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884화
티타임을 마치고 나오면서 지호가 말했다.
“아, 근데 고민되네요.”
“응?”
“10배 듣자마자 하겠다고 하긴 했는데, 진짜로 이 배역을 또 하는 게 나을지는…….”
“그런 게 어디 있어.”
우리가 앞다투어 말했다.
“지호야. 10배야.”
“어디 가서 저런 돈 절대 못 받아. 지호야.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면 일단 받아먹어야지.”
그것도 조건이 적은 돈이다.
제작사가 마음대로 제작을 하고 자신들은 간섭 없이 돈만 대겠다는 관대한 물주 포지션.
“아, 그런가.”
지호가 뒤통수를 긁적였다.
“이게 보쌈 먹으면 족발도 한 입 먹고 싶잖아요? 저는 배역 하나 하고 나면 다른 거 하고 싶고 그러거든요. 근데 ‘신이한’은 제가 웹 드라마 때부터 2년 정도 연기한 배역이니까.”
“으흠.”
“드라마가 잘 돼서 넘 좋긴 한데 잘못하다가 이런 이미지로 고착되는 게 아닌가 걱정도 되고….”
고민하는 막내의 모습에 맏형으로서 조언을 해 주었다.
“연기도 중요하지만 출연료의 액수도 무시할 건 아니야. 이 정도 출연료를 받고 나면… 앞으로 10년은 네가 자유롭게 연기를 할 수 있는 여유로움의 원천이 될걸. 재정적으로 튼튼하니까.”
“글킨 하네요.”
그런 말을 하던 지호가 어? 했다.
“근데 저는 굶게 돼도 형들이 먹여 살려 줄 거 같은데. 저 그럼 이거 출연 안 해도 되지 않아요?”
“너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니….”
내 중얼거림에 비주가 끅끅거리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취향저격 개그였던 모양이다.
중현이가 물었다.
“근데 시즌 2가 나올 수 있어?”
“나오려면 나올 수 있긴 해요. 떡밥 뿌리고 회수 안 하거나 여지를 둔 게 되게 많아서…….”
지호가 어깨를 으쓱였다.
“일단 작가님이 대본 집필 들어가신다니까 기다리려구요.”
과거 장르물 <슬립>을 집필한 작가이자 이번 <신이>의 가장 큰 공로자인 배예진 작가.
<신이>가 대성공한 이후로 제작진들이 매일 폭탄주를 달리며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후문만 들었는데.
이번에 조 이사님 통해서 다시 또 이야기를 들었다.
-배 작가님. 넷플러스 측에서 시즌 2를 하자고 하던데요.
-음. 이야기적으로 시즌 1에서 끝내는 게 더 나을 거 같은데요. 감사한 제안이긴 합니다만….
-원고료 10배에 시즌 1 인센티브도 지급하겠다고 합니다.
-시즌 2는 언제나 저의 꿈이었죠!
핏발 선 눈으로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고 계실 배예진 작가님의 모습이 그려진다.
지호가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에이~ 다른 연기를 못하는 게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신이>를 또 한다니까 좋긴 좋네요. 갑자기 인기 많아져서 음방 활동 1주 연장하는 그런 느낌이에요.”
그 말에 우리가 웃었다.
리혁이가 물었다.
“근데 <신이>를 찍는다고 다른 연기를 못하는 건 아니지 않나? 아무리 빨리 찍어도 너 올해하반기에나 촬영 들어갈 거 아냐.”
“그죠.”
“그럼 <신이> 안 찍을 때 다른 거 찍으면 되잖아.”
“오?”
막내가 그러네? 하고는 물었다.
“헐, 근데 그러면 저 스케줄 겁나 빡세지지 않아요?”
“응.”
“스케줄이 겁나 빡세지는 대신에… 원하는 배역을 더 연기할 수 있는 거네요. 일을 더 하는데 스케줄이 지옥 같아지는…….”
지호가 활짝 웃었다.
“좋은데요? 와. 간만에 리혁이 형 아이디어치고는 좋았다.”
“고맙다는 말로 알아들을게.”
리혁이가 ^^ 하면서 막내와 눈싸움을 할 때.
일을 더 하고 싶으면 몸을 갈면 된다는 우리 뉴블랙 가문의 가훈을 실천한 막내가 내게 말했다.
“형, 형. 저 그러면 대본 좀 나중에 같이 봐 줄 수 있어요?”
“응. 그럼.”
내게 들어온 대본들도 같이 봐 달라는 이야기를 할 때였다.
딩동.
메신저에 알림이 들어왔다.
나상윤 [우주야]
나상윤 [잠깐 상의하고 싶은 게 있는데 사무실로 와 줄 수 있니?]
…무슨 일이지?
* * *
지이이잉.
프로듀싱팀 사무실에 놓인 고급 커피 머신이 진동하면서 커피를 쪼르륵 따라냈다.
“향 좋네.”
“이거 리혁이가 고른 원두라면서요. 향이 진짜 좋아.”
직원들이 커피 향이 좋다며 커피를 홀짝였다.
그동안 제로 콜라를 따로 받아 든 나는 프로듀싱 팀과 A&R팀의 직원들과 수다를 떨었다.
나상윤 팀장님이 이야기 도중에 자기 팀 막내를 불렀다.
“형섭아. 너 우주한테 줄 거 있다며.”
“네.”
편곡 담당인 동갑내기 친구가 주섬주섬 보따리를 꺼내 내밀었다.
홍삼이었다.
“부모님이 꼭 전해 달라고 하셔서…….”
“왜…?”
“평창 올림픽에 무대 세워 준 거 너무 고맙다고.”
“아하.”
평창 올림픽 폐회식 무대에 아들내미가 DJ로 등장하는 모습에 온가족이 행복해했다는 이야기였다.
얼굴을 모르지만 어떤 표정일지 알 것 같아서 괜히 내 기분이 좋았다.
“감사히 받겠다고 전해 드려 줘.”
“응응.”
“아이고, 이런 귀한 홍삼을……. 앞으로 우리 형섭이랑 평생 함께 해야겠다.”
“…….”
“친구 잘 둬서 홍삼 선물도 받는구나. 우리 평생 친구하자. 형섭아.”
선물해 준 사람이 눈물을 줄줄 흘릴 만큼 감동의 팬 서비스를 안겨 준 후.
홍삼 박스를 조심스럽게 내려놓고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직원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저와 상의하고 싶다는 일이 뭔지 여쭤도 될까요?”
“허락을 받고 싶은 일이 있어서.”
“허락이요?”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건진 모르겠다만 아무래도 작곡 부서 전체를 관할하는 프로듀서가 너니까.”
그렇긴 하다.
분명 데뷔 초만 해도 A&R팀 꽁무니에 히잉 하고 붙은 연습생 1이었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업계 최고의 작곡가들을 이끄는 수장 포지션이 되어 있었다.
나상윤 팀장님이 말했다.
“이제 빌보드 Hot 100 발표지? 1위가 유력하다고 하던데.”
“거의 확정 같기는 해요.”
“미리 축하해.”
스트리밍과 라디오 등등 모든 지수에서 압도적인 1위를 구가하고 있는 나와 콜드 브라운의 .
설레발은 금물이지만, 이번에는 빌보드 예측 1위와 2위 사이의 격차가 어마어마할 만큼 확실했다.
“이번에 빌보드 1위 이야기를 들으면서 떠오르는 게 있더라고.”
나상윤 팀장님이 말했다.
“하와이에서 너 없이 송캠프를 진행했던 때도 그렇고, 생각보다 우리가 미국 작곡가들이랑 능력 차이가 안 난다는 거? 오히려 어떤 부분은 우리가 더 나은 것 같고.”
“제가 늘 하는 말이었잖아요. 다들 대단하시다고.”
“그거 그냥 립서비스인 줄 알았거든.”
“…….”
작곡가들이 아련하게 말했다.
“맨날 구박 다 해 놓고 여러분은 소중한 사람이래.”
“우주야. 웃으면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욕이 욕이 아닌 건 아니야.”
“우리도 그런 식으로 작곡을 하고 싶어서 그렇게 하는 게 아닌데…….”
내가 죄인처럼 고개를 수그리며 죄송합니다… 할 때.
나상윤 팀장님이 웃으며 말했다.
“송캠프에서의 경험도 경험이지만, 이번에 앤써도 콜드 브라운 측과 우리 작곡가들의 협업이었잖아?”
전체적인 작곡과 작사 작업은 가수들이 했지만 그 외의 작업에는 양측 작곡가들이 총동원됐다.
팀장님이 말을 이어 갔다.
“이제 정규 앨범이 나오고 나면 작년처럼 영어 곡도 내야 할 거고. 인터내셔널 앨범도 작업을 들어가야 하잖아. 어찌 보면 작년보다 더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해.”
조용히 상대의 말을 경청했다.
“지금 미국에서는 라잇업? 맞나? 그런 오디션을 해서 너희를 맹추격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고, 또 메트로와 앤써가 터진 상황인 만큼 다음 앨범은 더더욱 중요하지.”
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다.
우리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경쟁자를 자칭하는 세력도 생겨난 상황.
쉽게 말해 장작더미가 산더미처럼 높게 쌓인 상황.
작은 불씨로는 그런 장작을 모두 태울 수 없다. 큰 한 방이 필요한 상황.
“그래서 이번에 미국으로 다 같이 연수를 가고 싶어.”
“연수요?”
“작곡 능력은 있지만 우리가 미국 트렌드나 그런 거에 대해선 어두운 편이니까. 직접 경험하고 배우고 싶어.”
새로운 경험으로 한층 더 높은 레벨에 올라가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내가 물었다.
“어떤 식으로 배우시겠다는 건지 여쭈어도 될까요? 그래야 대표님과 이사님께 필요한 예산 같은 걸 더 잘 말씀드릴 수 있을 거 같아서요.”
그러자 팀장님이 종이를 내밀었다.
미리 플랜을 다 세워놨는지 어떤 식으로 미국 가요계의 환경을 경험하고 배우겠다는 것인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내 입장은 간단했다.
“좋은 생각인 것 같아요.”
작곡 능력 증진을 하겠다는 작곡가들의 입장이 여간 반갑고 고마운 게 아니었다.
게다가….
“정말 잘 된 거 같아요.”
“응?”
“지금 <사운드 오브 선> OST 작업을 해야 되는데, 프랭크 차우 씨랑 트래비스 월콧 음악 감독님은 곧 미국으로 돌아가실 거거든요. 제작진만 한국에 남아서 촬영을 할 거고.”
브로드웨이의 거물이 자신의 본진으로 돌아가 곡 작업을 할 예정이었다.
“프로듀싱 팀 분들이 미국에 계시면 그쪽과 작업을 연계하기도 편하고… 또 제가 미국에 갈 때마다 만날 수 있으니까요.”
“올 때마다 우리를 만나겠다고…?”
“네. 좋지 않나요?”
“…….”
내가 웃으며 물었다.
“설마 저를 피하겠다고 미국으로 가시는 건 아니지 않나요?”
“…….”
갑자기 어색하게 웃는 작곡가들의 모습에 내가 멈칫했다.
어?
…이 반응은 뭐지?
* * *
작곡가들의 해외 연수는 확정됐다.
대표님과 이사님도 좋은 생각이라며 흔쾌히 동의했고, 관련 예산도 바로 마련됐다.
조금 쎄한 점이라면….
-그동안 우주 못 보니까 너무 아쉽겠네.
-미국이라 핸드폰이 잘 터질지 모르겠네~ 연락이 조금 늦어도 이해해 줘.
-아이고. 미국 와이파이는 잘 터질지 모르겠네~
먼저 탈옥하는 죄수처럼 손을 흔드는 모습에 결심했다.
미국에 갈 때마다 찾아가야지.
어쨌든 작곡가들의 해외 연수에 대한 결정을 내리고 있을 때.
내가 기다리고 있던 소식도 날아왔다.
[Billboard Hot 100]
#1. Answer - Cold Brown & Woojoo
#2. Lips - Kelly Nelson
지난주까지 1위를 차지하고 있던 그래미 신인상 수상자 켈리 넬슨의 곡을 밀어내고 안착한 1위.
콜드 브라운이 행복한 얼굴로 말했다.
「써니. 만약 이 곡으로 그래미 대상을 타게 된다면 네게 끝내주는 차를 하나 사 주겠어.」
「괜찮아요.」
「70억짜리 부가티를.」
「저는 언제나 차를 좋아해 왔어요. 기왕이면 동생들도 타게 5인승 차로…….」
워낙 경쟁자가 없는 시기라서 그런지 최소 두 달은 1위가 너끈해 보인다는 였다.
내가 미국에서 안 살아서 모르지만 진짜 어딜 가든 나온다나.
과거 한국에서 썸씽이 대히트 쳤을 때가 떠오른다.
“와아아아아아아!”
“우주선! 우주선!”
1위가 확정되자마자 1위 초가 꽂힌 케이크를 든 졸개들의 축하도 받았다.
“근데 왜 케이크가 갑자기 2개가 된 거야?”
“…….”
항상 한 개였던 축하 케이크가 왜 두 개가 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동생들이 중현이를 바라보고, 중현이가 머쓱한 얼굴로 모른 척할 뿐.
왜 케이크를 하는 동안 비주가 쓰레기통을 멀찍이 치우는지도 의문이고… 뭔가 수상쩍은 구석이 많다.
아무튼.
<신이>와 가 세계 곳곳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동안 우리도 바쁘게 활동을 이어 갔다.
“이견우 선배님. 목 좀 풀어 볼게요.”
“아아아아아~? 아?”
“중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중현아, 안 와도 돼.”
영화에서 우리 아빠 역을 맡은 이견우 선배의 보컬 트레이닝도 좀 도와주고.
“미국 가기 전까지는 쉬는 거 아니었어?”
“미국 가서 쉬시면 되지 않나요?”
영화 OST와 관련해서 프로듀싱 팀과 매일 회의를 하면서 프랭크 차우와도 소통을 하고.
이제는 정말 컴백만 남았다.
재킷과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고, 다음 달에 있을 콘서트와 컴백을 준비하면 정말 끝.
그리고.
“네!”
다음 달에 본 촬영을 시작할 TV 예능 <뉴니버스>의 사전 미튜브 컨텐츠 촬영도 마침내 끝이 났다.
“저희 뉴블랙이 드디어 1종 보통 면허와 1종 대형 면허를 땄습니다.”
“와아아아아!”
“그렇습니다. 전국의 운전자 여러분. 저희 아이들이 도로로 나가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운전면허 강습을 맡았던 선생님들이 이마를 짚거나 자기네 학원 이름을 가리는 가운데.
리혁이가 말했다.
“사실 저희가 좀 꼼꼼하게 운전을 해서 그렇지. 잘한다는 평을 받았거든요.”
“맞습니다. 운전의 신이라는 말을 들었죠. 예? 악신이라고요? 뭐, 악신도 신 아니겠습니까.”
사실 반쯤은 농담이다.
아무래도 춤을 좀 추는 직업이라 기본 운동 신경이 있어서 그런지 다들 몇 번 헤맨 뒤에는 줄곧 잘했다.
컴백 준비로 인해 피곤하고 지친 심신과 준비 시간 부족만 아니라면 더 잘할 듯한 느낌.
전원 모두 도로주행시험을 단번에 통과했다.
-재시험을 보고 싶습니다.
쟤는 100점이 나왔는데 나는 100점이 안 나왔다며 재시험을 요구한 어느 광인을 제외하면….
무난한 진행이었다.
미튜브에 ‘곧 나올 뉴니버스를 기대해 주세요’ 하면서 올릴 우리의 컨텐츠가 완성된 후.
-[뉴니버스 Ep.0] 나의 운전면허 합격 수기 - 01
벌써부터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뉴니버스의 사전 컨텐츠 조회수가 쭉쭉 올라가는 가운데, 이제 다음 달에 찍을 본편만이 남은 상황.
본편 컨텐츠 중 일부도 확정이 됐다.
“일단 운전면허 특집의 첫 번째 아이템은 지인들과 함께 하는 운전연수로 할 거야.”
구재영 피디님이 말했다.
“예를 들어 우주가 운전을 하는 동안 친한 동료들을 불러서 연수를 하는 거지. 스보의 한조 씨라든가 예능인 케빈이라든가. 태현 씨가 조수석에 타서 지적을 하고 티격태격하면 그림 좋잖아.”
운전면허가 있는 친구나 지인들을 불러서 연수를 시키겠다는 계획.
그걸 시작으로 제작진이 만들어 낸 아이디어들에 감탄을 하고 있을 때였다.
“음…….”
비주가 고민이 된다는 얼굴로 말했다.
“한 달 전이라서 게스트들을 섭외할 시간은 충분한 것 같은데… 누구를 선정할지가 고민이네요.”
일명 찐친 특집.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백여 명이 넘는 우리 입장에서는 조금 난감했다.
절친이라고 해도 일단 다섯이 넘어가는데….
우리가 임의대로 자르면 ‘그럼 나는?’ 하며 서운해 할 친구들도 많아서.
-행님들 진짜 너무하시는 거 아니에요?! 아 시발… 앗 욕해서 죄송합니다. 아니 저희도 나름 친분? 있는… 아 운전면허 있는 사람만 부르는 거예요? 지송합니다. 지송지송.
대충 요런 장면들이 상상되기 때문이었다.
사소한 일이지만 누군가는 감정이 상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작진도 그런 우리의 말에 고민할 때.
“훗.”
갑자기 거만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웃음소리에 우리가 진저리를 칠 때, 제작진이 눈을 반짝였다.
“리혁이 무슨 생각 있니?”
“네.”
리혁이가 말했다.
“제게 아주 좋은 아이디어가 하나 있어요. 미튜브 컨텐츠도 추가로 뽑을 수 있고, 뒷말도 나오지 않을 만한 기발한 아이디어가.”
“오오오오.”
“제 생각에는요…….”
이윽고 리혁이의 말이 이어지면서 우리도 눈을 크게 떴다.
정말 좋은 아이디어였기 때문이다.
* * *
올해로 26세 이현조.
인기 아이돌 스트릿 보이즈에서 한조라는 예명으로 활동 중인 그에게 연락이 왔다.
-혹시… 뉴니버스 출연 가능하실까요?
선우주의 절친들을 불러 모아서 운전연수를 하겠다는 계획.
한조의 마음이 두근거렸다.
‘간다. 꼭 간다.’
국민 프로그램을 만들어 낸 구재영 피디와 국민 아이돌 뉴블랙의 야심찬 신규 예능 프로젝트.
게다가 선우주까지 구박을 할 수 있다?
이 날만을 위해 운전면허를 딴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데 불러야 할 게스트 분들이 너무 많아서 저희가 따로 미튜브 컨텐츠를 준비하려고 하거든요. 일명 게스트 뽑기.
워낙 절친이 많아서 따로 뽑아야 한다는 말.
하지만 상관없었다.
‘나만한 절친이 없다.’
뭐든 뽑힐 자신이 있었다.
그런 이유로 제작진들이 주최하는 화상 미팅이 시작됐다.
선우주의 절친들이 격자무늬로 화상 채팅에 얼굴이 떠오른 가운데, 각자의 메신저를 통해 링크가 전달됐다.
“음?”
창이 떠오른 순간 한조가 눈을 깜빡거렸다.
【♡우정 테스트♥ - 나는 ‘우주’와 얼마나 친구일까?】
모든 문항을 15초 안에 답해야 한다는 제한 시간이 뜨는 가운데.
한조가 웃었다.
‘이 정도는 껌이지.’
그런 그의 앞에 뜨는 1번 문제.
[문제1] 다음 중 우주선 작곡가가 중현을 부르는 호칭은? (복수 응답 가능)
① 감자 비서
② 감자군
③ 고구마 비서
④ 중현 씨
한조가 핸드폰을 꾸우욱 움켜쥐었다.
‘선우주…!’
부숴 버리고 싶은 절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