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888화 (888/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888화

음원 사이트를 새로고침한 수플레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떴다!’

붉은빛을 띠는 앨범 썸네일이 눈에 들어온다.

[뉴블랙 정규 3집 : Insomnia]

무려 14개의 곡이 수록되어 있는 앨범이었다.

‘진짜 소처럼 일했구나. 우리 애들.’

하루에 1개씩 녹음해도 2주가 걸린다.

이 앨범 하나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작곡가들이 갈렸을지를 짐작하며 흐뭇하게 웃는 수플레들이었다.

새로고침 할 때마다 앨범 리뷰창의 댓글이 수백 개씩 늘어나는 가운데.

“흐어…….”

5분 차트 그래프가 미친 듯이 치솟고 있었다.

매번 앨범이 나올 때마다 기록을 깨는 뉴블랙이지만 그걸 감안해도 어마어마한 수치였다.

문제는.

-망고야 망고야 또 죽었냐

-망고님은 가셨습니다

-망고야 뉴블랙 음원은 듣게 해 주고 죽어

-이 새끼야 지금 죽으면 안 된다고ㅠㅠㅠㅠㅠㅠㅠ

버벅. 버버벅.

새로고침을 할 때마다 버벅거리더니 사이트 접속이 어려워졌다.

수플레들이 눈물을 삼켰다.

‘요금은 맨날 올려 대더니… 서버 증설을 안 하네 이놈들.’

평소처럼 흐물흐물해진 망고를 내버려 둔 채 수플레들이 미튜브로 이동했다.

-미튜브야! 안뇽!

그리고.

-꿰…….

-미튜브야?

-꿰까닥…….

-안 돼! 뮤비는 보여 주고 죽으라고!

미튜브도 죽어 있었다.

*   *   *

수강신청이나 티켓팅을 해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것들이 있다.

-서버시간 18:00

분명 서버 시간까지 맞춰 가면서 접속을 했다.

그런데.

[대기 인원 : 19,872명]

[당신 앞에 630,782명이 있습니다.]

분명 정각이 딱 되자마자 클릭을 했는데 ‘님 완전 늦음요ㅋㅋㅋ’ 하고 놀려 대는 느낌.

화면에 뜬 창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5분, 10분이 흐른 후.

이제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대기인원이 10, 9… 하면서 줄어드는 모습을 보다 접속하는 것이다.

그런 이들을 맞이하는 꽉 찬 자리들.

‘전공필수를 못 듣는데 졸업은 어케 하라는 건데.’

‘자리가 없네.’

그러다가 운 좋게 한 자리를 발견해서 클릭을 하는 순간.

[수강인원이 정원이 되었습니다.]

[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

“……!”

시작부터 끝까지 사람을 최대한 열 받게 하는 방법으로 구상된 시스템.

지금 수플레들은 수강신청이나 티켓팅 때와 비슷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뮤비가 나왔는데 뮤비를 못 본다

-지금 미튜브 접속한 숯불 있오????ㅠㅠㅠㅠ 왜 난 안 되지

-나도 안 들어가진다

-나 들어옴 근데 360p임 개샛끼들..

-ㅅㅂ 검색하니까 비정상적인 트래픽 감지 같은 소리 하네.. 지금 횡단보도 맞추고 있는 중

-뮤비 보려면 인간인걸 증명해야 한다니

-횡단보도 바닥 타일이랑 신호등 저거 만든 사람 급똥일 때 화장실 문 앞에서 저거 하게 해야됨

-뮤비 보는 게 일케 어렵냐고ㅠㅠㅠㅠㅠㅠ

뮤비가 나왔는데 못 보고 있었다.

파리, 카이로, 케이프타운, 시드니, 도쿄, 방콕 등등. 전 세계의 팬들이 사이버 공격 수준의 물량으로 접속한 미튜브.

‘글로벌 기업이라면서!’

글로벌 기업이 이리 취약해도 되는 것일까.

수플레들이 미튜브를 원망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하지만 모두가 접속에 실패한 건 아니었다.

티켓팅에서 누군가는 승리를 거두듯 그 와중에도 운 좋게 접속한 사람들이 있었다.

“어! 어! 어!”

“어? 왜 그러세요?”

“저, 접속 됐어요!”

오프라인 모임 중이던 수플레들이 환호성을 터뜨렸다.

운 좋게 접속한 사람 곁으로 빵실빵실한 얼굴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허어어어!”

녹색 빛이 감도는 사이버 펑크 배경의 도시.

그곳이 클로즈업 되면서 어느 건물 옥상에 모여 살고 있는 소년들이 보인다.

영화 속에서 뒷골목 아이들을 이끄는 왕초 같은 느낌의 미청년들이 후드티를 입고 있다.

그리고.

그 얼굴을 보려고 한 순간.

뺑글뺑글.

미튜브 동그라미가 돌아가더니 갑자기 얼굴이 흐려졌다.

“뭐예요?”

“180p래요.”

“…….”

하지만 그 순간 수플레들은 경악했다.

“보, 보인다!”

“얼굴이 보여요!”

180p인데 사람 얼굴이 잘 보였다.

그중에서도 480p의 동생들 속에서 720p의 화질처럼 보이는 우주의 모습이 경악스러웠다.

“미친.”

“제가 180p에 나오면 복면귀신 될 걸요.”

“달걀귀신 아닌가요?”

그러나 또렷한 것은 얼굴뿐.

흐릿한 화질에 수플레들이 아쉬움을 느꼈다.

‘이래선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애들 얼굴만 보이지, 다른 게 하나도 안 보였다.

누군가 제안했다.

“그래도 기왕 접속한 김에 화질이나 좀 올려 볼까요?”

“네. 한 번 올려 볼게요.”

1080p는 애매하니 토론을 통해 720p로 결정됐다.

그 정도만 돼도 어디인가.

화질 고르기 화면에서 720p를 조심스럽게 고른 수플레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제발!’

‘오늘부터 공부 열심히 할게요. 하느님. 219번째 공부 선언이지만 이번에는 진심이에요.’

‘중현아! 내게 힘을 줘!’

빨간 동그라미가 빙글 한두 번 돌아가더니 화질이 업그레이드 됐다.

수플레들이 서로를 얼싸안고 주먹을 흔들었다.

“됐다!”

“됐어요!”

라식을 한 것처럼 눈이 확 밝아지는 느낌!

수플레들이 헤실헤실 웃으면서 뮤비를 감상했다.

아니.

하려고 했다.

빙글빙글.

화질을 바꾸자고 제안한 수플레가 역적이 된 것처럼 고개를 수그리고, 다른 이들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

“…….”

결국 30분 후에나 정상 접속이 가능해진 수플레들이었다.

‘뭐지. 이 패배한 듯한 느낌은.’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것 아니겠는가.

접속 대란에서 벗어난 수플레들이 뮤비에 다시 접속했다.

‘프리징 바로 걸렸네.’

40만 회 정도에서 프리징이 걸린 영상.

그럼에도 좋아요는 100만 개가 찍혀 있었다.

거기에 따봉을 하나 눌러준 후, 본격적으로 눈 호강하는 타임을 가졌다.

[21:03]

사이버 펑크 배경의 대도시.

알록달록한 조명이 비춰지는 곳에서 전자시계가 표시된 거대한 탑이 보인다.

그리고.

화려한 마천루들이 멀리 보이는 외곽 지역의 슬럼가.

그곳에 낡은 후드티를 입은 미청년들이 앉아 있다.

‘음?’

수플레들이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애들 지금 얼굴이 아닌데.’

우주나 비주, 중현이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리혁이와 지호의 얼굴이 지금과 꽤 달랐다. 지금보다 훨씬 더 앳된 느낌.

‘3년 전에 찍은 건가?’

Nine의 뮤비에서 쓰이지 않았던 미공개 컷을 재활용한 모양이었다.

뮤비에서 도시의 골목을 돌아다니던 Nine의 청소년들이 어떤 식으로 살고 있었는지 보여 주는 장면.

허름한 폐건물.

보일러를 대신하는 모닥불.

그런 곳에서 춥고 배고파 보이는 이들.

[바스락. 바스락.]

그런 곳에서 지호가 책을 읽고 있다.

낡디낡은 만화책.

‘CG 입혔나.’

본래 다른 책이었을 장면에 CG로 합성된 듯했다.

‘BOOM!’ 같은 의성어가 가득한 만화책을 읽고 있는 지호가 마지막 책장을 넘긴 후.

낡은 모포 속으로 들어간 지호가 웅크리며 잠에 빠져든다.

그리고.

“오…….”

배경이 확 바뀌었다.

근미래에 전자식으로 표현되었던 시계탑이 초침과 분침이 있는 시계로 바뀌면서 배경이 드러난다.

아마 Nine보다 더 이전의 세상.

어두웠던 미래와 다르게 밝고 현대적인 분위기의 도시였다.

하지만….

‘근데 밤인데 왜 해가 떠 있지?’

뮤비의 오프닝에 짧게 지나가는 씬들이 뭔가 이상하다.

계속해서 해가 떠 있고, 사람들은 피곤함에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영원히 깨어 있었다.

그 속에서 정장을 입은 뉴블랙이 있었다.

‘얘들아!’

눈에 짙은 그늘이 깔린 이들이 매일이 백야(白夜)인 도시에서 고통을 받는 장면이 나오면서 본격적인 곡이 시작됐다.

모두가 같은 헤어스타일로 돌아다니는 곳에서 염색을 하는 뉴블랙 멤버들.

화려한 옷을 차려입고, 자신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스타일링을 한 이들이 돌아다니면서 곡이 시작됐다.

‘허어어어…….’

펑크 락 분위기의 곡이 흘러나오면서 수플레들이 입을 벌렸다.

밴드 느낌이 나는 기타 리프가 나오는 순간 이건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쳤다. 미쳤어.’

뮤비 속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백야>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해방감 때문이었다.

락 페스티벌에 온 것처럼 신이 나서 방방 뛸 때의 해방감을 담은 듯한 곡이었다.

‘진짜 신난다.’

이건 노래방 가서도 불러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묘한 쾌감도 들었다.

남들에게 ‘이게 나야’ 하듯이 자신의 모습을 당당하게 보여 주는 분위기의 곡이었기 때문이었다.

‘뮤비 내용도 좋다.’

모두가 획일화된 도시에서 답답함을 느끼고 불면증에 시달리던 주인공들.

하지만 본격적으로 자신의 색채를 드러내면서 그들의 안색이 좋아지고 잠을 자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도시에서 빌런으로 활동을 하기 시작한다.

동물원에 갇혀 있던 동물을 풀어 주거나, 악덕 기업가의 금고에서 돈을 털어서 하늘에서 뿌린다거나. 건물 옥상과 옥상 사이를 가로지르며 페인트를 뿌리며 낙서를 하거나.

마무리로는 실험실에서 연구를 마친 폭탄을 하늘에 던져서 ‘밤’을 만들어 내기까지.

비로소 밤이 되어 버린 도시에서 3절의 클라이막스 군무가 흘러나오면서 수플레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게 덕질이다.’

곡도 좋고 뮤비 때깔도 좋고.

뮤비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잘 이해가 갔다.

-조금은 벗어나도 괜찮아.

주변의 시선과 사회적인 기준에 맞추기 위해 분투하느라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들.

그런 시선에서 벗어나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주제 같았다.

설령 그게 뮤비에 묘사된 빌런처럼 성격적인 결함이 있거나 문제 있는 사람으로 인식되더라도.

‘애들이 이번 앨범 앞두고 부담이 심했구나.’

이번 앨범을 앞두고 뉴블랙이 어떤 고민을 했는지 보이는 듯했다.

계속된 성공.

그에 대해 주변의 기대치가 높아지고, 잠이 안 오는 상황이 이어지던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은 듯했다.

성공을 하든 안 하든 자신들의 가치는 변함이 없다고.

‘하지만 또 성공해 버렸죠.’

수플레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듣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듯한 이 곡의 리뷰창은 벌써부터 댓글이 복작거리고 있었다.

-여러분 보이시나요 천재가 노력하면 이렇게 됩니다..

-미쳤다

-곡이 다 좋네

-주선아 이번에도 형은 감동했다

-평창 폐막식하기 전에 나왔으면 이거 엔딩곡으로 했을 텐데ㄷㄷ 진짜 아깝다

-노래방 가서 부르고 싶은데 왠지 일반인은 못부를거 같아

-노래방 막곡 각이다 ㄹㅇ

벌써부터 노래가 나오자마자 흥얼흥얼하는 사람들.

머글들도 수플레들과 비슷한 감상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이번에 진짜 제대로 터졌다!

늘 이지리스닝을 목표로 하고 있는 뉴블랙이지만 이번의 <백야>는 지금까지의 곡들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인 편이었다.

[실시간 차트]

1위. 뉴블랙 - 백야 (Midnight Sun)

2위. 뉴블랙 - Villains

3위. 김하재 - 숙취

4위. 뉴블랙 - BAD

5위. 뉴블랙 - Lullaby

차트 줄세우기를 주르륵 하고 있는 상황.

‘으음.’

수플레들이 눈을 가늘게 떴다.

다른 곡들이 수플레들의 화력으로 밀려나고 있는 와중에도 꿋꿋이 3위에서 버티고 있는 곡.

조금 거슬렸지만 무시하기로 결정했다.

‘뭐. 상관없겠지.’

차트 최상위권에 줄세우기를 한 음원들을 바라보며 가볍게 넘어가는 수플레들이었다.

*   *   *

드디어 앨범 발매 당일!

“형! 1위예요!”

“뭐, 늘 있는 일이지. 흐하하핫!”

이번에는 정말 성적에 연연하지 말자고 생각했는데, 막상 차트를 뒤덮고 있는 붉은 물결을 보니 기분이 좋다.

1위에 위치한 <백야>를 바라보고는 평정심을 유지하기로 했다.

“…으헷!”

“아 쫌. 채신머리없게 웃지 좀 마요.”

“흐훗.”

“그냥 편하게 웃어요. 그게 더 이상하네.”

리혁이의 말에 꺄르륵 웃었다.

실시간 차트 1위에 등극한 <백야>를 보자마자 동생들과 1위 초가 꽂힌 케이크를 불고 신나게 춤을 췄다.

늘상 있는 루틴이었다.

곡이 나오면 축배를 들고, 흥겹게 연습을 하고.

한편, 이번에는 사옥을 이전하면서 새로운 일과도 하나 생겼다.

[레몬 엔터 직원 대상 뉴블랙 팬사인회]

구내식당에 앉아 있는 우리의 앞으로 줄이 쭈우욱 늘어서 있었다.

저마다 손에 앨범을 든 사람들이 차례대로 우리 앞에 이동했다.

“안녕하세요. 김현정 변호사님 맞으시죠?”

“네!”

“이름은 뭐라고 써드릴까요?”

“말랑콩떡이요. 닉네임이에요.”

수플레로서 회사에 입사한 법무팀 변호사 분과 악수를 나누며 웃었다.

따끈따끈한 앨범에 ‘To. 말랑콩떡’을 쓰면서 팬사인회를 진행했다.

“근무하시는 데 불편함은 없으세요?”

“너무 좋아요. 진짜 복지 최고…. 어지간한 대기업보다 더 좋은 거 같아요. 행복하고….”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에요.”

“악플러 때려잡는 게 본업이 돼서 너무 좋아요.”

악플러를 열심히 잡겠다는 법무팀 변호사 분과 흐뭇한 미소를 교환했다.

시간이 좀 흐르자 내 뒤에 서 있던 박규호 대표님이 인자하게 말했다.

“이동하시겠습니다.”

“헛… 네!”

계속해서 들어오는 수플레들.

법무팀 수플레가 써 온 가짜 혼인 계약서에 지호가 ‘X’자를 그리면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구내식당 영양사로 근무하시는 분이 가져온 선인장 선물에 중현이가 감동하고.

고양이 귀를 쓴 리혁이가 새침하게 웃으면서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다들 너무 감사합니다.”

비주가 식당에서 마이크를 들고 말했다.

“저희 뉴블랙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고… 정말 오늘 와 주신 분들께 뭐라고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선물도 이렇게 많이 주시고….”

“와아아아!”

“저희가 약소하게나마 뭐라도 드려야 할 거 같아서…….”

비주가 구내식당 맞은편에 있는 고깃집을 가리키며 수줍게 말했다.

“저녁 식사로 소고기를 준비했어요.”

“!”

역조공 품목으로 나온 소고기에 모두가 눈물을 글썽였다.

우르르 몰려가는 수플레들을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 뒤에 사장님께 슬픈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네?”

“그… 만석이라 자리가 없는디…….”

그 말에 우리 팀 계산기가 큰 충격을 받았다.

“계산식에 이런 간단한 상수를 넣는 걸 깜빡하다니…….”

“이럴 때 쓰는 말이 있어. 리혁아.”

“뭔데요?”

“헛똑똑이.”

고기를 못 먹게 된 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적.”

“나쁜 사람.”

“서리혁.”

그리하여 뉴블랙 없는 뉴블랙 팬사인회 회식이 진행되는 걸 유리창 밖에서 구경만 한 후.

조촐하게 구내식당에서 밥을 두 번 먹었다.

비주가 말했다.

“컴백이랑 콘서트가 겹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거 같아요. 밥을 마음껏 먹을 수 있고.”

“그치.”

“시간이 부족한 게 조금 아쉽긴 한데…….”

“그래도 밥을 이렇게 많이 먹는 게 어디야.”

컴백만 준비할 때는 식단을 신경 쓰는 편인데, 콘서트 준비까지 합쳐지니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야식까지 먹어도 연습량 덕분에 0칼로리가 되는 진귀한 풍경.

밥도 소화시킬 겸 회사에서 가장 큰 연습실에서 동생들과 분주하게 뛰어다녔다.

“19초. 아슬아슬하네요.”

무대도 워낙에 큰 탓에 동선 맞추기 위해 뛰는 연습을 하거나 불안정한 라이브를 맞추는 연습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어제보다 더 밝은 분위기.

앨범이 성공을 거두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걱정거리 하나를 치운 덕분이었다.

“음흠흠.”

<백야>를 흥얼거리면서 주기적으로 차트를 확인했다.

1위.

1위.

1위.

그런 식으로 매 시간마다 확인을 하고 있을 때, 새벽에 새로고침을 한 내가 눈을 깜빡거렸다.

[실시간 차트]

1위. 김하재 - 숙취

2위. 뉴블랙 - 백야 (Midnight Sun)

뭐지?

갑자기 뒤바뀐 순위에 내가 고개를 갸웃했다.

*   *   *

중국.

컴퓨터들이 웅웅 돌아가고 있는 방에서 한 남자가 인상을 썼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아. 이번 주에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던데.

맞은편에서 들려오는 중년 남자의 말에 남자가 인상을 찌푸렸다.

“뭘 아무것도 하지 말아요?”

-그거 지금 하는 거.

“왜요?”

-아니. 이번 주에는 하면 안 된다니까. 뉴블랙이 컴백을 해서 이거 돌리면 티가 난다고.

상대는 브로커였다.

그가 의뢰를 받아서 1위로 만들어 준 가수들의 소속사와 그를 연결해 주는 대리인.

“거기 사장이 하지 말래요?”

-절대 하면 안 된대.

“그러면 우리 돈은?”

-이번 주는 일을 하는 게 아니니까 안 주겠다고 하더라고. 이번 주 건 비용에서 제하겠대.

“…아니 그런 법이 어디 있어요?”

그런 말을 들으며 통화를 종료한 남자가 흥 하며 코웃음을 쳤다.

‘단물만 뽑아 드시겠다?’

소속 가수들을 1위로 만들어 줄 때는 고맙다고 할 때가 언제고 이제는 필요 없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 뜨는 것만 어렵지. 지금 와서는 대중들도 노래가 좋다고 그냥 스트리밍을 해 주니까.

부하 직원이 물었다.

“어떻게 할까요?”

“어떻게 하긴. 그냥 하던 대로 계속해.”

“근데 말 나오지 않을까요? 뉴블랙 노래 사이에 끼어 있고 그러면 엄청 티 날 텐데.”

“티 나려나?”

“엄청요. 이번에 뉴블랙 노래 진짜 좋던데….”

사장이 눈을 깜빡였다.

“뭐. 티 나면 어때. 좁은 가요계 판에서만 시끌시끌한 거지. 그냥 하던 대로 하고 비용이나 청구하자.”

“네.”

그런 말을 하며 평소처럼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리는 업자들.

‘뭐. 별일이야 있겠어.’

그래봐야 조금 시끌시끌하고 말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불과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그들은 자신들의 예상이 완벽하게 틀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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