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880화 (880/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880화

<신이>의 썸네일이 뜬 순간.

우리 모두 환호성을 터뜨렸다.

“떴다!”

“우리 막내 얼굴이다!”

“귀엽다!”

넷플러스의 무수한 컨텐츠 바다.

그 속에서 뾰옹 하고 얼굴을 내밀고 있는 지호의 얼굴이 신기하고 뿌듯하다.

이걸 찍기 위해서 지호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알고 있었으니까.

-우주 형. 저 파스 좀 붙여 주세요….

-멍 괜찮아요. 이거 덤불에서 조금 긁힌 거라서 며칠 지나면 금방 나을 거예요. 저 튼튼하니까.

-와. 방금 진짜 어른 같았다. 저 다 컸네요?

바쁜 스케줄 속에서 고된 촬영을 병행하던 우리 막내.

숙소에서도 밤새 대본을 뒤적거리며 연습을 하던 지호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 간다.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저 드라마 한 편이 나오기까지 지호가 얼마나 고생을 했고,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알기에 그저 웃으면서 막내의 등을 두드려줄 뿐이었다.

“지호야. 진짜 고생했다.”

“형들, 저 진짜 힘들었어요!”

“알지. 알지.”

칭얼대는 지호를 품에 안고 다 같이 등을 두드려 주었다.

아직 드라마가 나온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막내였다.

비주가 끊임없이 건네주는 사과를 우걱우걱 먹던 막내가 볼이 빵빵한 다람쥐처럼 말했다.

“진짜 저 주마등이었어요. 막 고생한 게 스쳐 가는데 와…. 진짜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왕지호.”

지호가 손을 비비며 해맑게 웃었다.

“하지만 이제 그 보상이 돌아올 거니까. 전 세계에 저의 이름이 알려지고, 이제 대스타가 돼서 형들이 우러러보게 될 거예요.”

막내의 글러먹은 마인드에 우리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중현이가 리모컨으로 넷플릭스의 썸네일을 누르며 물었다.

“볼까요?”

“보자.”

팝업창에서 갓을 쓴 지호의 얼굴이 뜨면서 우리가 또 환호성을 터뜨렸다.

“잘생겼다.”

“어느 집 막내인지 몰라도 얼굴이 훤하구나!”

“조명이 필요 없네요. 지호 얼굴에서 광채가 나니까.”

형들의 주접에 지호가 에헤헷 하며 웃었다.

[신이]

2018 | 19세 | 에피소드 10개

출연 : 지호, 김시현, 백기웅 .. [더보기]

1화 “프롤로그”

신비로운 비밀을 취급하는 재단.

그곳에는 불로불사의 인물이 살아가고 있다.

1화 설명을 읽는 동안 지호가 손을 비비며 긴 숨을 토했다.

내가 웃으며 물었다.

“긴장돼?”

“아무래도 쪼끔? 제가 원탑 주연이라.”

“긴장될 만하지.”

내가 알기로 <신이>는 넷플러스가 한국 컨텐츠에 투자한 첫 작품이라고 들었다.

예산만 150억.

만약 내가 한국 드라마 최고 수준의 제작비가 들어간 작품의 원탑 주연을 맡게 됐다면….

으.

상상하기도 무섭다.

“퀄리티는 잘 뽑혔다고 들었는데.”

“네.”

얼마 전에 넷플러스가 관계자들을 모아 시사회를 진행했는데 반응이 몹시 좋았다고 들었다.

내부 관계자들도 시즌2 계약에 대해서 벌써 문의를 하고 있을 정도라고.

긴장된다며 요란스럽게 어깨를 떨던 지호가 외쳤다.

“에잇! 몰라요! 그냥 1화 봐요!”

중현이에게서 리모컨을 받아 든 지호가 버튼을 누르려고 할 때.

비주가 잠시 손을 들었다.

“잠깐만.”

“?”

“저기… 연령가 알림이 보이는데. 청소년 관람 불가라고.”

“…….”

그 말에 우리가 다급하게 고개를 돌렸다.

진짜였다.

청불이 뜬 연령가 알림을 바라보며 우리가 불길함을 느꼈다.

과거 <신이>의 웹 드라마에서 보았던 무시무시한 장면들.

리혁이가 항목들을 살폈다.

“유혈 낭자. 공포. 심약자에겐 무서울 수 있는…….”

“…….”

“…….”

“…….”

공포 영화를 선호하지 않는 형들이 모두 고개를 돌렸다.

지호가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같이 봐줄 거죠?”

“…….”

“…….”

잠시 번민에 휩싸였다.

“그, 그 정도로 무서운 건 아니에요! 유혈이 낭자한 것도 그냥 사람이 반으로 갈라지는 장면이나 목이 날아가는 장면 같은 거 몇 개 정도고. 공포도 그냥 헉! 하고 심장 쿵쾅쿵쾅하는 장면 정도…?”

“…….”

“…….”

모두가 갈등에 휩싸였다.

애정과 공포 속에서 저울질을 하던 우리가 마침내 심호흡을 하며 리모컨을 받아 들었다.

“너 이거 진짜 우리가 널 사랑하니까 봐주는 거야. 다른 사람이었으면 어림도 없었다.”

“진짜… 동생 하나 잘못 둬서 뭔 고생이래요. 이게.”

“오늘 야식 쏘기.”

투덜대는 우리의 말에 지호가 활짝 웃었다.

리혁이가 잠시만요 하면서 가슴에 손을 올린 채 심호흡을 했다.

비주는 벌써부터 귀에 손을 올리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중현이는 품에 수플레 쿠션을 끌어안았다.

“무서울 때 쥐고 있게?”

“네.”

“오늘부로 쿠션 하나가 사라지겠군.”

그런 말을 하는 동안 마침내 ‘N’이 뜨면서 우리가 으아아 했다.

겁쟁이들의 비명 속에서 지호가 팝콘을 우물거리며 즐겁게 웃었다.

“그 정도로 안 무섭다니까요.”

두둥!

하면서 오프닝이 뜬다.

음산한 배경음악 속에서 화면이 차차 밝아졌다.

“음?”

바닥에 드러누운 채 긴 머리카락을 흐트러트린 여인이 보인다.

밀랍처럼 창백한 피부.

처음 보는 배우인데 어딘가 익숙한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 때.

번쩍!

배우가 눈을 뜨면서 빨간 동공이 눈을 대신했다.

길쭉하게 찢어지는 입.

기괴하게 웃는 그녀의 입에서 딱딱 거리는 탁구공 소리가 흘러나왔다.

“으아아악!”

“야!”

“안 무섭다며!”

막내가 행복하게 웃었다.

* * *

같은 시각.

현재 한국 넷플러스는 접속량이 폭증하고 있었다.

-마침내 베일 벗는 ‘신이’.. 오늘 5시 공개된다

-뉴블랙 지호 주연 ‘신이’, K 컨텐츠의 저력 보여 줄까

-[포토] 미스터리 시간여행물 ‘신이’ 제작발표회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던 작품이었다.

제작비만 무려 백억 원대.

이미 웹 드라마로 한 차례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던 <신이>의 넷플러스 컨텐츠화.

주연은 뉴블랙 지호.

거기에 최근 들어 공격적인 프로모션이 많았던 프로그램이었다.

레드카펫 행사와 제작발표회, 각종 연예계 소식 프로그램에 지호와 출연진이 홍보차 출연하면서 입소문도 퍼졌다.

‘아. 설레.’

공중파나 케이블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장르의 드라마가 나온다는 말에 이미 설레고 있던 드라마 매니아들이었다.

오후 5시.

드라마가 업로드되자마자 모두 시청 버튼을 눌렀다.

“아씨. 깜짝이야.”

웹 드라마에도 한 차례 나온 바 있는 탁구공 소리를 내는 여자.

사람들이 화들짝 놀랐다.

‘무슨 씬이지?’

탁구공 소리를 내는 귀신이 천장에 붙어 있다.

그리고 그런 귀신에게서 점점 멀어지면서 유리 부스가 드러났다.

‘감옥 같은 건가.’

푸르른 빛을 띠는 조명의 유리 부스가 멀어지면서 시청자들이 눈을 크게 떴다.

부스가 하나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카메라가 빠르게 멀어지면서 거대한 지하 공간을 채우고 있는 감옥들이 보인다.

꼬리 아홉 개 달린 기묘한 늑대.

거인으로 보이는 괴물.

박쥐처럼 거꾸로 매달린 흡혈귀.

다양한 존재들이 난동을 부리고 있는 지하 감옥의 풀샷이 잡히더니 카메라가 이동한다.

그런 상자들 사이를 걷는 방호복 차림의 2인조.

그들이 든 채집가방에는 비명을 지르는 사람의 얼굴이 날개에 그려진 나비가 파닥이고 있었다.

[여긴 언제 와도 으스스하다니까.]

[내 말이.]

[빨리 처리하고 나가자고.]

몸서리를 치던 2인조가 감옥에 새로운 수감자를 넣었다.

널찍한 공간에 들어선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서 비명을 지르는 혼령들이 그 곁을 휘감았다.

[으.]

[가까이 가지 마. 열 명을 잡아먹은 놈이야.]

[지가 뭘 어쩌겠어. 이렇게 갇혀 있는데.]

괴물들이 유리벽에 붙어서 그들을 노려보고 있지만 크게 겁먹지는 않은 듯한 2인조의 모습.

한 명이 갇혀 있는 존재들을 희롱하며 놀리고 있을 때.

다른 한 명이 우뚝 멈춰 서서 굳는다.

[왜 그래?]

[꿀꺽.]

[무슨 일인…….]

[…….]

텅 비어 있는 감옥 하나.

문이 열려 있고 그 아래로 초록 점액질이 늘어져 있다. 거대한 달팽이가 탈출한 것처럼.

그 순간.

[그르르르…….]

두 남자의 머리 위로 무언가 붉은 눈이 번뜩인다.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피가 튀는 카메라.

‘오….’

섬뜩한 연출에 침을 살짝 꿀꺽일 때.

화면이 전환되면서 감미로운 가야금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는 서재가 나온다.

같은 건물에 있는 서재.

그곳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지호의 모습이 나왔다.

그리고.

[…….]

스슥.

긴 팔을 지닌 털북숭이 괴물이 천장의 기둥을 붙잡고 삭삭 움직이며 입맛을 다신다.

이미 몇을 해치웠는지 입가에 묻은 붉은 피.

침이 뚝뚝 떨어지는 송곳니를 드러내던 괴물이 희생자를 덮치려 할 때였다.

주인공이 손가락을 움직였다.

[크륵?]

붉은빛을 휘감은 손가락 위로 알아볼 수 없는 고대 문자가 떠오른다.

마치 마법 주문처럼.

허공에서 발버둥 치던 괴물이 그 상태로 얼어붙듯이 굳는 한편.

[갇혀 있어야 하는 것이 왜…….]

무언가 이상현상이 발생한 것을 확인한 주인공이 책을 덮고 손가락을 가볍게 움직인다.

특이한 색의 빛이 전신을 휘감으면서 떠오르는 고대 문자.

그 빛이 주변으로 연기처럼 뿜어져 나가면서 주인공이 눈을 감았다가 뜬다.

공간 이동.

[비상 상황입니다. 연구동에 있는 연구원들을 비롯한….]

사이렌이 정신없이 울려 대고, 하얀 옷을 입은 연구원들이 도망치고 있다.

감옥에서 일제히 탈출한 괴물들이 난동을 부리고 경비대가 그들을 제압해 내고 있었다.

흥미롭게 보던 드라마 매니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배경 설명을 하는 거구나.’

50분 가까이 되는 다른 회차와 달리 1회는 20분 분량.

말 그대로 프롤로그였다.

주인공이 몸담고 있는 세력이 어떤 곳인지.

주인공이 어떤 존재인지.

독특한 능력을 지닌 불로불사의 존재가 해당 조직과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 나왔다.

[…습격자의 정체가 밝혀지진 않았습니다.]

정체불명의 습격자 때문에 벌어진 사건.

[모든 타깃의 확보가 끝났지만… 일부 고위험 등급의 타깃이…….]

[어디로 탈출한 거지?]

[탈출 경로를 파악하기가 힘듭니다.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서…….]

가장 위험하다고 알려진 괴이들이 탈출한 비상 상황.

대책을 논의하고 있을 때 연구진이 얼마 전에 개발했다는 시간여행 장치가 올라온다.

[진즉에 파괴했어야 하는 괴이들입니다. 차라리 시간 여행을 통해 처음부터 제거해 버리는 건 어떻습니까?]

주인공이 그때 그 사건이 있었을 때로 회귀해서 괴이들을 제거하는 것이 어떠냐는 계획이었다.

‘타임 패러독스 없나?’

고개를 갸우뚱하는 시청자들이 있었지만 워낙 시간여행 자체가 ‘그냥 그런 거야’ 하고 퉁치는 장르이기에 넘어갔다.

그러면서 시간 여행 장치에 대해 설명된다.

[눈을 뜨게 되면 과거 자신의 몸으로 눈을 뜨게 될 겁니다.]

시간 여행이긴 하지만 그때 자신의 몸으로 눈을 뜨는 것이라는 설정.

일종의 빙의와 비슷했다.

[시공간의 불안정함을 피하기 위해 100년 정도의 텀을…….]

가까운 시간대부터 가기 위해 1900년대 초반으로 이동을 하려는 주인공의 모습과 함께 끝나는 1화.

“흐음.”

드라마 애청자들이 뺨을 긁적였다.

‘괜찮긴 한데… 좀 평잼인데.’

CG 퀄리티도 좋고 전체적으로 연출도 좋다.

하지만 딱히 반짝이는 점을 찾기 힘들었다.

그냥 20분 정도 설명해 주다가 1화가 끝난 느낌.

2화를 바로 이어서 볼지 말지 고민하던 이들이 핸드폰을 켰다.

자주 가는 커뮤니티나 카페들에 불판이 깔려 있었다.

[신이 1화 어떰???]

댓글들이 복작거렸다.

-평잼

-소소잼? 1화 보는데 무난했음

-넷플 관계자들이 시즌2 만들자고 호들갑떨었다는 거 봣는데 솔직히 그 정도는 아님

-슬립 때문에 내가 너무 기대를 했나ㅠ

-평잼이란 말이 딱인 듯

-웹 드라마 시절의 날것이 좀 사라진 느낌이야.. 무난무난하다

-다 어디서 봤던 설정인 듯

시간대상 다들 1회만 본 상황.

아무래도 기대치가 너무 높았는지 실망하는 반응들이 더 많은 편이었다.

다양한 커뮤니티와 SNS에 글이 올라왔다.

-슬립 작가는 퇴보만 하는 듯ㅜㅜ 작가님 안 이랬자나요

-1화만 보고 껐다.. 노잼

-작가가 몸 비틀고 쓰는 느낌이었음. 신이에서 했던 배경설명을 또 해야 되니깐

-개노잼

-솔까 더 봐야지 알 것 같긴 한데 프롤로그로선 평이함

-1화만 보고 욕하냐고 하는데ㅋㅋㅋ 아니 뭐 한 입먹고 맛없으면 평할 수 있는 거지

-책도 1챕터가 제일 중요한데 드라마도 1화에서 확 시선 끌어야 하는 거 아님???

-클리셰 덩어리였음 실망..

과하게 까는 글들이 보이면서 드라마 애청자들이 갸웃했다.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그냥 아쉽다 정도였다.

웹 드라마 시절의 <신이>를 너무나 재미있게 보기도 했고, 워낙 올해의 대작으로 기대했던 드라마니까.

1화가 기대치에 못 미친다 뿐이지 볼 만했다.

‘그 정도는 아닌데….’

1화만 보고 역대급 망작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이들을 바라보며 의아할 따름이었다.

‘어쩔 수 없는 거 아닌가.’

이미 시즌 1이 웹 드라마로 존재하는 상황.

사실상 시즌 2인 드라마를 신규 유입된 시청자들에게도 설명을 해 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1화가 다소 설명하는 회차가 될 수밖에.

그 때문인지 <신이>를 처음 접한 이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나만 이상한가..? 볼만한데

-신이 처음 보는데 꽤 재미있네요 ㅎㅎ 볼만한 듯합니다

-재미있네요

-신이 지호 비주얼 쥑이네요 ㅋ.ㅋ 저런 얼굴로 한 번 회사생활 해 보고 싶습니다ㅋㅋㅋ

-전 세계 동시 공개던데 지호 얼굴이면 세계적으로 먹히는 얼굴인가요??

-지호 언제 으른됐대.. 물론 누나는 좋아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올라오는 반응들.

하지만 그런 반응에 대해 격렬하게 뭐라고 하는 이들이 있었다.

-노잼인데ㅋㅋㅋ

-뉴블랙 실드충들 다 뒤졌으면

-또블랙 알바 풀었노

그냥 머글들이 ‘재미있네요’ 하는 말에 심한 욕을 퍼붓는 이들.

드라마 팬들이 상황을 짐작했다.

1화만 보고 흥행을 논하는 이들은 언제나 있어 왔다. 하지만 이 정도로 반응이 격렬하다는 건….

‘뉴블랙네 안티들도 끼어 있나 보네.’

비정상적인 반응에 혀를 내둘렀다.

몇몇 드라마 팬들이 ‘노잼이네’ 하는 트윗들에 편승한 안티들이 신이 난 게 보였다.

그런 부정적인 플로우가 이어지면서 드라마 팬들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아….’

약간 흥이 식었다.

보통 ‘볼 만하네’ 정도면 시청을 이어 가는데, 하도 부정적으로 난리를 치고 있는 상황이니….

공감능력이 뛰어나 저도 모르게 남의 의견에 영향을 받는 이들이 묘한 표정을 지을 때.

“음?”

멀리 나가 있던 선발대가 깃발을 들고 되돌아오듯이.

갑자기 게시판에 글이 미친 듯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뭐, 뭐지?’

2회를 보고 돌아온 선발대들이 게시판에서 눈물을 흘려 대고 있었다.

-시발

-신이를 올해의 갓작 1위로 선정합니다. 반박하는 놈은 내 손에 머가리가 다 깨질 것

-얘들아 2화 봐봐ㅠㅠㅠㅠㅠㅠㅠ

-순식간에 지하철에서 사연있는 여성돼 버림

-스포) 진ㅉ ㅏ연기 진짜 오져 버렸다

-자꾸 생각난다 진짜

-진짜 한국인이면 한번쯤 상상했던 시나리오였던 듯ㅠㅜ

-대왕스포) 지호랑 ㅇㅇ 연기 진짜 대박이지 않았음?

2화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게 분명했다.

무언가 어마어마한 감동의 소용돌이가 가득한 모습에 팔랑귀들이 솔깃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그 정도로 재미있냐는 물음에 답이 돌아왔다.

-얘들아 2화까진 꼭 봐라ㅠㅠㅠㅠㅠㅠ

-2화 진심 레전드

-오늘 밤새워 울 거 같아서 넘 설렌다ㅋㅋㅋㅋ 와 존잼

-존잼이야

-2화 진짜 대박임ㅋㅋㅋㅋ

-이럴 게 아니라 얼른 가서 봐ㅋㅋ 지금 다들 스포 자제중인데 입 근질근질하다

그 말에 시청자들이 다시 넷플러스로 돌아왔다.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

조금 독특한 2화의 부제를 읽으며 그들이 재생 버튼을 눌렀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다는 걸까.

곧이어 2화가 재생됐다.

* * *

시간 여행이 끝나고 눈을 뜬 신이한.

눈부신 햇살에 그가 손을 들어 해를 가린다.

‘음?’

낡은 전차가 돌아다니는 도시.

선비처럼 흰 옷을 입은 사람들과 양장을 입은 이들이 섞여 있는 독특한 분위기였다.

주변을 바라보던 신이한이 고개를 돌린 순간, 시청자들이 어 했다.

‘어, 저기…!’

거대한 건물이 그에게 그림자를 드리웠다.

경복궁 앞을 가로막고 있는 거대한 건물.

조선총독부.

그 위로 연도가 화면을 가득 채우면서 오프닝이 흘러나왔다.

신비롭고 위험한 분위기의 BGM.

신라의 화랑, 고려의 무장, 조선의 왕족, 강점기 독립군이 입은 의복들이 오프낭에 나온 후.

[정보를 찾고 있습니다.]

경성에 도착한 주인공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중절모에 양장을 차려입은 주인공이 정보를 탐문하는 장면들이 나왔다.

고전적인 탐정 영화 같은 분위기.

‘분위기 쩐다.’

셜록 홈즈처럼 경성의 곳곳을 누비며 자연스럽게 원하는 정보에 다가가는 주인공이었다.

낡은 포목점에서 일하는 어린아이에게서 귀동냥을 하거나 빨래터의 아낙들에게 탐문을 하거나.

수더분한 신사의 성격을 연기하며 정보를 얻어 내는 신이한이었다.

경성의 찻집에서 경찰에게 발각 당할 뻔한 독립운동가를 구해 주면서 주인공은 원하는 정보를 얻는다.

[내 이번에 들은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자신이 찾고 있는 괴이가 일제의 손에 흘러들어갔다는 것.

일제의 관동군이 만주 독립군 세력에게 실험 무기를 테스트하기 위해 이송 중이라는 것.

그 이야기를 들은 신이한은 만주로 향한다.

‘영상 때깔 장난 아니네.’

모더니즘 시대 특유의 분위기와 식민지의 우울함이 공존하는 경성에서 배경이 휙 바뀐다.

붓을 놀리듯 화면에 자막이 떠오른다.

『 만주 』

회백색의 하늘 아래 눈보라가 흩날리는 만주.

만주의 독립군 세력에게서 도움을 얻기 위해 이번에는 임시정부의 고위급 인사를 가장하는 주인공.

‘지호 연기 진짜 잘하네.’

굉장히 어려운 연기였다.

그냥 임시정부 인사를 연기한다면 쉽다.

하지만 지금은 ‘임시정부 인사를 연기하는 다른 인물’의 연기.

언뜻 자연스럽게 보이면서도 냉철한 인물이 목적을 위해 연기한다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마치 배우 역할을 맡아 ‘연기를 잘하는 연기’를 하는 배우를 볼 때처럼 신기한 기분이었다.

[사정이 어렵지만은 임정 일인데 어찌 눈을 감을 수 있겠습니까! 한 손이라도 보태야지요.]

[반가운 말씀이군요.]

독립군 부대의 장이 주인공을 돕기 위해 자신의 정예 대원들을 부른다.

하나둘 천막의 장을 펼치며 들어오는 가운데.

얼굴에 검댕과 흉터가 가득한 독립군들이 들어오면서 독립군 대장이 자랑스럽게 소개한다.

[이 친구들이 우리 부대의 최정예 대원들입니다.]

시청자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마지막으로 들어온 독립군 대원 때문이었다.

두터운 방한모와 입가리개를 하고 있어 얼굴이 잘 안 보였지만 느낌이 익숙했다.

대원들의 리더로 보이는 그가 입을 열었다.

[임정의 일이라….]

쾌활하면서도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

[많이 위험합니까, 대장님?]

[죽으러 가는 길이라 봐야지. 관동군 정예 부대에 기관총 사수까지 달려 있다더군.]

[…총알이 좀 많이 필요하겠군요.]

너스레를 떨던 독립군 대원이 신이한에게 고개를 돌렸다.

격의 없이 대장을 대하던 것과 달리 정중한 분위기. 하지만 상대에 대한 경계심이 서려 있다.

[참모님이라고 하셨습니까?]

[맞네.]

[이 일이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하다고 하셨는데… 정말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일입니까?]

확답을 들어야겠다는 눈빛에 신이한이 눈빛으로 응수한다.

잠시 감도는 침묵.

위험을 감수할 만큼 중요하냐는 질문에 그가 답한다.

[조선의 독립을 위한 일이요.]

[그리 말씀하신다면야….]

그 말을 중얼거리던 독립군 대원.

이내 그가 입가리개를 풀고 방한모를 벗으면서 시청자들이 비명을 질렀다.

‘허억!’

안색이 초췌하고 고생깨나 한 얼굴이지만, 낙천적인 성격을 잃지 않고 있는 듯한 분위기.

[죽으러 가는 길이라 말하셨지요.]

얼굴에 낀 살얼음을 털어 내던 우주, 아니 독립군 대원의 얼굴에 담담한 미소가 떠올랐다.

[저희가 어디로 가면 되겠습니까?]

역대급 카메오가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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