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889화
다음 날.
정오가 되면서 동생들과 나는 음원차트를 새로고침했다.
“…….”
“…….”
일간 차트가 주르륵 바뀌면서 어제까지 최상위였던 곡들이 전부 다 밀려나 있었다.
그 자리를 대신 채운 것은 우리의 앨범.
10위권까지 정규 앨범의 수록곡들이 차지한 광경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흐뭇한 광경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일간 차트]
1위. 김하재 - 숙취
2위. 뉴블랙 - 백야 (Midnight Sun)
우리의 타이틀곡이 1위가 아니었다.
비주가 말했다.
“진짜 오랜만이네요. 보통 노래 나오고 나면 다음 날 일간 1위를 했던 것 같은데.”
“그러게.”
뭐. 2위가 나쁜 건 아니다.
2위도 좋지.
우리가 무슨 1위를 맡겨 놓은 사람도 아니고 항상 당연하게 1위를 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완전 이상한데요.”
리혁이가 어제부터의 차트 추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새벽 시간대에 갑자기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난 것도 그렇고. 이상한 구석이 한두 개가 아닌데요.”
“확실히 이상하긴 해.”
우리가 어제 6시에 컴백하기 전까지 1위였던 곡이긴 하지만, 정규 앨범 발매 이후로 쫙 밀어냈던 곡인데.
갑자기 새벽부터 치고 들어와 1위를 차지해 있었다.
뭐라고 할까.
달리기 대회를 하는데 갑자기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거북이를 바라보는 토끼의 심정이다.
지호가 눈을 가늘게 떴다.
“이거 백퍼 뭐 한 것 같은데. 전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수치가 아니잖아요. 리혁이 형이 갑자기 중현이 형을 힘으로 싸워서 이긴 거랑 같은 건데.”
적절한 비유에 우리가 웃었다.
중현이가 내게 말했다.
“형. 그럼 저희 이제 어떻게 할까요?”
“음.”
내가 동생들에게 손짓했다.
“일단 모여 보자.”
“네.”
제12… 몇 회더라.
아무튼 가족회의를 시작했다.
“자. 가족회의를 시작합니다. 선창하면 따라 해 주세요. 뉴블랙은?”
“가족이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가족입니다. 그러므로 가족회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눈짓하자 서기가 안건을 올렸다.
“수상쩍은 방법으로 우리 음원을 제친 상대에 대한 안건입니다.”
“자. 그러면 하나씩 따져 보도록 합시다.”
동생들에게 내가 물었다.
“이 상황에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으음…….”
없다.
회사 차원에서 입장문 정도를 내는데 같이 조율한다면 모를까. 특별히 우리가 뭘 할 방법은 없었다.
“자, 이 상황에서 우리가 지금 저 문제에 대해 해야 할 일은?”
“없다.”
“그러니까?”
“연습을 한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과 아닌 일을 구분하는 것은 스트레스 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
동생들에게 말했다.
“일단 석환 형이랑 TF 팀에서도 이 문제 가지고 상의하고 있을 거니까, 이따가 회의할 때 참석이나 하자.”
“네.”
“그러니까 우리는?”
“연습을 한다.”
졸개들을 성공적으로 세뇌시키면서 미소를 지었다.
멘탈 관리 성공.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동생들이 한결 편해진 얼굴로 연습 준비에 들어갔다.
“이따가 TF팀이 호출할 테니까 그때 가서 이야기 해 보도록 하자.”
“네.”
그런 말을 하며 내가 다리찢기를 하며 스트레칭을 할 때였다.
중현이가 손을 들었다.
“형.”
“응?”
“회의 안건에 안 올린 거 하나 있어요.”
“뭔데?”
오늘 먹으려고 준비했던 케이크를 냉장고에서 꺼낸 중현이가 말했다.
“2위 초를 안 샀어요.”
“허어…….”
“우리 초 못 꽂고 케이크 먹어야 해요.”
“!”
결국 동생들과 슬픈 얼굴로 케이크를 먹었다.
* * *
골든 엔터.
최근 들어 차트에서 높은 주가를 달리는 발라드 가수들을 대거 보유한 회사였다.
싱어송라이터 진윤서.
발라드 가수 김하재.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 ‘음원 사재기 아니냐’ 하는 의심을 받는 가수들.
“사재기 맞으면 어쩔 건데.”
골든 엔터의 사장 홍태석이 인터넷 댓글창을 바라보며 삐뚜름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도 아이돌 팬들은 사재기 곡들을 욕하고 있었다.
“지들은 뭐 얼마나 떳떳하다고. 피차 드럽게 음원 순위 올리는 건 똑같은데.”
“그러니까요. 대표님.”
그의 처조카이자 이사가 맞장구를 쳤다.
“자기들이 하는 건 착한 스밍이고 우리가 하는 건 나쁜 스밍이래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다니까요.”
“그렇지.”
“뭐, 저래봐야 인터넷에서만 시끌시끌한 거죠.”
그들은 평소처럼 자기 합리화를 통해 멘탈을 관리하고 있었다.
‘이기면 장땡이지.’
자기네 오빠들 성적을 올리고 싶으면 같은 방법을 쓰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착한 척하면서 사는 건 바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승자가 되어 권리를 쟁취하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의 기본 원칙 아닌가?
그런 면에서 그들은 성공적인 사업을 하는 중이었다.
“이번 달 재무제표입니다.”
“좋아. 좋아.”
행사비와 음원 수익 등으로 꽉 찬 재무제표를 바라보며 홍태석 대표가 흐뭇하게 웃었다.
‘돈이 쏟아지네!’
그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소속 가수들을 음원 차트 최상위권으로 올리는 이유.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차트 1위를 하면 행사 비용이 오를 뿐만 아니라, 불러 주는 곳도 많아진다.
“재하 스케줄은?”
“이번 달은 일단 꽉 차 있고요. 다음 달이 진짜 대박입니다. 대표님. 대학 행사가 쫙 잡혔어요.”
“어유… 이게 다 얼마야.”
행사 대행사를 통해 섭외가 들어온 대학 행사 스케줄을 바라보며 그의 입이 헤벌쭉 벌어졌다.
‘차 하나 또 뽑아도 되겠는데?’
참으로 달달한 돈맛이었다.
얼마 뒤에 찾아오는 5월 달은 행사의 달이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을 비롯해 전국의 대학생들이 축제를 즐기는 기간!
회사 소속 아티스트인 김하재와 진윤서의 스케줄이 빈틈 없이 꽉 채워져 있었다.
“윤서랑 재하는 요새 어때?”
“차트 순위 좀 더 올려놓으라고 난리예요. 돈 주고 그것밖에 못하냐고.”
“…배은망덕한 것들.”
그가 혀를 끌끌 찼다.
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이번 달에는 차트 순위를 티 나게 건드릴 수가 없었다.
-뉴블랙 컴백, 가요계의 최강자가 온다
가요계에서 아무리 겁이 없는 사람이라도 뉴블랙은 무서워한다.
뉴블랙을 건드린다는 건 장수말벌들이 가득한 벌집을 맨손으로 만지작거리는 것과 비슷한 행위.
‘지금까지 적당히 잘 해먹어 왔다.’
해먹으면서 롱런하는 비결은 선을 넘지 않는 것.
그 선만 안 넘으면 대중들은 아무 반응을 하지 않는다. 일부만 시끌시끌하게 움직일 뿐.
“이번에는 뉴블랙도 컴백을… 음? 김 이사. 왜 그래?”
“…….”
갑자기 핸드폰을 보더니 멍한 표정을 짓는 처조카의 모습에 홍태석 대표가 물었다.
“왜 그러냐니까?”
“대표님. 이거…….”
핸드폰으로 기사를 보는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발라드 가수 ‘김하재’ 수상쩍은 1위.. 컴백 뉴블랙 ‘2위’
그의 심장이 오그라들었다.
그가 말을 더듬었다.
“이, 이게 어떻게…….”
곧바로 대포폰을 꺼내든 그가 브로커에게 연락을 했다.
어떻게 된 사정인지 금세 영문을 파악할 수 있었다.
“입금 안 해 준다니까 엿 먹으라 이거야?!”
-꼭 그런 식이라기보다는 그 친구들이랑 좀 미스커뮤니케이션이… 사장님도 너무 노여워하진 마시고.
“지금 이게 난리가 안 나게 생겼어요? 아니….”
-자기들도 이럴 줄은 몰랐대요.
설마 뉴블랙을 제치고 1위를 할 줄은 몰랐다는 이야기였다.
-뭐… 그러면 지금이라도 관두라고 얘기할까요?
“……일단은 유지하라고 하세요.”
당장이라도 관둘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러면 너무 티가 난다.
뉴블랙을 이기고 1위를 하던 음원이 갑자기 순위가 우수수수 10위권까지 떨어져 버린다?
나 불법적인 짓 하고 있습니다 하고 자백하는 꼴이었다.
“돈은 내가 오늘이라도 입금해 줄 테니까. 다음부터는 꼭 이런 짓 벌이기 전에 말 좀 하라고 해요.”
통화를 마친 그가 핸드폰을 테이블에 집어던졌다.
얼굴 모르는 업자들에게 분노가 치밀었다.
‘이 새끼들은 중국에 있어서 현실 감각이 없나? 아니 한국인은 맞나?’
뉴블랙이 그냥 아이돌인가.
현시점 한국 최고의 스타인데.
“일단 입금 당장 해 주고.”
“네. 대표님.”
대답하던 이사가 그에게 물었다.
“언론은 어떻게 할까요? 지금 홍보팀에 전화가 쏟아지듯이 들어오고 있다는데…….”
“그냥 모른다고 잡아떼. 무조건 모른다고 해. 그냥 입장 물어보면 입장 없다고 하고.”
“예예.”
“그리고 이거 가지고 인터넷에서 시끄럽게 구는 애들 있으면 고소장 날린다고 겁 좀 주고. 명예 훼손 걸면 무조건 우리가 이기는 싸움이야. 지들이 뭐 물증 있어?”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고 방에서 호다닥 나가는 이사.
홀로 남은 방에서 홍태석 대표가 차갑게 얼어붙은 손을 비비며 침을 삼켰다.
‘괜찮아. 며칠만 잘 넘기면 된다.’
며칠 정도면 이슈가 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 적당히 시끌시끌하고 넘어가면 그만이다.
‘솔직히 이런 걸 누가 관심이나 가지겠어. 뉴블랙이 하루 음원 차트 2위를 했다고 난리 나는 것도 아니고.’
아이돌이 차트 1위를 못했다고 난리 난 적이 한 번이라도 있던가?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번만 잘 넘기면 돼.’
예상치 못한 위기상황이 찾아오긴 했지만, 그는 이번에도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리고 자신의 앞날에 펼쳐진 돈방석을 확신했다.
* * *
다음 날.
분명 전날까지 축제 분위기였던 수플레들은 현재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지금 뉴블랙 제치고 차트 1위한 ‘그 회사’]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소식이었다.
-ㅅㅂ
-아 뒷목 개땡기네 이 새끼들이 진짜
-와ㅋㅋㅋㅋㅋㅋㅋㅋ 최소한의 눈치조차 없는 거 보소
-뉴블랙 컴백하면 어케 하나 두고 보려고 했는데 그런 거 없고ㅋㅋㅋㅋㅋㅋ 진짜 레전드
-나 수플레 아닌데도 개빡치네ㅋㅋㅋ
-아이돌을 진짜 ㅈ으로 보는구나
수플레들을 포함해 아이돌 팬들이 발칵 뒤집혀 있었다.
모두 그저 황당할 따름이었다.
‘뉴블랙을 이겨?’
컴백이 279일 지난 뉴블랙은 이길 수 있다.
그러나 컴백 당일의 뉴블랙을 이길 수 있는 가수는 현시점 대한민국에서 존재하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수플레들이 열이 올라서 댓글을 쓰고 있을 때였다.
-[공식] 김하재 측 ‘뉴블랙 선배님을 제치고 1위.. 너무나 영광’, 음원 사재기 질문에는 ‘묵묵부답’
수플레들이 미소를 지었다.
-1위??? 영광????
-처돌았나?
-이 기획사 새끼들은 대가리가 팽이냐?? 돌았네
-기획사 사장 대가리 때리면 존나 맑은 소리 날듯
-사재기로 1위 해 놓고 루머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곧장 행동에 들어가는 수플레들이었다.
골든 엔터 측에 전화를 걸고, 여기저기 글을 퍼뜨리고, SNS를 통해 화력을 모으고.
‘전쟁이다!’
수플레들이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지금까지 우리가 너무 안일했다.’
머글들이 스밍을 해 주고 화력이 넘쳐 나니 여유롭게 있었는데.
양심을 우주 밖으로 인공위성처럼 쏘아낸 자들이 1위 깃발을 흔들어 대고 있었다.
수플레들이 곧바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백야>의 스트리밍 지수가 미친 듯이 상승하면서 사이트가 버벅이고, 언론사 등에 제보가 속출하고.
폭탄을 던져대는 수플레들의 모습에 다른 아이돌 팬들도 가세했다.
‘아니, 진짜 이건 아니지.’
인간들끼리 아무리 싫어도 외계인이 나타나면 일단 동맹 맺어야 하는 게 국룰이었다.
다른 아이돌 팬들도 하나둘 수플레들의 깃발 아래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역대급 화력이 골든 엔터를 난타하는 상황.
하지만….
-뭐라고? 잘 안 들리는데?
거의 맹폭격을 당하는데도 천혜의 요새처럼 끄떡없는 척을 하고 있는 골든 엔터였다.
너희가 뭘 하든 우린 여기서 가만히 웅크리고 있겠다 하는 느낌.
시간이 지나서 흐지부지되기를 기다리는 듯한 태도에 아이돌 팬들이 더욱더 의지를 불태울 때였다.
“음?”
갑자기 어디선가 콰아앙 하는 듯한 느낌과 함께 상대방의 본진이 폭발해 있었다.
‘뭐지?’
수플레들과 아이돌 팬들이 어리둥절한 느낌을 지을 때.
먼지를 헤치고 주인공이 등장하듯이 누군가 등장해 있었다.
아이돌 팬들이 한 줌으로 보일 만큼 어마어마한 대세력이자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한 집단.
‘!’
아이돌 팬들이 두려움에 질린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머글들이다!’
그렇다.
머글들이 참전해 있었다.
* * *
대체로 아이돌 팬들이 ‘머글’이라 부르는 일반인들은 임계치가 상당히 높다.
어지간한 일에는 딱히 반응을 하지 않는다는 뜻.
특정 임계치를 넘지 않으면 심각하게 반응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지금까지의 음원 사재기 이슈도 마찬가지였다.
-그거 음원 사재기 썰 돌던데.
-그래? 왜 그랬대.
좋지 않은 일이라고 인식은 하고 있지만 ‘그냥 뭐 그런가 보다’ 하는 인식 정도.
길거리에서 쓰레기를 휙 던지고 가는 사람을 바라보며 인상을 쓰지만, 그냥 한숨만 쉬고 가던 길을 가는 느낌이었다.
하나하나 분노하기에는 세상에 분노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거 봤어요? 뉴블랙 노래 2위 했다던데.”
“진짜요? 1위는 그럼 뭐예요?”
“무슨 숙취인가 하는 노래인데, 이게 요번에 무슨 논란이 있다고 하더라고.”
뉴블랙을 이겼다는 소식에 일반인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어떻게 된 상황인지 금세 알아챌 수 있었다.
어느 커뮤니티를 가든 간에 상황을 설명해 주는 글이 있었으니까.
자세한 사정을 파악한 대중들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어처구니가 없네.’
단순히 뉴블랙이 호감 가는 연예인이라서 화가 나고 그러는 게 아니었다.
그들이 황당해하는 이유는 바로 눈치였다.
-ㅋㅋㅋㅋㅋㅋㅋ진짜 최소한의 눈치도 없네
-대중이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드나
-7살짜리한테 말해도 안 믿을 거짓말을 하고 있네ㅋㅋ 우리 조카도 안 믿겠다
-적당히를 모르네
-뉴블랙 제치고 1위 언플ㅋㅋㅋㅋㅋㅋ 진짜 레전드다
나쁜 짓을 할 거면 최소한의 눈치는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대중들이 그냥 말을 얹지 않는다고 이제는 눈치조차 안 보는 모습에 기가 찼다.
가게 앞에 쓰레기 한두 개 버리는 걸 넘어가 줬더니 이제는 대형 폐기물 봉투를 투척하고 가는 느낌.
‘몰라서 말을 안 하고 있었겠냐고.’
곧바로 온라인상에서 욕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사실, 이 정도만 해도 잘하면 무사히 지나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사재기 의혹’ 김하재 측, “가족 욕설 등 자제 부탁.. 악플러에 이미 충분히 고통 받아”
골든 엔터가 갑자기 언론플레이를 시작했다.
차마 입에 담기 힘든 가족 욕이 있다면서 평범한 댓글러들까지 악플러로 몰아붙이더니….
-김하재 측, “근거 없는 루머는 고소.. 명예훼손 멈춰달라”
자꾸 싫은 소리 하면 너네 다 고소하겠다는 협박까지.
물증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당당하게 나오는 모습이었다.
인터넷에서 실제로 고발당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는 가운데.
실제로 고소고발이 이어지면서 온라인에서 욕을 많이 먹고 끝날 일이 커지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댓글창에서 벗어난 대중들이 다른 방식으로 접근을 시도했다.
“안녕하세요. 의원실이죠? 지역구 주민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문의 드리고 싶은 현안이 있어서….”
국회 문체위에 있는 국회의원실에 연락을 하고.
[음원 사재기 의혹 해결 촉구]
온라인에 청원을 올리고.
언론사에 메신저로 제보를 하고.
IT에 조예가 깊은 이들이 분석글을 올리면서 사람들에게 정보를 알려 주고.
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대체로 아이돌 팬들과 달리 일반인들의 진짜 무서운 점은 바로 이들이 여론을 대변한다는 점이었다.
‘어어? 지역구민들 연락이… 언론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기회다! 내가 먼저 이슈 가져간다.’
‘음원 사재기 얘기가 핫하네? 오늘 취재 아이템은 이거다.’
‘대중들 여론이 너무 나쁜데. 저 회사 가수들을 이번에 예능 출연에서 제외시켜야 하나.’
그리고.
이렇게 급격하게 요동치는 여론에 반응하듯 여러 집단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회사 회의실.
우리 TF 팀장님이 고개를 긁적였다.
“그…….”
“그?”
“우리가 할 게 없다.”
“…….”
석환 형이 태블릿을 돌려서 연예 뉴스 댓글창을 보여 주었다.
[댓글 : 12,789개]
석환 형이 미소를 지었다.
“축하해. 연예 뉴스 역대 최다 댓글 기록을 깼네.”
“흐어….”
의심스럽게 1위를 거둔 곡에 대해 회의를 하기 위해 모인 상황.
사실 회의라고 할 것도 없었다.
열이 오를 대로 오른 사람들이 저 골든 엔터를 두드려 대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음원도 며칠이 지나고 일간차트 1위가 됐다.
온라인 어느 커뮤니티를 가도 보이는 독특한 글들.
[지금부터 기계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인간이라면 뉴블랙을 응원해 주세요!]
[존 코너.. 당신이 옳았습니다]
[K-러다이트 운동 1일 차 ☆ 기계는 때려 부숴야 제맛]
온라인에 터미네이터 밈이 돌더니 ‘인류의 명예를 걸고 싸운다!’ 하면서 다들 음원 차트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 덕에 더욱더 흥행이 되고 있는 상황.
그런고로 지금의 회의는 문제 해결보다는 다른 것들에 가까웠다.
“콘서트에서 해당 이슈에 대한 언급은 안 하는 게 좋겠어. 굳이 상기시킬 필요 없을 거 같고.”
“응응.”
“그리고 인터뷰 등에서는…….”
언론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면 어떤 식으로 대답을 할지에 대한 것들이 주요 안건이었다.
TF팀에서 예상 질문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고 있을 때였다.
리혁이가 말했다.
“그래도 일단은 잘 마무리가 된 것 같네요.”
“그러네.”
시끌시끌하지만 그리 오래갈 만한 이슈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음원 차트에서 잠깐 2등 했다고 뭐 대한민국이 난리 나는 것도 이상한 일 아닐까.
그냥 저 회사가 며칠 정도 대중들에게 욕을 먹고 끝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음?”
석환 형이 핸드폰을 보더니 내게 말했다.
“잠깐 TV 좀 틀어 볼래?”
“TV?”
내가 리모컨을 들어서 회의실에 있는 TV를 켰다.
“KTN 틀면 될 거야.”
“잠시만.”
뉴스 전문채널인 KTN으로 채널을 바꾸었을 때.
취재진의 모습과 함께 어떤 회사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경찰, 골든 엔터 압수수색]
뉴스 영상을 보며 우리가 눈을 깜빡거렸다.
“중현아.”
“네.”
“너 예감 좋다고 한 게 이거였을까…?”
“아마 그렇지 않았을까요.”
경찰들이 자료가 담긴 상자를 가져가는 장면이 나오면서 나와 동생들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일이….’
‘…커지고 있다?’
끝이 아니라 시작인 듯한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