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872화
73장. 오래 기다렸지?
NBA 경기의 하프 타임.
전반부가 끝나고 후반부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답이 없네.”
콜드 브라운이 흘깃 바라보며 호기심을 빛냈다.
「누구 연락을 기다리는 거야?」
「멤버들이요. 촬영 들어간 것 같은데, 제가 알기로는 오늘 촬영이 없거든요.」
이상함을 느끼며 핸드폰 화면을 물끄러미 바라볼 때였다.
콜드가 내 옆구리를 툭툭 쳤다.
「써니. 카메라가 우릴 비추고 있어.」
「아.」
전광판에 나와 콜드의 투 샷이 잡혔다.
하프 타임에는 셀럽들을 소개하는 모양인지, 우리 아래로 자막이 깔려 있었다.
[콜드 브라운, 우주]
[콜라보 음원 ‘Answer’가 음원 차트에서 흥행 중!]
우리가 손을 흔들어 주면서 관중들이 박수를 쳐 주었다.
중계진들이 신나서 웃는 걸 보니 아마 우리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모양이다.
「하아.」
콜드가 거친 숨소리를 냈다.
「유명세 너무 좋아. 최고야. 짜릿해.」
「꺄륵….」
그 옆에서 나도 차분하게 표정을 정돈했다.
주변 사람들이 보기엔 굉장히 우아한 느낌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웃는 동안 다시 선수들이 코트 위에 집결하기 시작했다.
「Yo, 콜드!」
제이든 카터라는 이름의 선수가 다시 한번 콜드에게 인사를 해 왔다.
콜드 브라운이 후원해 주었다고 한 선수였는데, 정말 그 말대로 실력이 대단했다.
「우와아아-」
무슨 농구 만화를 보는 것 같다.
자신을 막는 두 선수 사이를 빛살처럼 통과하더니 점프해서 덩크 슛을 날리고.
수비진을 통과해서 부드럽게 몸을 회전시키고는 슛을 성공시켰다.
「대단하네요. 저 선수.」
「별명이 재규어야. 탄력이 어마어마하거든.」
어려운 슛을 성공할 때, 콜드 브라운 쪽을 향해서 세리머니 비슷한 행동을 하는 모습.
내가 궁금해서 물었다.
「어떻게 후원을 하게 된 거예요?」
「시카고의 흑인 커뮤니티 쪽 후원은 전부 내가 맡고 있거든.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동네 농구장에서 뛰는 걸 봤지. 느낌이 딱 오더라고. 저 녀석을 잘 키우면 언젠가 우승을 볼 수도 있겠다.」
그래서 직접 농구 코치도 소개시켜 주고, 집도 바꿔 주면서 후원을 했다는 듯했다.
자신에게 세리머니를 하는 선수에게 콜드가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이럴 때면 기분이 끝내준다니까.」
그런 말을 하며 다시 자리에 앉은 콜드가 웃으며 물었다.
「내가 왜 선행을 하는지 알아?」
「…좋은 일이니까요?」
「기분이 좋거든.」
내게 무언가를 조언해 주는 선배 가수의 표정이었다.
「써니, 너도 알겠지만 재산이 일정 이상 넘어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돈이 중요하지 않아.」
「동감이에요.」
「그때부터는 영향력이 중요해지지. 괜히 부자들이 여기저기 돈을 뿌리면서 명패 받는 게 아니야. 이 세상에는 돈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너무나 많거든.」
그것도 공감이 가는 바였다.
「나도 처음부터 이런 유명세에 집착한 건 아니야. 처음에는 내 방어막을 구축하기 위해서였지. 스트리트 출신이 아니라고 까이다 보니 그 생각이 들더라고. 내 이미지를 좋게 해서 ‘콜드 브라운을 까? 너 쓰레기구나?’ 이런 식으로 만들어야겠다고 말이야.」
그가 작게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니 그냥 이게 좋더라고. 물론, 내 영향력으로는 세상을 바꿀 순 없어. 하지만 이 세상의 일부분을 더 멋지게 바꿀 수 있지. 저 녀석처럼.」
콜드 브라운의 눈이 코트에서 뛰는 NBA 유망주에게 머물렀다.
그걸 바라보던 콜드가 내게 시선을 돌렸다.
「너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 주는 이유는 네가 나랑 비슷하다고 느껴서야. 너도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잖아.」
「제가요?」
「의심이 되면 여기 우리 마스코트 인형 있으니까 그걸 손에 쥐고 흔들어 봐. 너희 팬들이 엄청 사댈걸.」
마침 중계화면에 잡혔다고 알려 주는 말에 내가 황소 인형을 흔들어 보이며 웃었다.
콜드가 내게 말했다.
「아무튼, 네가 가진 영향력을 좋은 쪽으로 써 보라는 이야기야. 그런 것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언젠가 너를 굳건하게 지켜 줄 방패막이 될 테니까. 덤으로 기분도 좋고.」
윙크를 하는 선배 가수의 조언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새겨들을 만한 이야기였다.
영향력을 좋은 쪽으로 써 보았으면 좋겠다는 말에 동생들과 할 만한 일들을 생각할 때.
「어?」
콜드 브라운과 시카고 불스의 서포터들이 단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역전.
갑자기 역전된 점수에 콜드 브라운이 머리를 부여잡고 멘붕한 표정을 지었다.
「어어어어?!」
「억!」
「으아악!」
그걸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영향력으로 세상의 일부분은 바꿀 순 있어도 농구 점수는 바꿀 수 없는 모양이다.
* * *
“후우.”
콜드 브라운이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다행히 이겼다.’
역전패로 끝날 뻔했지만, 결국 승리로 마무리를 지었다.
그가 직관하면 이긴다는 징크스가 깨질까 조마조마했는데, 이번에도 그 명성을 굳힌 차기 구단주(?)였다.
오랜만에 직관한 NBA 경기도 재미있게 끝났고.
그 이후로 식사도 맛있고.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이제 헤어질 시간이군. 써니.”
“즐거웠어요.”
그림 같은 미모를 지닌 미남이 그에게 인사를 해 왔다.
콜드 브라운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나의 그래미 보따리….’
음원 성적이야 항상 탑급을 달렸던 래퍼답게 차트 1위에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중요한 것은 그래미.
이번에 평론가들이 입을 모아 를 ‘예술적’이라고 평했다는 사실이 그에겐 더 중요했다.
“그래미를 타면 네 덕분일 거야. 써니.”
“그걸 힙합으로 녹여내 준 콜드 덕분이죠.”
“하하하핫!”
“하핫!”
서로에게 공치사를 한 후.
콜드 브라운이 우주를 바라보며 잠시 고민했다.
‘이런 타입에게는… 돈으로 환심을 사는 건 어렵고.’
돈도 많고 영향력도 어마어마한 연예인이라 그의 입장에서 딱히 선물을 해 줄 만한 게 없었다.
그랬기에 그는 그저 약속을 할 뿐이었다.
“혹시 뭐 필요한 일 있으면 부르라고. 영화 준비한다던데. 거기에 카메오 출연이라도 해 줄 수 있으니까.”
“고마워요.”
그런 말을 한 우주가 선물을 내밀었다.
“저도 선물을 하나 준비했어요. 덕분에 우리 스탭들도 편하게 별장에서 묵었고, 저도 즐겁게 활동을 했으니까.”
“이건 뭐야?”
“옷이에요.”
“……!”
핫하게 떠오르는 패셔니스타라지만 어디까지나 하이패션 매니아들 사이에서의 명성.
긴장한 콜드 브라운에게 우주가 손을 들고 war war 했다.
왠지 모르게 그에게는 ‘전쟁 전쟁’처럼 들렸다.
“콜드를 위해서 직접 주문제작한 선물이에요.”
“?”
“곤룡포라고 부르거든요. 옛날 조선 시대의 왕이 입고 다니는 용포인데…….”
“허어어어!”
용이 새겨진 붉은 장포를 본 콜드 브라운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이번에 경복궁에서 보았던 그 옷이었다.
‘Chosun의 King이 입던 옷…!’
거기에 익선관까지 받아 든 콜드는 그야말로 행복한 기분이었다.
곧바로 조선의 왕처럼 차려입은 콜드 브라운이 한 차례 빙글 돌면서 우주가 박수를 쳐 주었다.
“어때? 근사해?”
“진짜 왕 같네요. 진정한 동부 힙합의 왕….”
우주의 드립에 그가 대만족했다.
“동부 힙합의 왕이라… 다음 대에 왕이라 불려지는 녀석이 나오면 물려줘야겠어.”
그런 농담을 하던 콜드 브라운이 상대와 눈을 마주치고 작게 웃었다.
이제 진짜 헤어질 시간이었다.
“그럼 5월에 빌보드에서 보자고.”
“그때 봐요.”
작별 인사를 나눈 콜드 브라운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떴다.
우주에게 마지막으로 손을 흔들어 준 그가 매니저에게 말했다.
“레이블로 돌아가자고.”
“네.”
이윽고 도착한 공항에서 비행기로 갈아타고.
뉴욕에 있는 그의 회사로 향하는 동안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일주일가량이었던 이번 활동은 정말이지 그에게 많은 성과를 안겨 주었다.
한국 힙합 쪽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이제 내년도의 내한 콘서트로 투어할 지역을 하나 더 늘렸다.
거기에 음원 성적은 물론이고 가장 중요한 그래미 각까지.
‘최고야.’
곤룡포를 입은 콜드 브라운이 레이블로 향했다.
그곳에서 기다리는 후배 래퍼들에게 이번에 어떤 업적을 세웠는지 보여 주고 싶었다.
북방 원정을 마치고 돌아온 왕처럼 신하들에게 향할 때.
“콜드!”
“오! 그 옷은 뭐예요?”
“콜드!”
동부 힙합씬의 후배들이 그를 발견하고 반갑게 인사해 왔다.
무언가 재미있는 것을 보고 있는지 레게머리와 반삭머리의 래퍼들이 소파에 앉아 있었다.
콜드 브라운이 자애로운 미소를 지었다.
“뭐 봐?”
“아, 저희 이거요.”
후배들이 태블릿을 돌려서 보여 주었다.
그곳에는 걸그룹 춤을 추고 있는 콜드 브라운이 있었다.
“흐하핫! 콜드, 춤 개 잘 추는데요? 완전 섹시한데?”
“…….”
“아, 이거 개꿀잼이라니까요! 하하!”
“…….”
“흐하하핫!”
웃음소리가 들릴 때마다 짜게 식어가는 랩 황제의 얼굴.
눈치를 챈 이들이 하나둘 입을 다무는 동안 가장 눈치가 없는 킥보이(Kick Boy)가 입을 나불거렸다.
“힙합씬에 길이길이 전해져 내려와 할 영상이 탄생했네요! 흐하핫! 시발, 존나 웃겨!”
“…….”
“콜드, 콜드도 이거…… 콜드?”
“…….”
어디선가 불어온 스산한 바람에 곤룡포 자락이 펄럭였다.
에어컨 바람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한기가 느껴졌다.
“하, 하하… 하하하…….”
허공을 바라보며 웃던 콜드 브라운의 입가에 악마 같은 미소가 떠올랐다.
래퍼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좆됐당…….’
곧이어 쏟아지는 랩 황제의 진노.
동부 힙합씬의 래퍼들에게 조선의 곤룡포가 권력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게 된 사건이었다.
* * *
콜드가 SNS에 곤룡포를 입은 인증샷을 올렸을 때.
나는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휴우.”
일주일 동안 정말 숨 가쁘게 프로모션 일정을 진행했다 보니 진이 쫙 빠진 느낌이다.
그래도 성과가 워낙 좋아서 그런지 후련하기도 하고.
미소를 지으며 미국 음원 차트의 1위에 올라와 있는 Answer를 바라볼 때였다.
「비행기가 멋지군.」
뚱뚱한 아시아계 미국인이 내 옆에 털썩 앉았다.
프랭크 차우.
브로드웨이의 전설적인 제작자이자 나와는 <노스탤지어>의 OST로 인연을 맺은 사람이었다.
빨대로 콜라를 후르릅 마시던 인물이 말했다.
「한국행은 처음이라 몹시 기대가 돼.」
「번거롭게 한국까지 오게 만들어서 미안해요. 프랭크.」
「미안할 일이 뭐 있나.」
그가 두툼한 손을 내저었다.
「한국과 미국 양쪽에서 반반씩 로케이션을 진행할 영화인데, 현지에 방문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 그리고 군산이나 서울의 배경을 직접 느껴 봐야 작곡이 더 잘 될 것 같거든.」
프랭크 차우는 이번 선명주 영화의 제작자이자, 나와 사운드트랙 작업을 같이 할 사람이기도 했다.
조규환 이사님이 말했다.
「실무진은 이미 군산 방문을 하며 자료 조사를 하는 중입니다. 차우 씨는 레몬 엔터에 차려져 있는 회의실에 방문하면 될 겁니다.」
「기대가 되는군요. 미스터 조.」
내가 프로모션을 도는 사이에 미팅을 했는지 제법 친해진 분위기였다.
조 이사님 말에 따르면, 두 사람이 배급사들을 돌면서 이런저런 투자 제안을 유치했다고 들었다.
“프랭크 차우 씨의 네임 밸류 덕을 톡톡히 봤어.”
“그래요?”
“우리가 제안할 때는 듣지도 않다가 프랭크 차우 씨가 합류했다니까 진지하게 들어 주더라고.”
전설적인 뮤지컬 제작자의 명성 덕에 투자 유치가 한결 수월했다는 모양이다.
현재 예산으로 책정된 금액은 500억가량.
우리 회사만의 자금력으로 만들 수 없는 수준은 아니다.
다만 굳이 배급사들에게 투자를 받는 이유는 이들이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만들어도 메이저 스튜디오에서 안 걸어 주면 영화가 안 걸린다.
그러므로.
-선명주 영화에 우리가 돈을 투자했으니 뽕을 뽑아야겠다.
…라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메이저 스튜디오의 투자가 필요한 셈이었다.
그래야 자신들의 투자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메이저 배급사들이 동분서주할 테니까.
“여기 명단이야.”
“감사합니다.”
조규환 이사님이 건네준 서류를 훑어보면서 한국까지 비행시간을 보냈다.
프랭크 차우는 시차 적응을 위해 호텔로 떠나고, 다들 각자의 장소로 향할 때.
“돌아왔다.”
회사 6층에 도착한 내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며칠 정도밖에 안 떠나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오랜만에 집에 온 것 같은 기분.
동생들이 연습하고 있을 연습실 문을 살포시 열었다.
“언니, 왜 별자리 중에 고기의 별은 왜 없는 걸까.”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 나윤아. 고기의 별이 있다면 선원들이 얼마나 배가 고팠겠어. 밤에 항해하는데.”
“허어어… 그러네. 옛날 배에는 야식이 없으니까.”
이상한 토론을 하고 있는 4인조 여신.
조심스럽게 스칼렛에게 줄 선물을 문가에 놓고는 도망쳤다.
선물 꾸러미가 담긴 수레를 돌돌 밀면서 동생들이 있는 연습실을 마침내 찾았다.
“얘들아!”
문을 발칵 열었을 때.
폭죽이 파앙 터지면서 졸개들이 와아아 했다.
“형!”
“얘들아!”
서로에게 다다다 달려가는 우리.
동생들을 안아 주려는 내 품을 중현이가 무빙으로 피해 갔다.
“엣?”
샤삭 피해 가던 졸개들이 내 뒤에 있는 수레에 다가갔다.
“서점에 품절 떴던 원서!”
“어? 이거 NBA 선수 사인인데? 내 이름 적혀 있어. 달콤한 감자님… 감사합니다. 우와.”
“우왕. 과자…!”
비주만 내게 다가와 출장이 어땠냐고 물어봐 줄 뿐이었다.
“저 배은망덕한 것들….”
“그래도 애들이 형 엄청 기다렸어요. 리혁이가 언제 오냐고 맨날 투덜거리고 그랬거든요.”
“내가 언제요!”
리혁이가 하찮게 발끈했다.
“나는 그냥… 연습 같이 해야 하는데 한 명이 비니까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한 거죠.”
“또또. 형은 그냥 보고 싶다고 한마디 하면 되는 걸 어려워해요.”
“어? ‘보고 싶다?’”
그런 중현이의 말에 반응하는 졸개들.
곧바로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는 ‘보고 싶다~’ 하면서 발라드를 열창하는 동생들.
정신없는 분위기에 그제야 돌아왔다는 게 실감 났다.
“미국 어땠어요?”
“오디션 참가자들 어땠어요?”
“형. NBA 경기 봤다면서요.”
마지막 말에 내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아, 맞아. NBA 경기 중에 너희한테 연락했는데 너희 안 받더라. 뭐 촬영 있었어?”
“뉴니버스 잠깐 촬영했어요.”
“나 없이?”
나 없이 기능시험을 봤다는 말에 내가 물었다.
“시험은 붙었고?”
“…….”
“…….”
붙지는 못했지만 분량은 잘 뽑았다는 말에 내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중현이에게 몸을 기울였다.
“중현아. 쟤네 많이 웃겼니?”
“네.”
“후우…….”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동생들에게 선물을 나눠 준 후.
어디까지 연습이 진척됐는지를 확인하며 몸을 풀 때였다.
“형. 형.”
막내가 뭔가 기대하는 눈으로 재촉했다.
“얼른 몸 좀 풀어요. 합 좀 맞추게.”
“잠시만.”
“얼른 스트레칭하고 이리로 와요. 우리 컴백 안무 연습해야죠.”
“……?”
막내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들도 뭔가를 잔뜩 기대하는 눈빛이었다.
리혁이와 비주가 얼른 대열에 합류하라며 손을 흔들고, 중현이가 이리 오라며 말했다.
곧이어 MR로 흘러나오는 컴백곡 <백야>의 음원.
안무 연습을 하면서 잔뜩 기대를 하던 눈빛들이 내게 향했다.
“……?”
하지만 곡이 끝나고 나서는 뭔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지호가 충격 받은 얼굴로 물었다.
“미국에서… 연습… 안 쉬었어요?”
“응.”
“……!”
“왜 너희가 연습하는 동안 나는 쉬었을 거라고 생각한 거야?”
“…….”
세상이 무너진 표정을 짓는 동생들의 모습에 그만 웃음이 나왔다.
우리 바보들.
하지만 귀여웠다.
* * *
미국에서 돌아온 후.
바쁘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이번 의 성과들이 차츰 들려오기 시작했다.
“다음 주에 빌보드 1위는 일단 확실한 거 같고… 이번에 Answer가 터진 이후로 콜라보 요청이 엄청 들어왔어.”
우리의 미국 에이전시 측으로 콜라보 문의가 엄청 들어왔다는 모양이다.
대부분 나에게 협업을 하자는 싱어송라이터들이었는데, 평창 올림픽에서부터 이어진 Answer의 무대를 감명 깊게 본 모양이었다.
대부분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싱어송라이터들.
게다가 동생들 개개인에게도 콜라보 요청들이 들어와 있었다. 뉴블랙이란 네임 밸류를 고평가하는 분위기.
“이번에 네가 큰일 했다. 우주야.”
“나 잘했지?”
“그래. 잘했어.”
석환 형이 씩 웃으며 다른 소식도 들려주었다.
“그리고 이건 NBA 구단들을 비롯해서 미국 스포츠 팀들이 티켓을 보내 줬어.”
“?”
“네가 경기 중에 시카고 불스의 인형을 흔들었다며.”
“그랬…지?”
“그거 이후로 수플레들이 그 인형을 싹쓸이해 가서 스포츠 구단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댄다. 뉴블랙이 굿즈를 쓰면 그 굿즈가 매진이 된다고.”
“…….”
콜드의 말이 진짜였다.
-의심이 되면 여기 우리 마스코트 인형 있으니까 그걸 손에 쥐고 흔들어 봐. 너희 팬들이 엄청 사댈걸.
조금 당혹스럽긴 한데 좋은 일이긴 했다.
“안 그래도 NBA 경기 보면서 애들 보여 주고 싶긴 했는데 잘 됐다. 중현이가 진짜 좋아할 거야.”
스포츠 경기 초대권들이 들어왔다는 말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 외에도 좋은 소식이 정말 많았다.
이번 Answer의 활동이 한국과 미국 양쪽에서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고, 그로 인한 나비효과들이 쭉쭉 퍼지는 느낌.
그리고.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기다리고 있던 방송도 마침내 방영일이 찾아왔다.
예고편이 올라온 서바이벌 방송.
[넥스트 미션 : 무한경쟁 힙합 서바이벌]
내가 지난주에 심사위원으로 출연했던 힙합 서바이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