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867화 (867/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867화

같은 시각.

비슷한 사건을 겪는 것은 뉴블랙의 막내뿐만이 아니었다.

“음?”

2018년 상반기 화제작으로 꼽히는 드라마 OST의 미팅을 위해 방송국을 방문한 서리혁.

“아이고. 리혁 씨 오셨구나. 여기 앉으시죠!”

“아, 네.”

기획 피디가 직접 의자까지 빼 주는 모습이 조금 당혹스러웠다.

“하하. 봄이라 그런지 날씨가 많이 더워졌네요. 리혁 씨 갈증 나실 거 같아서 아메리카노도 좀 사 왔습니다. 리혁 씨가 좋아하는 자메이카 원두로 만든 커피예요. 하하하!”

“저희가 커피 사 왔는데….”

“어휴. 얻어먹기만 하면 쓰나요!”

평소 하던 대로 제작진이 마실 커피를 사 왔는데, 이번에는 정반대였다.

받아먹기만 하던 방송국 사람들이 맛있기로 유명한 커피집 커피까지 공수해 와 있었다.

‘뭐지?’

서리혁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분명히 내가 모르는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 같은데….’

국민 아이돌이라는 타이틀 덕분에 실제 그들이 지닌 위상에 비해서 친근한 이미지를 가진 뉴블랙이었다.

톱스타긴 하지만 연예 관계자들이 그렇게 다가오기 어려워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래서 보통 친근하게 대화가 오가는 편이었는데….

갑자기 정중하게 나오는 방송국 사람들을 바라보며 의아할 뿐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팀 내에서 유일한 브레인을 맡고 있다고 자부하는 서리혁의 두뇌가 빠르게 회전했다.

여러 변수들을 고려하던 그의 머릿속에 뿅 하고 떠오르는 누군가.

선우주의 얼굴을 떠올리던 서리혁이 멈칫했다.

‘왠지 우주… 형이랑 관련이 있을 거 같은데. 잠깐만. 나 왜 머릿속에서도 형이라고 부르는 거지?’

데헷 하면서 브이를 그리는 선우주의 얼굴이 머릿속에 스쳐 갔지만 서리혁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너무 내가 그쪽을 의식해서 그런 거야.’

이상한 일이 있다고 해서 그게 모두 선우주와 연관이 있을 리 있겠는가.

그랬기에 그의 결론은 그보다 한 살 어린 막내와 비슷하게 흘러갔다.

‘역시….’

서리혁의 손이 날카로운 턱 끝을 매만졌다.

‘드디어 사람들이 나의 진가를 알아본 건가. 후후후.’

이런 면에서는 한 살 어린 동생과 별반 차이가 없는 메인보컬이었다.

* * *

그리고 이상한 일을 겪은 것은 형 라인도 마찬가지였다.

“이상하네.”

“뭐가.”

“오늘따라 방송국 사람들이 조금 더 친절하지 않았어?”

김비주의 말에 김중현이 고개를 들었다.

“음…….”

“그치?”

“으음. 그런가? 원래 어땠는지 기억이 안 나네.”

무심하게 답하는 친구의 모습에 비주가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유럽에서 인종 차별 비슷한 코멘트를 들었을 때, 다들 ‘뭐야’ 할 때 혼자 ‘오 땡큐’ 해서 유럽인들을 벙찌게 만들던 친구 아니던가.

대화 상대를 잘못 골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가 밥으로 뭐 먹을 거냐고 말을 거는 동안 비주의 눈앞으로 엘리베이터 층수가 하나씩 바뀐다.

‘아까 진짜 뭐였지?’

우주가 콜드 브라운과 국내에서 며칠간 프로모션을 하는 동안 그들도 쉬고 있는 게 아니었다.

늦은 밤과 새벽에는 다섯이 모여 밤을 새워 안무 연습을 하지만.

낮에는 각자 해야 할 일이 많았다.

뉴블랙 정도 되면 개개인이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연예인이었으니까.

워낙 5인조의 몸값이 비싸기도 하고, 그때그때 필요한 이미지에 따라 부를 멤버들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요리 관련이나 부드러운 이미지가 필요할 때면 비주가 소환되고, 머리를 쓰거나 노래와 관련된 것이면 리혁이 소환되고, 농사나 어르신 관련 프로면 중현이 소환되는 식이었다.

그 때문에 PBS의 <지금 내 고향은>에서 농촌 요리와 관련한 코너가 있어서 잠시 들렀던 2인조였다.

-엇, 안녕하세요! 어우~ 뉴블랙 분들 오셨구나.

그런데 방송국 복도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과장되게 잘 보이려는 인사를 해서 당혹스러웠다.

“방송국에서 그런 인사 처음 받아보지 않아?”

“그랬나. 오늘 식당 A메뉴 전주비빔밥이네. 나이쓰.”

“…….”

“요구르트도 나오네. 나 두 개 배식 받아야지.”

“…….”

비주가 한숨을 내쉬는 동안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6층.

하지만 그는 뒤따라 내리지 않는 친구를 바라보며 갸웃했다.

“야. 너 안 내려?”

“밥 먹으러 감. 수고.”

닫힘 버튼을 누르는 중현.

“야, 너…….”

문이 닫히고 7층으로 올라가는 동갑내기 친구를 바라보며 비주가 입을 비죽였다.

‘먹다 체해라!’

체하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상상이 안 되긴 하지만… 아무튼 저주를 퍼부은 비주였다.

평소처럼 6층 휴게실로 향한 그는 선객을 발견했다.

“음?”

초췌한 얼굴로 영양제를 입에 털어 넣고 있는 맏형.

비주의 얼굴이 환해졌다.

“형!”

“비주 왔어?”

하품을 쩍쩍 하는데 굉장히 피곤한 일정이었던 모양이다.

어제 <넥스트 미션> 녹화 때문인 것 같았다.

녹화에 대해 이것저것 묻던 비주는 이내 테이블에 올라와 있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음? 그거 제가 구운 쿠키 아니에요?”

“맞아.”

참가자 수에 맞춰서 쿠키를 줬는데 왜 여분이 있는 걸까.

우주가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참가자 중에서 안 먹겠다고 안 받은 사람이 하나 있어서. 뭐 속이 별로 안 좋았나 봐.”

“으음…….”

“그래서 내가 먹으려고.”

“그거 그냥 버려도 되는데. 제가 새로 구워 줄 수 있어요. 형.”

우주가 손사래를 치면서 쿠키의 포장을 뜯고 우물우물 먹었다.

꼭 무언가 굉장히 소중한 것을 먹는 듯한 표정이었다.

잠시 그런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비주의 눈동자가 스윽 움직였다.

“형. 저 궁금한 거 하나 물어봐도 괜찮을까요?”

“응응.”

“쿠키 안 받은 참가자 이름이 뭐예요?”

“콜록!”

잠시 사레가 들렸는지 콜록대던 우주가 웃으며 물었다.

“그건 왜?”

“그냥 좀 기억해 두려고요.”

방금 전 최애의 표정을 보고 뭔가 느낌이 온 선우주의 열혈팬이었다.

덕질을 오래 하다 보면 최애의 표정만 보아도 눈치를 챌 때가 있다.

‘뭐가 있었다…!’

뭔가 괘씸한 인물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쿠키를 먹을 생각이 없어도, 그 자리에서는 받아 두고 ‘고맙습니다 ㅎㅎ’ 하는 것이 보통 아니겠는가.

굳이 안 받겠다고 거절까지 했다는 이야기에서 위화감이 느껴졌다.

그냥 예의상 받으면 되는 사소한 선물을 안 받았다는 것은….

-저는 안 받을 건데요? 먹기 싫은데.

눈을 또랑또랑 뜨고 ‘안 받을 건데요?’ 하며 주변을 불편하게 만드는 그런 인물상이 떠오른다.

우주가 손을 내저었다.

“별일 아니었어. 그냥 조금 어리게 행동하는 사람이 있더라고.”

“어렸어요?”

“아니. 나랑 동갑.”

길 가다 모르는 사람이 욕을 해도 웃어넘기는 최애가 다소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다.

어떤 인간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 괘씸한 짓을 한 게 분명했다.

비주가 웃으며 물었다.

“그 참가자 이름이 뭐예요?”

“방요찬이라고 있어. 신경 안 써도 돼.”

“방요찬….”

비주의 얼굴에 화사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기억해 둬야지.’

쿠키를 꼭꼭 씹어 먹는 맏형을 바라보며 비주가 미소를 지었다.

속에서 스르륵 스르륵 갈리는 칼날.

우주가 기억력 자체가 좋아서 은원이 길게 가는 타입이라면, 비주는 일부러 기억을 하는 타입이었다.

‘방요찬이라고 했지.’

비주가 서늘하게 웃었다.

방요찬에게 어찌 보면 선우주보다 더 무서운 적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 * *

넥스트 미션의 촬영을 끝으로 3일간 한국 프로모션을 마친 후.

“우주 씨! 우주 씨! 여기 봐 주세요! 여기!”

“콜드!”

“한국에서의 일정 어땠습니까?! 앗, 영어로 물어봐야 하는데…!”

공항에 모인 기자들과 수플레들에게 인사를 마친 콜드와 나는 비행기에 올랐다.

「후우. 역시 전용기가 최고야.」

한국 사람들에게 임팩트를 주기 위해서 이코노미 클래스를 탑승했던 콜드 브라운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와 스탭들이 자기 집 안방처럼 편하게 앉는 가운데.

꽃무늬 담요가 있는 전용좌석에 앉은 나는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CP가 날아갔다고?”

“그렇대.”

석환 형이 내게 꽃바구니를 하나 내밀었다.

“제작진 측에서 보낸 선물이야.”

“음…?”

꽃바구니에 달려 있는 문구가 좀 이상하다.

[쾌유를 빕니다.]

눈을 깜빡이는 나에게 석환 형이 물었다.

“거기서 너 열 났다고 알고 있던데?”

“나 열 났어?”

“안 났어?”

“안 났어.”

잠시 이야기를 하다가 멈췄다.

뭔가 바보들끼리 이야기를 주고받는 느낌이라 석환 형과 내가 웃음을 흘렸다.

“제작진이 그날 있었던 일을 사과하고 싶다고 보낸 거야. 제작국장 명의로도 뭐가 왔는데 그건 부피가 좀 커서 회사에 있고… 아무튼 그렇대.”

이미 원석이 형으로부터 자초지종을 들은 석환 형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있었다.

꽃바구니를 보던 내가 속삭였다.

“CP가 날아간 거면… 역시 돈이 얽혀 있던 건가.”

“거의 확실하지.”

방요찬이라는 참가자의 태도를 보고 은연중에 짐작하고 있던 바였다.

아무리 친해도 혈연이 아닌 지인의 아들을 그 정도로 감싸는 건 보통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간 대표님이나 회사 사람들로부터 배운 격언이 하나 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 있다면, 보통 돈이 얽혀 있는 것이다.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아무리 제작국장이라고 해도 CP를 바로 날려 버리진 않았을 것 같다.

꽃바구니를 바라보던 내가 우리 TF팀장에게 말했다.

“K넷 제작국장님한테 감사 메시지 좀 보내 줘. 형.”

“알았어. 어떻게 보낼까?”

“바쁘신 상황에 프로그램 게스트까지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하다 정도면 될 거 같아.”

“특별하게 추가할 건?”

“답례로 우리도 선물을 보내 주는 게 좋을 거 같아.”

“알았어.”

‘우리 사이 괜찮은 거 맞지?’라는 묻는 K넷에게 괜찮다는 답장을 보내기로 결정한 후.

내 핸드폰에 뜬 <넥스트 미션> 참가자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중에서 삐딱하게 고개를 틀고 있는 빨간 머리가 보인다.

“저 친구야?”

내 옆자리에서 물음이 들려왔다.

비행기에 막 탑승한 조규환 이사님이 내 옆자리에 앉고 있었다.

“망나니처럼 행동하던 참가자가 하나 있었다면서.”

“네.”

“어떻게 처리를… 해 줄까 했는데 이미 처리를 했구나.”

“네, 더 이상 뭘 할 필요는 없을 거 같아요. 제작진도 칼을 갈고 있다고 들었거든요. 아마 방송 나가면…….”

지금까지 문제 될 부분을 편집시켜 주던 보호막이 사라진 참가자.

특별하게 편집을 거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나가기만 해도 큰 이슈가 될 만한 인성이었다.

방요찬의 얼굴을 흘깃 바라보던 조규환 이사님이 시선을 돌렸다.

“그럼 우주 네가 영입하고 싶다고 한 참가자는?”

“이 친구요.”

스크롤을 내려서 [37번 김지혁]이라는 이름이 붙은 참가자의 사진을 보여 주었다.

“말 들어 보니까 이사님이 진행하는 3차 면접까지도 올라와 본 적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 음…….”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던 이사님이 아! 하고 말했다.

“기억이 좀 나네. 이 친구. 춤이 조금 아쉬웠지.”

“많이 못 췄나요?”

“아니. 그건 아닌데… 조금 몸이 뻣뻣하다 하는 정도.”

그럼 왜 탈락을 한 거지 하고 궁금해할 때.

“그보다 잘하는 지원자들이 너무 많았어서. 진후나 복수 같이 우리 연습생들이 되게 순해 보이지만 걔네 다 1000대 1씩 뚫고 들어온 애들이거든. 지금은 아마 2000대 1까지도 갈 것 같고.”

“흐어…….”

“우리 회사가 누구들 덕분에 인기가 좀 많아서.”

나를 바라보며 웃던 조규환 이사님이 물었다.

“그래서 영입을 하고 싶어?”

“뭔가 좀 보이는 거 같아서요.”

콕 찝어서 뭐라고 설명하기는 아직 힘들지만 무언가 눈에 들어오는 게 있었다.

“한 번 기회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아서요. 이사님 생각은 어떠세요?”

“네가 좋다면 나도 좋지.”

조 이사님이 깍지를 끼고 말했다.

“프로그램에서 좋은 쪽으로 인지도를 쌓은 참가자면 제법 도움이 될 수도 있고. 과거사가 있다면 프로그램 도중에 터질 테니 검증 문제도 해결된 셈이고. 몇 가지 좋은 점이 있겠지만… 일단 네 눈에 뭔가 보였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그것만으로 고려할 이유는 충분해.”

나를 띄워 주는 이사님의 말에 부끄러움을 느낄 때.

조규환 이사님이 말했다.

“대표님에게도 말해 둘게.”

“감사합니다. 이사님.”

“그보다 너 얼굴이 반쪽이다. 우주야. 잠을 좀 자야겠어.”

“괜찮아요. 이사님이야말로 많이 피곤하실 텐데, 혹시 담요 없으시….”

내 꽃무늬 담요를 덮어 주려고 하니 이사님이 질겁했다.

이내 담요를 덮고 안대를 하면서 이사님에게 속삭였다.

“이사님… 방금 이사님의 표정 때문에 저는 마음의 상처를 받았어요…….”

귓가에 큰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 * *

이번 미국 프로모션의 목표는 간단하다.

빌보드나 롤링스톤 같은 잡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래리 고든 쇼와 같은 유명 토크쇼 두어 곳에 나간다.

거기에 간단한 뮤비 촬영.

그리고 오디션 프로 에서 간단하게 무대를 하고 복귀하는 것이다.

마무리로 이번 선명주 전기 영화의 제작을 맡아준 프랭크 차우와의 미팅은 덤이었다.

“Home sweet home.”

전세기가 LA에 내리자 콜드 브라운이 심호흡을 하고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고향이군.」

그러면서 날 돌아보며 말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진귀한 대접을 받았으니 이번엔 내가 갚아 줄 시간이야. 다들 숙소는 잡았어?」

「네.」

「취소하고 다 같이 내 별장에 묵도록 해. 거기에 서른 명 정도는 수용 가능하거든.」

우리 스탭들이 눈을 휘둥그레 뜨며 어머 할 때.

콜드가 매니저를 불렀다.

「벤!」

「네, 콜드.」

「LA 최고의 레스토랑들에 전화를 걸도록 해. 귀한 손님들을 모시고 갈 테니 제대로 준비하라고. 그리고 써니?」

그가 내게 씩 웃으며 물었다.

「NBA 경기에 관심 있어?」

「네, 있어요.」

「좋았어. 1열 뷰가 어떤지 내가 보여 주지.」

아낌없이 베풀어 주는 콜드 브라운의 모습에 다들 와아 하며 입을 벌렸다.

그동안 경호원들이 콜드에게 속삭였다.

「파파라치가 있습니다. 콜드.」

「오. 그래? 어디?」

파파라치가 있다는 소식에 콜드 브라운이 활짝 웃으며 그쪽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대개 내가 지금까지 보았던 할리우드 스타들과는 다른 반응이었다.

헤일리만 해도 어맛 시발을 하며 후드를 뒤집어쓰거나 피하는데, 콜드는 익숙하게 인사하고 있다.

내가 물었다.

「파파라치를 안 싫어하나요?」

「싫지. 내 사생활을 침범하는 놈들인걸.」

「그러면….」

「사진이란 건 희소해야 잘 팔리는 거야. 써니. 파파라치들을 발견할 때마다 손을 흔들어 주고 사진 찍어 준다면 내 사진의 가치는 하락하기 마련이지. 내 사진이 안 비싸면 자연스럽게 몰리는 파파라치도 적고.」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말해 주던 콜드 브라운이 씩 웃었다.

「자! 그럼 가 보자고.」

본격적으로 시작한 미국 스케줄.

매거진 인터뷰가 시작하면서 왜 나는 콜드가 우리에게 그토록 잘해 주는지 깨달았다.

「와우. 지금 미국에서 가장 핫한 두 남자를 이렇게 만나게 되네요…!」

「두 분의 콜라보는 어떻게 성사된 건가요? 저희 매거진 독자들 모두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두 분, 어떻게 자리는 편하신가요?」

어딜 가나 마주하는 과도한 친절.

그렇다.

Answer가 제대로 대박이 나 있었다.

한국에서는 그냥 ‘노래가 좋다’ 정도의 분위기였는데, 현지에서는 진짜 잭팟이 터져 있었다.

「이대로 가면 빌보드 Hot 100 1위로 진입할 거란 이야기가 있던데요. 기분이 어떠세요?」

잡지 에디터가 대놓고 1위로 진입할 것 같다고 할 만큼 음원 성적의 추이가 좋았다.

차량을 타고 이동하는 동안 라디오에서 콜드 브라운과 내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인터뷰를 위해 화보 촬영을 할 때도 최대한 비위를 맞춰 주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분위기.

METRO가 꽤 대박이 났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장소를 이동할 때마다 파파라치들이 떼거리로 쫓아오는데, 나한테 붙은 사생들이 튕겨 나갈 정도였다.

「…정신이 하나도 없군.」

이미 현지에서 톱스타인 콜드조차 어안이 벙벙한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각종 잡지와의 인터뷰나 화보 촬영들이 끝난 후.

우리는 첫날 마지막 프로모션을 위해 잘나가는 토크쇼인 <래리 고든 쇼>를 찾았다.

2년 전 프로모션을 할 때 헤일리와 함께 찾았던 장소였다.

그때 당시에 노래만 부르고 갔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번에는 콜드와 함께 토크까지 진행했다.

「지금 미국에서 가장 핫한 노래 로 돌아온 두 남자입니다. 환영해 주시죠! 콜드 브라운과 뉴블랙의 우주!」

안경을 쓴 호감상의 남자, 래리 고든이 의 썸네일이 담긴 사진을 들고 외친다.

「어서 오세요!」

「와아아아아아!」

환한 조명.

박수를 치는 알록달록한 눈동자의 미국인들.

시차 적응하기도 전에 외국 토크쇼를 나오니 조금 낯선 감이 있긴 했지만, 이번에는 콜드가 나를 잘 이끌어 주었다.

푹신한 소파에 앉아서 자연스럽게 토크를 하는 콜드.

「…그래서 써니와의 작업이 성사가 되었죠. 평창 올림픽 개막식에서 정말 큰 감명을 받았어요.」

「그렇군요.」

안경을 쓴 래리 고든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그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써니. 일단 이건 말해야겠어요. 이번 올림픽의 개회식과 폐회식 모두를 봤는데 정말 어마어마하더군요. 올림픽 퍼포머로 활약한 것에 대해 정말 대단하다고 말을 하고 싶습니다.」

그의 칭찬에 방청객들이 ‘와아아!’ 하며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올림픽 직캠의 조회수가 얼마라고 언급을 하던 래리 고든이 내게 올림픽에 대한 것을 물었다.

「올림픽에서 재미있는 일화들은 없었나요?」

「많았죠.」

우리를 만나러 온 왕족이나 귀족들과의 만남에서 당황했던 이야기를 비롯해 미국인들이 흥미로워할 만한 에피소드를 풀 때.

올림픽 직캠으로 빌드업을 하던 호스트가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콜드. 이번에 한국에서 아주 재미있는 활동들을 하셨다죠?」

「맞아요. 정말 재미있었죠.」

「정말이지 즐기고 왔던 것 같더군요.」

「?」

익살맞게 웃던 호스트가 ‘Watch this video clip’ 하면서 눈짓했다.

곧바로 토크쇼 스크린에 영상이 몇 가지 떠올랐다.

-[4K 직캠] Cold Brown - Answer

-[앵콜 직캠] 콜드 브라운의 귀요미 춤

뽀샤시한 필터가 들어간 아이돌처럼 뽀얗게 나온 콜드의 썸네일이 있는 무대 영상 하나.

그리고 앵콜 무대 영상 하나.

간지 나는 래퍼와 안 어울리는 뽀송뽀송한 필터에 현장에서 웃음이 터지기 시작했다.

힙합의 스웩을 풍기며 느슨하게 앉아 있던 콜드가 척추 기립근을 되찾았다.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

「저게 뭐야?」

내가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한국 음악 방송에서는 직캠이라는 게 있어요. 콜드.」

「!」

「어? 알고 춤 춘 거 아니었어요?」

「!!」

「괜찮아요. 흔한 직캠….」

…이라고 말을 한 순간 영상이 재생됐다.

앵콜 때 중계가 끝나면서 카메라가 꺼진 줄 알았던 콜드 브라운이 걸그룹 춤을 추고 있었다.

현장에서 커다란 폭소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어…….」

망부석처럼 굳은 콜드의 어깨를 내가 토닥였다.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한국에는 이런 말이 있어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

「화이팅.」

양손으로 주먹을 쥐어 보이는 내 모습에 콜드 브라운이 눈을 지그시 감았다.

역대급 흑역사에 터져 나오는 웃음들.

「미안해요. 콜드.」

「입가에 손 내려 봐.」

「아, 안 돼요.」

「내려 보라니까.」

「꺄….」

콜드가 내 손을 붙잡고 내렸다.

「꺄르르르륵!」

「야!」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