오늘 강연을 촬영하기 위해 교육방송의 촬영 장비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그런 것에 뭔가 낌새를 눈치챈 작곡과 학생이 말했다.

“그러고 보니 좀 이따 1시인가? 그때 우주랑 저 콜드 브루 씨 합동 음원 나오지 않아?”

“맞을걸.”

“우주도 나오는 거 아냐? 이따가 짜잔하고 나오는 거지.”

“…….”

대학생들이 눈을 크게 떴다.

‘대박인데?’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지.”

“공연하려면 무대 장치랑 이것저것 있어야 하는데 하나도 없지 않나…?”

“말이 되는 소릴 해. 내가 선우주 등장하면 벌떡 일어나서 사랑합니다 외친다. 진심.”

그들이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무대 위로 깐깐한 인상의 교수가 올라왔다.

그가 마이크를 들었다.

-에. 오늘 세계적인 가수가 방문하니까는 우리 명문 학교의 수준을 보여 주시길 바랍니다.

카메라도 있으니까 헛소리 질문하지 말고, 예의 있게 잘 들으라는 당부의 말을 교수가 전한 후.

카메라에 붉은 불이 들어오면서 조명이 어두워졌다.

무대 위로 입장하는 듬직한 체구의 미남.

검은 후드티에 카고 바지를 입은 래퍼가 등장하면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함성에 콜드 브라운이 눈썹을 찡긋하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구릿빛 피부 위로 그려지는 입술의 호선.

줄이 달린 긴 마이크를 받아 든 래퍼가 인사했다.

「와우.」

뜨겁게 호응해 주는 이들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와우 하던 콜드 브라운이 입을 열었다.

「뜨거운 환영이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한국에 온 이후로 가장 뜨거운 환영을 받은 것 같네요.」

쉽고 또박또박한 영어.

발음 좋기로 유명한 래퍼라서 그런지 굳이 해석할 필요 없이 쏙쏙 귀에 박혔다.

「일단,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그런 생각을 할 겁니다. 저 래퍼 새끼는 대체 여기에 왜 온 것인가.」

한 차례 웃음이 터졌다.

「솔직함이 가장 큰 미덕이라는 말이 있죠. 여러분이 알다시피 난 음원을 홍보하러 왔습니다.」

“와아아아아!”

「Answer. 써니와 내가 이따 오후 1시에 발매하게 될 음원입니다.」

솔직하게 목적을 밝힌 콜드 브라운이 이번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는 이야기를 해 준 후.

「물론 겸사겸사 여러분에게 인생 조언을 해 주려는 목표도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모르겠지만 나 역시 음악대학을 졸업했죠. 분야는 조금 다르지만 음악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조언을 해 주려고 합니다.」

콜드 브라운이 눈을 빛냈다.

「이 새끼가 나를 인턴으로 써먹으면서 등쳐 먹으려고 하는 것인가 아닌가의 구별법.」

대학생들의 척추 기립근이 세워졌다.

「계약 사기를 치려는 놈들의 전형적인 속임수.」

초롱초롱!

대학생들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나를 깎아 내리는 놈들을 꺾을 수 있는가.」

콜드 브라운이 씩 웃으며 말했다.

“I’ll give you the answers.”

너희에게 ‘Answer’를 주겠다는 말에 환호하는 대학생들.

콜드 브라운이 손가락을 튕기면서 PPT 화면이 떴다.

「그럼 처음부터 시작하죠. 첫 번째 조언입니다.」

화면에 뜨는 한국어 제목.

[어떻게 하면 음악으로 돈을 벌 수 있는가?]

취업이나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은 예술대학 학생들이 집중했다.

콜드 브라운이 웃으며 물었다.

「나 역시도 졸업을 앞두고 한창 고민이 많았죠.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는가? 알다시피 악기 하나에 수천 달러에서 수만 달러를 투자했으니… 그만큼 돈을 벌어야 하는 게 당연한 이치 아니겠습니까?」

대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년간의 경험 끝에 어떻게 하면 음대생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지 깨달았습니다.」

“……!”

「그것은 바로 전공하는 악기를 중고로 파는 겁니다.」

극장에 터져 나오는 교수들과 학생들의 웃음.

블랙 조크로 시작하는 강연에 대학생들이 웃음 끝에 흘러나온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이 사람은 우리 업계 선배가 맞다.’

방금 전까지 다른 세계 사람 같았던 미국 최고의 래퍼에게 호감이 가기 시작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현란한 화술로 관객들을 사로잡는 래퍼였다.

그리하여 40분간의 강연이 끝난 후.

「그럼 지금부터 질문을 받아 볼까요?」

대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미국과 한국의 사정이 다르지만 보편적인 업계에 대한 이야기나 진로 조언들이 이어졌다.

물론 모든 부분을 막힘없이 대답하는 건 아니었다.

한국과 미국의 환경 자체가 달랐으니까.

「음.」

그가 턱수염을 매만지며 말했다.

「솔직히 그 부분에 대해 답해 주기는 어렵군요. 아무래도 한국의 대중음악 업계에 대해선 제가 잘 모르니까요. 하지만… 그것에 답해 줄 사람이 있을 것 같긴 하군요.」

마지막 말의 묘한 뉘앙스.

꼭 누군가 등장할 것처럼 흘린 말에 대학생들이 웅성웅성하고 있을 때였다.

질문을 받고 있던 콜드 브라운이 마이크를 들었다.

「시간 관계상 마지막 질문을 받아야 할 것 같군요. 네. 거기 맨 끝에 서 계신 신사 분.」

사람들의 시선이 고개를 돌렸다.

특히 그중에서 맨 뒤에 서 있던 사람들이 흠칫했다.

‘뭐야.’

‘언제부터 있었지?’

은신술을 쓴 것처럼 잠입해 있던 사람이 있었다.

검은 후드티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를 쓴 인물.

작은 마스크인데도 흘러내릴 것처럼 조그마한 두상. 눈과 콧대 윗부분밖에 안 보였지만 어마어마한 미남이라는 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시선이 가는 건 특유의 맑은 눈이었다.

“어?”

“어어?”

근처에 선 이들이 눈을 크게 뜨며 반신반의했다.

‘혹시?’

체격 때문에 긴가민가하고 있었다.

TV에서 봤던 것과 달리 굉장히 널찍한 어깨와 탄탄한 체격이 시선을 사로잡고 있었으니까.

품이 넓은 후드티인데도 몸이 장난 아닐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인물이었다.

-음음.

현장 스탭에게 마이크를 건네받은 이가 음음 하면서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목소리가 익숙했다.

‘미친.’

입을 떡하니 벌리고 있는 사람들.

다들 놀라서 등받이를 손으로 잡고 뒤돌아보는 가운데 마이크를 든 제삼자가 영어로 말했다.

-질문이 하나 있어요. 콜드.

「예.」

-방금 전 우리의 음원이 발매되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그 말과 함께 후드티 모자를 재끼면서 부드러운 눈썹이 드러났다.

비명.

함성.

일어나서 핸드폰을 드는 사람들.

그 속에서 마스크를 벗은 우주가 숨을 토하며 싱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세요. 선우주입니다.

멍하니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한국 최고의 스타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물었다.

-제가 왜 왔을까요?

“무대…?”

-맞아요.

누군가의 말에 상대가 눈을 마주쳤다.

눈이 마주친 이가 그 미모에 호흡을 멈춘 동안 우주가 관객들에게 눈을 찡긋했다.

-그러니 인사부터 제대로 드려야겠네요.

두근두근.

관객들의 심장이 방망이질쳤다.

그리고 우주의 얼굴 위로 그의 아버지를 똑 닮은 미소가 그려졌다.

-저희의 쇼케이스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함성이 공연장을 뒤흔들었다.

* * *

현장 반응이 벌써부터 뜨겁다.

다들 핸드폰을 들고 촬영을 시작하는 가운데 무대로 올라오면서 환호성이 또 터져 나왔다.

-와.

스탭이 건네주는 줄 마이크를 들고는 예술극장을 둘러보았다.

자리에 앉아 있던 누군가 벌떡 일어나 ‘사랑합니다!’ 하면서 현장에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많이들 놀라셨죠?

“네에-!”

-놀라게 하려고 준비한 기획이라 만족스럽네요. 많이 놀라셨다니 정말 다행이에요.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콜드 브라운과 짧게 포옹을 하며 인사를 주고받고는 싱긋 웃었다.

‘분위기는 미리 예열시켜 놨다. 써니.’

‘고마워요. 이제 제가 이어받을게요.’

마이크를 들고 관객들의 흥을 점점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네. 지금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저와 콜드 브라운의 음원이 발매되었어요. 음원 사이트나 어플 들어가셔서 꼭 좋아요 부탁드리고요. 주변에도 열심히 홍보 부탁드리겠습니다.

홍보를 하고 있는 동안 뒤에서 연주자들이 올라와 재즈 음악에 사용되는 악기를 세팅하기 시작했다.

-악기가 세팅되는 동안 몇 가지 질문 받아볼까요?

내가 손짓하면서 현장 스탭이 현수막의 스티커를 떼었다.

[2018년 성공적인 진로를 위한 음악 명사 특강① 콜드 브라운]

찌이익.

[2018년 성공적인 진로를 위한 음악 명사 특강① 콜드 브라운 & 우주]

관객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질문 있으신 분?

삽시간에 올라오는 백여 개의 손.

클래식이나 그런 쪽은 내가 어떻게 조언해 줄 수 없는 분야이기에 주로 대중음악에 대한 질문이었다.

내가 답해 줄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답을 해 준 후.

악기 세팅이 완료되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마이크를 들었다.

-준비가 다 되었다네요. 여러분도 준비되셨나요?

“네에에-!”

-그럼 시작하죠.

콜드 브라운과 내가 마이크를 들고는 잠시 음향 등을 테스트했다.

랩 목소리로 변한 콜드 브라운이 ‘Ay, Ay’ 하면서 벌써부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별처럼 반짝이는 관객들의 눈.

무대를 제외한 조명이 어두워지면서 연주자들이 악기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잔잔한 재즈 멜로디.

힙합과 믹스된 재즈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콜드 브라운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가볍게 리듬을 탔다.

-복잡하게 생각 말고 리듬만 잘 타면 돼요. 형.

중현이의 조언을 떠올리며 힙합 특유의 리듬에 적응하기 위해 고개를 까딱이며 마이크를 잡았다.

평소와 다른 음악 장르라 그런지 살짝 긴장된다.

전주가 흘러나오는 동안 Ay 하며 추임새를 넣던 콜드 브라운이 마이크를 들고 나와 눈을 마주쳤다.

-어떻게 해야 우리는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가?

Answer라는 곡에 담긴 주제 의식 중 하나인 질문.

그리하여 우리가 도입부로 선택한 것은 로마의 철학자이자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언이었다.

-좋은 사람이 무엇인지 고민할 시간에 좋은 사람이 되어라.

콜드 브라운이 먼저 입술을 뗐다.

Marcus said,

Waste no more time arguing what a good man should be.

내가 마이크를 들어 화답했다.

Be one.

도입부에서 터져 나오는 함성.

지금까지 비밀리에 작업했던 를 마침내 관객들에게 공개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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