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871화 (871/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871화

우주와 콜드 브라운의 무대가 끝난 후.

광고 타임이 끝나고 다시 TV 중계 화면이 돌아왔다.

[이곳 패서디나 컨벤션 센터! 오늘 여러분들의 앞에 꿈을 좇는 소년들의 무대가 펼쳐집니다!]

MC의 멘트에 환호가 터진다.

그동안 무대 아래에 있는 1조 참가자들이 입술을 핥았다.

‘젠장.’

주먹을 쥔 땀에 식은땀이 흥건하다.

아직 방송이나 관중에 익숙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오늘은 평소와 다른 이유가 하나 있었다.

‘아까 무대가 자꾸 신경 쓰인다.’

고개를 흔들어도 선우주가 남긴 잔상이 흩어지지 않았다.

그만큼 충격적인 무대였다.

‘아이돌’이라는 직업군이 보여 줄 수 있는 이상향 그 자체.

더없이 감탄이 나올 만한 무대였지만, 문제는 그 무대를 보고 나니 자신감이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카메라 뒤에서 매번 심사위원들에게 듣던 말이 있었다.

-너희가 진짜 경쟁해야 할 대상은 여기 있는 참가자들이 아니야. 너희의 진정한 경쟁자는 뉴블랙이다.

프로듀서인 테리 오스틴이 매번 강조했다.

-K팝이라고 해 봐야 마이너한 장르야. 너희가 데뷔하기만 하면 바로 앞지를 거다. 충분히 이길 수 있어.

그들도 자신 있었다.

미국과 캐나다, 영국, 호주 등 4억 명이 넘는 영어권에서 온갖 분야의 에이스들이 모였다.

비보이 출신이라 춤을 잘 추는 멤버도 있고.

보컬만 해도 어지간한 기성 가수들과도 맞먹을 만하다는 평을 받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도저히 이길 엄두가 안 난다.’

저걸 무슨 수로 이긴다는 말인가.

재능이야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밥 먹고 무대만 10년 가까이 준비한 사람의 무대를 따라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숨이 턱 막히는 기분.

평소 심사위원들이 ‘뉴블랙을 이겨라’ 하면서 압박을 넣은 탓에 더 부담감이 심했다.

‘Shit, shit, shit…….’

속으로 욕설을 중얼거린 1조 참가자들이 카메라 앞에서 어색하게 웃어 보일 때.

마침내 1조의 무대가 시작됐다.

그리고.

대중들의 평은 비슷했다.

“음… 1조는 뭔가 아쉽네.”

“오늘따라 되게 좀 뻣뻣한 느낌? 긴장 많이 했나 보다.”

“그래도 귀여워.”

관객의 눈은 생각보다 예리하다.

참가자들이 품고 있는 긴장감이 고스란히 무대에 드러나면서 관객들도 묘한 변화를 알아차렸다.

심사위원들이 어색하게 웃으며 상황을 넘겼다.

[오늘따라 다들 긴장을 했나 보네.]

[탈락자들이 많이 나오는 날이잖아요. 나 같아도 엄청 떨었을 거예요. 귀여운 녀석들 같으니…….]

유독 1조가 긴장을 했나보다 하고 넘기는 심사위원들과 애청자들.

문제는 이어지는 무대들이었다.

2조.

3조.

4조….

무대가 이어질수록 심사위원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고, 시청자들의 눈이 식어 갔다.

‘오늘 좀 못하는데?’

의 인기 포인트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실력파 보이밴드였다.

K팝의 인기 요소 중에서 ‘멋진 퍼포먼스’에 주목한 제작진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보이밴드를 주문했기 때문이었다.

-잘생긴 애들이 수줍게 노래하는 이미지는 필요 없다. 우리도 이제 무대 잘하는 보이밴드로 간다.

이마에 머리를 덥수룩하게 덮은 채 소녀 팬들에게 윙크하던 보이밴드는 이제 안녕이었다.

그 때문에 무대 잘하는 걸로 머글들에게도 영업이 된 거였는데….

오늘따라 무대가 조금 못나 보이는 상황이었다.

SNS에 올라오는 머글들의 감상평.

-내 눈엔 참가자들이 무대 준비를 미흡하게 한 것처럼 보이는데

-벌써부터 데뷔한 줄 알고 있는 건가?

-션의 광팬들은 정신 차려. 솔직히 방금 무대는 구렸어

-Wow. 문자 그대로 wow네

-여태까지 모든 회차를 긍정적으로 보아 왔지만 오늘은 진짜 최악이다. 너무 구렸어

곧바로 의 악성 팬들이 공격을 퍼부었다.

-내 눈에는 문제없는데??

-Fucking 수플레들. 너네는 그냥 너희 가수들 팬질이나 하라고. 우리 애들 욕하지 말고

-오늘 무대 레전드인데? 완전 꿀잼인데?

-헤이터들 나가 죽었으면

당연하게도 머글들이 발끈했다.

-내가 뉴블랙 팬으로 보이냐? 맞아. 맞긴 한데 너네 무대 구려

-자유국가에서 내 의견도 마음대로 못 말해?

-반대하는 의견이 보기 싫으면 북한으로 가. K팝 대신에 NK팝 하면 되겠네

-솔직히 이제 와서 이야기하는 거지만 라잇업 팬들 너무 극성이야. 피곤하고 시끄러워

-세계 최고 실력의 보이밴드를 꿈꾼다 (눈물 쏟으며 웃는 이모티콘)

SNS상에서 거대한 싸움판이 펼쳐질 때.

현장에서 무대를 지켜보던 테리 오스틴이 이마를 짚었다.

‘젠장.’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했기 때문이었다.

‘참가자들의 실력은 변화가 없다.’

긴장감 때문에 제 실력을 온전히 못 보여 준 팀도 있지만 잘한 팀도 있다.

대표적으로 콜린과 헌터가 속한 팀.

인기 참가자들이 모여서 황금 팀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 이들은 오히려 평소보다 잘한 편이었다.

문제는….

‘뉴블랙 우주 때문이야.’

앞에서 무대를 너무 잘한 탓에 아마추어인 참가자들이 못나 보이는 상황.

그의 옆에 앉은 심사위원 노아 테이트가 속삭였다.

“이해가 잘 안 가는데요. 여태까지 다른 프로 가수들의 무대가 있었지만 이런 일은 없었잖아요?”

“없었지.”

“그런데 왜…….”

“카테고리가 다르니까.”

지금까지의 프로 가수들은 카테고리가 달랐다.

싱어송라이터인 맨디 스파이스나 켈리 넬슨, 힙합 가수인 콜드 브라운은 참가자들과 카테고리가 다르다.

하지만 우주는 그들과 같은 ‘보이밴드’라는 카테고리에 묶여 있었다.

분류가 다르면 비교할 일이 없다. 스테이크와 파스타의 맛을 비교하는 사람은 없듯이.

하지만 스테이크 경연 대회에서 초장부터 세계 최고의 셰프가 만든 스테이크가 나온다면?

후에 나오는 지망생들의 스테이크 맛이 어떤 평을 받을지는 너무나 뻔한 것 아니겠는가.

‘…뉴블랙을 주의하라는 미스터 햄의 말이 이 뜻이었나.’

뒤늦게 함필수의 조언이 떠올랐지만 이미 늦은 상황.

프로듀서인 테리 오스틴을 비롯해 제작진이 뒷목을 문질렀다.

사실 그보다 더 근본 원인은 자신들에게 있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뉴블랙과 경쟁할 차세대 보이밴드!

-K-pop? 우리는 그런 거추장스러운 수식어 따위 없는 본토의 Pop을 보여 주겠다.

-미국인이라면 라잇업 응원해 주기!

하도 뉴블랙과 대결구도를 조성했다 보니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자동으로 ‘뉴블랙 vs 라잇업’이 된 상황이었다.

그 때문에 더욱더 비교가 되고 있었다.

현장의 팬들이 뜨거운 리액션을 보내는 동안 머글들이 묘한 반응을 보내는 오늘의 무대.

‘악몽이군.’

시청자들의 실망한 시선.

이걸 어떤 식으로 수습할지 제작진들의 머리가 복잡해져왔다.

그야말로 뉴블랙 우주가 적의 본진에 와서 폭탄을 터뜨리고 간 상황.

“…….”

“…….”

폐허가 된 듯한 분위기 속에서 의 악성팬들이 망연자실하게 있을 때였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낭랑한 웃음소리들.

-아 한 입 잡솨 봐~

-한 입 먹으면 못 빠져나온다구!

-츄라이~ 츄라이~

이 틈을 노려 머글들에게 영업 전단지를 돌리는 빵들의 모습에 그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에이씨!’

열 받아서 데굴데굴 구르는 참가자들의 팬들.

그 옆에서 수플레들이 흥겹게 영업의 춤을 추고 있었다.

* * *

미국 서바이벌 출연의 반응은 굉장히 긍정적이었다.

-100분 vs 3분, 3분이라는 시간의 승리

-뉴블랙 우주와 콜드 브라운이 무대를 훔치다 (two men stole the show)

-테리 오스틴 실망감에 참가자들에게 쓴소리.. ‘이러면 곤란하다’

아무래도 우리의 임팩트가 컸는지 그 이후의 참가자들 무대가 별로였던 모양이다.

머쓱하게 뺨을 긁적였다.

“그런 의도까지는 아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된 거지. 뭐.”

석환 형이 웃으며 말했다.

“자기들 심보에 자기들이 넘어간 거지. 너는 그냥 네가 무대 잘한다고 보여 주고 온 거고.”

하도 후려치기를 해서 내 무대를 보여 주마 하는 각오로 나갔는데, 생각지 못한 효과들이 나타나 있었다.

그만큼 어제 무대에 대중들이 실망감을 느꼈다는 모양이다.

물론 에 부정적인 기사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원인을 다른 데 돌리며 실드를 치는 기사들도 많다.

「어찌 보면 레코드사들끼리의 대리전이죠.」

미국 에이전트인 디안젤로 씨가 말했다.

「우리 월드 레코드 측과 친한 언론사들과 저쪽과 친한 언론사들이 싸우는 셈이니까요.」

긍정적인 점은 중립 쪽에 있는 이들이 꽤 우리에게 호의적이라는 말이었다.

게다가 이번 무대로 인해 당분간은 우리를 깎아 내리는 것도 조금 자제하지 않을까 싶다.

여러모로 성과를 얻었다는 생각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후.

“그럼 슬슬 마무리를 지어 볼까.”

손바닥을 비비며 미국에서의 남은 스케줄을 마무리했다.

각종 매체와의 인터뷰 스케줄.

그리고 뮤직비디오 촬영.

「뮤직비디오는 조금 천천히 공개할 거야.」

콜드의 말에 따르면 미국은 뮤직비디오 문화가 다르다고 했다.

한국처럼 음원을 발매하자마자 내놓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발매하고 텀을 두고 낸다고.

「음원 성적이 살짝 주춤하거나 저조할 때쯤에 풀어 줘서 다시 순위를 견인시키는 거지.」

「좋은 생각이네요.」

「일단 내 생각에 빌보드 1위는 확정이고 최소 한 달은 갈 것 같거든? 그게 살짝 주춤하려고 할 때쯤 푸는 거지.」

아무래도 미국에 대해 잘 모르는 만큼 콜드와 에이전시에게 이 부분은 위임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뮤비 촬영을 끝으로 마무리된 미국 일정.

이제 선명주 영화의 프로듀서를 맡은 프랭크 차우 씨를 픽업해서 출국하면 모든 게 끝이었다.

그리고.

「써니, 네 덕분에 한국에서 즐거운 경험을 했으니 나도 재미있는 걸 보여 줘야지!」

콜드가 내게 티켓을 내밀며 씩 웃었다.

「NBA 경기를 1열에서 관람하는 기분이 어떤지 보여 줄게.」

* * *

LA 스테이플스 센터.

미국 투어를 돌 때 방문했던 공연장이자 농구팀 LA 레이커스의 홈구장이다.

[LA 레이커스 vs 시카고 불스]

천장 높이 달린 전광판을 바라보며 ‘우와’ 하고 있는 동안 옆자리에 앉은 콜드가 물었다.

「어때?」

「되게 신기하네요. 콘서트 했던 곳에서 농구를 보니까.」

원래 농구장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 모습을 직접 확인하니 신기하다.

콜드가 숨을 들이켜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농구장의 이 공기 너무 좋아.」

「농구를 좋아하나 봐요.」

「응.」

콜드 브라운이 씩 웃었다.

「진짜 내 학창 시절을 지탱해 준 팀이었지. 그때가 시카고 불스의 최전성기였거든.」

농구에 대해 문외한인 나도 알고 있는 유명 팀이긴 했다.

KG 드래곤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중현이처럼 설레어하는 콜드에게 내가 물었다.

「그럼 오늘 우리는 시카고를 응원하면 되는 건가요?」

「그렇지.」

그런 말을 들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환한 조명.

반질반질하게 청소가 된 농구 코트.

관중석에는 농구 유니폼을 입은 서포터들이 간식을 먹고 있고, 코트 위에선 중계 캐스터들이 카메라 앞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콜드!」

시카고 팬들에게 유명 인사인지, 인사를 해 오는 사람들에게 콜드가 시크하게 손을 들어 보였다.

나도 가끔 내 이름을 부르는 애기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시카고 불스는 그래서 어떤 팀이에요? 잘하나요?」

「마지막 우승이 20년 전인 팀이지…….」

「앗….」

「프런트 이 개쌍… 후우…….」

프런트가 돈을 안 쓴다며 속삭이던 콜드가 내게 몸을 기울였다.

「재산이 1조 원이 넘으면 그때 여길 살 거야.」

「아직은 어렵나요?」

「사업을 몇 개 정도 더 해야 돼. 빌리어네어가 되려면 멀었어.」

콜드가 그런 말을 하며 목에 건 금목걸이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

마침내 선수들이 입장하면서 농구 코트의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Yo, 콜드!」

시카고의 선수들이 콜드에게 알아보는 인사를 했다.

그중에 유독 반가워하는 선수가 하나 있기에 내가 물었다.

「저분과 절친한 사이인가요?」

「내 재단에서 후원했던 녀석이야. 내가 준 장학금으로 저기 선수가 되어 서 있지.」

「유망주인가 보네요.」

「보면 알게 될 거야. 내가 후원한 이유가 있어.」

키가 2미터는 되는 거인들이 농구 코트에서 가볍게 몸을 푸는 가운데, 마침내 경기가 시작됐다.

“우와아아…….”

NBA 경기를 직접 눈앞에서 보는 건 처음이라 신기하다.

학교 운동장 스탠드 1열에 앉아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기를 보는 느낌.

현장감이 진짜 대박이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우우우우!」

「어어어!」

거인들이 몸을 부대낄 때마다 농구화들이 찍찍 하는 소리들이 나고.

바로 앞에 선수들의 체취와 땀 냄새가 진하게 풍겨 왔다.

수시로 사람들이 벌떡벌떡 일어나 야유하거나 환호하는데, 옆에 앉은 콜드를 보고 적당히 분위기를 따라갔다.

이 분위기를 Y앱에서 수플레들한테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지.

-수플레들, 그니까 NBA가 어떤 느낌이냐면요. 중현이 10명이 코트에서 뛰어다니는 거 같아요. 근데 그 중현이의 키가 2미터인 거예요.

이런 식으로 말해 주면 되지 않을까.

게다가 어찌나 속도감이 좋은지 어? 하다 보면 저기서 골대가 촤악 하고, 어? 하면 여기 골대가 촤악 했다.

「와아아아….」

돌림픽 농구를 나가겠다고 NBA 영상을 봤던 시절의 기억이 떠올라 잠시 격세지감을 느꼈다.

동생들이 여기 왔으면 진짜 좋아했을 텐데. 특히 중현이.

1쿼터와 2쿼터가 끝나고 하프 타임 시간에 동생들에게 사진이나 톡을 보낼 때였다.

“음…?”

평소였다면 광속으로 답이 왔을 졸개들이 답이 없었다.

비주가 첫 번째로 반응하고, 리혁이가 [ㅗㅗ]를 날리고, 지호가 막 수다를 떨고, 중현이는 확인을 안 해야 하는데.

비주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곧바로 음성 안내로 넘어갔다.

[전원이 꺼져 있어…….]

…어디 방송 녹화라도 있는 건가?

내가 알기로 아무 스케줄도 없는 날이기에 의아한 기분을 느꼈다.

* * *

같은 시각.

한국에 있는 졸개들은 음흉하게 웃는 중이었다.

“후후후후!”

“우후후후훗!”

지호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형들. 드디어 우리의 시간이 왔습니다. 우주 형이 없는 절호의 기회예요.”

“인정.”

중현이 엄숙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동안 지호가 말했다.

“지금까지 우리는 맏형의 그늘에 가려 살아왔습니다. 선우주와 졸개들이지 않았습니까?”

“간만에 맞는 말이네. 왕지호.”

“하지만 이것도 이제 달라지는 겁니당! 이제 오늘부터 선우주와 졸개들이 아닌 졸개들과 선우주가 되는 거예요!”

우와앙 하며 박수를 치는 형들.

그런 형들의 호응에 힘입은 막내가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맏형에만 의지하던 동생들은 이제 가라! 오늘부로 그 말이 틀린 것을 보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리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뉴니버스 시청자 여러분. 오늘 저희는 기능시험을 통과합니다.”

“그렇습니다.”

“안무 연습 때문에 시험 준비할 시간이 조금 부족했지만… 저희는 실전에 강한 타입이니까!”

근엄하게 말하는 삐약이 같은 모습에 카메라 뒤편의 제작진이 조용히 웃었다.

그냥 운전면허 기능시험을 보러 온 건데, 자기들끼리는 세상 진지한 얼굴이었다.

“그래도….”

비주가 손을 들었다.

“우주 형이랑 같이 보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우리끼리만 기능시험 먼저 보는 건 좀 미안한데.”

“아니에요. 형. 제가 아까 말했잖아요.”

지호가 손가락을 까딱였다.

“이건 우리가 형 없이도 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줄 수 있는 기회예요. 우주 형이랑 24시간 붙어 사는데… 오늘이 아니면 기회가 진짜 없단 말이에요…!”

“그, 그렇지.”

“덤으로 먼저 붙으면 우주 형 면허 없다고 놀릴 수도 있고.”

“그건 솔깃하긴 한데….”

비주가 수줍게 웃으며 무언가를 상상할 때였다.

구재영 피디와 뉴니버스 제작진이 카메라를 세팅하는 동안, 이미 합격자인 중현을 제외한 삼 졸개가 준비에 들어갔다.

주변에서 수군거리는 사람들.

“어머, 뉴블랙 시험 보나 봐.”

“우주가 안 보이네? 우주는 어디 갔어?”

“미국 갔어.”

“아. 미국 간 틈에 면허 먼저 따서 놀리려는 거구만.”

그런 소리들이 들려오는 가운데 뉴니버스의 제작진이 졸개들에게 응원을 보냈다.

“할 수 있어. 얘들아.”

“화이팅!”

긴장해서 딱딱하게 굳은 서리혁을 시작으로 멤버들이 기능시험에 들어갔다.

1번 타자는 서리혁.

카메라가 설치된 1종 시험용 트럭에 앉은 리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차분하게 하면 돼요.”

각종 계기판의 수동 조작을 지시하는 음성에 맞춰 자신 있게 손을 움직이는 리혁.

[전조등 위반 감점입니다.]

“…….”

원격으로 모니터링을 하던 제작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빨리하면 안 됩니다~ 말 끝나고 하세요~’ 라는 감독관의 말에 맞춰 차분하게 손을 움직이는 리혁.

이론 공부를 열심히 했던 서리혁이 중얼중얼하며 모든 코스를 마친 후.

[점수 미달 불합격입니다.]

“…….”

충격 받은 서리혁의 표정에 뉴니버스 제작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지는 다른 둘도 큰 차이는 없었다.

“비주야! 그 차 아니야!”

“어? 19호차….”

초반부터 차를 잘못 탄 것을 시작해서 오르막에서 시동이 꺼지며 탈락한 비주.

그리고.

호기롭게 운전대에 앉아서 여유를 부린 지호는….

[출발시간 초과 실격입니다.]

“…….”

벙찐 지호의 얼굴과 함께 감독관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최단 기간 탈락인데.”

“대단하네. 운전면허의 역사에도 한 획을 긋는구만.”

그 말에 웃던 제작진들이 헛기침을 하며 표정 관리를 했다.

터덜터덜.

돌아오는 3인방 때문이었다.

-선우주 없이 우리도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겠다…!

…라고 말하자마자 광탈한 3인방.

출연진들의 멘탈을 다독여 주기 위해 구재영 피디를 비롯한 제작진이 표정 관리를 할 때였다.

지호가 두 형에게 다가갔다.

“형들….”

“지호야…….”

처음에는 시험 실패에 시무룩했지만, 그것도 잠시뿐.

다다다다!

그들이 서로를 향해 반갑게 뛰어가기 시작했다.

“형들!”

“지호야!”

“실패할 줄 알았는데 해냈어요!”

“해냈다…!”

기뻐서 얼싸안고 방방 뛰는 3인방의 모습에 제작진이 눈을 깜빡였다.

‘뭘 해냈다는 거지?’

잔뜩 상기된 얼굴의 지호가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우주 형…! 보여요? 형 없이도 저희가 방송 분량을 뽑을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어요!”

“…….”

“이제 형 없이 우리들만 있어도 웃긴다!”

자기들끼리 와아아 하는 삼 졸개.

구재영 피디와 제작진이 눈을 깜빡였다.

‘……잘할 수 있다는 게 그런 뜻이었어?’

미국에 있는 우주가 보았다면 한심해서 뒷목을 붙잡았을 만한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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