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858화
촬영이 끝난 후.
콜드 브라운과 나는 자리에 앉아 있는 관객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했다.
“갑자기 쇼케이스 한다고 놀라셨죠? 오늘 무대 호응 많이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You guys are amazing.”
우리가 다가갈 때마다 입을 틀어막거나 사진을 요청하는 사람들에게 같이 포즈를 취하며 웃었다.
“대박!”
“곡 너무 좋아요! 저 진짜 오늘부터 팬 할게요.”
“저 수플레예요. 오빠!”
확실히 500명이나 되어서 그런지 수플레도 중간중간 끼어 있었다.
확인 절차를 위해 내가 슥 물었다.
“0619?”
“0718!”
서로 후훗 웃었다.
수플레가 거만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 정도는 기본 아니에요. 오빠?”
“저의 팬이 맞군요. 이리 오세요. 특별 서비스를 해 드리겠습니다.”
“허어어어!”
“리혁아! 여기 수플…….”
리혁이도 불러서 이야기를 하려는데 리혁이가 안 보였다.
근처에 서 있는 매니저 종완 씨에게 물었다.
“리혁이 어디 갔어요?”
“잠깐 빠르게 가야 할 곳이 있다던데요. 금방 올 테니 기다려 달라고 했습니다.”
더러운 거라도 손에 묻었나.
에이씨 하면서 광기의 손 씻기를 하는 메인보컬을 상상하다가 사람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펜 뚜껑을 입에 문 콜드 브라운이 열심히 사인을 해 주고 있었다. 그러고는 손을 내미는 사람들에게 주먹 인사를 해 주고 있었다.
팬 서비스 때문에 휴식 시간까지 잡아먹고 있었지만 나와 콜드 둘 다 별로 개의치 않았다.
이 부분에선 우리의 철학이 비슷했다.
-우리한테는 1분이라는 시간이 짧지만 관객들에게는 평생 기억에 남는 1분이 될 수 있다.
잠깐의 수고스러움을 감수하면 사람들에게 멋진 기억을 남겨 줄 수 있는데, 이걸 누가 마다할까.
“저저, 여기에 사인 해 주세요!”
“형. 저희 할머니 성함이 김덕순이에요. 엣…? 포옹은 왜 하시는?”
“저희 단체 사진 찍어도 돼요?”
그렇게 사람들과 악수를 하거나 사진을 찍고 있을 때였다.
덜컹-
갑자기 공연장의 조명이 일부 꺼지기 시작했다.
콜드 브라운의 경호원들이 방호벽처럼 그를 둘러싸며 초콜릿 김밥처럼 변하는 가운데.
스피커를 타고 목소리가 울렸다.
[어. 뭐지?]
[이건 뭐지~?]
생일 서프라이즈를 할 때 나오는 그런 작위적인 음성들.
하지만 목소리가 몹시 낯익었다.
나도 모르게 웃는 동안 목소리를 알아본 관객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졸개단이다!”
“미… 미친! 계 탔다!”
“야 나 과제 조질 삘인데. 여기다 운수 다 쓴 듯.”
관객들이 함성을 지르고 있을 때, 우리 막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러분. 그거 아시나요? 지금 Answer가 망고 실시간 차트 1위를 차지했습니다!]
곳곳에서 쏟아지는 박수갈채.
콜드 브라운이 내게 물었다.
「망고가 뭐야?」
「한국의 스포티파이 같은 거예요. 대중적으로 얼마나 성공했는지 보여 주는 지표로 써요.」
「오호.」
콜드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다시 무대를 향해 내려가자 백스테이지 쪽에서 4인조가 뛰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음?”
왜 케이크가 안 보이지.
졸개들이 저마다 손에 [1]이라는 장식을 든 채 우리를 둘러싸고 빙글빙글 강강술래를 추고 있었다.
“축하합니다~ 축하합니다~!”
“Answer의 1위를 축하합니다~!”
“와아아아!”
정신없이 맴도는 이들에게 물었다.
“그거… 케이크 장식 아니야?”
“와아아아아! 축하해요!”
“아니. 너희 손에 들고 있는 그거 케이크….”
“우와아아아아!”
정신이 하나도 없다.
최면술을 쓰듯이 중현이가 축하… 축하… 하면서 중얼중얼하며 정신없게 괴롭히고.
비주가 탭댄스를 추듯이 축하 댄스를 추고 있었다.
막내가 나와 콜드에게 꽃목걸이를 주면서 눈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아잇… 정신없어.”
보통 케이크를 후 불면서 1위를 축하합니다 해야 하는데.
케이크는 어디다 뒀는지 장식만 들고 춤을 추는 졸개들을 보며 그저 웃을 뿐이었다.
막내가 활기차게 인사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졸개들입니다!
그러면서 손짓하는 졸개들.
그에 맞춰 현장 스탭들이 현수막에 붙은 스티커를 떼기 시작했다.
아니.
스티커가 또 있었어?
[2018년 성공적인 진로를 위한 음악 명사 특강① 콜드 브라운 & 우주]
찌이익.
내 이름 위의 스티커가 떼어졌다.
[2018년 성공적인 진로를 위한 음악 명사 특강① 콜드 브라운 & 뉴블랙]
그 순간 공연장에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도 웃음을 터뜨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와아아아아아-!”
완전체 뉴블랙의 등장에 관객들이 환호성을 터뜨렸다.
엉거주춤 일어나서 자리를 떠나려던 학생들이 다시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내가 마이크를 들고 물었다.
-다들 다음 수업 있다고 하시지 않으셨나요?
끄덕끄덕.
수업 따위가 뭐가 대수냐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대학생들을 바라보던 내가 시선을 돌렸다.
핸드폰을 들고 엄마 미소를 짓는 교수님들.
-교수님? 교수님들도 수업하러 가셔야 하지 않나요?
절레절레.
교수님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 * *
[대중음악의 이해 - 수업 공지]
교수님의 일정으로 수업이 10분 늦게 시작될 예정입니다. (현재 예술극장에 뉴블랙이 방문했습니다. 구경하실 분들 오세요.)
딩동.
[대중음악의 이해 - 수업 공지]
수강생 전원이 현장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되어 금일 강의는 현장 실습(대중음악인 뉴블랙 관람)으로 대체합니다.
* * *
그 시각.
뉴블랙의 예술대학 방문 소식으로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서 수플레들은 풍악을 울리고 있었다.
‘좋구나!’
모든 음원 사이트의 꼭대기에 새로운 썸네일이 걸려 있었다.
검은 바탕에 붉은 원이 하나 그려져 있고, 그 안에 Answer라고 적혀 있는 썸네일.
[1위] 우주, Cold Brown - Answer
벌써부터 5점으로 도배가 된 곡 댓글창에서는 칭찬들이 쏟아지고 있는 중이었다.
-주선아 또 해냈구나 이 형은 믿고 있었다
-주선아ㅠㅠㅠㅠ
-시1발 비트 개지리네..
-클래식한 힙합이라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콜드 브라운 이새기 그래미 타려고 작정했구나; 노래 미쳤네
-미국 음원탑이랑 한국 음원탑 콜라보ㄷㄷㄷ 둘 다 왜 꼭대기에 있는지 잘 알거 같다
-묘하게 미국취향인 듯ㅋ 좋긴 좋네
-두 명 다 목소리 자체가 악기인 듯ㅋㅋㅋ 랩은 음색이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게 진짜 맞다
다양한 곳에서 나오는 호평을 바라보며 코를 쓱 비비는 수플레들이었다.
‘진짜 잘 만들었다.’
무엇보다 수플레들의 어깨가 으쓱으쓱하는 부분은 바로 예술성이었다.
음악을 전공하는 교수진과 대학생들 앞에서 쇼케이스를 할 만큼 자신감을 보여 준 두 사람의 음악.
그 때문인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평론가들도 연신 호평을 보내고 있었다.
-콜드 브라운은 인생의 해답에 대한 자신의 의문을 재치 있게 음악으로 담았다. 사운드적으로 보았을 때 대중적으로 풍부한 사운드를 지녔으면서도, 본인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다소 단조로울 수 있는 멜로디를 변주하는….
-그간 사회 문제와 만연한 폭력에 대해 노래하던 콜드 브라운이 드디어 자신의 내면을 다룬…….
정말이지 다양한 평론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결론은 비슷했다.
‘그래미 각이 날카롭게 섰다.’
평소 곡에 담겼던 욕설 가사 등도 없이 클린한 가사.
대중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절묘하게 줄다리기를 한 멜로디.
그래미 심사위원들이 좋아할 만한 진중한 주제.
-지금 호평 쏟아지는 중인 우주&콜드 브라운 콜라보 음원
-평론가들에게 별 다섯 개 받은 Answer
-Answer 가사 해석 (전문)
Answer가 정말 극찬을 받고 있다는 소식에 수플레들이 미소를 짓는 것도 잠시.
“…….”
그들이 한숨을 쉬었다.
대중들이나 평론가들이 일제히 호평을 보내고 있는 동안 암약하고 있는 세력 때문이었다.
‘안티들 신났네.’
바로 날 잡은 듯이 날뛰는 안티들이었다.
-지금 우주와 콜라보한 콜드 브라운 과거 (+스압 주의)
그야말로 재를 뿌리겠다는 각오가 담긴 글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대체로 사실 관계가 정확하지 않은 루머들이 대다수였다.
차이나타운의 음식점이 불친절했다는 발언이 갑자기 아시안 인종 차별 발언으로 둔갑해 있지를 않나. 힙합 특유의 디스나 강한 가사를 언급하면서 미국에서도 없었던 인성 논란을 갑자기 만들지를 않나.
물론 정말 실수들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미국 연예인들한테 한국 연예인이랑 똑같은 잣대 들이대면 누가 살아남냐고…….’
탈탈탈 탈곡기처럼 티끌까지 털어 대는 모습에 수플레들이 잠시 질린 표정을 지었다.
뉴블랙은 깔 것이 없으니 콜라보한 상대의 흠을 찾아내어 깎아 내리는 이들이었다.
안티들의 목적은 간단했다.
한쪽을 깎아 내린 다음에 다른 쪽을 끼리끼리로 만들겠다는 것.
-헐;;; 저거 알고 보니까 사람이 달라 보인다ㅠ
-나만 좀 사람이 음침한 거 같나
-걍 유명하다고 콜라보 파트너 골랐나 보네; 저렇게 병크많은 사람이랑 콜라보 왜 한 거임???
-저거 알고 콜라보한 거 보면 다 끼리끼리임
-엥 해명글 아까 올라왔는데?? 저거 아님
-뭐가 아님ㅋㅋ 니들이 아니라고 하면 아닌 거임?ㅋㅋㅋ 개웃기네
-아니 진짜 아니라고 해명글 올라왔다고
-냅둬 지금 눈귀 다 막았음ㅋㅋㅋ
-이래서 외퀴들 욕할 수가 없음.. 미국 셀럽 두고 얘기하는 거 보면 우리가 외퀴랑 똑같아
-ㄹㅇ 미국 애들도 모르는 루머를 한국애들이 알고 있네ㅋㅋㅋ
해명글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해명글이 올라와도 아득바득 모른 척하고 댓글을 쓰는 모습에 수플레들이 잠시 고민했다.
‘싸움은 싸움이고.’
안티들과 맞불로 싸워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자기들이 멋대로 만든 허수아비를 세워 놓고 때려 대는데 저걸 무슨 수로 막나.
그러니….
‘치워 버린다.’
긍정적인 글들을 양산해서 치워 버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함께해서 더러웠고 당분간 만나지 말자. 자. 가라.
-으아아아악!
수플레들의 화력에 하얗게 사라지는 안티들.
그런 식으로 안티들의 존재감을 삭제시키는 한편, 수플레들은 다양한 곳의 반응을 모니터링했다.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
-콜드 브라운이랑 우주 콜라보 좋네요ㅎㅎ
-콜드 이양반 그래미 타겠다고 칼갈았나봅니다ㅋㅋㅋ 완전 그래미 취향으로 만들었네요
-우리 우주 장하다ㅠㅠㅠ
-한때 힙합 좋아했는데 실감이 안 나네요ㅋㅋ 선우주+콜드 브라운이라니
-김구 선생님 보이십니까 문화의 힘입니다
-김구: 어..?
‘커뮤 반응도 좋구나! 헤헷.’
SNS에서도 반응이 좋다.
그리고 미튜브는 말할 것도 없었다.
레몬 엔터가 올린 콜드 브라운과 우주의 Answer 영상은 공개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수천만 뷰를 기록 중이었으니까.
‘좋아좋아.’
유일하게 반응이 안 좋은 곳이 있다면….
-콜드 브라운 이새끼 그래미 타겠다고 추한 거 같으면 개추ㅋㅋㅋ
자칭 힙합 매니아들이 모인 곳들이었는데, 대충 글 제목들만 훑어본 수플레들이 백스텝했다.
‘엮이기도 싫다.’
그쯤에서 모니터링을 마무리한 수플레들이 시선을 돌렸다.
한국에서도 ‘제법 좋다’ 하는 반응이 나오고 있지만 아무래도 미국 취향인 Answer였다.
뉴블랙의 이름값 때문에 음원차트 1위를 하긴 했지만 장기적으로 1위를 하기 힘든 곡이었다. 한국 취향으로 불리는 팝송들은 대체로 미국 사람들의 취향과 다르니까.
‘미국 반응은 어떻지?’
수플레들이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미국의 수플레들을 불렀다.
곧이어 돌아오는 대답.
-띠….
-띠…?
-띠발…! 우리 대박 났어오!
그렇다.
미국에서 잭팟이 터져 있었다.
* * *
바야흐로 스트리밍 시대.
과거 CD가 레코드를 몰아냈듯이 현재 미국에서는 스트리밍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기존 음반 시장을 밀어내는 중이었다.
그 때문에 현시대의 미국 음악 시장은 스트리밍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점점 짧아지는 음악 길이.
미리듣기 시간 동안 전주 없이 바로 치고 들어가는 음악.
이지 리스닝.
디지털 매체의 주요 이용자인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 등등.
그리고 이런 스트리밍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매체는 바로 힙합이었다.
젊은 세대가 매일 반복해서 듣는 음악.
그리고 이런 힙합 음악의 대표주자가 바로 콜드 브라운이었다.
“콜드 브라운 신곡 나왔네?”
그 때문에 콜드 브라운의 음원이 나오자마자 각종 스트리밍 사이트의 1위를 차지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콜드 브라운이라고 하면 무조건 듣고 보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스트리밍을 계속 하려면 곡이 듣기 좋아야 하는데…….
‘뭐야? 진짜 좋은데?’
음악이 귀에 착 감겼다.
재즈 음악이 베이스로 깔린 멜로디가 반복적으로 들려오는데 전혀 귀에 부담이 없었다.
흥얼흥얼하면서 따라 하다 보니 훅 하고 끝났다.
미국의 머글들이 무한 반복재생을 누르는 한편.
“근데 이건 누구지?”
콜라보 음원인지 콜드 브라운의 이름 옆에 ‘Woojoo’라는 이름이 보인다.
검색을 해 보니 뉴블랙의 리더라는 이름이 떴다.
“뉴블랙? 얘가 맞나?”
“뉴블랙…?”
“써니인가 뭔가 하는 애인가. 여자애들이 좋아하던데.”
다른 음악을 들으면 남자답지 않다는 소리를 듣기에 대외적으로 힙합 음악만 즐겨 듣는 미국의 10대나 20대 남성들.
그들의 뇌리에 처음으로 뉴블랙의 멤버가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노래가 나쁘지 않네.’
미튜브에 올라온 Answer의 무대 영상을 하나둘 보는 가운데, 동영상이 끝나고 자동으로 METRO의 뮤비가 흘러나왔다.
뉴블랙의 뮤비.
다른 때였다면 ‘에잇’ 하고 바로 껐을 텐데, 끝내주는 멜로디가 귓가에 흘러들어왔다.
“…….”
“…….”
왠지 모르게 듣기 좋은 음악.
맨디 스파이스나 헤일리 블루의 노래 등을 몰래 숨어 듣고 있던 젊은 남성들이 플레이리스트에 METRO를 추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뉴블랙의 음악이 새로운 리스너들에게 다가가는 한편.
Answer는 그야말로 다양한 곳에서 반응을 얻는 중이었다.
[뉴블랙의 우주와 콜드 브라운이 발매한 Answer가 기록을 부쉈습니다! 벌써부터 스트리밍이 300만 회를 넘어가는…….]
연예 매체에서 스트리밍이나 무대 클립의 조회수를 언급하며 기록을 부쉈다며 호들갑을 떨고.
[따끈따끈하게 발매된 신곡이죠? 콜드 브라운과 우주의 Answer 듣고 다시 오겠습니다. 채널 고정해 주세요!]
각종 라디오에서 프로모션을 하고 있었다.
미국의 수플레들이 가파르게 올라가는 음원 순위와 라디오 프로모션 등을 보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힙합이 꿀이었나…?’
뉴블랙의 음악으로 어려웠던 것들이 아주 손쉽게 해결되고 있었다.
그것도 좋은 쪽으로.
물론 모든 게 좋은 건 아니었다.
[솔직히 싱잉랩도 힙합으로 봐야 할지는 모르겠네요. 케니? 당신의 생각은 어때요?]
우주의 싱잉랩도 힙합의 범주에 넣을 수 있느냐며 라디오에서 토론이 벌어지기도 하고.
[재즈와 힙합은 흑인의 것이야. 왜 아시안인 뉴블랙이 힙합에도 끼어들려고 하는 거지?]
흑인들이 모인 커뮤니티나 트위터 등에서 불만을 표출하는 반응이 더러 보였다.
이런저런 구설수가 있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미국의 수플레들에겐 호재로 여겨지는 것들이었다.
‘구설수가 좀 있어야 돼.’
미국 연예계 특성상 긁어 부스럼이 나올 만한 거리가 있어야 더 핫하니까.
괜히 래퍼들이 앨범 발매하기 전에 빵야빵야 총을 쏘는 게 아니었다.
수플레들이 흡족한 미소를 짓는 한편.
‘분위기가 좋군.’
넷상에서 서로를 마주한 힙합 리스너들과 수플레들이 서로를 마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다. 덕분에 콜드의 그래미 각이 보인다.
-힙합 덕분에 우리 애의 이름이 널리널리 알려지고 있군요. 후후.
작년도에 METRO가 콜드 브라운의 음원을 꺾고 1위가 된 이후로 서먹서먹했던 힙합 리스너들과 수플레들.
견원지간처럼 으르렁거리던 이들이 손을 잡고 있었다.
-올리죠.
-더더 올립시다.
로켓처럼 치솟는 Answer의 순위.
뉴블랙 TV로 역사를 배운 미국의 수플레들이 ‘좌우합작의 날’이라고 칭한 사건이었다.
* * *
대학교에서 쇼케이스를 마친 후.
근처 호텔로 이동한 콜드 브라운과 나는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이제 남은 일정은 여의도 PBS의 음악 방송.
「두근두근하는군.」
콜드 브라운의 눈이 초롱초롱했다.
「이제 한국 최고의 가수들이 모인 곳에서 경쟁을 하고, 그곳에서 1위를 거두는 건가.」
「그…렇죠.」
「후우. 소감으로 뭘 말해야 하지.」
벌써부터 덕순덕순해하는 미국의 래퍼를 바라보며 내가 멈칫했다.
잠깐만.
이 사람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소감이요?」
「트로피를 준다며. 누가 봐도 너와 내가 탈 것 같지 않아?」
「저, 콜드.」
「음?」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했다.
눈이 너무 반짝거려서 마치 어린아이에게 산타는 없다고 이야기를 하는 듯한 미안함이 들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오늘 1위를 할 수 없어요.」
「…….」
상대가 입을 멍하니 벌렸다.
「어째서…?」
「빌보드 Hot 100처럼 음악 방송도 집계 기간이 있거든요. 이미 집계기간이 마감되어서 오늘 발매한 우리 음원은 들어갈 수 없어요.」
「왜?」
「그것이 규칙이니까요….」
콜드 브라운의 얼굴이 시무룩해졌다.
내가 수습했다.
「아니, 그… 트로피라고 해 봐야 특별한 것도 아니에요.」
「…….」
「그래도 다음 주에는 수상할 가능성이 있어요.」
「오. 정말?」
나중에 트로피를 받게 되면 내가 받아서 집으로 보내 주겠다고 하니 상대가 눈에 띄게 기뻐했다.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시간을 보내면서 느끼는 건데, 정말 상장이나 감투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후우…….”
PBS 측에서 어떻게 준비를 잘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였다.
“음?”
운전대를 잡고 있던 종완 씨가 PBS 신관 공개홀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에 현수막이 걸려 있는데요.”
“현수막이요?”
“네, 콜드 브라운 씨 얼굴이…….”
공개홀로 들어가는 입구 위로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콜드 브라운 씨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PBS 임직원 일동]
그 앞에 레드카펫이 깔려 있고, 꽃다발을 든 PBS의 예능국장과 프로그램 담당 CP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현수막을 뚫어져라 보던 콜드가 내게 물었다.
「저 사람들은 누구야?」
「PBS의 담당 국장님과 책임 프로듀서 같은데요.」
정치인이라도 방문한 것처럼 과도한 의전을 준비한 모습에 괜스레 내가 민망함을 느낄 때였다.
씰룩.
“음……?”
씰룩씰룩.
콜드 브라운의 입술이 말려 올라가면서 하얀 이가 드러나고 있었다.
부르르 떨리는 몸.
K-의전에 감동한 그의 눈빛이 주체할 수 없는 기쁨으로 빛나고 있었다.
「오늘은 정말 최고의… 날이야…….」
「…….」
왜 내 주변에는 자꾸 이상한 사람들만 모이는 것 같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