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865화
장내의 웃음소리가 잦아든 후.
우주가 웃으며 마이크를 잡았다.
-심사평이 잠시 끊겼네요. 마저 이어 가 보도록 할까요?
다시 평소대로 돌아온 우주의 모습에 참가자들이 침을 삼켰다.
‘…봐줬네.’
방청객들의 존재가 아니었더라면 정말 난리가 났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아무리 자기한테 하는 소리가 아니라고 해도 누군가 혼나는 광경을 직접 보고 있다 보면 마음이 불편한 게 사람이다.
싸늘하게 얼어붙는 분위기에 괜히 눈치를 보게 되니까.
그런 까닭에 방청객들의 기분을 배려해서 우주가 그쯤에서 넘어간 듯했다.
그게 아니었더라면….
‘요찬이 오늘 요단강 건널 뻔했네.’
어색하게 서 있는 방요찬.
참가자들 모두가 같은 생각을 했다.
‘쫄았구나.’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고 있지만 누가 봐도 뻣뻣하게 얼어붙은 기색이다.
마이크를 들고 있는 손이 파르르 떨린다.
입술을 살짝 깨물고 있는데 굉장히 분해 보인다. 톡 건드리면 원통한 눈물이라도 나올 듯한 느낌.
참가자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여전히 정신은 못 차렸고.’
담임 선생님한테 혼나고 나서 선생님을 노려보는 초등학생 같은 표정이다.
방청객들이 ‘왜 저래?’ 하며 수군거리는 동안 우주가 한숨을 쉬었다.
-요찬 씨.
우주가 상대를 부드럽게 타일렀다.
-물론 요찬 씨만의 사정이 있을 겁니다. 방금 전 무대를 하고 스스로에게 실망감을 느꼈을 수도 있고, 혹은 심사위원의 코멘트가 요찬 씨 입장에서 이치에 안 맞다고 생각할 수도 있죠.
그쯤에서 한 박자 쉰 우주가 조언을 해 주었다.
-하지만 기분이 태도가 돼서는 안 되는 거예요. 프로로 데뷔하실 생각이라면 그 점을 꼭 명심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사족이 길어지는 것 같은데… 방금 무대 잘하셨잖아요. 관객들이 요찬 씨의 태도 때문에 무대에 부정적인 감상을 가지게 된다면 그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까요?
걱정해 주는 우주의 모습에 방청객들이 와- 하며 인성에 감탄할 때.
참가자들이 마른 입술을 핥았다.
‘저게 더 무서운 거 같은데….’
‘와. 아예 상종 못할 쓰레기로 만들어 버리네.’
‘요찬이 쟤는 왜 저 말 듣고 표정이 풀리지? 더 좆된 건데…….’
방금 전과 같은 상황에서는 어떤 심사위원이든 빡쳐서 독설을 퍼부었을 것이다.
그와 반대로 참가자에게 진심으로 조언해 주는 우주.
차라리 우주가 열 받아서 정색하고 혼을 냈다면 동정표라도 조금 받았을 텐데.
도리어 자상한 모습을 보이면서 자기 자신은 대인배로, 상대를 상종 못할 쓰레기로 각인시키고 있었다.
게다가 평소 이미지도 그런 효과에 플러스가 되고 있었다.
-저 천사표 같은 선우주한테 혼나? 대체 얼마나 쓰레기인 거지?
의도한 건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잘못 건드렸다가 본전은커녕 쪽박을 차게 생긴 방요찬이었다.
그간 빽 믿고 설친 언행에 반감을 가지고 있던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통쾌한 미소를 짓는 가운데.
‘…아쉽네. 방송 나가면 완전히 보내 버릴 수 있는데.’
방요찬의 경쟁자이자 프로그램의 에이스로 꼽히는 김지혁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방송만 된다면 바로 나가리가 될 텐데.
아마 우주와 있었던 장면도 온라인상에 소문처럼 퍼져 나갈 뿐, 본방송에는 나가지 않을 터였다.
CP를 뒷배로 두고 있으니까.
김지혁이 딱딱하게 굳은 방요찬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저 형 얼굴을 계속 봐야 한다니…….’
잘생기거나 자기보다 어린데 잘나가는 인물들에 대해 극도로 열등감을 품고 있는 방요찬이었다.
그 때문에 외모가 뛰어난 고등학생인 김지혁은 대표적으로 방요찬이 견제구(?)를 날리는 참가자였다.
그래 봐야 유치하게 시비 거는 것들이지만 뭐….
‘현명하게 헤쳐 나가면 되지. 우주 선배님처럼.’
그런 생각을 하며 김지혁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우주를 바라보았다.
원래도 존경하는 선배였지만 지금 상황 대처를 하는 모습들에 더욱더 존경심이 피어났다.
그러면서 결심을 더욱더 굳혔다.
‘오늘 무대 잘해서 선배님한테 어필한다.’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계획들을 머릿속으로 야심차게 떠올리는 참가자.
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여전히 자존심을 세우며 ‘네’ 하는 방요찬을 바라보며 참가자들은 뚜렷한 시그널을 주고받았다.
‘힙합이니 뭐니 하면서 깝죽대지 말자.’
솔직히 지금까지는 뉴블랙보다 뉴블랙을 둘러싼 수플레나 일반인들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쟤한테 잘못 보이면 저 팬들한테 찍힌다는 느낌.
그 때문에 조심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다.
상대에 대한 두려움.
아이돌판에서 괜히 정상을 먹은 게 아닌 듯한 인물에 대한 두려움이 물씬물씬 피어나고 있었다.
-…요찬 씨에 대한 저의 심사평은 여기까지입니다. 훌륭했어요.
공사구분이 철저한 선우주가 칭찬할 점과 보완할 점에 대해 코멘트를 한 후.
이제 마이크는 마지막의 콜드 브라운에게 넘어갔다.
-콜드.
헤이션이 물었다.
-팀 캐쉬카우에 대한 콜드의 감상은 어땠나요?
-전체적으로 훌륭했지.
콜드 브라운이 꼼꼼하게 메모한 것들을 하나씩 살펴 가며 참가자들의 이름을 불렀다.
-이담!
-네… 네!
앳된 얼굴의 참가자에게 조언해 주는 것을 시작으로 참가자들에게 코멘트를 해 주는 콜드 브라운.
모두가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가사까지 번역본을 만들어서 읽었다는 말에 다들 눈물을 왈칵 쏟을 때였다.
-그리고 요찬?
콜드 브라운의 시선이 마지막 조원에게 향했다.
방요찬이 침을 꿀꺽 삼키면서 마이크를 잡았다.
-Yes.
-너의 랩은 훌륭했어. 잠재력도 보이고.
그런 말에 감격해하는 방요찬.
콜드 브라운이 종이를 들어 보였다.
-여기 너에 대한 코멘트가 가득해. 널 위한 조언들도 가득하고.
-…!
-하지만 이걸 말해 주진 않겠어. 우선순위가 아니니까.
콜드 브라운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상대에게 말했다.
-랩을 하기 이전에 타인을 리스펙하는 법부터 배우도록 해.
Get some manners, kid.
짤막하게 말한 콜드 브라운이 마이크 전원을 끄면서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더 이상 할 말 없다는 뜻이었다.
멍하니 서 있는 방요찬.
꿀꺽.
참가자들이 침을 삼키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거….’
참가자에 대한 평이기도 했지만 힙합 최고의 권위를 지닌 인물이 이곳의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시그널이기도 했다.
-내 친구한테 함부로 하면 큰일 날 줄 알아라.
심사위원들이 공손히 양손을 모으고 황제가 내린 교지를 받드는 가운데.
콜드 브라운이 혀를 찼다.
‘저 애송이가 감히…….’
옆에서 초롱초롱 감격해하는 우주를 바라보며 콜드 브라운이 방요찬을 노려보았다.
‘어디 이상한 게 내 그래미 보따리한테…!’
그래미는 중대 사항이었다.
* * *
쿵쿵!
무대 바닥이 울릴 듯이 소리를 내며 내려가는 방요찬의 뒷모습에 내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원래 저런 참가자인가 봐요.”
멘토링을 맡고 있는 캐쉬카우가 어색하게 말했다.
“원래 좀…….”
공은 공이고 사는 사다.
진심으로 해 준 조언이었는데, 도리어 노려보며 분해하는 이를 바라보며 웃음이 나올 뿐이었다.
조언을 해 줘도 소용이 없네.
MC를 맡은 리토가 짓궂게 말했다.
“하이고, 우주 씨도 오늘 별일 다 겪어 보네. 요즘에 저런 애들 만나기 어렵지 않아?”
“하하.”
공감하는 의미로 웃었다.
미국에서 반응이 온 이후로는 정말 연예계에서 건드리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졌는데.
간만에 독특한 캐릭터를 만나니 흥미롭고 재미있다.
화가 나는 게 아니라 ‘저 아이는 대체 무엇인가?’ 하고 탐구하고 싶은 기분.
그런 생각을 하다가 머릿속에 몽실몽실 다른 게 떠올랐다.
-버릇없던 내 아이, 뉴블랙을 만나고 달라졌다…!
-자 졸개들아. 저 아이를 진실의 방으로 데려오렴. 잠시 면담을 해야겠어.
-네에!
그런 예능 포맷 등을 떠올리며 실없이 웃고 있을 때.
멀찍이서 입술을 깨물고 파르르 떨고 있는 방요찬이 보인다.
“…….”
눈이 살짝 마주쳤는데 ‘복수할 거야’ 같은 느낌.
연습생 시절 트레이너한테 대들던 연습생들의 얼굴과 저 얼굴이 잠시 겹쳐졌다.
하기사 혼난다고 바뀔 성격이었으면 진즉에 바뀌었겠지.
-네. 그럼 두 번째 싸이퍼 무대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리토의 안내에 고개를 돌리니 2조가 올라와 있었다.
방금 전과 마찬가지로 콜드 브라운이 즐겁게 ‘Drop the beat!’ 하면서 환호성이 흘러나왔다.
뜨겁게 고조되는 분위기.
그런 분위기에서 2조와 3조의 무대와 심사평이 지나갔다.
나도 중간중간 톡톡 거들면서 멘트를 하거나 방송 분량을 확보하는 가운데, 콜드가 심사위원으로서 활약을 했다.
-이봐. 친구.
콜드가 웃으며 3조의 참가자를 불렀다.
-이래? 맞지?
-네. 맞습니다.
-힙합에는 중요한 요소들이 있지. 셋업, 비유(metaphor), 그리고 펀치라인이지. 너의 랩은 그 조건을 모두 충족했어.
칭찬을 하던 콜드가 ‘but’ 하며 말했다.
-하지만 너의 랩 가사는 와닿지 않았어.
-어… 혹시 어떤 점에서…?
-전체적으로 그래. 예를 들어 중간에 나왔던 ‘너희들이 무의미한 디스를 하고 있을 때 난 널찍한 부가티에서 돈다발을 흔들지’ 같은 뉘앙스의 한국어 가사 말이야.
고개를 끄덕이는 참가자에게 콜드 브라운이 물었다.
-너 돈다발 흔들어 본 적 있어?
-…아뇨.
-그럼 부가티는 타 본 적 있고?
-…아뇨.
-그런데 왜 그런 가사를 쓴 거지?
-그냥 비유적으로….
간단한 물음이었지만 참가자의 구레나룻에 식은땀이 맺혔다.
그런 참가자를 배려하듯 콜드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
-굳이 말해 줄 필요 없어. 다른 선배들이 그런 가사를 쓰고 그게 멋있어 보이니까 따라 한 거잖아.
-네에…….
콜드 브라운이 말했다.
-부가티 오너로서 말하자면 부가티는 그리 실내가 크지 않아. 승차감이 제법 좋은 편이지만 좌우가 좁거든.
일곱 개의 집에 각각 10대씩 차를 가지고 있는 래퍼가 자신이 보유한 차량들에 대해 설명했다.
-그래서 나는 BMW의 SUV를 더 선호하지. 부가티는 물론 비싸고 아름다운 차야. 하지만 내 취향은 비머(BMW)나 캐딜락에 가까워. 나는 실내가 넓은 차를 좋아하거든.
그가 물었다.
-요점을 알겠어? 어떤 차를 모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야. 소방관을 보면 존나게 멋있잖아. 그게 소방차가 멋있어서 소방관이 멋진 거겠어?
지적을 받은 참가자가 아… 하고 있을 때.
콜드 브라운이 참가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굳이 이 친구한테만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너희 모두에게 하는 이야기야.
그가 진지하게 조언했다.
-소방관들이 멋있는 이유는 그냥 그 사람들 자체가 멋지기 때문이야. 우리 힙합은 간지가 최고로 중요한 장르지. 너희들이 힙합을 시작한 이유도 래퍼들이 간지나서잖아?
참가자들 모두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다시 물어볼게. 내가 부가티가 아닌 SUV를 몬다고 간지가 안 나나?
모두가 다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물론 래퍼들이 그런 경향이 없다고는 말 못해. 여자, 자동차, 돈. 자기를 치장한 장신구로 멋을 드러내는 건 흔하니까. 하지만 우리 장르의 진정한 멋은 그런 데서 나오는 게 아니야.
힙합에 대한 지론을 말하는 그의 눈이 이글거린다.
왜 이 사람이 힙합계 원탑이라고 불리는지 이해가 가는 기분이었다.
-다른 장르와 비교했을 때 우리 장르의 매력은 바로 직설적으로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거야. 그 어떤 장르도 우리처럼 하고 싶은 말을 리스너에게 바로 할 수는 없지. 그러니까….
그가 진심어린 얼굴로 지망생들에게 조언했다.
-너만의 이야기를 찾아서 그걸 들려줘. 백 명의 사람이 있다면 백 명의 멋이 있는 법이야. 너만의 매력을 찾아서 그걸 진실하게 들려줘. 너희들에겐 할 이야기가 어마어마하게 많다고.
아마 콜드 브라운 본인의 인생에서 나오는 조언이 아닐까 싶다.
빈민가나 스트릿 갱 출신이 가득한 미국 힙합씬에서 콜드 브라운은 중산층이라는 이질적인 출신이었다.
그 때문에 디스도 어마어마하게 당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꾸준하게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하면서 결국 꼭대기까지 오른 건 콜드 브라운이었다.
다른 래퍼들이 마약으로 훅 가거나 자기관리에 실패할 동안 꾸준히 활동해 결국 인정받은 인물.
“…….”
“…….”
레전드의 진심 어린 조언에 참가자들의 표정이 저마다 다를 때.
콜드가 웃으며 마이크를 들었다.
-물론 지금 내 조언을 이해한다고 해서 너희가 최고가 될 수 있는 건 아닐 거야. 하지만 이거 하난 확실해. 내 조언을 이해하게 된다면, 적어도 너희는 이 일로 먹고 살 수 있게 될 거야.
그 말이 끝나면서 내가 박수를 치며 눈짓했다.
‘환호.’
눈치 빠른 참가자들을 필두로 미친 듯이 박수를 치는 참가자들.
그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수군거리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근데 뭐라고 한 거야?”
“나 영어 모르는데… 너 알아들었어?”
“몰라. 아무튼 차가 많대.”
속사포 같은 콜드의 발언이 모두 끝나고 나서 통역사 분이 통역을 이어 갔다.
곧이어 나오는 뜨거운 환호성.
그런 래퍼 지망생들을 바라보며 콜드 브라운이 따스한 한숨을 내쉬었다.
「과연 몇 녀석이나 내 말을 이해할지….」
나를 포함해 심사위원들 모두가 공감 가는 미소를 지었다.
대부분 비슷한 마음이다.
프로가 아니라 아직 어설픈 아마추어에 가까운 참가자들.
그 때문에 내 심사평을 듣고 조금 더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조언을 하지만, 참가자들이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할 거란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으니까.
래퍼 머신건이 말했다.
“그 길 위험하니 가지 말라고 해도 기어이 가서 빠진다니까. ‘쌤 진짜 여기 아니었네요’ 하면서. 그러고 나서 자기들도 자기네 후배들한테 그 길 가지 말라고 해. 그러면 후배의 후배들은 또 가고….”
내가 웃으며 대꾸했다.
“겪어 봐야 아는 것도 있으니까요.”
“그죠.”
그때 유일한 여성 래퍼인 실리가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뭐, 우리도 그랬잖아요. 위에서 하지 말라는 거 다 하고.”
“그건 그렇지.”
심사위원들이 머쓱한 미소를 주고받는 가운데.
이제 자신이 멘토링을 맡고 있는 마지막 팀이 나오면서 헤이션이 뒤로 빠졌다.
그러곤 내게 말했다.
“그래도 우리 팀 지혁이는 애가 참 괜찮아. 피드백을 들으면 바로바로 수용하거든.”
“그래요?”
“후후. 우리 지혁이 잘 부탁… 아, 다들 왜 그래?”
다른 래퍼들이 청탁하는 거냐며 장난스럽게 비난하면서 헤이션이 투덜거렸다.
그가 내게 말했다.
“하여튼 방송 끝나면 우리 레이블로 꼭 데려갈 인재야.”
“호오….”
“보면 알아.”
아까 리허설 때도 잘한다고 느꼈는데 과연 본 무대는 어떨지 궁금하다.
곧이어 흘러나오는 4조의 VCR.
4조의 연습 영상이나 비하인드 영상을 감상하는 동안 ‘지혁아!’ 하며 외치는 소리가 잠시 들려왔다.
인기 있는 참가자들은 벌써 팬이 좀 붙은 모양이었다.
-네. VCR 재생 끝났고요. 4조 올라와 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 싸이퍼 미션을 하게 될 4조가 올라왔다.
지난 미션에서 팀 리더가 된 김지혁과 팀원들이 인사를 하는 가운데, MC인 리토가 말했다.
-네, 무대를 앞둔 4조의 각오 한 번 들어 볼까요?
-두말할 필요 있을까요? 무대로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심사위원들에게 잘 보이려는 멘트를 했던 다른 조와 달리 자신감 넘치게 단언하는 어조.
래퍼들이 어쭈 하며 웃었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거지?
-너무 자신감 넘치는데. 나 갑자기 얄미워지려고 그래.
-제 점수는요.
선배 래퍼들의 놀림에 참가자들이 급하게 손사래를 쳤다.
기본적으로 호감 가는 참가자들이 모인 팀이라 그런지 바라보는 시선들이 곱다.
김지혁이 손사래를 치며 하트를 보냈다.
그 모습을 귀엽게 지켜보던 심사위원들이 웃을 때, 리토가 마이크를 들었다.
-특별 심사위원님들한테도 어필 한 번 해 보시죠.
-저…….
잠시 고심하던 김지혁이 나를 바라보았다.
-우주 선배님.
-네.
마이크를 든 나에게 김지혁이 수줍게 말했다.
-저희 할머니께 허락 받고 처음으로 방송에 공개하는 사실인데… 저희 외할머니 성함이 송덕순이십니다.
-……!
그 순간 점수판으로 올라가는 내 손.
콜드가 내 손을 덥석 붙잡으면서 현장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