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883화
<신이>가 한국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을 때.
바다 건너 다른 나라들도 그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음?”
저마다 <신이>를 접하게 된 계기는 다양했다.
넷플러스를 뒤적거리다가 [외국 컨텐츠]에 뜬 미남의 썸네일을 발견하거나, 갑자기 [지금 뜨고 있는 컨텐츠]에 표시가 되거나 혹은 랜덤으로 추천되는 컨텐츠에 뜨거나.
“……이건 뭐지?”
난생처음 보는 컨텐츠에 해외 시청자들이 흥미를 보였다.
썸네일 속 얼굴이 꽤 익숙하기 때문이었다.
“뉴블랙 아닌가?”
그를 알아본 이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뉴블랙은 분명히 가수인데 왜 저기에 요상한 모자를 쓰고 도포를 입고 있는 걸까.
“예고편이나 한 번 볼까.”
한국인들이 스페인이나 인도 등 낯선 문화권의 컨텐츠를 어려워하듯이 망설이는 시청자들.
외국 시청자들이 미리보기를 클릭했다.
그리고.
“와…….”
예고편에서 나오는 영상미에 압도되는 기분이었다.
눈발이 흩날리는 설원에서 검 한 자루로 고대의 장군을 상대하는 주인공.
군마를 타고 있는 장수가 포효를 지르면서 주인공에게 달려들고 있다.
[네놈의 죄는 목숨으로 묻겠다!]
거대한 장창을 휘두르는 장수가 공격하려던 그 순간.
[챙!]
불꽃을 튀기며 검으로 막아 낸 주인공이 군마와 장수를 동시에 베어 낸다.
히히힝! 하고 쓰러지는 군마.
주인공이 검을 털고는 검집에 넣을 때였다.
[까드드득….]
소름 끼치는 BGM과 함께 쓰러져 있던 장수가 목을 다시 제자리에 끼워맞추는 장면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뚝.
“…….”
미리보기를 보던 시청자들이 홀린 듯이 본편을 재생했다.
이윽고 그들 역시 한국인들과 마찬가지의 반응을 보였다.
‘미쳤다.’
‘역대급인데…?’
‘와…….’
1화를 보았을 때만 해도 ‘오’ 하면서 볼 만했지만 2화에 가면서부터 몰입감이 남달랐다.
“어흐흐흑….”
“어흑…….”
한국의 역사는 잘 모르지만 독립군의 죽음에 슬프게 오열하는 외국인들이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드라마에 몰입을 하고 있었다.
임팩트가 강한 독립군 에피소드가 2화에 배치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해외 시청자들을 고려한 전략이었다.
-일단 1920~30년대 배경이면 한국 문화를 낯설어하는 해외 시청자들도 몰입이 훨씬 더 쉬울 거예요. 지금이랑 가까운 시대니까.
동시에 주인공의 동기에 대해서도 강하게 몰입이 됐다.
보통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의 몰입을 이끌어 내는 장치 중 하나가 바로 주인공의 동기였다.
-왜 저 캐릭터는 저런 행동을 하는가?
극을 이끌어 가는 개연성.
드라마 초반부에 주인공이 억울한 누명을 쓰거나 가족들이 사망하는 장면을 넣어 동기를 부여하듯이.
<신이>에서는 본래 역사에서 죽었을 독립군을 살려내어 미래를 바꾸는 모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그 동기를 납득시켜 주고 있었다.
-과거의 후회스러웠던 사건을 바꾼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품고 있는 욕망.
그런 보편적인 동기에 외국 시청자들도 몰입을 하면서 서서히 <신이>의 시청 시간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잘 모르겠는데 일단 재미있다.’
해외 시청자를 염두에 두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한국인을 위해 기획된 드라마.
다양한 역사적인 배경이 나오면서 외국인들이 혼란을 느꼈다.
고구려, 백제, 신라, 조선 등등.
아무 설명 없이 역사적인 사건들이 나오는데 한국사를 모르는 이들에게는 낯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좋아.’
그것이 강점이 되고 있었다.
오히려 한국사에 대해 하나도 모르기에 더 흥미진진했다.
한국인들에게는 ‘정몽주가 죽고, 고려가 멸망해요’ 하는 당연한 이야기가 외국인들에게는 스포일러와 같았다.
한국인들이 ‘저 사람 조금 이따 죽겠네’ 하는 동안 ‘헉!’ 하고 놀라는 외국 시청자들.
“진짜 재미있다….”
1화부터 시작해서 정말 밤을 새워 가며 보는 시청자들.
국적과 문화는 달라도 재미있는 것은 만국 공통이었다.
“이거 봤어? 한국 드라마라던데. 그, 뉴블랙에서 이름이 Mak-nae? 그런 애가 나오는 거래.”
“이름이 지호일걸.”
“뉴블랙이 배우였어…?”
여기저기서 입소문이 퍼지면서 급상승하는 시청자 숫자.
브라질과 스페인 등에서 1위를 차지하고,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Top 10 안으로 들기 시작하는 <신이>.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들이 삽시간에 늘어나기 시작했다.
‘새롭고 재미있다.’
기본적으로 호러 스토리면서 판타지 모험 활극이 가미된 드라마였다.
주인공의 용의 뿔을 붙잡고 가야의 계곡을 돌아다니는 장면이라든가.
기묘한 것들로 들어찬 거대한 고대 무덤을 돌아다니는 스토리.
온갖 신비롭고 기묘한 설화들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되어 명작 드라마로 탄생해 있었다.
SNS에 올라오는 후기글들.
[나는 공포물을 좋아해서 쉼 없이 봤다. 미스터리와 한국 역사가 결합되어 굉장한 케미스트리를 자랑하는 거 같아. 시각적으로 진짜 즐거운 경험이었다.]
[타임 패러독스와 관련돼서 설정오류라고 할 만한 부분이 몇 개 있어. 하지만 전체적으로 몹시 만족했음. 솔직히 이런 류의 스토리를 좋아하는데 공급이 없어서 항상 슬펐거든.]
[시즌 2를 벌써부터 눈 빠지게 기다리는 중.]
시끌벅적하게 입소문을 타고 있는 <신이>였다.
19세 등급을 받은 잔인성과 호러라는 호불호 갈리는 소재가 아니었다면 전 세계 1위까지 가능했을 인기.
하지만 도리어 그런 이유 때문에 매니아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신이 시즌 2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어
-10개 에피소드가 너무 적어. 다음에는 20부작으로 돌아오도록 하라고
-한국인들 지금까지 자기들만 재미있는 거 보고 있었구나
-웹 드라마 있다던데 어디서 보는지 알아???
-지금까지 이런 드라마를 기다려왔다 (눈물) (눈물) 오늘은 호러 매니아들의 축제야
어느 장르나 마찬가지지만 2010년대 이후로 컨텐츠 기근 현상에 시달리고 있는 호러 매니아들이었다.
-재미있는 게 안 나온다…….
수요는 있는데 공급이 없는 상황.
깜짝 놀래키는 점프 스케어만 가득하고 저퀄 CG에 ‘사탄의 짓이었습니다 데헷’ 하는 영화들에 질렸던 호러 매니아들이 쾌재를 질렀다.
‘제발 시즌 2… 시즌 2 주세요…….’
‘웹 드라마도 다 봤다구.’
‘제발… 이렇게 끝내 버리는 건 아니겠지? 진짜 그러면 온라인으로 청원할 거야.’
계속해서 <신이>의 드라마 팬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
그러는 한편.
매니아들과 달리 일반 시청자들에게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배우들이었다.
‘우주는 가수 아니었어?’
미국인들 입장에선 얼떨떨했다.
지금 미국 차트 1위를 휩쓸고 있는 힙합곡 .
그 곡의 주인공이 드라마에서 연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잘한다.
‘……뭐야?’
노래 부르는 모습만 알던 미국인들에게는 반전이었다.
분명 5분 남짓한 분량임에도 주인공 다음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배역이었다.
누구나 사랑할 만한 캐릭터였기 때문이었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냉혹한 시기.
희망을 잃지 않고 싸우는 그 모습은 나치 독일과 싸우는 레지스탕스를 연상시켰다.
[레지스탕스로 나온 선우주. 오늘부로 그는 나의 남자입니다. 수플레들 미안합니다. 그렇게 됐습니다.]
[수플레들. 이제 너희의 남자는 내 남자다.]
[오늘부로 나의 조국은 대한민국입니다. 반박시 당신은 북한 사람.]
예상치 못한 연기력에 입덕하는 이들이 주르륵 늘어나는 한편.
주인공인 지호의 인지도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었다.
“Ji-ho. 오케이. 지호.”
“지호라는 애 진짜 잘생겼던데. 한국 사람들 다 잘생겼나 봐.”
“아니야. 내가 한국 특파원 가 봤는데 아니야….”
머글들에게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주요한 수단인 예능과 드라마.
드라마 하나가 대박이 터지니 미국의 일반인들도 뉴블랙 멤버의 얼굴을 기억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처럼 대충 잘생긴 다섯이서 초등학생처럼 꺄르르 대면 뉴블랙이구나! 가 아니라 얼굴을 보고 알아보는 식으로.
[지호]
지호의 이름이 세계 검색 포털 사이트에 이름이 올라오고.
미국 넷플러스 4위까지 최고 순위를 기록한 <신이>의 화력이 TV에서도 언급이 되고 있었다.
[우리 작가진 중에 클라우디아라고 한국계 부모님을 둔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와 함께 이번에 <신이>를 함께 보았는데요. 그 클립을 함께 감상하시죠!]
유명 토크쇼 호스트가 한국계 작가와 <신이>를 보는 꽁트.
한국계 작가가 계속 역사 스포를 해 버리면서 호스트가 직원을 구박하는 꽁트가 나오기도 하고.
[요즘에는 한국 드라마를 즐겨보고 있어요. <신이> 아시죠?]
신예 유망주로 꼽히는 로니 루카스를 비롯해 할리우드 유명인이 토크쇼에서 드라마를 보고 있다고 인증을 하고.
[저는 요즘 지호에게 빠져 있어요. 10대의 얼굴로 어떻게 그런 연기를 할 수 있을까요?]
[짧게 나왔지만 써니도 좋던데요.]
[섹시한 걸로만 따지면….]
주부 토크쇼에서도 지호와 우주의 이름이 언급되고 있었다.
지금까지 이름과 얼굴을 어렴풋이 알다가 갑자기 인지도가 계단처럼 한 단계 올라가는 순간이었다.
그러는 한편.
다양한 국가들에서 <신이>가 언급되고 있을 때, 모두가 좋아하거나 웃는 건 아니었다.
[일본 넷플러스 Top 10]
1위. 신이
2위. 모리와 우베츠 : 좌충우돌 형사 콤비 대작전!
3위. 그랜드 다이스 -극장판- 죽음의 대혼돈!
4위. 학생회장님은 키스가 하고 싶어 1기
일본 넷플러스 1위를 차지한 <신이>의 썸네일에 일본 언론들이 파들파들 떨고 있었다.
결국 시사 프로그램에까지 진출한 <신이>.
[솔직히 말해서 굉장히 위험한 드라마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이건 완벽한 반일 드라마입니다. 이견의 여지가 없어요. 한국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습니다.]
흥분해서 침을 튀기는 패널들.
[이해가 안 가는데 말이죠. 뉴블랙은 일본의 인기가 필요 없다는 건가요?]
[조선총독부 건물. 보니까 정말 아쉽다 이 생각이 들던데요. 귀중한 역사적인 유적 아닙니까? 국민감정 때문에 저걸 폭파해서 날렸다니 역시 한국은 국민독재…….]
일본의 대중들이 우와 하고 <신이>를 보고 있는 모습에 언론들의 속이 터지고 있었다.
-그거 반일 드라마라고!
-몰라. 역사 관심 없음.
평소 조장했던 역사에 대한 무관심 덕분에 별생각 없이 보는 일본인들이었다.
도리어 트위터 등에 질문글들이 넘쳐 나고 있었다.
-[질문글] 옛날부터 일본은 미국과 동맹 아니었습니까? 왜 신이에서 일본이 미국이랑 대립각을 세우는..?
┕우리는 미국과 동맹 아님.
┕에? 그럼 누구와..?
┕그때 우리 동맹은 독일 콧수염 아저씨 (웃음)
‘우리가 악역이었어?’ 하고 의아해하는 모습들.
-독립군이 너무 잘생겨서 오늘부터 나는 독립군의 편을 하고 싶다. 뉴블랙 너무 잘생겼어.
이런 반응까지 나오면서 일본의 언론들이 드러누워서 분함을 이기지 못할 때.
파들파들 떠는 이들이 하나 더 있었다.
‘우리의 영광을 훔쳐 갔다.’
자신들이 생각하기에 한반도의 문화는 4대 문명 중 하나인 중화로부터 뻗어 나간 가지.
그 가지의 끝이 주목 받으니 울화가 치밀었다.
-고구려는 중국의 역사인데 왜 한국의 역사로 나오는?
-뉴블랙은 중국 무서운줄 모르나?
-한국 드라마에서 중국이 좋은 역할로 나오는 걸 본 적이 없다. 신라도 결국 비굴하게 당나라의 힘을 빌린 것이 아닌가
-명나라의 만력제 왜곡이 심하다. 저런 미친놈이 실존할리 없어
-배은망덕한 나라
-결국 재주는 중국이 부리고 한국이 과실을 먹네
-뉴블랙은 14억 인민의 공분을 샀다. 결코 그 끝이 좋지 못할 것
중국의 검색 포털 1위에 오른 <신이>.
뉴블랙에 대한 온갖 저주가 가득한 중국 온라인 반응을 보며 한국인들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네… 넷플러스 없잖아?’
합법적으로 볼 수 있는 수단이 없는 국가에서 와글와글 떠들어 대는 모습이 이상했다.
‘뭐지.’
그러면서 폭발하기 시작하는 루머들.
지호가 왕씨라서 중국 화교라는 루머를 시작으로 ‘저거 아무튼 다 중국 거임’ 하는 이야기들이 나오면서 한국인들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그래.’
자기들끼리 말을 지어 내고 그러면 뭐 하는가.
백 마디 말을 지어 내도 드라마 한 편이 더 파급력이 큰 세상.
‘응. 시즌 2 나오면 끝이야~’
여기저기서 배 아파하는 반응들에 한국인들이 꺄르륵 웃어 댔다.
* * *
첫 주 동안 역대 한국 드라마 최고의 성적을 거둔 우리 막내.
“이야. 진짜 왕지호 대단하다.”
스스로 3인칭 호칭을 부르며 감탄한다.
“전 세계를 홀린 연기력! 어마어마한 미모! 가창력과 연기력을 겸비한 문무겸비!”
“…….”
“내가 생각해도 너무 대단하다. 흐하하하!”
처음에는 우리도 엄청 뿌듯했다.
-세계 최고의 막내! 왕지호!
-흐핫!
-진짜 자랑스럽다. 지호야.
하지만 블랙홀처럼 칭찬을 받아도, 받아도 안 끝나는 모습에 우리 모두 이제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하하.”
대표님이 차를 따르며 말했다.
“이번에 지호가 큰일을 했지.”
“그죠?”
“아주 큰일을 했어.”
간만에 있는 대주주 티타임.
대표님과 조 이사님, 본부장님과 함께 봄꽃이 핀 옥상 정원에서 차를 마시는 중이었다.
애플파이를 조각 내던 비주가 말했다.
“스튜디오 LM에 투자 제안이 어마어마하게 들어온다고 들었어요.”
“맞아.”
대표님이 말했다.
“<신이>가 나오고 나서 우리 제작사에 관심이 얼마나 많은지… 넷플러스에서 앞으로 런칭하는 드라마들 판권을 사겠다더라고. 하하, 진짜 이번에 얼마나 대박이 터졌는지 몰라.”
“대표님 저 이뻐용?”
“우리 지호는 언제나 이쁘지. 핫핫핫!”
“아하하하핫!”
대표님과 지호가 서로에게 하트 뿅뿅을 날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우리가 말없이 차를 홀짝였다.
조 이사님이 말했다.
“축하한다. 지호야. 드라마가 잘 뽑혔다고 칭찬이 자자하더라.”
“음? 이사님은 아직 안 보셨어요?”
중현이의 물음에 조규환 이사님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서운 걸 못 봐서.”
“저희도요. 근데 쟤가 자꾸 안 보면 삐지겠다고 선언해서 결국 다 봤다니까요.”
투덜대는 리혁이의 뒤에서 내가 입모양으로 말했다.
‘얘 때문에 귀 엄청 아팠어요.’
무서운 거 볼 때마다 나와 중현이의 귀에다 어찌나 소리를 질러 대는지 그날 밤에 악몽을 꿨다.
리혁이가 잉어들과 함께 내 귀를 지느러미로 투타타탓 때려 대는 꿈이었다.
조 이사님이 키득거리고는 말했다.
“아무튼 지호가 정말 큰일을 했지. 덕분에 컨텐츠 사업 관련해서 투자 걱정은 안 해도 될 거 같아. 넷플러스뿐 아니라 국내 투자사들에게서도 제안이 계속 들어오고 있고. 그리고 이번 영화 프로젝트에 있어서도 한결 부담을 덜었어.”
우리에게 투자하기로 결정한 미국 배급사 측에서 스튜디오 LM의 제작 역량에 의심을 하고 있었다는 모양이다.
신생 제작사이니만큼 당연한 의심.
그런데 <신이>의 성공 덕분에 배급사 측에서도 투자 금액을 기존보다 더 올렸다고 했다.
“넷플러스 드라마가 크긴 크네요.”
“크지.”
조 이사님이 웃었다.
“사실 미국 넷플러스 드라마 중에서도 이 정도 화제성은 드문 편이니까. 이번 <신이> 정도면 올해 넷플러스 Top 10 안에 들어갈 거야.”
“와아아아…….”
“잭팟이지.”
그 말에 지호가 다시 엣헴 하며 입술을 오물거렸다.
비주가 막내를 쓰다듬어 주고 있는 동안, 조 이사님이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서류 가방을 꺼내 들었다.
“참. 만난 김에 이걸 주려고 했는데.”
“이게 뭔가요?”
“지호랑 우주 대본.”
내가 놀라서 물었다.
“…저도 있어요?”
“당연하지. 지호 다음으로 화제성 있는 게 네 배역인데.”
내 카메오 연기에 이런저런 호평이 있다고 들었지만 대본이 들어올 정도인지까진 몰랐다.
조규환 이사님이 말했다.
“이번에 <사운드 오브 선> 관련해서 국내 영화사들 돌아다니고 했는데, 만나는 사람마다 너희한테 대본 좀 전달해 달라고 하더라고. 보통 이런 건 윤 팀장님 통해서 전해 줘야 하는데… 캐스팅하고 싶어서 몸이 달았나 봐.”
영화감독이나 제작사 사장 같이 조규환 이사님과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슬쩍 대본을 들이밀었다는 모양이다.
따로 인맥을 통해 전달한다는 건 그만큼 공을 들인다는 뜻이었다.
지호가 대본을 받아 들면서 말했다.
“형은 진짜 저한테 고마워해야 돼요.”
“고마워. 지호야.”
“조금 더 공손하게.”
“감사합니다. 왕지호 님. 몹시 감사하고 앞으로 카메오 출연은 없는 걸로…….”
“아아아!”
지호가 애절하게 내 팔을 붙잡고 평생 함께하자면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이윽고 대본만 보면 눈이 초롱초롱해지는 우리 막내가 자기 대본을 보다가 내 쪽을 흘깃거렸다.
충격 받은 눈빛.
“그런데 왜 우주 형이 더 대본이 많아요?”
“엣헴.”
이번에는 내가 엣헴 할 때, 조 이사님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설명했다.
“그게… 연기 쪽에서는 우주가 더 몸값이 싸서…….”
“…….”
막내가 대만족한 얼굴로 박수를 치고 내가 눈을 지그시 감았다.
졸개들이 키득거리는 동안 충무로에서 보내 줬다는 대본을 뒤적이는 지호에게 우리가 물었다.
“그래서 향후 계획은 어떻게 할 거야? 신이 시즌 2?”
“음…….”
지호가 깊게 고민하며 말했다.
“그룹 활동에 지장이 안 가는 선에서 적절한 작품을 선택해서 해 보고 싶은데… 신이는 여기까지 하려고요.”
진지한 눈빛이었다.
“저는 성공하고 싶어서 연기하는 게 아니라 연기 자체가 좋아서 하는 거거든요. 그런 점에서 ‘신이한’이라는 캐릭터의 이야기는 드라마에서 잘 마무리를 지은 것 같고.”
“아쉽지 않아?”
“돈은 어차피 형들 덕분에 잘 벌고 있어서. 이제는 연기력에 집중할 수 있는 배역을 해 보고 싶어요.”
막내의 의견을 존중하며 우리가 고개를 끄덕일 때.
조 이사님이 말했다.
“안 그래도 넷플러스에서 제안이 들어왔는데, 무슨 조건이든 다 맞춰 줄 수 있다고 하더라고.”
“정말요?”
“응. 사실 <신이>는 시즌 2가 안 나와도 될 만큼 잘 마무리된 드라마기도 하고, 우리 배우도 딱히 시즌 2에 관심이 없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거절을 해 봤거든.”
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저는 돈에 영향을…….”
“그러더니 시즌 1의 10배를 주겠대.”
“영향을 받고 있네요. 저.”
막내의 말에 본부장님이 사레가 들려서 커피를 뿜을 때.
중현이가 진지하게 물었다.
“150억의 10배면 얼마죠?”
“잠시만. 150 곱하기 10이… 허어!”
모두가 입을 멍하니 벌렸다.
“…….”
“…….”
내가 리혁이를 불렀다.
“계산기야.”
“왜요?”
“저 중에서 지호 출연료가 앨범 몇 개인지 계산해 주라.”
머릿속으로 암산을 한 리혁이가 속삭여 주었다.
내가 고개를 획 돌렸다.
“지호야.”
“넹.”
막내와 내가 결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출연해라.”
“넹.”
두둥.
왕지호 시즌 2 출연 확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