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890화
대체로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론이다.
여론이 움직이면 그에 영향을 받는 이들도 움직이기 때문이다.
[자유시장의 핵심은 공정한 경쟁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음원 사재기라는 행위가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고 있거든요. 이런 불법적인 행위 때문에….]
TV에 나와서 앵커와 인터뷰를 하는 정치인들.
그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하며 ‘아 음원 사재기 심각심각’ 하면서 무게를 잡아 주고.
[이런 사재기가 시작된 게 2017년도 말로 알고 있거든요. 대두된 지 얼마 안 된 문제라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굉장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시장을 교란하고 있거든요.]
[그러네요. 얼마 전에 국민 아이돌 뉴블랙이 2위로 밀려났죠.]
라디오의 시사 토크쇼에서 패널과 진행자가 ‘사재기 심각합니다’ 하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각종 TV 뉴스를 장식하는 음원 사재기 소식들.
[경찰이 오늘 가수 김하재 씨의 소속사 골든 엔터에 대한 수사를…….]
[PBS 탐사 보도 취재진이 음원 사재기에 대해 조사를 해 보았습니다. 이들 불법 조직은 중국과 필리핀 등에…….]
[음원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들어 알음알음 뉴스에 나왔던 일이 확 커져 있었다.
그만큼 상징적인 사건이 있기 때문이었다.
-불법적인 방법으로 뉴블랙의 신곡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단순해 보이지만 여러 가지 메시지를 던진 사건이었다.
국민 아이돌이라 불리는 가수도 2위로 밀려날 만큼, 불법적인 방법이 그만큼 위협적이라는 것을 보여 주기도 했고.
또한 이런 방법을 뉴블랙의 컴백 때도 쓸 만큼 불법 세력이 겁이 없어졌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러니 시민들의 의견은 대체로 비슷했다.
-저렇게 활개 칠 때까지 가만히 놔뒀다고?
최소한의 눈치조차 보지 않고 불법행위를 하는 모습에 시민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로 올라서는 가운데.
관련 기관들이 골든 엔터로 우르르 몰려오기 시작했다.
“…….”
“…….”
골든 엔터의 대표 홍태석이 차량 안에서 멍한 표정을 지었다.
‘뭐지.’
지난 며칠 동안 벌어진 일은 그의 이해 범주를 벗어나 있었다.
그동안 얼마나 고생을 하면서 회사를 일으켜 세웠는데, 단 며칠 만에 풍비박산이 나 있었다.
‘이게… 말이 돼?’
그저 불을 끄려고 했을 뿐이었다.
아이돌 팬을 넘어 대중들에게까지 불이 번지려는 조짐이 보이기에 끄려고 했다.
-조용히 안 하면 고소하겠다.
대체로 이런 식으로 겁을 주면 글을 지우고 조용해지기 마련인데.
그가 예상한 것과 전혀 다른 흐름으로 가고 있었다.
-입막음을 하시겠다?
대중들이 활활 불타오르더니 여론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삽시간에 일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활활 불타오르는 여론에 연예계 관계자들이 반응을 했기 때문이었다.
-김하재 씨와 진윤서 씨 출연은 없던 걸로 됐습니다.
-당일 라디오 출연은 다른 게스트가 나올 예정이오니….
-행사 대행사입니다. 연락 받으시죠. 다름이 아니라 대학 학생회 측에서 이번 진윤서 씨를…….
음악 예능 출연이 확정되어 있던 K넷을 비롯해 모든 방송국이 보이콧을 하고 있었다.
거기에 행사 취소까지.
위약금 물어 줄 테니 그냥 나오지 말라는 이야기에 홍태석 대표는 그저 멍하니 핸드폰을 떨어뜨릴 뿐이었다.
‘망했다.’
사실 소속 가수들의 음원 수입은 얼마 안 된다.
음원 수익이야 꽤 나오지만 그 돈이 다시 사재기 세력에게 흘러들어가니까.
그러니 가수들의 수익은 방송 출연으로 얻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한 행사 출연에 있었다.
그런데….
‘다 막혔어.’
인맥을 다졌던 방송국 PD들에게 연락을 해도 다 입을 싸악 씻은 채 모른 척하고 있었다.
물론, 여기까지만 해도 그냥 인생에 닥친 여러 시련 중 하나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경찰서에서 나왔습니다.
경찰서에서 갑자기 수색을 나왔다.
회사에서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 등을 가져가는 이들을 바라보며 그저 눈을 깜빡일 뿐이었다.
‘경찰 조사가 이렇게 빠른 거였어?’
증거를 인멸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들이닥쳤다.
웃기면서도 슬픈 것은 회사에 들이닥친 이들 중에서 경찰이 최약체라는 점이었다.
-공정위에서 나왔지롱.
-국세청이야. 너희 세금이 뭔가 요로코롬 수상한 게 있더라?
-안녕 나는 문체부. 널 부수러 왔어.
대기업도 덜덜 떠는 공정위가 돋보기를 들고 웃고 있고.
국세청이 손가락으로 침을 촙촙 발라가면서 장부를 넘겨보고, 문체부는 그저 조용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게 단 며칠 동안 벌어진 일이었다.
“……사장님. 도착했습니다.”
골든 엔터의 홍태석 대표가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
경찰서 앞에서 진을 치고 있는 기자들만 거의 수십 명.
포토라인이 짜잔 하고 준비되어 있는 모습에 그가 눈을 지그시 감았다.
‘내리기 싫다.’
내리자마자 그에게 달려오는 기자들.
“음원 사재기 의혹에 대해 한마디 하실 말씀이 있는지….”
“무리한 고소고발을 남발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에 대해 한 말씀을…….”
“작년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 차트를 점령하고 있는 뉴블랙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시면서 당시 무명가수 진윤서 씨를 언급하셨는데, 그때부터 음원 사재기를 시작하신 겁니까!?”
와글와글.
여기저기서 마이크를 내밀어 대는데 그러다 머리도 실수로 맞았다.
‘아이씨!’
실수로 마이크를 내민 기자가 그에게 생긋 웃었다.
‘저저!’
수플레였던 모양이었다.
손가락질을 하며 화를 내고 싶었지만 카메라가 가득했기 때문에 그는 도망치듯 떠났다.
이윽고 경찰서 안으로 들어온 홍태석 대표는 따가운 시선을 느꼈다.
‘미치겠네.’
여기저기서 수군수군하면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디를 봐도 그를 반기는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다.
그를 향해 웃어 주는 유일한 사람은 미리 기다리고 있던 변호사뿐이었다.
“안녕하십니까. 대표님.”
로펌의 변호사가 그에게 신뢰 가득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홍태석 대표가 속삭였다.
“혹시 지금 대화도 돈이 청구됩니까?”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상담료만 1시간에 수십만 원을 뜯어가는 변호사였다.
변호사의 안내를 따라 경찰서로 들어선 그는 인상 좋은 수사관과 마주했다.
“장경일 수사관이라고 합니다.”
친절하게 인사해 주는 수사관.
변호사를 동석한 가운데 출석 조사가 이루어졌다.
인생 처음으로 받는 경찰 조사라서 처음에는 긴장했는데….
막상 조사실의 분위기는 아주 화기애애하기 그지없었다.
“커피 드시나요?”
“예, 뭐.”
“제가 믹스를 기가 막히게 잘 타거든요.”
친히 믹스까지 타서 주는 수사관.
“몇 가지만 확인하면 간단하게 끝나는 조사라서요. 사실 관계 확인 정도만 부탁드리겠습니다.”
경찰관의 질문은 특별할 것들이 없었다.
그냥 몇 월 며칠에 누구를 만났느냐, 이 사람 아느냐 하는 간단한 이야기들밖에 없었다.
변호사의 조언을 받으며 대답하던 홍태석 대표가 쾌재를 질렀다.
‘증거가 없구나!’
대략 2시간 정도 걸친 조사가 끝나면서 그가 개운한 표정을 지었다.
삽시간에 들이닥쳐서 무슨 증거라도 가진 건가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경찰 수사라는 게 별것 없었다.
하지만.
조사실에서 나왔을 때 변호사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변호사님? 왜 그래요?”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또 뭐가요?”
“그… 대표님도 아실지 모르겠지만 수사기관이 친절하게 나온다는 건 불길한 징조거든요.”
그게 왜 불길한 징조일까.
“수사기관은 증거가 없으면 자백을 하라고 압박하거든요. 이미 증거가 다 확보되어 있기 때문에 자백을 받을 필요가 없는 겁니다. 그것 때문에 저리 친절한 거고요.”
“…….”
“지금 상황을 길게 보셔야 할 것 같아요. 대표님. 수사기관이 관련 물증을 다 확보한 것 같습니다.”
법무부의 따스한 이불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느낌.
홍태석 대표가 침을 꿀꺽 삼키고 있을 때였다.
“아이고. 인사를 드린다는 걸 깜빡했네요.”
수사를 진행했던 경찰관이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그러곤 그에게 명함을 내밀었다.
“혹시 오늘 조사 관련해서 못다 하셨던 이야기가 있으면 언제든 연락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뭐… 할 말이 딱히.”
“생기실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말을 하며 명함을 쥐여 준 경찰관이 휘적휘적 사라질 때였다.
달칵.
달칵.
다른 조사실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변호사를 대동한 이들이 하나씩 방에서 나왔다.
“어? 영태야? 그리고….”
그의 처조카이자 회사 이사.
그리고 다른 한 명은 그들이 그동안 연락을 주고받았던 사재기 브로커였다.
“둘 다 왜 여기에…….”
“…….”
“…….”
미묘한 침묵이 감돌았다.
서로를 향해 하하 웃고 있지만 동공이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한 명만 나갈 수 있는 방에서 누군가 마법의 탈출 빗자루 하나를 던져 주고 간 느낌.
“…….”
“…….”
죄수의 딜레마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 * *
아이돌 팬들에게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속보] 골든 엔터 홍태석 대표, ‘음원 사재기 있었다’ 실토.. 결국 사실이었다
음원 사재기로 물의를 빚었던 이가 형사처벌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죄송합니다’ 했다는 뉴스였다.
-와 정의구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ㅁㅊ
-뉴블랙 건드리고 바로 훅가네ㅋㅋㅋ
-그동안 즐거웠다.. 라고 하기에는 즐겁지도 않았고 길지도 않앗네
-ㄹㅇ 역대급 하루살이 엔터였다
-삼일천하도 못했네
-김옥균: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면서 아이돌 팬들이 시선을 돌렸다.
‘너희 정말 대단하구나!’
음원 사재기 세력을 하루아침에 몰락시켜 버린 수플레들에 대해 경탄이 나왔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수플레들은 어색하게 웃을 뿐이었다.
‘우리 아무것도 안 했는데….’
‘몰라. 머글이 다 해 줬단 말이야.’
‘뭐지. 대리시험으로 합격한 듯한 이 느낌은.’
상대방에게 열심히 총을 쏘면서 전투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상대방 본진에 콰앙 하고 폭탄이 터지더니 ‘승리했습니다’ 하는 소식이 들려왔다.
잠시 고민하던 수플레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날로 먹는 덕질 최고.’
머글이 스밍을 해 주고, 머글이 싸워 주는 아름다운 덕질 라이프를 즐기기로 마음먹은 수플레들이었다.
그러는 한편.
뉴블랙의 2위가 불러온 나비효과는 아직 끝이 난 게 아니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불법 행위는 위반한 이들을 처벌을 한다고 해서 끝이 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확실한 마무리.
음원 사재기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건전한 문화가 조성되고, 새로운 시스템이 세워져야 완벽한 마무리라 할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몇 달간 시끌시끌했던 음원 사재기 이슈는 종말을 고하고 있었다.
“이거 잘못 시도하다가는 큰일 나겠는데?”
“우리도 좀 혹하긴 했잖아요. 근데 이제는 진짜 골로 가겠네.”
“다음번에 또 사재기 비슷한 거 하는 놈 나와 봐. 저 홍태석이랑 엮여서 바로 역적 되는 거야.”
음원 사재기의 이미지가 너무나 나빠진 상황이라 기획사들이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예전에는 그래도 욕 좀 먹고 돈은 쏠쏠하게 챙겨 가는 편이었는데.
지금 와서는 음원 사재기를 시도했다가는….
-그 난리가 있었는데 또 사재기를 했다고?
알콩달콩 구치소 라이프가 그들을 기다릴 터였다.
하이 리스크에 로우 리턴이 되어 버린 상황.
그런 이유로 음원 사재기를 할 만한 매력적인 동기가 사라지면서 기획사들이 물러나는 가운데.
“…….”
“…….”
음원 사재기로 한탕 장사를 하려던 세력들도 멍하니 TV 뉴스를 바라보았다.
“형님. 저희 이제 뭐 해요? 농사라도 지어야 되나?”
“우리도 코인 채굴할까요? 근데 중국 애들한테 밀릴 거 같은데…….”
음원 사재기로 앞으로 몇 년은 먹고 살 줄 알고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부은 사무실.
해외에 있어 체포만 안 되었을 뿐, 차라리 체포되는 게 나은 상황이었다.
빚만 남은 사무실에서 조직원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가운데.
“괜찮아. 아직 살릴 수 있다.”
뉴블랙 컴백 때 사재기를 지시했던 이가 말했다.
“이제는 티 안 나게 하면 돼. 수법을 좀 더 진화시켜서 교묘하게…….”
“형님.”
“어?”
“지금 뉴스 떴는데요. 그거 우리 하던 거 방법 막힌대요.”
“…….”
도둑이 한 번 들면 보안업체랑도 계약하고 새로운 도어락을 설치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외양간이 고쳐지고 있었다.
-음원 사이트 3개사, ‘음원 사재기 방지’ 시스템 구축 약속.. “그간의 시장 교란 행위 묵과에 큰 반성”
공정위와 문체부에서 쓰읍! 하고 째려보고.
국회의원들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너희 대표 얼굴 좀 볼까?’ 하며 따스한 미소를 지어 주는 상황.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음원 사이트들이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었다.
특히나 망고는 그중에서 가장 빠른 대책을 보여 주고 있었다.
-짜잔!
사건 발생 후 얼마 되지 않아 바로 마련된 개선책.
-여러분! 보십시오! 저 망고가 해내고야 말았습니다! 음원 사재기 문제를… 아악!
곧바로 날아오는 돌멩이들.
아이돌 팬들이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새기들 이렇게 쉬운걸 ㅅㅂ
-막을 수 있던 거였네???? 어??? 나는 또 그냥 못막는 건줄 알고 아 망고도 사정이 있겠지 했는데?? 어???
-인력 고용하는 비용 든다는 거 보니까 추가 비용 내기 싫어서 뒀네
-이제 와서 해결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이거 좀 해결하라고 하라고 할 때는 귓등으로도 안 듣더니
-난 또 차트 개편이라도 해야되는줄ㅋㅋㅋ 그냥 매크로 확인하고 막을 수 있는 거였네
-귀찮아서 안 한 거였구나
그냥 인력과 비용을 투자하면 해결되는 문제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지탄을 받고 있었다.
그렇게 음원 사재기를 시도하려는 이들과 시행하려는 이들이 자연스럽게 소멸하고, 방지 시스템이 구축되면서 대략 6개월간의 사재기 강점기가 끝을 고하고 있었다.
실록이 있었다면 이리 적혔을 만한 내용.
-관종 5년, 음원 장시(場市)에서 매점매석을 시도한 상인 무리가 분개한 민초에게 토벌당하다.
-이에 대왕께서 이르시길, 이게 대체 뭔 일이지 하시더라.
대한민국에서 음원 사재기가 사라진 날이었다.
* * *
“그러니까…….”
지호가 상황을 정리했다.
“음원 사재기가 있었는데.”
“그치.”
“없어진 거네요.”
“그치.”
우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며칠 동안 우리는 소식 업데이트가 빠른 편이 아니었다. 막바지 콘서트 준비에 정신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뒤늦게 소식들을 확인하니….
“뭐지.”
음원 사재기가 사라져 있었다.
그냥 우리랑 회사는 ‘입장 없다’는 말만 하고 가만히 있었는데, 사재기를 시도한 이들이 사라져 있었다.
“우와.”
비주가 말했다.
“보니까 우리 지인들이 되게 발언 많이 했나 봐요.”
“그래?”
“기사도 엄청 떴어요.”
이번 사재기 이슈에 대해서 우리의 친구나 지인들도 한마디씩 얹었다는 모양이었다.
-‘우주 절친’ 한태현, 인스타그램 글 업로드.. “문제 해결 촉구”
-장소원, 라디오 작심발언 “사재기는 비양심적인 행위”
-발라드 가수 차우현, “실력으로 승부하라” 조언
가요계에서 활동하는 선배 가수들이 한마디씩 얹어 준 상황이었다.
대체로 감동적이긴 했다.
일부 불온한 무리들은 빼고.
한태현 [자 이제 곡 내놔]
나 [너가 톡을 보내기 전까지만 해도 형은 감동이었단다]
나 [와장창]
나 [와장창 삼행시 하면 곡 써드림]
한태현 [비트 주세요]
나중에 전체적으로 감사 전화를 쭉 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중에 몇몇은 우리 콘서트에도 올 예정이니 그때 인사해도 되고.
콘서트에 누가 오는지 명단을 확인하는 한편, 가장 중요한 손님들의 방문 일정도 확인했다.
“이번에도 부모님 두 분 같이 오신대?”
“네. 뭐. 요새 미국에서 몇 달 같이 있었다고 그러더라고요. 예인이 대학 가는 거 도와주고 그럴 겸.”
리혁이가 그런 말을 하면서 뺨을 긁적였다.
별로 티를 안 내는 척하고 싶어 하지만 부모님이 미국에서 함께 있다가 온다는 게 좋은 모양이다.
중현이네 가족과 비주네 가족, 지호네 가족 등의 티켓도 챙기고.
“저기가 김덕순의 자리로구나.”
주경기장에서 매일 리허설을 하면서 김덕순 여사가 있는 자리를 확인하는 나였다.
이제 내일이면 금토일 3일간 이어지는 콘서트였다.
월드 투어의 서막을 여는 콘서트이자 이번 신곡 <백야>의 첫 무대가 공개되는 날.
무엇이든 처음이란 건 의미가 있다.
첫 음악 방송, 첫 팬사인회, 첫 팬 미팅, 첫 콘서트….
콘서트는 처음이 아니지만 우리에게 있어서 인생 첫 주경기장 단독 콘서트라는 의미가 있는 날.
게다가 국내 콘서트에서 가장 큰 규모.
4년여의 시간 동안 200명가량의 첫 데뷔 쇼케이스에서 이제 4만 명이 지켜보는 콘서트로 왔다.
그런 이유로 이번 콘서트의 테마는 간단했다.
-뉴블랙의 성장기.
첫 주경기장 콘서트에서 보여 주기 좋은 테마였다.
항상 팬들에게 성장하는 것을 보여 주고 있지만 이번에는 데뷔 때와 지금의 차이를 더 부각시켜서 보여 줄 예정이다.
우리가 이만큼 컸다.
더 잘한다.
더 귀여워졌다!
“귀여워진 건 좀 아닌 거 같은데.”
“무슨 소리.”
반박 좋아하는 우리 뾰족잉어에게 말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귀여운 스물여섯 살을 보여 주겠어.”
“…….”
비주만 열심히 손뼉을 쳐주며 동의해 주고 나머지 동생들은 붸~ 하며 입을 내밀었다.
못생겨 보인다고 하니 졸개들이 진심으로 화를 냈다.
아무튼.
그런 면에서 임팩트가 강한 오프닝을 필두로 공연 준비를 하는 가운데….
쏴아아아아아-
콘서트 전날인 오늘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좀… 많이 내린다.
“4월 달에 이 비가 맞나….”
“아니. 뭔 비가…….”
방수포를 뒤덮은 무대 장비들을 둘러본 우리가 근심 가득한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봄비가 무슨 여름비처럼 내린다.
멀찍이서 대표님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드론들이 비가 심하게 오면 뜰 수 없다는 소식을 들은 다음부터 저런 반응이셨다.
“안 돼… 안 돼… 내 10억……!”
대표님의 절규가 울려 퍼지는 동안 내가 중현이를 돌아보며 말했다.
“중현아. 자기 전에 기우제 좀 지내고 자야겠다.”
“네.”
“좀 많이 지내고 자자.”
머리의 잔털을 쥐어뜯으며 울부짖는 대표님을 바라보며 우리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