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857화
음악이 시작하기 전.
우주는 관객들에게 음원 사이트에 접속할 것을 요청했다.
-가사가 영어라서 직관적으로 이해하시기가 힘들 거예요. 그래서 음원 사이트에 한글 가사를 첨부했어요.
레몬 엔터가 직접 번역본을 만들어서 음원 사이트에 업로드했다는 이야기였다.
-제가 외국 음악을 들을 때 가장 난항을 겪었던 부분이 바로 이런 해석 부분이거든요. 특히나 힙합 음악 같은 경우는 슬랭이나 문화적인 이해가 필요한 경우가 많아서….
그런 이유로 가사 해석본을 직접 만들었다고 했다.
-콜드와 제가 같이 가사 작업을 한 만큼 가사에 대해 이해를 잘 하고 있기도 하고, 전문 번역가님의 도움을 받은 버전이에요. 여러분의 음악 감상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미리 가사를 본 덕분일까.
여전히 영어 가사가 이해가 안 되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전체적으로 큰 틀에서 이해를 하고 있는 관객들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들에겐 가사가 주요 관심사는 아니었다.
‘좋다.’
첫 도입부를 듣자마자 교수들과 음대생들이 미소를 지었다.
우주가 만들어 낸 라는 재즈 음악의 클래식한 색소폰 소리.
콜드 브라운이 만들어 낸 힙합 비트.
그것이 절묘하게 결합되어 클래식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Marcus said,
Waste no more time arguing what a good man should be.
도입부에서 콜드 브라운이 읊조리고.
Be one.
뉴블랙 리더가 저음으로 화답하면서 관객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본격적으로 의 멜로디가 시작하면서 색소폰 사이에 피아노가 끼어들기 시작했다.
검은 후드티를 입은 미국의 래퍼가 마이크를 들었다.
Talk to me. Father.
자신의 아버지 혹은 신부님(Father)에게 답을 달라는 말로 시작하는 그의 가사.
비머(Bimmer:BMW)에 올라타 출근하다
백미러에 내 얼굴이 비쳤지
궁금한 거야
내가 지금 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그래 나도 알아
내 인생이 질투날 만큼 부럽단 건 알아
모든 것을 이룩한 래퍼가 자신이 이룩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동부 힙합의 수장.
수영장이 딸린 집.
매일매일 벌어지는 파티.
요트.
무수히 많은 트로피.
힙합 특유의 자랑을 하던 콜드 브라운이 능글맞게 웃었다.
그래미 빼곤 다 이뤘어
부탁이니 크게 웃지는 마
관객들이 크게 웃을 때.
능글맞게 웃던 콜드 브라운이 마이크를 뒤로 내밀면서 음원에 삽입된 코러스가 흘러나왔다.
그래 즐겁게 웃어
그래미 너희는 빼고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며 랩을 하던 콜드 브라운이 손짓을 하며 곡의 분위기가 살짝 바뀐다.
그렇게 일상을 살다가 갑자기 들었다는 의문.
이룰 것을 다 이룬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스틱스 강 앞에 선 나를 상상했지
저승의 뱃사공이 다가와 묻는 거야
넌 누구냐고
죽음을 앞두고 있다면 드는 의문.
나는 과연 누구인가.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
그래서 그가 한 꺼풀씩 벗기 시작했다.
동부 힙합의 왕이라는 타이틀.
부와 명성.
래퍼라는 직업.
자신의 피부색.
콜드 브라운이라는 정체성.
마침내 모든 것을 버리고 피니어스 제섭이라는 자신의 본모습으로 돌아오면서 콜드 브라운이 손짓했다.
그래서 말이야
난
정신없이 휘몰아치던 랩이 최고점에 다다랐을 때, 롤러코스터가 떨어지듯이 훅 떨어지면서 후렴으로 연결되었다.
검은 후드티를 입은 우주가 특유의 맑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난 이제 답을 알 것 같아
내가 헤매던 그 답
너도 알고 있잖아
답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제시를 하지는 않는 가사였다.
관객들이 저마다 행복, 사랑 같은 추구하는 가치들을 떠올리는 가운데, 후렴을 부르고 난 우주가 마이크를 내렸다.
‘발성 미쳤다. 성악으로 와야 하는 인재가 아이돌이 됐어.’
‘…곡을 대체 어떻게 쓴 거지?’
‘무대 장치가 필요 없긴 하네. 그냥 저 둘이 무대 장치구나.’
저마다 주목하는 포인트에 맞춰 신기해하는 한편.
공연장을 가득 메운 우주의 보컬이 끝나면서 재즈 콰르텟이 연주하는 Answer의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고전적이면서도 첨단을 달리는 분위기.
특별하지 않은 일반 조명 아래 리듬을 타는 두 가수를 바라보며 관객들이 감탄했다.
‘쩐다….’
분명히 무대 위에 둘만 서 있는데도 공연장을 자신들의 존재감으로 꽉 채우는 듯했다.
콜드 브라운이 한 걸음 살짝 뒤로 물러나는 한편.
후렴이 끝나고 2절이 시작되면서 이번엔 우주가 앞으로 나섰다.
‘어?’
생긋 웃으며 걸어 나온 뉴블랙의 리더가 랩을 시작하면서 현장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싱잉랩.
노래하듯이 랩이 이어졌다.
매일 같은 고민을 해
자다가도
밤새 잠을 뒤척이다가도
친구처럼 속삭이는
불면증과 대화를 나눌 때도
자신이 해답을 찾는 고민을 이야기하는 우주.
싱잉랩이지만 라임이 척척 들어맞으면서 묘하게 시를 노래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랩할 때 나오는 특유의 저음 때문인지 묘하게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그러는 한편.
자신이 가진 것을 한 꺼풀씩 벗었던 콜드 브라운과 달리 우주는 한 꺼풀씩 옷을 입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손자
누군가의 친구
누군가의 형제
나를 지켜 주는 사람들 없이
조금 더 단단해질 순 없을까
스스로 조금 더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는 뉴블랙의 리더였다.
관객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했다.
누구든 한 번씩 하는 고민이었다.
사회생활을 하거나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나가려면 상처 받지 않고 단단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데.
단순히 노력한다고 해서, 상처를 입는다고 해서 단단해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었다.
상처가 날 성장시킨다지만 글쎄
우리의 피와 육신은 여전히 상처를 입어
스틱스에 몸을 담그기 전까지는
몸을 담그면 무적이 된다는 그리스 신화 속 스틱스의 강물.
하지만 신이 아니고서야 저승의 강에 갈 수 있는 것은 죽은 이후에나 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결코 단단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뉴블랙의 리더였다.
그래서 말이야
난
고민하던 이가 해답을 찾았다는 듯이 이야기를 한다.
굳이 입 밖으로 내진 않았지만 관객들에게 그 해답이 들린 듯했다.
-굳이 단단할 필요 없다.
자신을 지켜 줄 사람들이 곁에 있으니 상관없다는 듯한 내용이었다.
스스로의 취약함을 받아들이고, 약한 사람들끼리 서로서로 연대를 하는 듯한 내용이 그려지는 가운데.
콜드 브라운이 마이크를 들었다.
난 이제 답을 알 것 같아
내가 헤매던 그 답
너도 알고 있잖아
R&B의 느낌이 나는 보컬이 이어지면서 관객들이 탄성을 터뜨렸다.
1절에선 콜드 브라운이 랩을 하고 우주가 후렴을 불렀다면, 2절에선 그것이 반대로 이뤄지고 있었다.
‘대박이다.’
보컬이 가능한 최고 수준의 래퍼.
랩이 가능한 최고 수준의 보컬.
각자 업계 톱으로 꼽을 만한 실력자들이 완벽하게 합을 척척 맞추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짧은 2절이 끝나고 3절이 흘러나왔다.
‘구조도 독특하네.’
중간의 2절보다 3절이 더 긴 구조였다.
다시 자신의 랩으로 돌아온 콜드 브라운이 이야기를 하면서 둘의 공통 주제로 넘어왔다.
각자 고민은 다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보면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가?’로 귀결되고 있었다.
그랬기에 마지막에 콜드 브라운이 말했다.
내일 아침도 일어나 묻겠지
더 나은 사람이 될 순 없을까
그 대답은
우주가 이어받으며 웃었다.
그 대답은 이미 알고 있잖아
안 그래?
첫 도입부의 명언으로 다시금 이어지는 수미상관 구조.
두 가수의 매력적인 미소와 함께 재즈 콰르텟이 자신들의 연주를 끝내면서 무대가 막을 내렸다.
그리고.
“와아아아아-!”
좋은 음악을 들려준 두 가수에게 열렬한 환호성이 쏟아졌다.
* * *
두근두근.
심장 박동이 울리는 소리를 들으며 마이크를 내렸다.
“와아아아아아-!”
다행스럽게도 관객들이 환호로 답해 주고 있었다.
물론 뭘 해도 환호로 답해 줬겠지만, 공연 퀄리티가 좋았을 때 나오는 특유의 함성이 느껴진다.
“휴우.”
콜드 브라운이 손으로 땀을 털어 내는 동안 나도 뒷목에 흥건한 땀을 훔치며 웃었다.
상대가 주먹을 내밀었다.
「나쁘지 않았어.」
「제법 괜찮았어요.」
관객들에게 자신감 있게 웃던 콜드 브라운이 입을 가리고 달달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래미를 디스할 때 개쫄렸거든. 이 새끼들이 열 받아서 상 안 주는 거 아냐?」
「괜찮아요. 콜드.」
「후우, 네 말대로 되어야 할 텐데.」
그래미를 디스하는 가사를 넣고 싶은데 주저하던 콜드를 설득했던 건 나였다.
-원안대로 가도 좋을 거 같아요. 콜드.
-안 돼. 무서워…. 상 받아야 돼.
-생각해 봐요. 이제 이 곡에 그래미가 상을 안 주게 되면, 자기들 디스했다고 상을 안 주는 옹졸한 사람들이 되는 거예요. 시상식들 보면 옹졸하지 않은 척하고 싶어 하잖아요.
-갑자기 솔깃하군. 더 이야기해 봐.
여태까지 겪어 본 바 미국 시상식들은 대체로 공정한 척을 하고 싶어 한다.
‘너네 흑인 차별하더라’ 하면 갑자기 다음 해에 흑인 배우들이나 영화에 상을 몰아주는 식으로.
마치 시상식 측에서 ‘다시 말해 봐. 우리가 불공정하다고?’ 하며 발끈하는 인상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러니 저 정도의 가벼운 디스는 수상에 도움이 될 수도 있었다.
뭐. 지금 중요한 건 이게 아니고.
「하하하하!」
“하하하하!”
콜드 브라운과 우애 좋은 척을 하며 관객들에게 찐한 우정을 선보인 후.
스탭들이 무대에 의자를 세팅하는 동안, 정장을 입은 MC가 등장하면서 환호가 터졌다.
“리혁이다!”
“사랑해요! 으휴빛깔 서리혁!”
어째 우리의 공연보다 리혁이의 등장이 더 환호가 큰 거 같다.
방송물 좀 먹고 능글맞아진 리혁이가 양팔을 벌리며 환호성을 즐기는 표정을 짓는 가운데.
-네. 여러분.
MC 자리에 앉은 리혁이가 안경을 쓰며 인사했다.
-오늘 쇼케이스의 스페셜 MC를 맡게 된 서리혁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와아아아아아!”
-제가 잘생기고 귀여운 건 알지만 오늘은 두 분이 주인공인 만큼, 두 분에게 더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꺄르르 웃는 관객들.
내가 마이크를 들었다.
-자의식 과잉이 심하시네요. 리혁 씨.
-제가 누구에게 배웠을까요?
-지호요.
불리한 질문에 막내를 팔아먹는 내 모습에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콜드 브라운의 개인 통역사가 그에게 대화 내용을 번역해 주는 동안, 리혁이와 내가 대화를 나눴다.
-리혁 씨는 어떠셨나요, 저희의 공연?
-일단 너무너무 멋졌고요. 우주 형이… 아, 환호하지 마세요.
‘형’ 소리에 관객들이 응원의 함성을 보내 주자 리혁이가 파리를 내쫓듯 손을 저었다.
내가 마이크를 들고 웃었다.
-관객들에게 이렇게 불친절한데도 인성 논란이 없는 게 참 신기해요.
-흠흠.
리혁이가 헛기침을 하며 화제를 돌렸다.
-아무튼 굉장히 좋은 곡이었습니다. 재즈와 힙합이라는 각자 다른 음악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것 같고. 또….
“또…?”
-보컬 실력이 느셨네요. 우주 씨……. 하, 이거 언제 따돌려.
눈가가 촉촉해진 우리 메인보컬의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리혁이가 관객들에게 말했다.
-공연을 하는 동안 멤버들에게 영상통화로 보여 줬거든요. 보고 나서 바로 코멘트 들려주려고.
“네.”
리혁이가 텅 빈 영상통화 화면을 보여 주며 말했다.
-다들 그새 연습하러 갔어요. 중현이 형 거의 울면서 가더라고요. 이러다 저희 파트 다 뺏어 갈 거 같습니다.
관객들이 폭소했다.
대화를 전해 들은 콜드 브라운도 큰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식으로 돌려서 극찬을 하던 리혁이가 큐카드를 들었다.
-자. 이제 Q&A 시간인데요. 우선 관객 분들이 질문하기 전에 제가 준비한 예상 질문 몇 가지를 먼저 하겠습니다. 대다수 관객들이 궁금해할 만한 질문들이요.
“네.”
-우선 이 작업은 어떻게 성사된 건가요?
콜드 브라운이 마이크를 들었다.
-다음 곡은 재즈와 힙합을 접목시키는 걸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걸 연구하기 위해 방 안에 수천 장의 레코드를 보관했죠. 좋은 샘플을 찾기 위해 디깅하고 있던 차에 올림픽 공연이 보이더군요.
그가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정말 딱 어울릴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찾고 있던 주제도 ‘인생의 답’에 대한 것이었으니까요.
콜라보가 어떻게 성사되었는지부터 시작해서 곡의 기본적인 내용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리혁이가 물었다.
-우주 씨 파트의 영어 가사는 직접 가사를 쓰신 건가요?
“네. 제 파트는 제가 썼는데요. 나름대로 라임을 맞췄다고 생각했는데 콜드가 보고 웃었어요.”
-왜 웃었던 건가요?
“제 라임이 웃기다고 하더라고요. 아직도 그 표정을 잊지 못해요.”
내가 표정을 따라 하니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 그 표정을 잊을 수 없었다.
내 가사를 보자마자 푸흡- 하면서 한참 동안 웃음을 터뜨렸는데, 좀 웃기긴 했던 모양이었다.
마치 미국인이 한국 랩하겠다고 ‘씬도림 역은 씬이 나서 씬도림 역’ 하는 느낌이지 않았을까.
“콜드가 검수를 많이 해 줬습니다.”
-제가 좀 노력을 했죠.
내 파트에 얽힌 미스터리까지 풀고 나서, 이제 관객들에게 질문을 받을 시간이었다.
나름대로 질문거리를 많이 해소했다고 생각했는데.
거의 절반이 넘는 인원이 손을 들었다.
“네. 거기 흰 셔츠 입으신 남자 분 질문해 주세요. …옷이 예쁘시네요.”
옷이 예쁘다고 칭찬을 했는데 당사자의 표정이 어두워지고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왜들 웃는진 모르겠다.
상대가 질문했다.
“이 곡의 장르는 어떻게 분류할 수 있을까요?”
“음…….”
콜드가 내게 맡긴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특별하게 분류를 하진 않았어요. 굳이 분류하면 힙합이겠죠. 스타일이 다른 힙합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장르보다는 스타일로 여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걸 시작으로 음악에 대한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나하나 차근차근 답을 했다.
“콜드와 저는 재즈와 힙합의 공통점에 주목을 했어요. 둘 다 기존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시작됐죠.”
-써니의 말이 맞아요. 이스트 코스트 씬에서도 재즈와 힙합을 접목하는 건 기존에도 있던 시도였죠. 두 장르는 여러 공통점이 많습니다.
콜드 브라운이 웃으며 말했다.
-다양한 공통점이 있죠. 우선 재즈와 힙합 뮤지션 모두 패션에 신경을 쓴다는 것도 있고.
“그러고 보니 저와 같은 패셔니스타들의 장르군요, 콜드!”
-그, 그렇죠.
관객들이 내게 야유를 퍼부었다.
나 명품 브랜드 앰버서더인데…….
어딜 가든 선구자는 환영받지 못하는 게 세상의 이치인 듯싶었다.
“네. 그럼 다음 질문 받겠습니다. 아…!”
질문을 받던 내가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오늘 연주자 분들께도 혹시 질문 있으신 분들 있나요?”
여기저기서 올라오는 손들.
예리한 질문들을 하고 싶어 하는 분위기에 내가 말했다.
“참고로 여러분들의 학교 선배님들이십니다.”
갑자기 우수수 내려가는 손들.
다들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학생들의 질문이 잦아들면서 교수님들도 손을 들었다.
음악적으로 색다른 시도를 했다면서 굉장히 흥미로워들 하셨는데, 개인적으로 뿌듯했다.
예리하거나 날카로운 질문으로 곡의 비평할 만한 부분을 언급해 줄 때마다 콜드와 내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음악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더 해 주세요. 더더.’
세부적으로 논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음악으로 여기는 듯한 모습에 흐뭇하게 웃었다.
마지막으로 질문한 작곡과 교수님을 바라보며 내가 말했다.
“정말 전문적으로 공부하신 분들은 다르네요. 음악적인 식견이 정말… 저희 레몬 엔터로 모시고 싶네요. 매니저님. 이따가 교수님 연락처 좀 받아 주세요.”
그 순간.
손을 들던 교수님들이 모두 손을 내리기 시작했다.
콜드 브라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마이크를 들었다.
-대충 써니가 한국에서 어떤 이미지인지 잘 알 것 같습니다.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질문들을 모두 받고 나서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며 촬영을 종료할 때였다.
“이상하다.”
리혁이가 중얼거리는 모습에 내가 물었다.
“왜 그래?”
“분명 올라올 때가 됐… 아니에요.”
“응?”
* * *
같은 시각.
백스테이지에서는 잘생긴 덩어리 세 개가 꾸물꾸물거리고 있었다.
지호가 들뜬 얼굴로 속삭였다.
“이제 곧 2시예요. 형들.”
“확인.”
자객들처럼 숨은 3인조가 케이크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제 곧 쇼케이스를 마친 우주에게 짜잔 축하해 주기 위해 서프라이즈를 준비 중인 3인조였다.
초를 꽂은 가운데 3인조가 흐음 하며 케이크를 바라보았다.
[ □위 축하합니다. ]
이제 곧 2시가 되면서 실시간 차트가 바뀔 시간이었다.
곧 확정될 순위에 초를 꽂기 위해 뉴블랙 멤버들이 숫자 모양의 케이크 장식들을 뚫어져라 바라보기 시작했다.
“으음…….”
“으음.”
“뭘 골라야 하죠.”
주변에서 지켜보던 스탭들이 소곤거렸다.
“실시간 1위 확정이던데 뭘 고민하는 걸까요.”
“저기 봐봐. 전부 다 1이야.”
[2]는 준비도 하지 않은 졸개들.
무수히 많은 다양한 모양의 [1]을 바라보는 그들의 모습에 스탭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마침내 마음에 드는 [1]을 찾아 넘긴 비주.
“중현아. 이거 꽂으면 되겠다.”
“오키.”
“잘 꽂아 봐. 예쁘게. 나 이거 정리하고 있을게.”
중현이 케이크 장식의 비닐을 뜯어 장식을 세심하게 꽂았다.
‘완벽하게 꽂자. 잔소리 안 듣게.’
각도까지 맞춰서 세심하게 근육 컨트롤을 한 중현.
그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비닐을 조심히 들고 다른 손에 든 케이크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손을 탈탈 터는 중현.
“잘했…….”
고개를 끄덕이며 웃던 두 멤버가 멈칫하면서 중현의 움직임도 정지했다.
‘어?’
‘어…?’
세 멤버가 서로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