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863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날 좋아하는 건 아니다.
연예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말은 안 하고 있어도 우리를 고깝게 보고 있거나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하지만 그건 그거고 사회생활은 사회생활 아니겠는가.
서로 싫어도 분위기 상하지 않게 웃으면서 대하는 게 서로 간의 예의일 텐데.
“네?”
내가 웃으며 방요찬에게 되물었다.
“잘 못 들은 거 같네요. 뭐라고요?”
“저도 저 랩 잘하는 거 알고 있다고요. 평가해 달라고 한 적 없는데요.”
네가 뭔데 멋대로 평가질이냐는 표정.
잔뜩 심사가 꼬일 대로 꼬여 보였다.
우리 디스하던 힙합 가수들이 딱 이런 표정들이었던 것 같은데.
차트에서 잘나가는 것도 마음에 안 들고, 우리가 랩하는 것도 마음에 안 들고… 뭐 이러쿵저러쿵.
상대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시선을 돌렸다.
“네! 다시 한번 인사드릴게요! 여러분에게 응원을 하기 위해 찾아온 오늘의 특별 심사위원 선우주입니다! 반가워요!”
이럴 때는 깔끔한 무시가 좋다.
“와아아아아!”
흘러가는 분위기에 민망해하던 다른 참가자들이 과장된 표정으로 와아아! 했다.
내가 비주가 직접 구웠다는 쿠키를 전해 줄 때마다 과장된 웃음이 돌아왔다.
“와. 대박. 진짜 감사합니다.”
“어어… 비주 님이 구워 주신 쿠키예요?”
“대박이다. 그러면 저희 방송 보고 오신 거예요. 그러면?”
다행히 내가 부드럽게 웃으면서 참가자들도 긴장을 풀었다.
그들과 수다를 떨고 있는 동안 일행에서 소외된 인물이 인상을 구겼다.
그쯤에서 내가 알려 주듯 말했다.
“저쪽 카메라 보이시죠? 미튜브에 올라갈 컨텐츠 찍고 있는 거예요.”
“아하…….”
머리를 붉게 물들인 방요찬이 카메라 쪽을 바라보고는 흠칫했다.
하지만 따로 반응은 없었다.
그 반응을 눈여겨보면서 쿠키를 건네주었다.
“출출하면 드실래요?”
“…네. 뭐.”
카메라 앞이라는 걸 알려 주고 나니 조금 유해지긴 했다.
다른 참가자들에게 격려의 말을 해 주면서 같이 사진도 찍었다.
“이메일 주소도 적어 주실래요? 나중에 저희 회사에서 사진 보내드릴 거니까.”
“와아아, 감사합니다!”
꾸벅- 꾸벅 하는 이들에게 마주 인사를 해 주고는 여전히 떨떠름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이를 흘깃 보았다.
그러곤 매니저 민수 씨에게 시선을 돌렸다.
“민…….”
이름을 부르려고 하는데 상대의 얼굴을 보고 웃음이 나왔다.
성난 미노타우루스처럼 쉭쉭 콧김을 뿜어내는데 당장이라도 뛰어가 도끼라도 휘두를 듯한 얼굴이다.
“화 나셨어요?”
“순간적으로 성질이 확 뻗쳤습니다. 아니 비주 씨가 힘들게 구운 쿠키를 주는데 저딴…….”
경호학과 출신인 민수 씨가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진짜 제 동생이었으면 꿀밤 한 대라도 쥐어박았을 겁니다. 뭐 저런 놈이….”
“신경 쓰지 마세요.”
“후우.”
“그것보다 원석이 형한테 부탁 좀 하나 해 주실래요?”
“예. 우주 씨.”
민수 씨에게 용건을 부탁했다.
“저 참가자에 대해 궁금한 게 하나 생겨서요.”
“어떤 쪽으로….”
“저 방요찬이란 참가자랑 K넷이 어떤 사이인지 알아봐 달라고 하면 돼요.”
“예. 알겠습니다.”
민수 씨가 떠나고 자리를 옮겨서 두 번째 싸이퍼 조를 기다렸다.
곧이어 입장하는 사람들.
그중에서 익숙한 얼굴이 나를 반겼다.
“서… 선배님!”
사교성 뛰어난 성격답게 곧장 다다다다 달려오는 참가자.
구불구불한 곱슬머리의 귀여운 얼굴이 숨을 헐떡일 만큼 빠르게 뛰어왔다.
“서, 선배님! 저 홍주입니다! 계홍주!”
“알아요.”
“저 저번에 더 스피릿에서 만났는데요. 그때 선배님이 막 닌자처럼 숨어 계셨는데 저희가 못 알아봤는데 알고 보니 그게 선배님이었고, 그래서 되게 놀랐던 연습생이….”
속사포처럼 퍼부으며 ‘저, 절 기억해 주세요!’ 하는 모습에 그만 웃음이 나왔다.
내가 웃으며 말했다.
“기억해요. 홍주 씨.”
“……!”
계홍주의 얼굴에 한 줄기 서광이 스치는 듯했다.
“절 기억하셨군요…!”
“잘 지냈어요?”
“네, 진짜 TV 처음 출연해 보는 거라 너무 신나고 재미있고… 조금 빡세긴 한데 즐거운 거 같습니다.”
그러고는 내게 소곤거렸다.
“근데 밥이 맛이 없고 인터넷이 안 돼요….”
“지금 합숙한 지 2주 정도 됐죠?”
“네에. 본격 합숙은 2주 됐어요. 마침 보던 드라마도 끊기고…….”
스트릿 보이즈가 있는 DNS 미디어의 연습생 계홍주가 조잘거리는 동안 다른 팀원들도 소개 받았다.
나도 자기소개를 했다.
“네. 여러분의 팀 리더 홍주 군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 주주입니다.”
“흐하하!”
“쿠키 지금 바로 드셔도 되니까 드실 분들은 드세요.”
“감사합니다!”
비주가 구워 준 쿠키를 우적우적 먹는 모습들이 당이 엄청 절실했던 것 같다.
이따가 직접 공수해 온 아메리카노도 주겠다고 하니 참가자들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그동안 계홍주에게 한조의 메시지도 전해 주었다.
“……!”
대충 말로 전해 주는데도 벌써부터 눈이 글썽글썽하다.
나도 모르게 말을 하다가 몇 번이고 웃음이 나왔다.
제작진의 당부 때문에 알려 주진 못하고 있지만 방송적으로 이미지가 굉장히 좋은 친구였다.
-홍주 귀여워ㅋㅋㅋㅋㅋ
-이 서바이벌의 유일한 빛
-귀요미 담당
-써바에서 보기 드문 캐릭터이긴 한 듯ㅋㅋ 혼자 그림체가 달라
배신과 속임수가 난무하는 서바이벌에서 나름 순수한 캐릭터를 맡아 이미지가 좋았다.
귀여운 이미지와 상반되는 랩 실력도 반전 매력으로 꼽히고 있고.
이제 레몬 산하의 연습생이라 그런지 이전보다 더 관심이 가고 친근한 느낌이었다.
제작진들도 꽤 예뻐하는 분위기.
한조의 메시지를 전해 듣고 오열하는 계홍주의 모습에 카메라맨이 웃고 있다.
“저, 우주 씨.”
그동안 민수 씨가 내 곁에 다가왔다.
원석이 형도 함께였다.
“혹시 알아보셨어요?”
“응.”
원석이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보니까 CP 쪽 지인 아들인가 봐. 어떻게 알았어?”
“느낌이 왔어요.”
카메라가 있다고 알려 줬을 때 흠칫한 걸로 끝나는 걸 보고 알았다.
보통의 서바이벌 참가자였다면 카메라가 있다고 알려 준 순간에 혼비백산해졌을 테니까.
이거 방송에 나가면 안 되는데 어떡하지. 카메라 돌아가는 줄 알면 그러면 안 되는 건데. 가서 편집해 달라고 부탁해야 하나 어떡하지 등등.
하지만 카메라가 있다는 것을 알려 줬을 때도 딱히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없었다.
너무나 당연히 편집될 거라고 생각하는 모습.
“촬영장에서도 별로 평이 안 좋은가 봐. 무례한 언행들이 많은데 그거 편집으로 싹 다 잘려 나갔다고. 제작진도 좋게 보진 않는데 윗선인 책임프로듀서(CP) 인맥이라 빽이 좀 센가 봐.”
그런 이야기를 하던 원석이 형이 물었다.
“뭐 어떻게 조치라도 할까?”
“아뇨. 이런 걸로 에너지 낭비하지 마요. 형.”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데뷔도 안 한 일반인 상대로 드잡이를 하는 것도 웃기고.
감히 우주 씨 기분을 상하게 했군요, 주의 바랍니다…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가.
그냥 이상한 사람을 만났나 보다 하고 넘길 때였다.
“……?”
다음 팀들도 속속 도착하면서 혼잡한 분위기 속에서 나와 눈이 마주친 방요찬이 보였다.
내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웃을 때마다 잔뜩 꼬인 표정.
나와 눈이 마주친 상대가 벌떡 일어났다.
성큼성큼.
그러고는 주변의 시선을 슥 살피고는 보란 듯이 비주가 직접 만든 수제쿠키를 구석의 쓰레기통에 버렸다.
물끄러미 바라보는 나에게 ‘어쩌라고’ 하는 시선이 돌아왔다.
“우주야?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니에요.”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졌다.
“생각이, 좀 바뀌어서.”
* * *
쓰레기통에 쿠키를 넣고 손을 탁탁 터는 방요찬.
그 모습을 본 같은 팀원이 기겁했다.
“형. 왜 그래요? 미쳤어요?”
“배가 안 고파서.”
“그걸 왜 버려요? 안 먹을 거면 그냥 다른 사람 주지. 먹을 거를 왜 쓰레기통에다가….”
“왜 이렇게 쫑알쫑알거려? 내 거 내가 버리겠다는데 왜 이래라저래라야.”
짜증스럽게 대꾸하던 붉은 머리의 래퍼가 멀찍이 누군가를 살폈다.
하지만 눈이 잠시 마주친 우주는 별다른 반응 없이 다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냥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그 모습에 심사가 꼬였다.
‘완전 개무시하네.’
자꾸 무시해서 도발이라도 한 거였는데. 아무것도 아닌 걸 바라보는 듯한 표정에 짜증이 울컥 치민다.
그가 다리를 달달 떨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진짜 싫어.’
특별 심사위원이라고 등장한 순간부터 기분이 별로였다.
힙합의 힙 자를 아는 것도 아니고 자기가 뭐라고 심사위원이란 말인가.
얼굴 믿고 예능 좀 뛰는 걸로 성공한 가수가 단지 유명하다는 이유로 심사를 맡았다는 말이 어처구니없었다.
학교 다닐 때부터 싫어하던 부류였다.
얼굴 좀 잘생겼다고 선생이나 다른 애들한테 예쁨 받고 세상 편하게 사는 타입.
우주 곁에 우르르 모인 참가자들을 바라보며 그가 입매를 비틀었다.
‘다들 좋다고 달려드네.’
힙합한다는 사람들이 자존심도 없나?
참가자가 저 정도면 심사위원들도 보나마나일 것이다.
칭찬하면서 잘 보이려고 애쓰고 그럴 텐데, 그런 선배 가수들의 반응이 그저 한심할 뿐이었다.
‘그런다고 곡이라도 주겠냐.’
떨어지는 떡고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잘 보이려고 애쓸 선배 래퍼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픽 웃었다.
같은 팀의 다른 참가자가 말했다.
“아, 형. 굳이 아까 분위기 망쳐야겠어요? 심사위원이랑 싸워서 뭐 하게요? 우리만 손해인데.”
“특별 심사위원이잖아. 어차피 코멘트만 하는 거라 점수에 안 들어가.”
하지만 여유 있는 그와 달리 다른 팀원들은 불편했다.
‘이 형 돌았나?’
현재 다른 기획사들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선 레몬 엔터의 대주주.
TNT와 틴스피릿, 스트릿 보이즈 같이 아이돌들 사이에서도 인맥 좋기로 유명한 인물.
국민 아이돌이라는 어마어마한 영향력.
저 타이틀 중 하나만 있어도 절대 지금처럼 깝죽댈 수 없는 인물이다.
“형 진짜 그러다 큰일 나요.”
“뭐.”
방요찬이 피식 웃었다.
“아이돌 아니야? 자기가 무슨 불이익을 줄 수 있는데. 어차피 우리랑 만날 일도 없어.”
선한 영향력으로 유명한 뉴블랙.
착한 이미지가 확고하게 잡혀 있는 국민 아이돌이다.
그러니 SNS에다가 ‘저격합니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프로그램에 압력을 넣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마찬가지로 다른 톱스타처럼 기분 상했다고 현장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를 수도 없다.
어떤 쪽이든 온 언론에 도배될 테니까.
타이틀이 어마어마하지만 그 좋은 이미지 때문에 마음대로 행동도 못하고.
게다가 힙합씬 위주로 활동하는 이상 어차피 마주칠 일도 없고, 그에게 해도 가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
“…….”
나름대로 그런 계산을 듣는 다른 팀원들은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
말로는 상대가 싫다고 하면서도 누구보다 상대의 선량함을 믿는 구석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었다.
선우주가 저 말대로 마냥 착한 인물이 아니면 바로 망해 버리는 계획.
호랑이한테 목줄이 달려 있다고 생각하고 에베벱 하는 사람을 보는 것 같다.
‘이 형….’
아무도 시키지 않은 혼자만의 싸움을 하는 래퍼의 모습에 팀원들이 진지하게 고민했다.
처음에는 빽을 믿고 그러나 싶었는데 지금 보니 그게 아니었다.
‘그냥 대가리가 우동사리인가?’
진심으로 드는 의문이었다.
* * *
“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 특별 심사위원을 맡게 된 우주입니다. 여러분 응원하러 왔어요.”
“허어어!”
“우와아아아!”
4인씩 네 팀을 이룬 참가자들 중에서 마지막 팀과 내가 인사를 나눴다.
그중에서 유독 눈이 반짝반짝하는 인물이 내게 말을 걸었다.
“선배님.”
김지혁이라는 이름을 가진 참가자였다.
고등학생이라 그런지 앳된 느낌인데, 왠지 모르게 나이보다 더 성숙한 느낌을 풍겼다.
잘생긴 외모와 저음의 랩으로 프로그램에서 방요찬과 함께 투탑 라이벌로 인기를 지닌 참가자였다.
“정말 팬입니다. 존경해요!”
엄청 야심 가득한 느낌으로 편집이 되긴 했는데 실제로도 그런 느낌이다.
“팬이시구나. 감사해요.”
“팬코가 아니라 찐 수플레입니다. 선배님.”
상대의 눈이 찡 하고 빛났다.
“저 뉴블랙 1집부터 지금까지 다 앨범 가지고 있습니다. 실례가 아니라면 사인 좀….”
“앨범을 가지고 다녀요?”
“언제 어디서 뉴블랙 선배님들을 만날지 몰라서 항상 곁에 지니고 있거든요.”
준비 정신이 투철한 수플레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기습적으로 물었다.
“0619.”
“0718. 1109. 0926.”
암호문 같은 문구에 주변 사람들이 갸웃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1109 뒤에 0926는 뭐예요?”
“선배님의 양력과 음력 생일입니다. 항상 마음속에 품고 있죠.”
“그, 그대는 정녕 나의 팬이 맞군요…!”
편애를 하면 안 되지만 벌써부터 내 마음을 덕순덕순하게 만드는 참가자였다.
악수를 요청하는 김지혁 씨에게 포옹을 해 주고는 건승을 응원했다.
내가 참가자들과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아이고. 오늘도 촬영장 덥다 더워. 리허설 할 때도 에어컨 좀 틀자니까.”
“우주 씨, 이야기는 잘하고 있어요?”
옷을 펄럭이며 심사위원들이 등장했다.
캐쉬카우, 머신건, 리토 등이 걸어 나오면서 ‘안녕하십니까!’ 하고 참가자들이 90도로 인사했다.
개구쟁이처럼 씩 웃던 미남 래퍼, 리토가 씩 웃었다.
“곧 방청객들 들어오는데 떨리지? 생방 아니고 녹화방송이라고 해도 아직 다 적응은 안 됐을 거야.”
“완전 떨립니다. 진짜.”
“그래도 너희한테 오늘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있을 거거든. 기대해. 정말 진귀한 걸 보게 될 거야.”
콜드 브라운과의 무대 예고를 암시하는 말에 참가자들이 갸웃했다.
“뉴블랙이라도 오나?”
“오늘 뉴블랙 무대 있어?”
그런 소곤거림이 들려오는 가운데, 뉴블랙이란 키워드에 내가 준비한 것들을 떠올렸다.
“혹시 중현이 사인 앨범 가지고 싶으신 분?”
“허어! 저요!”
여기저기서 손을 드는 이들에게 중현이가 준비한 사인 앨범을 건네주고.
리혁이가 준비한 것도 꺼냈다.
“그리고 이건 리혁이가 정리해 준 거거든요. 시간 나실 때 한 번 읽어 보세요.”
“……?”
우리 매니저들이 유인물을 배부해 주었다.
깔끔하게 A4 용지에 정리된 것은 바로 지호와 리혁이가 준비해 준 선물이었다.
-드라마 내용 엄청 궁금해 할 테니까.
-이거 뿌려 주면 인기 좋을걸요. 지금 세계정세가 핫 이슈잖아요.
그것은 바로 참가자들이 합숙하러 들어온 동안 벌어졌던 소식들이었다.
드라마 소식을 비롯해 세계 정치 이슈들이 담겨 있는 소식들을 바라보며 참가자들이 허어어 감탄했다.
“감사합니다!”
“대박이다… 아 근데 세계 뉴스가 왜 이렇게 많지?”
“뒷장 보지 마. 드라마 스포일러들 적혀 있어. …뭐? 죽었대?”
곧장 종이를 둘러싸고 오오오 하는 이들을 바라보며 웃었다.
군대 훈련소에 있을 적에 외부 소식을 편지로 접하던 훈련병들을 보는 것만 같다.
“그럼 저는 이따가 보겠습니다~!”
곧 있을 무대 준비를 위해 참가자들에게 인사를 한 후.
매니저들에게 부탁했다.
“민수 씨, 촬영장 구석에 쓰레기통 하나 있거든요. 죄송한데 이따가 봉투 좀 회수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뭐 버리셨나요?”
“이따가 방송 끝나고 필요해서요.”
그런 말을 남기고는 의상을 갈아입고 백스테이지로 향했다.
이미 후드티로 갈아입고 있는 콜드 브라운이 내게 손뼉을 내밀었다.
「헤이, 별일 없었어?」
「네. 별일 없었어요.」
씩 웃으며 손뼉을 마주치고는 무대 아래에 놓인 소파에서 대기했다.
「프로그램 측에서 준비해 준 소파더라고.」
「푹신하네요.」
2차 리허설이 끝나고 이제 곧 관객들이 입장할 시간이었다.
콜드 브라운과 내가 흥얼흥얼하면서 합을 맞추는 동안 분주해지는 제작진의 말소리가 들린다.
그걸 들으면서 차분하게 미소를 지었다.
오늘의 무대는 서바이벌 참가자들에게 나름대로 심사위원으로서의 자격을 보여 주려는 목적도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여기 참가자들이 나를 심사위원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아니었으니까.
그냥 유명한 셀럽을 보고 반응하는 느낌이었다.
분야가 다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한식 요리 심사에 양식 요리사가 나온 것과 비슷한 반응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그 양식 요리사가 김치말이 국수를 기가 막히게 만든다면?
“우후후후후후…….”
콜드와 내가 서로 다른 목적으로 미소를 짓고 있는 동안 스탭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곧 스탠바이 하겠습니다.”
“네.”
콜드와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몸을 풀었다.
* * *
녹화를 앞둔 <넥스트 미션> 현장.
프로그램의 조연출이 확성기를 들고 무대 위를 돌아다녔다.
“자! 그럼 환호 부탁드리겠습니다!”
“와아아아아!”
“더 크게!”
“와아아아아아아!”
백여 명에 달하는 방청객들이 환호를 했다.
그동안 8명의 심사위원들이 저마다 자리에 앉았다.
2명씩 나뉜 심사위원들 앞에 참가자들이 4명씩 짝을 지어 앉아 있었다.
심사위원이자 MC 역할을 같이 맡은 리토가 마이크를 들었다.
-환호 많이 부탁드릴게요. Let’s get it!
“와아아아!”
다른 심사위원들도 A-yo, 소리 질러 하면서 흥을 돋우는 가운데.
마침내 본 프로그램의 녹화가 시작되면서 참가자들이 침을 꼴깍 삼켰다.
[네! 넥스트 미션 3번째 배틀입니다.]
싸이퍼 대결의 룰 등에 대해 소개를 하던 리토가 큐카드의 멘트를 유려하게 읽어 내렸다.
그렇게 각 참가자들과 심사위원들을 소개하면서 환호성이 나온 후.
[그리고 오늘.]
강렬한 아이라인이 그려진 그의 눈매가 찡긋했다.
[오늘 무대를 심사해 주시기 위해 아주 특별한 두 분을 모셨습니다.]
참가자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두 분?”
“두 명이라고 했어?”
곧바로 짐작이 갔다.
“중현 님 아니야? 농사 그런 거 찍으시다가 늦으시나 보네. 요새 파 키우신다며.”
“그거 파였어? 선인장인 줄.”
뉴블랙의 두 명이라면 우주와 중현이 아니겠는가.
참가자들이 그런 짐작을 하고 있는 동안 동료들의 추측에 방요찬이 투덜거렸다.
‘뭐 특별하게 온다고.’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뭔가 남달랐다.
출연자들과 달리 뭔가를 알고 있는지 힙합 팬들로 구성된 방청객들이 침을 꿀꺽 삼키고 있었다.
‘뭐지?’
리토가 큐카드를 내리며 소개했다.
[자, 그럼 특별 심사위원 분들의 무대 먼저 감상하시겠습니다!]
적당하게 뉴블랙의 우주와 중현이 랩을 하는 무대가 그려졌다.
참가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무대 하나 보네.’
뉴블랙이 노래 잘하는 걸 알지만 힙합은 글쎄였다.
스킬적으로 보면 잘한다고 할 수 있지만, 힙합 무대로서는 딱히 별다른 감흥이 들 것 같진 않았다.
‘뭐. 일단 뉴블랙 무대니까.’
어디 가서 자랑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다들 환호하며 카메라에 잡힐 표정을 신경 쓸 때였다.
“와아아아아아아-!”
암전된 무대 위로 우주가 올라왔다.
평범한 검은 후드티를 입고 서 있는데도 정말이지 그 비율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 정도.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내린 우주가 관객들에게 마이크를 들고 물었다.
-준비되셨나요?
“네!”
-그럼 나와 주세요.
그 말과 함께 무대 뒤편에서 문이 열리며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집중되는 조명.
관객들이 환호성을 터뜨리며 ‘콜디!’ 하고 연호하는 동안 참가자들의 시선이 움직였다.
방요찬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오. 콜드 브라운이네?”
익숙한 콜드 브라운이었다.
매끄럽게 수염 관리를 한 미남이 우주와 비슷한 후드티를 입고 등장하고 있었다.
평소의 콜드 브라운과 비슷….
“……?”
방요찬을 비롯해 모든 참가자들이 눈을 비볐다.
‘어?’
‘콜드 브라운?’
‘잠깐만.’
뇌가 멈춘 듯한 기분을 느끼며 모두가 입을 벌릴 때.
-Next Mission! Make some noise—!
콜드 브라운의 우렁찬 외침에 환호성이 울렸다.
씩 웃으면서 우주의 곁에 서는 콜드 브라운.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난 김지혁이 물개 박수를 치는 가운데 우주가 참가자들에게 웃어 보였다.
“…….”
“…….”
입을 떡하니 벌린 참가자들.
동시에 기가 막히게 근사한 재즈 사운드가 흘러나오는 동안 선우주가 출연자들을 향해 눈을 찡긋했다.
‘어때요?’
심사위원이라고 불만 있는 사람 있으면 어디 말해 보라는 시선이었다.
그리고.
“와아아아아아!”
그에 답하듯 벌떡 일어난 참가자들이 다급하게 기립박수를 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