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874화
60초.
광고가 흘러나오는 동안 시청자들이 수다를 떨었다.
“근데 저런 애들은 혼나도 정신을 못 차려. 누가 뭐라고 혼내도 안 듣더라.”
“세상에. 우주가 저렇게 뭐라고 하는 건 처음 보네.”
“방송에 나오는 것만 해도 저 정도인데 저기선 오죽했겠어?”
방요찬을 성토하면서도 흥미진진해하는 분위기였다.
‘재미있다.’
왠지 모르게 흥미진진했다.
과연 우주가 저 멘트 뒤에 뭐라고 했을지 궁금했다.
그것은 네티즌들도 마찬가지였다.
-60초가 이렇게 긴건 처음이네
-광고 왜일케 안 끝나
-예의를 지켜 주세요 드르륵 탁.. 예의를 지켜 주세요 드르륵 탁.. 예의를 지켜 주세요 드르륵 탁
-댓글 리젠 개빠르네
-아 진짜 흥미진진하네
-요찬아 고맙다ㅠㅠ 너무 재미있다
재미있는 컨텐츠가 등장하면 으레 그러하듯 시청자들이 주변에 톡을 전파하기 시작했다.
[지금 k넷 보면 선우주 개빡친거 볼 수 있음]
[힙찔이 등장함ㅋㅋㅋㅋㅋㅋ]
단톡방에 등장한 영문 모를 문구에 K넷을 틀어 보기 시작하는 시청자들.
한편, 사람들이 포털 검색창에 방요찬의 이름을 검색하면서 실시간 검색어가 바뀌었다.
[실시간 검색어]
1위. 방요찬
2위. 넥스트 미션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인터넷 분위기.
그런 분위기를 보여 주듯 커뮤니티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현시각 대한민국 최고의 핫가이]
(방요찬의 프로필 사진.jpg)
전 국민한테 활활 불타오르는 중
-요찬이 hot하다 hot해
-핫하다는 게 그 핫하다는 거였냐ㅋㅋㅋㅋㅋㅋㅋ
-핫가이 인정하는 부분
-Hot (물리)
-뭐야??? 얘 넥미 래퍼 아님? 뭐 병크터짐?
-ㅇㅇ 지금 본방에서 선우주 개빡돌게함
-잘한다고 평 좋던 애 아니었음? 뭐지
커뮤니티에서 갑자기 터지기 시작하는 실시간 반응에 관심이 없던 네티즌들도 K넷으로 시선을 돌렸다.
곳곳에서 유입되는 시청자들.
그야말로 시청률이 하늘 높이 치솟고 있었다.
* * *
다시금 이어지는 본방송.
짝다리를 짚고 불량하게 서 있는 참가자에게 우주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예의를 지켜 주세요.]
긴장감 가득한 BGM.
불량하게 서 있던 방요찬이 그 상태로 굳어 버렸다.
[…….]
누가 봐도 긴장해서 어색하게 서 있는 모습이었다.
시청자들이 혀를 찼다.
-깡도 없는데 왜 까분거임
-저기서도 계속 컨셉 유지했으면 차라리 나았을듯
-허세힙찔이 vs 신념있는 힙찔이
-어느 쪽이든 구리잖아ㅋㅋㅋㅋㅋㅋㅋㅋ
-요찬아 너무 찌질하다ㅠㅠㅠㅠ
-근데 내가 저기 서 있었으면 개무서웠을듯ㅋㅋ 항상 웃던 사람이 표정없이 쳐다봄
여러 시점으로 해당 장면을 반복하면서 긴장감이 감돌 때.
우주가 생긋 웃으며 방요찬에게 말했다.
[물론 제가 좋아서 부끄러우신 거면 이해하고요. 저 좋아하시나요?]
혼이 나간 얼굴로 침을 꿀꺽 삼키던 방요찬이 어버버 대답했다.
[네? 네….]
우주가 부드럽게 웃으며 분위기를 풀어 주면서 현장에서 작게 웃음이 나왔다.
시청자들도 피식 웃었다.
-봐줬네
-방청객 없엇으면 개털렸을듯ㅇㅇ
-하긴 분위기 가장 중요시하는 우주 성격상 저런데서 크게 뭐라할리 없음
-ㅇㅇ 정확한 분석이다
-방청객들 기분 + 녹화 분위기 >>>> 자기 기분
-트루 연예인 선우주
-ㄹㅇ 보살이다. 나 같은 소인배였으면 ㅈ되게 만들었을 텐디
따끔하게 한마디 하고 가볍게 넘어간 우주였다.
옐로카드 한 장을 던지며 경고한 느낌.
짝다리를 짚고 서 있던 방요찬이 어색하게 자세를 살짝 고치면서 우주가 짧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는 조언을 해 주었다.
[물론 요찬 씨만의 사정이 있을 겁니다.]
상대만의 사정이 있었을 수도 있다며 헤아려 준다.
그럼에도 할 말은 한다.
[하지만 기분이 태도가 되어서는 안 되는 거예요. 프로로 데뷔하실 생각이라면 그 점을 꼭 명심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시청자들이 감탄했다.
-ㄹㅇ 명언
-항상 맞다고 하긴 하는데 실천이 어려움
-요찬아 이새꺄 새겨들어라
-우주 진짜 어른이구나
-된사람
-참교육 같은 거 기대했는데 이게 더 좋다.. 그치 이게 어른의 품격이지
상대의 잘못된 점은 지적하되 감정적으로 혼내지 않는다.
무례하게 굴었던 상대에게 우아하게 대처하는 그 모습에 감탄이 나왔다.
처음에는 ‘혼내라! 박살 내!’ 하며 우주를 응원했던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우주답다.’
전 국민이 다 알고 있는 국민 아이돌의 성격이 고스란히 보이는 장면이었다.
그러면서 저절로 감탄이 나왔다.
화가 나는 상황에서 감정적인 대처는 좋지 않다는 걸 알지만, 그걸 실천하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이었다.
“저게 참 힘들지.”
“우주 쟤도 보면 어린 나이에 성공한 이유가 있어.”
네티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연예계에서 인망이 좋은 이유가 있었구나.’
왜 연예계에서 우주가 친한 사람이 많은지 이해가 되는 기분이었다.
기분이 좋을 때 즐겁게 웃는 것은 쉽다.
그러나 화가 날 때도 그런 모습을 유지하는 사람은 드물다.
자신의 기분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분위기를 잘 이끌어 가는 우주를 보며 저절로 납득이 갔다.
왜 뉴블랙에서 리더고, 주변에 항상 사람들이 많은지.
-진짜 요찬아 ㅅㅐ겨들어라 귀한 조언이다
-ㄹㅇ
-그런 거 들을 애였으면 애초에 깝치지 않았음ㅋㅋㅋㅋㅋㅋ
-저렇게 한마디 듣는다고 바뀔거 같진 않지만..
-요찬아 정신 차려라
시청자들의 분위기가 유해졌다.
‘에휴.’
우주가 워낙에 어른스럽게 대처를 한 탓일까.
무례하게 행동한 방요찬이 ‘어린애’라는 이미지로 각인되면서 끓어올랐던 분위기가 진정되었다.
그냥 어린애가 철없이 행동한 걸로 바뀌는 분위기.
방송이 끝나면 욕 좀 먹겠다 정도.
그런 생각을 하며 TV를 볼 때였다.
“음?”
“뭐야. 쟤 또 왜 저래.”
우주의 조언을 들은 방요찬의 반응 때문이었다.
입술을 깨물고 파르르 떠는 반응.
분함을 삭이지 못한 방요찬이 심사평이 끝나고 무대를 쿵쿵거리면서 내려가는 장면이 잡혔다.
[왜 저래?]
[요찬이 형? 어디 가요?]
돌발 행동으로 스튜디오를 잠시 나가 버리는 방요찬.
스탭들이 ‘너 어디 가?!’ 하면서 그를 붙잡지만 뿌리치며 씨근덕대는 목소리가 잡혔다.
[아! 놔요!]
참가자의 무단이탈에 무전기를 든 스탭들이 당황했다.
거기에 삽입되는 인터뷰 컷.
빨간 머리의 래퍼가 뒤통수를 긁적이며 카메라와 시선을 피하고 있다. 여전히 건들거리는 모습.
[…저도 제가 잘한 행동이 아니란 건 아는데. 기분은 조금 좋지 않았어요.]
[동갑내기잖아요. 같은 93년생이고… 솔직히 나랑 동갑인 사람한테 혼이 났는데 기분 좋은 사람 누가 있어요. 심사위원이라 저는 뭐라고 할 수도 없고 그냥 당한 건데…….]
[다들 귀중한 조언이라고 하는데. 전 그때가 너무 수치스러웠어요.]
사람들이 눈을 깜빡였다.
‘심지어 동갑이었어? 그럼 스물여섯인데?’
하는 짓을 보고 고등학생인 줄 알았던 사람들이 어? 하며 동갑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
방요찬이 분함을 최대한 억누른 표정으로 말했다.
[사람들 앞에서 진짜 망신 주고….]
시청자들의 머리가 띵 했다.
‘내가 지금 귀가 이상한가?’
망신을 줬다.
내가 당했다.
그래 봐야 나랑 동갑 아니냐 등등.
“…….”
“…….”
시청자들의 입가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이 새끼…….’
곧이어 전국의 모든 인터넷 커뮤니티가 활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 * *
<넥스트 미션> 5회의 평균 시청률은 9.8%.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시청률이었다.
최근 5년 동안 K넷에서 가장 흥했다고 평가 받는 <드랍 더 비트>의 최종회 시청률이 3.3%.
시청률이 2프로만 넘겨도 흥한 프로그램이라고 여겨지는 K넷에서 무려 10퍼센트에 달하는 수치가 나와 버린 것이다.
“이, 이게 뭐죠?”
“요즘 시대에 이게 가능한 시청률이었어…?”
K넷의 직원들이 웅성거리는 가운데, 해당 소식을 들은 이한수 제작국장이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CP 교체하길 잘했다.’
1퍼센트를 왔다 갔다 하던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갑자기 10배가 되어 버린 상황.
뉴블랙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CP를 교체하지 않았다면 앞으로 이런 시청률을 볼 수 없을지도 몰랐다.
이한수 제작국장이 허허 웃었다.
‘신의 한 수였어. 그래서 내가 한수인가. 핫핫핫!’
K넷의 제작국장이 흐뭇하게 웃고, 넥스트 미션 관계자들이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시청률이 나오기 어려운 케이블 방송이기에 언제나 화제성에 집착해 왔던 그들.
그런데 시청률과 함께 화제성도 터졌다.
-‘넥스트 미션’ 최근 5개년 K-net 최고 시청률 갱신.. 네티즌 “역시 뉴블랙 코인이다”
-‘넥미’ 콜드 브라운.. 그가 보여 준 K힙합에 대한 진심과 열정
-위태로운 음악 명가 K넷에 우주가 붙여 준 인공호흡기, 그런데 이제 그 성능이 지나친
그야말로 모든 곳에서 <넥스트 미션>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유입도 어마어마하게 늘어난 상황.
힙합 오디션이라고 안 보고 있던 이들도 새롭게 신규 시청자로 유입이 되고 있었다.
‘생각보다 괜찮았다.’
자극적이긴 했지만 대체로 호감 가는 참가자들이 많은 서바이벌이었다.
DNS 미디어의 연습생인 계홍주부터 귀여운 외모로 유명한 고등학생 래퍼 허이담, 잘생긴 외모의 김지혁.
신규 유입이 늘면서 그들이 그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었다.
특히나 그중에서 반응이 좋았던 것은 5회차에서 실력 상승을 보여 준 김지혁이었다.
-지혁이 진짜 많이 늘었음
-독기 진짜 쩌는 듯.. 케넷이 성장서사 주는 이유가 다 있음
-처음에는 약간 애매하다 싶었는데 한 달만에 치고 올라오는 거 보고 와 했음ㅋㅋㅋㅋ
-가사도 좋더라ㅋㅋ 내가 힙합을 싫어한 게 아니란걸 느꼈음 그냥 좆 같은 가사가 싫었던거
-처음에 엇박 리듬탈 때 간지
-지혁이는 꽃길도 자기가 준비해서 깔 거 같음ㅋㅋㅋ 애가 진짜 똑부러짐
각종 클립들의 조회수가 상승하는 가운데, 그중에서 가장 반응이 온 것은 바로 선우주와의 만남 영상이었다.
[저희 외할머니 성함이 송덕순이십니다.]
바로 만점을 적으려는 우주의 모습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ㄱㅋ저건 못참지
-선우주를 설레게하는 두 가지 방법 1. 김덕순 2. 덕순
-한결같은 내 남자
-ㅗㅗㅗㅗ 우주는 졸개들거라구
-선우주 잇몸 만개 미소 개웃기네ㅋㅋㅋㅋㅋㅋㅋㅋ
-지혁이 레몬가자
-우주는 바보야 덕순이라면 다 좋아
그러는 한편, 심사위원으로 나온 우주와 콜드 브라운의 코멘트 역시 화제였다.
우주와 콜드 브라운이 선배 가수로서 참가자들에게 자상하게 조언을 해 주었던 부분들.
그중에서 콜드 브라운이 힙합계의 후배들에게 ‘진실한 가사를 쓰라’고 조언한 부분이 주목을 받고 있었다.
-진짜 업계 레전드는 레전드인 이유가 다 있음
-하지만 그래미는 못 탔죠?
-너어는 진짜 나빴다ㅋㅋㅋㅋㅋㅋㅋㅋ
-콜드브라운이 저러는 게 본토 힙합에서도 저것 때문에 쓴소리 많이 하는 걸로 알고 있음. 스웩 좀 그만부리라고
-너 돈다발 흔들어 봤냐는 거 왜일케 웃기지ㅋㅋㅋㅋ
-해 봤는데 별로라는 게 더 웃김ㅋㅋㅋ 다시 줍는 게 힘들다고
사소한 장면 하나하나까지 다 이슈가 된 힙합 서바이벌.
하지만 이런 모든 이슈를 다 합쳐도 이길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었으니…….
[오늘 방요찬 무대 심사 영상.full]
시청자들에게 십자포화를 받고 있는 한 참가자였다.
-양아치임?? 기성 래퍼들도 존중해 주는데 참가자가 뭐라고ㅋㅋㅋ
-1:00 선우주 표정 사라짐
-저래 놓고 동갑내기 어쩌구 하는 게 젤 어이없었음ㅋㅋㅋㅋㅋ 아니 심사위원하는데 나이 필요함?
-상호존중 요찬아.. 상호존중
-사실 방요찬만 욕 뒤지게 얻어먹고 있는 거지 참가자들 욕먹을 만한 애들 많았음ㅋㅋㅋ 선배 무대하는데 카메라 앞에서 우주 무대한대~ ㅇㅈㄹ ㅋㅋㅋㅋ 표정 관리 못하더라
-참가자들 개웃긴게 우주보다 랩 잘하는 애 아무도 없음ㅋㅋㅋㅋㅋㅋ
참가자의 태도를 비판하는 분위기가 동조하듯이 기사들도 발 빠르게 올라왔다.
-방요찬, ‘무대 심사 태도 논란’.. 네티즌 “집에 돈이 많나 보다”
-‘넥미’, 방요찬의 언행에 시청자 게시판 ‘폭발’
-‘넥미’ 방요찬, 무례한 심사 태도 논란… 우주 ‘예의를 지켜라’
곳곳에서 그의 태도를 성토하면서 수플레들이 길게 숨을 토했다.
‘드디어….’
이미 방요찬의 태도 논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수플레들이었다.
방송 내용을 유출 안 하겠다는 서약서를 쓰긴 했지만 방청객들이 비밀리에 흘리는 이야기들이 있었으니까.
-ㅂㅇㅊ이라고 우주한테 무례하게 군 참가자가 있었다.
그런 소식을 듣고 방망이를 든 채 대기하고 있었는데.
‘할 게 없네.’
머글들이 자신들보다 더 크게 화를 내주면서 수플레들은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그야말로 여기저기서 얻어맞고 있었으니까.
[방요찬 일진이냐고 하는 사람들 있어서 해명함]
(메신저 속 동창생 친구의 증언.jpg)
일진 되고 싶었으나 걔네가 안 끼워줌
-안 끼워줌ㅋㅋㅋㅋㅋㅋ
-안 끼워 줬다는 게 왜일케 웃기냐ㅋㅋㅋ
-고등학교 같은반인데 진짜 애새끼였음.. 지딴에 만만해 보이는 여자 선생님들한테 깝죽대고 다니는 스타일
-뭔 스타일인지 알거 같다. 수업 도중에 농담하고 혼자 쪼개는데 분위기 싸해지는 타입일듯..
-아버지 무슨 중견기업 사장이라던데. 요찬아 그냥 그 돈 가지고 살자
그러면서 의문을 품는 사람들도 있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기 때문이었다.
‘왜 이제 와서…?’
저 정도 인성이었다면 진즉에 프로그램에서 장작으로 썼을 텐데.
예리한 네티즌들이 이상함을 느꼈다.
-왜 이제 와서 편집방향이 저러지??
-딱히 악편은 아닌ㄴ데 이상하긴 함
-써바 시청경력 10년.. 난생처음 보는 나락서사임
-나락서사 ㅅㅂㅋㅋㅋㅋㅋㅋㅋ
-cp 교체됐다고 뉴스 뜨고 편집방향이 확 달라진 거 같음. 그 전까지 최고 수혜자였음
-cp가 빽이었을 것 같지 않음? 일반인이 촬영장에서 저따위로 구는데 케넷이 봐줬다? 5회까지 오지도 못하고 이미 쓰레기 돼서 나락갔음
이런저런 추측 등이 나왔지만 명확하게 밝혀진 건 없었기에 화제가 되진 않았다.
다른 부분들이 더 크게 관심을 받고 있었으니까.
[선우주가 화났을 때 쓰는 말]
(심사위원으로 나온 우주의 캡처짤.jpg)
예의를 지켜 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거 사실 우주 기준으로는 개쌍욕인거임
-(뒤지기 싫으면) 예의를 지켜 주세요 (시발)
-ㅋㅋㅋㅋㅋㅋ진짜 곱다 우리 애
-웃긴데 나 이걸로 입덕부정기 끝냈음..ㅋㅋㅋ
-졸개들도 우주 화내는 거 한 번도 본적 없다던데 대단하다 요찬아!
곧이어 짤이 온갖 곳으로 퍼져 나가면서 밈이 왜곡되기 시작했다.
[그거 원본 뭐엿지.. 선우주가 개새끼야 하는짤]
하도 버전 많이 봤더니 지금 뇌에 혼동 오네
-우주가 언제 글케 말했어ㅠㅠㅠㅠ
-예의를 지켜 주세요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딱히 틀린 말은 아닌데..ㅋㅋㅋㅋㅋ 그건 좀
-ㅁㅊ 아니라고ㅋㅋㅋㅋㅋㅋ
-예의를 지켜 주세요 = 시1발놈이 ㅋㅋㅋㅋㅋ 해석 미쳤다
곧이어 미튜브에도 관련 영상이 수백 개씩 올라올 때.
온라인이 활활 타오르는 분위기 속에서 방요찬을 실드 치는 사람들이 없는 건 아니었다.
다만.
-갤에서 응원 왔습니다.. 요찬이 장하다!
-선우주가 뭐 성지임??ㅋㅋㅋㅋㅋㅋ 아이돌 건드렸다고 발작하는 거 보니 딱 그분들이죠?
-못생긴게 죄다ㅠㅠㅠ 요찬아
-[경축] 우리 요찬이 갤주 등극
-요찬이 우리 애긔ㅠㅠ 쓸애긔ㅠㅠ
방요찬을 실드 치는 세력이 평소 사람들에게 호감을 사지 못한 이들이었기에 큰 효과는 없었다.
오히려 실드 치는 이들도 자신들이 깔깔거리기 위해서 노는 느낌.
하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활개를 치는 이들은 분명 있었다.
‘지금이 기회다.’
바로 뉴블랙의 안티들이었다.
-일반인한테 너무 가혹한 거 아님??
-아무리 ㅈ같아도 일반인인데 다들 광기인거 같음.. 이러다 큰일 나 봐야 정신 차리지
-각도기 오지게 깨네ㅋㅋㅋ 일반인이라고
-이래 놓고 무해한 팬덤 수플레 ㅇㅈㄹ
-솔직히 이게 사람 죽일듯이 달려들만한 일임??? 그냥 태도 불량한 거 가지고 죽일듯이 구네
-이러다 뭔일 나겠다 진짜
방요찬에 대한 비난과 비판을 악성 댓글로 몰아가던 안티들의 여론 조성에 사람들이 주춤할 때였다.
‘오케이. 이대로 뉴블랙 팬들을 쓰레기로 몰아간다.’
안티들이 두 팔을 걷어붙이고 공격에 나설 때였다.
정말로 절묘한 타이밍.
방요찬과 같은 힙합 클랜에 속한 멤버의 인스타가 업데이트되면서 안티들이 멈칫했다.
@CWag
(문신을 새긴 팔을 강조하듯 머리를 쓸어 넘기며 찍은 셀카.jpg)
좀 닥쳐요 시발ㅋㅋ
빠순이들 개패고 싶네
잠잠해지려는 분위기에 불이 다시 확 붙기 시작하면서 안티들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레전드다. 진짜.’
안티들조차 감탄하게 만든 방요찬과 그 친구들이었다.
* * *
<넥스트 미션>의 본방은 제법 큰 성과를 남겼다.
일단 Answer의 무대가 다시 한번 주목을 받으면서 음원 차트에서 다시 1위로 상승했고.
워낙에 배타적인 장르로 유명한 힙합에도 발을 들이는 데 성공한 것 같다.
연락처를 교환한 심사위원들이 어제 방송 잘 봤다고 친목도모를 하는 메시지를 보내왔으니까.
시끌시끌하긴 했지만 대부분 좋은 일들이었다.
문제는….
“어. 우주 님…!”
복도에서 나를 발견한 프로듀싱 팀이 종종걸음으로 물러났다.
“아 왜 그러세요.”
“예의 바르게 행동해야 하니까.”
“하지 마요!”
회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총총 뒷걸음질 치며 내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우주님이다!”
“지난 밤은 강녕하셨나요? 진지는 잡수셨는지…? 용안이 어두운데 세안은 하시었는지…?”
“우주님~!”
“…….”
나를 볼 때마다 발랄하게 뛰어 오는 대표님과 직원들을 피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직원들이 아니었다.
“형.”
“하지 마.”
졸개들이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공손하게 두 손을 모았다.
“하지 말라고 했어. 경고야.”
“여기 봐요. 형. 한조 형이랑 나무 형도 있어요.”
막내가 든 핸드폰에 영상 통화로 스트릿 보이즈의 멤버들도 있었다.
입을 꿈틀꿈틀 대면서 꺄르륵 웃어 대는 가요계 동기들.
눈을 질끈 감고 피하려는 나에게 핸드폰을 든 이들이 뛰어왔다.
“형!”
-어디 가세요! 단장님! 예의를 지키러 왔는데…!
“우주 형! 저희 인사 받아야죠!”
-우주야. 우리 예의 지켜야지. 예의 없게 도망가니? 하여간 교양이 없어요. 흐하핫!
진짜 못난 웃음소리들이 뒤를 따라왔다.
방송이 나간 이후부터 주변 사람들이 나를 청학동 훈장님이라며 놀려 대고 있었다.
10년은 울궈먹을 기세.
“하 진짜…….”
자꾸 놀려 대는 사람들을 피해 6층 구석에 숨을 때였다.
딩동.
메시지가 도착했다.
휘연 [행님]
휘연 [인사 오지게 받으세요☆]
틴스피릿 멤버들이 절을 하는 사진.
“…….”
이쯤 되면 내가 친구를 잘못 사귄 게 아닐까.
유독 오늘따라 김덕순 여사가 그리워지는 기분이라 핸드폰으로 메신저를 볼 때였다.
즐겨찾기 1번의 프로필 메시지가 눈에 들어온다.
마이덕순 [예의 바른 할매]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있는 김덕순 여사의 프사.
눈을 지그시 감고 미소를 지었다.
그래….
역시 인생은 혼자 사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