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873화
“흐흐흐.”
“흐흐흐흐흐.”
어딘가 느물느물한 웃음소리.
지금 이 소리는 우리가 내는 게 아니다.
“흐흣….”
“흐흐흐흐.”
바로 우리 매니저들이 내고 있는 소리였다.
6층 휴게실 소파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2, 30대 남성 무리.
학명으로는 ‘매니저’라고 부르는 괴생명체들이 태블릿을 든 채 꾸물꾸물거리고 있었다.
“아이들아.”
최고참인 민기 형이 매니저들을 불렀다.
“드디어 심판의 시간이 되었다.”
“그렇습니다. 팀장님.”
“감히 우리 대주주님에게 덤벼든 자에게 불과 벼락이 떨어질 것이야. 후후후.”
“맞습니다. 팀장님.”
로드 매니저 삼인방이 고개를 끄덕이는 가운데 원석이 형이 미튜브 검색창을 켰다.
지호가 내게 물었다.
“매니저 형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미튜브에 올라온 예고 컨텐츠 보려는 거야.”
그때 그 영상이었다.
내가 심사위원으로 서프라이즈를 하면서 참가자들에게 비주의 쿠키를 선물했던 컨텐츠.
-요찬 씨. 방송 너무 잘 보고 있어요. 랩 정말 잘하시던데요.
-아, 네. 저도 아는데요.
-잘 못 들은 거 같네요. 뭐라고요?
-저도 저 랩 잘하는 거 알고 있다고요. 평가해 달라고 한 적 없는데요.
방요찬이라는 참가자가 내게 시비를 걸었던 그 장면이 담겨 있을 컨텐츠였다.
대충 설명했지만 동생들은 이미 알고 있는 눈치였다.
지호가 이름을 기억해 냈다.
“아! 그 방 뭐시기. 형한테 재수 없게 굴었다는 사람이요?”
“너희도 알고 있었어?”
딱히 얘네한테 이야기한 기억은 없는데.
리혁이가 말했다.
“소문이 이미 쫙 퍼질 대로 퍼졌거든요. 매니저 형들 통해서 어떻게 된 일인지 듣기도 했고.”
“어쩐지 이상하다 했어요. 저 <신이> 홍보하려고 방송국 갔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친절한 거 있죠. 내가 더 귀여워진 건가 해서 순간 설렜는데…! 형 때문에 망했어요. 책임져.”
응? 결론이 왜 그렇게 나는 거지?
아무튼 동생들도 다 알고 있는 모양이다.
하기사 방송국이랑 연예부 기자들 사이에도 소문이 쫙 퍼졌다는데 얘네가 모를 리가 없지.
“하여간.”
리혁이가 내 옆구리를 쿡 찔렀다.
“이런 거 있으면 말하는 법을 못 봤어요. 내가.”
“굳이 그런 것까지 알려야 하나 해서. 너희도 신경 쓸 거 많은데.”
“만약에 내가 나가서 누가 나한테 그런 식으로 굴었다고 해 봐요. 그럼 어떻게 할 거예요?”
“이름을 기억해 둬야지.”
보복할 순 없지만 기회가 되면 해야 하니까.
리혁이가 씨근거렸다.
“진짜 내가 얘기 듣고 분해서 잠을 못 잤어요.”
“완전 애기처럼 잘 자던데여.”
“야!”
막내들이 서로 치고받는 동안 중현이가 내게 과자를 내밀었다.
“뭐야?”
“위로의 표시예요.”
“그럼 두 개 줘.”
바나나킥을 두 개 받아드는 나에게 중현이가 말했다.
“이런 거 있으면 그래도 얘기해 줘요. 형. 제가 대신 화내 줄게요.”
“고마워.”
그런 대화를 나누며 비주를 바라보았다.
이름을 기억하듯이 ‘방요찬…’ 하면서 포털 검색창에 뜬 사진을 보고 있다.
“비주야.”
“네?”
“자꾸 그러면 형 무서워….”
“그래도 기억해 둘 거예요.”
눈을 가늘게 뜨는 비주의 모습에 웃었다.
표정을 살펴보니 다행히 쿠키가 쓰레기통에 버려졌다거나 하는 사건까지는 모르는 분위기라 다행이었다.
“음…….”
그때, 원석이 형이 영상을 발견했다.
“여기 있다.”
“찾았어?”
“네. 여기 있네요.”
모두가 태블릿에 시선을 모았다.
10명이서 뜨끈한 숨소리를 내는 가운데, 원석이 형이 영상을 클릭했다.
-넥스트 미션 [5회 예고] ㄷㄷㄷ 우주님이 왜 여기에?! #쿠키_주러_왔지 #뉴블랙 #레전드
스튜디오에서 내가 당이 떨어진 참가자들에게 쿠키를 건네주고, 참가자들이 눈을 휘둥그레 뜨는 장면들.
하지만….
“어?”
“걔 아예 안 나오는데요? 요 뭐시기.”
“진짜네. 찬 뭐시기 여기 없어요.”
매니저들과 졸개들이 기대했던 장면은 일절 나오지 않았다.
1조가 나올 때 풀샷으로 얼굴은 잡힐 뿐, 나머지는 싹 다 편집이 되어 있었다.
민기 형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이상하다. CP 바뀌었다고 하지 않았어?”
“맞아요.”
“아무리 CP가 바뀌어도 자기들끼리 다 식구다 이건가? 아예 편집을 해 줬네.”
지호가 손가락을 내밀어서 스크롤을 내렸다.
댓글창에도 특별한 코멘트는 없었다.
웅성웅성하면서 다들 실망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민기 형이 내게 시선을 돌렸다.
“…왜 웃어. 우주야?”
“편집된 게 아닐 거예요. 제 말이 틀릴 수도 있지만, 제작진들 그때 그 분위기를 생각하면 편집은 안 했을 것 같거든요.”
“그럼?”
“미튜브에서 편집된 게 아니라면 그 분량이 어디로 갔겠어요.”
내 말에 모두의 시선이 한 곳으로 향했다.
K-net 채널이 나오고 있는 텔레비전이었다.
* * *
현재 K넷에서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서바이벌 <넥스트 미션>.
-넥스트 미션, 비드라마 부문 ‘화제성 1위’.. K넷은 웃고 있다
-‘넥스트 미션’ 계홍주, 이 귀요미를 어쩌면 좋을까
-“역대급 화제성” 김지혁X허이담 콜라보, 100만 뷰 돌파
사실 포맷이 특별하다는 평을 받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2010년대 들어와서 힙합 서바이벌이야 흔하디흔한 내용이니까.
그런 프로그램들 중에서 넥스트 미션이 화제를 모으는 이유는 간단했다.
-참가자들이 잘생겼다.
모두가 공감하는 이유였다.
-단언컨대 역대 힙합 서바 중에 참가자들이 젤 잘생김
-존잘 모아서 힙합 서바 하겠다는 발상을 한 미친놈 대체 누구임???? 나의 칭찬을 받아라 얍
-얼굴 최고
-이담아ㅠㅠㅠㅠ 누나가 너 생일광고 건다고 적금 털었다..
-홍주야 1등하고 데뷔하자
출연자들의 외모 평균치가 괜찮고, 잘생긴 참가자들도 종종 끼어 있는 <넥스트 미션>이었다.
얼굴이 잘생기니 팬덤이 붙고.
팬덤이 영업글을 쓰고 다니니 머글들도 ‘흠?’ 하고 탕수육에 간장 찍듯이 찍먹하는 식이었다.
그 때문에 최근에 큰 인기를 구가하는 서바이벌이었다.
물론, 모두가 이런 분위기를 반기는 건 아니었다.
-언제부터 힙합씬이 얼굴이었냐
-진짜 아사리판이다 국힙ㅋㅋㅋㅋㅋㅋ씨팔 이제는 하다하다 얼굴빨로 힙합하노
-웩
-피디 대가리 존나 후리고 싶네
-남자라면 밀리 응원합시다
-요찬아ㅠㅠ 네가 우리들의 빛이다
-솔직히 요찬이만 래퍼 자질 있음ㅇㅇ 나머지 다 애새끼들마냥 랩하는데 개패고 싶음
-씨발 요찬이 봐봐라 애가 얼굴부터 국힙 원탑상이잔냐
국내 힙합의 팬이라 자칭하는 이들 일부가 비속어를 써 가며 가장 싫어하는 프로그램.
하지만 그런 말을 하면서도 시청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자극적이고 재미있으니까.
그런 이유로 서바이벌 좋아하는 머글, 참가자들의 팬, 국내 힙합 팬들이라는 다양한 사람들이 보는 프로였다.
하지만.
“우와.”
넥스트 미션의 기존 시청자들이 혀를 내두를 만큼 오늘 분위기가 뜨거웠다.
어느 커뮤니티를 가든 간에 ‘오늘 넥스트 미션 보는 분?’ 하는 글에 댓글이 수백 개씩 달리고 있었다.
실시간 댓글창에도 끝없이 올라가는 댓글.
-콜드 브라운, 우주 “넥스트 미션” 특별 심사위원 출격.. ‘환상의 라인업’
일단 뉴블랙이 들어가면 올라가는 시청률.
거기에 콜드 브라운까지 끼어 있다.
-빌보드 탑 찍어 본 심사위원들ㅋㅋㅋㅋㅋㅋㅋ ㅁㅊ
-ㅅㅂ 이런데 나올 수준이 아니잖아ㅋㅋㅋㅋ 드랍더비트여도 이건 과한 심사위원임
-서바 역사상 유일무이한 월클 출연ㅋㅋ
-그리고 잘생김 (중요) (형광펜 쫙)
-아이돌 심사위원에 발끈하던 놈들 이름 보고 납득하는 거 왜일케 웃기냐
-???: 너네 빌보드 차트인해봄?
-랩황상과 음원마피아.. 이건 귀하군요
그 결과, 저절로 시청률이 오르는 마법이 벌어지고 있었다.
‘콜드 브라운이 국내 힙합 심사… 이건 봐야 한다.’
‘아, 벌써부터 궁금하네.’
그런 이유 때문인지 평소보다 광고가 몇 개는 더 붙은 서바이벌.
기나긴 광고가 끝나고 마침내 연령가 알림과 함께 <넥스트 미션>의 본방송이 시작됐다.
가장 먼저 시청자들을 반긴 것은 예고편이었다.
[오늘! 누군가는 승리하고, 누군가는 패배한다.]
울거나 웃는 참가자들의 모습.
침을 꿀꺽 삼키며 심사평을 기다리던 참가자들.
[레전드의 등장…!]
콜드 브라운과 우주가 등장하면서 놀란 표정을 짓는 참가자들.
특별 심사위원 선우주입니다, 하며 소개하는 장면이 끝날 때였다.
“음?”
웃고 있던 우주의 얼굴에서 잠시 표정이 사라진 장면.
어딘가 서늘한 표정의 우주가 멘트를 하고 있었다.
[사람과 사람이 말할 때는 마주 보는 게 예의입니다. 예의를 지켜 주세요.]
곧바로 인터넷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
-아 깜놀; 선우주 정색하는 거 처음 봐
-긴장감 오지네
-힙찔이가 없을줄 알았는데 있었구나..?? 누군지 얼굴 좀 보자
-대체 얼마나 빡치게 한 거지
-왕지호가 작업실 콘솔에 라면 쏟아도 웃는 게 우주임
-팩트) 그때 지호가 일주일 동안 개인 노비했다
예상치 못한 장면에 놀란 시청자들.
“우주가 열 받았는데?”
“진짜네. 뭐 얼마나 이상한 놈이 있었길래 그러지?”
“저 미륵보살 같은 애가…….”
그러면서 본방송을 튼 이들이 여기저기 소식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메신저에 올라가는 손가락들.
[야야 지금 케넷 넥미 보셈]
[선우주 개빡돔ㄹㅇ]
[지금 다들 어떤 도른자인지 토론하는 중]
사실 그 정도로 정색한 것은 아니지만 워낙 웃는 이미지 때문에 갭이 커 보이는 장면.
나중에 클립이나 재방송으로 보려 했던 이들이 헐레벌떡 뛰어 오기 시작했다.
‘힙찔이! 힙찔이가 있었다!’
본방송의 시청률이 수직상승하는 순간이었다.
* * *
예고편과 함께 시작한 본방송.
방금 전 장면의 주인공이 누구냐를 두고 토론이 이어졌다.
-누구지?
-오늘부로 넥스트미션의 장르는 추리물이다
-짚이는 애들이 몇몇 있는데 솔직히 못믿겠음.. 눈앞에 뉴블랙이 있는데 깝친다?
-국힙 우습게 보지마라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ㅋㅋ
-실체없는 헤이터들과도 싸우는판에 실체있는 뉴블랙과 못싸울게 뭐 있음
-ㄹㅇ
-근데 진짜 누구지
-의외로 홍주 아님? 부끄러워서 눈 못쳐다봄ㅋㅋㅋㅋㅋㅋㅋ
-ㅋㅋㄱㅋㅋㅋ그거마따
하지만 진짜 범인을 추론하는 사람은 없었다.
-요찬아ㅠㅠㅠㅠ
-오늘 긴장한 거 봐
-요찬이 가사 보면 진짜 힐링되는 거 같음ㅜㅜ 꽃길 걷자
-진짜 잘해.. 첫 무대 주기적으로 찾아봄
참가자 중에 계홍주와 더불어 가장 이미지가 좋은 참가자였기 때문이었다.
편집 덕분에 좋은 리액션을 몰아받기도 했고, 실력 좋고 당당한 이미지로 메이킹되어 있었다.
그런 이미지는 리허설 장면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었다.
[긴장 풀어. 별거 아냐.]
혼잣말인데 팀원들을 다독여 주는 것처럼 나온 편집.
팀원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장면들이 연결되어 나오면서 참가자들의 리허설이 흘러나왔다.
곧이어 무대를 앞두고 참가자들이 긴장한다.
[후우.]
심호흡을 하는 참가자들이 백스테이지에서 고개를 젖히거나 뒷목을 주무르는 장면들이 나온다.
삽입되는 인터뷰 컷.
[방청객들 앞에서 공연하는 게 처음은 아니지만 많이 떨리는 거 같습니다. 팬분들도 있다고 들었는데… 저 정말 열심히 할게요.]
다소곳하게 앉아 인터뷰한 김지혁을 시작으로 긴장한 참가자들의 얼굴에 목소리가 깔렸다.
[개떨렸어요. 진짜.]
[이제 진짜 경쟁이 시작되는구나.]
[지금 제일 보고 싶은 사람? 엄마 보고 싶어요.]
DNS 미디어의 연습생인 계홍주의 말에 시청자들이 웃을 때.
방청객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같은 학교 친구를 응원하기 위해 교복을 입고 온 고등학생, 플래카드를 든 팬들, 목에 금목걸이를 건 힙합 매니아.
그런 장면들이 지나가면서 MC를 맡은 미남 래퍼, 리토가 녹화를 진행했다.
[…그리고 오늘 무대를 심사해 주시기 위해 아주 특별한 두 분을 모셨습니다.]
[자, 그럼 특별 심사위원분들의 무대 먼저 감상하시겠습니다!]
무대에 우주가 등장하면서 어리둥절해하는 참가자들.
자기들끼리 수군거린다.
[우주 무대한대.]
[진짜?]
[뉴블랙 신곡 나왔나?]
몇몇은 불퉁한 표정을 짓기도 했는데 그 모습을 바라보던 시청자들이 웃었다.
‘얘네는 모르는구나.’
외부와의 연락이 차단된 참가자들이 영문을 몰라 하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웃겼다.
곧 벌어질 일을 알고 있었으니까.
진실을 알고 있는 자들만이 웃고 있을 때.
[…….]
우주의 등장에 누군가의 얼굴이 후욱! 하며 클로즈업됐다.
썩은 미소를 짓고 있는 방요찬이었다.
곧바로 깔리는 인터뷰 컷.
[솔직히….]
후드를 입은 붉은 머리의 래퍼가 뒤통수를 긁적이며 건들거렸다.
[아이돌 래퍼들은 respect 못하죠. 힙합이 아니잖아요. 그냥 딱 여자들이나 좋아할 법한 랩.]
[저희랑 비교 안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기분이 좀 그러니까.]
[무대 나오면 제가 다 발라 버릴 수 있어요.]
인터뷰하는 작가가 ‘아 그래…?’ 하며 살짝 당황하는 동안 키득대며 웃는 방요찬.
지금까지 아이돌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던 인터뷰 컷이 삽입되고 있었다.
그런 장면에 시청자들의 머릿속이 일시정지했다.
‘요찬이?’
‘요찬이가 왜…?’
지금까지 프로그램에서 호감이었던 방요찬이 지금은 아예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어딘가 열등감이 가득해 보이는 느낌.
인터뷰 컷이 끝나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와 선우주의 얼굴이 나온다.
참가자들을 향해 웃어 주는 선우주.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방요찬과 옆에서 불안하게 지켜보는 팀원들.
[방금 전 무슨 일이…?]
그런 자막과 함께 회상 장면이 나왔다.
참가자들을 응원해 주기 위해 우주가 ‘짜잔~’ 하면서 비주가 만든 수제 쿠키를 선물하려는 장면.
앉아서 참가자를 기다리고 있던 우주에게 방요찬이 시비를 걸었다.
-거기 저희 자리인데요.
시청자들이 멈칫했다.
‘뭐지?’
초장부터 무례하게 구는 방요찬의 모습이 아직도 적응이 안 됐다.
이윽고 우주가 칭찬을 하자, 상대가 고개를 삐딱하게 꺾었다.
-저도 아는데요.
참가자를 배려한 우주가 주변에 카메라가 있다는 사실까지 알려 주지만 여전히 삐딱한 반응.
-방요찬이었음???
-왜 저래??
-아니 K넷 뭐임.. 여태까지 띄워 주던게 빌드업이었어????
-이거 뭐야 나락서사임?
-미친놈인가
-지금 우리집 웅성웅성함 쟤 도랏냐고
-제정신인가.. 눈앞에서 웃으면서 인사하는데 쌍욕박는 미친놈이 세상에 어디 있음
-진심 무례하다
-요찬아 너 뭐 돼..?
시청자들이 놀라서 웅성거렸다.
보면서 화가 나진 않았다. 그저 어처구니가 없을 뿐.
‘무슨 깡이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현재 연예계 탑을 달리고 있는 연예인에게 정면으로 들이받고 있었다.
물론 데미지도 안 들어간 것 같지만.
평소 방요찬을 응원하던 힙합 팬들도 당황하고 있었다.
-요찬아 이 미친새기야 지금이라도 안 늦었다
-가서 사과해
-둬봐 ㅋㅋㅋ 어디까지 갈지 궁금함
-오늘은 갤 나가 있어야겠다.. 조금 있다가 여기저기서 존나게 올듯
-[경축] 역대 최단기 유망주 등극예정
-요찬이 이새끼 사주에 물이 많은가? 존나 불타도 괜찮나 보네
시청자들이 웅성웅성하고 있을 때.
곧이어 나오는 무대에 모두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ㄹㅇ 트루 랩황상
-우주 잘하는데? 저기서 표정 관리 못하는애들 뭐 됨??
-아이돌 역대 최고 재능충으로 불리는 멤인데ㅋㅋㅋㅋㅋ 진짜 뭐 되냐는 말이 딱임
-???: 선우주는 아이돌이니까 힙합이.. 아니다.. 아무튼 아니다..
-간지 오진다
-와 그냥 후드 입고 랩하는데 레전드가 되네
-근데 저러면 참가자들 무대 ㅈ될텐데ㅋㅋㅋㅋㅋㅋㅋ
-싸이퍼 미션 전에 미국 1위곡ㅋㅋㅋㅋ
-시작부터 광역기로 디버프 걸고 시작,, 애들 상대로 너무 세다 주선아
-저기서 웃고 있는 애들.. 너네 저거 다음 해야돼
참가자들이 ‘와’ 하는 인터뷰 컷이 나오고, 방요찬의 인터뷰 컷도 잡혔다.
[…….]
의자에 앉아 말없이 입술만 꿈틀거리는 장면이 나오면서 시청자들이 혀를 찼다.
‘정신 못 차렸네.’
그렇게 의 무대가 끝난 후.
콜드 브라운과 우주의 인사가 이어졌다.
특히 콜드 브라운이 ‘한국 힙합 잘 듣고 있다’ 하며 성의 있게 립서비스를 해 준 장면에 시청자들이 미소를 지었다.
-brown? 그치만 내겐 light만 보이는걸
-캬.. 웜 브라운씨 따스하네 국밥 잘 끓일듯
-그저 빛
-수상할 정도로 한국을 잘 아는 미국인들.. 그리고 그런 미국인들을 데려오는 선우주
-브라운씨 탈 벗기면 중현이가 나올수도 잇음
-???: 이런 들켰군요.. 젤리젤리 기억삭제 펀치를 맞아보시죠
-브라운씨 지금 레몬 창고에 감금되어 있다면 당근을 먹고 가만히 있어 주세요. 저희는 이게 더 좋네요ㅎㅎ
참가자들의 랩을 잘 듣기 위해 통역사와 번역가까지 준비했다는 말에 콜드 브라운의 이미지가 더욱더 호감이 될 때.
마침내 방요찬이 속한 1조의 무대가 시작됐다.
에이스 참가자들이 모인 팀답게 좋은 무대를 선보였지만… 방요찬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선은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잘하면 뭐 하나.’
방금 전의 언행이 너무나 별로였기 때문이었다.
방요찬의 팬들만 ‘아니야… 아닐 거야’ 하고 있을 때였다.
심사평을 해 주는 우주.
차분하게 참가자들에게 심사평을 해 주던 우주가 방요찬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와. 저걸 또 웃으면서 상대해 주네.”
“저 방요찬이란 애랑 동갑이라며… 동갑인데 천지차이네.”
공사 구분이 철저한 우주가 차분하게 웃으며 감상평을 해 주는 가운데.
방요찬이 삐딱하게 짝다리를 짚고 딴청을 피웠다.
자기만의 기 싸움을 하면서 누가 봐도 ‘네 평가 따위 안 받아’ 같은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미친놈인가?’
그리고 바로 그 순간이었다.
차분하게 말을 하던 우주가 짧게 한숨을 쉬더니 그의 이름을 불렀다.
[요찬 씨.]
퍼뜩 긴장한 방요찬에게 우주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사람과 사람이 말할 때는 마주 보는 게 예의입니다. 예의를 지켜 주세요.]
순식간에 냉각되는 분위기.
그 말이 끝나고 방요찬이 침을 꿀꺽 삼킬 때.
‘오오오.’
흥미진진한 장면에 시청자들이 다음 장면을 보기 위해 고개를 내밀 때였다.
파앗!
[60초 후에 계속됩니다!]
전국의 시청자들이 분노의 함성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