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870화
서바이벌 오디션의 생방송을 앞둔 그 시각.
평소보다 쭉쭉 올라가는 시청률 그래프를 바라보던 미국 방송국의 직원들이 혀를 내둘렀다.
“대체 이건 뭔…….”
쭉 올라가는 그래프.
광고 타임인데도 벌써부터 시청자들이 바글바글하고 있었다.
이 인기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평소보다 꽤 높다.
“저게 다 뉴블랙의 팬들인 거야?”
“맞을걸. 지금 인터넷에서 버즈량이 폭증하고 있어.”
“Wow.”
직접 눈으로 보이는 수플레들의 물량에 방송국 직원들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을 때.
‘후우.’
수플레들은 TV를 튼 채 대기 중이었다.
평소였더라면 시청률도 올려 주기 싫었을 프로그램이지만 오늘은 예외였다.
그들이 애정하는 가수가 나오니까.
“흐음…….”
그들의 시선이 SNS로 향했다.
최근 들어 새롭게 등장한 세력이 트위터를 뒤덮고 있었다.
-저번 주 콜린 개쩔었어
-테리 오스틴 (눈물 이모티콘) 그는 정말 이 시대의 천재야. 우린 어쩌면 지금 새로운 전설의 탄생을 목도하는 걸지도.
-(동영상) 저번 주 헌터와 제이콥의 모먼트
-콜린 1위 축하해
-콜린♡
참가자들의 무대 영상 클립이나 사진 등등.
의 애청자들이 SNS를 야금야금 잠식하는 것을 바라보며 수플레들이 눈을 가늘게 떴다.
‘이 새끼들.’
저런 글들은 전혀 문제가 없다. 덕질이야 자유롭게 하는 거니까.
문제는 중간중간 보이는 글이었다.
-솔직히 내 취향은 라잇업에 더 가까운 거 같아
-뉴블랙에게 나쁜 감정(hard feelings)은 없음. 다만 그들은 지나치게 깡말랐고 섹시하지 않아
-나만 이상한가? 뉴블랙의 인종구성은 뭔가 부자연스러워. 전부 아시안이잖아.
-부자연스러운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님. 그들의 무대는 너무 기계적이고 짜여져 있어서 서커스를 보는 기분이야. 조금 더 내츄럴하고 자연스러운 무대를 보여 주면 좋을 텐데 말이야
-솔직히 뉴블랙 무대보다 라잇업 참가자들이 훨 나음. 정말 여러 면에서 그래
그냥 자기 애들 찬양이나 하면 될 텐데.
계속해서 뉴블랙을 깎아내리면서 ‘우리 애들은 대단해!’ 하는 글들이 자주 보였다.
미국의 수플레들이 날카롭게 눈을 빛냈다.
‘아무리 봐도 전문적인데.’
조직적으로 K팝과 뉴블랙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를 하며 자기들끼리 좋아요를 찍어댄다.
백 퍼센트 배후에 세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물증이 없는 상황.
왠지 가짜 계정 같은 것도 보이고.
글 하나가 올라올 때마다 동의하는 답들이 빠르게 달린다.
뉴블랙은 지는 해고 이 대세라면서 여론 몰이를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몰랐던 뉴블랙의 인종 차별적 언행들 (증거 있음!!) (클릭해 줘)
-그래미 신인상 타고 싶어서 미국에서 신인인 척했던 뉴블랙은 사실 14년도부터 데뷔했음
-Answer가 논란의 중심인 이유 5가지 (스포티파이 편법 차트진입 의혹)
-실력 좋은 가수로 포장했던 뉴블랙의 충격적인 진짜 실력
-뉴블랙이 같은 아시안인 일본인들에게도 미움 받는 충격적인 이유
어찌나 심한지 지금까지 있던 뉴블랙의 루머 중 80퍼센트가 최근 몇 달 동안 만들어졌을 정도였다.
잘 모르는 머글들이 보면 ‘진짜 그런가?’ 싶을 만한 상황.
그러면서 에 대해서는 찬양을 하고 있었다.
-정말 미국스러운 보이밴드가 탄생하는 걸 보는 기분이야
-콜린은 진짜 섹시해
-헌터는 진짜 내가 본 최고의 핫가이야
-라잇업의 참가자들은 볼 때마다 응원하고 싶어지는 기분이야. 뭔가 그들에겐 밝은 매력이 존재해.
-라잇업 만든 테리.. 당신 정말 천재야
-테리 오스틴은 진심 천재임
프로듀서의 칭찬까지 끼어 있는 것을 바라보며 수플레들이 어처구니없는 웃음을 흘렸다.
‘정상적이지 않아.’
어떤 아이돌 팬들이 프로듀서의 사진을 올리거나 찬양한단 말인가.
박규호 대표처럼 ‘rich bald guy’ 같은 밈으로 소비된다면 모를까.
여러모로 비정상적인 정황들이 눈에 띄고 있었다.
아무리 지금의 오디션이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해도 이 정도로 팬덤이 클 순 없었다.
하지만….
-그래서 증거 있음?
명확히 물증은 없는 탓에 이런 의혹을 제기하기도 힘들었다.
오히려 의혹을 제기하며 난리 치는 수플레들에게 ‘K팝 극성팬’ 같은 꼬리표만 붙을 뿐.
계속해서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상하다. 우리가 화력으로 밀릴 수가 없는데?’
애초에 팬덤 숫자가 비교가 안 되는데 이럴 수는 없는 거였다.
하지만 그런 일이 정말 벌어지고 있었다.
뉴블랙을 음해하는 이들의 숫자가 마치 기계나 알바처럼 계속해서 불어나는 바람에 맞상대가 힘들 지경.
게다가 계속해서 대세인 척 SNS 글을 쏟아내면서 멋 모르는 머글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주로 보이밴드에 호감을 가지고 있지만, K팝에는 흥미가 없던 이들이 쭈르륵 빨려 가는 모습.
그걸 지켜보는 라잇업의 팬들도 점점 기세등등해지고 있었다.
-우리 진짜 대세인가 봐
-뉴블랙 지호의 검색량 기록을 이번에 깼대!
-이번 주에 콜린 버즈량이 뉴블랙 우주를 앞질렀다는 거 봤어? 나 정말 너무 자랑스러워.
기세등등하게 자랑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수플레들이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아 빡쳐.’
올망졸망한 빵들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고 있을 때.
그들의 어깨 위로 거대한 손들이 올라왔다.
-무슨 일이냐.
본토의 수플레들이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며 그들에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곧바로 미국의 수플레들이 눈물을 쏟았다.
-Unnie! 저 너무 분해요!
-돈 받은 애들이 설쳐 대는데 우리가 화력에서 밀리고 있어요!
-하… 나 Han 맺히는 거 처음이야….
‘음?’
하지만 본토의 수플레들에겐 익숙한 광경이었다.
분해서 울먹이는 미국의 팬들을 바라보며 그들은 깨달았다.
‘아. 얘네는 아직 제대로 싸워 본 적이 별로 없구나.’
데뷔 초부터 음방 1위를 두고 TNT 팬들에게 극딜을 당하고, 텐틴뉴라는 광기의 시대를 거쳐 온 수플레들.
악성 루머는 기본이고 알바들까지 상대하던 한국 팬들에겐 별달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영광의 상처를 흉터처럼 지니고 있는 수플레들이 조언을 해 주었다.
-이럴 때는 잠깐 기다려 봐.
이런 싸움의 진정한 승패는 팬덤 싸움에서 누가 더 우월한 화력을 지니고 있느냐에 갈리는 게 아니었다.
자본을 투입한다고 1등이 됐으면 뉴블랙이 1등이 될 일은 없었을 테니까.
결국 아이돌 간의 인기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두 가지.
하나는 바로 곡의 퀄리티.
또 하나는 바로 무대.
-결국에는 노래 좋고 무대 잘하는 사람이 이긴다.
그런 면에 있어서 그들의 가수는 단 한 번도 패배를 경험해 본 적 없는 사람이었다.
한국의 수플레들이 조용히 미소를 지을 때.
[Light It Up! 시작합니다!]
광고가 끝나고 마침내 의 본방송이 시작됐다.
* * *
“후우.”
백스테이지에서 숨을 고르며 기지개를 켰다.
무대 자체는 딱히 힘든 편이 아니지만 빠듯하게 리허설을 진행하다 보니 숨 고를 틈이 없었다.
근처에 서 있던 콜드가 어깨동무를 하며 물었다.
「어때, 써니. 떨려?」
「긴장감이야 항상 있죠.」
씩 웃으며 답했다.
「무대를 하기 전에는 항상 떨리는 거 같아요. 그게 큰 무대든 작은 무대든 간에… 그저 적응하는 거죠.」
「맞는 말이야. 껌 씹을래?」
껌을 질겅이는 래퍼에게 괜찮다고 손사래를 들어 보였다.
내 컨디션을 확인하던 선배 가수의 발걸음이 이내 다른 쪽으로 옮겨 갔다.
오늘 무대에서 연주를 맡아줄 재즈 뮤지션들이었다.
「오늘 기분이 어때요. 여러분?」
「최고예요!」
흑인 권리 운동 쪽에도 발을 걸치고 있어서 그런지 콜드 브라운을 바라보는 흑인 뮤지션들의 시선이 따뜻하다.
단순히 인기 가수가 아니라 자신들의 아이콘 같은 존재로 여기는 분위기.
흑인들 사이에서 독립운동가 급이라 건드리면 욕을 먹는다는 말을 듣긴 했는데, 실제로 그 영향력을 보니 신기하다.
콜드가 씩 웃으며 내게 시선을 돌렸다.
「보이지?」
그 자랑에 내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일 때였다.
재즈 뮤지션들이 이번에는 내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선명주 님의 아들을 만나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하하.」
뮤지션들이 내게 덕담을 건넸다.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선명주 님이 제 교수님의 스승님이거든요. 레이먼드 바클리 교수님 아시죠? 그분이 제 선생님이에요.」
「아버님 공연 정말 잘 봤습니다. 하하.」
「이번에 우주 당신이 만든 Answer도 정말 좋던데요. 재즈 음악인으로서….」
어디 왕실의 적통 후계자를 대하듯이 나를 바라보는 모습에 콜드에게 시선을 돌렸다.
「봤죠?」
나의 영향력이 보이냐는 말에 콜드가 경쟁심을 느끼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무대 아래서 친목을 다지고 있을 때.
[오늘의 라이트 잇 업-!]
MC를 맡은 인기 배우가 관객들의 흥을 돋우며 생방송 멘트를 시작하고 있었다.
과연 누가 오늘 탈락할지.
오늘 누구의 무대가 제일 근사할지.
관객들의 흥미를 돋우던 MC가 심사위원들을 소개하면서 참가자들이 무대에 마련된 좌석에 앉았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어마어마한 환호성이 연이어 들려오는 가운데.
인터컴을 끼고 있던 스탭이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할 시간입니다.」
연주자들이 먼저 무대 위로 올라가고 콜드와 내가 리프트에 자리를 잡았다.
보통 동생들이랑 어깨와 머리를 맞대고 ‘잘하자’ 하면서 화이팅을 해야 하는데 안 하니 허전하다.
그 대신 손을 흔들어 주는 매니저들에게 씩 웃고는 중얼거렸다.
“…형 무대 잘하고 올게.”
손에 빙글빙글 돌리던 마이크를 착 감아쥐고는 눈빛을 고쳤다.
* * *
인기리에 방영 중인 서바이벌 TV 오디션.
리얼리티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나라답게 Light It Up은 최근 미국인들 사이에서 핫하게 떠오르는 프로그램이었다.
[지미의 무대를 보고 처음 든 생각이 그거였죠. 우웩.]
[제가 완전히 부숴 버릴 거예요.]
풋풋한 외모의 참가자들이 서로에게 날선 멘트를 날리고.
[이딴 실력으로 방송 무대에 설 생각이라면 당장 관두는 게 좋을… 뿌우웅. 에이든, 내 방귀 소리가 그렇게 웃긴가? 웃을 때가 아닐 텐데? 내 뒷구멍이 너보단 노래를 잘한다는 게 증명된 셈이니까.]
트레이너들의 독설은 기본.
거기에 참가자들끼리 무대를 꾸릴 때마다 펼쳐지는 기싸움과 정치질까지.
이 과정에서 시청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얻은 참가자들은 벌써부터 핫하게 떠오르는 중이었다.
그 때문에 현장에서도 플래카드가 가득했다.
-우린 널 사랑해 콜린!
-팀 헌터
-제이콥은 캐나다의 자랑
열렬한 분위기 속에서 마침내 생방송이 시작됐다.
참가자들과 심사위원들이 하나씩 입장하고 코멘트를 주고받으며 열기를 더할 때.
[자! 이제 오늘 무대의 불을 밝혀 줄(light up) 가수는 과연 누구일까요?]
인기 있는 가수들을 초청해서 오프닝 무대로 ‘불을 밝혀 준다’는 컨셉.
녹화의 시작을 알리고, 선배 가수로서 참가자들의 열정에 불을 지펴준다는 의미가 담긴 축하 무대는 의 명물 중 하나였다.
‘오늘은 누가 나오지?’
방청객들이 기대감을 빛낼 때.
[이 나이쯤 되면 인생에 대해 의문이 생길 때가 종종 있죠. 가끔 우리만의 해답(Answer)이 필요할 때도 있다고 느낍니다.]
Answer라는 키워드에 관객들이 환호성으로 답했다.
‘콜드 브라운이다!’
방청을 온 일반인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눈을 휘둥그레 뜨는 장면들이 카메라에 리액션으로 잡힐 때.
MC가 암전된 무대를 가리키며 소개했다.
[이 시대 최고의 래퍼와 국제적인 슈퍼스타 그룹의 보컬!]
[박수와 환호성으로 반겨 주시길 바랍니다! 콜드 브라운과 우주!]
환호와 박수를 보내던 방청객들이 고개를 쭉 내밀었다.
슈퍼볼 하프 타임쇼나 글래스톤베리 같은 곳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콜드 브라운의 공연.
거기에 요즘 핫하다는 뉴블랙의 우주까지!
방청객들뿐만 아니라 앳된 얼굴의 참가자들도 눈을 빛내며 고개를 내밀었다.
“와아아아아아아!”
환호성 속에 무대에 조명이 들어왔다.
색소폰 연주자가 눈을 감은 채 기가 막힌 멜로디를 연주하고.
다른 악기들이 끼어들기 시작하면서 재즈였던 음악에 비트가 깔리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동시에 무대 위로 올라오는 리프트.
검은 후드를 입은 두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힙합 비트에 가볍게 몸을 맡기던 콜드 브라운이 마이크를 들었다.
-Light it up! Make some noise-!
우주와 자신을 소개하며 힙합 비트에 몸을 흔드는 그의 모습에 참가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개쩐다!’
10대가 대다수인 참가자들.
요즘 가장 인기인 힙합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참가자들과 관객들의 흥이 달아올랐다.
콜드 브라운이 내레이션을 읊조렸다.
Marcus said,
Waste no more time arguing what a good man should be.
우주가 마이크를 관객들에게 내밀었다.
관객들의 대답.
“Be one!”
다시 한번 환호성이 터지고 콜드 브라운의 랩이 시작됐다.
허공에 손을 뻗으며 누군가 대화하듯 랩을 하는 래퍼. 그의 입술이 리듬감 있게 움직였다.
그가 이야기하는 자신의 인생.
그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조명의 색이 변했다.
슬픈 기억을 회상할 때는 보랏빛이 되었다가, 아름다운 추억이 나올 때는 분홍빛이 노을 지듯 무대에 일렁이기도 하고.
진실된 가사가 가진 힘을 알고 있는 가수였다.
그래미 빼곤 다 이뤘어
부탁이니 크게 웃지는 마
그래미를 디스하는 코러스에 관객들이 따라 부르며 즐겁게 웃을 때.
파도 치듯이 너울지던 가사가 끝나고.
풍랑에 몸을 맡기다 마침내 해변에 도착한 사람처럼 콜드 브라운이 읊조렸다.
그래서 말이야
난
그 순간, 우주가 걸어 나오면서 마이크를 들었다.
난 이제 답을 알 것 같아
내가 헤매던 그 답
너도 알고 있잖아
You know what it is 하는 가사가 메아리치듯 관객석으로 퍼져 나갔다.
맑은 목소리.
방금 전까지 힙합 가수의 묵직한 목소리를 듣고 있던 이들의 귀가 탁 트였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온몸에 소름이 쫙 돋으면서 환호성이 나왔다.
재즈 뮤지션들의 연주 속에서 우주가 부드럽게 웃으며 마이크를 들었다.
근사한 끝음처리.
여전히 메아리처럼 귀에 남은 후렴에 다들 눈을 휘둥그레 뜰 때.
곧이어 2절이 나오면서 이번에는 우주의 싱잉랩이 부드럽게 이어졌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음?”
프로그램의 시청자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까지 오디션에서 K팝 아이돌을 두고 했던 이미지 메이킹과 전혀 달랐기 때문이었다.
-춤은 잘 추지만 보컬이나 다른 부분이 아쉽다.
서로를 바라보며 ‘wow’ 하는 관객들이 카메라에 잡힐 만큼 노래를 잘한다.
지금 콜드 브라운 옆에서 랩도 하고 있고.
-K팝 아이돌은 자기 안무하기 바빠서 관객들이랑 소통도 안 한다. 그래서 부자연스럽다.
콜드 브라운과 같이 무대를 누비면서도 관객들과 아이 컨택을 하며 웃고 있다.
지금도 관객들이나 심사위원들과 눈을 마주치며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화려하게 그 색채를 바꿔 가는 조명처럼 우주의 싱잉랩이 부드러운 선율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보이밴드… 아니었나?’
의 주요 시청자들은 대체로 메이저한 취향의 일반인들.
낯선 K팝에 대한 이미지 때문에 무대 자체를 접하지 않았던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동안 3절에서 노래하던 우주가 참가자들에게 다가갔다.
“와아아아아!”
유명한 인물이 자신들에게 다가오면서 환호하는 참가자들.
그런 이들에게 우주가 자신의 후드티를 벗어서 던져 주었다.
곧바로 펼쳐지는 아귀다툼.
“나! 나 가질래!”
“나!”
“내가 먼저 집었다!”
관객들처럼 즐거워하는 참가자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프로듀서인 테리 오스틴이 속으로 분통을 터뜨렸다.
‘저 머저리 같은 놈들!’
누가 봐도 급이 달라 보이는 모습 아니겠는가.
물론 인기 참가자들은 눈치 있게 적당히 호응하고 있지만, 분위기에 휩쓸린 참가자들이 체면도 없이 우주에게 손을 뻗고 있었다.
매력적인 미소를 지어 보인 우주가 손을 잡아 준다.
황송해하는 이들에게 웃어 주던 우주가 이번에는 심사위원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부드럽게 휘어진 눈이 뭐라고 말하는 것 같다.
너희가 뭐라고 하든 여기 있는 참가자들과 자신은 급이 다르다고.
-자! 다 같이!
똑같이 후드를 벗어 던져 준 콜드 브라운이 우주에게 어깨동무를 하면서 계속되는 3절 무대.
두 남자가 친구처럼 서로 어깨를 맞대면서 우주의 새로운 이미지가 머릿속에 각인되고 있었다.
‘우주=콜드 브라운 급’이라는 무의식적인 느낌.
그간 프로그램에서 뉴블랙의 실력을 깎아내려 왔던 이미지 메이킹 덕분에 오히려 우주의 무대가 더 고평가를 받고 있었다.
-Wow.
무대가 끝나고 능청맞게 웃는 뉴블랙의 리더.
뜨거운 환호를 보내는 관객들에게 손부채질을 해 보이던 우주와 콜드 브라운이 티셔츠 차림으로 섰다.
[와우! 정말이지 멋진 무대였습니다!]
MC가 다가와 추임새를 넣고 인터뷰가 짧게 이어진다.
멘토 컨셉으로 참가자들에게 조언을 몇 마디 해 준 콜드 브라운에게서 이번에는 우주에게 카메라가 향했다.
땀이 살짝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매력적인 미소를 짓는 우주.
[Light It Up에 대해 잘 알고 계시나요. 우주 씨?]
대답을 대신하듯 우주가 Light It Up의 메인 주제가를 따라불렀다.
참가자들이 부를 때는 풋풋했던 노래가 프로에 의해 원숙한 느낌으로 재탄생해 있었다.
바로 휘파람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실력 차이를 강조하는 건가.’
심사위원들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무대부터 시작해서 왠지 모르게 당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때.
-참가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이요? 음… 이건 콜드가 얼마 전에 해 준 말인데요. 여러분만의 매력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참가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진중하게 해 주는 우주.
그가 말을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들어 보니 우승 혜택이 빌보드 뮤직 어워드 공연이라고 하더라고요?
Well 하던 우주가 눈웃음을 지었다.
-그럼 빌보드에서 만나자고요. 우리.
누가 봐도 범접하기 힘든 선배 가수의 모습이었다.
* * *
같은 시각.
우주와 콜드 브라운의 무대가 끝나면서 미국의 수플레들은 쾌재를 지르고 있었다.
갑자기 말이 없어진 Light It Up의 악성 팬들.
수플레들이 그들의 근처에 가서 깐족거리기 시작했다.
-야. 야 다시 말해 봐.
-…….
-다시 말해 봐. 뭐라고 했지?
K팝 아이돌의 무대에 대해 안 좋은 말을 하던 이들이 이를 악물고 못 본 척하고 있을 때.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로 환호성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형들! 저기 봐요. 우리 두목이 또 해냈어요!”
“진짜 잘한다….”
“뭐, 미튜브 영상 수백 개 나올 거 같은데요. 중현이 형, 어디 가요? 연습하러 가요?”
요즘 들어 계속해서 자신들을 디스했던 이들에게 보란 듯이 수준 높은 무대를 보여 준 맏형.
수플레들과 졸개들에게 있어 속이 다 시원해지는 무대였다.
만약 실록이 있었다면 이렇게 적혔을 만한 무대.
-관종 5년, 미리견에 출정한 대왕이 냉갈 장군과 함께 오랑캐들의 본진을 불사르고 위엄을 빛내다.
-하여, 사(四) 졸개들은 대왕의 헌앙함에 눈물을 금치 못했다.
수플레들이 꺄르륵 웃으며 즐거워하는 가운데.
‘괜찮아. 그냥 무대 하나 하고 간 거야.’
뭔가 예상한 것과 전혀 다른 장면에 당황한 의 악성 팬들이 숨을 고를 때였다.
‘어?’
얼마 안 가 그들은 큰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